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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2. 8. 10:19

1. 소개: 197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미국 사회에는 크게 바뀌었다

 

2차 대전 이후 ‘70년대 초까지 지속된 풍요와 낙관의 분위기는 물러났다. 대신 ’70년대 후반 이후 미국인의 삶은 긴장되고 바빠졌다. 미국인은 1950~60년대를 좋았던 옛날’(Good old days)이라고 기억한다. 그렇다고 ’70년대 초반의 생활이 ‘70년대 후반 이후보다 더 잘 살았던 것은 결코 아니다. 일시적인 불황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미국인의 소득은 꾸준히 상승하였으며, 근래로 올수록 더 잘 살게 되었다. 그러나 많은 미국인들은 비록 예전보다 잘 살게 되었지만 삶은 더 힘들어졌다고 말한다. ‘왜 미국인의 삶은 1970년대 후반 이후 팍팍해졌을까?’ 하는 질문이 본 연구의 출발점이다.

물론 1970년대 이후의 생활이 힘들어졌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미국인이 많다. 여성이나 흑인은 분명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의 삶은 근래로 올수록 더 나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중류층 백인 남성은 1950~60년대를 그리워할 것이다. 그들에게 좋았던 옛날이란 교외의 넓은 집에 살면서 도심에 있는 직장에 출근했다가 이른 저녁에 귀가하면 따뜻한 식사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상이 단조롭긴 하지만 직장 일이 그렇게 바쁘거나 힘들지 않았다. 지금만큼 경쟁이 치열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직장에서 잘릴 염려를 하지 않았다.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미래를 낙관했기에 일찌감치 결혼하여 자녀를 여럿 나아 키웠다. 최소한 중류층 백인 남성에게 그때는 좋은 시절이다.

이러한 여유로운 삶의 방식은 1970년대 후반 이래 지금까지 가속화된 삶의 방식과는 분명 다르다. 1970년대 후반 이래 지금까지 전개된 삶의 방식을 살펴보자. 중류층 사이에서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삶이 바빠졌다. 가정과 직장 일을 병행하는 것이 무척 힘들기는 하지만, 다수의 기혼여성은 자녀가 어린 나이임에도 직장에 나가 일하는 생활을 선택했다. 직장 일은 절대 양이나 강도에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세졌다. 과거보다 경쟁이 치열해 졌다. 생산직 근로자들은 언제 자신의 일자리가 사라질지 몰라 불안하며, 중류층 사무직 근로자들도 언제 직장을 옮겨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시장가치를 항시 의식하며 긴장을 늦추어서는 안 되게 되었다. 교육비와 의료비가 크게 상승한 반면 남성 근로자의 실질 임금은 하락하였다. 맞벌이가 늘면서 중류층의 가구 소득은 증가하였지만 빛 또한 늘었다. 사람들 사이에 소득 격차는 커지고 미래를 낙관하는 분위기는 사라졌다. 노년은 다가오지만 크게 저축해 놓은 것은 없고, 자기 책임으로 전환된 연금 투자 적립금도 많지 않아 미래가 불안하다. 결혼을 늦추고, 아이를 적게 낳고, 장시간 근로에 힘들어 하고, 실업을 걱정하는 분위기가 지배하게 되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현재 우리 한국사회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변화의 시점을 특정 년도로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오래전에 시작된 변화가 특정 사건으로 두드러져 보이는 경우가 많지만, 사회 변화란 여러 요인이 중첩되어 시간을 두고 서서히 전개되기 때문이다. 사회의 여러 측면은 변화의 속도가 제각각이므로 전체를 포괄하여 변화의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1970년대 후반을 전환의 시점으로 보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미국 사회는 1960년대에 큰 혼돈을 겪었다. 1963년에 의회를 통과한 흑인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법률은 수백 년 간 내려온 인종 질서를 뒤집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다. 남북전쟁 중인 1863년 노예제도가 폐지된 이후에도 흑인은 사실상 준 노예 상태로 묶여 있었다. 이 법률을 계기로 흑인은 수백 년 간의 속박 상태로부터 벗어나 법 앞에 동등한 시민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종차별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물론 현재에도 드러나지 않게 차별을 하는 경우는 많으며, 흑인의 열악한 경제적 지위는 법적인 평등만으로 개선되지는 않는다. 흑인들은 법적 평등과 경제적 차등이라는 모순에 분노하여 전국적으로 폭동을 일으켰다.

