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onard Mlodinow. 2022. Emotional: How Feelings Shape Our Thinking. Vintage Books. 207 pages.
저자는 이론 물리학자이면서 과학 분야의 저술가이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감정(feelings)은 인간의 생존에 유용한 도구이다.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은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근래에는 인간의 감정이란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한 유용한 정보처리 기제라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뀌었다. 하등 동물은 주어진 조건에 정형화된 방식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반면, 고등 동물은 새로운 상황에도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을 대면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포함하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사고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복잡한 사고를 하지 않고도 상황을 신속히 평가하고 대응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인간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대응 간의 관계는 자동 반사적인 것은 아니다. 감정을 하나의 중요한 인풋 요소로 하여 사고를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한다. 감정(feeling)과 사고 작용(thinking)은 서로 밀접히 엮여 있다.
감정이 없다면 무엇을 해야할 이유가 어렵다. 감정은 행위를 하도록 유도한다. 즐거운 감정은 그러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을 계속 추구하게 만든다. 감정은 물리적으로 두뇌의 여러 부분이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이루어진다. 두뇌의 편도체는 감정을 관장하는 중심적인 영역이다. 인간의 굳건한 의지 (determination) 역시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이를 관장하는 두뇌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극으로 두뇌의 어떤 부분에 자극을 가하면 결심의 대상이 불확실함에도 결의의 감정이 높아진다.
사람은 각자 다양한 감정 영역에 대해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떤 감정을 더 자주 느끼며, 각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저자는 이를 감정의 프로필 (emotional profile) 이라 칭하는데, 수치심과 죄의식 (shame and guilt), 조바심 (anxiety), 분노와 공격성 (anger and aggression), 행복도(happiness), 사랑과 애착(love and attachment)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척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독자들에게 각자의 감정 프로필을 직접 구성해 보게 한다. 제시된 척도를 이용해 본인의 감정을 측정해본 결과, 수치심과 죄의식은 평균에 가까웠으며, 조바심과 분노는 평균보다 크게 낮았으며, 공격성과 행복도는 평균보다 약간 낮았고, 사랑과 애착은 평균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은 통제할 수 있다. 명상과 운동, 인정하기, 상황의 재해석,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기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각각에 대해 서술하자면, 명상과 운동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으며, 자신의 생각에 따라 감정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게 된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어떤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 눈을 돌리게 되면 감정이 안정된다. 격렬한 감정이 일 때 이를 글로 쓰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성공한 학자일 뿐 아니라, 전공 밖에까지 호기심을 뻗쳐서 대중 작가로서 성공한 특이한 사례이다. 스타트랙의 극본을 쓰고, TV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심리학 분야에 여러권의 베스트 셀러를 집필했다.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글을 쓸 때 무척 많이 다듬는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책과 같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흥미를 꾸준히 제공하는 글을 만들어 냈다. 메시지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큰 통찰력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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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2023. 내면소통: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인플루엔셜. 713쪽.
저자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학자이며, 이 책은 크게 두부분을 나누어진다. 첫째는 뇌과학의 연구결과 소개이며, 둘째는 명상의 효용과 실천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명상의 효용이 뇌과학의 연구 성과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뇌의 능력을 인지적 능력과 비인지적 능력으로 구분할 때,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건 인지적 능력 못지 않게 비인지적 능력이 중요하다. 비인지적 능력은 자기 통제력, 대인관계 통제력, 동기부여의 세개로 구성된다. 학습을 통해 인지적 능력을 향상하듯이, 비인지적 능력 역시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저자는 명상이 그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인간의 자아는 외부로부터의 감각 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감각을 처리한다. 이러한 감각이 쌓여서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아라고 지칭하는 '기억자아'이다. 한편 순간순간 발생하는 내외부로부터의 감각과 정보를 처리하는 자아는 '실천자아'이다. 이러한 정보를 처리하려면 이러한 작업의 준거를 제공하는 배경이 필요한데, 이를 '배경자아'라 한다. 배경 자아는 의식 수준에 떠오르지 않지만, 항시 그때그때의 정보와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상은 이 배경자아를 살피는 작업이다.
자신의 내부 감각을 스스로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훈련, 즉 자세를 바로하고 앉아, 호흡을 통제하면서, 의식의 집착을 멈추고 자신을 성찰하는 방식으로 명상을 하면, 앞에 언급한 비인지적 능력이 향상된다. 불교의 명상, 인도의 요가, 태극권 등은 방법만 약간씩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원리에 따르는 것이다. 자신의 내부의 감정을 관조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과 외부에 대한 통제력이 생기며, 자신의 감정의 굴곡이나 외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명상 실천에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둔 듯하다. 그는 유튜브로 자신의 이론을 설파하여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의 유튜브를 보면, 저자는 확신에 차있으며, 이렇게 좋은 것, 이렇게 분명한 것을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리도록 힘쓰는 사명감에 불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책 자체는 산만하고 반복이 많아 읽기 매우 어렵다. 여러 유명한 사람들이 그의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들이 과연 책을 읽고 추천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솔직히 나는 그의 설법에 별반 감동되지 않았다. 자기 확신에 찬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 삐딱한 성향의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혹은 그의 설득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어떻든 저자가 많은 연구와 실천을 축적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의 뇌과학 지식은 꽤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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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nry Gleitman, James Gross, and Daniel Reisberg. 2011. Psychology. 8th ed. W.W.Norton. 715 pages.
저자는 심리학자들이며, 이 책은 대학의 심리학 개론 교과서이다. 인지, 감정, 언어, 발달, 사회, 성격, 병리 등 심리학의 전영역을 포괄한다. 하위 분야에 따라 깊이에 차이가 있다. 심리학의 중심인 인지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훨씬 더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서술한 반면, 사회나 병리 분야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인간 심리관련 교양서를 읽다가 대학의 심리학 개론을 통해 심리학을 체계적으로 섭렵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심리학은 미국에서 사회과학 분야 중 규모가 매우 크며 많은 인재들이 몰리는 분야이다. 이 책은 다양한 하위분야를 잘 설명한 좋은 개론서이다. 오래전 대학시절에 심리학 개론을 들은 일이 있는데, 그때와 비교하여 학문이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을 느낀다. 지금까지 읽은 다양한 교양서에서 언급한 잡다한 논의들을 이 책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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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로버츠. (박경한, 권기호, 김명남 옮김). 2017. 인체 완전판 2판, 몸의 모든 것을 담은 인체 대백과사전. (The Complete Human Body by Alice Roberts). 사이언스 북스. 497쪽.
저자는 의사이자 체질인류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인체와 관련된 모든 주요 사항을 그림과 함께 담은 백과사전이다. 책의 절반 가까운 분량을 인체 해부 도감과 설명이 차지하며, 나머지 절만은 인체의 작동원리, 인생 주기, 질병과 장애로 구성되어 있다. 해부학의 그림이 전문가가 참고할 정도로 상세하며 부가된 설명이 매우 친절하다. 인체의 원리를 서술하는 부분이나 인생 주기에 따른 인간의 변화에 대한 설명 역시 수준이 높다.
전문적인 해부학과 생리학 지식을 다루면서 일반인도 이해할 수준으로 친절하게 서술한 대단한 책이다. 저자가 BBC에서 인간관련 여러 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한 솜씨가 이 책에서도 느껴진다. 번역도 무척 잘 되어서, 전문적인 의학 용어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서 번역해 놓았다. 지난 몇달 동안 책을 잡을 때마다 조금씩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꼈으며, 인체의 구조와 원리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를 보너스로 얻었다. 마지막 쪽을 읽으면서 아쉬움을 크게 느낀, 드물게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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