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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6 15:02

Bee Wilson. 2019. The Way We Eat Now: How the food revolution has transformed our lives, our bodies, and our world. Basic books. 306 pages.

저자는 푸드 저널리스트로 서구 사회에서 음식 섭취와 관련해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최신 유행까지 다양하게 건드린다.  저자는 '음식 혁명'(food revolution)이라고 부르는 근래의 변화에 대해 비판적이다. 음식혁명이란 이차대전 이후 서구 사회가 풍요로워지면서 필요 이상으로 영양분을 많이 섭취하고 가공식품 중심으로 식생활이 바뀌는 현상을 지칭한다. 미국에서는 20세기 초반까지, 유럽에서는 1950년대까지 전통적인 식생활이 지속되었다. 전통적인 식생활이란 자연 재료를 구입하여 집에서 직접 요리하여 먹으며, 아침 점심 저녁 세끼 식사를 중심으로 하며, 기본적으로 적정한 영양분의 식사를 하며, 지금과 달리 영양 과잉에 기인한 질병으로 고생한 사람은 드물었다. 

현재 서구인의 식생활은 저자가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식생활'(Global Standard Diet)'라고 지칭하는 유형을 보인다.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식생활'이란, 다국적 회사인 식품 가공 대기업이 생산하는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식생활이 이루어지며, 당분과 나트륨과 지방이 많은 자극적인 음식 위주이며, 세끼의 정규 식사가 불규칙해지는 대신 간식을 많이 하며, 과거에 비해 음식 재료가 소수로 제한되는 편중된 식생활이다. 콜라나 쥬스와 같은 당분이 과다한 음료나, 케이크나 쵸콜렛과 같이 당분이 과다한 음식이나, 햄버거, 피자, 프랜치 프라이, 닭 튀김과 같이 지방이 과다한 식품은 과영양상태를 초래하여 고혈압과 당뇨를 유발하는 주범이다. 인류는 먹을 것이 부족한 환경에서 오랫동안 살면서 당분과 지방을 적극적으로 선호하도록 진화했다. 우리 몸의 영양 상태와 무관하게 단 것과 기름진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의 본능은 음식이 넘쳐흐르는 현대 사회에서 독으로 작용한다. 

식품 대기업은 이러한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여 더 많은 자극적인 음식, 즉 당분, 지방, 나트륨이 많은 음식을 구입하도록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  서구에서 이러한 식품 대기업의 꾀임에 그래도 덜 넘어간 사람들은 중상류층에 한정된다. 가난할 수록 야채와 같은 일차 식품을 구입해 요리할 환경이 안되고 여유가 없기에 패스트푸드와 싸구려 스낵을 주식으로 삼는다. 반면 상류층은 건강을 신경써 야채를 먹으려고 노력하며, 당분과 나트륨과 지방이 덜 들어간 음식을 요리해 먹는다. 기업의 힘이 세고 소득 불평등이 높으며 자본주의가 극단적으로 발달한 미국에서 비만한 사람이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1990년대 이래 전개된 세계화로 인해 다국적 대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은 서구를 넘어 전세계로 확장되고 있다.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식생활'은 개발도상국까지 침투되었다. 남미 국가들에서 다국적 식품 대기업의 세력은 엄청나며, 아프리카와 인도에서도 서구 대기업의 가공식품이 전통적으로 일차 식품을 요리하는 관습을 대체해 가고 있다. 햄버거, 피자, 프랜치 프라이, 케이크, 콜라와 같은 서구 대기업의 가공 식품은 전통 음식보다 고급으로 대접받고 부유한 서구 사회를 선망하기에 개발도상국에서는 가난한 사람들까지 없는 돈을 짜내서 콜라를 사 마시고 전통식품보다 햄버거를 선호한다.  

이 책에서 한국을 이러한 세계적으로 표준화된 식생활이 세계를 휩쓰는 경향에 예외적인 국가로 소개한다. 김치를 주식으로 하고 채소를 많이 먹는 한국인의 식습관은 소득이 높아지면서 식생활이 서구화되는 개발도상국의 변화에서 예외적인 존재라고 지적한다. 과연 그럴까? 한국인의 육류 소비양은 엄청난데. 이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영국사람인 것을 반영하여 주로 영국과 미국의 식생활을 염두에 두고 서술한다는 인상을 받는다. 반면 한국, 중국, 일본과 같은 비서구 사회 사람들의 식생활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언급하며, 저자가 잘 모르고 쓴다는 것을 느낀다.  

저자는 결론으로 육류를 적게 먹고, 야채를 많이 먹고, 가공 식품을 멀리하고, 당분과 지방이 많은 음식을 피하고, 세끼 식사를 충실히 하는 대신 간식을 피할 것을 권고한다. 무엇을 먹을 것인가는 개인의 문제지만, 영국이나 미국과 같이 비만이 큰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에서는 정부가 국민들의 식습관을 개선하도록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설탕세가 대표적인 예이다.  

이 책을 읽으므로서 건전한 상식에 입각해 서구의 식생활을 점검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  저자의 지적에 특별한 것은 없지만 근래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음식에 관한 유행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예컨대 인스타그램에 예쁘게 나오는 요리를 찾아다닌다거나, 몸에 좋다는 다이어트 음식이나 음료 등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게 된다. 저자가 저널리스트이기에 읽기에 편하게 글을 쓴 것도 이 책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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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2 12:59

Nate Silver. 2012. The Signal and The Noise. Penguin Books. 454 pages. 

저자는 선거예측 사이트인 FiveThirtyEight.com의 운영자로, 2012년 오바마가 선출된 대통령 선거에서 미국 50개 주의 선거결과를 모두 정확하게 예측해 냄으로서 하루 아침에 유명해진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어떻게 예측의 달인으로 성장하게 되었는지, 그의 예측의 기술은 무엇인지 설명한다. 그의 예측 기술의 핵심은 베이즈 공리, 즉 조건부 확률 이론에 입각한 통계적 예측이다. 기존에 알고 있는 정보에 입각하여 확률적 예측을 한 후, 새로운 유용한 정보가 나타날때마다 예측 확률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저자는 청소년 시절 야구를 매우 좋아 하였으며 야구 결과를 예측하는 데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관심을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야구 결과 예측모델을 개발하여 프로야구단에 판매하기까지 하였다. 미국 프로야구는 극도로 정량화된 세계이다. 선수 개개인의 타율, 출루율, 방어율, 투수의 삼진, 사구 비율 등과 같은 기초적인 지표에서부터 개개 선수가 어떤 위치에서 어떠한 행위를 하였는지에 대해 상세한 지표가 개발되어 수십년간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 이러한 자료는 선수 개개인의 평가와 선발에 사용되며, 팀의 승패를 예측하는데 이용된다. 스포츠 선수 트레이드 시장이나 스포츠 게임의 승패를 두고 내기를 하는 시장 또한 규모가 크다. 이 책에서는 야구의 선수의 업적과 게임의 승패를 예측하는데 관한 설명이 다양한 사례를 사용하여 자세히 제시된다.  

예측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것이 유용한 정보이고 어느 것이 랜덤한 요소인지를 구분해내는 일이다. 그는 이를 신호와 소음이라고 지칭한다. 지금까지 발생한 사건들로부터 유용한 패턴을 추출하는 작업은 단번에 완성되는 작업이 아니라 점차로 정확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다.  지금까지의 가용 정보를 기반으로 가능성이 높은 패턴, 혹은 가설을 만들고, 전개되는 사건이 이 패턴에 얼마나 맞아 떨어지는지에 따라 점차적으로 조정을 해가는 작업. 이는 다름아닌 과학적 연구방법이다. 발생한 일 중 많은 부분은 랜덤한 요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사람들은 이렇게 랜덤하게 발생한 것을 패턴으로 혼동하기 쉽다. 무엇이 랜덤한 요인이고 무엇이 유의미한 패턴에 의해 발생하는지 사전에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저자의 두번째 직업은 포커 도박사였다. 포커 게임은 게임이 진행되면서 상대의 패의 범위를 읽어내고, 자신이 가진 패의 승률을 면밀하게 계산하여 콜을 할것인지, 상대의 콜을 받을 것인지, 아니면 죽을 것인지를 판단해 낸다. 저자는 한 때 상당한 돈을 따기도 했으나, 프로 도박사의 세계에서 자신의 역량의 한계를 깨닫고 손을 떼었다. 이 책에서 포커 게임의 원리와 전문 도박사들이 어떻게 승율을 따지는지에 대해 매우 체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실 저자를 유명하게 한 것은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그는 뉴욕타임즈에 그의 예측 결과를 보고하는 칼럼을 쓰게 되었는데, 그것의 정확도가 어느 다른 선거 예측전문가 보다 높게 나타나 단번에 눈에 띠었다. 그는 선거를 앞두고 벌어지는 모든 여론 조사를 반영하고, 지난 수십년간 벌어진 모든 선거 결과와 여론조사의 기록을 면밀히 분석하여, 체계적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선거 시점으로 다가갈수록 유용한 정보의 비중이 높아지는 반면 랜덤한 요인의 작용은 줄어들기 때문에, 예측의 정확도는 얼마나 선거에서 멀어져 있냐에 따라 달라진다. 이 책에서는 선거 예측 모델은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는다.  아마도 저자는 선거 결과 예측에 관해 별도의 책을 쓰려고 계획하고 있거나, 혹은 현재 잘 나가가고 있는 사업의 비밀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밝히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이책에서 상세하게 설명하는 또다른 예측 사례는 기상예측, 지진 예측, 기후변화, 이다. 저자는 이 주제에 관해 쓰기 위해 많은 사람을 인터뷰하고 관련 자료를 풍부히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주식 시장의 예측 또한 제법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높은 승률을 기록했다고 하는 펀드들이 얼마나 시장 평균에서 벗어나는지, 모든 가용한 정보가 가격에 반영되어 있다고 하는 완전시장가설이 얼마나 타당한지, 주가의 변동에서 유용한 패턴과 랜덤한 요소를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대하여 저자 나름의 설명이 제시된다. 이외 테러 발생 예측에 대한 설명도 별도의 장에서 전개한다. 

야구 승률 예측에서 시작하여 포커 도박사를 거쳐 선거 결과 예측으로 성공한 저자가 자신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예측의 기술에 대해 솔직히 설명한 이 글은 제법 흥미롭다. 확률 이론서나 통계 교과서처럼 수식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설명이 체계적이며 관련 이론에 대해 풍부한 지식을 보유하고 실전에 적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사례를 설명하는 서술에서 읽을 수있다. 그가 예측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읽다보면 예측이란 매우 현실적이고 냉정한 이성을 필요로 하는데, 예측의 정확도가 어느 정도 기본적인 수준에 도달한뒤 조금 더 나아가려고 하면 엄청나게 많은 노력을 투입해야 약간의 향상을 이룰 수있는 지난한 작업임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그렇게 엄청나게 노력하여 성과를 거둔 사람임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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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3 19:01

Robert M. Sapolsky. 2004. Why Zebras don't get ulcers: the acclained guide to stress, stress-related diseases, and coping. 3rd ed. St. Martins Griffin. 419 pages.

생물학자이며 신경생리학자인 저자가 스트레스의 작동기제와 관련한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룬 과학서이다. 일반 독자를 상대로 쓴 교양서라고 하지만 스트레스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에 대해 모든 기존 논의를 상세히 비교 검토하기 때문에 학술서에 가깝다. 책 뒤에 주석만 100쪽에 달하며, 이 책에서 언급하는 실험과 연구와 주장의 강점과 약점, 한계에 대한 논의가 끝 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이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저자는 계속 이어지는 전문 용어를 쫒아가기 바빴으며 때때로 나무 더미에 파뭍혀 숲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책에 소개되는 많은 논의는 동물 연구를 바탕으로 인간에 대해 탐구하는 전형적인 생리학적 방법을 쫒아 이야기를 진행한다. 동물은 생존이 달린 위기의 상황에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것은 그 위기가 지나면 사라지는 성격의 것이므로 그 위기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은 없다, 그 위기 때문에 죽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반면 인간이 처한 스트레스 환경은 동물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생존이 달린 극심한 위기에 처하는 경우는 드물며, 물리적 결핍보다는 심리적 및 사회적 긴장을 유발하는 상황에 처하며, 충격의 성격이 단 시간에 높은 강도로 발생하다 곧 끝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낮은 강도의 긴장이 지속된다.

사느냐 죽느냐의 위기에서 동물은 이 상황을 타개 하기 위해 몸이 최고의 효율을 내도록 신진대사가 이루어진다. 근육의 힘을 최고로 내기 위해 근육 조직에 혈액이 집중적으로 공급되고, 혈압이 높아고 맥박이 빨라지며,  에너지의 원천인 당분을 혈액에 풍부하게 공급한다. 반면 일상적인 신진대사 작용은 억제된다. 소화기관의 기능은 정지하고, 성기능은 중단되고, 면역체계는 작동을 멈추며, 몸에 손상된 조직을 고치고 조직을 성장시키는 기능은 일시적으로 차단된다. 두뇌의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라는 호르몬이 심장, 간, 신장 등 몸의 구석 구석에 이렇게 신진대사가 일어나도록 신호를 내린다. 이러한 비상 상황이 단기간 발생하다가 위기가 끝나면 글루코르티코이드 호르몬의 분비는 억제되며, 신진대사 작용은 평소 상태로 복귀한다. 반면 인간의 경우 낮은 강도로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이렇게 단기간의 비상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작동하는 신진대사가 오랜 시간 지속되고 글루코코르티코이드 호르몬 레벨이 높은 수준에 머물면서 몸 전체에 무리를 가한다. 동물은 단시간에 발생하는 엄청난 충격의 스트레스 때문에 고혈압이나 위궤양과 같은 지병에 걸리지 않지만, 인간은 오랫동안 지속되는 스트레스가 면역 체계를 훼손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형태로 발전한다. 오랫동안 지속되는 스트레스는 현대인이 당면한 모든 신체적 및 심리적 문제의 근원이다. 스트레스는 고혈압, 당뇨를 유발함은 물론 성기능을 감퇴시키고, 성장을 억제하며, 면역력을 저하시키고, 기억력을 저하시키며, 우울증을 유발하며, 궁극적으로 수명을 단축시킨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스트레스의 영향에 관한 언급은 사실 별로 새롭지 않다. 저자는 유인원과 쥐를 대상으로 스트레스의 생리적 및 심리적 기제에 대해 많은 연구를 수행하였기 때문에, 논의의 상당부분을 자신의 동물 연구에서 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스트레스가 어떻게 동물과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지 그 기제를 생리학적으로 상세히 밝히고, 기존의 주장이 인과적으로 타당한지 면밀히 검토하는 작업을 지치지 않고 수행한다. 이 분야에 막연한 관심을 가진 일반 독자보다, 이분야에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이 있으면서 좀더 세밀히 논의를 살펴보려고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듯 하다. 

책의 전반부에서 스트레스의 생리적 기제에 대한 전문적 논의를 전개한 다음, 책의 후반부에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신체적 변화와 스트레스의 인과관계에 대해 논의한다. 스트레스와 통증, 스트레스와 기억력, 스트레스와 노화, 스트레스와 우울증, 스트레스와 성격, 스트레스와 사회경제적 지위 등이 주요 주제이다. 이 책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 중 하나는 빈곤과 불평등은 스트레스를 크게 유발하는 요인이며, 어린 시절의 성장 환경, 심지어 엄마 배 속에서 경험한 것이 수십년 뒤 성인기와 노년기에 경험하는 스트레스 정도와 대응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스트레스를 적게 받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잘 대응하려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아서는 절대 안되며 좋은 성장 환경에서 자라야 한다는 사실이 과학적 연구 결과 확인된 가장 확실한 진리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를 우울한 진리라고 누차 인정하지만, 여하간 진리는 냉혹한 것이다. 

맨 마지막 장에서 이러한 모든 연구 결과를 종합할 때 그렇다면 어떻게 스트레스를 줄이고, 어떻게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것이 좋겠는가 조언을 한다. 상황에 대한 통제력이 높을수록, 예상할 수있을수록, 스트레스를 풀 출구가 있을수록, 사회적 지지를 확보할수록, 적절한 운동을 할수록, 스트레스를 낮출 수있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맨 마지막 말은, 상황에 따라 이러한 조건을 만들기 힘들거나 혹은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경우가 왕왕 발생하므로, 유연하게 사고하면서 너무 걱정하지 않도록 노력하라, 모든 것이 지나치면 해가되므로 적당히 하도록 하라고 조언한다. 엄청난 연구를 한 결과 내리는 조언 치고는 너무나 평범하다. 그러나 평범한 것에 진리가 있다.   

몇 달 전 티브이를 보다가 홍혜걸 의학전문 기자가 이 책을 엄청나게 치켜세우는 것을 듣고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나에게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일념으로 거의 한달에 걸쳐 틈틈이 시간을 내어 다 읽었다. 중간에 이 책을 계속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다른 책을 읽으며 동시에 조금씩 읽어 나갔다. 수없이 나오는 전문 용어와 실험과 연구 결과와 세밀한 논쟁을 쫒아가는 것이 머리 아파, 후반에 이백 쪽 가량은 소리내서 읽다가 목이 쉬었다. 그럼에도 이 책을 읽으면서 인과적 관계를 엄밀히 검증하는 것, 의학적 찬반 논쟁, 객관적 학술 검증 논리에 익숙해 진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책 한 권을 마침내 끝냈다는 성취감이 가장 크기는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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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1 10:53

Leonard Mlodinow. 2008. The Drunkard's Walk: How randomness rules our lives. 219 pages. Vintage Books.

