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봉근. 2023. 한반도 국제정치의 비극: 동북아 패권경쟁과 한국의 선택. 박영사.444쪽.
저자는 국제정치 학자이며, 이 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상황을 분석하고, 한국이 어떤 외교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가에 관해 논의한다.
한국의 외교 전략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의 정체성과 국익을 확실히 해야 한다. 한국은 크게 네가지의 정체성을 가진다. 첫째, 한국은 미국,중국, 일본, 소련이라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중간에 끼인 국가이다. 둘째 한국은 경제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통상 국가이다. 셋째, 한국은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분단 국가이다. 넷째, 한국은 인구과 경제규모에서 세계에서 강대국은 아니나 그렇다고 약소국도 아닌 중간의 위치의 국가이다. 한국의 존립과 번영을 위해 이 네가지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국은 외교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안보는 원칙적으로 부단한 자강 노력과 함께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므로, 중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요구를 따르되 중국의 심기를 크게 거슬릴 행동은 삼가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원칙 내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여 중국의 대척점에 서거나 혹은, 중국에 따르면서 미국과 척을 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잃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가 중국이 밀어붙이는 국제질서보다는 우리의 안보를 위해 더 의지할만 하기 때문에, 미국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
한국은 우리와 비슷한 입장의 나라들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호주, 터키, 인도, 유럽연합,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의 나라들과 연대를 맺으면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공동의 힘을 구축해야 한다. 물론 이 나라들은 각자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통일된 대오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중의 갈등 속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중간자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한국이 핵무장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엄청난 압박과 제제를 받을 것인데,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으므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한국의 압도적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도움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으므로, 비록 이것의 신뢰성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겠지만,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미국 또한 핵을 사용하여 응징하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각오하지 않는 한, 핵무기는 사용하지 못한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여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핵을 보유하는 것이지, 남한을 침공할 의도로 핵을 보유하는 것은 아니다. 즉, 북한의 핵 위협은 그렇게 생각만큼 현실적인 위협은 아니다. 한국이 핵재처리 능력을 확보하여, 핵무기는 보유하지 않아도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방안, 즉 일본의 현재 지위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목표 또한, 미국의 반대로 추진이 쉽지 않다.
저자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상 때문에, 선진국들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 모두와 잘 지내야 할 운명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주변 강대국들이 쉽게 잡아먹을 수 없는 능력을 키우고, 국내적으로 통일된 대오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정책의 방향을 크게 바꾸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는 한국의 외교는 개선해야 한다. 한국의 정체성과 국익을 명백히하고, 국제사회의 원칙에 따르면서,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정부와 국책연구소에서 오랜 외교 정책연구 활동을 한 결과를 집약한 것이다. 분석과 주장은 현실적합성이 높으며 설득력이 크다. 다만 저자의 여러 보고서와 논문들을 짜깁기하여 단행본을 만들었기 때문에, 중복이 매우 많다. 저자가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집약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호흡으로 새로 책을 썼다면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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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Ikenberry. 2020. A World Safe for Democracy: Liberal Internationalism and the Crisis of Global Order. Yale University Press. 311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Liberal Internationalism) 의 역사를 섭렵하고나서, 냉전이 종식된 이후 현재의 국제 질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간단히 논의한다.
국제정치이론에서 자유주의 liberalism 는 현실주의 realism 와 대립되는 이론이다. 현실주의는 강대국간의 힘의 역학관계로서 국제질서를 규정한다면, 자유주의는 국가들 사이에 조정과 합의를 통해 형성된 규범으로 국제질서를 접근한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서구의 자유 민주주의 liberal democracy 와 친화적 관계이며, 인류의 안전, 자유, 행복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규범적인 질서이다. 반면 현실주의는 국가들간 무정부 상태에서 상호 역학관계와 안전의 문제에만 촛점을 맞출뿐, 무엇이 옳고 바람직한가에 대한 규범적인 함의는 없다.
