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endhil Mullainathan and Eldar Shafir. 2013. Scarcity: The New science of having less and who it defines our lives. Holt Paperback. 234 pages.
저자들은 경제학자와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결핍이 가져오는 심리적 자원 고갈이 다시 결핍을 악화시키는 현상을 이론적 개념과 실험을 통해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에게 어떤 것이 부족해지면, 그것으로 야기되는 급박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정신적 자원을 집중한다. 이는 그 문제를 일시적으로 해결하기는 하지만, 장기적으로 크게 보면 결국 결핍을 악화시키게 된다. 결핍한 것이 돈이건, 시간이건, 인간적 관계이건,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저자는 이를 마치 터널 속에서 앞을 보는 것과 흡사하다고 tunneling 본다.
돈의 부족에 시달리면, 이것이 야기하는 급박한 불을 끄는데 심리적 자원이 온통 사용되기 때문에, 다른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떨어진다. 그 결과 가난한 사람은, 기억력, 자기절제력, 수행능력, 계획력, 추리력, 등 모든 지적인 능력에서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열등하다. 가난한 사람이 엄청난 이자의 고리대금을 빌리고, 직장에서 일을 불성실하게 하지 못하고, 건강관리를 소홀히하고, 도박이나 술담배나 마약에 쉽게 빠져들고, 자녀에게 해로운 방식으로 양육하고, 배우자나 타인에게 감정적이고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무계획적으로 돈을 써버리는 등, 가난한 사람은 모든 면에서 가난하지 않은 사람보다 나쁘게 산다. 그런데 이유는, 그들의 성격이 나쁘거나 능력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가난이 그들의 심리적 자원을 고갈시키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이 이렇게 모든 일에 나쁘게 대처하는 것이 그들의 가난을 지속시키고 악화시킨다. 이를 저자는 '결핍의 덧' scarcity trap 에 빠졌다고 지칭한다.
가난한 사람은 일상에서 수시로 닥치는 급한 불을 끄느라, '재정적 여유' slack 가 없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돈의 부족에서 벗어나더라도, 예기치 못한 일이 다가오면 또 다시 가난에 빠진다. 사람의 삶은 다양한 측면을 포함하고 있는데, 각각의 측면에서는 드물게 일어나는 일일지라도, 삶 전체로 보면 예기치 못한 일이 수시로 일어나게 된다. 가족 중 누가 아프거나, 자동차가 고장나거나, 사고를 당하거나, 실업을 당하거나, 경기가 안좋아 일이 잘 안풀리거나, 자녀가 대학에 가게 되거나, 부양할 가족이 새로 생기거나, 등등, 이 각각의 일은 드물게 발생하지만, 일상적인 지출로는 커버되지 않는 큰 재정 부담을 필요로 한다. 사실 가난한 사람들이 예기치 못한 일 중 일부는 일찌감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가난한 사람은 정신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심리적 물질적으로 준비를 할 수 없고, 상황이 닥쳐서야 허둥지둥 급한 불을 끌 해결책을 찾는다. 가난한 사람이 장기적으로 볼 때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이유이다.
요컨대, 가난의 원인은 물질적 결핍도 있지만 그 못지 않게 심리적 자원의 결핍에 있다. 가난한 사람의 심리적 자원의 결핍 문제를 해결할 방안으로, 저자는 심리적 자원을 외주화하는 정책을 제안한다. 즉 가난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현명하게 결정할 능력이 되지 않는다면, 외부에 누군가가 그를 대신해서 적절하게 조정하여 현명한 결정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예컨대 한 달치 임금을 한 몫에 주기보다 주 단위로 준다거나, 직장 보육시설을 통해 가난한 사람의 자녀 양육 문제를 도와준다거나, 급전이 필요할 때 직장에서 조건없이 바로 돈을 빌려준다거나, 임금의 일부가 자동적으로 저축이 되도록 설계한다거나, 돈에 여유가 있을 때 필요한 것을 미리 구입하도록 제도적으로 설계한다거나, 등등.
가난한 사람이 심리적 자원이 결핍하게 되는 이유는, 여유가 있을 때 미리 앞을 내다보고 지출을 절제하고 계획적으로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여유가 있을 때는 미래에 결핍한 시간이 다가오리란 사실을 잊어버리거나, 혹은 앞날을 그릇되게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미리 준비하지 않는다. 가난한 사람이라고 항시 절대적으로 돈이 없는 것은 아니며, 시간 부족에 허덕이는 사람이 항시 데드라인에 쫒기는 것은 아니다. 수중에 돈이 있고 시간이 있을 때는 흥청망청 쓰다가, 돈이 없어지고 데드라인에 쫒길 때에야 비로서 눈앞에 닥친 불을 끄는데 급급한다. 여유가 있을 때 미래를 내다보고 어려울 때 rainy days 를 대비하는 것은 보통 사람이 체득하기 어려운 능력이다. 저자는 가난의 원인이 많은 부분 심리적인 문제에 있다고 하지만, 이는 가난한 사람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같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과 실험 심리학의 연구가 잘 결합되어, 사람들이 경험하는 다양한 결핍 현상을 흥미롭게 설명한다. 가난의 문제를 심리적 자원의 결핍과 동치시키는 것에는 약간 문제가 있다. 심리적 자원의 결핍은 가난 때문에 발생하고, 가난은 심리자원의 결핍 때문에 발생한다면, 이 둘은 닭과 달걀의 문제와 흡사하다. 어떻게 이러한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가 제시하는 행동경제학의 넛지 nudge 방식은, 문제를 피상적으로 해결하는데 그친다. 가난은 구조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인적 자원의 축적이 안되어서 나타나는 문제이다. 인적 자원 축적이 안되는 이유는, 가난이 대물림되기 때문이지, 가난한 사람 본인의 심리적 자원 부족이 원인은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한 것은 심리적 문제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구조의 문제이다. 이러한 한계는 있지만, 가난한 사람들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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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테판 클라인. 2026. 뇌는 어떻게 변화를 거부하는가: 인류가 나아지지 못하는 7가지 이유와 그럼에도 아아질 수 있는 방법 . 어크로스. 300쪽.
저자는 과학분야 저술가이며, 이 책은 변화가 어려운 이유를 서술하면서, 변화에 성공한 사례를 통해 변화에 성공하는 법을 제시한다.
인간은 진화의 과정에서 변화에 저항하도록 길들여 졌다. 기존의 습관을 관성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최소한의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위기의 상황이 아니라면 익숙한 패턴을 따르도록 명령한다. 우리는 익숙한 환경과 익숙한 행위를 하면서 편안함을 느낀다. 새로운 환경과 행동은 우리를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대부분의 우리의 행위는 루틴을 따른다.
사람들은 자신이 가진 편견과 선입견의 필터를 통해 현실을 외곡해서 인식한다. 자신이 가진 지식에 부합하는 것만 선택적으로 인식하려 하는 확증편향 성향이 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문제점을 인식한다고 해도, 나에게는 그런 문제가 덜하다고 낙관한다. 그러한 문제나 위험은 타인에게 해당되는 것일뿐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위험은 과소평가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는 위험의 심각성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
각 개인에게는 이익이 되는 행동이 사회 전체에게는 해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게임이론에 나오는 '죄수의 딜레마'나 '공유지의 비극'이 대표적인 예이다. 따라서 개인에게 행동의 자유를 준다고 하여 사회 전체적으로 선에 도달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에 더 큰 가치를 두기 때문에, 크게 볼 때 혹은 장기적으로 볼 때 이익이 되는 것이지만, 눈앞의 손실에 대한 두려움이 앞서고, 변화를 거부한다.
변화나 새로운 것에 호기심을 가지는 성향과 그 반대로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성향은, 어느 정도 유전적으로 결정된다. 변화에 개방적인 사람은 반복적인 일에 쉽게 싫증을 내며 모험을 즐기는 반면, 그 반대의 사람은 반복적인 일에서 안정감을 느낀다. 변화에 개방적인 사람은 진보적 정치 성향을 띠는 반면, 기존의 것을 고수하는 사람들은 보수적 정치 성향을 띤다.
사람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요인은 많고도 강력하지만, 인류 역사에서 보면 큰 변화에 성공한 사례를 여럿 찾을 수 있다. 금연, 노예해방, 여성 참정권 획득, 이 셋은 기존의 공고한 틀을 깨고 사회적으로 변화에 크게 성공한 예이다. 금연운동의 경우, 흡연이 건강에 해롭다는 지식은 20세기 초반에 이미 알려졌다. 그러나 담배회사의 조직적 선전과 적극적인 방해공작 때문에 20세기 중반까지도 금연 운동은 확산되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에 들어 흡연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흡연의 폐해를 사람들이 더이상 외면할 수 없게 되었고, 금연으로 얻게 되는 이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금연에 반대했던 사람들도 변화에 반대하지 않게 되었다.
담배가 공공장소에서 사라지게 된 계기는, 1960년대 후반 애리조나주에 살던 한 여성이 자신이 사는 조그만 도시에서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삼가하자'는 운동을 그 지역의 식당에서 성공시켰고, 이것이 점차 이웃 도시로 퍼지고 미국 전역으로 퍼지게 되었고, 미국의 성공이 유럽으로 건너가 확산되었다. 그러나 한번 쟁취한 변화가 영원히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근래에 전자담배가 나오면서 흡연 습관이 청소년들 사이에 새로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여성 참정권 운동과 노예해방 운동은, 변화가 점진적으로 전개되며, 이웃한 지역들이 변화를 주고받으면서, 한걸음씩 목표에 다가간 사례이다. 인간 평등의 가치는 사상가들 사이에서 오래 전부터 주창되었으나, 변화의 결정적 계기는 1792년 프랑스 혁명이다. 이를 계기로 귀족과 평민을 구분짓던 구질서가 무너지면서, 인간 평등의 가치는 구체적으로 사람들의 경험의 영역으로 다가왔다. 이 혁명에 참여한 여성들 사이에서 여성의 억압을 깨야한다는 의식이 확산되었으며, 노예의 억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회전체의 격렬한 논란과 투쟁 끝에 영국에서 먼저 노예 무역을 금지하는 법안이 1820년대에 의회를 통과하였으며, 미국에서는 1860년대에 전쟁을 통해 노예제를 폐지하기에 이르렀다. 미국과 유럽에서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이다.
변화를 위해서는, 문제에 대한 정확한 통찰이 앞서야 하지만, 지적인 통찰만으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 오랜 세월 굳어진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호소만으로는 효과가 없다. 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즉각적인 긍정적 피드백이 도움이 된다. 변화하면 어떤 이익이 오는지 사람들이 인식하면 변화를 덜 거부한다. 습관을 깨는 것은 유발요인에 의해 작동한다. 행동경제학에서 제시하는 넛징 nudging이 대표적인 예이다. 처음의 변화는 조그만 것이어도, 이것이 눈덩이효과를 일으켜, 연관된 행동으로 확대되고, 주변으로 확산되면서, 연쇄효과를 일으켜 사회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의 금연이 대표적인 예이다.
현재의 습관을 지속할 때에 수반되는 비용과 위험을 환기시키는 것보다, 변화할 때에 얻게 될 이익과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부정적인 위험에 대해서는 두려움과 주저함으로 반응하지만, 긍정적인 이익을 향해서는 적극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위험에 대해 경고할 때보다, 희망을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반응한다.
저자는 심리학, 사회학, 생물학,경제학, 등 분야에서 연구결과를 종합하여 변화에 대한 저항 요인을 설명한다. 책의 4분의 3 이상을 변화에 저항하는 요인을 설명하는데 할애했다. 어떻게 변화를 성공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매우 간략하게만 서술한다. 이는 변화를 성공시키기 힘들다는 점 때문이겠지만, 이 책의 설득력을 떨어뜨린다. 변화하기 어렵다는 점은 구구절절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모두 아는 사실이 아닌가. 이 책을 붙잡은 이유도, 어떻게 변화에 성공할 것인가가 궁금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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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웨이강. 2016. 이공계의 뇌로 산다: 세상을 깊이 있고 유용하게 살아기가 위한 과학적 사고의 힘. 더숲. 414쪽.
저자는 과학분야 작가이며, 이 책은 과학적 사고방식을 적용해 세상을 이해하는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과학적 사고는, 전통과 편견을 버리고, 객관적 사실에 근거한 엄밀한 겸험적 검증을 지향한다. 이는 사람들이 쉽게 빠지는 인식의 오류 내지 인식의 편향을 극복하고, 진리에 이르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다. 사람들은 감정적 편향에 쉽게 휩쓸리는데, 대표적인 예로 원자력 발전의 위험을 들 수 있다. 과학적으로 사고한다면, 원자력 발전의 위험은 다른 일상 행위의 위험보다 훨씬 적다.
세상사를 이해하는 데 통계적, 확율적 접근은 크게 도움이 된다. 확율적 사고에서 볼 때, 사람들이 간과하거나 잘못 생각하는 몇가지를 지적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임의성, 즉 세상에 많은 일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일어난다; 둘째, 오차, 즉 모든 일에는 우연적 요소와 필연적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기 때문에, 모든 일에는 항시 어느정도 오차가 존재한다; 셋째, 도박사의 오류, 즉 지금까지 잃었으니 다음 번엔 꼭 딸 것이라는 착각; 넷째, 억지로 만든 규칙, 예컨대 복권 당첨에는 규칙이 있다는 믿음; 다섯째, 작은 수의 법칙의 오류, 즉 표본이 충분하지 않으면 패턴의 정확성이 크게 떨어진다.
자기개발을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인간의 의지력은 제한된 의식 자원을 활용하는 생리 현상이다. 이 지식을 활용하여 자기절제를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뇌에 새로운 기술을 입력하기 위해서, 즉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서는 체계적 훈련이 필요하다. 연습시간과 기술향상은 비례하지 않는다. 단순히 많은 시간을 연습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약한 부분을 골라서 반복 연습하며, 주의력을 집중하여 연습하여야 한다. 수시로 자신의 연습의 결과에 대해 즉각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면 연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의 연습은 결코 재미있을 수 없다. 즐거우면서 동시에 학습도 되는 효과적인 훈련 방법은 없다.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관찰하면서 떠오르는 의문에 관해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진정한 과학이다. 과학의 진정한 목표는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한 이해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해 예측, 즉 가설을 제시하여 통과하여야만 과학적 지식으로 인정된다. 통제된 실험, 관찰, 경험적 추론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환생, 영혼의 존재 등의 비경험적 주제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결론을 도출해본다.
이 책은 과학 칼럼을 모은 것이다. 저자가 읽은 기존 연구 결과들을 재료로 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일부 글들은 관통하는 주제가 있지만, 많은 글들은 단편적이며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 중국인 저자의 글이라 중국의 예가 많이 나오는 것이 흥미롭다. 가벼운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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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 2026. 계급욕망의 유전자: 직립에서 정장까지, 건축으로 읽은 문화의 계보. 효형출판사.587쪽.
저자는 건축가이며, 이 책은 인류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하여, 서구 문명과 문화의 발전을 거쳐, 근래 한국의 유행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인간 사회에 관한 모든 것을 저자가 이해하는 말로 설명한다. 인류의 문명과 문화, 및 근래 한국의 유행을 관통하는 하나의 원칙은 인간의 계급 욕망, 즉 불평등 구조에서 남보다 더 상위에 위치하려 하고, 남과 구별되려고 하는 욕구이다.
서구 문명과 문화의 토대는 기독교에 있으므로, 기독교의 원리와 발달과정을 을 이해하는 것은 사람들의 생각과 행위를 이해하는데 필수적 요소이다. 16세기에 종교개혁으로 탄생한 개신교는 이후 서구인들의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쳤다. 구질서에서 지배적 위치를 차지한 왕과 귀족은 종교개혁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부르주아라 칭하는 중간계급으로 대치되었다. 이들의 힘은 교육과 지식 자본에서 나온다. 한국은 이차대전 종전 이후 미국의 영향이 지배하면서 개신교가 지배층의 가장 강력한 이념으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저자의 광범위한 독서를 바탕으로 저자의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인간의 역사를 서술한다. 상식적인 지식이 많이 동원되며, 저자의 잡학다식을 자랑하는 책이란 인상을 준다. 이야기 전개에서 논리적 연관은 느슨하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저자의 전문분야인 건축학과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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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준. 2026.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개정판. 을유문화사. 403쪽.