인간은 주변에 일어나는 모든 일에서 항시 패턴을 찾으려 한다. 패턴을 파악하여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할 수 있다면 생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상에 모든 일은 패턴, 즉 규칙에 따라 전개된다는 믿음은 결정론적 세계관이다.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세상의 모든 일이 신의 뜻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믿었다. 이러한 세계관에서 사는 사람은 체계적인 관찰을 통해 자연 현상의 규칙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으므로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다. 체계적이며 경험적인 관찰이 타당한 탐구 방법으로 수용되면서 자연 현상의 규칙을 발견함과 함께, 세상은 랜덤한 요소, 즉 우연적 혹은 임의적인 요소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확률적인 규칙성을 발견한 것이다. 

이 책은 랜덤, 즉 임의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확률 이론과 통계학의 발전 과정을 짚어 본 과학사 책이다. 확률론은 수학에서도 가장 기초가 되지만 일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담고 있다. 저자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를 다양하게 인용하면서 확률론을 알기 쉽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도박사의 승률 계산에서부터 시작된 확률에 대한 인류의 관심은, 복권의 구조, 스포츠의 승률, 증권 가격의 움직임, 재판에서 평가되는 증거의 타당성, 사업 성공의 확률, 측정의 오차, 속성의 분포, 등등. 우리 삶에서 확률의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 없으므로 저자는 삶의 거의 전 영역에 걸쳐 확률의 원리를 적용하면서 통찰력을 제공하려고 한다. 

세상의 일은 개인의 능력, 환경적 요인, 랜덤한 요소, 이렇게 세가지가 결합되어 전개된다. 그러나 사람들은 랜덤한 요소를 과소평하하는 반면, 개인의 능력을 과대평가한다. 뮤츄얼 펀드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지난 이십년간 두드러지는 성과를 기록한 회사가 사실은 랜덤한 요소가 작용하여 그렇게 되었음을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수년 동안 뛰어난 사업 성과를 낸 회사가 CEO의 특출난 능력 때문이 아니라 랜덤한 요소 때문에 그리 될 수 있음을 입증힌다. 반대의 경우, 즉 수년 동안 부진한 성과를 기록한 회사 또한 CEO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랜덤한 요소 때문에 그리 될 수 있다. 세상일은 랜덤한 요소가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지나고 나서 보면 필연인 것 같고 규칙성을 추출해내지만, 그러한 사후적으로 추출한 규칙을 적용하여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를 예측하면 거의 빗나간다.  

우리의 삶에서 우연한 계기 때문에 인생의 진로가 바뀐 경우가 많은 것을 볼 때, 인생사에서 랜덤한 요소의 비중이 적지 않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랜덤한 요소를 거부, 내지 과소평가하는 반면 개인의 통제 가능성을 과대평가 하기 때문에, 일의 진정한 전개 원리를 외곡하여 인식한다. 저자는 다양한 사례와 학술적인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우리의 현실 인식이 크게 외곡되어 있음을 깨닫게 한다. 

세상사의 전개에서 랜덤한 요소의 비중이 그렇게 크다면 우리가 노력하는 것은 허사가 아닌가 하고 질문할지 모르지만, 저자는 단호하게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랜덤한 요인 때문에 실패할 수 있고, 랜덤한 요인 때문에 성공할 수있지만, 꾸준히 노력하고 여러번 시도한다면 결국 자신의 능력에 상응하는 성공의 확률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은 조금만 더 노력하였다면 거듭된 실패 끝에 성공이 찾아올 수 있었을텐데 안타깝게 중도에 중단하여 자신의 능력에 상응하는 확률적인 승률을 실현하지 못한다. 반면 억세게 운 좋은 사람은 단 한번의 시도에서도 자신의 능력에 벗어나는 예외적인 성공을 랜덤한 요인 때문에 거두기도 한다. 개별 사례가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지만, 많은 수가 모일 때, 즉 여러번 반복될 때 확률적인 규칙성이 적용되므로, 이는 인간사에 희망을 준다. 여러번 실패한 사람이, 여러번 시도해본 사람이 결국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은 통찰력을 주는 흥미있는 읽을 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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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26 11:36

Keith Payne. 2017. The Broken Ladder: How inequality affects the way we think, live and die. Penguin Books. 219 pages.

사람들은 불평등을 각자 어떻게 체험할까. 이러한 개인적 체험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저자는 자신이 어릴 때 마음 속에 각인된 불평등에 대한 체험을 토대로 심리학 연구 결과를 엮으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불평등에 대한 기존 논의가 대부분 객관적인 불평등 수준에 집중해 있음에 반해, 이 책은 불평등을 경험하는 사람들의 감정, 행동, 사고에 촛점을 맞추어 심리학적으로 접근한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남과 자신을 비교하는 성질을 타고난다. 극단적 결핍 수준을 넘어서면, 사람들은 항시 자신과 남을 비교하여 자신의 상대 가치를 평가한다. 이러한 비교는 의식의 수준에서는 물론 무의식 수준에서 항시 작동되는 심리적 기제이다.  사람들은 남과 비교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광고는 이러한 사람들의 성질을 교묘히 이용한다. 자신의 비교 대상은 지리적으로 및 지위 면에서 자신과 근접한 사람들이다. 이들과 자신 간에 격차가 클 수록 사람들은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더 많은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는다. 

동물의 세계에서 삶의 상황이 열악할 때  위험을 무릅쓰는 행위를 감행하면서 진하게 살다가 일찍 죽는데, 이는 진화의 과정에서 종을 유지하기에 유리한 생존 전략이다. 반면 삶의 상황이 양호할 때에는 가급적 위험을 회피하며 긴 안목에서 계획을 세워 일을 추진하며 오래사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다. 같은 맥락에서 인간 또한 불평등이 높은 사회일수록 최상위를 제외한 모두가 상대적으로 상황이 열악한 상황에서 삶을 영위해야 함으로 위험을 회피하지 않고 미래를 고려하기 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우선시하는 충동적인 삶을 선택하게 된다.  

미국 내에서 지역간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비교하던 혹은 미국과 북유럽 사회를 비교하건 유사한 결과를 얻는다. 불평등이 높은 지역이나 나라일수록 삶이 긴장되고, 사람들은 위험을 회피하지 않으며, 단기적 시간 계획으로 살아간다. 그 결과는 미국이 다른 선진국보다 폭력적이며, 범죄율이 높으며, 건강 수준과 평균 수명이 낮으며, 갈등이 심하다. 또한 불평등이 클수록 사람들은 종교에 몰입하며, 음모론과 같은 비합리적인 주장에 동조한다. 반면, 불평등이 낮을수록 사람들은 합리적이고 세속적이며 정치적으로 중도적인 성향이 강하다. 불평등한 보상은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일하게 하는 자극제가 되지만, 현재의 불평등 수준은 이러한 긍정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불평등한 사회를 살아가는 지혜를 제시한다. 남과 비교하려 하기 보다 자신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평가하는 훈련을 하면, 상대적 비교가 낳는 비참한 느낌을 완화할 수있다고 조언한다. 이 책은 어떻게 불평등을 줄일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불평등에 대한 논의가 대부분 건조한 반면,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함께 심리학 실험과 연구 결과를 동원하여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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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9 13:36

Michael Marmot. 2004. The Status Syndrome: How social standing affects our health and longevity. Henry Holt & Co. 271 pages.

가난한 사람이 부자보다 건강 수준이 안좋다거나 수명이 짧다는 사실은 가끔씩 신문에 보도된다. 사실 사람들은 주변 경험으로부터 이를 잘 알고 있지만 이러한 사실을 새삼 확인하게 되면 마음이 불편하다. 수명의 차이는 인간의 도덕성에 위배되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사람들간 건강 불평등이라는 주제와 관련된 논의에서 가장 기본이 된다.  이 책은 저자가 196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최근까지 반세기 동안 계속하여 진행한 연구인  '화이트홀 연구'(Whitehall study) 결과를 바탕으로 한다.  '화이트홀'이란 영국 런던에 정부 청사가 밀집한 지역의 이름인데, 정부 관료를 대상으로 왜 건강 수준이 직급에 따라 차이가 나는지 밝히는 것이 이 연구의 핵심이다. 

생존을 위한 기본적 욕구를 충족할 수없을 정도로 결핍한 상태라면 물질적 수준이 향상되면 건강 수준이 향상된다. 그러나 기본적 욕구가 충족된 단계를 넘어서 사람들의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나는 원인은 무엇일까? 유전자의 차이나 음식이나 생활습관의 차이를 원인으로 흔히 거론하는데, 저자는 조직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따라 건강 수준에 차이가 나는 현상에 주목한다. 하위 집단은 바로 위의 상급 집단보다 건강 수준이 낮으며, 중간 지위 집단은 그보다 바로 상위의 집단보다 건강 수준이 낮으며 일찍 죽는다. 즉 위계 조직에서 상대 지위에 따라 건강 수준과 수명이 정확히 비례관계이다. 일반적으로 건강 수준이나 수명을 따질 때에는 건강이 안좋은 사람과 오래 사는 사람, 즉 건강 수준에서 양극단의 사례를 거론하는데, 저자는 그 중간에 있는 사람들, 즉 위계적 조직이나 사회에서 사는 사람들 모두에게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영국 정부의 관료라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물질적인 기본 욕구는 모두 충족했다.  그에 따르면 위계 내에서의 상대적 지위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상대적 지위가 낮을 수록 일의 자율성 및 결정에 참여하는 정도는 떨어지는 반면, 지위가 올라갈수록 자율성과 참여 정도는 높아진다.  명령에 따라 수동적으로 단순한 일을 반복하는 것은 사람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여 건강을 해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이에 더하여 자율성과 참여의 정도에 따라 건강이 영향을 받는 관계가 단순히 최하위 노동자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계층의 관료에게 해당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인간은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 위계적 관계 속에서 살아야 한다. 직접 명령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삶을 자신이 조정할 수있는 정도는 사회적 지위에 좌우된다. 지위가 높을수록 자신의 삶과 주변을 자신의 의지 대로 조정할 수있는 능력이 커지는 반면, 지위가 낮을 수록 자신의 삶이 자신의 의지가 아닌 힘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회의 불평등 정도가 높을 수록, 조직의 위계적 성격이 뚜렷할수록 지위에 따라 건강이 좌우되는 정도도 커진다. 북유럽 국가들이 그들보다 소득이 높은 미국보다 건강수준이 높은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 수준의 차이에 대해 체계적인 설명을 제시한 책이므로 아무리 일반 독자에게 다가가도록 쉽게 썼다고 해도 평이하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저자가 자신의 평생의 연구 결과 얻은 핵심을 일반인에게 전달하겠다는, 그래서 사회 변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겠다는 사명감이 느껴진다. 건강 수준의 격차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다양한 이론과 연구 결과를 풍부하게 소개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한걸음씩 펼쳐가는 노력이 엿보인다. 저자가 젊은 연구자였을 때 화이트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접한 뜻밖에 발견이 그의 이후의 일생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말이 다가온다. 마치 퀴리부인이 우연히 방사능을 발견한 것이 그녀의 이후의 일생을 결정했던 사례가 사회과학에서도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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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22:17

Philip E. Tetlock and Dan Gardner. 2015. Superforcasting: the art and science of prediction. Crown Publishers. 285 pages. 

심리학자인 저자가 수 년동안 진행한 연구 성과를 요약한 책이다. 그가 주도한 연구 프로젝트는 일 군의 일반 사람들에게 가까운 미래에 특정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구체적 확률치로 예측하도록 하여, 이 가능성 예측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있었는가를 분석한다. 미래 예측 게임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들이 사용한 방법에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다양한 출처의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며, 자신이 예측이 실패하였을 때 그 원인을 면밀히 검토하여 자신의 분석 방법을 점진적으로 개량하며, 직관에 의지하기보다는 객관적 사실에 의지하여 긍정적 요인과 부정적 요인을 면밀히 비교한다.  사람들은 다양한 요인에 대해 복잡하게 계산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싫어한다. 반면 예측의 달인은 끈질기게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고 비교 분석하고, 자신의 판단을 재검토하여 개선해 나간다. 이는 소위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이 사실에 입각하여 자신의 견해를 수정하려하지 않는 독단적 태도와 대조된다. 소위 전문가라 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예측과 어긋나는 사실이 나타나도 자신의 견해를 애매한 표현으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은 문제에 대해 체계적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으며, 다양한 관련 자료를 모으는 노력을 거부하며, 자신의 판단을 재검토하고 오류로부터 배우는 것을 싫어한다. 요컨대 사람들은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저자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성향이 엉터리 예측을 반복하는 이유라고 진단한다. 이러한 사람들의 성향에 대한 그의 지적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다니엘 칸네만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  저자는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것이 훈련을 통해 점진적으로 향상될 수있는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학문적인 연구의 성과를 배경으로 쓴 책 답게 논의가 체계적이며 메시지가 분명하다. 그가 언급한 것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을 지적하자면, 우연을 인정하는 태도에 관한 언급이다. 세상의 일들은 다양한 가능성 중에서 하나가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어떤 일이 왜 그렇게 전개되었는가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여러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가 발생한 것은 우연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우연이 거듭되면서 여러 일이 여러 일을 낳은 것이므로, 미래란 기본적으로 불확실하다. 예측을 할 수있는 사안을 예측해야 하며, 예측을 할 수없는 사안을 예측하려고 하는 것은 허사이다.  분명한 것은 현재에서 먼 미래일수록 예측은 허사라는 사실이다. 예컨대 5년 내의 예측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으나, 10년 후의 예측은 전혀 가능하지 않다.  이 책에는 근래에 발생한 정치 경제 사례를 풍부하게 들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므로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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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6 10:42

Kwame Anthony Appiah. 2018. The Lies Than Bind: Rethinking Identity, creed, country, color, class, culture. Liveright publishing co. 219 pages.

저자는 영국 출신의 철학자로 미국의 뉴욕대 교수로 있다. 이 책은 그가 BBC 라디오 강좌를 위해 쓴 원고를 보완한 것이다. 일반 독자를 상대하므로 전문용어나 이론적 논의를 최소화 하면서 정체성의 다양한 측면에 대해 설명한다.  

그는 가나 출신의 아버지와 영국의 전통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여 영국에서 성장하면서 정체성의 어려움을 겪었다. 사람들의 정체성, 즉 '그는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그리 간단히 답할 수없다. 이 책의 핵심 주장은, 사람들은 정체성을 본질적 특성의 반영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이다. 성, 종교, 민족, 인종, 계급, 문화 등 이 모든 정체성은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다. 이 책의 제목  '사람들을 묶어주는 거짓말' 은 바로 이러한 사람들이 정체성에 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 잘 못된 것일뿐 아니라 해악적인 요소를 포함한다는 그의 주장을 반영한다. 

첫번째 장에서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 정체성을 예로 하여 이것이 본질적(essential) 특성의 반영인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construct) 것인지에 관한 이론적 논의를 소개한다. 사람들은 구분되는 범주에 대해 이름을 붙이며 이 이름은 본질적인 무엇을 지칭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컨대 남성은 여성과 본질적으로 구분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물학적 성(sex)과 사회적인 성(gender)을 구분해야 한다.  사람들이 남성 여성에 대해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의 대부분은 '성 역할'이라 지칭하는 사회적 성에 해당한다. 사회적 성 정체성은 인간의 생물학적 본질을 지칭하기보다 사회가 만들어 낸 것으로 사회에 따라 다양하다. 인종 또한 사회가 만들어 낸 것이다. 백인과 흑인의 구분은 생물학적 측면에서 피부색의 차이를 반영하지만, 그 핵심은 서구의 세계 지배의 산물이다.  흑인을 백인보다 열등한 종으로 인식하고 흑인을 노예로 지배한 역사를 통해 인종은 서구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정체성 항목이 되었다.  

종교적 정체성은 인종과 엮여 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도라는 정체성은 백인이라는 정체성과 함께 하며 서구 문명의 핵심이다. 민족 구분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는지 여부가 핵심이지만, 서구에서도 19세기에야 비로서 형성된 구분이다. 그 전에는 한 나라에 다양한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함께 살았으며, 언어의 구분 또한 애매하다. 따라서 민족은 매우 자의적인 구분이다. 가족이나 소규모의 부족 혹은 마을을 넘어선 큰 집단, 즉 서로 대면할 일이 없는 큰 집단을 하나의 민족이라는 단일 정체성 집단으로 만든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정치적 과정의 소산이다. 계급은 경제적 자산의 다과에 따라 만들어진 범주인데 과거에는 귀족, 지주, 평민 이라는 신분으로 구분되었으며, 근대로 오면서는 교육 수준, 소득, 직업 으로 구성되는 사회경제적 지위로 대표된다. 사회경제적 지위는 지위 집단간 뚜렷이 구분되는 경계를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중시하는 경계 구분은 여전히 존재한다. 예컨대 대학을 졸업했는지, 몸을 쓰지 않는 사무직에 종사하는지, 등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나 사고방식이 구분된다.  아무리 개인의 성취를 중시하는 업적주의 사회가 도래한다고 해도 능력이나 업적 자체가 세대간에 세습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특정 계급 집단의 정체성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책은 교과서적 사실을 다양한 예를 들어 알기 쉽게 풀어 쓴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 정체성에 대해 일반적인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확인하게 된다. 대립되는 논쟁을 소개하거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므로 평이하게 읽을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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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05 21:51

Michael Booth. 2014. The Almost Nearly Perfect People. New York: Picador. 374 pages

이 책의 저자는 영국에서 성장하여 덴마크 부인을 만나 그곳에서 오랜동안 살면서 그곳 사람들의 생활과 사고방식을 웬만큼 이해하였다. 그 바탕위에 모든 세계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주제인 "북유럽 사회는 어떻게 그렇게 모범적인가?" 하는 질문을 다각적으로 천착한다. 덴마크에서 시작하여, 아이슬랜드, 핀란드, 스웨덴으로 나아가면서 각각의 나라에 대해 서술한다. 북유럽 사회를 오랫동안 관찰하고 글을 써온 기자의 통찰력과 풍부한 유머가 녹아있어 읽는 즐거움을 더한다. 물론 영미 사정에 능통하지 않은 필자에게는 이해되지 않는 고유명사와 구절이 많지만. 