서구사회에서 국제주의 internationalism, 즉 국가들이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는 전통은, 19세기초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유럽의 열강들이 모여 전후의 질서를 논의한 비엔나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계몽주의의 정신을 이어받아 19세기에 들어 이성을 존중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영국을 필두로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19세기 전기간을 통해 점차 확대되었다. 이러한 19세기의 움직임은 1919년 1차세계대전이 끝난후 열린 파리 강화회의에서, 미국의 윌슨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 자유무역, 항해의 자유, 국제연맹의 창설 등의 제안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미국이 국제연맹을 수용하지 않고, 서구 경제가 대공황에 빠지고, 파시즘의 발흥 등으로 위기에 빠졌으나, 제2차 대전으로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미국은 종전후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했으나, 과거 유럽과 같은 제국주의의 길을 선택하기보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의 주도로 원칙적으로 모든 나라를 아우르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추구하였다. UN, IMF, World Bank, GATT 등의 기관과 제도가 그런 질서의 뼈대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질서에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 국가들은 참여하지 않음으로서 반쪽의 세계 질서가 되었다. 미국은 자신이 주도한 국제주의 질서의 일원으로서 대체로 규범에 따라 행동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았지만, 때로는 예외적인 존재로서 규범을 벗어난 방식으로 힘을 행사했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서구 유럽에서 1600년대 초반에 벌어진 30년 전쟁의 결과 만들어진 웨스트팔렌 조약을 바탕으로 한다. 즉 영토 존중, 주권존중, 내정간섭 금지 등의 원칙에 입각해, 국제사회에서 각 나라는 서로를 대등하게 대하는 전통이확립되었다. 이러한 질서는 서구 유럽 국가들에게만 해당될 뿐, 유럽 밖의 국가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규범이었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현대성 modernity 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기술발전, 핵전쟁 위험, 환경파괴, 기후변화, 전염병 확산, 등등,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주의 국제주의는 반드시 요구된다.
21세기에 들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위기에 봉착했다. 영국의 브랙시트, 미국의 트럼피즘, 민족주의의 확대와 같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부정하는 경향이 선진 산업국들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국제사회에서 서로 연대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흔들어 놓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계속 커지고, 권위주의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는 미국과 자유세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현재 위협에 직면해 있지만, 과거 위기에 빠졌다가도 다시 올라선 것 처럼, 앞으로도 그러하리라고 낙관한다. 왜냐하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지금까지 출현한 어떤 다른 대안보다도 인류에게 더 나은 가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주의 질서에 대해, 중국이 근래에 어깃장을 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 질서 덕분에 번영하였으며, 지금도 그 질서를 부정하고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의 대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하는데, 중복이 많아서 읽기 힘들었다. 사실적인 서술과 규범적인 서술이 섞여 있고, 정치인의 발언을 인용한 문구가 많아서, 수사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사회과학적 분석 결과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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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Mearsheimer. 2014(2001). Tradegy of Great Power Politics. W.W. Norton. 411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자신이 "공격적 현실주의" (offensive realism) 라고 명명한 현실주의 국제정치이론의 핵심을 설명하고, 1800년대 초반 나폴레옹 전쟁에서부터 최근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이르기까지 강대국들 사이의 주요 국제정치적 갈등을 예로 하여 자신의 이론의 타당성을 입증한다.
국제정치의 세계에는 국가를 넘어서는 권위체가 없으며, 국가들은 자신의 생존을 각자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국가들 사이에 권력 경쟁이 치열한 무정부 anarchy 상태이다. 한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으며, 한 나라의 다른 나라에 대한 의도는 수시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모든 나라는 자신의 안보를 확실히 하기 위해 자신의 경제와 군사력을 키우고, 주변에 위협이 될만한 나라가 부상하는 것을 막는데 최선을 다한다. 자신의 국가가 속한 지역에서 가장 강하고 유일한 강대국이 되는 것만이, 가장 확실하게 안보를 보장하는 길이다. 자신의 나라와 대양을 넘어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자신에 비견할만한 그 지역의 유일한 강자가 출현하는 것을 막는 것 또한 자신의 안보를 지키는 데 중요하다.