흑인이 투표권을 갖게 된 충격은 엄청났다. 남부의 백인들은 흑인의 지위 향상을 허용한 집권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이후 공화당의 충성스런 지지자가 되었다. 1930년대 대공황 이래 민주당은 남부 백인의 압도적인 지지 덕분에 1970년대 후반까지 40년 동안 집권당의 지위를 누렸다. 그러나 남부는 1960년 후반부터 흔들리기 시작해 1980년 레이건 대통령 당선 이래 공화당의 텃밭으로 바뀌었다. 공화당은 중간에 클린턴 대통령이 집권한 시기를 제외한다면, 최근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할 때까지 30년 이상 백악관과 의회와 지방 정부를 장악하였다. 공화당의 집권 이후 부자 감세 조치가 연이어 시행됐으며, 이전 40년간 민주당 정부에서 도입한 소수자 인권보호나 교육의료 및 복지관련 제도는 크게 약화되었다.

2차 대전 종전 이후 ‘70년대 초까지 미국 경제는 매년 3~5%의 성장을 지속하였다. 이 기간 동안 모든 미국인의 삶이 나아졌다. 부자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의 생활도 나아졌다. 케네디 대통령의 연설에서 밀물이 되면 모든 배가 떠오른다는 표현은 이 시기를 적절히 묘사한다. 유럽의 선진 산업국들은 전쟁으로 폐허가 되어 미국의 경쟁자가 되지 못한 반면, 미국은 전후 유럽 부흥에 소요되는 물자를 만들어 내느라 공장이 쉴 새 없이 돌아갔다. ‘미국제’ (Made in USA)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잘 나가던 분위기는 1970년대를 거치며 바뀌었다. ‘70년대 초반 독일과 일본의 자동차가 미국에 상륙하였으며, ’70년대 중반 미국은 전후 최초로 무역 적자를 기록하였다. 일본과 유럽 산업국의 생산성이 마침내 미국을 따라잡은 것이다. 이후 미국에서 만든 물건은 투박하고 고장이 잘나는 열등한 물건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식이 바뀌었다. ‘70년대는 원유 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요동친 시기이다. 미국의 메이저 석유회사의 지배에 대한 산유국의 반란인 원유 파동은 1973년에 1차 위기에서 원유가격이 1 배럴에 3달러에서 12달러로 뛰더니, 19792차 위기에서는 다시 40달러로 뛰었다. 미국의 주유소에는 주유를 하려는 차량이 장사진을 이루었고, 카터 대통령은 털 스웨터를 입고 TV에 나와 에너지 절약을 호소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2차 대전 후 미국 경제의 호시절은 지나간 것이다.

‘70년대 후반과 ’80년대 초반에 걸친 극심한 인플레와 불황, 해마다 늘어나는 무역적자와 재정적자는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을 완전히 바꿨으며 기업 경영 방식도 크게 바꾸었다. 1980년대 미국의 산업계에는 구조조정의 광풍이 휩쓸었다. 북부 지역의 공장을 폐쇄하고 남부 혹은 외국으로 생산기반을 이전하였으며, 기업은 핵심 역량을 제외한 부문을 외주로 돌렸다. 중간관리자를 대거 없애고 조직을 간소화 하였으며 해고와 고용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기업 간 생사를 둘러싼 경쟁이 격화되면서 일부 사업부문을 매각하거나 회사가 통째로 경쟁 업체에 흡수되는 사례가 흔해졌다. 1980년대 이래 미국의 기업은 상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하였다. 즉 이익이 나는 회사라도 이익과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면 직원을 해고하거나 사업을 매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보수는 엄청나게 높아졌으나, 일반 근로자의 직업 안정성은 크게 약화되었다.

1970년대 후반은 미국 경제에 정보 통신 기술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고 세계화가 전개된 시기이다. 컴퓨터가 기업의 업무에 널리 쓰인 것은 197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이전에는 정부와 금융회사에서 부분적으로 컴퓨터를 썼으나 일반 기업체의 업무에는 활용도가 낮았다. 표준화된 컨테이너를 통해 해상 운송 효율이 높아진 것도 ‘70년대 중반 이후의 일이다. ‘80년대 초 항공업계가 자유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이 내려가면서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과 물류 운송이 일반화되었다. ’80년대 중반 이래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사무 업무의 효율이 크게 향상되었으며, ‘90년대에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엄청난 호황이 찾아왔다. ’70년대 후반 중국이 개방하여 자본주의 경제정책을 채택하였으며, 선진국의 생산기반의 해외 이전에 힘입어 ‘80년대 이래 미국 시장에는 한국과 중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된 저렴한 제품이 범람하였다.