저자는 북유럽 사회야 말로 지금까지 인류가 건설한 사회 중 가장 완벽하다고 인정한다. 완벽한 사회는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높은 신뢰, 사회적 통합, 경제적 평등, 성평등, 합리주의, 겸손, 잘 균형잡힌 정치경제 시스템, 높은 삶의 질이 저자가 칭송하는 북유럽 사회의 공통된 특징이다. 북유럽 국가 사람들은 풍요롭고, 안정되고, 합리적이고, 평등하고, 부당한 경우를 당하지 않는 삶을 살며, 그 들은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정말 합리적으로 방안을 찾아 조정하고 실천해 왔다. 그야말로 모범적인 사회와 사람들이 아닌가? 그들은 이러한 자신의 사회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각자가 자신의 의무를 지고 필요한 희생과 타협을 회피하지 않는다.  북유럽과 비교할 때 미국이나 영국의 불평등하고 엉망인 모습은 뚜렷이 대조된다. 

어떻게 북유럽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를 건설할 수있었을까? 그는 여러가지로 원인을 분석한다. 봉건제가 발달하지 않았으며, 오래전부터 상대적으로 평등한 사회였다는 역사적 배경, 사람이 살아가기 힘든 자연환경은 불평등을 억제하며 협동을 장려한다는 점, 오랫동안 인종 민족적으로 동질적이었으므로 사람들 사이에 신뢰와 이해의 정도가 깊다는 점, 헌신적이며 유능한 정치 지도자가 계속 나타났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제시한다. 

저자는 북유럽 사회의 강점을 인정하면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님을 곳곳에서 언급한다. 현재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두가지이다.  첫째는 매우 이질적인 배경의 이민자가 늘면서 본토인과의 통합에 어려움이 크며, 이들 사이에 격차가 크기 때문에 북유럽 사회의 근간인 사람들의 동질성과 신뢰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근래에 이민을 반대하는 극우 집단이 세력을 확장해가는 것은 우려할만하다. 둘째는 출산율이 낮고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복지사회의 재정적 미래가 위협에 처해 있다. 덴마크는 가계의 빚이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높으며, 스웨덴은 1990년대 경제위기 때 복지제도를 과감히 축소하였음에도 복지재정 부담이 높다. 이미 개인의 조세 부담율이 50%에 달하여 더 이상 높일 여지가 없으므로 앞으로 복지재정이 불안해 질 수있다.  

저자는 북유럽 사회가 안정되고 신뢰수준이 높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규율에 순응하는 북유럽 사람들의 삶은 따분하고 역동성이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맞는 말이기는 하다. 개발도상국이나 심지어 미국 만해도 언제 무슨일이 일어날지 모르지 않는가?  그렇지만 세대간 지위 이동의 가능성은 북유럽 사회가 미국을 포함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 높다. 북유럽에서도 여전히 부모를 잘 만나야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그 정도가 다른 사회보다 훨씬 덜하다. 미국은 아메리칸 드림이라고 말만 요란할 뿐 세대한 지위이동은 상대적으로 낮다. 또한 북유럽 사회는 미국을 포함한 다른 어떤 사회보다 개인의 다양성과 선택의 자유를 존중한다.  종교의 자유, 성의 자유, 낙태의 자유, 전통의 구속으로부터의 자유, 심지어 가족 배경으로부터의 자유, 등 모든 면에서 북유럽은 개인을 가장 존중하는 나라이다.   

저자는 북유럽의 미래를 낙관하며 끝맺는다.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유럽 사회는 여전히 인류가 건설한 가장 완벽한 사회이며, 현재 당면한 문제는 지금까지 그들이 문제를 해결한 과정을 고려할 때 낙관적으로 전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전에 스웨덴의 연구소에서 지낼 때, 그들과 이야기하며 느꼈던 그들의 자신의 사회에 대한 자긍심을 떠올렸다. 우리 나라의 신문에는 늘상 정치인의 소아적이며 얄팍한 술수가 판치고, 미국에는 트럼프라는 어리석은 사람이 분탕질을 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북유럽이 계속 앞서 나가서 세계인의 등대가 되기를 기원한다.  흥미있게 그러면서도 진지하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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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18 22:24

Jonah Lehrer. 2009. How We Decide. Houghton Mifflin Harcourt. 265 Pages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 결정하기란 어렵다. 특히 문제가 복잡해 질 수록 결정하기가 어렵다. 선택지가 많거나 관련되어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많을 수록 어려워진다. 당면 문제에 대해 이성적으로 많이 생각할수록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주장이 과거에는 지배했다. 플라톤이나 칸트와 같은 이성주의자들의 견해가 그것이다. 그러나 장고끝에 악수둔다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저자는 과거의 철학자들이 이성을 우선시하고 감정을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한 전통에 반기를 든다. 근래에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행위에서 이성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옹호한다.

저자는 그 분야에 오랜 훈련을 쌓은 전문가들의 경우 많은 변수가 연관된 복잡한 문제를 대했을 때 이성보다는 느낌 혹은 직관이 더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오래도록 경험을 축적했을 때, 그들이 문제를 접하여 받는 느낌이란 다름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한 결과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성은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문제가 복잡해질 경우 처리 능력에 제한에 부닥쳐 오류를 만들어 내는 부실한 컴퓨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오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된 고도의 컴퓨터이기 때문에 이성의 정보처리 한계를 뛰어 넘을 수있다. 우리의 감정이 이렇게 고도의 정보처리 컴퓨터가 된 것은 진화의 산물이다. 감정은 우리의 생존에 근접한 문제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발휘하도록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정이 항상 올바른 결정으로 유도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복잡하지 않을수록 이성적으로 따지는 것이 효과적이며, 과거에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제일수록 이성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것이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아내는 데 효율적이다.  반면 문제가 복잡해 질수록 전문가의 느낌이나 직관이 큰 통찰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오랜 경험과 축적된 지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이 범한 오류를 반추하여 개선할 점을 생각해 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혜를 축적하게 된다. 저자는 오류를 분석하여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인간을 동물보다 앞서게 하는 비결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수한 예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쉽게 이해할 수있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예가 나오는데 이러한 예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친숙한 것들이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예로는 비행기 조종사의 결정, 풋볼 선수가 필드에서 벌이는 결정, 포커 선수가 포커판에서 전개하는 결정, 일반 사람들이 마트에서 쇼핑할 때 하는 결정, 자동차나 집을 구입하는 결정,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의 결정, 등이다. 이러한 예들은 거의 모두가 학술적인 연구결과와 함께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최근의 심리학, 신경과학,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를 종횡무진하게 인용한다.  

근래에 연구의 조류가 감정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사실 감정이란 이성과 달리 그 과정을 분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경과학과 진화론을 결합하여 인간의 감정도 이성 못지 않게 충분히 효과적이고 유력한 문제해결 능력을 품고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그러나 무모한 감정적인 대처는 그야말로 무모함일 뿐이다. 오랜 경험과 반추를 통해 쌓여서 만들어진 능력은 감정의 영역일까 이성의 영역일까? 이 책은 이성과 감정을 양분하는 지적 전통은 틀렸다고 말한다.   

저자의 직업이 과학 기자라는 점이 백퍼센트 발휘된 결과물이다. 그 많은 연구들을 들여다보고 주변의 예들을 수집한 저자의 부지런함에 놀라지 않을 수없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흥미있는 한편으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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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7 16:27


어제는 힘든 하루였다. 하노버를 아침 7시에 떠나는 버스에 맞추어 일찍 터미널에 나갔으나 버스는 80분이나 연착했다. 버스에 타서도 고속도로가 막혀 오후 2시가 넘어서야 네덜란드의 그로닝엔에 도착했다. 고속도로가 긴 구간에 걸쳐 한 방향을 막고 전면 재포장공사를 하고 있었다. 특이한 것은 중간에 휴게소에서 45분이나 쉬었는데 운전사가 자신이 오늘 아침 6부터 운전을 했기 때문에 이제 쉬어야 한다고 하면서 휴게소로 들어갔다. 도중에 회사와 전화를 하여 다음 교대자와 연락을 취하는 것 같은데 차가 막혀 교대자가 있는 도시까지 갈래면 아직 멀었던 것이다. 승객들은 아무도 군소리를 하지 않고 차에서 얌전히 기다린다. 숙소에 빨리 가도 특별히 할일은 없었으나 여행이 막바지로 다가가면서 몸과 마음이 지친 것 같다. 허리가 뒤틀리고  차창 밖의 풍경이 마음에 다가오지 않는다.
앞으로도 가야할 여정이 많이 남았다면 그리 힘들지 않았을 것이다. 예전에 한동안 마라톤을 뛴 일이 있다. 21킬로의 하프 마라톤을 여러해 동안 봄가을로 대회에 참가하여 뛰었는데 마지막 몇킬로가 무척 힘들었다. 반환점을 돌 때까지는 중도에 포기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뛰고 일단 반환점을 돌면 뛰는만큼 종착점에 가까워지는 것에 힘을 얻어 뛴다. 그런데 종착점이 이삼킬로 앞으로 다가오면 이제 얼마 안남았다는 생각에 긴장이 풀어져서인지 무척 힘들다. 그야말로 마지막 피를 짜내는 기분으로 어찌어찌 하여 끝낸다. 마라톤을 뛸 때마다 출발선에 서면 매번 끝까지 뛸수 있을지 불확실하여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로닝겐 숙소에 도착해서는 마음이 푸근해졌다. 이제 길을 헤메는 일은 끝났다. 이곳에서 이틀 밤을 묵으며 책을 읽고 산보를 하며 슬슬 지내다 버스로 두시간 거리에 있는 암스텔담 공항으로 출국하면 된다. 다행히 이곳 숙소는 편안한 분위기이다. 오래전에 문을 닫은 것같은 공장 마당에 콘테이너를 들여와 숙소로 개조했다. 숙소가 세개의 콘테이너이고 콘테이너 두개를 마주 이어 붙인 것이 거실겸 부엌이다. 이외 화장실겸 샤워를 하는 콘테이너 하나와 창고와 주인이 잠을 자는 콘테이너가 따로 있다. 주인은 30살쯤 되보이는 젊은 여성인데 이곳을 끔찍히 아끼는 것같다. 내가 묶은 콘테이너 안에도 액자와 작은 화분이 여러개 있다. 저녁 9시가 넘어서까지 거실에서 책을 읽었는데 그녀의 남자 친구가 찾아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한다. 그가 가고 나서는 라디오를 듣고 뜨게질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아침에 눈을 떠서는 이곳에 바로 인접한 공원에 갔다. 입에 김이 서리고 손이 시리지만 견딜만하다. 공원은 꽤 넓었다. 간간이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람을 마주칠 뿐이다.  이 나라가 물을 잘 관리한다는 사실은 공원에서도 보인다. 사방으로 좁은 실개천과 연못이 있다. 연못위로 아침햇살을 받으며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한참을 걸어 들어가니 사슴 수십마리를 기르는 곳이 보인다. 야생 닭 비슷한 것도 함께 있는데 사슴과 닭이 함께 지내는 데 문제가 없다. 공원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살리려고 노력하여 쓰러진 나무에서 이끼가 자라고 수풀이 우거져 있었지만 세심하게 관리한 흔적이 엿보인다. 길이 질척이는 곳은 두꺼운 철판을 깔아 다니기 편하게 해 놓았고 길과 실개천이 만나는 곳곳에 콘크리트로 납작한 원기둥 모양의 징검다리를 놨다.
인생에는 답이 없다. 열심히 일하고 힘들면 쉬고 일상에 지치면 기분전환삼아 여행을 하며 원기를 회복하면 다시 일에 몰두하는거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뒷정리를 하며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다. 아이가 독립하여 떠나고 허전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이제 다시 일에 복귀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불확실한 미래를 직시하며 열심히 살아야 한다. 슬슬 사는 것은 없다. 죽거나 까무러치거나 하는 마음으로 정신 똑똑이 차리고 살라는 어머니의 말이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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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6 23:13


그예 버스를 놓쳤다. 아침 10시 버스를 타기 위해 터미널에 삼십분이나 전에 나갔고 내가 타야 할 버스를 바로 눈 앞에서 빤히 바라보았음에도 그 버스가 출발하고 정류장에 사람들이 다 빠진 후에야 그 버스가 내가 타야 할 버스였음을 깨달았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여러 요인이 겹쳤다. 간이 버스 터미날이라 안내가 부실한 점, 버스 전면에 보통 주요 중간 경유지를 디지털로 안내하는데 이 버스는 최종 도착지만 프린트로 붙여 놨다는 점, 운전사가 사람들에게 빠른 독일어로 중간 경유지를 외치는데 나는 전혀 알아 듣지 못한 점, 내 주변에 아랍어를 하는 흑인 청년 세명이 어찌나 큰소리로 이야기하며 법썩을 떨든지 주의가 분산된 것 이다. 그들 중 한명은 버스에 몰래 탑승하였으며 어떻게. 운전사가 알았는지 버스가 출발한 후에 다시 돌아와 그를 내려놓았다.
 
무엇보다 나의 선입견이 작용하여  똑바로 인식하는 것을 막았다. 나는 하노버로 가려고 하는데 버스는 뒤셀도르프가 행선지로 표기되어 있었다. 내 머리 속에서 뒤셀도르프는 드레스덴의 서쪽에 있고 하노버는 북쪽에 있기 때문에 버스티켓에 뒤셀도르프 행이라고 표기되어 있고 그것을 확인했음에도 잊어 먹었다. 버스를 놓치고 버스 회사의 사무실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니 그 버스가 하노버를 지나 뒤셀도르프로 돌아가는 것이 맞단다. 버스 팃켓을 환불하고 두시간 뒤에 출발하는 버스 표를 새로 샀다. 이 Flixbus는 출발시간에 가까울수록 또 자리가 찰수록 가격이 올라간다. 창구에서 구입하면 구입수수료를 3 유로 추가로 내야 한다. 독일회사 답게 무섭게 효율적으로 운영한다. 원래  버스표를 34 유로에 샀는데 추가로 20 유로를 더 내고서야 다음 버스표를 살 수있었다. 계원은 나의 사정을 듣고 동정을 표했지만 원칙대로 철저히 처리한다. 12시에 파리를 향해 출발하는 버스를 이번에는 제대로 타고 하노버에 6시가 넘어 내렸다.
하노버는 북부의 상업 도시인데 독일의 주요 도시들이 다 그렇듯 도심의 건물이 모두 현대식이다. 2차 대전에 공습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새로 건설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옛모습을 보이는 건물도 있는데 이는 전후에 복구하면서 옛 건물의 외관을 살려 재생한 때문이다. 독일은 방문할 때마다 감탄한다. 가로가 잘 정돈되어 있고 조그만 것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효률적으로 마련해 놓았다. 사람들은 규칙을 잘지키며 성실하게 자기의 책임을 다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엉뚱하게 사기를 치려 하지 않으며 서로간에 신뢰도가 높다. 국토가 넓어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물가가 싸고 공간이 넓고 녹지가 많다. 이런 조건이 모두 만족되니 풍요롭고 안정된 삶을 누릴 수 있다. 대학 등록금은 무료이고 어느 도시를 가던 균등하게 삶의 질이 높다. 서구의 나라들 중 가장 살기 좋은 나라를 꼽으라면 단연 독일을 꼽겠다. 북구의 나라들도 독일과 유사한 분위기이나 그곳은 겨울이 길고 춥고 낮이 짧아 삶이 힘들다. 영국은 계급차이가 두드러져 마음이 편치 않다. 노동계층을 향한 중류층의 젠체하는 모습과 그들을 향한 노동계층의 적의와 자조적 태도는 지켜보는 나를 씁슬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는 그렇지 않아 다행이란 생각마져. 든다. 프랑스는 오래 살아보지 않았지만 사람들이 감정적이며 합리성이 떨어져 독일만큼 풍요롭지 않고 가난한 사람이 많이 보인다.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다른 사회보다 지나치게 강조해서 부작용이 심각하다. 빈부의 차가 심하고 인종주의가 강하여 백인 중산층이 아닌 다른 모든 사람은 힘들게 살아야 한다.
독일 사회를 볼 때마다 감탄하지만 오늘 경험했듯이 이 사람들은 원칙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외부인인 나에게 냉담한 인상을 풍긴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한국과 같이 사람들이 감정에 따라 이랬다 저랬다 하고 엉터리로 두리뭉수리 넘어가려고 하고 눈뜨고 코베일 까봐 조심해야 하는 사회와 독일은 정반대이다. 이사람들도 코너에 몰릴 때는 극단적인 행위도 한다. 유태인을 말살하려 했으니 말이다. 미국의 백인들처럼 인종주의가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아리안 민족의 우수성에 대한 자부심은 이들의 심성 밑에 깔려 있다. 그들에게 무엇을 물어보면 친절하기는 하지만 나를 내려다보는 듯한 인상을 받아 그리 마음이 편치 않다. 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우월의식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숙소를 어렵게 찾아가니 이곳은 여행자를 위한 호스텔이라기보다 싸구려의 외국인 노동자 숙소이다. 공용 공간이 전혀 없이 침대만 여러개 있는 방과 공동 화장실겸 샤워실이 전부이다. 방에서도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거나 말을 섞는 법이 없다. 큰 트렁크가 침대마다 옆에 놓여 있고 옷가지와 잡다한 물건들이 주변에 흩뜨러져 있는 수가 이들은 여행하며 잠시 머무는 사람이 아니라 집을 떠나 이곳에서 일하며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이중에 한국인 청년도 있었다. 한국을 떠난지 일년 반쯤됬다고 하는데 그 동안 어학원에서 독일어를 배웠으며 내일 중요한 취업 면접을 앞두고 있다고 한다. 전기 계통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도 이곳에 있는 다른 사람과 같은 행색이다. 별로 예의를 갖출 생각을 않고 방에서 빤스 바람으로 지내며 큰 소리로 전화를 오래 한다. 동구에서 온 다른 사람도 그의 아내와 이야기하는 것인지 큰 소리로 전화를 한시간 이상이나 해서 내가 나가서 하던지 혹은 목소리를 낮추어 달라고 조심스레 이야기했더니 나보러 나가라고 하며 화를 낸다. 힘들게 사는 사람이구나 치부하고 더이상 괘념하지. 않았다. 삶이 힘들면 예의를 갖추는 것은 사치이다. 독일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규칙을 잘지키고 자신의 주어진 역할을 성실히 한다면 어느 사회나 이렇게 될텐데 하고 생각하며 다시금 부러워했다. 독일은 내 마음속에 진정한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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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5 13:28