저자는 건축학자이며, 이 책은 도시와 건축에 대해 저자의 다양한 생각을 비체계적으로 서술한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도시와 건축은 인간 친화적이어야 한다. 인간 친화적인 거리는 이벤트의 지점이 많은 거리이다. 강북의 명동과 강남의 테헤란로는 이런 측면에서 대척점에 있다. 서울의 도시 재개발은 기존의 스토리를 모두 지워버리고 그곳에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골목으로 이어진 과거 동네의 집들에 비해 재개발로 탄생한 아파트는 인간 친화적이지 않다. 기존의 건물을 밀어내고 전면적으로 새로 구축하는 재개발보다, 기존의 것을 다듬어 새로운 목적을 부여하고 개량하는 재생이 더 좋다. 후자의 예로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나, 소호의 로프트를 들수 있으며, 서울의 성수동 팝업 스토어 거리를 들수 있다.
도시는 역사적으로 진화했다. 로마의 도시가 체계적인 수로를 건설해 물 문제를 해결하였고, 파리가 체계적인 하수도 시설을 건설해 위생 문제를 해결했고, 런던이 중앙에 큰 공원을 조성해 인구밀집이 야기하는 문제를 해결하였고, 뉴욕이 전화망을 통해 사람들간 효율적인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하였다. 세계의 대도시들은 이전에 발달한 도시로부터 장점을 빌려오면서 새로운 것을 추가하는 과정을 이어왔다.
인간의 스케일에 맞춘 건축물은 그곳에 사는 사람이나 그곳에 접근하는 사람에게 편안함과 친근감을 준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의 사찰과 서구의 대성당은 대척점에 있다. 사찰에는 인간적 규모의 작은 건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반면, 서구의 대성당은 매우 높고 거대한 건물이 버티고 있어 그곳을 방문하는 사람에게 거리감과 경외감을 만들어 낸다. 동양의 저택은 자연과 어울어지는 것을 선호하는 반면, 서구의 저택은 자연의 제한을 극복하고 제압하는 것을 선호한다. 건축은 사람들의 세계관과 문화적 심미안의 차이를 반영한다.
이 책은 흔히 지식인들이 근대화의 부작용이라고 하는 것을 비판하고, 지나간 과거의 것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시각을 드러낸다. 이는 과거에 극히 일부의 상류층만이 여유있게 살고, 대부분은 어렵고 비참하게 살았던 사실을 애써 외면한다. 사실 기억할만한 건축물이란 전부가 상류층의 전유물이었다. 서울의 아파트는 서울 시민의 절반이 넘는 중류층의 생활의 터전이다. 심미적인 관점에서 볼 때 아름답지 않을지 모르지만, 인간적으로 의미있는 공간이다. 이책의 저자도 아마도 아파트에 살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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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esh Kapur and Arvind Subramanian. 2026. A Sixth of Humanity: Independent India's Development Odyssey. Oxford University Press. 621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와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인도가 1947년 독립이후 최근까지 지난 70년간 걸어온 정치경제의 궤적을 분석적으로 서술한다.
인도는 선진산업국은 물론 다른 개발도상국과 매우 상이한 정치경제적 발전 과정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경제가 어느 정도 성장해야 민주주의가 자리잡는데, 인도는 매우 예외적이다. 건국 당시 매우 가난한 상태에서부터 전국민에게 참정권이 주어진 민주주의로 시작했다. 인도는 여러 측면에서 사람들이 서로 갈라져 있다. 종교, 카스트, 지역이 가장 중요한 분열 요인이며, 이외에 남녀 구분 또한 극단적으로 존재한다.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뒤, 이러한 여러 분열 요인을 극복하고 한 국가의 국민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정이었다. 결국 이슬람 세력의 일부는 파키스탄으로 떨어져 나갔으며, 지금도 남부지역은 북부 지역에 소재한 정부로부터 독립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집단간 이견을 조율하고 타협을 도모하는 제도적 장치를 제공하기에, 독립이래 지금까지 집단간 큰 폭력이나 반란을 겪지 않고 통일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인도는 서구로부터 독립한 개발도상국 중, 권위주의 정부가 출현하지 않으면서 꾸준히 경제가 성장한 유일한 사례이다. 대신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거의 매년 전국적인 선거가 이루어지며, 다양한 유권자의 요구를 반영하느라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지난 70여년간 인도의 경제는 크게 세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1950~ 1980년까지 사회주의적 국가 통제 이념이 지배하던 시기 1980~90년대초까지 수입대체 산업화 기간, 1990년대 이후 현재까지 시장자유주의가 지배한 기간이다. 1950년대에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개발도상국들은 대체로 선진산업국에 의해 경제적으로 종속되는 것을 피하고 자력경제 dirigiste 를 추구하였다. 또한 서구 제국주의의 시장 자본주의에 반발하여, 소련식 사회주의의 중앙집중 계획경제에 많이 기울었다. 인도 또한 자력 경제를 추구하고 국가의 역할이 비대한 경제를 운용하였으며, 민간 자본이나 시장 경제에 대해서는 과도한 규제로 억압하였다. 그 결과 1980년까지 인도의 경제성장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1970년대 후반 석유위기를 겪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정권이 교체되었으며, 이후 국영기업의 민영화를 추진하고 민간 자본가의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990년대까지는 외국 물품의 수입과 외국 자본의 진출을 엄격히 제한하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1990년대 서구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받아들여 시장 자본주의를 광범위하게 허용하고, 외국 자본의 진출을 장려하는 정책으로 탈바꿈한 이후, 인도는 본격적으로 년 7~8%의 경제성장을 기록하였다. 인도는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서 민간투자가 정부투자를 앞서게 된다.
인도의 경제성장 과정은 특이하다. 다른 가난한 나라들이 저임금을 활용한 노동집약 산업에 집중한 것과는 달리, 인도는 상대적으로 고급기술이 필요한 서비스 산업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경제성장을 통한 고용 확대 효과는 적어, 성장에도 불구하고 일이 없는 가난한 실업자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인도는 비대한 공공 부분을 보유하는데, 이 부문에서 노동자의 강력한 요구를 반영하여 높은 임금을 허용하였다. 그 결과 엄청난 실업자가 존재함에도, 최저 임금이 높은 수준에 설정되었다. 또한 가난한 나라로는 이례적으로 까다로운 노동 조건을 노동자의 요구에 맞추어 설정하였으며, 매우 엄격한 규제로 민간 기업의 활동이 제한되었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인도에서는 저임금을 활용한 산업이 부진하며 국제 경쟁력이 없을 수밖에 없다. 다중의 요구를 과도하게 반영하였기에 경제성장에 뒤쳐진 것은 민주주의의 약점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이 어느 정도 진척되기까지 민주주의와 경제성장은 서로 관계가 없다. 인도에서 노동집약 산업이 발달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는, 소련과 마찬가지로 중공업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택한 탓도 있다.
인도는 교육, 위생, 교통, 치안, 등 삶에 기본이 되는 영역에서 공공재의 발달이 미진하다. 이는 정부가 공공재 공급에 돈을 쓰기보다 직접적인 보조금에 돈을 더 많이 썼기 때문이다. 사회에 온갖 다양한 집단들이 자신들에게 혜택을 달라고 또 세금을 줄여달라고 정부에게 요구하기 때문에, 다양한 면세 혜택과 보조금에 돈을 쓰다보니, 공공재에 쓸 돈이 부족했다. 인도 국민들은 모든 사안에 국가가 관여하여 해결해 주기를 기대한다 statism. 다른 나라라면 민간이 맡아서 시장에서 처리할 분야까지 국영 기업이 담당하는데, 국영기업은 매우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자본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고 서비스의 질이 낮다.
인도는 특이하게 초등교육보다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투자가 더 많았다. 그 결과 국민의 전반적인 인적 자본 축적이 낮으며, 이는 산업화에 큰 약점으로 작용한다. 정부가 초등학교를 늘리기보다 우수한 대학을 세우는 데 더 힘을 쏟은 이유는, 중화학공업을 빨리 발전시키기 위해 엘리트를 양성하는 데 우선을 두었기 때문이다. 인도의 학교 교육의 질과 학생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다. 우수한 자질의 학생은 해외, 특히 영국과 미국으로 유학을 많이가서 안돌아오기에, 두뇌유출 brain drain이 심하다. 물론 해외에서 활약하는 인도인들이 많기에,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하는 데 이들이 큰 힘이 되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인도는 정부 부문이 비대하며, 관료제의 복잡성과 폐해가 심하다. 다양한 집단의 요구를 반영하다보니 절차와 규정이 갈수록 늘어나게 되며, 절차와 규정이 많다보니 일을 처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국가가 다양한 분야에 깊숙이 관여하다보니 부패가 심하다. 1990년대 이후 시장 자본주의를 광범위하게 도입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국가에 의존하며 외부인을 배제하는 정서가 곳곳에 많이 남아있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인도가 개발도상국으로는 특이하게도 민주주의를 평화롭게 유지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룬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것을 읽을 수 있다. 인도의 특성중 하나가, 국가주의 statism 라고 칭하는, 국민들이 과도하게 국가에 의존하는 것 때문인지, 이 책에서는 인도의 성장과정에서 민간 부분의 역할은 별반 언급되지 않는다. 인도는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부터 내려온 배타적인 정서 때문에, 민간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거나 혁신을 해야 한다는 압력이 작다고 하는데, 그러나 근래에 인도에는 Infosys 와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출현하고 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민초 grassroots들의 활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힘인데, 이들이 경제성장에 방해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인상을 받는다. 저자가 조숙한 민주주의 precocious democracy 라고 진단한다. 초기 경제발전 단계에서 민주주의는 부정적 요인인지 의심스럽다.
이 책은 인도의 정치경제의 성장 과정을 일반인도 잘 이해할 수 있게 잘 정리하고 있다. 엄청난 데이터와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읽기에 수월한 책은 아니지만, 인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국제 비교에서 한국을 가장 모범적인 발전 경로를 밟은 국가로 드는 것이 인상적이다. 한국이 그렇게 부러워해야 할 모범국가라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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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l Zimmer. 2018. She has her mother's laugh: the powers, perversions, and potential of heredity. Dutton. 574pages.
저자는 과학분야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인간 유전과 관련된 주요 주제를 섭렵한다. 유전학의 역사, 유전의 생물학적 원리, 우생학, 염색체 추적 연구, 쌍둥이 비교 연구, 인종, 키, 지능, 유전병, 유전자 조작, 등의 주제를 다룬다.
부모로부터 자식에게로 특징이 이어진다는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함께 했다. 이러한 의심이 본격적인 과학 연구의 대상이 된 것은 19세기 부터이며, 유전자 gene 라는 개념을 적용해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에 들어서이다.
19세기 초반 멘델이 유전의 원리를 발견했으나, 사람들은 유전의 과학적 원리를 모른 상태에서도 가축과 농작물을 개량하는 데 유전의 원리를 적용하였다. 가축 개량에 적용된 유전 heredity 이라는 아이디어는, 인간에 적용되어 백인을 최고위에 놓고 인간을 분류하고 차별하는 인종주의에 활용되었다. 이어서 1920년대에는 열등한 인간을 솎아내고, 인간의 질을 개량한다는 우생학이 크게 퍼졌다. 우생학은 미국에서 큰 영향을 떨쳤으며, 독일의 나찌가 유태인을 학살하는 데 이러한 논의를 적용하였다. 이차대전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서 우생학은 영향력을 잃었다.
인간의 형질이 부모에서 자식에게로 전해진다는 이론이 본격적으로 탐구된 대상으로, 키, 지능, 유전병을 들 수 있다. 친족을 추적 연구하고, 쌍둥이를 비교하고, 염색체를 비교분석하는 연구를 통해, 키, 지능, 등의 형질이 상당부분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확인됬다. 그러나 유전이 작용하는 기제는 매우 복잡한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키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만 수천개이며, 유전병의 유전자를 보유한 사람들은 매우 많다. 인간 형질의 많은 부분은 유전에 영향 받지만, 그 못지 않게 환경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 예컨대 지능의 경우, 유전의 영향뿐만 아니라, 어릴 때의 영양 상태나 성장기의 지적인 자극 등의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다. 흑인이 백인보다 평균적으로 낮은 지능지수 수치를 보이는 것은, 흑인의 유전자가 열등해서가 아니라, 흑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기 때문이다.
인종을 구분하는 피부색과 같은 형질은 유전되지만, 이는 많은 인간의 형질 중 하나에 불과하다. 어떤 형질을 가지고 인간을 구분할 것인가는 자의적인 결정이다. 같은 인종 집단 내에서 유전자의 다양성이, 다른 인종간의 유전자의 다양성보다 크다. 즉 인종이라는 개념은 사회문화적인 구성체 sociocultural construct 일뿐, 유전자의 차이에 근거를 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유전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다루고 있다. 각 주제별로 많은 연구를 요약하고, 사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에 책이 커버하는 내용이 방대하다. 각 주제에 대해 과학적으로 체계적인 접근을 하기보다는, 다양한 흥미있는 이야기를 주변 정황과 더불어 잡다하게 풀어가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을 잃지 않도록 에너지를 많이 소모해야 했다. 결국 책의 3분의 2쯤 읽을 무렵 인내력이 바닥나서 훗날을 기약하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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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othy Wilson. 2002. Stranger to Ourselves: Discovering the Adaptive Unconsciousness. Belknap Harvard. 221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자기 자신을 아는 문제와 관련된 심리학적 연구를 정리하면서 한계와 가능성을 설명한다.
자기 자신을 알라는 주장은 철학계에서 많이 해왔지만, 막상 인간의 심리현상을 연구하는 심리학에서는 이 문제를 거의 다루지 않았다.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이 이 주제에 관심을 가졌으나, 그의 이론은 경험적으로 반증이 불가능하여 비과학적이며, 사람들의 상식과 어긋나는 그릇된 주장으로 평가되었다.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아는 데에는 몇가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첫째로, 사람들의 의식이 접근하지 못하는 "적응적 무의식" adaptative unconsciousness 의 영역이 있다. 자신을 구성하고 자신을 움직이는 핵심은 의식보다는 무의식 영역에 존재한다. 진화의 과정에서 발달한 이 무의식은, 패턴을 인식하고, 위험을 감지하고, 주위의 정보를 필터링하고, 목적을 설정하는 등, 사람들의 일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무의식 활동은 빠르고 정신적 에너지를 적게 소모하며 작동하는데, 느리며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의식 활동에 의해 보완된다. 의식의 영역에서 인식하는 자신의 성격, 감정, 동기 등은, 무의식에서 작동하는 성격, 감정, 동기 등과 일치하지 않는 부분이 크다. 세상의 문제를 대응하고 해결하는 데에 의식의 간섭없이 무의식이 작동하는 이유는, 의식이 무의식의 영역을 통제하는 방식이, 그 반대, 즉 무의식이 의식보다 우선적으로 작동하는 방식보다 생존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잘 알지 못하는 두번째 이유는,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정확치 않은 이야기를 지어내기 때문이다. 자신의 성격이나 과거 행동에 대한 인식과 기억은, 정확한 사실을 반영하는 작업이 아니라 구성하는 construct 작업이다. 사람들은 현재의 생각과 상황에 맞추어 과거의 행동이나 감정에 대한 기억을 재구성해낸다. 자신의 태도나 성격 또한 자신에 대한 선입견이나 문화적 규범에 따라 외곡되게 재구성한다. 사람들은 자기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긍정적으로 해석하며, 과장하는 버릇이 있다. 심리학 실험 결과, 자신의 행동과 감정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이유는, 실제의 객관적 원인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이 미래에 자신이 어떻게 느낄지에 대한 예상은 실제와 어긋난다. 개인적으로 큰 일을 당하거나, 혹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발생한 경우, 사람들이 실제 경험하는 감정이나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덜하다. 사람들은 어려움이나 변화에 대해 빠른 회복 탄력성 resilient 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미래의 사건에 의해 자신이 크게 영향을 받으리라 예상하지만, 실제는 그 맥락 속에서 빠르게 적응해 나간다. 복권에 당첨된 후의 행복은 예상과 달리 크지 않고 짧게 끝나며, 중요한 사람의 죽음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예상보다 고통이 작고 금방 원상태로 회복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은 정확치 않을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확히 아는 것이 정신 건강에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다.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편향된 자기 자신에 대한 지식은 정신 건강에 좋다. 어느 정도 자신에 대해 유리한 착각은 건강한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실제와 지나치게 어긋나 현실 적응을 어렵게 만들 때이다.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다섯 가지의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있다. 첫째, 자신은 영원히 산다는 믿음이다 myth of immortality. 사람이라면 모두 죽는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일상에서는 마치 영원히 사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둘째, 자신은 세상에서 중요하다는 믿음이다 myth of "we are important".자신은 사회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며, 다른 사람들은 나를 중요하게 여긴다고 믿는다. 내가 없어도 세상은 전혀 문제 없이 잘 돌아가며, 다른 사람은 나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깨달음을 일상에 반영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중심의 편향 egocentric biases 을 가지고 있으며, 타인이 자신에게 큰 관심을 가지는 듯이 spotlight effect 행동한다. 셋째, 세상은 내가 보는 그대로이다 라는 믿음이다 myth of "the world as we see it"; naive realism. 우리는 각자가 해석하고 이해하는 제한된 필터를 통해서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반면, 세상은 우리가 인식하는 범위를 넘어 존재하고 움직인다는 사실을 사람들은 어렴풋이 알고 있다. 타인이 보는 세계는 내가 보는 세계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렇게 알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넷째, 자신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myth of " the world is predictable" 고 믿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미래를 통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과도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overcnofidence, 사건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한다 fundamental attribution error. 세상은 랜덤하게 돌아가며 운이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알기는 하지만, 그렇게 알고 행동하지는 않는다.
