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16. 8. 24. 15:00

Rodrik, Dani. 2011. Globalization Paradox: Democracy and the Future of the World Economy. New York: W.W.Norton. 284 page.

 

무척 잘 쓴 책이다. 요점을 정리하자면,

제이차대전후 세계는 브레튼우즈 체제라 불리는 유연한 금융시스템에 의해 움직였다. 이와 함께 하는 GATT 무역 체제 역시 유연한 체제였다. 여기서 유연함이란, 큰 틀에서 세계 금융과 무역의 질서를 규정해 주면서, 동시에 각 나라들이 자신의 국내 사정에 맞추어 세계 질서에서 벗어난 규정을 만드는 것을 허용하는 여유를 말한다. 이러한 유연한 체제 덕분에 한국과 같은 개발도상국이 보호주의적인 정책 노선을 취하면서 세계 무역의 이익에 편승해 발전할 수 있었다. 문제는 GATT를 이은 WTO 체제가 완전한 세계화, 즉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일관되게 따라야 하는 질서를 추구 하고 강요하면서 발생한다.

세계화는 이익과 비용을 동시에 수반한다. 국내 시장이 열리면 산업 재편이 발생하고 이러한 변화에서 손해를 보는 측과 이익을 보는 측으로 갈린다. 분배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한다. 이러한 비용이 시장통합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이익과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는 각국의 사정에 따라 다르다. 가난한 나라의 경우 무조건적으로 보호 장벽을 여는 것은 손해가 더 크다. 세계 시장에 그대로 편입되면 영원히 가난한 나라의 지위에 고착될 수 있다. 유치산업의 발전을 위한 보호 장벽은 필요하다. 자국의 산업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추면서 시장을 열어왔던 것이 선진국의 발전 과정이었고, 한국이나 중국이 밟아온 길이다. 그런데 WTO 체제는 이러한 사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장벽을 허물 것을 요구하는데, 이는 개발도상국에게 발전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다.

각 나라는 자신들의 경제 주권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민주주의는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해야 하는데, 경제통합의 이익은 국민 전체의 요구와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나 엘리트나 다국적 기업의 이익은 경제통합 쪽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세계화의 손해가 더 크기에 세계화를 제한할 것을 요구한다. 근래에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부상은 이러한 요구가 표출된 결과이다. 세계화를 무리하게 강요하면 이러한 반발 속에서 세계 질서가 붕괴되어 1930년대와 같은 상황에 처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각 나라는 경제 주권을 유지하면서 세계 경제의 질서를 유연하게 가져가야 한다. 이럴 때 세계화의 이익은 극대화될 수 있고, 세계 통합을 향해 현실적으로 진전할 것이다. 완전한 세계화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현실을 도외시하고 이상론에 흐르는 것이다. 사정이 되는 나라들이 자신에게 맞는 정도의 세계화를 허용하는 것이 최선이다.

금융의 세계 통합은 매우 앞서있는데, 이는 한 나라의 금융 위험, 특히 투기자본의 위험을 전세계로 퍼트리는 역할을 하였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금융 세계화의 해악을 보여준 사건이다. 국제적인 질서를 주관할 권력이 없는 상태에서 지나친 금융 세계화는 위험하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거의 완전한 금융통합은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각자의 규제를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무역의 세계시장 통합 역시 더 통합을 진전시킨다고 하여 추가적인 이익이 얻어질 부분이 적다. 각 나라의 사정에 맞게 적절한 시장 개방이 이루어지도록 허용하는 쪽이 좋다. 그는 GATT 체제가 WTO 체제보다 낫다고 주장한다.

반면 노동의 세계화는 더 진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국가 간 노동의 이동은 매우 제한되어 있다. 이를 조금 더 열어 놓는다면 모든 관계자에게 이익이 크리라고 주장한다. 특히 빈곤 국가에게 빈곤을 탈피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그는 체계적인 외국인 노동자 프로그램을 확대할 것을 제안한다. 5년의 기한을 두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순환하는 제도를 만들자는 것이다. 이들이 돌아가서 자신의 나라에 제도 개선의 파급효과를 불러올 것이고, 선진국에도 노동효율을 높이기 때문에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이익이 된다. 특히 선진국 비숙련 노동자에게 피해가 갈 것을 주장하지만, 그는 이러한 피해는 크지 않으며, 어차피 이들은 변해야 할 운명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책이 정치적으로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한다그의 진단과 주장은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세계화의 이익을 모두가 거두는 방향으로 현실적인 제안을 하고 있다. 문제는 그의 제안이 현재 선진국, 대기업, 엘리트 중심으로 진행되는 일방적인 세계화 흐름에 반대하기에, 얼마나 실제 적용될 수 있는가이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화가 정치적으로 반발을 사고 있는 현실에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을 따라가면서 마음 한 구석에서 의구심이 든다. 각 나라가 각자의 사정에 맞추어 국민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개방의 정도를 결정하도록 했다면, 현재 세계가 누리고 있는 정도의 세계화에 도달할 수있겠는가 하는 의구심이다. 현재의 세계화에 대해 반발이나 비판이 많지만 지난 수십년간 이루어진 엄청난 경제적인 발전의 원인 중 하나는 세계화이다. 소득 분배라는 골치아픈 사회 문제를 발생시키기는 하지만, 세계화 덕분에 세계의 빈곤이 줄어들었으며 세계의 부가 엄청난 규모로 확장될 수있었다. 각 나라의 자율에 맡겼다면, 세계 나라들의 개방정도는 매우 미흡했을 것이다. 이것은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각나라의 다양한 요구를 절충하는 방향으로 각 나라들이 개방을 결정한다면, 세계의 기술 발전이나 선진 제도를 도입하는 정도는 매우 미흡할 것이다. 부작용이 많기는 하지만 세계화는 세계를 좀더 나은 곳으로 보다 선진화된 쪽으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세계화를 더디게 하는 세력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주장에 동조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 책은 세계화의 현실을 꿰뚫어보면서 어떻게 형평성있는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제공하는 책이다. 그의 논의가 19세기와 비교하면서 역사적인 통찰력을 더하기에 감명 깊게 읽었다. 두 번 읽을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