아침 8시 좀 넘어 버스에 올라 3시 경에 독일 드레스덴에 도착하다. 중간에 프라하에서 버스를 갈아타느라 한시간을 기다렸다. 프라하는 몇년 전에 방문했는데 사방에 건물이 올라가고 활기차다. 체코의 고속도로를 달리는 대부분의 구간에서 포장공사가 벌어지고 있었다. 동유럽이 빠르게 발전하는 것을 실감했다. 
오늘 아침에 하마터면 버스를 놓칠 뻔했다. 아침 산책을 하다보니 숙소에서 좀 떨어진 옛 성까지 가게 되어 이를 둘러보느라 지체된데다가 어제 통성명을 한 싱가포르에서 온 청년과 대화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호스텔 부엌에서 아침을 먹고 있는데 그도 아침을 먹으려 들어와 함께하였다. 그는 영국 대학에서 전기 공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박사 논문을 제출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체코 여행을 하고 있었다. 박사를 받고 일자리를 찾는 문제로 그와 길게 이야기 했다. 싱가 포르로 돌아가면 일자리를 구하는 것은 문제 없으나 가급적 유럽에서 취직해 한 동안 일하다 고국으로 돌아가고 싶단다.
문제는 유럽 시민이 아니면 좋은 일자리를 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전에 스웨덴 연구소에서 만난 중국인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던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똑똑하고 적극적인 여성이었는데 결국 벨기에의. 조그만 대학에. 일자리를 구하긴 했지만 아쉬워했다. 이 청년은 영국에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해서인지 현재 폴란드에서 인턴을 하고 있단다. 박사를 받으면 본격적으로 일자리를 잡으려 하는데 폴란드에서는 영어만으로는 의사소통에 한계가 있어 정착을 주저하고 있었다. 폴란드는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일자리를 잡는 것이 상대적으로 쉬운 모양이다. 어제 숙소에서 만난 또다른 폴란드 청년은 현재 ING 은행에서 일 하고 있는데 그도 기회가 닿으면 서유럽 직장으로 옮기고 싶어했다. 현재 다니는 직장이 국제적으로 유명한 회사 아니냐니까 서유럽에서 일하면 훨씬 높은 보수를 받을 수 있단다.
싱가포르 청년과 이야기하다 그가 내게 어떻게 현재 일을 하게. 되었는지 물어 이야기가 길어졌다. 나는 대학을 졸업했을 때 미래에 무엇을 할지에 대해 아무런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당시에는. 취업하는 것이 쉬웠기 때문에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내가 세상을 너무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사람을 많이 접하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일이 무얼까 생각하다가 세일즈맨을 지원했다. 부서 배치를 받을 때도 지원기능을 담당하거나 혹은 대규모의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보다  중소기업 제품을 팔면서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일에 배속되었다. 덕분에 회사 생활이. 온통 잔국을 돌아다니고 사람을 만나 씨름하는 일로 채워졌다. 그가 물었다. 왜 4년이상이나  그 일을하다 직업을 바꾸었냐고. 그는 중간에 중단 없이 학업을 계속하여 올해 30세에 박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도 한 때 취직할까 망설였던 모양이다.
직장에서 한가지 일을 3년 정도 하니 웬만큼 길이 보이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해. 감이 왔다. 사람들이 무엇에 울고 웃으며 왜 갈등하고 일이 결국 어떻게 해결되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궁금증이 해소된 것같았다. 지금 생각하면 철없고 무모한 청년이었지만. 그래서 본격적으로 무엇을 할지 생각할 수 있게 됬다. 이. 길을 계속 가면 어찌 전개될지 생각했는데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세일즈맨으로  실적은  나쁘지 않았지만 주위에 중소기업 사장들을 보며 나중에 독립해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내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학가기로 마음을 먹고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출장을 다니면서 영어단어를 외어 시험을 봤는데 나쁘지 않은 성적이 나왔고 몇몇 미국 대학에 지원했는데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는 대학이 있어 돈 문제도 해결되었다. 결혼 문제도 해결하고 가고 싶어 주위에 여자를 소개해 달라고 광고를 했지만 그일은 결국 해결하지 못하고 유학길에 올랐다. 유학 자금을 집에서 조금이라도 댈 수 있었다면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유학을 갈 마음을 먹었을 수 있다.  그 가능성이 완전히 막혀 있다고 생각했기에 취직할 생각을 했을 것이다.
훗날 내가 제출한 유학관련 서류를 보고 얼굴이 화끈거렸다. 영어가 엉망인데다가 내용이 부실하여 아것을 보고 어떻게 나를 선발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지금까지 살면서 중요한 인생의 갈림길이 있었다. 후회하는 일들이 여럿 떠오르지만 그중 가장 최근의 것은 유학을 가기로 결정하고도 회사를 계속다녀  유학준비를 부실하게 해서 좋은 대학에. 가지. 못한 것이다.  내가 전공한 사회학은 대학에 취업 하기 어렵다. 박사를 받고 미국에서 취업하는 것이 어려웠다. 한국에서는 학교 평판에 따른 차별이 더욱 커서 결국 내 전공으로 대학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인정에 끌려 막판까지 일하다가 미국 대학 학기가 시작하는 9월을 한달 앞두고야 직장에서 나왔다. 나중에 나의 관심은 사회학보다 경제학이 더 맞고 경제학을 전공했으면 순탄한 길을 가게 됬으리란 것을 깨달았지만 길은 오래 전에 갈라져 버렸다.
사실 인생의 갈림길은 좀더 이전에 나뉘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고등학교때 인문계와 자연계 중 선택할 때 인문계를 선택했는데 어떻게 그런 선택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문계와 자연계의 차이를 별로 의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형과 누이가 인문계 쪽으로 갔으므로 별 생각 없이 선택했을거다. 국어나 역사보다는 수학이나 물리에 더 흥미를 느꼈고 성적도 더 좋았는데. 나중에 대학을 얼마쯤 다니고 나서 화학에  흥미가 발동했으나 전공을 바꿀 용기는 나지 않았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사람들 간의 관계는 여전히 나에게 어려운 일이고 사회 현상을 이해하는 데는 정답이 없어 지금도 어렵게 느낀다. 자연과학이 훨씬 친숙하고 흥미가 있다. 그 길로. 같으면. 마찬가지로 힘들고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지도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그와 주거니 받거니 하느라 시간가는 것을 깜박했다. 나는 무엇에 몰두하면 시간가는 것을 잊어먹어 곤경에. 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가 순박해 보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해서 과거 의 나를 떠올리며 호감이 갔다. 문득 시간이 꽤 지났음을 깨닫고 시계를 보니 버스 출발시간이. 20분밖에. 안남았다. 서둘러 짐을 챙겨 죽어라하고 뛰어 터미널에 도착하니 내가 탈 버스가 막출발하려 하고 있었다.
드레스덴은 무척 추웠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찬 공기가 뼈속까지 시려온다. 사람들은 두꺼운 파카를 입고 다닌다. 물어보니 오월에 이런 날씨가 특이한 것이 아니란다. 내일은 눈이 예보되어 있단다. 숙소에 들어와 쉬고 있는데 밖에서 세상이 떠나가라 큰 소음이 들리고 집이 쿵쿵 울려 나가 보았다. 끝이 안보이는 젊은이들의 무리가 군데군데 대형 스피커를 단 차량을 두고 행진을 한다. 무슨 일이냐니까 오늘이 tolerance day 즉 관용의 날이라 기념 행진을 한단다. 과거에 이날을 기념할만한 일이 있었냐니까 아무도 모른다. 분명히 뭔가 계기가 있었을텐데 그에 대한 기억은 중요치 않고 젊은이들이 모여 흥겹게 지내는 이벤트만 남았다. 중고등 학생 나이에서 부터 어린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젊은 커플까지 다양하다. 한 손에 맥주병을 들고 마시며 떠들고 흥겹게 춤을 추며 지나간다. 모두들 흥에 겨워 허리를 흔들흔들하며 걷는다. 그들을 따라가 보니 가까이에 있는 큰 공원에서 행진을 멈추고 모여 논다. 날씨가 추워서 밖에. 그렇게 오래 있는게 힘들텐데도 많이 참가했다. 펑크 복장을 한 히피 차림도 있지만 대부분은 반듯한 대학생과 직장인으로 보인다. 스피커로 계속 무언가 계속 떠들기에 무슨 내용이냐고 물으니 이웃과 주위를 사랑하고 용서하라는 내용이한다. 그들의 풍요와 개방성과 자유로운 정신이 부러웠다. 나도 그들의 일부가 되고 싶어 추운 날씨에도 군중 틈에 끼어 꽤. 오랫동안 서성거렸다. 그들이 정말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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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4 12:06


오전 11시에 부다페스트에서 버스에 올라 오후 3시경에 체코의 브루노에 내리다. 지난 며칠간 버스를 오래 탔는데 오늘은 4 시간만 타니 훨씬 살 것 같다. 브루노는 체코에서 두번 째로 큰 도시라는데 몇 백년 전 건물과 시가가 잘 보존되어 있어 관광객이 거리에 많이 눈에 띤다. 폴란드가 이번 주말이 3일 연휴라 많이 왔다고 한다. 이곳은 유명 관광지와 달리 아시아인을 거의 찾을 수 없다. 언덕에 중세 시대에 지어진 거대한 성당이 있고 중세의 성이 보존되어 있어 관광객이 제법 온다고 한다. 골목이 복잡해 숙소를 바로 가까이에 두고도 찾는데 한참 걸렸다. 나는 중세의 성보다는 현재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더 궁금하다. 성당 앞 중앙 광장에는 장이 서 있는데 딸기와 블루베리가 제철인가보다. 내가 묵은 숙소도 외관은 옛날 건물인데 안으로 들어가면 현대식으로 수리한 모습이다. 계단이 가파르고 공간이 협소하다. 옛 건물답게 벽이 무척 두껍다. 
헝가리와 체코는 비슷한 인상을 준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고 긴장한  표정이며 거리가 복잡하고 곳곳에서 건물이 올라가고 도로 공사를 한다. 사람들은 걸어가면서 음식을 먹고 남녀를 불문하고 담배를 많이 핀다. 한마디로 한국과 유사한 느낌이다. 근래에 가난에서 벗어나 성공에 대한 욕구가 강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독일이나 네덜란드는 부유하고 세련되며 안정된 모습인 반면 체코와 헝가리는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특유의 무질서와 역동성을 느낄 수있다. 사람들의 얼굴 모습이나 식습관은 다르지만 웬지 익숙하다. 이곳 사람들은 한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며 한국에 와본 사람은 아직 만나지 못했다. 그래도 삼성 전화기 광고판을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며 현대 기아 자동차를 종종 거리에서 본다. 요즘 미국과 마찰로 크게 문제가 된 화웨이 전화기 광고를 훨씬 자주 본다. 내가 쓰는 태블릿도 화웨이. 제품이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스마트폰의 위력을 절감했다. 나는 일을 하면서 항시 컴퓨터를 들여다 보기 때문에 평소에 가급적 스마트폰을 보지 않는다. SNS도 하지 않고 정보를 검색하는 일은 컴퓨터로 한다. 스마트 폰 세대가 아닌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없다면 이렇게 여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매일 숙소에 도착하면 다음 날의 여정을 짠다. 어느 도시로 이동할지 지도를 보며 생각하고 이동하는 교통편을 알아보고 티켓을 구매하고 숙소를 예약한다. 방문하는 도시의 지도를 다운로드하고 버스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 방법을 검색하여  저장한다. 이런 일을 모두 하는데 3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나는 까다롭게 이것저것을 살펴 고르지 않는다. 웬만하다 싶으면 바로 결정한다. 그 덕분에 무지하게 시끄러운 술집 이층에서 자기는 했지만. 버스에서는 가급적 스마트폰을 보지 않지만 창밖을 보는 것이 무료해지면 지금 가는 도시나 나라에 대한 일반 정보를 위키피디에서 찾아 읽는다. 스마트폰의 화면이 작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은 태블릿으로 한다. 여행은 노는 것이지만 놀러 다니는 일의 생산성이 엄청 높은 것이다
버스에서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을 보거나 잠을 잔다. 여행을 하면서도 항시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는 습관에서 떠나지 않는다. 기성 세대는 이런 요즘 젊은이들의 행태를 비판하지만 사실 스마트 폰은 엄청나게 다양한 정보를 가져다주는 요술 방망이 이다. 젊은이들이 보는 동영상이나 이미지는 차창밖으로 지나가는 풍경보다 훨씬 변화무쌍하고 다양하며 재미있다. 물론 사진이나. 동영상이 실제 현장의. 감동을 대신하지는 못하지만 가끔 눈을 들어 밖을 쳐다보는 것으로 족하다. 감동을 주는 대단한 곳에 가면 그때 그것을 보면 되고. 스마트폰 덕택에 젊은이들의 정보의 소비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물질의 소비만이 풍요의 전부는 아니다. 물질적인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정보의 소비를 원한다. 누구나 배가 부르면 남들은 뭐하는지 재미있는 것은 뭐 없는지 찾게. 된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불과 십년 남짓 전인 2007년이다. 그 짧은 시간에 사람들의. 생활 방식을 이렇게 바꾸어 놓다니. 놀랄 일이다. 거꾸로 생각하면 이러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가져올 변화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정말 흥미진진한 변화는 앞으로 무궁무진하게 다가올 것이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한 것이. 20세기 초이고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 18세기 말이다. 세상을 바꾸어 놓은 신기술의 도입의. 초기 단계에는. 앞으로 이것이. 어떻게. 발전하고 사람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 올지 모른다. 전기가 처음 발명된 19세기 말에 사람들은 이를 신기한 장난감 정도로 여기고 그 가능성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전자의 흐름을 이용하여 반도체를. 만들고 컴퓨터를 만들고 스마트폰을 만들어 이렇게 여행하게 되리라고 처음에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인생은 한번 밖에 살지 못한다. 지금 정보통신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를 보면서 나는 이미 지나간 세대이므로 젊은 사람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치부하며 뒷자리에 물러나 살다 죽고 싶지. 않다. 내가 다시 산다면 이런저런 일을 할텐데 하면서 아쉬워 하는 것은 부질없다. 인생은 다시. 살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다. 나는 올해부터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머신러닝을 익혀 변화를 앞서서 이끄는 역할을 하려 한다. 이제. 몇 달 동안 열심히 하니 파이선 프로그램과 머신러닝의. 기본은 웬만큼 익힌 것 같다. 이제 스팸메일을 거르는 프로그램 쯤은 짤 수 있다.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 낫설지 않고 처음에는 왜. 그런지 몰랐던 것이. 점차 자연스레. 이해. 된다. 일단 올해에 일 천 시간을 투입하여 성과를 보고 다음 단계를 모색하려 하는데 이제 삼사백시간 정도 투입한 것 같다. 프로그래밍이 좀 익숙해 지면서 이 머신러닝 기술을 사회현상을 이해하는데 어떻게 적용할지 선례가 적어 고심하고 있다. 잠재력이 대단하다 것은 짐작하지만 현재까지 개발된 기술은 거친 수준이라 앞으로 갈길이 멀다.  구체적인 성과가 없으면 허사이다.
공부해 보니 이 기술이 아직 발전의 초입 단계라  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고 응용 범위가 넓지 않다. 예컨대 deep learning의 범용 프로그램인 tensor flow나 그것에 토대를 둔 keras 는 구글에서 개발하여 공개한 것이 2015년이니 불과 4년 밖에 안됬다. 매년 프로그램을 개선하기에 몇 년전 책에 나온 프로그램을 돌리면 잘 돌아가지. 않는다. 구글의 번역 프로그램의 정확도가 높아지는 속도를 보면 얼마나 변화가 빠른지. 짐작할 수 있다. 사용자의. 정보를 분석하여 연관 상품을 추천하는 머신러닝 기술을 핵심으로 성장한 Amazon은 회사가 출범한지 20년이.못됬는데 미국의 소매 유통시장을 뒤집어 놓았으며 유사한 기술로 성장한 Netflix는 그렇게 철옹성 같던 티브이 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주역이 되지 못하고 죽으면 너무 억울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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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3 13:40