요약을 하자면, 사람은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아는 것이 불가능하며, 정확히 스스로를 아는 것이 반드시 정신 건강에 좋은 것도 아니다. 사람들은 정확하지 않고 편향되게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구성하고 살아간다.
이 책은 저자의 전문 분야의 연구를 이론과 함께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자신에 대해 어떻게 건강한 이야기를 구성할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방법을 제시한다. 철학에서와는 다르게 경험과학적인 실험 심리학적 접근으로 "너 자신을 알라"라는 주제에 접근하는 것이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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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2026. 필연적 혼자의 시대. 다산북스. 369쪽.
저자는 사회복지 학자이며, 이 책은 저자가 지난 수년간 한국의 1인가구의 실태를 인터뷰 방식으로 연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혼자 사는 사람들의 삶의 다양한 측면을 검토한다. 1인가구를 대상으로, 일, 여가, 소비, 식생활, 살림, 가족친족 관계, 죽음 등의 주제를 다룬다. 1인가구가 처한 다양한 문제를 검토하면서, 문제에 대처하는 사회적 대안에 관해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1인가구는 한국의 전체 가구 중 36~42%를 차지한다. 지난 수십년간 1인가구가 증가하는 경향은 선진산업국 공통이다. 이는 개인의 선택 때문이기보다 변화된 사회 환경의 소산이다. 개인을 단위로 하는 자본주의 capitalism 의 발달과, 개인의 독립된 정체성, 개인의 가치와 선택, 개인의 자유, 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indicidualism 의 심화라는 경향이 맞물리면서, 개인화 individualization 가 강화된 결과 혼자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였다. 시장을 중심으로 하여 개인의 업적과 경쟁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도 이러한 변화에 한 몫했다. 일자리의 안정성이 사라지면서, 동반하는 식솔 부담이 없이 혼자사는 사람의 가볍고 유연한 적응력이 시장 경쟁에서 강점으로 부상하였다.
결혼하지 않고 혼자사는 사람은 결혼한 사람들과 비교하여, 삶에서 일의 비중이 큰 반면, 다른 활동의 비중은 작다. 일에 더 에너지를 쏟기 때문에, 일로부터 얻게 되는 스트레스도 더 크다. 여가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으며, 여가활동도 노동능력의 재생산이라는 기능적 측면에 그친다. 자신의 자아 통제 부족이나 살면서 겪게 되는 육체적 감정적 손상을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줄 사람이 없어 취약하다.
혼자사는 사람은 식생활을 포함한 살림살이의 질이 결혼해 사는 사람보다 현저히 낮다. 자기 하나를 위해 살림의 자질구레한 것들을 하는 것을 생략하기 때문이다. 경제적 능력이 되면 가사 서비스를 시장에서 구입하며, 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으면 살림의 질을 낮추며 근근히 살아간다. 혼자 사는 사람은 결혼해 사는 사람보다 생활이 불규칙하고 덜 건강하다. 혼자 사는 사람은 스스로를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데, 많은 사람은 이것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실천하기 어렵다. 자신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고 나서야, 능력이 있는 일부 사람들은 자신을 돌보는 데 관심을 갖고 사는 방식을 조정한다.
혼자사는 사람은 부모, 형제, 조카 등 원가족 구성원과 연결을 유지하면서 확대가족의 테두리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50대 무렵이 되어 부모가 죽고 나면 갑자기 원가족과의 끈이 떨어지면서, 사적인 영역에서 진짜 혼자 사는 삶으로 전락한다. 돌봄을 제공할 사람도,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 정말 홀로의 삶이 된다.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은 일에 매진하기 때문에, 일을 넘어서 사적인 관계의 망이 좁은 반면,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경제 자원을 보완하기 위해 사적인 관계 망이 더 깊은 경우도 관찰된다. 혼자사는 사람들은 자신이 보유한 경제적 자원과 사회적 자원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혼자사는 사람은 자신이 죽은 다음, 자신의 시신을 제대로 수습해줄 사람이 없고, 자신을 기억할 사람이 없다는 점을 염려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서술에서 드러나는 따뜻한 마음은 전해졌지만, 저자의 사회인식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려웠다. 저자는,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경향은 경제사회문화 환경의 변화가 초래한 필연적 결과인데, 1인 가구의 삶은 결혼하여 자식과 함께 사는 가구보다 삶의 질이 열악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저자의 전제가 맞는 것일까? 전통사회에서는 삶의 방식이 획일적이고, 이 틀에서 벗어나면 문제로 인식하였다. 반면, 근대로 올 수록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고, 개인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진다. 2인 이상 가구에서도 다양한 삶의 질이 관찰되듯이, 1인 가구에서도 다양한 삶의 질이 관찰된다. 혼자 산다는 것은, 삶의 여러 차원 중 하나에 불과하다. 집단의 구속, 집단 구성원 사이의 차별, 집단을 위한 희생, 등등, 가족의 삶이 반드시 밝은 측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결혼하는 것을 미루고 주저하다가 혼자사는 삶으로 귀결되는 데, 이들의 인생 길이 반드시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들은 나름 현실적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온 것이다. 여성 중 혼자사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사회적인 억압에 대한 거부의 결과이다. 혼자사는 삶의 긍정적 측면이나, 혼자 잘 사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텐데, 이들은 이 책에서는 아예 언급되지 않는다. 혼자사는 삶을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또 다른 책을 쓸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사는 사람의 삶의 질이 결혼해 함께 사는 사람의 삶의 질보다 낮다는 주장은 두가지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첫번째 가정은, 혼자사는 것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 측면에서 볼 때 함께 사는 것보다 비효율적이고 비기능적이라는 주장이다. 보통사람은 자신의 생활과 마음을 엄격히 관리하고 조절할 능력이 결여되어 있으므로, 배우자 및 자녀와 함께 서로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참견하는 것이 훨씬 기능적으로 좋고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주장에 일리가 있으나, 함께 살면서도 엉망으로 사는 사람이 있고, 혼자 살면서도 잘 관리하고 사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혼자사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인지는 의심스럽다.
두번째 가정은, 사람은 태어나서 살면서 후손을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는 생물계의 일반적인 패턴을 인간에게 투영한 주장이다. 인간은 생물계에서 유일하게 자신의 의지로 후손 생산을 조절할 수 있다. 전통사회는 자손을 낳고 기르는 것을 사람들의 삶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생각했고, 기독교 세계관은 자손을 많이 나아 번성하는 것을 신의 축복으로 생각했다. 태어나서 자손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은 불충분하고 결여된 삶을 사는 것으로 간주했다. 이러한 가정은 서구산업사회에서 최근에야 부정되었다. 자손을 만들지 않는 삶의 방식도 자손을 만드는 것과 대등하게 가치있다는 생각이 점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구에 인간이 부족하지 않으며, 인간은 자연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가장 위험한 존재라는 점을 사람들이 인정하면서, 자손을 만들지 않는 삶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된 것이다. 자손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사라진다면, 혼자 사는 삶이 결혼하여 함께 사는 삶보다 근본적으로 열등하지는 않다. 함께 사는 삶의 기능적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혼자사는 삶의 기능적 문제점를 보완한다면, 삶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면에서 혼자살거나 결혼하여 함께 사는 문제는, 상황에 따라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가 된다.
일전에 본인은 스웨덴에서 한동안 머물렀던 적이 있다. 중년 여인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그녀는 이혼을 하고 혼자 살고 있는데,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으며, 전남편은 같은 도시에서 살면서 그녀와 자주 교류하는 사이였다. 주말마다 서로의 집을 번갈아 방문하여 함께 지내며, 이 여성이 집안일 등으로 도움을 청하면 전남편이 와서 집안에 자잘한 일들을 도와줬다. 그 여성과 이런 저런 대화를 많이 하였는데, 그녀가 전남편과 다시 합쳐서 살 생각이 있는지 물었더니, 그 녀는 전남편과 가까운 친구 사이로 지내는 지금의 자유가 더 좋다고 답했다. 같은 도시에 사는 성인 자녀는 독립하여 가끔씩 어머니의 집에 찾아와 시간을 보내다 가곤한다. 그 여성의 삶을 가까이에서 보면서, 함께 사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혼자 사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구나 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혼자사는 것만이 삶의 주요 결정 요인이 아니라면 다른 무엇이 있을까? 2인가구의 삶과 마찬가지로, 사회경제적 수준, 성, 연령이 역시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삶의 결정 요인이다. 저자도 간간히 언급하지만, 사회경제적 수준의 차이에 따라 사는 양태가 다르고, 여성과 남성의 삶의 양태가 다르고, 젊은 사람과 중년 이후의 삶의 양태가 다르다. 저자는 삶의 영역별로 이야기를 묶었기 때문에, 이러한 구분들이 혼재되어 서술되었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중요한 몇개의 타입은 구분하여 서술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젊은 남성은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중년 이후 여성과는 혼자사는 방식이 무척 다르다. 일, 여가, 소비, 살림살이, 친밀한 관계 등 삶의 여러 측면은 서로 연관되어 상호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각각을 따로 떼어 서술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전형적인 타입을 몇개 추출하여 비교 서술한다면, 한국 사회에서 혼자사는 삶의 전체를 보다 더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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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Norberg. 2025. Peak Human: What we can learn from the rise and fall of golden ages. Atlantic Books. 445 pages.
저자는 문명 사학자이며, 이 책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7개 문명이 흥하고 망한 과정을 검토하여 공통점을 추출한다. 아테네, 로마, 압바시드 왕조, 송나라, 르네상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영미권 국가, 등에 대하여, 역사적으로 구체적인 부분은 생략하고, 논의의 촛점만을 모아서 정리한다.
모든 문명이 흥하고 망하는 과정의 공통분모는 다음과 같다. 모든 나라가 흥하는 핵심 요인은 개방성 openness 이며, 망하는 요인은 그것의 반대인 폐쇄성 closeness 이다. 개방적이면, 다른 나라로부터 인재와 아이디어를 배워오며 immitate, 이것을 바탕으로 혁신을 하여 innovate, 생산성이 증가하고 흥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정도 흥하면 기득권 집단이 출현하고, 이들은 규제와 배제를 통해 사람과 아이디어를 통제 control 하려 하며, 이는 생산성의 하락을 가져와 쇄하게 된다.
개방적인 나라는 상공업을 중시하며, 자유로운 시장, 사상과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며, 다양성이 허용되며, 외래인의 유입을 장려하며, 일반인의 의견이 반영되는 정치사회 환경이 만들어지며, 새로운 것에 호기심이 많고 변화를 꺼리지 않으며,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배우는 데 열심이다. 반면 폐쇄적인 나라는, 상공업을 경시하며, 국가가 엄격히 시장과 생산을 통제하며, 사상 및 종교의 정통성을 강요하며, 통일성을 강조하며, 외래인을 배제하며, 강력한 지도자를 선호하며, 전통을 고수하며, 변화를 배격하고 억압한다.
BC 400년경, 아테네는 지중해의 해상 무역을 통해 개방성이 크게 높아졌으며, 이는 인재와 아이디어의 집중으로 이어져 흥했다. 그러나 일단 강성해지자, 이웃 도시국가를 억압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폐쇄적이 되면서, 결국 펠로폰네소스 전쟁에 패하여 멸망한다.
AD 100년경, 로마는 전쟁을 통해 점령한 주변국을 포용하는 정책을 펴면서 흥한다. 주변국의 인재와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모방한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독점과, 다양한 아이디어의 억압 및 내부 갈등으로 멸망한다.
9세기경, 압바시드 왕조 Abbasid Caliphate 는 동양과 서양을 잇는 교차점에 위치하여, 로마와 유사하게 점령한 주변국을 포용하는 정책을 펴고, 상공업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환영하면서 흥한다. 그러나 종교적 정통성을 강조하면서 내부갈등이 격화하여 망한다.
12세기초, 송나라는 상공업을 장려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환영하면서 흥한다. 그러나 몽고의 침략으로 망하며, 이후의 출현한 명나라는 상공업을 억압하고 유교 전통만을 고집하여 쇠한다.
15세기말, 르네상스 이탈리아는 상공업을 장려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환영하며 흥한다. 그러나 16세기 종교전쟁의 갈등 속에서 사상의 자유를 억압하면서 인재와 아이디어가 이탈하고 결국 쇠한다.
17세기 중엽, 네덜란드는 상공업을 장려하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인재의 유입을 환영하면서 흥한다. 그당시 유럽의 최대 강대국이던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조와 독립전쟁에서 승리하여 근대 최초의 공화국을 건설한다. 그러나 이웃 강대국인 프랑스와 영국의 압박 때문에 무역과 식민지가 쪼그라 들면서 쇠한다. 대신 네덜란드의 제도와 가치는 영국으로 이전되며, 이후 영미권의 부흥으로 이어진다.
17세기 후반 영국은 명예혁명을 통해 왕권이 제한되고, 상공업이 확대되고 상공인 계층이 부상하며, 18세기 후반 이래 산업혁명을 통해 생산성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크게 흥한다. 영국의 제도와 문화는 미국으로 이식되어, 20세기들어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바톤을 이어받아 최강국이 된다. 영미권은, 자유주의 liberalism 와, 개인주의 individualism, 자본주의 등의 제도와 가치를 세계에 전파하며,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도록 평화롭고 풍요로운 세계를 만들었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 배타적인 문화가 확산되면서 쇠퇴의 우려를 낳고 있다.
7개의 사례에서 지역, 종교, 인종, 자원 등은 강대국이 되는데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예컨대 네덜란드는 자원이 전혀 없는 소국임에도 강대국이 될 수 있었다. 발전의 핵심은 개방과 혁신인데, 어떤 나라가 개방적인 되는 데에는 물리적 환경보다 문화적 요인이 더 중요하다. 그러나 특정 나라가 특정 시점에 왜 개방적인 문화를 가지게 되는지에 관해, 7개 사례에 공통적인 원인을 추출하기 어렵다.
크게 흥한 나라가 폐쇄적인 나라로 변하는 경로는 다음과 같다. 기득권층이 공고해지면서 자신의 이익을 지키려고 하고, 이것이 새로운 아이디어나 외부로부터의 영향과 변화를 거부하고, 이러한 태도가 적응력을 떨어뜨리고 생산성 저하를 가져오며, 이는 집단간 내부 갈등을 초래하여 결국 쇠하게 된다. 이러한 쇠퇴의 경로는 역사적으로 볼 때, 전쟁, 자연재해, 전염병과 같은 외부적인 충격이 사회적 위기를 조성하면서 가속화된다.