2차 대전 후 1970년대 초반까지 미국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소득 격차도 꾸준히 축소되었다. 빈곤율이 크게 감소하였으며, 사회보장과 의료혜택의 확대에 힘입어 노인 빈곤층이 사라졌다. 그러던 것이 ‘70년대 후반 이래 현재까지 30년 이상 계속하여 소득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근래로 올수록 성장의 과실이 최상위 소득자에게 집중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1990년대보다 2000년대에 들어, 최상위 10%보다는 최상위 1%에게, 또한 최상위 1%보다는 0.1%에게 부의 성장분이 집중되는 정도가 심해졌다. 반면 최저 임금은 1960년대 이래 계속 하락하였으며, 남성 근로자의 임금 또한 ‘70년대 후반 이래 하락하였다. 중간 소득층이 줄면서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졌다.

20세기 후반에 여성의 지위는 꾸준히 향상되었다. ‘50년대 후반 신뢰할만한 피임 수단이 널리 보급되면서 ’60년대에 성 개방 풍조를 가져왔다. 여성은 이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갖고 임신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1970년대는 여성운동의 시기이다. 남녀평등 조항을 헌법에 삽입하려는 움직임이 ‘70년대 전 기간 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하였으며, 사회 곳곳에 스며있는 남녀 차별 관행을 고발하고 철폐하려는 여성계의 노력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그 동안 여성의 교육 수준은 꾸준히 향상되었다. ‘50년대에만 해도 대학을 졸업한 여성은 드물었으나, ’80년대 중반에는 대학에 다니는 여성과 남성의 비율이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60년대에 중류층 여성은 결혼을 하기 전 짧은 기간 동안 직장을 다니다 결혼을 하면 전업주부로 들어앉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2차 대전 이래 기혼 여성의 경제활동 비중은 꾸준히 증가하였다. ‘80년대 이후에는 어린 자녀를 둔 여성이 직장에 다니는 것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도 크게 완화되었다. 여성의 독립적인 경제 능력이 높아지면서 불행한 결혼을 중간에 그만두는 이혼 사례 또한 꾸준히 증가하여, ’80년대 초에는 결혼 후 이혼 할 확률이 50%에 도달하였다.

1960년대 후반까지 미국은 비교적 동질적인 사회였다. 1925년 이민법을 만들고 1965년 개정하기 전까지 40년 동안 미국에는 이민자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 1970년 외국 출생자가 전 인구의 4%까지 떨어졌으며, 백인과 흑인이 인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였다. 이후 매년 100~200만 명의 이민자들이 중남미와 아시아로부터 들어 온 결과, 최근 외국 출생자의 비율은 13%로 역사상 최고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백인과 흑인만 살던 나라에 이전에는 드물었던 다양한 배경의 라티노와 아시아계가 더해지면서 미국은 다인종·다민족 사회로 변모하였다. ‘80~’90년대 미국에는 ‘WASP’라 일컬어지는 백인 남성 앵글로색슨 개신교도의 종주권에 도전하여 여성과 소수 인종·민족이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주장하는 다문화주의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1970년대를 전후한 변화는 미국인의 종교 성향에서도 감지된다. 미국인은 믿음이 깊은 사람들이다. 유럽은 19세기 중반 이래 세속화의 길을 걸어왔음에 비해, 미국에서는 ‘70년대 초까지 거의 모든 미국인이 기독교를 믿었다. 여론 조사에서 특정하게 믿는 종교가 없다고 응답하는 사람이 ‘70년대 초까지는 전인구의 2%에 불과했다. 그러나 ’80년대 이래 교회에서 멀어지는 현상이 감지된다. 그 동안 미국의 교회는 낙태나 동성애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일반인 중 종교가 없다고 하는 사람은 꾸준히 증가하여 최근에는 20%를 넘어섰으며, 동성애를 허용하는 의견에 절대 다수가 동의한다. 이제 미국인 중에 실제로 주말마다 교회에 나가는 사람은 다섯 명에 한명 꼴에 불과하다.