숙소에서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11시 버스에 올라타다. 부다페스트에 내린 것은 내 시계로 6시가 넘어서다. 루마니아에서 헝가리로 국경을 넘자 퍽 다른 풍경이 펼 진다. 고속도로가 반듯하게 나 있고 집들의 상태가 양호하다. 국경하나 건넌 것인데 사람들의 생활이 다르다. 헝가리 에서는 사방으로 지평선이 보이는 평원을 세시간 이상 달렸다. 하늘에. 뭉개구름을 하염없이 봤다. 이제 여행에 지쳐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면 다시 잡아야 할 일 생각도 난다.
부다페스트는 생각보다 크고 화려한 도시였다. 거리에 자동차와 사람들이 붐비고 화려한 옛 건물이 많다. 이 도시는 과거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수도였다. 일차대전에 패하고 각민족이 뿔뿔이 독립하면서 지금은 조그만 한 나라에 불과하지만 그 때는 중부 유럽을 호령하는 큰 나라였다. 관광객들이 거리에 넘쳐나고 사람들의 발걸음이 빠르다. 지하철로 들어가는 에스컬레이터의 소음이 크길레 다가가 보니 속도가 서울의 두배는 되는 것 같다.
버스터미날에서 한 시간 이상을 걸어 찾아간 숙소는 유흥지역 한 가운데 있었다. 짐을 풀고 시내 산책을 나오니 숙소 주변의 술집과 레스토랑에 사람들이 메어 터진다. 문제는 내가 묵은 숙소의 아래 층이 큰 술집이라는 거다. 네모 모양의 건물 가운데 정원이 술과 댄스를 하는 곳이다. 서로 대화가 안될만큼 큰 소리로 음악을 틀어 놓았으며 사람들의 대화 소음과 섞여 귀가 멍멍하다. 이 숙소를 인터넷으로 예약할 때 우리 호스텔은 분위기가 끝내주며 부다페스트의 밤을 즐기는데 최적이다. 밤에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는 젊은이라면 우리에게 오라 고 소개 문구가 써 있어 그냥 광고인지 알았다. 숙소 침대에 누워도 소음이 대단하다. 소돔과 고모라가 바로 밑에 있는 것 같다.
워낙 피곤했기에 10시 경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소음 속에서도 금방 잠에 빠진 것 같다. 한 잠을 자고 깨어보니 소음은 여전하다. 시계를 보니 2시다. 다시 잠에 빠져 6시에 눈이 떴다. 몇명의 남녀 젊은이들이 방에 들어와 부시럭 대는 통에 깬 것 같다. 그들은 밤을 새고 놀다 이제 들어와 침대에 들려 한다. 모두들 바로 코를 골며 잠에 빠진다. 그들의 에너지가 부럽다.
나는 지금까지 자정을 넘겨 놀아본적이 거의 없다. 술마시고 즐겁게 노는 사람이 부럽다. 나의 형은  술을 좋아해 사람들과 어울려 항시 술을 마시며 친구도 많다. 그는 하루의 피로를 술마시며 푼다고 한다. 나는 술이 몸에 받지 않아  조금만 마시면 몸에 발진이 돋고 머리가 어질하다. 맑은 정신으로 술자리에 앉아 있는 것은 한계가 있기에 사람들과 오랜시간 이야기 하며 친해질 기회가 없다. 술을 마시고 긴장을 풀며 사람들과 허툰 이야기를 하고 세상을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에게는 주어지지 않은 축복이다. 삶이 힘들고 지루한 것을  항시 직시하며 살기에 인생이 너무 길다. 나는 나의 이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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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2 13:13


아침 9시에 버스에 올라 저녁 6시가 지나 내렸으니 아홉 시간이나 버스를 탔다. 부다페스트에서 클루지나코타라고 루마니아 북부에 있는 도시까지 이동했다. 그 도시에 볼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부다페스트로 가는 중간점에 있는 대도시이다. 거리로 340 킬로 쯤 된다는데 버스가 중간에 있 소도시를 모두 들러 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하루 종일 부슬부슬 비가 내렸다. 도중에 두번이나 큰 사고를 목격했다. 하나는 콘테이너 트럭이 급커브 길에서 뒤집힌 것이며 다른 하나는 승용차 두대가 경사로에서 충돌했다. 두 차가 엄청나게 우그러진 것으로 보아 두차에 탄 사람은 죽거나 크게 다쳤을 것이다. 버스는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곳에 정차 했으며 여러 도시의 버스 터미날에 쉬어갔다.
나는 출입구 가까운 좌석에 앉은 덕분에 많은 만남과 작별을 목격했다. 부크레시티에서 탄 중년 여인이 기억난다. 그녀는 훤칠한 키에 글래머 스타일로 머리를 올리고 화장을 짙게. 하고 긴 숄로 멋을 낸 차림이었다. 그녀를 배웅하러 나온 여성은 그녀보다 몇살 젊어 보이는데 한눈에도 모델같다. 버스를 탄 여성은 한창 때를 지나 얼굴이 약간 이지러졌다. 성형수술을 한 것이 오래되 망가진 것 같다. 반면 그녀를 배웅나온 여성은 한창 때다. 찬 아침 공기에도 그둘은 차가 출발할 때까지 오래도록 함께 하며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 한다. 한동안 못볼 사정인가 보다. 추측컨대 두 여성은 같은 일에 종사했는데 한 사람이 그 일을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 가는 것이다. 레스비언일 수도 있다. 버스가 출발하고도 두 사람은 전화로 오랫동안 이야기 한다.
가장 감정이 풍부한 만남과 헤어짐은 연인 사이이다. 어느 소도시에 버스가 정차하여 한 여성이 내리자 그녀를 마중나온 남자가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고 다가 온다. 둘은 한동안 포옹을 풀지 않았다. 그것을 보는 나에게 까지 가슴이 따뜻해 온다. 버스가 떠날 때까지 몇번이고 키스를 하며 작별을 아쉬워 하는 커플도 여럿 보았다. 아버지가 멀리 떠나는 딸과 함께 버스가 오기를 기다리는 모습을 보며 마치 그 아버지가 나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멀리 떠나는 딸을 배웅하며 한편으로 든든해 하면서 또 다른 한편으로 험한 세상에 조심하라고 몇번이나 당부했을 것이다.
그들을 보며 문득 나에게도 있던 지독한 이별이 떠올랐다. 무엇을 모르던 한창 젊은 시절 한 여인을 만났다. 그녀와 만나는 나날은 설레이고 날아갈듯한 기분으로 살았다. 세상에 두려울게 없었다. 어리석고 능력이 부족하여 결국 그녀와 헤어지고 나서 오랫동안 세상 살아갈 기운을 다 잃은 듯 헤멨다.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 후 어느 것에도 감흥이 없고 무미건조한 사람이 됬다. 설레이는 삶을 갈구했지만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와 만남이 성사되어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았더라도 크게 다르지 안았을 것이다. 아니 더 힘들게 살게 됬을 수 있다. 그래도 다시 살라면 그녀와 함께하는 삶을 택하겠다. 몇년이 지나 유학을 떠나고 결혼을 임박하여 그녀의 어머니와 잠시 통화 했다. 나에게 무척 잘해준 분이기에 어린마음에 그냥 떠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결혼한다는 소식에 섭섭해 하며 말을 잇지 못하던 일이 생생하다.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관찰하고 생각했다. 먹고 사는 일이 삶의 대부분을 차지 하는 것 같다. 먹고 사는 것 외에 바쁜 일이라면 단연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다. 동물의 짝짓기 말이다. 짝짓기의 계절이 지나면 아이를 키우느라 바쁘다. 그 아이들이 크면 또 짝짓기를 할테고. 내가 연애하면서 그렇게 설레었던 것은 짝짓기를 하도록 조건지어진 진화의 결과이다. 그때가 지나면 그런 감정은 다시 샘솟지 않는다. 그 시절을 그리워할 뿐.
사람들은 자신이 젊은 시절에 듣던 음악을 일생 좋아 한다. 지금 나이든 사람은 7080 음악을 좋아하고 그 전에 나이든 사람은 뽕짝을 좋아한다. 이는 자신이 짝짓기 시절 귀에 들어오는 소리에 감정이 고정된 때문이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가 엄마의 목소리와 냄새에 고정되듯이. 내가 마음이 허전하고 무미건조하게 사는 것은 사랑의 계절이 지나 버렸기 때문이리라. 지금 사랑하는 젊은이는 내가 과거에 그랬던 것 처럼 설레고 날아갈 것 같이 하루를 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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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01 09:34


어제는 일기를 건너 뛰었다. 소피아에서 부크레시티까지 밤 버스를 타고 이동했기 때문이다. 가급적 대낮에 이동하려 하지만 다른 수단이 마땅치 않아 그리했다. 역시 새벽에 버스를 내리고 나니 술취한 것 처럼 머리가 띵하다. 다행히 숙소에서 아침부터 머물도록 허락해 방에 들어가서 쉬면서 아침을 보내다.
어제 머문 소피아의 호스텔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중 타이완에서 온 까무잡잡하고 키 작은 젊은 여성이 인상 깊다. 그녀는 칠 개월째 여행하고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더 할지 모르겠단다. 태국에서 시작해 말레이지아 미얀마 방글리데시 인도 이런 식으로 하여 불가리아 까지 온 것이다. 돈은 별로 안들었단다. workaway 라는 사이트에서 일하면서 여행하는 자리를 찾아 한 곳에서 몇 주씩 머물며 지냈단다. 이 호스텔은 하루에 5시간 일주에 5일을 일하면 숙식을 제공한다. 지금 까지 국가간 이동은 주로 비행기로 하고 국내 이동은 히치 하이킹으로 했다. 앞으로 유럽의 쉥겐 지역으로 들어가면 모두 히치 하이킹으로 이동할 계획이다. 히치 하이킹을 하면 운전사와 대화를 하면서 문화와 삶의 방식을 잘 알 수 있어서 좋단다.
Dumpster Diving 라는 말을 들어 봤냐고 묻는다. 쓰레기 통을 뒤져서 먹을 것을 찾는 것이다. 그녀의 주장인즉 먹을 만하지만 유효기간이 약간지나서 혹은 야채가 일부 상해서 버리는 것이 엄청 많은데 이 것을 재활용하는 것은 지구 환경을 지키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대학에서 스쿠버다이빙을 전공하고 3년을 마치고 휴학을 했는데 학적이 말소되는 2년 안에 복귀할 생각이지만 지금으로서는 현재 생활에 만족하기에 어찌 될지 모른단다. 그녀는 눈이 빚나고 활발하고 말도 많이하고 발발거리며 일도 잘한다. 어디 가서나 환영 받을 거다.
 그곳에서 직업이 항공기 승무원이라는 한국계 미국인 여성도 만났다. 그녀는 조금 나이가 들었는데 사람들을 안내하고 의사소통 하는 기술이 돋보인다. 서비스 기술이 몸에 배어 있어서이겠지만 워낙이 친절한 심성인 것 같다. 그녀도 그곳에서 두주간 일하며 머물고 있는데 이제 너무 오래 머문 느낌이라 집에 돌아가려고 한다. 항시 이동하는 직업인데 따로 여행이 필요 하냐니까 일과 여행은 다르단다. 그녀와 이야기가 통하는 것 같아 좀더 대화하고 싶었지만 그녀가 일하느라 바쁘고 무엇보다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자제했다. 남자와는 달리 여성과 이야기 할 때는 좀더 조심하게 된다. 그녀는 삶이 심드렁 한 나이에 접어든 것 같다. 그렇게 되면 어딜 가도 신날게 없다.
부쿠레시티 숙소에서 드문 경험을 했다. 방을 함께 쓰는 시칠리아에서 왔다는 젊은 남자가 뉴질랜드에서 온 건장한 남자의 돈을 훔쳐서 도망친 것이다. 그들은 이곳이 유럽 여행에 첫날이라는데. 나는 그 시칠리아에서 온 남자와 조금 이야기 해보고 신뢰가 가지 않아 오후에 시내 산책을 가며 귀중품을 모두 가지고 나가서 피해를 면했다. 어제 이야기 한 타이완에서 왔다는 여성은 텔레비에서 그리는 것 처럼 세상이 그리 험하지 않고 사람들은 마음을 열고 다가가면 모두 친절하고 주장하지만 나는 사람이란 기회만 나면 거짓과 도둑질을 하는 심성을 타고난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의 주장이 맞다면 그 많은 독재자와 부패는 생겨나지 않고 오늘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기에 그녀의 주장은 틀렸다.
불가리아와 이웃 인 루마니아는 퍽 달랐다. 부쿠레시티 사람은 우리나라 사람들과 흡사하다. 사람들의 발 걸음이 빠르고 시가가 붐비며 사람들이 긴장되 있다. 반면 소피아는 모든 것이. 느리다. 이렇다할 일거리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느릿느릿  차를 마시며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다. 공산국가라 그런지 공원이 많고 공공 조각상이 곳곳에 눈에 띤다. 반면 루마니아는 공산주의를 오래 전에 졸업하고 자본주의 경쟁으로 깊숙이 발을 들인 것 같다. 그들을 보며 일단 자본주의 경쟁의 빠른 리듬에 들어서면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데 하고 생각했다. 루마니아 사람들이 불가리아 사람보다 훨씬 세련되고 잘 살지만 웬지 불가리아 사람들의 삶에 정감이 간다. 물론 당사자는 그리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합리성의 댓가는 스트레스와 외로움이다. 모두가 따뜻하게 함께 사는 사회는 지구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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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11:41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6시 반 경에 숙소를 나서다. 일요일 새벽이라 거리가 한산하다. 밤을 새고 놀다 피곤한 몸으로 길가에 널부러져 있는  젊은이들의 무리만 간간히 눈에 띤다. 4시간 반을 달려 불가리아의 소피아에 도착하다. 그 버스는 특이한 디자인이다. 밖에서 보면  웅장한 모습이고 안에서 전면을 보면 비행기의 조종석에 앉은양 전면이 넓게 펼쳐진다. 그런데 일단 달리니 사방에서 진동 소음이 난다. 머리위에 짐을 넣는 칸이 비행기의 것 처럼 덥개가 달려 있는데 정교하게 맞물리지 않아 소음을 낸다. 분명 공산권 국가에서 만든 것이다. 시장경쟁 체제에서는 이렇게 겉으로 웅장하고 속에는 실속이 없이 엉성한 것이 살아남을리 없다.
소피아의 숙소에서 한국인을 세명이나 만나다. 한사람은 젊은 청년으로 벌써 몇달간 유럽을 여행하고 있다는데 이층 침대에서 컴퓨터만 내리 혼자 들여다 본다. 다른 한명은 중년의 재미 한인 여성으로 미술을 한다는 것 같다. 또다른 한명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몇달간 유럽을 여행하고 있다는데 영어로만 간단히 인사했다. 외국 여행을 하다 숙소에서한국인을 만나면 가급적 말을 섞지 안으려 한다. 숙소에 다른 외국인들과는 활발하게 대화하지만 같은 한국인은 피한다. 한국인과 대화하며 자신의 배경과 현 상황이 노출되는 것이 피곤한 것이다. 한국인과 대화하면 익명성의 편안함을 지키기 어렵다.
숙소에 배낭을 두고 잠시 시내를 둘러보면서 공산권 국가의 분위기를 물씬 느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어두운 표정이고 무기력한 사람들이 곳곳에 버인다. 중앙역 앞에 어머니가 아이를 않은 거대한 조각 탑이 보이길레 가까이 가보니 주변이 낡고 부서져서 초라하기 그지 없다. 오랫동안 유지관리를 하지 않은 것이다. 만들 때는 대단한 위업으로 선전했을텐데. 그뒤로 장갑차가 있고 곳곳에.경찰들이 삼삼오오 무리져 있다. 중앙로를 따라 위압적인 대형 건물이 연이어 있다. 건물위에는 주먹만한 문자 간판이 하늘을 배경으로 버티고 서 있다. 그것을 지휘하는 사람의 권위를 한껏 뽑내는 양. 광화문 광장에 세종문화회관 건물을 몇배 뻥튀기 하면 그리 될 것이다. 사람을 위압적으로 내리보는 그런 건물은 사람의 마음까지 위축시킨다.
공산주의는 실패한 실험이다. 인간이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는 본능을 부정 했다. 모든 것을 위로부터 계획으로 통제하려 함으로서 각 개인의 자발성과 창의를 말살했다.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디자인이 성공할 수 없다. 그러한 체제에서 사람들은 열심히 일 할 동기나 창의를 발휘하여 개선할 동기가 없다. 권력을 쥔 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의. 삶은 수동적이고 살 맛이 나지 않았을 것이다.
루마니아의 부쿠레시티로 가는 교통편을 알아보면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버스터미날에서 물어보니 자정이 넘어 출발하는 버스가 한대 있을 뿐이란다. 낮에 이동하는 다른 편을 물어보니 화를 내며 응대하지 않는다. 역에가서 철도편을 물어보니 아침 8시 50분에 출발해 10시간 걸려 저녁 8시에 도착하는 편이 있단다. 그러면 11시간 걸리는 것 아니냐니까 대화를 끝내지 않았는데 화를 내며 창구를 닫는다. 내가 공손하게 물어봤는데 말이다. 뺨을 맞은 느낌이다. 철도편으로는 10시간이 걸리고 50십 플레브 약 25 유로 드는 반면 버스로는 6시간에 29플레브가 든다. 버스가 철도보다 훨씬 시간이 덜들며 40프로 정도 가격이 싸다. 이리저리 알아보니 버스터미널 밖에서 출발하는 플릭스 버스는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버스보다 1시간 정도 덜걸린다. 철도 계원이 11시간이 아니라 10시간이라고 한 이유도 나중에 깨달았다. 부쿠레시티는 여기보다 1시간이 앞서기 때문이다. 이사람들이 사회주의의 관습에서 벗어나려면 아직 멀었다.
저녁을 먹고나서 거리 산책을 나섰다. 숙소에서 오후에 잠을 자며 쉰뒤라 기운이 나서 모처럼 밤에 나선 것이다. 한참을 걷다 사람들의 뒤를 따라가보니 넓은 공원이 나타난다. 분수가 있고 정원이 조성되있고 젊은이들이 곳곳에서 데이트를 하고 보드를 타고 노인들이 벤치에 앉아 있고 거리의 악사들이 제법 그럴듯한 솜씨로 연주와 노래를 한다. 그 장소의 이름이 narional palace of culture  국민 문화의 궁전이다. 사회주의는 실패할 수밖에 없지만 잘한 것이 하나 있다.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공재를 많이 만든 것이다. 도시가 크지 않은데도 지하철 노선이 복잡하며 지상으로는 전차가 자주 다닌다. 이 공원은 시민들 모두가 애용하는 것같다. 밤늦은 시각인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젊은 부부들이 눈에 띤다. 젊은이들은 밤이 늦도록 불이 환한 분수가에서 논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도 사랑은 이루어지는구나 생각하며 아쉽지만 그곳을 뒤로하고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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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8 11:02