인류의 역사는 오랫동안 정체와 빈곤 stagnation and powerty 가 기본이었다. 이를 벗어나 흥하게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간과 그들이 만든 사회는 개방과 변화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 사례의 경우 여러 요인이 절묘하게 중첩되어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러나 일단 흥한다고 해도 번영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개방과 변화와 이것이 가져오는 불확실성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역사를 관통하면서 공통 패턴을 추출하는 사회과학 방법론을 구사한다. 논의가 분명하고 주장이 강력하다. 그러나 인과적인 설명력은 약하다. 왜 사람과 사회가 개방을 선택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가 없다. 저자는 인간과 사회를 긍정적, 낙관적으로 본다. 인간과 사회의 어두운 측면, 즉 이해 갈등, 경쟁과 패배, 부정적 감정, 지배 욕구, 어리석음, 등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저자는 역사는 사람들이 선택한 결과라고 주장하는데, 과연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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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Marks. 2015. The Origins of the Modern World: The global and environmental narrative from the fifteenth to the twenty-first century. 3rd ed. Rowman & Littlefield. 218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1400년에서부터 최근까지 전개된 세계사를 크게 요약하여 설명한다. 기존의 역사학이 서구 중심주의적이라고 비판하면서, 세계 전체의 시각에서 근대 세계의 발전을 새롭게 해석한다.
1700년대까지 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에 있었고, 유럽은 변방에 위치했다. 1400년경 동서양을 막론하고 세계의 인구는 거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며, 농업의 생산력은 매우 낮아 굶어죽지 않을 정도의 수준에 머물렀다. 생산력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재해 등으로 수확이 감소하면 엄청난 인명 손실이 발생하였다. 인구, 경제규모, 생산성, 물산의 다양성과 풍부함, 국가의 통치 역량, 지식과 기술, 등 모든 면에서 중국과 인도는 유럽에 훨씬 앞서 있었으며, 중국과 인도는 유럽과 비교하여 훨씬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었다. 중국과 인도는 정치적으로 통일되고 안정되어 있었던 반면, 유럽은 매우 작은 정치체제로 잘게 쪼개져 서로 계속 싸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아시아와 유럽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다. 중국, 인도, 중동, 유럽은 서로 연결되어 문물과 문화를 끊임없이 상호 교류하였다.
1700년대 후반, 유럽과 아시아는 '전통적인 에너지 체계' old enegry regime 의 한계에 도달하였다. 전통적인 에너지 체계란 사람과 동물의 근육의 힘, 나무를 태워서 얻는 열에너지, 농작물로부터 얻는 화학에너지 등을 모두 총괄하는 에너지 생산 소비 체계를 지칭한다. 농토를 더 늘리거나, 나무를 더 베거나, 농작물을 더 집약적으로 재배하여 늘일 수 있는 에너지가 한계에 도달한 것이다.
영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이러한 전통적인 에너지 체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가지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영국은 주변에서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석탄이 무진장으로 있었으며, 아메리카 식민지를 통해 설탕을 포함한 식량과 면화등을 값싸게 조달함으로서 토지의 한계를 뛰어 넘을 수 있었다. 영국에서 쉽게 획득할 수 있는 석탄이 주위에 없었다면, 석탄을 태워 에너지를 얻고, 증기력을 이용하여 증기기관을 돌리는 혁신이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영국은 증기력을 이용하여 면직물을 생산함으로서, 과거 인간의 힘에만 의존한 수공업 생산의 한계를 뛰어 넘어, 비약적인 생산성 증가를 가져왔다. 즉 산업혁명을 일으켰다. 증기 기관을 통해 면직물을 대량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면화 원료를 공급하고, 완제품을 대량으로 구입할 식민지가 존재해서 가능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인도가 세계 면직물 생산의 중심지였는데, 영국은 인도로부터 면직물 수입을 금지하고, 아메리카 식민지에 영국산 면직물만 수입되도록 강제함으로서 면직물 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이 지속될 수 있도록 했다. 즉 식민지가 없었다면, 증기기관이 면직물 생산에 이용되도록 하는 혁신이 나오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영국은 산업혁명에서 얻은 높은 생산력을 무기를 고도화하는 데 사용하였다. 유럽에서는 항시 이웃 나라들과 싸움을 하면서 무기 고도화 경쟁이 벌어진 반면, 중국은 관련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나 이를 개량하고 무기 고도화에 이용할 유인이 없었다. 영국은 증기로 움직이는 쇠로 만든 배와 개량된 함포와 총으로 1846년 아편전쟁을 통해 중국을 굴복시켰다. 19세기 후반 세계의 대부분은 유럽 및 미국과 일본의 식민지로 편입되었다. 제국주의 국가들은 그들의 식민지에서 제조업이 발달하는 것을 억제했기 때문에, 생산성이 낮은 농업으로 제한된 제삼세계 국가 사람들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인간의 생산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이다. 1만년 전에 농업을 하면서 정착하게 된 것이 1차 혁명이라면, 1800년 무렵 영국에서 시작된 화석연료를 이용한 생산활동이 2차 혁명이다. 앞으로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생산활동이 제3차 혁명이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지금까지의 세계사는 서구중심주의에 의해 지배되어 왔다. 서구중심주의의 핵심은, 서구 및 백인 및 그들의 사회는 다른 지역 사람들과 비교하여 특별히 우월한 내재적 요인이 있기 때문에 앞서게 되었고, 현재 세계를 지배하게 된 것이라는 세계관이다. 그러나 사실 서구가 아시아를 앞서게 된 것은 여러가지 우연적인 요인이 중첩되어서 그리 된 것이지, 본질적으로 서구 사람들과 그들의 사회가 아시아 사람들과 사회보다 우수해서 그리된 것은 아니다.
서구가 아시아를 앞서게 된것은 지난 200년에 불과하며, 그 이전에는 줄곳 아시아가 유럽을 앞서왔다. 1800년 무렵부터 서구가 아시아를 앞서게 된 것은, 아메리카 식민지를 갖게 된 점, 자연환경적인 우연으로 영국에 석탄과 철광석을 쉽게 획득할 수 있었던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다. 사실 중국은 1400년대에 이미 정화의 원정을 통해 아프리카 동해안까지 진출할 정도로 항해술이 발달했으므로, 유럽이 아메리카 식민지를 먼저 차지하게 된 것은 기술의 우위는 아니다. 이슬람이 유럽과 중국의 교역을 막고 있어서 우회로를 찾으려는 노력 속에서 우연히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것이다.
저자는 책 전체를 통해 유럽이 아시아보다 잘난 것이 없다고 줄기차게 주장한다. 170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중국과 유럽은 대등했으며, 이전에는 중국이 유럽을 앞서왔으며, 유럽은 서로 계속 싸움질만했으며, 아메리카 대륙의 사람들을 몰살시키고 남은 사람들은 비인간적으로 착취했으며, 산업혁명 이후에는 한층 더 전쟁 무기 고도화에 몰입하여 20세기에 엄청난 살상전을 벌였다. 과연 서구의 백인이 세계 여타 유색인, 특히 중국과 인도인에 대해 우월함을 주장하는 것이 타당한지 질문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중국이 서구를 앞설 것으로 예상한다. 서구의 백인 역사학자 치고는 좀 특이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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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Cialdini. 2007(1984). Influence: The Psychology of Persuasion. Collins Business. 280 pages.
저자는 사회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타인을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원칙들을 실험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싫어한다.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상대의 행위나 말에 대해 복잡하게 분석적으로 따지기보다, 그의 행위나 말이 담고 있는 신호에 자동적으로 반응하는 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자동적인 대응방식은 대체로 주어진 상황에서 합리적이고 타당한 경우가 많으나, 때로는 이를 악용하는 사람에 의해 이용당하기도 한다. 타인과 상호작용하면서 상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내는 경우, 대체로 다음 6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서로 호혜적으로 주고받기 reciprocation, 약속과 그에 대한 일관성을 지키기 commitment and consistency, 사회적으로 인증된 것을 따르기 social proof,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따르기 liking, 권위를 추종하기 authority, 드문 것을 선호하기 scarcity.
이러한 원리를 악용하여 상대의 이익에 해가 됨에도 그들로부터 동의를 받아내는 기술을 구사하는 사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전문가" compliance professionals 라고 칭할 수 있는데, 세일즈맨, 기금모금인, 자선사업기부 권유자, 광고업자, 등이 이런 부류에 속한다. 물론 일반인도 이러한 원리를 어느 정도 암묵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일상에서 활용하면서 상대를 설득하거나 혹은 상대의 설득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한다.
"호혜적 주고받기"에서 핵심은 상대에게 미리 혜택을 건네는 것이다. 상대는 자신의 의지에 상관없이 이러한 혜택을 건네는 상대에게 무언가 보답을 해야 할 의무감을 갖게 되는데, 세일즈맨은 이러한 의무감을 자신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위해 악용한다.
"약속과 그에 대한 일관성을 지키기"의 핵심은 상대방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무언가 약속 혹은 헌신 commitment 하도록 만들면, 상대는 이후 그러한 자신의 약속에 구속되어, 본인이 원하지 않는 것이라도 받아들이게 된다.
"사회적으로 인증된 것을 따르기"의 핵심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행동을 할 때, 자신의 내면의 기준보다 다른 사람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가를 더 중요시 여긴다는 사실이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고 있다는 주장의 진위를 꼼꼼히 따지지 않고, 사람들은 그러한 주장을 좆아서 행동한다. 이는 광고에서 상대를 설득할 때 많이 사용한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을 따르기"의 핵심은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과 유사한 특성의 사람을 좋아하며, 자신을 칭찬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소한 것이라도 상대가 나와 유사하다고 생각하면 사람들은 쉽게 상대의 설득에 넘어가며, 나에 대한 칭찬의 진위 여부에 관계없이 나를 칭찬하는 사람을 사람들은 좋아한다.
"권위를 추종하기"의 핵심은 사람들은 권위의 원천이 어떠하건간에 무조건 권위에 꺼벅 굽히고 들어가는 성향이 있다 사실이다. 해당 사안과 별로 관계 없는 분야에서 권위가 있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상대를 해당 분야에 권위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에 따른다.
"드문 것을 선호하기"의 핵심은 사람들은 자신에게 선택의 기회가 열려 있는 상황을 항시 원하기 때문에, 나에게 당장 필요하지 않다고 하더라고 미래에 선택이 제한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을 우선적으로 원하고 따른다.
근래로 올수록 사회가 복잡해지고, 생각해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거꾸로, 생각을 최소화하면서 행동하는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성향을 '설득 전문가' 들은 간파하고, 사람들을 속여먹을 기회를 많이 찾는다. 각각의 원칙에 관해, 설득전문가의 꼬임수에 어떻게 현명하게 대처할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5백만부나 팔린, 이 분야에서 매우 유명한 책이다. 저자는 서문에서 자신이 이 주제를 연구하게 된 이유를 설명한다. 자신은 설득전문가에게 백전백패로 당한 소위 '호구' patsy 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어, 이 주제를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이를 위해 다양한 세일즈 조직에 본인이 직접 들어가서 그들이 어떻게 세일즈맨을 양성하는지를 경험함으로서 그들이 애용하는 술책을 파악하고, 이렇게 파악한 결과를 심리학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하였다. 저자는 탄탄한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자신의 경험과 곁들여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각각의 명제들을 설명한다. 초판이 발간된지 40년이 넘었음에도 여전히 진부하지 않는 책이다.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왔으며, 책을 끝내는 것을 아쉬워한 드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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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Ekman. 2009. Telling Lies: Clues to Deceit in the Marketplace, Politics, and Marriage. Norton. 364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어떻게 판별할지에 관해 그의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그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자면,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매우 복잡한 행위임으로 확정적으로 판별하는 길은 없다. 그러나 대체로 거짓말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경우를, 특정 얼굴 표정이나 바디랭귀지를 통해 찾아 낼 수는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은 정신적으로 힘든 행위이다. 거짓말을 한다면 자신이 무엇을 말했는지 기억하고 있어야 하며, 자신의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자신을 통제해야 하는데, 이러한 것들은 정신적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한다. 거짓말을 판별하는 것 또한 매우 힘들다. 단순히 두려워하는 감정을 밖으로 표출한다고 하여 거짓말을 한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거짓말이 발각될 것을 두려워하지만, 거짓말을 하지 않은 사람 또한 자신이 거짓말을 한 것으로 오해될까봐 두려워한다. 거짓말 탐지기는 대상자가 감정적 흥분으로 인한 생리적 신호, 예컨대 땀이나고, 호흡과 맥박이 올라가고, 두뇌의 신호작용이 활발하다는 점 등을 탐지할 수는 있으나, 이러한 생리적 변화가 거짓말이 발각될까봐 두려워서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 예컨대, 심문당하는 것으로 인한 긴장 때문인지를 구별할 수는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통제하는 것을 자신의 표정이나 바디랭귀지를 통제하는 것보다 더 잘 한다. 거짓말하는지 판별하기 위해서 그가 한 말을 분석하는 것은 대체로 효과가 없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동안, 10분의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에 특정 얼굴 표정 (micro-expression)을 짓거나 혹은 그가 속한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특정 바디랭귀지(emblems)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신호를 읽는 훈련을 하면, 거짓말을 탐지하는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거짓말을 하면서 특정 얼굴표정이나 바디 랭귀지를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 또한 적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신호가 되는 행위를 한다고 해서 모두 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결론지을 수는 없다. 사람들의 행위의 동기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거짓말이 아닌 다른 동기 때문에 이러한 표정과 바디랭귀지를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크고 작은 거짓말을 많이 하는데, 많은 경우 거짓말을 밝혀내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하지는 않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에게는 물론, 거짓말을 듣는 사람에게 역시, 거짓말인지 여부를 판별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양편에게 모두 좋은 경우가 많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사회적 예의로 허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불편하거나 마음에 안드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둘러댈 경우, 그것이 거짓말인지를 캐물어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자는 얼굴표정에서 감정을 읽는 분야의 전문가이며, 이와 관련하여 정부기관과 협력해서 일을 많이 했다. 이 책에서는 그의 연구의 주요 분야인 얼굴표정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항시 제한 조건(caveat)을 달면서 서술한다. 그러나 근래의 심리학 연구에서는, 사람들의 특정 얼굴표정과 특정 감정을 일대일로 대응하는 것은 그릇되다는 주장이 대세를 이룬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의 행위와 심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응용 심리학에서는 대체로, '그럴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여 반드시 그런것은 아니다' 라는 식의 주장하는데, 이는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해 아직 잘 모른다는 점을 에둘러 말하는 것에 불과하다. 여하간 범죄를 다루는 현장에서는 이러한 주제의 연구가 유용하기 때문에, 저자의 연구 성과가 제한적임에도 유명세를 타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자세한 디테일을 계속 망라하며 서술하고, 제한 조건을 달면서 주장을 펼치기 때문에, 꾸준히 읽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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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rek Thompson. 2017. Hit Makers: How Things Become Popular. Penguin Books. 307 pages.
저자는 경제분야의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대중문화에서 인기가 형성되는 원인과 과정을 서술한다. 크게 두개의 다른 관점, 즉 소비자 개인의 관점과 문화산업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사람들은 익숙한 것을 새로운 것보다 선호한다 (familiarity over newness). 이는 진화의 과정에서 만들어진 인간의 본성이다. 대중문화의 분야에서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들은 전혀 생소한 새로운 것에 대하여는 거부감을 보이며, 자신이 과거에 접하여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친숙한 것을 접할 때 긍정적인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친숙한 것을 동일한 형태로 반복하여 여러번 접하면 지겨운 느낌을 갖는다. 내용은 친숙하지만 약간 새로운 형태로 포장된 것이 대중의 인기를 모은다. 예컨대, 과거의 맥락에서 전개되는 역사극이나, 미래의 맥락에서 전개되는 SF극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셋팅만 다를 뿐 그속에서 전개되는 사람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매우 친숙한 내용이다. 소설, 드라마, 연극, 영화를 막론하고, 거의 모든 이야기가 신화의 스토리를 바탕에 깔고 있는 이유 역시 동일하다.