미국이 1970년대를 전후하여 크게 바뀌었다는 주장에 대하여 지금까지의 서술이면 충분할 것이다. 이렇게 사회 전반적인 변화를 이끈 가장 중요한 동인으로는 경제 환경의 변화를 먼저 꼽을 수 있다. 경제 환경이 변화하면서 기업이 바뀌었고, 사람들의 일자리 사정이 바뀌었고, 소득 분배 구조가 바뀌었다. 정보통신 기술과 운송 기술의 변화 역시 20세기 후반의 변화를 이끈 주요 요인이다. 컴퓨터를 광범위하게 사용하면서 산업 전반의 생산 효율이 높아졌으며, 이와 더불어 운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세계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흑인과 여성의 지위 상승과 교육 수준의 향상은 20세기 후반 미국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왔는데, 경제 변화나 기술 발전과는 독립적으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요인들은 2차 대전 이후 지속적으로 전개된 변화로서 ‘70년대를 변화의 시점으로 특정할 수 없다. ’60년대 민권운동을 통해 흑인의 지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사실 흑인의 지위 향상은 2차 대전 중 전투부대에서 흑인과 백인을 통합한 조치나, 그 훨씬 이전인 1930년대에 남부의 흑인이 북부로 대거 이전하여 도시 산업근로자가 되는 과정에서 이미 뚜렷이 시작되었다. 여성의 지위 향상 역시 2차 대전 중 전장에 나간 남성 노동자를 대신하여 많은 여성들이 산업 현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뚜렷이 나타났다. 물론 1920년 여성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헌법 개정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다음의 장에서는 사회의 각 영역에서 20세기 후반에 변화가 어떻게 전개되었으며, 왜 그러한 변화가 나타났는지 검토한다. 20세기 후반의 변화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므로, 그러한 변화가 현재 어느 단계에 도달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 추정해 본다. 각 장의 내용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장에서는 소득 불평등 문제를 다룬다. 이 주제를 가장 먼저 다루는 이유는 근래에 크게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 주제는 미국 사회의 구조적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국 사회의 높은 불평등은 미국의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드러낸다. ‘선진국이면서 매우 불평등한 사회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미국 사회의 구조적 토대를 검토한다. 유럽과 대비하여 19세기 후반 이래 미국의 정치경제적 환경이 어떻게 기업가와 부자 중심의 체제를 만들게 되었는지 더듬어본다. 아울러 1970년대 후반 이래 왜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지 설명한다.

3장에서는 일과 소비의 문제를 다룬다. 근로 생활은 사람들의 삶에서 중심을 차지한다. ‘70년대 후반 미국의 경제 환경이 바뀌고 기업과 일의 세계가 변하였다. 서비스 산업이 확대되고 지식 노동의 비중이 증가하였다. 과거보다 직장 생활은 훨씬 긴장되고, 맞벌이가 일반화되면서 가정생활 역시 바빠졌다. ’80년대의 구조조정과 세계화의 여파가 미국인의 근로 생활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한다. 소비는 일과 동전의 양면이다. 일을 많이 하게 되면서 여가는 줄어드는 대신 소비는 늘어난다. 미국인이 소비를 많이 하는 데에는 소비를 장려하는 사회적 장치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4장에서는 가족 문제를 다룬다. 미국인은 가족을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으로 여기지만 가족 구성원간의 유대는 과거보다 약해졌다. 이혼과 재혼이 일반화되었으며, 근래에는 동거하는 커플이 늘고 있다. 부부와 자녀가 함께 사는 핵가족이 여전히 이상적인 가족 형태이지만 혼자 살거나, 어머니만 자녀와 함께 살거나, 자녀 없이 사는 가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부부가 함께하며 자녀를 돌보는 가족이 자녀 성장에게 가장 좋은 환경이라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근래로 올수록 이러한 가족은 중류층 이상에서나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되었다. 중하층의 경우 경제생활이 불안정해지면서 가족생활이 불안정해지고, 이것이 다시 다음 세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70년대 이래 뚜렷해졌다. 소득의 양극화 못지않게 가족 관계의 양극화가 전개되고 있다.

5장에서는 여성 문제를 다룬다. 여성의 지위는 20세기 전 기간을 통해 꾸준히 향상되었다. 남성과 여성 간에 역할이 분리되는 정도 역시 점차 약해졌다. 직장과 집 모두에서 여성의 역할과 권한이 높아진 반면, 최근에 교육 수준이 높은 남성을 중심으로 양육과 가사 참여 비중이 늘면서 여성과 남성은 동등해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독립적인 경제력을 지닌 여성이 출현한 것은 20세기 후반 두드러진 현상이다. 1960년대에 전개된 성 개방 풍조는 여성의 지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러나 20세기 전 기간 동안 남녀 격차가 줄어든 추세는 ‘90년대 후반 이래 지금까지 정체 상태에 있는데, 그 이유를 확인해 본다. 미국의 여성은 여전히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것이 매우 힘든 줄타기 생활을 하고 있다.