아침 산책을 하면서 과일을 한가득 샀다. 토마토 사과 자몽을 담다보니  무거워졌는데 3유로란다. 이탈리아도 그랬지만 이곳 그리스도 농산물 가격이 저렴하다. 바다가 바라보는 언덕에 있는 교회에서 주문을 외는 소리가 들리길래 올라가 보니 이른 아침인데 예배가 열리고 있다. 들어가 뒷자리에 앉아 한참을 있었다. 그리스 정교는  카톨릭 교회와 흡사하다. 신부가 무언가 주문을 끝 없이 왼다. 교회 현관 입구 양옆으로 거지가 진을치고 앉아 동전통을 내민다. 이 작은 도시에도 거지가 있는게 의아하다. 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다섯명쯤 될까. 교회를 나와 언덕을 내려올려니 계단을 힘겹게 올라오는 할머니가 보인다. 이곳에서도 교회는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것 같다. 숙소로 돌아 오는길에 기로라고 부르는 그리스식 버거를 샀다. 샤워를 마치고 숙소 발코니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먹으니 무척 맛있다.
그리스 반도의 북서쪽 끝에 있는 이곳에서 북동쪽 끝에 있는 테살로니카 까지가는데 4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가 잘 닦여 있는데 도로에 차가 별로 없다. 간간이 승용차만 지나갈뿐 트럭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험준한 산악 지역을 계속 달리다가 동쪽 끝에 이르러서야 평야가 나타난다. 지금까지 버스 여행은 모두 플릭스버스라는 회사를 이용했다. 몇년전 영국에 머물며 여행할 때만 해도 이회사가 그렇게 크지 않았았다. 유로라인 이라는 회사도 제법 컸는데 이번에 여행해 보니 이 회사가 장거리 버스 시장을 거의 장악한 것 같다. 어느 나라를 가던 터미널에  이버스 소속의 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플릭스 버스는 효율적으로 운용된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하고 휴대전화에 티켓을 다운로드 받아 승차시에 운전사에게 그것을 보이면 운전사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큐알코드를 인식한다.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를 운전사에게 보이고 노인은 집에서 티켓을 프린트 해 오거나 터미날에서 표를 산다. 플릭스 버스의 운행 노선은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 전지역에 거미줄 처럼 퍼져 있다. 현지 업체와 제휴하여 운영하기에 나라마다 서비스 품질이 조금씩 다르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려 하면 운행 시간에 따라 요금의 차이가 크고 출발 시각에 임박해서 예약하려면 가격이 비싸진다.
그리스는 이회사의 운행노선 지도에 안나온 나라이기 때문에  터미날에 가서 물어볼 때까지 버스를 타고 어디를 어떻게 갈지 알 수 없었다. 그리스는 유럽연합에 가입해 있지만 장거리 버스 시장을 외국 업체에 개방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 서비스의 품질이 떨어진다. 버스는 새것이었지만 차안에서 인터넷이 안되고 충전플러그가 없으며 화장실 문을 잠거 놨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부터 타고 오는 장거리 승객이 없어서이겠지만 화장실 청소를 하기 싫어서일 것이다.  네시간을 타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20분 정도 쉬는 시간에 볼일을 해결해야 한다. 톨게이트에서 어떤 여성이 운전수에게 사정을 하니 화장실에 다녀오게 했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 공유택시 사업을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서 허용하지 않는데 분명 잘 못하는 것이다.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교수들도 정년보장을 받으면 연구력이 떨어진다. 봉급을 훨씬 덜 받는 젊은 비정년의 교수들이 논문을  많이 쓴다. 경쟁이 없으면 신기술 개발 노력을 하지 않고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다.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경쟁이 없다면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기득권의 장벽으로 이익을 보호하려 하기에 경쟁을 받아들여야 발전이 있다.
미국이 그렇게 문제가 많은 나라임에도 혁신과 신기술 개발이 그곳에 몰리는 이유는 다른 나라보다 더 경쟁을 허용하는 사회 시스템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세계의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린다. 미국의 대학원이나 연구소에는 내국인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인재가 훨씬 더 많다. 새로운 기술과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기존의 기득권 집단과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것이기에 경쟁을 차단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유럽을 보면 미국보다 기득이권의 보호 장치가 더 단단하여 답답한 느낌이 든다. 유럽연합이 뭉치게. 된것도 미국과 경쟁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유럽은 미국과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경쟁을 덜 허용하고 전통과 기득이권을 더 보호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테셀로니키의 터미널을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으로 이동하여 숙소까지 걸었다. 지도가 가르키는대로 언덕위에  달동네를 아무리 올라가도 숙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곳에 숙소가 있다는게 이상하다.  인테넷에는 이 집의 평이 매우 좋았다. 힘들게 물어 물어 찾아가 체크인을 하며 주인과 이야기 하면서 답을 찾았다. 주인이 매우 유능한 사람이다. 여행자가 궁금해 할만한 것을 묻지도 않는데 상세히 이야기 하며 무엇보다 첫인사가 오느라고 수고했다 커피를 하겠냐 차를 하겠냐 이다. 그런일이 없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사람이 무엇을 하려는지 알아듣지 못랬다. 차를 마시면서 그와 또한명의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원 벤치에는 다른 여행자들이 마치 오랜 친구인 것 마냥 이야기를 나눈다. 그 중심에는 주인이 있다. 그는 수시로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분위기를 이끈다. 놀라운 것은 시내 관광을 하는 지도를 직접 인쇄하여 나눠준다는 점이다. 그 지도에는 이 숙소의 위치가 대문짝 만큼 표기되 있다. 그는 이런 산동네 구석에 있기 아까운 인재다.
 나도 그 숙소의 분위기에 동참해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저녁을 얻어 먹었다. 터키에서 온 사람이 우리나라의. 감자탕 비슷한 것을 한 냄비 끌였다. 이야기를 건네보니 그는 이 도시에서 일하며 장기 투숙하는 사람이었다. 맛좀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앉으란다. 그날 저녁에는 방을 같이 쓰는 영국에서 온 젊은 커플과 세르비아에서 온 장기 투숙하는 남자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다. 영국에서 온 커플은 지난 한달 동안 서유럽을 돌아다녔고 앞으로 두달더 동유럽과 터키를 여행할거란다. 그들은 숙소에서 저녁을 해먹었는데 둘 사이가 편안해 보였다.
세르비아에서 온 사람은 인상이 강하고 비속어를 써가며 격하게 말한다. 거친 사람들과 어울리며 영어를 배웠나보다. 비행기 조정에 관심이 많아 비행기를 조정하려면 겪는 어려움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나에게도 비행기를 한번 운전해보란다. 자신의 나라에 가면 몇백 유로만 내면 간단한 교습을 받고 비행기를 조정할 수 있는데 한번 비행기를 조정해보면 중독될거란다. 그는 말하는 품으로보아 군에서 제법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분위기 좋은 호스텔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관찰할 수 있어 좋다. 방을 홀로 쓰는 호텔보다 호스텔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오후에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감자칩에 요구르트 소스를 듬뿍 뭍힌 먹거리를 사서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천천히 먹었다. 여러 사람들이 사먹기에 나도 샀는데 아무래도 바가지를 쓴 것 같다. 콜라 컵 규모의 것인데 3.2 유로를 냈다. 그 바로 옆 전통 시장에서 소시지를 600그램 사며 3유로를 냈는데 뭔가 이상하다. 나에게는 3 유로가 큰 돈이 아니지만 그래도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이 드니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리스는 우리나라의 10년전 모습과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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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8 10:13


아침 산책을 하면서 과일을 한가득 샀다. 토마토 사과 자몽을 담다보니  무거워졌는데 3유로란다. 이탈리아도 그랬지만 이곳도 농산품 가격이 싸다. 바다를 바라보는 언덕에 있는 교회에서 주문을 외는 소리가 들리길레 올라가 보니 이른 아침인데도 예배가 열리고 있다. 들어가 뒷자리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참석ㅈ그리스 정교는 확실히 카톨릭과 흡사하다. 신부가 무언가 주문을 끝도 없이 왼다. 교회 현관 입구 양쪽으로 거지가 진을치고 동전통을 내민다. 이작은 도시에도 거지가 있는게 의아하다. 예배에 참석한 사람은 다섯명쯤 될까. 교회를 나와 언덕을 내려오니 힘겹게 계단을 올라오는 할머니가 보인다. 이곳에서도 교회는 젊은이들이 외면하는 것 같다. 숙소에 오는길에 기로라고 부르는 그리스식 버거를 샀다. 숙소 발코니 의자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먹으니 무척 맛있다.
그리스 반도의 서북쪽 끝에 있는 이구메니챠에서 동북쪽 끝에 있는 테셀로니카 까지가는데 4시간이 걸렸다. 고속도로가 잘 닦여 있는데 도로에 차가 별로 없다. 트럭을 거의 보지 못했다. 길은 험준한 산악 사이를 계속 달리다가 동쪽 끝에 이르러서야 평야가 나타난다. 지금까지 버스여행은 모두 플릭스버스라는 회사를 이용했다. 몇년전에 영국에 머물며 여행할 때만 해도 이회사가 그렇게 크지 않았았고 유로라인 이라는 회사도 제법 컸는데 이번에 여행해 보니 거의 이회사가 장거리 버스 시장을 장악한 것 같다. 어느 나라를 가던 터미널에  이버스 소속의 차가 압도적으로 많다.
플릭스 버스는 매우 효율적으로 운용된다. 대부분 인터넷으로 표를 예약하고 휴대전화에 티켓을 다운로드 받아 승차시에 운전사에게 그것을 보이면 운전사가 자신의 휴대폰으로 큐알코드를 인식하는 방식으로 운행된다. 젊은이들은 휴대전화를 보이고 노인은 집에서 티켓을 프린트해온다. 플릭스 버스의 운행노선은 서유럽은 물론 동유럽 전지역에 거미줄 처럼 퍼져 있다. 현지 업체와 제휴하여 운영하기에 나라마다 서비스 품질이 조금씩 다르다. 인터넷으로 예약하려 하면 출발 시각에 따라 요금의 차이가 크고 출발 시각에 임박해서 예약하려면 가격이 제법 올라간다.
그리스는 이회사의 운행노선 지도에 안나온 나라이기 때문에 실제 터미날에 가서 물어볼 때까지 버스를 타고 어디를 어떻게 갈지 알 수 없었다. 유럽연합에 가입해 있지만 장거리 버스 시장을 외국 업체에게 개방하지 않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버스 서비스의 품질이 열악하다. 버스는 새것이었지만 차안에서 인터넷이 안되고 충전플러그가 없으며 화장실은 문을 잠그어 놨다.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 타고 오는 장거리 승객이 없어서도 이유겠지만 화장실 청소를 하기 싫어서도 이유겠지. 네시간을 타는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20분 정도 쉬는 시간에 볼닐을 해결해야 한다.
근래에 우리나라에서도 공유택시 사업을 택시 업계의 반발을 의식해서 허용하지 안고 있는데 분명 잘 못하고 있는 것이다. 경쟁은 발전의 원동력이다. 교수들도 정년보장을 받으면 연구력이 떨어진다. 봉급을 훨씬 덜 받는 젊은 비전년의 교수들이 논문을 훨씬 많이 쓴다. 경쟁이 없으면 신기술 개발 노력을 할리가 없고 품질을 높이고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경쟁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래도 경쟁이 없다면 사람들은 게을러지고 기득권의 장벽으로 자신의 이익을 보호하려 하기에 경쟁을 받아들여야 한다.
미국이 그렇게 문제가 많은 나라임에도 혁신과 기술개발이 그곳에 몰리는 것은 다른 나라보다 더 경쟁을 허용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기 때문에 세계에 인재들이 미국으로 몰린다. 미국의 대학원이나 연구소에는 내국인보다 다른 나라에서 온 인재가 훨씬 많다. 새로운 기술과 운영방식을 도입하는 것은 기존의 기득권 집단과 필연적으로 충돌하는 것이기에 걍쟁을 차단하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 유럽을 들여다보면 미국보다 기득이권의 보호가 더 철저하여 답답한 느낌이 든다. 사실 유럽연합이 뭉치게. 된것도 미국과 경쟁을 의식해서이다. 그러나 유럽은 미국과 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 경쟁을 덜 허용하는 기득이권과 전통을 더 보호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테셀로니키의 터미널을 나와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중심으로 와 숙소까지 걸었다. 언덕길에 다닥다닥붙은 달동네를 아무리 올라가도 숙소가 나타나지 않는다. 이런 곳에 호스텔이 있다는게 이상하다.  인테넷에는 이 집의 평이 매우 좋았었다. 힘들게 물어 물어 찾아가 체크인을 하면서 주인과 이야기 하면서 해답을 찾았다. 주인이 매우 유능한 사람이다. 여행자가 궁금해 할만한 것을 묻지도 않는데 상세히 이야기 하고 무엇보다 첫인사가 오느라고 수고했다 커피를 하겠는지 차를 하겠는지 이다. 차를 마시면서 그와 또한명의 직원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원 벤치에는 다른 여행자들이 마치 오랜 친구인 것 마냥 이야기를 나눈다. 그 중심에는 주인이 있다. 그는 수시로 사람들의 대화에 참여하면서 분위기를 이끈다. 이런 산동네 구석에 있기 아까운 인재다.
 나도 그 분위기에 동참해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저녁을 얻어 먹었다. 터키에서 온 사람이 우리나라에. 감자탕 비슷한 것을 한 냄비 끌였다. 이야기를 건네보니 그는 이 도시에서 일하며 장기 투숙하는 사람이었다. 맛좀 봐도 되겠냐고 했더니 앉으란다. 그날 저녁에는 한방을 쓰는 영국에서 온 젊은 커플과 세르비아에서 와 장기. 투숙하는 남자 한명과 오랫동안 이야기를 했다. 영국에서 온 커플은 지난 한달 동안 서유럽을 돌아다녔고 앞으로 두달더 동유럽과 터키를 여행할거란다. 숙소에서 저녁을 해먹는데 둘 사이가 안정적이고 편안해 보였다.
세르비아에서 온 사람은 인상이 강하고 슬랭을 써가며 말을 격하게 한다. 거친 사람들과 어울리며 영어를 배웠나보다. 비행기 조정에 관심이 많아 비행기를 조정하며 겪는 어려움에 대해 장황하게 이야기한다. 나에게도 비행기를 한번 운전해보란다. 한번 조정을 해보면 중독죌거란다. 그는 말하는 것으로보아 군에서 제법 시간을 지낸 것 같다. 분위기가 좋은 호스텔에 가면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고 관찰할 수 있어 좋다. 방을 홀로 쓰는 호텔보다 호스텔을 선호하는 이유이다.
오후에는 시내로 내려와 돌아다니면서 감자칩에 요구르트 소스를 듬뿍 뭍힌 먹거리를 사서 아리스토텔레스 광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녀 천천히 먹었다. 여러 사람들이 사먹기에 나도 샀는데 아무래도 바가지를 쓴 것 같다. 콜라 컵 규모의 것인데 3.2 유로를 냈다. 그 바로 옆에 전통 시장에서 소시지를 600그램 샀는데 3유로를 냈는데 뭔가 이상하다. 나에게는 3유로가 큰 돈이 아니지만 그래도 바가지를 썼다는 생각이 드니 뒷맛이 개운하지 않다. 그리스는 우리나라의 10년전 모습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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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7 13:16



그리스로 가는 배편이 오후 1시인지라 아침 시간을 느긋하게 보냈다. 산책을 하고 숙소 침대에서 뭉기며 티브 채널을 돌렸다.  주인 아저씨가 다반에 아침상을 차려들고 방문을 두드린다. 오늘도 뭔가를 흘렸다. 숙소를 나와 한참 걸어간 후에야 충전기를 두고 온게 생각나 오던 길을 되돌아 갔으며 저녁 때 샤워를 할 때 치솔을 숙소에 두고 왔음을 깨달았다. 집중력이 흐려진 것이다. 쉴 때가 됬다.
그리스의 이구멘치아로 가는데 7시간 반이 걸 렸다. 배를 타는 것은 처음 약간 흥미로울 뿐 비행기 여행과 마찬가지로 금방 지루해 진다. 사람들은 홀 의자에 자리를 차지하고 잠을 청한다. 승객은 많지 않다. 배는 제법 큰데 콘테이너 트럭을 실어 나르는데 주로 이용되는 것 같다. 아시아인은 나 혼자였다.
나는 결국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동안 책을 넣어 온 것을 후회했는데 결국 용도가 있다. 글을 읽는 것이 직업인지라 여행하는 동안은 가급적 안보려 했는데. 오랜만에 글다운 글을 읽으니 반갑기도 하지만 내용이 머리에 잘 안들어 온다. 읽은 곳을 또 읽고 하며 힘겹게 나갔다.  Stephen Pinker 의 Language Instinct 라는 책인데 과거 이 사람의 책을 여러권 읽으면서 감탄했다. 나도 그처럼 통찰력이 있는 글을 쓰고 싶다.  현실은 초라하기에 나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명예를 얻으려고 갖은 노력을 다했으나 무위로 끝내고 돌아갔다. 어머니는 종종 밥만 끓이고 사는 것은 사나마나라고 했다. 나도 별 볼일이 없다. 배에서 뭉기며 내가 앉은 바로 앞 매점에서 일하는 아가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일을 하기 싫어 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내가 보는 것을 의식했는지 판매대 뒤로 숨는다. 나는 구멍가게에서 멍하니 손님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을 보면 때때로 저 사람의 어머니가 자식이 저러자고 귀한 애를 낳은 것은 아닐텐데 하고 생각한다. 사람이 소중하려면 그에 걸맞는 가치 있는 일을 해야 한다. 나의 어머니가 나의 진짜 모습을 보면 실망할 거다. 마지막에는 결국 나를 포기했다.
이구멘차의 호텔에 현지 시각으로 밤 10시에 들어갔다. 시차가 한시간 앞당겨졌다. 이곳은 작은 항구도시이다. 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시내를 잠시 돌았는데 바닷가 레스토랑이 모여 있는 곳에 사람들이 북적인다. 이 늦은 시각에 사람들은 무언가를 먹고 마신다. 모두들 최고로 빼 입고 나온 모습이 눈에 띤다. 남성은 정장차림이고 여성은 공들여 멋을 냈다. 젊은이들은 데이트를 하고 중년 가장은 자식들을 거느리고 식사를 한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와 이 늦은 시간에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게 특이하다. 아이들은 레스토랑 앞에서 뛰며 논다. 그들도 크면 그들 부모 처럼 밤늦은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길가 레스토랑에서 시간을 보낼 것이다. 젊은 사람들은 쌍쌍이 레스토랑에 앉아 희롱하며 논다. 좋은 시절이다. 그들을 보며 인생의 낙이 뭘까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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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6 12:47



