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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4. 23. 16:26

Joe Studwell. 2013. How Asia Works: Success and Failure in the World Most Dynamic Region. Grove Press. 271 pages.

저자는 경제분야의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동아시아의 경제발전의 핵심적인 요인을 설명한다. 아울러 동남아시아는 동아시아와는 왜 어떻게 다른 길을 가게 되었고 경제발전에 실패했는지 동아시아와 비교한다. 

경제발전의 성패는 기본적으로 인적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가에 달려있다. 아시아의 모든 나라들은 근대화 이전에 인구의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였다. 따라서 아시아의 경제발전의 첫번째 관문은, 이 농업 인구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가에 있다. 전통 농업사회는 소수의 대지주와, 대다수의 소작농 및 농업 노동자로 구성되어 있다. 동아시아는 2차대전 이후 실행한 토지 개혁을 통해 고르게 분배한 소규모 농지를 농가가 직접 노동집약적으로 경작하는 농업 체제가 정착하였다. 이는 2차대전이 끝나고 점령한 미군의 강압 통치 덕분에 토착 기득권 세력의 반발이 무력화됨으로서 가능했다. 냉전체제에서 미국은 공산권의 위협에 대응하여 주민의 지지를 얻기 위해 이러한 반자본주의적 개혁 정책을 밀어붙였다. 일본,대만,한국의 정부는 토지개혁으로 농가가 획득한 소규모 농지를 효율적으로 경작할 수 있도록 비료, 씨앗, 관개, 재배방법 등을 전면적으로 지원하였다. 그 결과, 토지개혁 이후 농업생산성은 이전에 비하여 50~70%나 향상되었다. 농산물이 증가하고 농가 소득이 높아짐으로서, 식량문제의 해결은 물론, 이들이 도시의 산업 생산물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됨으로서 초기 산업화의 마중물 역할을 담당하였다. 

아시아의 경제발전의 두번째 관문은 제조업의 발전이다. 제조업은 농업이나 서비스업보다 생산성 향상이 빠르고 지속적이며, 많은 노동력을 생산활동에 투입할 수 있는 분야이다. 선진국으로부터 기계 장비와 제조 방법을 수입하면서 고급 기술을 빠르게 획득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은 제조업 활동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고, 점차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제조업 분야로  이동하면서 기술을 고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와 노동자들이 점차 상위의 기술을 습득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기술 선진국들이 고급 기술을 쉽게 양도하려 하지 않으며, 토착 자본가들은 성공의 가능성이 불확실한 새로운 제조업의 어려운 길로 나아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을 배우는 동안은 큰 이익이 나지 않으며 시행착오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기업 생존의 위험과 손실을 안고 가야하기 때문에, 토착 자본가들은 기술 습득 없이 단순히 다국적 기업과 손잡고 국내 시장에 진출하는 손쉬운 돈벌이 방식을 선호한다.

동아시아 정부는 시행착오와 단기적인 손실을 입더라도 주도적인 기술 습득을 통해 제조업을 고도화시키는 길을 가도록 토착 자본가를 압박했다. 한국의 경우가 가장 극단적인데, 박정희 정부는 선택된 기업가들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수출을 통한 제조업의 국제경쟁력 획득을 독려하였다. 어떤 기업가들이 어떤 사업 분야에 진출할 것인가는 정부의 계획에 따라 결정되었다. 정부는 각 사업 분야에서 복수의 기업가들간 경쟁을 장려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기업은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도태되도록 하는 냉혹한 기업 생태계를 만들었다. 정부의 경제기획원이 해외 자본과 기업을 직접 상대하여 국가 신용을 바탕으로 해외 자본과 기술을 도입하여 국내 관련 기업에게 나누어줌으로서, 기업들이 유리한 조건에서 선진 기술을 배우도록 적극적으로 유도하였다. 한국 정부는 1970년대에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는 정책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미미한 자본과 기술을 지닌 그 당시 한국 경제 수준에서는 무리한 정책이었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손실을 거치면서 199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중화학 공업화에 성공함으로서, 부가가치가 높은 경제로 상승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러한 한국의 정부주도형 산업개발 정책은 앞서간 일본의 모범을 따른 것으로서, 대만과 중국 역시 한국과 유사한 길을 가면서 성공하였다. 

아시아의 경제발전의 세번째 관문은 정부가 주도하는 금융통제이다. 역시 한국이 가장 극단적인 예인데, 정부가 주도하는 관치금융을 통해 국내 및 해외로부터 자본을 조달하여 기업에게 나누어주었다. 외환 및 금융시장을 엄격히 통제함으로서, 자본이 단기 이익을 쫓아 국내의 비생산적 영역에 사용되거나 해외로 도피할 수 없도록 했다. 기업은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출 중심 제조업에 목매달 수 밖에 없었으며,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지원 덕분에 단기적으로 상당한 손실을 입으면서도 새로운 산업에 투자할 수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새로운 산업에서 자리를 잡기까지는 효율을 희생하고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는, 소위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동아시아에서는 이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추진하였으며, 국민이 이 비용을 부담하였다. 물론 선진 기술 습득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시장의 가격기구에 의해 자원이 배분되어야 효율성이 높아진다. 한국은 1997년 외환위기 때, IMF의 강요에 의해 금융과 기업활동에 시장원리가 도입되고 정부의 간섭이 제한됨으로서, 비자발적으로 기업 활동에 시장원칙이 도입되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홍역을 치루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마땅히 해야할 일을 제때에 한 셈이 되었다. 반면 일본은 이러한 전환과정을 겪지 않았기에, 1990년대 이래 20년이상 경제가 침체하는, 정부주도 경제발전의 후유증을 여전히 앓고 있다.     

