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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8. 6. 15:02

Bee Wilson. 2019. The Way We Eat Now: How the food revolution has transformed our lives, our bodies, and our world. Basic books. 306 pages.

저자는 푸드 저널리스트로 서구 사회에서 음식 섭취와 관련해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최신 유행까지 다양하게 건드린다.  저자는 '음식 혁명'(food revolution)이라고 부르는 근래의 변화에 대해 비판적이다. 음식혁명이란 이차대전 이후 서구 사회가 풍요로워지면서 필요 이상으로 영양분을 많이 섭취하고 가공식품 중심으로 식생활이 바뀌는 현상을 지칭한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는 1950년대까지 전통적인 식생활이 지속되었다. 전통적인 식생활이란 자연 재료를 구입하여 집에서 직접 요리하여 먹으며, 아침 점심 저녁 세끼 식사를 중심으로 하며, 기본적으로 적정한 영양분의 식사를 하며, 지금과 달리 영양 과잉에 기인한 질병으로 고생한 사람은 드물었다. 

현재 서구인의 식생활은 저자가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식생활'(Global Standard Diet)'라고 지칭하는 유형을 보인다.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식생활'이란, 다국적 회사인 식품 가공 대기업이 생산하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식생활이 이루어지며, 당분과 나트륨과 지방이 많은 자극적인 음식 위주이며, 세끼의 정규 식사가 불규칙해지는 대신 간식을 많이 하며, 과거에 비해 음식 재료가 소수로 제한되는 편중된 식생활이다. 콜라나 쥬스와 같은 당분이 과다한 음료나, 케이크나 쵸콜렛과 같이 당분이 과다한 음식이나, 햄버거, 피자, 프랜치 프라이, 닭 튀김과 같이 지방이 과다한 식품은 과영양상태를 초래하여 고혈압과 당뇨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인류는 먹을 것이 부족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당분과 지방을 적극적으로 선호하도록 진화했다. 우리 몸의 영양 상태와 무관하게 단 것과 기름진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의 본능은 음식이 넘쳐흐르는 현대 사회에서 독으로 작용한다. 

식품 대기업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여 더 많은 자극적인 음식, 즉 당분, 지방,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구입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서구에서 이러한 식품 대기업의 꾀임에 그래도 덜 넘어간 사람들은 중상류층에 한정된다. 가난할 수록 야채와 같은 일차 식품을 구입해 요리할 환경이 안되고 여유가 없기에 패스트푸드와 싸구려 스낵을 주식으로 삼는다. 반면 상류층은 건강을 신경써 야채를 먹으려고 노력하며, 당분과 나트륨과 지방이 덜 들어간 음식을 요리해 먹는다. 기업의 힘이 세고 소득 불평등이 높으며 자본주의가 극단적으로 발달한 미국에서 비만한 사람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1990년대 이래 전개된 세계화로 인해 다국적 대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서구를 넘어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식생활'은 개발도상국까지 침투되었다. 남미 국가들에서 다국적 식품 대기업의 세력은 엄청나며, 아프리카와 인도에서도 서구 대기업의 가공식품이 전통적으로 일차 식품을 요리하는 관습을 대체해 가고 있다. 햄버거, 피자, 프랜치 프라이, 케이크, 콜라와 같은 서구 대기업의 가공 식품은 전통 음식보다 고급으로 대접받고 부유한 서구 사회를 선망하기에 개발도상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까지 없는 돈을 짜내서 콜라를 사 마시고 전통식품보다 햄버거를 선호한다.  

이 책에서 한국을 이러한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식생활이 세계를 휩쓰는 경향에 예외적인 국가로 소개한다. 김치를 주식으로 하고 채소를 많이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소득이 높아지면서 식생활이 서구화되는 개발도상국의 변화에서 예외적인 존재라고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한국인의 육류 소비양은 엄청난데. 이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영국사람인 것을 반영하여 주로 영국과 미국의 식생활을 염두에 두고 서술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반면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비서구 사회 사람들의 식생활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언급하며, 저자가 잘 모르고 쓴다는 것을 느낀다.  

저자는 결론으로 육류를 적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고, 가공 식품을 멀리하고, 당분과 지방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세끼 식사를 충실히 하는 대신 간식을 피할 것을 권고한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개인의 문제지만,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비만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의 식습관을 개선하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탕세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책을 읽으므로서 건전한 상식에 입각해 서구의 식생활을 점검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저자의 지적에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근래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음식에 관한 유행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에 예쁘게 나오는 요리를 찾아다닌다거나, 몸에 좋다는 다이어트 음식이나 음료 등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게 된다. 저자가 저널리스트이기에 읽기에 편하게 글을 쓴 것도 이 책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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