로마에서 아침 9시에 출발하는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 가니 차창 밖 풍경이  지금 까지와 완연히 다르다. 멀 리 언덕 위로 집과 마을이 보이고 올리브 밭 포도 밭 풀 밭이 번갈아 가며 계속 된다. 수로가 안보인다. 흙은 바짝 말라 있고 햇빛은 따갑게 내리 쬔다. 물이 귀한 지중해성 기후 지역에 들어섰다. 사막 같이 건조한 곳에 올리브와 포도를 재배하는 것이 신기하다.
남쪽으로 더 내려가니 끝없이 이어진 평지가 펼쳐진다. 길이 곧아서 지평선을 보며 앞으로 간다. 지평선을 계속 쳐다보려니 최면에 빠진 것 마냥 졸려서 한동안 잤다. 깨어 보니 차는 여전히 그대로 달리고 있다. 이태리는 넓고 정 말 다양하다. 로마까지 오는 고속도로에는  콘테이너 트럭이 줄지어 있었는 데. 남으로 갈 수록 점점 줄더니 이제는 자취를 감췄다. 산업이 발달하지 않고 가난하기 때문일 것이다. 차창밖으로 지나치는 집들은 낧고 허름하다.
나는 탁 트인 공간을 무척 좋아한다. 사람이 북적이는 곳에 가면 질식할 것 같아 얼 른 나온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다. 혼자가 낫다. 내 속에 성난 괴물이 앉아 있다.  그것이 머리를 쳐들지 못하도록 억누르지만 그래도 그것은 나의 행동과 사고를 움직이는 주인이다.

언제부터 그 괴물이 내 안에 자라기 시작했는지 어렴풋이 안다. 나는 어머니 말을 잘 듣는 순한 아이였다. 어릴 때 사진을 보면 스르르 웃음이 난다. 초등학교 때 사진을 보면 천진 난만하게 티없이 웃고 있다. 재잘거리며 웃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던 것이 중3 때 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반장을 하면서 형편이 어려운 급우들을 보게 됬다. 학교에 안 나오면 선생님이 나보고 걔 집에 가서 보고 오랬다. 지금도 그들의 가난이 떠오른다. 하꼬방 어두컴컴한 방안에 누워 있었다. 그들은 수업시간에 잠만 잤는데 왜그러냐고 물으니 어차피 고등학교에 가지 않는데 공부는 왜 하냐고 했다. 담배를 피고 불로 팔을 지지면서도 나에게는 담배를 피지 말 라고 그랬다.
고등학교에 올 라가서는 정말 힘들었다. 시험을 계속 보는게 힘에 부쳤고 저녁 늦게까지 학교에서 자습을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우열반을 나누고 반에서도 성적순으로 자리를 정했는데 그 경쟁이 힘들었다. 나보다 낮은 성적의 아이들이 얼마나 자존심 상할까 의식하며 상위를 차지한 것에  미안해 했다. 말수가 줄었고 어머니가 나에게 음울한 아익라고 했다. 다시 뒤 돌아보기 싫은 시간이다. 대학에 가서는 교정에 항시 전경이 진을 치고 있고 데모와 최루탄 냄새를 맡으며 억압을 느꼈다. 이영희의 베트남 전쟁을 분석한 글을 읽으며 지금까지 학교에서 배운 사실이 거짓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나서 주위를 돌아보니 위선과 거짓과 부정의가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태연히 아무일도 없는 양 지내는 것이 참을 수없었다. 부정의는 자연에 가까운 상태이고 인간은 제도를 통해 욕심을 제어하면서 발전해왔다는 것을 점차 머리로 이해했지만 가슴속에 도사린 분노는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그 부정의에 동참하기에 마음이 불편한 것이리라. 영화 대부의 주인공이 머리를 싸매며 괴로워 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래서 나는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풀기위해 넓은 공간을 찾는다. 넓게 열린 공간을 보면 환장한다. 물을 만난 물고기 처럼.

7시간을 달려 브린디시란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 이탈리아 반도의 장화 발뒤꿈치에 위치해 있다. 도시외곽에서 버스를 내린후 중심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의아했다. 마치 핵폭탄 맞은 것 마냥 햇빛은 따갑게 내려 쬐는데 거리가 비어 있다. 상점은 모두 셔터를 내렸고 제법 큰 슈퍼마켓은 아직 4시 밖에 안됬는데 문을 닫았다. 바닷가 가까이 도시 중심으로 가니 그제야 사람이 보인다. 그리스로 가는 배를 타기 위해 이먼곳에 왔는데 알고보니 이곳은 그리스 로마시대에 건설된 항구도시로 그당시 유적이 남아 있는 관광 도시였다. 지금은 시즌이 아니라 철시한 것이다.
숙소를 어렵게 물어 찾아가니 외따른 골목속에 있는 민박집이다. 현관 문을 열고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며누조그만 정원이 나타나고  계단을 올 라가면 또 조그만 정원이 나타난다. 비밀의 공간 같다. 칠십가까이 되보이는 할머니가 안내하는데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 결국 아들을 불러내서 간신히 필요한 몇 마디를 했다. 그녀석의 영어도 신통치 않아 의사소통이 힘들다. 이탈리아에서는 영어가 통하지 않는다. 어디를 가던 영어로 물으면 이탈리아 말로 뭐라고 뭐라고 한다. 혼자 쓰는 방은 과분할 정도로 좋았다. 통나무 판자로 사방벽이 둘러치고 천장에 나무 서까래가 드러난 오래된 집이다. 주인 할머니가 쓸고 닦아 깨끗하고 단정하다. 손바닥 만한 정원에는 각양각색의 화초를 가꾸고 있다.
수백년은 됬음직한 집 사이로 난 골목길을 무작정 돌아다녔다. 바닥에는 주먹만한 검은 색 돌이 깔려 있고 희고 넓은 대리석 조각으로 차도를 포장한 특이한 길이다.  가까이에 대리석이 많이 나나보다. 중세 때부터 그랫을 것 같은 길을 해가 뉘엿뉘엿 지는데 한참이나 싸돌아다녔다. 황혼녁에  비스듬이 벽에 비친 주황색 빛이 아름다웠다.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파 어지럼증이 찾아 올 무렵 어느 구석에서 피자집을 발견했다. 부부가 하는 조그만 가게 였는데 주민들이 계속 찾아와 피자를 찾아가고 인사만 건네고 가기도 간다. 피자를 주문했는데 한판에 4.5 유로란다. 토마토 소스와 치즈를 듬뿍 얹고 종이처럼 얇은 프로슈토로 전면을 뒤덮은 피자이다. 약간 짰지만 바삭바삭하고 맛있다. 조그만 홀 탁자에 앉아 부부가 일하는 모습을 보며 천천히 먹었다. 손님이 뜸해진다. 반판을 배부르게 먹고 나머지는 싸왔다. 여러 일이 일어난 하루였다. 오늘 마침내 가지고 다니던 외투를 차에 두고 내렸다. 깨달았을 때는 이미 버스가 떠난후. 인생은 흘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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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5 11:46



어째 수월하게 진행된다 했더니 신용카드가 결제되지 않아 다음 일정을 예약하지 못하게 됬다. 인테넷으로 무엇을 구입하려면 결제가 항상 문제이다. 얼마전 까지만 해도 인터넷으로 카드 결제하는 것이 너무 어려워 구입을 꺼렸다. 근래 한국  사정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이트에서 결제하려면 긴장된다.  해외 여행 을 하면서 카드가 잘될 지 확실치 않았는데 결국 문제가 발생했다. 미국에 있는 딸애의 도움으로 어찌하여 급한 불은 껐다. 역시 미국 것은 되는데 한국 것으로는 안된다. 성인이 된 딸애의 도움을 본격적으로 받은게 처음인 것같다. 대견하기도 하지만 가급적 걔의 인생에 내가 간여하지 않으려 한다. 인생은 혼자 개척할 때 묘미가 있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면서 약한 나라 사람의 서러움을 종종 목격한다. 어제 국 경을 통과할 때 내 옆에 앉은 알바니아 여자에게만 세관 경찰이 꼬치꼬치 캐묻고 결 국 여권을 가져가 조회했다. 한국이 부자 나라가 된 것을 해외 여행을 할 때 실감한다. 한국 관광객이 세계 곳곳을 누비기에 이제는 어디서 여권을 보자해도 위축되지 않는다. 태어나는 나라는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선진국 사람들의 위세부리는 모습을 보면 속이 불편하다.
오늘은 버스 출발 시간에 여유가 있어 새벽에 주위를 산책했다. 나는 새로운 곳에 가면 새벽에 호젓이 산보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거닐면 힘이 난다. 볼 로냐의 중세 거리를 홀 로 걷는 시간은 참 좋았다.  간밤의 쓰레기를 수거하고 청소하는 사람을 간간히 본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가게를 열 려고 준비하는 모습과 일찍 출근하는 사람을 만난다. 나도 서울에 돌아가면 저리 바쁘게 살겠지 생각하니 한가히 돌아다니는 이 시간이 더욱 맛나게 느껴진다. 일생에 자주 오지 않는 기회이다. 요긴하게 써야 할텐데. 모르겠다.
이탈리아로. 들어가면서 조금 긴장한다. 후진국은 질서가 잡혀 있지 않고 뭐가 잘 안된다. 문제를 호소해도 막무가내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아니나 달라 인터넷으로 결제가 잘 안되는 것이다. 숙소에도 인터넷이 잘 안되어 애를 먹었다. 문제를 설명해도 그냥 무시한다. 6시간을 타고 로마에 도착했다. 거리가 지저분 하고 주변이 잘 정돈되있지 않고 사람들이 질서를 지키지 않는게 딱 우리나라의 수준이다. 국민소득으로 따지면 이탈리아의 중부지방은 한국과 비슷하다. 이 나라는 남북의 소득 격차가 커서 북부는 서유럽의 부자나라못지 않지만 밑으로 내려갈 수록 사람들이 못사는게 느껴진다. 소득에 따라 사람들의 행태나 도시의 모습이 차이가 난다.
숙소를 나서 로마의 관광지를 돌며 어지러움을 느꼈다. 콜로세움을 마주하고 나도 이곳에 왔구나 하는 생각은 잠시일 뿐 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었다. 인파 소음 물건파는 사람들의 호객 등 번잡하기 그지 없다. 지금이 관광철이 아닌데도 이러하니 관광시즌에는 지옥이 따로 없을 것이다. 로마에 대한 기억이 어떠냐고 물으면 더위와 소음과 인파속에서 길을 잃고 엄청 헤멨다고 대답할 것이다. 가로에는 안내 지도가 하나도 없어 길을 잃기 쉽상이다. 이 골목을 돌아도 비슷하고 저리로 가봐도 방향을 전혀 못잡겠다. 길을 물어보려 해도 주위가 모두 관광객이고 가게 점원에게 물으면 손사래를 친다. 그래도 친절한 사람의 도움으로 간신히 숙소에 돌아왔다. 인터넷 지도가 있어서 인지 사람들은 길을 묻지 않다. 모두 휴대폰만 들여다 보며 방향을 잡으려 한다. 그런데 내 휴대폰은 먹통 이니 고생한 것은 당 연하다.  숙소에 도착할 무렵에는 완전히 진이 빠졌다.
휴대폰 로밍을 하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길을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방향감각이 좋다고 자부하는 것도 있지만 길을 잃고 헤메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흥미있는 모습을 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지 사람의 살아가는 모습과 속사정을 보려면 겉으로 보이는 곳을 벗어나야 한다. 길을 잃고 헤매면 우연히 그런 모습을 마주친다. 물 론 엄청 걷는 것이 댓가이다. 과거 내 여행 에서 지금까지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모두 그렇게 얻어진 것이다. 현지인들이 먹는 허름한 식당 에 들어가고 동네 교회에서 벌어지는 행사에 참석하고 힘들어하거나 권태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갖가지 모습을 마치 동물의 생태를 관찰하듯 들여다 본다. 로마는 어디를 가나 뒷골목까지도 모두 관광지라 금방 나의 흥미를 잃었다. 어쨋든 힘든 하루였다. 여행의 묘미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마주치는 것이니  어려움도 감수해야 한다. 이것도 경험이다. 우리 인생이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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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4 11:38




6시 버스에 맞 추려고 새벽 5시 반에 숙소를 나섰으나 버스는 두시간 늦게 왔다. 아침 찬공기에 모두들 떨고 혹시 버스를 노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왔다갔다 한다. . 나는 되는대로 할 심산이기에 느긋하게 주위 사람들을 관찰하며 기다린다. 내옆에 있는 인도에서 온 가족은 금장신구를  온몸에 두루고 있다. 다른편에 앉은 아이와 함께 여행하는 젊은 여인은 담배를 계속 피운다. 스트레스에 싸인 모습이 찌푸려진 얼굴에 그대로 나타나 있다.
스위스에서 알프스를 넘어 이탈리아로 가는 길은 험했다. 끝도 없이 긴 터널을 여러개 지나고 양 옆으로 깍아지른 절벽사이로 아슬아슬 하게 도로가 나있다. 빙하에 깍여져서 U자형 공간의 바닥을 지난다. 양옆 바위에는 옆으로 줄이 그어 있다. 자연의 힘은 대단하다. 스위스 국경을 지나니 바로 평야가 펼쳐진다. 스위스 사람들은 산속에만 사는 것이다. 7시간을 달려 오후 세시를 넘어서야 볼로냐에 도착했다. 오늘은 버스를 너무 오래 탔다.
숙소를 어렵게 찾았는데 특이하다. 오래된 건물 속에 들어있는 고급 아파트의 한층을 이렇게 싸구려 숙소로 쓰다니. 바닥이 모두 대리석으로 되있고 화장실에는 변기 옆에 비데용 변기가 따로 있고 거실에는 대리석 바가 차려져 있다. 사람들은 그곳에 걸터 앉아 이야기를 한다. 23 유로를 냈다.
볼 로냐는 도시 전체가 박물관이다. 중세시대의 투박한 벽돌 건물이 옛날 그대로 이다. 육중한 건물 사이로 난 습하고 어두컴컴한 골목길을 꽤 걸었다. 바닥은 벽돌이나 자갈로 되있으며 이끼가 덮여 있어 미끄럽다. 그 건물 속에 사람이 살고 있다. 내가 묵은 숙소도 외관은 그런 중세 건물이지만 속은 현대식이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골목길을 호젓이 걷고 아무도 없는 거대한 벽돌 건물에 둘러 싸인 공터에 앉아 과거를 상상해보는 것은 새롭다.
그곳에 앉아 문득 왜 이렇게 정신나간 사람 마냥 돌아다니는지 자연 생각이 미쳤다. 외로운 여행자로 아무도 모르게 이 구석에 걸터 앉아서 말이다. 많이 생각해 보았다. 사실 이 여행도 오래전부터 이리하리라고 정하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글을 매일 쓰는 것도 여행 첫날 밤에 깨서 잠이오지 않아 시작한 것이다. 답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냥 살다 가는거란 것을. 한 때  삶이 괴롭고 더이상 어리석은 짓을 반복하는 것이 지겹게 느껴져 바다물에 빠져도 봤다. 그순간 나에게 의지하고 있는 어린 아이가 떠올라 죽을 힘을 다해 헤엄쳐 나왔다. 내가 없으면 걔가 힘들게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도저히 외면할 수 없었다.
여행하면서 사람들을 보면 힘들게 사는 모습을 본다. 젊은 남녀 커플은 사랑의 열기에 들떠서 연신 서로 쓰다듬고 키스를 하지만 그 옆에는 삶에 지치고 몸이 무거운 노년의 무표정한 얼굴이 있다. 그들도 한 때 젊고 들뜬 시절이 있었으리라. 어머니의 유물을 정리하면서 나의 어머니도 젊은 시절이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꽃같은 모습의 젊은 시절이. 지금 저럽게 자유분방한 젊은이가 몇십년 후에는 또 저렇게 삶에 지친 모습으로 변하다니 허무하다. 그래서 부처는 출가했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그것도 해답이 아닌 것 같다. 이세상에 있는 한 그 굴레에서 도피할 방법은 없다.
앞을 모르고 걸어간다. 확실한 것은 조만간 죽는다는 사실뿐. 그래서 삶에 두려움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탈출구가 바로 옆에 있다는 것을 안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개미나 소가 그렇듯이. 길을 걷다 고급 레스 토랑의 현관에서 죽은 참새를 발견했다. 나는 어릴 때 새가 죽으면 모두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다. 하늘로 올라가는지.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가되고 싶었다. 내가 새라면 갈매기의 꿈에나오는 새 처럼 올라갈 수 있는데 까지 한껏 높이 올라가 보고 싶다. 나는 꿈을 많이 꿨는데 자유스런 해방감보다는 중력을 이기며 추락하지 않으려고 힘겹게 날개를 퍼덕이며 안타까와하다가 깼다. 그러면 그 느낌이 너무나 절실해서 깨서도 한동안 여운이 남아 있다.
나의 삶은 이번 여행과 다르지 않다. 미리 계획한 여정이 없고 정신나간 놈 마냥 그냥 달리기만 한다는 점에서. 과거에 마라톤도 해봤지만 별거 없었다. 섹스는 더더군다나 더 별거 없다. 매일 숙소에 도착하면 다음날의 일정을 잡는다. 이곳 볼로냐는 중세를 맛볼 수있는 독특한 곳이지만 날이 새면 다시 떠날 것이다. 머물러 있고 싶지 않다. 떠돈다고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그래도 한곳에 있는 것틀 참을 수 없어 발걸음을 옭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사는 거겠지. 이제는 나에게 의지하던 아이도 독립해 제 갈길을 가고 있다. 내 삶을 꼭 더 지속해야 할 이유가 없기에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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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3 11:46