심리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반복을 기본적으로 좋아한다. 정치 연설에 반복적인 구호를 많이 사용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반복적인 문구를 접할 때, 내용의 진위를 가려서 냉정하게 판단하기보다, 반복적인 문구 자체에 호감을 느끼고 그것을 진실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음악은 거의 예외없이 구조적으로 여러번 같은 구절을 반복하는데, 이는 반복적인 멜로디와 리듬을 들으면, 그 음악에 호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어떤 대중문화 산물이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수단이 그 산물 자체의 내용보다 더 중요하다(distribution over contents). 어떤 것이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려면,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요소를 어느 정도는 갖추어야 하지만, 실상은 그런 기본적인 요소를 갖춘 음악, 미술,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은 시장에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 콘텐츠의 내용이나 질을 분석해서는 왜 특정의 것이 많은 사람에게 인기를 끄는지 알 수 없다.
특정한 것이 인기를 끄는 원인을 경험적으로 분석한 결과, 모든 인기물의 배후에는 그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시키는 역할을 한 인적 네트워크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에게 정보를 전파하는 역할을 하는 중심 인물이나 중심 기관이 정보의 전파를 시작하면, 그 정보를 받은 사람이 주위의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식으로 정보가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즉 소수의 중심이 많은 다수에게 일시에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인 broadcasting 이 인기를 만들어내는 기제이지, 개인들 사이에 분산된 일대일 전달 one-to-one transmitting, 흔히 viral marketing 라고 지칭하는 것이 인기를 만들어내는 기제는 아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소수의 기관이 정보의 전달 과정을 독점하는 게이트키퍼의 역할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인터넷에서 엄청나게 인기를 모은 것이 왜 그렇게 되었는가를 분석한 결과, 역시 많은 수의 팔로워를 가진 소수의 여론 지배자의 역할이 정보 전달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책은 관련 분야에 많은 기존 연구를 종합하고 흥미로운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서술한다. 저자의 첫 책이기 때문인지, 욕심이 지나쳐서 본인이 수집한 정보를 모두 잡아넣으려고 해서 일부 군더더기가 있고 산만한 느낌이 들기는 한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대신, 각 주제에 대한 분석의 깊이는 조금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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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Studwell. 2013. How Asia Works: Success and Failure in the World Most Dynamic Region. Grove Press. 271 pages.
저자는 경제분야의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의 핵심적인 요인을 설명한다. 아울러 동남아시아는 동아시아와는 왜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되었고 경제발전에 실패했는지 동아시아와 비교한다.
경제발전의 성패는 기본적으로 인적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은 근대화 이전에 인구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였다. 따라서 아시아의 경제발전의 첫번째 관문은, 이 농업 인구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에 있다. 전통 농업사회는 소수의 대지주와, 대다수의 소작농 및 농업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동아시아는 2차대전 이후 실행한 토지 개혁을 통해 고르게 분배한 소규모 농지를 농가가 직접 노동집약적으로 경작하는 농업 체제가 정착하였다. 이는 2차대전이 끝나고 점령한 미군의 강압 통치 덕분에 토착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무력화됨으로서 가능했다. 냉전체제에서 미국은 공산권의 위협에 대응하여 주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러한 반자본주의적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 일본,대만,한국의 정부는 토지개혁으로 농가가 획득한 소규모 농지를 효율적으로 경작할 수 있도록 비료, 씨앗, 관개, 재배방법 등을 전면적으로 지원하였다. 그 결과, 토지개혁 이후 농업생산성은 이전에 비하여 50~70%나 향상되었다. 농산물이 증가하고 농가 소득이 높아짐으로서, 식량문제의 해결은 물론, 이들이 도시의 산업 생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됨으로서 초기 산업화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였다.
아시아의 경제발전의 두번째 관문은 제조업의 발전이다. 제조업은 농업이나 서비스업보다 생산성 향상이 빠르고 지속적이며, 많은 노동력을 생산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분야이다. 선진국으로부터 기계 장비와 제조 방법을 수입하면서 고급 기술을 빠르게 획득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은 제조업 활동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점차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 분야로 이동하면서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와 노동자들이 점차 상위의 기술을 습득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기술 선진국들이 고급 기술을 쉽게 양도하려 하지 않으며, 토착 자본가들은 성공의 가능성이 불확실한 새로운 제조업의 어려운 길로 나아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우는 동안은 큰 이익이 나지 않으며 시행착오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기업 생존의 위험과 손실을 안고 가야하기 때문에, 토착 자본가들은 기술 습득 없이 단순히 다국적 기업과 손잡고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손쉬운 돈벌이 방식을 선호한다.
동아시아 정부는 시행착오와 단기적인 손실을 입더라도 주도적인 기술 습득을 통해 제조업을 고도화시키는 길을 가도록 토착 자본가를 압박했다. 한국의 경우가 가장 극단적인데, 박정희 정부는 선택된 기업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수출을 통한 제조업의 국제경쟁력 획득을 독려하였다. 어떤 기업가들이 어떤 사업 분야에 진출할 것인가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결정되었다. 정부는 각 사업 분야에서 복수의 기업가들간 경쟁을 장려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도태되도록 하는 냉혹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었다. 정부의 경제기획원이 해외 자본과 기업을 직접 상대하여 국가 신용을 바탕으로 해외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국내 관련 기업에게 나누어줌으로서, 기업들이 유리한 조건에서 선진 기술을 배우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였다. 한국 정부는 1970년대에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미미한 자본과 기술을 지닌 그 당시 한국 경제 수준에서는 무리한 정책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손실을 거치면서 199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중화학 공업화에 성공함으로서, 부가가치가 높은 경제로 상승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한국의 정부주도형 산업개발 정책은 앞서간 일본의 모범을 따른 것으로서, 대만과 중국 역시 한국과 유사한 길을 가면서 성공하였다.
아시아의 경제발전의 세번째 관문은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통제이다. 역시 한국이 가장 극단적인 예인데, 정부가 주도하는 관치금융을 통해 국내 및 해외로부터 자본을 조달하여 기업에게 나누어주었다. 외환 및 금융시장을 엄격히 통제함으로서, 자본이 단기 이익을 쫓아 국내의 비생산적 영역에 사용되거나 해외로 도피할 수 없도록 했다. 기업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출 중심 제조업에 목매달 수 밖에 없었으며,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지원 덕분에 단기적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새로운 산업에 투자할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산업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효율을 희생하고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소위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였으며, 국민이 이 비용을 부담하였다. 물론 선진 기술 습득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시장의 가격기구에 의해 자원이 배분되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IMF의 강요에 의해 금융과 기업활동에 시장원리가 도입되고 정부의 간섭이 제한됨으로서, 비자발적으로 기업 활동에 시장원칙이 도입되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홍역을 치루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마땅히 해야할 일을 제때에 한 셈이 되었다. 반면 일본은 이러한 전환과정을 겪지 않았기에, 1990년대 이래 20년이상 경제가 침체하는, 정부주도 경제발전의 후유증을 여전히 앓고 있다.
동남아시아, 특히 필리핀, 말레지아, 태국, 인도네시아는 앞서 지적한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세개의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아시아에 크게 뒤쳐지는 경제를 안게 되었다. 첫째, 토지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득권층의 반발 때문에,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토지개혁을 한다고 계획만 세웠을 뿐,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결과 소득불평등이 매우 크며, 농촌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농업 생산성이 매우 낮다. 둘째, 선진기술을 습득하는 제조업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토착자본가들은 다국적기업과 손 잡고 단순 조립 산업이나 완제품 수입 유통을 통해 토착 시장에서 돈을 쉽게 버는 길을 택했다. 수입대체 산업화를 추진하기는 했으나, 토착 자본가들이 국내의 포획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기술 저품질 제품을 생산 판매하여 돈을 버는 데 안주하였기 때문에, 기술 고도화를 이룰 수 없었다. 동남아시아 정부는 선진기술을 배워서 국내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적극적이지 않았음으로, 토착 기업가들은 선진기술을 배우는 어려운 길을 가기보다 선진국 기업과 손 잡고 쉽게 돈을 버는 쪽을 택했다.
셋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IMF, World Bank 의 권고를 일찌감치 받아들여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하는 길을 택함으로서, 정부가 금융통제라는 수단을 통해 산업 정책을 추진하는 길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토착자본가들은 사유화가 허용된 금융기관을 사금고화 하여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한 용도로 금융기관의 자산을 무단으로 전용하였다. 이들은 정치인과 결탁하여 부동산 개발이나 통신, 전력, 운송, 등 공공 독점 서비스에 사금고 자본을 투입하여 독점 이윤을 누림으로서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국가의 장기 경제개발을 위한 자본 투자와, 단기 이익 추구를 위한 자본 투자는 상이할 수밖에 없는데, 동아시아는 장기 경제개발을 위한 목적에 자본을 사용한 반면, 동남아시아는 단기 이익 추구를 위한 목적에 자본을 사용하였다. 동남아시아의 독점 자본가들은 동아시아의 자본가와 달리 경쟁에 노출되지 않았으므로, 시장은 효율성이나 성과를 기준으로 자본가와 기업을 솎아낼 수 없었다. 동남아의 정치인과 자본가는 서로 결탁하여 상호 이익을 도모하면서 국민을 착취하는 구조를 형성하였다.
저자는 IMF, World Bank 와 같은 선진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를 맹렬히 비난한다. 그들이 소위 "Washington Consensus" 라고 하여 시장 개방, 금융자유화, 시장 기구의 활성화, 균형 재정, 등, 개발도상국에 요구하는 정책들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목표와 맞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인 나라치고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독일, 미국, 등 후발 선진산업국들이, 과거 스스로의 발전 과정에서 이러한 정책과 정반대로 실행하면서 발전했던 것을 고려할 때, 선진국의 경제학자들이 주도하는 국제기구의 정책 요구들은 자가당착이다. 개발도상국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과거 후발선진국이 했던 것이나, 근래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했던 것처럼, 우선 농업을 발전시키고, 보호시장 정책을 통해 국내 유치산업을 보호 육성함으로서 국가 주도로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점차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것이다. 일찌기 시장을 개방한다면,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 이론이 설명하듯이, 개발도상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 선진산업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전문화하면서, 국가간 빈부격차가 고착될 뿐이다. 보호시장 정책을 쓰면서 국가주도 산업화 정책을 추진할 때 중요한 점은, 국내 기업들간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수출을 독려하여 국제경쟁력을 획득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수입대체 산업화는 과거 중남미의 경험에서 보듯이 정경유착, 비효율, 저기술 저생산성 산업의 고착화를 낳을 뿐이다. 그런면에서 동아시아의 산업화 경험은 경제발전을 꿈꾸는 다른 모든 나라의 모범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논지가 분명하며 가독성이 높다. 저자는 동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의 사정에 밝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정주영의 8명 아들들이 어머니가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필리핀의 사례를 읽으면서 그 나라가 왜 그렇게 낙후할 수밖에 없는지 명확히 이해하였다.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와 개인적인 경험을 간간히 곁들임으로서 설득력을 더하며, 시니컬한 유머 감각이 번득이는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근래에 동남아시아나 중국의 전개를 볼 때, 논의의 시의성이 약간 떨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여전히 설득력이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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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 Studwell. 2025. How Africa Works: Success and Failure on the World's Last Development Frontier. Atlantic Monthly Press. 334 pages.
저자는 경제분야의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발전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먼저 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경제가 낙후한 원인을 분석한 후, 2000년대에 들어 이러한 장애 요인들이 개선된 상황을 서술한다. 다음으로 몇 개의 비교적 성공한 경제 발전 사례를 통해 아프리카 지역 전반의 경제발전 전략을 제시한다. 현재 매우 가난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이 앞으로 동아시아와 유사한 경제발전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1950~60년대에 유럽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다.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 나라들은 극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매우 낙후된 채 머물렀다. 이 지역이 발전하지 못한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밀도가 매우 낮아,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1950년에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 밀도는 1500년의 유럽의 인구밀도와 유사하다. 인구가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르지 못하면 생산과 소비가 낮은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둘째, 인적 자본이 거의 축적되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근대적 교육을 받은 사람이 드물며, 문자해독율이나 수리능력이 매우 낮아 생산적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셋째, 국가 체계가 매우 부실했다. 무수히 많은 작은 민족 집단으로 쪼개져 있어서 사회 응집력이 매우 약하며, 중앙정부의 행정력은 미미했다. 넷째, 사람이 살기에 불리한 기후 조건이고 다양한 질병이 창궐하여 사망율이 높기 때문에 인적 자본의 축적이 어렵다. 또한 토양이 척박하여 농업 생산성이 낮다.
2000년대에 들어 이러한 장애 요인이 많이 개선되었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여 인구 규모 및 밀도가 일부 지역에서 현재 유럽의 수준에 근접하며, 젊은이가 많고 노인층이 적어 경제발전에 유리한 인구구조 population dividend 를 갖게 되었다.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가 여럿 형성되었으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비 능력을 갖춘 중산층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한다. 초중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문맹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행정력이 높은 국가가 출현했으며, 상이한 민족간의 이해와 갈등을 조율하는 능력도 커졌다. 서구의 의료 기술이 빠르게 보급되어 영아사망율이 낮아지고 평균 수명이 크게 높아졌다.
지금까지 경제발전에 어느 정도 성공한 사례들로서, 보츠와나, 모리셔스, 에디오피아, 르완다의 네나라를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보츠와나는 서구의 교육을 받은 유능한 경제관료의 주도로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잘 활용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모리셔스는 유능한 경제관료의 주도로 설탕 산업에 치중되었던 대토지 소유 자본가들을 섬유산업 중심의 제조업 자본가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였다. 에디오피아는 정부가 소농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농업 생산성을 높여 농촌 빈곤을 줄이는데 성공하였다. 르완다는 강력한 독재 지도자의 주도로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육성하고 금융을 자유화하여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였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경제발전에 성공하려면 다음 몇가지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이 지역에서 농업이 생산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져야만 농산물 이외의 것에 대한 구매력이 높아지고 제조업이 성장할 기반이 마련된다. 대규모 농장의 생산성은 낮은 반면, 소농의 생산성은 높다. 토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현실에서, 다양한 방식의 토지 개혁을 통해 소농들에게 농토가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면 농업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소농들에게, 비료, 농약, 씨앗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생산성 향상 효과가 클 것이다.
둘째, 제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농업은 생산성 향상이 더디고 한계에 부딛치나, 제조업은 생산성 향상이 빠르고, 사람들이 제조업 노동을 통해 기술수준을 높이면서 더 높은 부가가치 생산으로 옮아가는 선순환을 만들게 된다. 개방된 자유시장경제 속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제조업을 키우기는 어렵다. 유럽, 미국, 동아시아의 경제성장 과정을 보면, 국가가 주도하고 보호된 시장 속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을 거쳤다. 아프리카에서 지금까지 어느 정도 경제가 발전한 사례를 보면, 아프리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성장 공식이 있을 수 없음을 확인한다. 아프리카에서도 국가가 주도하여 수입대체는 물론이고 수출주도형 제조업을 키우는 것만이 유일한 경제발전의 길이다.
셋째, 다양한 민족으로 분열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를 통합하려면, 경제성장을 목표로 뭉치게 해야 한다. 경제발전의 성과에 따라 권력이 책임을 지도록 하면, 다양한 민족이 한 국가의 체계 내에 들어와서 타협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전통이 없는 토양에서, 형식적으로 민주주의 제도를 실행한다면, 각 민족 집단이 각각의 이익에 따라 권력을 분점하고 분열하는 경향을 피할 수없다. 강력한 권위주의 지도자의 지도력이 어느 정도 경제가 발전할 때까지는 필요한 것 같다.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서구의 편견이다.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작은 민족들 사이에 계속 다툼을 벌이고 정치적 혼란이 빈번한 것은, 유럽에서 국가가 형성되던 시기인 16~17세기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 지역은 식민지에서 독립한지 반세기 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때부터 국가 형성 단계에 들어선 나라가 많으므로 갈등이 빈번한 것은 당연하다. 집단간 갈등을 거치면서 국가의 통합이 점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부패가 심하다고 하지만, 서구에서도 근대에 이르기까지 관료의 부패가 그 못지 않게 심했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그러나 민족 집단간의 갈등, 정치와 관료의 무능과 부패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꺼린다. 국민을 대표하지 않고 권위주의적인 권력자라도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내면, 민족 집단 사이에 내재한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설사 갈등이 지속되더라도 경제발전의 열차는 일단 궤도에 오르면, 어느 집단이 권력을 잡던 계속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디오피아와 르완다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경제발전에 성공한 국가가 출현하면, 다른 나라들이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아프리카는 지역이 넓고 국가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지만, 대체로 동아시아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해야만 발전에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지만, 아프리카의 정치 상황을 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발전하리라고 낙관적으로 전망을 하기는 조심스럽다. 이디오피아와 르완다의 현 상황이 아프리카의 가까운 미래를 대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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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Kagan. 2012. The World America made. Vintage. 140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제2차대전 이래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를 설명하고, 이 질서가 무너질 때 새로 들어설 질서는 어떠할지 서술한다. 저자는 미국이 쇠퇴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으며,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가 역사상 다른 어느 질서보다 나은 것이라고 역설한다.