동남아시아, 특히 필리핀, 말레지아, 태국, 인도네시아는 앞서 지적한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세개의 관문을 제대로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동아시아에 크게 뒤쳐지는 경제를 안게 되었다. 첫째, 토지개혁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득권층의 반발 때문에, 그 필요성에 공감하고 토지개혁을 한다고 계획만 세웠을 뿐, 제대로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그 결과 소득불평등이 매우 크며, 농촌 빈곤층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며, 농업 생산성이 매우 낮다. 둘째, 선진기술을 습득하는 제조업을 발전시키지 못했다. 토착자본가들은 다국적기업과 손 잡고 단순 조립 산업이나 완제품 수입 유통을 통해 토착 시장에서 돈을 쉽게 버는 길을 택했다. 수입대체 산업화를 추진하기는 했으나, 토착 자본가들이 국내의 포획된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저기술 저품질 제품을 생산 판매하여 돈을 버는 데 안주하였기 때문에, 기술 고도화를 이룰 수 없었다. 동남아시아 정부는 선진기술을 배워서 국내 산업을 발전시키는데 적극적이지 않았음으로, 토착 기업가들은 선진기술을 배우는 어려운 길을 가기보다 선진국 기업과 손 잡고 쉽게 돈을 버는 쪽을 택했다.

셋째,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IMF, World Bank 의 권고를 일찌감치 받아들여 금융시장을 개방하고 자유화하는 길을 택함으로서, 정부가 금융통제라는 수단을 통해 산업 정책을 추진하는 길을 일찌감치 포기했다. 토착자본가들은 사유화가 허용된 금융기관을 사금고화 하여 자신의 이익 추구를 위한 용도로 금융기관의 자산을 무단으로 전용하였다. 이들은 정치인과 결탁하여 부동산 개발이나 통신, 전력, 운송, 등 공공 독점 서비스에 사금고 자본을 투입하여 독점 이윤을 누림으로서 큰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국가의 장기 경제개발을 위한 자본 투자와, 단기 이익 추구를 위한 자본 투자는 상이할 수밖에 없는데, 동아시아는 장기 경제개발을 위한 목적에 자본을 사용한 반면, 동남아시아는 단기 이익 추구를 위한 목적에 자본을 사용하였다. 동남아시아의 독점 자본가들은 동아시아의 자본가와 달리 경쟁에 노출되지 않았으므로, 시장은 효율성이나 성과를 기준으로 자본가와 기업을 솎아낼 수 없었다. 동남아의 정치인과 자본가는 서로 결탁하여 상호 이익을 도모하면서 국민을 착취하는 구조를 형성하였다. 

저자는 IMF, World Bank 와 같은 선진국이 주도하는 국제기구를 맹렬히 비난한다. 그들이 소위 "Washington Consensus" 라고 하여  시장 개방, 금융자유화, 시장 기구의 활성화, 균형 재정, 등, 개발도상국에 요구하는 정책들은 개발도상국의 경제발전 목표와 맞지 않는다.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인 나라치고 경제발전에 성공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독일, 미국, 등 후발 선진산업국들이, 과거 스스로의 발전 과정에서  이러한 정책과 정반대로 실행하면서 발전했던 것을 고려할 때, 선진국의 경제학자들이 주도하는 국제기구의 정책 요구들은 자가당착이다. 개발도상국이 발전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하나뿐이다. 과거 후발선진국이 했던 것이나, 근래에 동아시아 국가들이 했던 것처럼, 우선 농업을 발전시키고, 보호시장 정책을 통해 국내 유치산업을 보호 육성함으로서 국가 주도로 제조업을 발전시키고, 점차 산업을 고도화시키는 것이다. 일찌기 시장을 개방한다면, 데이비드 리카르도의 비교우위 이론이 설명하듯이, 개발도상국은 부가가치가 낮은 산업에 선진산업국은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에 전문화하면서, 국가간 빈부격차가 고착될 뿐이다. 보호시장 정책을 쓰면서 국가주도 산업화 정책을 추진할 때 중요한 점은, 국내 기업들간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고, 수출을 독려하여 국제경쟁력을 획득하도록 해야 한다. 단순한 수입대체 산업화는 과거 중남미의 경험에서 보듯이 정경유착, 비효율, 저기술 저생산성 산업의 고착화를  낳을 뿐이다. 그런면에서 동아시아의 산업화 경험은 경제발전을 꿈꾸는 다른 모든 나라의 모범이 될 것이다.

이 책은 논지가 분명하며 가독성이 높다. 저자는 동아시아는 물론 동남아시아의 사정에 밝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정주영의 8명 아들들이 어머니가 제각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며, 필리핀의 사례를 읽으면서 그 나라가 왜 그렇게 낙후할 수밖에 없는지 명확히 이해하였다. 저자는 구체적인 사례와 개인적인 경험을 간간히 곁들임으로서 설득력을 더하며, 시니컬한 유머 감각이 번득이는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근래에 동남아시아나 중국의 전개를 볼 때, 논의의 시의성이 약간 떨어지는 느낌은 있지만, 여전히 설득력이 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