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

제2의 성

이현송 2025. 6. 5. 20:46

Simone de Beauvoir. 1949(2009). The Second Sex. Vintage Books. 766 pages. (translated by Constance Borde and Sheila Malovancy-Chevallier).

저자는 프랑스의 지식인이며, 이 책은 여성의 삶에 대해 총체적으로 논의한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학적, 정신분석학적, 문학적, 사회학적 측면에서 다양하고 방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이 책의 논의는 1970년대 여성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였으며, 여성학에서 전개되는 많은 논의에 마중물이 되었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여성은 생물학적 특징 때문이 아니라 여성답게(feminine) 사회화됨으로서 여성(gender)으로 살아간다. 여성은 갓난 아기에서부터 남성과는 다르게 사회화되면서, 여성으로서의 역할, 사고방식, 성격, 미래의 기대를 형성한다. 남성은 진취적, 활동적, 적극적이 되도록 장려되나, 여성은 수동적, 귀여움, 인내가 미덕으로 강요된다. 

여성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세상을 개척해나갈 수 없다. 이러한 권한은 남성에게만 주어지며, 여성은 수동적인 객체(the other)로서 존재한다. 즉 여성은 남성에 의해 조정되고, 억압되고, 착취되고, 남성을 위한, 남성에 봉사하는 존재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이기를 강요받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오래전부터, 남성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여성을 중요 지위나 역할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종속적인 위치에 머물게 했으며, 이를 당연스런 사회 질서로 인식하도록 제도화시키고 문화로 고정시켰다. 

여성이 자신의 열등성을 인정하고 수동적인 역할과 지위를 받아들이도록 성장하면서 길들여지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이러한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은 정신적으로 외곡되고, 무기력하고, 좌절과 우울, 열등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여성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기에 결국 마지 못해 여성이기를 수용하지만, 합리성과 정신적 건강성이 결여된 부실한 인간이 된다. 남성은 이런 여성의 성격과 행동을 신비주의 mysticism 로 포장하여 외곡한다.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것은 여성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질서에 굴종하는 것이다. 남성과의 사랑, 행복한 가정,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여성의 삶의 의미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남성은 여성과의 사랑, 행복한 가정, 사랑스런 자녀를 넘어, 사회를 바꾸고 자신의 뜻을 펴는 데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과 대비할 때, 남성 사회의 위선과 여성의 종속성이 드러난다.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열등성과 억압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독립적인 경제 수단을 가져야, 즉 일을 해야 한다. 일의 세계에서 남녀의 차별과 격차가 크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독립적인 경제 수단을 가질 때에야만 남성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굴종의 덧인 '여성성'(femininity)을 벗어버리고 남성과 대등한 존재가 될 때에야, 독립된 주체적 인간으로서 여성의 삶이 가능하다. 

이 책은 여성의 생리적 특징, 역사, 신화, 각 인생 시기별 삶의 경험, 독립된 여성, 매춘부,동성애자, 사회적 활동, 사랑, 등 여성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섭렵한 방대한 책이다. 하나의 일관된 주장으로 모든 논의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내뇽의 반복이 심하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20세기 중반의 여성의 삶은, 70년이 지난 지금의 여성의 삶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이 책이 기폭제가 되어 여성운동을 거치면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서술하는 여성의 삶의 바탕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