1930년대까지 인류 역사상 존재한 세계 질서는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정글이었다. 19세기를 지배한 강대국간 영향권 sphere of influence 을 나눠 갖는 힘의 질서는, 서로간 생존에 대한 위협이 상존하며, 상대에 대한 두려움과 갈등 및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혼돈 chaos 이었다. 강대국 사이에 영향권이 충돌하고 겹치는 부분에서 항시 갈등과 전쟁이 발생하였다. 1, 2차 세계대전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러한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각국은 자신의 안위를 스스로 챙겨야 한다. 약자는 강자가 침공하지 않고, 다른 강자의 침공에 대해 보호해주는 것에 대해 댓가를 바치고, 강자의 이익을 위한 요구에 굴복해야 했다. 약자는 강자의 전횡에 최소한이라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다른 강자와 연대를 맺으며, 강자들 사이에는 힘의 균형 ballance of power 이 유지됨으로서만 전쟁이 예방되었다. 이러한 힘의 균형은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며, 국가들 사이에 상대적인 힘의 규모는 항시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힘의 질서에는 갈등과 전쟁의 가능성이 상존하며, 실제 전쟁을 감행하여 서로간 새로운 균형을 정립하는 사이클이 반복되었다.
2차대전 후에 미국의 주도로 만들고 유지된 세계질서는 역사적으로 매우 예외적인 성격의 것이다. 미국은 다른 강대국보다 경제 및 군사적으로 훨씬 우위에 있으며, 다른 강대국과 대양으로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미국이 옹호한 이념은 자유민주주의로, 이는 각 개인과 나라의 자유, 자율, 기본적 권리를 보장하며, 타자의 간섭을 반대하고, 권위적 통제보다 민주적 참여를 옹호하고, 폭력보다 평화적 해결을 선호하는 이념이다. 미국은 이러한 자유주의 이념 liberalism 을 기반으로 하여, 제도와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만들었다. 미국은 이러한 자신이 만든 제도와 규칙을 대체로 스스로 준수했으며, 자유민주주의를 세계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러한 미국의 이념과 행동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을 신뢰하도록 만들었다.
미국은 과거의 강대국과는 달리,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세계 전개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안보를 미국에게 의탁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미국은 유럽과 아시아 등 자유세계 국가들에게 안보 우산을 제공하였으며, 이 나라들은 미국을 신뢰하여 안보를 의탁함으로서 자신의 무장에 드는 비용을 절약하였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자신의 나라나 그 주변에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국의 개입을 기대하고 요청하였다.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군사력을 세계 구석구석에 전개한 미국의 노력 덕분에, 2차대전후 많은 나라들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도입하고 확고히 했으며, 미국의 직간접 지원 덕분에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서유럽과 동아시아가 미국이 만든 세계질서의 대표적인 수혜자이며, 이외에도 냉전시절 자유 세계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미국이 만든 국제 환경과 직간접 지원 덕분에 빈곤에서 벗어나고, 정치 안정을 도모하고, 안보를 걱정하지 않고 지냈다.
2000년대 들어와, 미국인들 사이에 오랜동안 미국의 국제 경찰 역할에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국제적 개입을 줄이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과거보다 약화되고, 미국내의 정치 환경이 복잡해지고, 경제적 불평등이 확대되면서 높아진 목소리이다. 2차대전이 종전되었을 때, 미국은 전세계 GDP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경제였으나, 1970년대 석유파동 및, 유럽과 일본의 경쟁력이 회복되어 미국의 압도적 경제력이 약화되면서, 미국은 전세계 GDP의 25%이하로 떨어졌다. 1980년대 이래 세계화와 자동화로 미국 경제가 탈산업화 deindustrialization 되면서, 제조업에 종사하던 노동계층은 좋은 잃자리를 잃고 상대적으로 질 낮은 서비스 일자리로 이전하고, 소득이 정체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 사회에서 유색인들의 비중이 높아지고, 백인대비 유색인의 상대적인 지위가 과거보다 향상되면서, 중하층 백인의 상대적 박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미국의 국제적 개입을 줄이고 백인 중심의 국가정체성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중하층 백인을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일부학자들은 1990년 소련이 붕괴하면서 만들어진 미국의 일극체제 uni-polar 세계질서가, 미국의 국제적 위상 약화와 중국의 부상으로 인하여 다극체제 multi-polar 세계질서로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다극체제의 세계질서란, 다름이 아니라 2차대전 이전 인류 역사와 오랫동안 함께한 규범 'norm' 으로 복귀하는 것을 말한다. 힘의 국제 정치, 정글의 세계가 다시 도래함을 의미한다. 유럽에서는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독일이 재무장할 것이며, 동아시아에서는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일본이 재무장할 것이다. 강대국간에 영향권을 나누어가지면서, 의견 충돌이 발생할 때 갈등과 전쟁으로 이견을 해소할 것이다. 강대국이 아닌 나라들은 강대국의 눈치를 보고, 강대국의 요구에 굴복하고, 강대국에게 다양한 형태의 조공을 바쳐야 할 것이다. 지금은 온순한 독일과 일본이지만, 군사력이 커지고, 외부로부터 위협에 직면하면, 과거와 같은 권위주의적 행태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다. 그러한 세계에서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위험하고, 불안정하고, 힘들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의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는 세간의 주장에 하나하나 반박한다. 세계 GDP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 25%는 1970년 이래 지금까지 변함없다. 미국의 정치가 분열되어 마비되었던 경험은 미국 역사에서 여러번 있었다. 미국의 군사력은 세계의 다른 나라와 비교해 여전히 압도적인 수준이며,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고 하나 미국의 압도적 우위가 약화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미국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근래에 정보통신기술이나 인공지능 기술 향상에서 보듯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며, 매우 다이나믹한 경제 체질을 유지하고 있다. 1970년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패하고, 워터게이트 사태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중동 석유 산출국의 자원민족주의로 경제가 크게 침체했을 때도 있었으나, 미국은 1980년대에 정보통신기술, 컨테이너 운송기술, 구조조정 등의 기술과 경영의 혁신을 통해, 1990년대에는 다시 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회복하였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총생산에서는 미국을 능가할지라도, 국민의 일인당 소득에서는 미국에 크게 뒤떨어진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의 불안정 때문에 미국과 대등한 국력에 도달할 날은 요원하다.
미국이 2차대전 이후 수립한 자유민주주의 세계질서가 대다수의 세계인들에게 평화와 번영을 가져왔는데, 이는 미국의 압도적 국력에 기반한 것이다. 만일 미국의 상대적 국력이 약화되고, 세계가 다극체제로 이행한다면, 세계인은 물론 미국인에게도 험한 앞날이 도래할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역사적 통찰력을 동원하여 미국이 지배한 세계질서를 비교적 공정하게 평가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는 미국의 쇠퇴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지만, 최근에 발간된 그의 다른 책에서는, 미국에서 반자유주의 anti-liberalism 가 높아지는 근래의 흐름에 대해 매우 염려한다. 트럼프는 절대 권력과 자신의 경제적 이익만을 쫒는 원칙이 전혀 없는 사람인데, 이것이 근래 미국 사회의 반자유주의 운동에 편승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만일 미국에서 자유주의 liberalism 의 이념이 약화된다면, 세계에서 자유주의 이념의 힘은 약화될 것이며, 반면 중국이나 러시아와 같은 권위주의 국가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다. 권위주의 정권은 자유민주주의의 확대를 적극적으로 막으려 한다. 왜냐하면 자유민주주의는 권위주의 정권의 존립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이 고립주의로 흐르는 반면, 권위주의 국가가 자유민주주의를 붕괴시키는 데 적극적으로 힘을 쏟는다면, 세계는 갈등과 전쟁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이 책에서는 미국이 주도한 국제질서가 세계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었다고 주장하는데, 미국의 개입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으며 지금도 힘든 상황인 중남미나 중동 사람들은 물론, 미국의 외면 혹은 냉전시 외곡된 개입으로 어려움을 겪은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 사람들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데, 과연 그것이 그렇게 사소한 문제인지 의문이다.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반미 감정이 높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책은 발간된지 시간이 지나서 시의성은 좀 떨어지지만, 현재 전개되는 상황의 배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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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아키라 (서수지 옮김). 2011.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단 한가지 방법. 도어즈. 275쪽.
저자는 작가이며, 이 책은 능력이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냉엄한 생존 현실에서, 어떻게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성공 혹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답한다. 저자가 제시한 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여 니치 마켓에서 남들의 인정을 받고 행복을 얻는다'이다.
지능의 70%는 유전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학업 경쟁 사회에서는 '해도 안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노력하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개발서의 주장은 근본부터 틀렸다. 능력은 의지와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인종,성, 지역, 등 태생적인 특질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관행은 정의롭지 않은 차별이지만, 능력 또한 태생적으로 정해진 것이라면, 능력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능력주의 또한 도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사람은 돈보다는 남으로부터의 평판에 의해 성공과 행복이 결정되는 동물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남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성공했다고 보지 않으며 행복하지 않은 반면, 돈은 많지 않지만 주변 사람으로부터 인정과 좋은 평판을 얻으면 행복하게 느낀다.
정보통신혁명 덕분에 정보의 교류 비용은 무시할만큼 낮아졌다. 그결과 과거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소수의 사람들만이 인정과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과 관심을 공유하는 작은 집단(니치 마켓, 롱테일)으로부터 인정과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인정을 받을만큼 큰 재능은 없으며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더라도, 자신과 관심이 유사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만 있다면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과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만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유일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저자의 주장은 그럴 듯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사회의 성공 규범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그걸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고, 설사 그것을 찾아서 한다고 하여도 그것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잘 할만큼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예컨대 공부를 하는 것은 싫지만,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게임을 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여 그 집단에서 인정받고 행복해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남들이 다하는 공부를 그저그렇게 하고, 학교를 졸업하여 남들이 다하는 일을 그저그렇게 하면서 별볼일 없이 힘들게 사는 것이 보통 사람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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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아키라 (박선영 옮김). 2017. 말해서는 안되는 너무 잔혹한 진실. 레드스톤. 244쪽.
저자는 논픽션 작가이며, 이 책은 인간의 존재를 진화의 결과로 볼 때, 사람들의 상식이나 규범과 어긋나는 것들을 기존 연구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물론 행동, 사고방식, 감정 까지 모두 진화의 결과물이다. 지능, 성격, 감정, 취향, 등이 유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면, 개개인의 사회적 지위 획득과 일탈 행위를 각 개인에게 책임지우는 사회의 관행에는 문제가 있다. 지능의 많은 부분이 부모로부터 유전되고, 지능이 높을수록 학업성취도가 높고, 학업성취도가 높을수록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진다면, 사회경제적 지위 격차, 즉 사회불평등은 부모로부터 유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개개인의 노력과 교육으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획득하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지위를 뛰어 넘어 성공할 수 있다는 도덕과 상식은 근본부터 부정된다. 노력해도 소용없으며, 교육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는 주장이다.
남자와 여자는 유전자를 후대에 잇는 전략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이는 많은 남녀 차이의 근본적 원인이다. 이러한 진화적 사실은 남녀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없애고자 하는 선진산업사회의 노력과 배치된다.
부모의 형질이 자녀에게 유전되지만, 부모의 양육 환경은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부모의 양육환경보다는 자녀의 동년배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동년배와 어울리는 것이 자녀의 생존에 중요했던 인류의 과거 생활환경 때문이다. 부모는 항시 자녀의 생존을 위해 최대로 지원을 한다. 자녀의 입장에서 볼 때, 부모의 말을 따르면서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보다, 동년배의 말을 따르면서 그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자녀에게 더 유리한 생존전략이다. 부모의 양육환경이 자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녀 양육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사회관행과 배치된다.
저자는 풍부한 독서를 바탕으로 하여, 인류 진화의 결과와 인류 사회규범 사이의 모순을 흥미롭게 지적한다. 인류의 진화는 개개인의 행복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남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환경보다 유전이 결정하는 부분이 크다는 지적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다. 물론 이 책에서 언급한 극단적인 '진실'들이 후대 연구에서 일부 부정되기는 하겠지만, '인간 사회는 정의롭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특별히 새로운 사실을 언급한 것은 없지만, 대체로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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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서터 (송지선 옮김). 2025(2020). 우주여행자를 위한 생존법: 경이로운 우주를 탐험하기 전 알아야 할 것들. 오르트. 532쪽.
저자는 천체물리학자이며, 이 책은 천체물리학의 기본 지식을 재미있는 이야기 형식으로 전달한다. 태양계, 태양계 너머, 별의 탄생, 성운, 백색외성, 초신성, 중성자별, 블랙홀, 퀘이사, 우주끈, 암흑물질, 외계인의 가능성, 등의 주제에 관해 설명한다.
지구를 떠나 우주의 진공 상태에 들어섰을 때, 인간의 생존에 위험한 상황을 서술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인간은 지구의 환경에 최적화하여 진화했기 때문에, 지구의 환경에서 벗어난 순간 생존할 수 없다. 사실 인간 생존에 위험한가 여부를 중심으로 천체 물리를 서술하는 것은 부적절한 느낌이 든다.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서술의 대부분은 인간 존재와는 무관한 것이기에, 오히려 양념으로 간간히 언급하는 인간 생존의 위협 요소는 거추장스럽기까지 하다.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은, 자연과학서로는 특이하게, 저자가 독자에게 말을 건네는 식으로 친근한 회화체 어조를 사용한다. 이러한 서술 전략을 떠나 객관적으로 볼 때, 천체물리에 대해 잘 설명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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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Wheelan. 2013. Naked Statistics: taking the dread from the data. W.W.Norton. 255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통계학의 핵심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쉽게 설명한다. 기술통계, 확율, 추리통계, 데이터의 중요성, 인과관계 연구의 설계, 통계의 오용, 여론조사, 회귀분석, 등의 주제에 대하여 핵심원리를 수식 없이 말로 설명하고, 현실의 다양한 흥미로운 사례를 사용하여 원리의 이해를 쉽게한다.
이 책은 원리를 말로 설명한 부분도 좋지만, 현실의 다양한 사례를 사용하여 개념을 쉽게 이해하게 하는 부분이 돋보인다. 다만 몬티 홀 사례를 설명하는 부분은 역시 이번에도 확실히 납득되지 않았다. 필자는 통계학을 여러해 동안 가르쳐서 이 책의 내용을 완전히 알고 있음에도 여전히 이 책을 읽는 재미가 있었다. 그가 인용한 사례와 설명이 적절하고 흥미로와서이다. 잘 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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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Shermer. 2011. The Believing Brain: From Ghosts and Gods to Politics and Conspiracies - How we construct beliefs and reinforce them as thruths. Times Books. 344 pages.
저자는 과학 분야의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쉽게 믿는 이유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인간은 확실한 근거 없이도 쉽게 믿음을 형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무엇을 쉽게 믿는 것이 그것을 좀처럼 믿지 않는 것보다 비용대비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진화를 통해 형성된 기질이다. 예컨대 원시인이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맹수의 흔적으로 착각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존재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오류 (Type I error)인데, 이는 그 반대의 경우, 즉 실재로 패턴이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못 인식하는 오류 (Type II error)와 비교했을 때, 비용대비 이익이 더 크다. 사람들은 미미한 것에서도 패턴(patternicity)을 찾는 성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상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주체(agenticity)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대상에게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여, 인간과 유사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존재로 형상화한다. 자연 세계 만물에 생명이 있다고 믿는 정령신앙 animism 이나, 외계인, 신, 천사, 악마, 사후세계, 등 사람들이 생각으로 만들어낸 대상은 대체로 인간과 다름이 없이 생각하고 움직인다.