6장에서는 인종 문제를 다룬다. 백인과 흑인으로 양분된 미국의 인종질서는 근래에 변화하고 있다. 중류층에 올라선 흑인이 늘고, 중남미와 아시아로부터 온 유색인 이민자가 증가하고, 혼혈을 주장하는 인구가 늘면서 오랫동안 미국 사회를 지배한 한 방울의 피규칙은 허물어지고 있다. 중남미 이민자가 증가하면서 미국의 인종 질서가 어떻게 바뀔지 네 가지 시나리오를 비교 검토한다. 1960년대의 민권운동을 계기로 흑인의 법적 지위는 개선되었지만 인종 편견과 차별의 관행은 많이 남아있다. 흑인과 백인은 여전히 다른 세계에서 산다. 흑인은 흑인끼리 살며 백인은 흑인과 가까이 하는 것을 꺼린다. 흑인 중 3분의 1은 중류층 지위에 올라서 백인 중류층과 동일한 방식으로 생활하지만, 나머지 3분의 2는 도심의 슬럼에서 비참하게 살며 좌절과 스트레스 속에서 마약과 범죄에 빠지며 자기 파괴적으로 생활한다. 다수의 흑인들이 이렇게 사는 것은 어디에 문제가 있기 때문인지 검토한다.

7장에서는 교육 문제를 다룬다. 미국의 학교는 양극화되어 있다. 백인 중류층이 사는 교외의 학교는 교육 환경이 좋으며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높다. 반면 흑인 빈곤층과 근래의 이민자 자녀가 다니는 도심의 학교는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 고등학교 중퇴자가 많으며 학교를 졸업하고도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교육 개혁을 외치지만 미국의 교육 문제는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떤 개혁 정책이 제시되었으며, 왜 그것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지 검토한다. 미국과 유럽은 교육 시스템이 다르다. 미국은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생이 동일한 교과과정을 배우는 반면, 유럽은 중학교에 진학할 무렵부터 배우는 내용이 갈린다. 한편 미국의 대학교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한다. 세계 각지의 인재들은 근래로 올수록 더욱 더 유럽보다 미국을 선택한다. 왜 고등학교까지 미국의 교육은 문제가 많은데, 미국 대학의 경쟁력은 그렇게 높은지 원인을 검토한다.

8장에서는 종교 문제를 다룬다. ‘미국인은 왜 종교적 믿음이 깊은가하는 질문에서 출발하여 유럽과 대비하면서 미국인의 종교적 토대를 검토한다. 미국의 교회는 이민자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발달했다. 미국에는 1만 명 이상의 신도를 가진 대형 교회가 많으며, 복음주의 교회 신자는 전인구의 4분의 1에 달한다. ‘주류 교회와 비교를 통해 기독교 근본주의가 미국 사회에서 번성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미국의 교회는 공화당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면서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남부를 중심으로 한 복음주의 교회의 세력은 대단하다. 그러나 근래에 교육 수준이 높은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세속화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도 유럽과 같이 세속화의 길을 갈 것인지 살펴본다.

9장에서는 인구 문제를 다룬다. 미국은 2040년경에 백인의 비중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하지만, 히스패닉계 백인을 포함하면 백인의 비중은 큰 변화가 없다. 다만 현재보다 좀 더 다인종 다민족 사회로 이행할 것이다. 미국은 다른 선진 산업국과 달리 인구 노령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미국은 이민자 문제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근래에 이민자의 유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지만, 이민자는 미국 사회에 활력을 가져오며 미국의 성장을 이끄는 주역이다. 근래에 불법 이민자 규제 논의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분명치 않지만, 앞으로도 당분간 이민자의 대규모 유입이 계속되리라는 점은 확실하다. 미국 인구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간 이동이 활발하다는 점이다. 20세기 후반에 들어 미국의 인구는 북부에서 남부로 많이 이동하였다. 산업 구조조정으로 촉발된 인구의 대이동은 미국의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10장에서는 앞에서 검토한 사회변화를 종합하여 미국 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조망한다. 경제적으로는 성장이 지속될 것이며, 사회적으로는 여성과 유색인의 지위가 향상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러나 높은 수준의 소득 불평등이 조금은 낮아지겠지만 크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 이는 중하위 계층의 협상력이 매우 낮은 사회구조적 특성이 크게 바뀔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도날드 트럼프의 부상을 계기로 하여, 미국에서도 유럽과 같이 중하층 노동자에 영합하는 극우 정치가 부상할 수 있을지 점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