새벽 여섯시에 버스에 올라 다섯시간을 타고 쮜리히에 도착하다. 스위스 국경 검색을 통과하자 마자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좌우로 산이 보이는 계곡 사이로 구불구불 도로가 나있다. 작물을 재배하는 평지는 거의 없고 가파른 경사면을 맨맨하게. 밀고 초지를 조성해놨다. 산 경사면 곳곳에 집이보이고 마을이 있다. 지금까지 달려온 독일에는 좌우로 넓은 평 원이 보이고 숲과 경작지가 번갈 아 지나가고 인가가 전혀 없는 지역이 많았던 것과 사뭇 다르다. 스위스 사람들은 왜 이렇게 힘든 산골에 인구밀도도 높게 살까.
나는 스위스 사람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다. 주위 유럽국가들의 끝없는 전쟁속에서 끈 질기게 독립을 지켜 온 것은 놀 랍다. 산골에 살았기에 가능 했을 것이다. 그 댓가는 억척스럽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차창 밖으로 가파른 높은 곳에 밭을 일구고 집을 지은 것을 보면 꼭 저기서 저렇게 자연을 파괴하면서까지 살 아야 하나 생각한다. 인간은 가장 큰 자연 파괴자이다. 스위스 곳곳에서 환경 을 생각한다고  자랑스럽게 밝히는 문구를 보지만 그들이 산골에 빽빽히 사는 것 자체가 엄청난 환경파괴이다.
스위스는 잘사는 나라다. 어딜 가든 깨끗이 정돈되 있고 그림같은 집과 마을과 가로를 만 난다. 어디서 그 돈이 나오는지 생각하게 된다. 스위스는 금융업과 관광업이 주요 산업이다. 첨단 기술 산업도 발 달했긴 하지만. 스위스의 은행은 철저한 비밀주의 원칙을 지켸 세계 전역에서. 검은 돈을 끌어 모았다. 독재자들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큰 돈을 모은 사람들은 이곳에 돈을 예치하고 발뻗고 잔다. 나찌에 의해 죽임을 당한 유태인들이 맡긴 엄청난 액수의 저금을 이들은 조용히 꿀꺽했다. 박정희 대통령 의 부정한 돈도 이곳에 예치되있다고 한다. 가난한 나라 국민들의 피를 짜낸 돈으로 이들은 잘 사는 것이다. 근래에 미국이 스위스 은행에서 돈세탁을 방지하도록 예금을 실명으로 하는 제도를 도입하라고 압력을 넣지만 이들은 발을 끌며 도입을 미루고 있다. 그렇게되면 스위스 은행의 매력은 사라질 것이다. 스위스 사람들은  과거에 주변 나라에서 용병 으로 많이 일했다. 지독한 사람들이다.

어머니는 나에게 정신 똑똑히 차리고 살 라고 말하곤 했다.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산다는 말도 입에 달고 살았다. 전쟁통에 북한에서 맨몸으로 내려온 남편을 만 나 전처의 자식들까지 건사하느라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 어머니의 노력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다. 어머니는 나를 매일 밥상 머리에  앉히고 국민학교 과정 을 모두 가르쳤다. 숙제를 안하면 수련장 을 다풀지 않으면 나가 놀 수 없었다. 내가 공부를 게을리 하면 어머니는 눈물 로 호소하며 나를 정신차리게 했다. 머리가 신통치 않은데도 이만큼 된 것은 순전히 어머니 덕이다.
어머니는 본인이 하지 못한 것을 내가 이루기를 바랐을 것이다. 내가 내 자식에게 바라듯이. 어머니 처럼 고생하지 말 라고. 어머니는 내가 훌륭한 일 을 이루기를 바랬다. 밥만 끌이고 살다 죽는 것은 가치 없다고 하며 열심히 노력해서 큰 뜻을 이루라고 했다. 이렇게 사는 나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많이 실망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억척같이 살아서 뭐하냐고 속으로 항시 반항했다.
나는 술도 담배도 안하고 스포츠에 관심이 없으며 여자 권력 돈은 나와 무관하다. 명 예는 바랏지만 이루지 못해 마음을 접었다. 나 자신에게 때때로 묻는다. 무슨 재미로 사냐고. 왜 또하루를 더 살아야 하냐고.

끈질기게 악착같이 남의 돈까지 그러모아서 스위스 사람들은 부유하게 산다. 산골에서. 스위스는 이민자의 귀화를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이 내머리에 차있기에 스위스의 부유한 거리와 아름다운 집을 보면서 그리 호감이 가지 않는다.
쮜리히의 호숫가에는 관광객으로 넘쳐난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곳을 지나 더 걸으면 주민들이 나와 노는 곳을 만난다.  여느 풀밭처럼 사람들은 일광 욕을 즐기고 아이들은 뛰어 놀고 간간히 고기를 구워먹는 모습이 보인다. 물가에 풀밭을 지나 주거지역으로 들어가니 한가롭게 산책하는 노인이 많이 눈에 띤다. 까페에 나와 앉아 한가롭게 시간을 보내는 사람도 많다. 쮜리히 호수를 바라보는 집들은 세계 전역에서 은퇴한 부자들이 노후를 보내는 장소로 유명하다. 이들은 한창 때 엄청난 보수를 받는 지위의 사람들이었으리라. 지금은 불안정하게 걷는 그들을 보면서 그리 동정이 가지 않는다. 그들은 자기만 혼자 잘먹고 잘사는 가술에 능한 사람들이다. 나는 그럴 능력도 못되지만 나만 잘먹고 잘 사는데는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뭐하나 뜻있는 일을 이룬 것도 없는데. 그래서 딜레마에 빠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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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2 11:34




아침을 느긋하게 먹고 숙소를 나서 하이델베르그 앞산을 올 랐다. 서울에 청계산 만한 높이로 두시간쯤 걸으면 정상 이다. 가는 길에 오래된 교회에서 노래 소리가 흘 러나오기에 들어가보니 성가 연습을 하고 있다. 오늘이 부활절 주일이라 특별히 성가 공 연을 준비하여 리허설 을 하는 것같다. 제단에서는 사제가 예배를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인다.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반시간 이상이나 앉아있었다. 예배시간이 가까와 오자 신도들이 하나둘 씩 자리를 채우길레 조용히 빠져나왔다. 어쩌다 교회를 가게되면 음악에 끌 려 가슴이 벅차오르곤 한다. 믿음은  다가오지 않지만 교회는 나에게도 효용이 있다.
 산정상 근처에는 나찌시대에 만든 노천 극장 이 있다. 산 모롱 이를 돌아서니 홀 연히 웅장한 극장 이 나타난다. 산의 경사를 이용해서 만들어서 무대가 저 아래로 내려다 보이고 무대에 서면 앞으로 청중 이 부채꼴 모양으로 펼 쳐진 구조이다. 나찌가 한창 세력을 확장하던 1935년에.만들어져.이곳에서 대규모 청년 선전 집회가 열 렸단다. 해가 내리쬐는 계단 구석 그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방문객을 구경하고 가져온 점심을 먹고 나찌에 대해. 또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해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히틀러는 젊을때 내성적이고 비사교적인 미술학도였다. 히틀러를 보면 나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 사람의 앞날은 모른다. 백인이 유색인을 낮추어보는 것은 지금도 여전하니 그 시대에 유대인을 싫어한 것은 이상할게 없다. 문제는 그러한 감정을 실행 에 옮겨 말살하려. 한것이 특이할 뿐이다. 독일이 전쟁 에 패해 경제가 파탄 났기에 사람들은 히틀러의  민족주의 선동 에 쉽게 혹했다. 지금까지 이웃으로 함께 살던 유대인의 재산을 빼앗고 몰아낸 것은 보통 사람들이다. 대다수의 독일인은 그당시 자신의 삶이 고달프기에 이러한 주위사람들의 만행 에 동조하고 묵인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건 할 수있다. 그당시 독일사람들이 특별히 악했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말을 하고 속임수를 쓰고  약자를 무시하고 이용해먹는 일은 우리 모두 기회만 허락된다면 언제라도 저지른다. 내가 그러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아마 남들도 그럴 것이다. 청문회에 서는 사람들 모두가 그런 것으로 봐서 보통 사람들. 모두가 그러함에 틀 림이 없다. 그시대에 내가 살았다면 아마 나도 그런 동조자의 일원이었으리라.
자신의 죄를 고백하면 신이 용서한다는 교회의 장 치는 유용하다. 사람들은 마음의 짐을 털어내고 싶어한다. 가난한 사람은 크게 나쁜 짓을 하지 않기에 부자보다 천국에 잘갈거라고 하지만 그들은 기회가 많지 않을 뿐 그들 역시일상적으로 소소한 부끄러운 짓을. 많이 할거다. 선진국이란 부정 을 저지를 기회를 차단하는 장치가 잘 갖추어져 사람들에게 좀처럼 그런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사회이다. 물 론 힘있는 사람들은 그런 그물망으로 잘 올가매지지 않지만.
 그곳에. 앉아 주위의 독일 사람들을 보며 여러 생각을 했다. 그들 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바로 여기서 흥분에 들떠 나찌에 충성을 맹서하고
 독일 민족을 구원한다는 대의에 감격했다는 것을 실감하지 못하리라.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기억 하며 잘 살아가기는 힘들겠지. 하이델베르그 대학은 헤겔이나 막스베버와 같은 대가가 있던 대단한 대학이지만 또 나찌에 동조하는 청년 운동이 활발했던 나찌 민족주의 운동 의 본산이다.
그렇게 잊혀지며 역사는 흘 러가고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난다. 주위에 어린 자녀들과 같이온 가족이 간간이 눈에 띠었다. 그들은 나처럼 계단에 앉아 따뜻한 봄날을 즐기며 싸온 도시락을 까먹고 웃고 떠들다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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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1 13:02




아침 나절을 라인강변에서 지내다 오후에 다섯 시간을 달려 하이델베르크 에 도착하다. 버스에서 어린 아이 셋을 데리고 씨름하는 흑인 엄마를 만나다. 위에 애는 다섯살이나 됬을까 막내는 두살이 못되보인다. 문제는 그 막내녀석이다. 안아달라고 계속 보채며 조금이라도 내려 놓으면 무지하게 울어댄다. 운전사가 여러번 그녀에게 아이를 울지 않게  달 래라고 주의를 주고. 이층으로  자리를 옮기라고 강하게 요구해도 그녀는 어찌어찌  버티며 자리를 지킨다. 어디서 탔는지  모르지만 애가 잠든 잠시의 시간을 제외하고 내리 애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지냈다.
버스 여행은 좋은 점이 있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좋은 기회다. 좁은 공간에서 긴시간을 함께 있으면 그들이 남에게 평소에는 보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차창으로 지나치는 풍광과 때때로 정차를 위해 들르는 도시의 모습을 훑어 보는 것도 매력이고.
중간에 버스안이 한가해져서 이층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그곳은 딴세상이다. 아래층에는 증노년에 아이를 동반한 유색인들이 많은데 위층은 이십대의 백인 젊은이들 천지다. 훨씬 자유롭고 애정 행각이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곳이다. 아마 내가 이층 사람들 중 에 가장 나이가 많았을 거다.
 아래층 흑인엄 마는 주위의 눈총과 압력속에서 굴 욕을 삼키며 꾿꾿이 버텼지만 힘든 표정 이 역력하다. 운전수에게  당신은 아이들을. 모른다. 당신도 어린 때가 있지 않았느냐고 항변하지만.

이번 여행 은 사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지난 이년 동안 힘들었던 시간을. 뒤로할 생각에서 감행했다. 치매로 고생하던 어머니와 함께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바람을 거슬 려. 모질게 굴은 나의 옹졸함을 후회하며 그간 많은 밤을 뒤척였다. 어머니는 나에게 독특한 방법으로 지혜를 남겨 주었다. 유물을 정리하며 나에게 보여주지 않은 어머니의 일면을 알게 된거나 남긴 돈을 정리하면서 사람들 간에 이익갈등 은 적당히 좋게는  해겴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한단계 깊어지는 순간이다. 그걸 깨닫고 나니 내가 얼 마나 좁게 세상 을 보고 순진하게 살 아왔는지 내가 얼 마나 어리석은지 뼈속으로 절감한다. 그러고나니 세상 사는데 자신감이 조금더 든다.
어머니의 젊을  때. 모습은 여리게 보이는 데 어려운 환경 에서. 우리를  키우느라 강인하였다. 굴욕적인 순간  고민하고 주저하고 안타까워한 시간들이. 얼 마나. 많았을까. 어머니의 기대를 내동댕이친 기억이나 어머니를 배반한 일을. 떠올 리며 안타까와 한다.
그렇게 또한 세대가 지나가는 것이다. 엄 마를 그렇게 고생시키는 그 아이도 그런 사실 을 알 지. 못할. 것이다. 제가 잘났다고 생각하겠지. 내가 그랬던 것 처럼. 어머니가 없는 나는 이제 고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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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0 13:38



밤 한시에 인천을 출발하여 새벽 5 시에 암스테르담 공항 에 도착하다. 공항 로비에서 해가 뜨기를 기다리며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다. 여섯시쯤 되니 마치 잠에서 깨어나온 유령들 처럼 번잡해 졌다.
네덜란드 는 극도로 실용주의 가 적용 되는 나라는 생각이 항시 함께 한다. 공항에서 출국장 바로 앞에 시내로 가는 기차표 매표기가 있고 바로위 스크린에 출발 시간과 승강장 안내가 연신 흐른다.
실용적이며 합리적인 원칙 만 으로 철저히 무장된 사회는 재미가 없을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무슨 낙에 살까. 예측치 못한 것이 때때로 있고 감정이 주위에 흐르는 삶이 긴장도 있고 재미있지 않을까? 꽉짜여진 매우 편리한 사회에서 이 사람들은 개미 처럼 규칙적으로 살고있다. 물론 선진국이라고 하는 곳은 모두 비슷한 모습이기는 하다. 암스텔담은 살기좋은 나라이지만 어쩐지 이렇게 살다 죽는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꿈이 있고. 흥분이 있고 실망 이. 있고 좌절의 쓴맛이 있는 삶이 편한 삶 보다 낫다.
버스로 4시간 쯤 달 려 뒤셀도르프 에. 도착하다. 금요일 오후라서 고속도로가. 막히고 상점들이 거의. 문을. 닫았다고 생각했는데. 룸메이트가 오늘이. 부활절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라. 운이 없다고. 말을 건넨다. 그는. 함부르크에 사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취미로. 퍼즐 디자인을 하는데. 내일. 이곳에서  페즐관련.행사가.있어 이곳에. 왔단다. 그가 내일 소개할. 퍼즐 아이템. 하나를. 주면서 풀어 보라는 데. 결국 못풀었다. 퍼즐도 인생과 같아. 자꾸 경험이 쌓일수록 단계가 높아지고  흥미가 배가된단다. 인생 이. 과연 그런가? 경험이 싸여서 잘하게 되면 뭐하나. 시들해지던데. 영어로 been there done that. 그래서 나는. 올해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그 끗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약 간이지만 흥분이 있다.

햇빛이 따갑다. 라인 강가언덕에. 넓은. 잔디밭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앉아서. 하염없이. 강물을. 바라보며. 소일을. 하고있다. 친구들과 연인들과 가족들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혹은 멍청하니 앞을. 바라보며 논다. 아이들은 신나라. 주위를 뛰어 다니고. 남극에 펭귄. 무리가 모여있는 그곳이다.
그곳에 나무그늘에 세시간 쯤. 앉아 있으니. 찌푸렷던 얼굴이 펴지고 미소가. 번진다.  인간은 역시 사회적 동물이다. 남들이  즐거워하는 것을. 보면서. 서로에게. 그 기운이 전염된다. 소소한 행복?
내 주위에 가족과 함께온. 터키. 이민자들에게는. 이것이 무척. 값진 시간일. 것이다. 그들은. 희망 을. 품고. 산다. 그. 증거로. 내. 뒤에. 앉은  어린아이를. 안은. 젊은. 엄마의. 배가. 남산 만큼. 불 러 있다.

** 태블릿으로 처음 작성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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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4 19:27

블로그를 다시 시작할 날을 벼른다. 

희망의 불씨를 간직한채. 


지금은 직업 생활을 하느라 여유가 없지만, 

언젠가 머리와 가슴 속에서 울리는 글을 쓸 날이 오겠지.


어느 하루도 그 꿈을 잊은 일이 없다. 

오늘도 그 날을 준비하며 책상머리에 앉다. 

삶은 수월하지 않지만, 꿈이 있기에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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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08 08:58

이리 저리 헤메고 다녀도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깨달음이 오기를 기다리다 지쳐 버리다. 

그래도 살아 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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