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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3'에 해당되는 글 1건
2019. 5. 3. 13:40



숙소에서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11시 버스에 올라타다. 부다페스트에 내린 것은 내 시계로 6시가 넘어서다. 루마니아에서 헝가리로 국경을 넘자 퍽 다른 풍경이 펼 진다. 고속도로가 반듯하게 나 있고 집들의 상태가 양호하다. 국경하나 건넌 것인데 사람들의 생활이 다르다. 헝가리 에서는 사방으로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을 세시간 이상 달렸다. 하늘에. 뭉개구름을 하염없이 봤다. 이제 여행에 지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면 다시 잡아야 할 일 생각도 난다.
부다페스트는 생각보다 크고 화려한 도시였다. 거리에 자동차와 사람들이 붐비고 화려한 옛 건물이 많다. 이 도시는 과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다. 일차대전에 패하고 각민족이 뿔뿔이 독립하면서 지금은 조그만 한 나라에 불과하지만 그 때는 중부 유럽을 호령하는 큰 나라였다. 관광객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지하철로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의 소음이 크길레 다가가 보니 속도가 서울의 두배는 되는 것 같다.
버스터미날에서 한 시간 이상을 걸어 찾아간 숙소는 유흥지역 한 가운데 있었다. 짐을 풀고 시내 산책을 나오니 숙소 주변의 술집과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메어 터진다. 문제는 내가 묵은 숙소의 아래 층이 큰 술집이라는 거다. 네모 모양의 건물 가운데 정원이 술과 댄스를 하는 곳이다. 서로 대화가 안될만큼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 놓았으며 사람들의 대화 소음과 섞여 귀가 멍멍하다. 이 숙소를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우리 호스텔은 분위기가 끝내주며 부다페스트의 밤을 즐기는데 최적이다. 밤에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는 젊은이라면 우리에게 오라 고 소개 문구가 써 있어 그냥 광고인지 알았다. 숙소 침대에 누워도 소음이 대단하다. 소돔과 고모라가 바로 밑에 있는 것 같다.
워낙 피곤했기에 10시 경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소음 속에서도 금방 잠에 빠진 것 같다. 한 잠을 자고 깨어보니 소음은 여전하다. 시계를 보니 2시다. 다시 잠에 빠져 6시에 눈이 떴다. 몇명의 남녀 젊은이들이 방에 들어와 부시럭 대는 통에 깬 것 같다. 그들은 밤을 새고 놀다 이제 들어와 침대에 들려 한다. 모두들 바로 코를 골며 잠에 빠진다. 그들의 에너지가 부럽다.
나는 지금까지 자정을 넘겨 놀아본적이 거의 없다. 술마시고 즐겁게 노는 사람이 부럽다. 나의 형은  술을 좋아해 사람들과 어울려 항시 술을 마시며 친구도 많다. 그는 하루의 피로를 술마시며 푼다고 한다. 나는 술이 몸에 받지 않아  조금만 마시면 몸에 발진이 돋고 머리가 어질하다. 맑은 정신으로 술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사람들과 오랜시간 이야기 하며 친해질 기회가 없다. 술을 마시고 긴장을 풀며 사람들과 허툰 이야기를 하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축복이다. 삶이 힘들고 지루한 것을  항시 직시하며 살기에 인생이 너무 길다. 나는 나의 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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