대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하고 힘든 상황이거나, 대상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쉽게 대상에 대한 믿음을 형성한다. 과학 지식이 부족하고, 물질적으로 결핍하고, 큰 난관에 봉착했거나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믿음을 형성한다. 현대보다 과거에, 부유한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이, 지식인보다 교육을 덜 받은 사람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을 믿고 믿음이 더 강하다.
사람들은 먼저 대상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고 나서, 그 믿음을 정당화하는 이유를 찾는다.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증거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외곡하여 해석한다. 이는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은 물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은 좀더 세련되게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하는 증거를 찾고 제시하는 차이를 보일뿐이다. 이러한 인식의 편향은 긍정편향 confirmation bias 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인식 오류이다.
사람들은 먼저 합리적인 이유를 따져보고 나서 믿을지 말지 결정하지는 않는다. 이는 종교를 믿거나 정치적 이념을 믿거나 동일하다. 믿음을 가지게 되는 계기는 합리적인 이유와는 무관하다.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의 영향, 동년배의 영향, 깊은 인상을 준 사건, 등이 사람들이 믿음을 가지게 되는 계기이다.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상대의 믿음을 중단하거나 바꿀 수는 없다.
대상/패턴을 얼마나 쉽게 믿는가는 사람들의 선천적인 성격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권위, 전통, 질서 등을 선호하는 성격의 소유자는 보수주의conservativism 를 선호하며 대상/패턴을 쉽게 믿는다. 반면, 새로운 것과 변화를 선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불편한 감정이 덜한 성격의 소유자는 리버럴리즘 liberalism 을 선호하며, 대상/패턴에 대해서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좀처럼 믿지 않는다. 후자의 성향은 과학적 탐구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후자의 성격, 즉 리버럴리즘 성향의 사람들이 압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에서 보수주의 성향의 교수는 전체의 10분의 1도 안된다.
믿음의 진위를 판별하는 유일한 잣대는 경험적인 관찰에 근거한 과학적인 연구방법이다. 대상/패턴이 우연적으로 발생했다는 귀무가설 null hypothesis 를 부정할만한 충분한 경험적 증거가 제시될 때에만 대상/패턴이 참임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과학의 인식 방식이다. 대상이 참임을 부정할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는 순간 기존에 인정된 대상/패턴은 거짓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외계인, 신, 천사, 악마, 사후세계, 등은 참이 아니다.
인간의 인식 행위는 오류/편향으로 잘못될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 실험으로 밝혀낸 인간의 인식 오류/편향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confirmation bias, hindsight bias, self-justification bias, attribution bias, sunk-cost bias, status quo bias, endowment effect, framing effects, anchoring bias, availability heuristic, representative bias, inattentional blindness bias, athority bias, bandwagon effect, Barnum effect, believability bias, clustering illusion, confabulation bias, consistancy bias, expectation bias, false-consensus effect, halo effect, herd bias, illusion of control, illusory correlation, in-group bias, just-world bias, negativity bias, normalicy bias, not-invented-here bias, primacy effect, projection bias, recency effect, resy restrospection bias, self-fulfilling prophecy, steretyping or generalization bias, train-ascription bias, bias blind spot.
이 책은 저자의 작가와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을 반영하여, 자신이 관심을 두고 간여한 모든 주제를을 망라하여 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흥미있지만 산만한 단점을 보인다. 논의 자체는 설득력이 있으며, 저자의 광범위한 독서를 잘 소화하여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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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yon Woo. 2023. Master Slave Husband Wife: An Epic Journey from Slavery to Freedom. Simon & Schuster. 380 pages.
저자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이며, 이 책은 미국에서 남북전쟁 이전 시기에 남부를 탈출한 흑인 노예 남녀의 이야기이다. 저자는 역사적 사료에 바탕을 두고 그들의 행적과 경험을 생생하게 그린다. 그들의 탈출을 둘러싼 그당시 정치적 사회적 상황을 함께 서술함으로서 주인공의 경험에 맥락을 더한다.
주인공은 조지아주의 메이슨이라는 작은 마을에 살던 흑인 남녀 노예로, 남북전쟁이 일어나기 13년전인 1848년에 노예제를 허용하지 않는 북부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흑인 여성은 백인 남자로 변장하고, 흑인 남성은 그를 수행하는 노예로 변장하고 여행한다. 흑인 여성은 외관상 백인로 행세할 수 있을만큼 피부가 희어서 여행 내내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다. 그들은 노예 생활로부터 탈출에 필요한 사회적 상식을 얻을 수 있었기에 탈출에 성공했다. 흑인 여성은 백인 주인의 저택에서 살며 주인집 일을 돕는 과정에서 백인의 사회와 관행을 익혔으며, 흑인 남성은 가구를 제작하는 일을 독립적으로 하면서 사람을 상대하고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기술을 익혔다. 그들은 배, 기차, 마차, 등을 갈아 타고 백인 전용 고급 호텔에 묵으며 주변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였으며, 여행을 하는 과정에서 발각될 고비를 여러번 넘겼다. 여성과 남성 모두 용감하고 기민한 대응과 운이 함께 한 덕분에 마침내 자유주인 펜실베니아의 필라델피아에 도착했으며, 궁극적으로 반노예제 운동의 중심지인 보스턴에 정착한다.
그들은 자유주에 도착한 이후, 그당시 미국을 휩쓸던 반노예제 운동의 최전선에서 활동가로 일한다. 자신들의 탈출 경험을 소재로 무수히 많은 강연을 하고 돌아다니며 전국적인 유명인사가 된다. 그러나 1850년 "도망노예법" fugitive slave law 이 강화되어, 남부로부터 파견된 노예 포획 추적자에 쫒기게 되고, 급기야 그들을 잡으려는 경찰의 추적에 쫒겨 아슬아슬하게 보스턴을 탈출하여 캐나다를 거쳐 영국으로 이주한다. 그들은 영국에서도 국제적인 반노예제 운동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며, 남북전쟁이 끝난뒤 미국으로 돌아온다. 미국으로 돌아온뒤 자신의 고향 근처에서 해방노예를 위한 농장을 운영하고 그들을 가르치는 학교를 설립한다.
이 책은 저자의 철저한 사료 고증에 기반한 넌픽션물이다. 객관적 자료에 근거하기 때문에, 소설적인 이야기 만들기는 다소 희된 듯하나, 생생한 경험을 서술하는 저자의 글쓰기 솜씨가 돋보인다. 픽션에서와 같은 스릴이 느껴지며, 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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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Wright. 1994. The Moral Animal: Evolutionary Psychology and Everyday Life. Vintage Books. 379 pages.
저자는 과학 분야의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인간의 성, 가족, 사회 규범, 사회 조직, 위계체계, 등 인간사의 핵심적인 부분을 진화심리학과 게임이론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인간은 오랜 세월동안 진화한 결과이다. 인간의 육체만 아니라 인간의 사고와 감정 또한 진화를 통해 형성되었다. 진화의 추진력은, 환경에 적절히 적응하여 후세에 자손을 번성하는데 있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이어가는데 있다. 이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삶의 궁극적인 목적으로서, 사회조직, 사고방식, 감정은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는데 기여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인간은 이러한 삶의 목적을 의식적으로 수행하기보다는, 결과로 볼 때 그러한 목적을 수행하는데 기여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남성과 여성은 성행위와 짝짓기 전략에서 상이하다. "부모 투자이론" parenting investment theory 이 이를 잘 설명한다. 남성은 자식을 낳고 키우는데 여성보다 훨씬 덜 투자한다. 따라서 남성은 여성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성 sex 에 접근하는 반면, 여성은 남성 상대를 선택하는데 매우 신중하다. 여성은 상대 남성이 자신과 자녀를 부양할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매우 중시한다.
인간 사회는 오랫 동안 힘있는 남성이 많은 여성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 사회였으나, 현대로 오면서 일부일처제가 강력한 규범으로 자리잡았다. 진화적 측면에서 볼 때, 일부다처제는 힘있는 남성에게는 유리하나 힘이 없는 남성에게는 매우 불리하다. 한편 일부다처제는 모든 여성에게 유리하다. 여성은 남성과 달리 자신과 성 관계를 맺을 상대를 찾지 못할 가능성이 적다. 따라서 자신과 아이를 제대로 부양할 능력이 없는 남성의 유일한 배우자가 되기보다, 능력이 있는 남성의 둘째나 셋째 부인이 되는 편이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로 보존시키는 데 유리하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남성들간 권력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능력이 많은 남성이 여성을 독점하는데 대하여 능력이 떨어지는 남성의 반발이 심해졌으며, 그 결과 전체 사회의 안정을 위해 일부일처제가 자리잡았다.
가족과 친척 간에 밀접한 유대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번식시키는데 기여한다. 한편, 자신과 유전적 연관이 없는 사람들과 협력하고 밀접한 유대를 유지하는 이유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상대에게 도움을 주면 훗날 자신이 도움을 받는다는 '호의의 상호교환' reciprocal returns 의 원칙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계에 지배하기 때문이다. 게임이론에 따르면 '호의(악의)의 일대 일 교환' tit-for-tat 원칙이 다른 어떤 전략보다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번째 이유는, 다른 사람과의 거래는 이에 참여하는 구성원의 자원의 합보다 더 많은 이익을 만들어 내기때문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과 협력하고 거래함으로서, 자신이 혼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제로섬이라면 이는 적대적 관계로 설정되는 반면, 이 관계가 플러스섬 plus-sum 이라면 협력의 관계로 설정된다. 사회의 질서는 기본적으로 구성원들 사이에 플러스섬이 있기 때문에 유지된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상호 의존하는 플러스섬의 관계의 범위가 계속 넓혀져 왔다. 아직은 거리가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사람이나, 자신과 다른 민족 혹은 다른 나라의 사람에 대해 유대를 느끼지 않지만, 과거와 비교할 때, 유대의 폭, 즉 플러스섬의 범위가 나의 가족, 친족,부족과 같은 좁은 범위를 넘어서 내가 직접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로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와 투쟁하고 상대를 지배하려 한다. 사회적 지위의 위계체계 social hierarchy 는 진화적인 이익의 위계체계를 반영한다. 사회적 위계에서 상위에 있는 사람은 하위에 있는 사람보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게 더 잘 이어갈 수 있다. 위계체계에서 하위에 있는 사람은 사회적 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진화적으로 이익이기 때문에 굴복한다. 물론 강요에 의해, 혹은 기만에 설득당하여 자신의 진화적 이익에 기여하지 않음에도 다른 수단이 없기 때문에 사회의 불평등 체계에 순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 경우 범죄와 일탈적인 행위로 자신의 진화적 이익을 도모하려 한다.
인간의 사고체계와 감정이 궁극적으로 진화의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이라면, 개인의 자유의지가 존재할 여지는 없다. 개인의 자유의지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도덕이나 범죄에 대한 개인 책임을 묻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비판에 대해, 다윈과 현대의 진화론자는 다음과 같이 답한다. 근본적으로 자유의지는 허구이다, 그러나 사회적 이익에 기여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여, 공리주의적 utilitarianism 입장에서 규범을 만들고 인간의 행위를 평가하고 잘못에 대해 개인의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하다. 인간의 행위에 대해 궁극적인 의미나 절대적인 기준을 찾는 것은 무의미하지만, '사회'라는 플러스섬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자의 광범위한 독서와 관련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돋보인다. 다양한 예를 제시하면서 다앙한 비판을 맞받아치고 그야말로 종횡무진으로 토론한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저자의 자기비판적인 취향을 읽을 수 있다.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관련 주제에 다양한 예를 제시하고 비판에 적절히 대응하는데에서 읽는 맛을 느낀다. 출판된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요즈음에 나온 진화심리학 저술보다 더 풍성하고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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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ce Appleby. 2010. The Relentless Revopution: a History of Capitalism. Norton. 436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1600년경에서부터 2010년까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물질적인 경제의 영역이기보다는 문화와 사고방식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이 주체성 individual initiative 을 발휘하여 시장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주체성은 과거의 전통이나 권위를 따르던 것과 대비되며, 시장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 성공하려 하는 행동 방식은 물려받은 지위와 방법을 받아들이고 단순 반복하던 것과 대비된다. 개인이 주체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은 새로운 부를 창출함과 동시에, 기존의 질서와 방식을 파괴하기 때문에 혼란 creative disruption 을 가져왔다.
자본주의의 시작은 1600년대 영국에서 농업 생산력의 향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새로운 방식의 윤작을 통해 농업 생산이 늘어나면서, 오래된 관행의 답습이 깨지게 되었다. 농업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하거나 혹은 가내 수공업에 종사하여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프랑스의 지주와 귀족들은 새로운 상공업의 기회를 막고 기득권에 집착하면서 농민의 수탈을 더 강화했던데 비해, 영국의 지주들은 새로운 상공업의 기회에 투자하고 상공업으로 돈을 번 사람을 지배 집단 안에 받아들이면서, 프랑스와 영국은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영국은 프랑스와 달리 장자상속제를 엄격히 지켰기 때문에, 지주와 귀족의 차남 이하 자녀들은 아버지의 지위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고 스스로 성공의 길을 개척해야 했던 것이 변화를 추구하는 데 용이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형성하였다.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업에 종사했으며,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재해와 질병 등으로 삶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살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래 전해 내려온 관습과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는 것은 생존이 걸린 매우 위험한 모험이므로 감행하기 어려웠으며, 주위에 이런 실험을 하려는 사람을 사회 위험 요인으로 억압하였다. 자본주의는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 개인이 주체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시장 참여를 통해 기존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농업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농업 생산성이 높아져 어느 정도 생존 위협이 감소해야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농업 생산성의 향상에서부터 시작됬고,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에서도 토지 개혁을 통해 부재 지주로부터 경작자에게로 토지 소유가 이전되면서 농업 생산성이 향상된 것이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로 이끈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19세기 후반 독일과 미국은 선발산업국인 영국을 추월하는데, 두 나라는 다른 경로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미국은 풍부한 자원과 엄청난 이민자를 배경으로 영국의 기술과 제도를 모방하여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독일은 백개 이상의 작은 정치체로 분열되어 있던 독일 민족을 하나의 민족국가로 묶는 과정에서, 국가가 주도한 산업정책, 과학기술교육, 근면하고 규율 잡힌 국민성 덕분에 기술 강국으로 올라섰다.
서구는 자본주의 체제를 통한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19세기 후반 서구 이외의 전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체제와 인종주의를 확고히 했다. 한편, 서구의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여 후발 산업화에 성공한 유일한 비서구 국가인 일본은, 서구의 인종주의에 대항하여 아시아를 묶는 역할을 자처하면서 한때 아시아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아시아 사람을 자신들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반발을 샀지만. 일본과, 아시아의 신흥 개발국, 및 최근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자본주의 발전과정은, 영국과 미국에서 비롯된 자유 시장경제 모델이외에 다양한 길이 있다.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는 정치가와 자본가가 밀접하게 결합된 행태를 보인다. 미국에서 정치를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고, 자본가는 정부의 규제와 지원에 영향을 행사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둘간에는 밀접한 공생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모두에게 건강하지 않은 환경이다.
중앙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공산주의는 비효율 때문에 결국 자본주의에 무릎을 꿇었다. 한편, 자본주의에 내재한 창조적 파괴 장치는 주기적으로 혼란을 가져왔다. 1930년대의 대공황이외에도 2008년의 금융위기까지 수많은 혼란이 있었다. 케인즈의 정부개입 이론을 자본주의 체제에 적용한 덕분에 1030년대 대공황이후 최근 금융위기 전까지 큰 혼란이 없었지만,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 크고 작은 혼란이 때때로 찾아올 것이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고 국민이 잘살게 된 나라는 없으며,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에서 절대 빈곤 인구가 세계인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또다른 부작용인 불평등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균형잡힌 시각에서 썼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자본주의 체제는 끊임없는 변화와 혼란을 가져온다는 저자의 지적이 흥미롭다. 특별히 논쟁점이나 새로운 내용은 없으며, 자본주의 발전과정의 전체의 모습을 조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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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루어 책임편집 (김동희, 이동찬, 이상훈 옮김). 2006. 지구: 푸른 행성 지구의 모든 것을 담은 지구 대백과사전. (DK 대백과사전). 사이언스북스. 495쪽.
이 책은 지구에 관한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이다. 천체물리학, 지구과학, 해양학, 기상학, 지질학 등 다학제적 지식을 담고 있다. 지구에 대한 천체물리학적 지식, 지구의 다양한 지형, 생성과정, 식생, 해양과 해안, 기후와 날씨, 지구조판, 등의 내용을 서술한다. 관련 그림과 함께 설명을 상세히 하고 있어 이해가 빠르고 읽는 것이 즐거웠다. 이는 번역자가 관련 분야의 전문 학자이기 때문에 번역과정에서 설명의 깊이가 손실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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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Christian and Tom Griffiths. 2016. Algorithms to Live by: The Computer Science of Human Decisions. Picador. 262 pages.
저자들은 컴퓨터 과학저술가와 인지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다루는 문제들을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학, 인지 심리학의 공통 분야를 서술한다.
첫번째 주제는 최적의 탐색 중단 시점을 찾는 것이다(optimal stoping: when to stop looking). 예컨대, 비서를 새로 고용하거나, 결혼 상대를 찾거나, 새로 살 집을 구하거나 혹은 살던 집을 팔거나, 주차할 공간을 찾을 때, 등의 공통점은, 새로운 후보를 얼마나 많이 혹은 오랫동안 탐색하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좋은가 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 최적의 탐색 중단 지점은, 탐색 가능한 전체 사례의 풀 중에서 37%의 지점에 이를 때까지는 기준을 정하는 데 집중하고 결정을 보류하며, 37%의 지점을 넘는 순간부터는 그때까지 보았던 것보다 나은 후보가 나타나면 바로 선택하는 것이다. 결혼 상대를 찾는 경우, 만일 내가 선택한 상대가 나를 거절할 가능성이 50%라면, 결정을 내리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은 25%로 앞당겨지며, 만일 이미 검토했으나 지나쳤던 사례를 나중에라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진다면, 결정을 내리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은 훨씬 뒤로 늦쳐질 수 있다.
두번째 주제는 새로운 정보나 기회를 탐색하려 노력하는 것과, 아니면 이미 기존에 알고 있는 정보나 기회를 당장 이용하는 것, 둘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explore/exploit: the latest vs. the greatest).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나 기회에 만족하고 이를 즐기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탐색을 하여 새로 얻는 것을 활용할 기회가 많다면,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이익인 반면, 탐색을 하여 새로 얻은 것을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면,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주어진 것에 집중하는 것이 이익이다. 젊을 때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이익인반면,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이익이다. 젊을 때에는 만남의 폭을 넓히고 새사람과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이익인 반면, 나이가 들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 집중하고, 자신의 욕구에 따라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이익이다.
세번째 주제는 정돈하는 것이다 (sorting: making order). 전체를 정돈하는 데는 엄청난 자원이 소요된다. 특히 정돈해야 할 대상의 수가 많으면 기하급수적으로 소요되는 자원이 증가한다. 스포츠의 대진표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체를 완벽하게 정돈을 하기보다는, 목적에 맞는 수준만큼만 정돈하고, 어느 정도의 무질서를 허용하는 것이 이익이다.
네번째 주제는 저장하는 것이다 (cashing: forget about it). 저장한 다음에 필요시 꺼내기 쉽게 하는 것이 요점이다. 가장 최근에 사용한 것을 가장 찾기 쉽게 문 앞에다 저장하는 것이 이익이다. 왜냐하면, 가장 최근에 이용한 것이 다음에 이용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다섯번째 주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Bayes's Rule: predicting the future). 미래를 잘 예측하는 길은 과거에 일어난 것을 이용하여 대상에 대한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과거에 일어난 것을 통해서 대상의 분포(distribution)에 관해 개략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며, 각 분포의 성격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만일 대상이 정규분포(Normal distritution)의 모습을 띤다면, 평균에 근접할 확율이 가장 크며, 평균에서 벗어날 확율은 매우 작다는 점을 고려하여 예측한다. 만일 대상이 지수분포(Power law distribution)의 형태를 띤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규모가 배수로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예측한다. 만일 대상이 단순 덧셈의 분포(Erlang distribution)를 띤다면,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규모 만큼 반복될 것으로 예측한다. 정규분포의 사례로는 수명, 키, 등이 있으며, 지수 분포로는 영화의 인기도, 소득과 재산, 등이 있으며, 덧셈의 속성을 지닌 분포로는 선출직 정치인의 재직 기간 등이 있다. 대상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대상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경과한 기간만큼 앞으로 대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scheduling (first things first), overfitting (when to think less), relaxation (let it slide), randomness (when to leave it to chance), networking (how we connect), game theory (the minds of others), computational kindness, 등이 각각의 주제이다. 저자는, 최적의 합리성이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혹은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어느 정도 이익을 거두고 손실을 줄이는 타협을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지, 모든 정보와 가능성을 다 타진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컴퓨터건 인간이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책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지식을 이용하여, 인간사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책이다. 컴퓨터의 사고 논리와 인간의 인지구조의 유사성을 확인한다. 독창적이고 흥미있는 서술이 곳곳에 펼쳐진다. 대체로 읽기 어렵지 않으나, 논의가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의 영역을 건드리므로 반복해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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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y Gerstle. 2022. The Rise and Fall of the Neoliberal Order. Oxford University Press. 293 pages.
저자는 미국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에서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체제가 흥했다, 21세기에 들어 후퇴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자유주의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래 서구사회를 지배한 세계관이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중시하고, 자유, 평등, 행복 등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며, 시장에 의한 자원분배를 국가에 의한 계획과 조정보다 중시한다. 서구사회는 19세기 산업혁명을 등에 업고 자본주의가 크게 발달하였으며, 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19세기말에 들어 자본주의 체제의 폐해인 자본 집중, 심한 경제부침, 노동 착취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유럽은 정부의 조정 기능이 부가된 수정자본주의 및 복지국가 체제로,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과 전제주의 체제로 이행한다. 미국에서는 1929년 대공황이 발발하면서 수정자본주의와 복지국가 체제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뉴딜 정책을 전개한다. 뉴딜 정책은 제2차 대전 이후에도 이어져 1950~60년대의 엄청난 경제 부흥과 복지제도의 확대를 낳았다.
미국의 경제는 1970년대 들어 어려워진다. 유럽과 일본의 산업경쟁력이 회복되면서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깍아내고, 베트남 전쟁의 엄청난 비용, 중동의 자원민족주의와 석유 파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는다. 1930년대 이래 오랫 동안 지속된 민주당 정권은 1980년 레이건의 등장과 함께 공화당 정권으로 이전한다. 레이건은 과거 자유주의의 이념을 다시 부활시키는 정책을 실시하는데, 이를 신자유주의라고 지칭한다. 정부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금을 줄여 정부 규모를 줄이며, 시장에게 전적으로 자원분배를 맡기는 정책을 실시한다. 한편, 1980년대 이래 정보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국가간 상품, 사람, 정보의 교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생산공급망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세계화의 시대를 맞는다. 1990년 공산주의의 몰락은 세계화의 추세를 가속화시킨다.
1917년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 이래 서구의 자본주의 세계는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자본과 노동이 타협하여 노동자의 복리를 어느 정도 고려하도록 국가가 조정하고 관리하였다. 그러나 1990년에 공산주의가 몰락한 후, 더이상 공산주의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게 되면서, 자본가와 엘리트들은 자신의 이익추구에 최선을 다할뿐, 노동자의 반발을 신경쓰고 그들과 타협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소득 불평등은 커지고, 소수의 자본가와 엘리트에게 부가 집중되는 경향이 심해졌다. 선진산업국의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최대 피해자이다. 그들은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유색인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들어오면서 임금이 정체하고, 생계가 불안정하고 힘들어졌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에 조직적으로 반발할 역량은 없지만, 산발적으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도날드 트럼프는 이렇게 어려움에 빠진 백인 노동자들의 열망을 등에 업고 나타난 이단아이다. 그는, 자본가의 배경이지만, 엘리트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자유주의를 거부하고,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며, 세계화에 반대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자유주의 세계관과 정치경제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 트럼프는 기존 질서의 파괴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미국의 근래 정치경제의 전개를 서술하는 데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20세기 후반의 역사는, 19세기 산업혁명이래 선진산업국의 세계 지배가 후퇴하고, 서구 이외의 세계로 서구의 세계관과 기술이 확대된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특정 국가의 정치경제의 전개를 전세계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전망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신자유주의가 국내의 반발에 부딛쳐 일시적으로 후퇴한다고 하여,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후퇴한다고 볼 수 있을까?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가치와 전세계적 생산망의 확대 추세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미국이 세계를 대표하던 시대는 점차 지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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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Headrick. 2010. Power Over People: Technology, Environments, and Western Imperism, 1400 to the Present. Princeton University Press. 372 pages.
저자는 기술과 환경이 인간사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근대 이후 최근까지 서구의 기술 발전이 어떻게 서구 제국의 확장을 가능케 했는지 서술한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기술의 우위를 이용해 상대보다 우수한 무기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지배했다.
1400년대 중반까지 서구의 기술은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낫지 않았다. 1400년대 중반에 포르투갈은 대양을 항해하는 기술에서 앞서 나갔다. 대양을 항해하는 범선과 항해술에서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앞선 덕분에, 포르투갈은 작은 인구와 경제 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기나마 인도양을 지배하고 아메리카 대륙에 앞서서 진출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의 앞선 기술은 스페인과 네덜란드에 의해 급속히 따라잡혔으며, 이후 프랑스와 영국은 앞선 기술에 더하여 큰 인구와 경제의 이점을 이용하여, 대양에서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세력을 제압하면서, 식민지 쟁탈전에서 우위에 서게 되었다.
서유럽인은 말과 철제 무기라는 앞선 기술 덕분에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의 정복에 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서유럽인이 가져온 질병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95% 이상이 서유럽인이 가져 온 질병으로 사망하였다. 그들은 유럽의 정복군과 전투를 벌이기 이전에, 이미 많은 수가 역병으로 죽고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급속히 유럽인의 앞선 기술, 즉 말과 무기를 받아들여 서구인과의 전투에 이용하였기 때문에, 서구의 정복자들이 19세기 중반 이후 획기적으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할 때까지, 아메리카의 서부 대륙에서 300년 이상 저항하며 버틸 수 있었다.
서구인들은 19세기 초까지 대양을 지배하기는 하였지만, 범선만으로는 대륙의 연안과 내부로 진입하여 정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세기초 증기선이 도입되면서, 마침내 서구인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대륙 내부로 침투하여 정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건이 1840년대에 영국과 중국 간에 벌어진 아편전쟁이다. 영국군은 증기선으로 중국의 내부를 연결하는 운하에 침투하여 중국 경제를 마비시키고 중국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아프리카는 유럽인에게 치명적인 역병이 대륙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인이 대륙 안으로 진입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유럽에서 19세기말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염병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산업혁명의 여파로 19세기 중반 이래 무기 제조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다루기 쉽고 연발이 가능한 소총과 기관총이 개발되면서, 그 이전에 비효율적인 무기로는 가능하지 않았던 엄청난 규모의 살육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의학과 무기 기술의 비약적 발전 덕분에, 19세기 중반까지 정복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와 남북 아메리카 대륙 내부의 원주민을 앞도적인 화력으로 살육하고 정복하였다.
서구인은 세계일차대전을 계기로 항공기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항공기의 도움 덕분에 보병만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웠던 산악지역의 저항 세력을 진압할 수 있었다. 1930년대에 알제리와 이라크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원주민의 저항을 진압한 것은, 무엇보다도 공중에서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그러나 서구인의 항공기가 가져온 전술적 우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서구인의 공격에 저항하는 원주민들은 항공기의 우위를 지우는 전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원주민들은 터널이나 엄폐물을 이용하여 항공기의 추적을 피하고, 지대공무기를 이용하여 항공기를 격추시켰다. 이에 서구인들은 무인으로 대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 전쟁의 상황이 바뀌면서, 서구인들이 무기 기술의 우위로 국지전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어렵게 되었다. 미국이 1960년대에 베트남에서, 소련이 1980년대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한 것에서 보듯이, 게릴라전과 같은 비정규전의 승패는 무기 기술의 우위만으로는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글과 산악지역이라는 지리적 장벽 이외에도, 적군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회적 요인 때문에, 정복군이 엄청난 규모의 지상 병력을 투입하여 현지를 샅샅이 훑고 주민을 대규모로 고문하고 살육하지 않는 한, 압도적인 화력에 의지해서만은 승리하기 힘들다. 서구인이 현지인의 게릴라식 저항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음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한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라크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에서 확인된다. 근래에 서구의 정복군과 현지인 간의 전쟁은, 기술, 환경,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전개되기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연구 성과가 반영된 역작이다. 무기 체계와 전쟁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서술은 전체 논의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읽어내리기가 수월하다. 논의에 깊이가 있으면서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단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의문을 가졌던, 서구의 식민지 확장 과정에서 모호한 부분이 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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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ra Klein and Derek Thompson. 2025. Abundance. Avid Reader Press. 22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들이며, 이 책은 미국의 리버럴리즘이 당면한 딜레마, 즉 개인의 자유와 환경을 존중하는 제도들이 집단의 복리를 향상시키는 사업의 이행을 방해한 결과, 미국에서 새로운 주택과 기간산업의 건설이 어렵고 사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현상에 대해 논의한다.
캘리포니아에서 LA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고속철도를 놓으려는 노력이 여러해 동안 추진되었으나, 현재는 거의 좌절 상태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고속철을 놓기 위해 계획에서 준공까지 수 년이면 족하다. 미국에서 고속철을 건설하기 어려운 이유는, 철도가 지나가는 구간에 관계된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정해야 하며, 수많은 관련 규제와 감독기관의 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이런 수없이 많은 조정과 절차를 밟다보면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지고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그와 함께 주민과 정치가의 지지가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도시는 주택 가격이 매우 높으며, 이러한 비싼 주택에서 살 능력이 안되는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로 전락한다. 이는 특히 민주당이 집권한 주의 대도시에서 두드러진다. 주택가격이 높은 이유는 주택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는 신규 주택을 짓도록 허가받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만 지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집단 주택을 짓는 것을 금하고, 주민 자치 공동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환경 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등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규제와 절차는 신규 주택의 공급을 어렵게 한다.
20세기 들어 미국 정치를 지배한 리버럴리즘 liberalism 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시켰다. 특히 1966~70년대의 민권운동, 환경운동, 기타 다양한 사회운동들은 이러한 제도를 강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플뿌리 민주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주민의 조직과 자치 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행사를 제한하는 다양한 규제와 절차가 만들어졌다. 그 하나 하나의 규제와 절차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으며,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이제 미국에서 무엇을 건설하려고 하면 거쳐야 할 공청회, 규제, 평가, 절차가 너무도 복잡하고 많아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리버럴리즘 이념을 옹호하는 민주당 집권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것이 근래에 많은 미국인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이다.
1960~70년대의 환경운동은, 기본적으로 서구의 성장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반성장 주의 anti-growth 이념을 깊이 뿌리 내렸다. 반성장주의란, 경제성장과 풍요는 자연파괴, 오염, 인구폭증, 자연고갈, 동식물의 멸종, 등등을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지구과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1970년대에 우려한 이러한 성장의 문제점은, 이후 기술발전으로 많은 부분 해결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인류는 기후변화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 경제 성장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에너지와 같은 기술발전으로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여겨진다.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존에 있는 것을 어떻게 나눌지를 둘러싸고 사람들간에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성장이 이루어지면, 사람들이 서로의 몫을 나누는데 관대해진다.
경제성장은 단순히 경제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경제 성장과 풍요를 높이는 쪽으로 사회의 힘을 모으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미국 사회와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과 풍요에 맞추어야 한다. 개인의 이익과 권리를 지나치게 보호하며, 기존의 환경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복잡한 규제와 절차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한 과거의 제도와 규제는 1970년대의 상황에서는 적절한 것이었으나,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권리와 환경에 해악을 가져오는 것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절차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정당으로부터, 대중이 필요로 하는 사업의 완수와 효율을 중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책은 현재 미국이 당면한 상황을 적절히 진단한다. 책이 나온지 얼마 안되지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힘있는 개인의 권리를 정부가 어떻게 제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미국 대도시에서 신규주택이 공급되기 어려운 이유는, 기존에 집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주택이 많이 지어져서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신규 주택 건설을 조직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의식의 전환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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