강대국이 주위의 나라들에 대해 공격적인 이유는, 국제질서 속에서 자신의 나라의 기존 지위 status quo 에 안주해서는 자신의 안보를 확실히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지역에서 최강자가 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자신보다 강한 자에 대응해 다른 나라와 연대를 도모하여 안위를 보전해야 한다. 강대국은 자신의 확실한 안보를 위해 경쟁자의 부상을 적극적으로 offensive 차단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국에 대해 공격적이 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선의와 평화를 강조하는 미국이지만, 상대의 도발이 없음에도 이라크를 침공하고 중남미의 반미 정권을 무너뜨리는 공작을 수시로 감행한 것에서 보듯이, 국가의 안보를 확실히 하기 위해 상대의 선의에 의지해서는 안되며, 국제정치체제 속에서 자신의 상대적 힘을 기르고 경쟁자의 부상을 적극적으로 견제해야 한다
국가들 사이의 관계 및, 각 국가들이 다른 나라에 대해 어떻게 행동하는가 하는 것은, 각 국가들이 처한 국제정치 시스템의 권력 분포에 따라 결정된다 (structural realism). 각 나라의 국내 정치가 민주주의건 전제주의건, 자본주의 체제건 공산주의 체제건, 지도자의 성향이 어떠하냐 등에 관계없이, 즉 이념, 체제, 지도자의 성향 등 국내적 변수와 상관 없이 모든 나라들은 국제정치 시스템 내에서의 구조적 맥락에 맞추어 행동한다.
국제정치 시스템은 역사적으로 크게 세 가지 부류로 구분된다; 비등한 힘의 두 강대국이 대치하는 양강 구도(balanced bipolar structure), 셋 이상의 비등한 힘의 강대국이 포진한 다자 구도 (balanced multipolar structure), 한 나라가 지역의 다른 나라들보다 힘이 우세한 상황에서 셋 이상의 강대국이 포진한 다자 구도(unbalanced multipolar structrue). 제2차 대전 이래 미국과 소련이 대치한 냉전 상태가 첫번째 경우이며, 독일이 상대적으로 우세하면서 프랑스, 영국, 러시아 등이 포진한 19세기말에서 20세기 중반까지의 유럽이 세번째 경우이다. 나폴레옹 전쟁 이래 독일이 부상하기 이전까지 19세기 중반의 상황이 두번째에 해당한다. 첫번째 즉 양강 구도가 가장 평화로우며, 다음으로 두번째, 즉 균형된 다자 구도가 평화롭게, 세번째, 불균형된 다자 구도는 전쟁이 발발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한 나라가 상대적으로 우세한 불균형 다자 구도에서, 강한 나라는 다른 나라를 공격하여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구조적 현실주의 정치 이론에 따르자면, 20세기 초반 유럽은 불균형 다자구도 속에서 독일이 우세한 상황이었으므로, 히틀러가 출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조만간 독일이 주변 국가를 침공하여 유럽의 지역 패권을 장악하려 시도하였을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지역, 즉 서반구에서 유일한 강자가 되었다. 반면 1800년 초반 프랑스의 나폴레옹 전쟁, 20세기 초중반 독일이 주도한 제1, 2차 세계대전, 일본이 주도하여 아시아 전역을 휩쓴 제2차 대전, 등에서 유럽 혹은 아시아 지역을 제패한 유일한 강자가 되려는 시도가 좌절되었다. 미국은 건국이래 북미 전역을 힘으로 정복하여 통일하고, 1823년 몬로 독트린 이래 서구 열강이 서반구에 세력을 펼치는 것을 막았으며, 20세기 두차례의 세계 대전에 참전하여, 유럽과 아시아에서 미국과 경쟁할만한 지역의 패권 국가가 부상하는 것을 막았다. 2차 대전 이후 미국은 소련의 세력이 서구 유럽으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샬플랜이라는 대규모 경제원조와 NATO라는 군사적 투자를 통해 소련의 확장을 막았다.
1990년 소련이 스스로의 문제 때문에 붕괴하면서, 이차대전 이래 미국과 소련의 대치 상태, 즉 냉전 Cold War 은 미국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은 전세계에서 유일한 강대국 unipolar system 의 지위에 등극하였다. 이제 미국은 경쟁하거나 우려할만한 상대가 없기 때문에 세계 곳곳에 내키는 대로 개입하였다. 1990년 초반의 이라크 전쟁, 2000년대의 아프간 전쟁, 2차 이라크 전쟁,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은 이 모든 개입에서 단기적 전쟁에는 승리하였지만, 해당 지역 사람들의 자주 자결을 원하는 민족주의와 충돌하였기 때문에 결국 물러나야 했다.
1980년대 이래 중국의 빠른 경제 부상으로 2000년대 들어 인구와 경제 규모 면에서 중국이 가까운 미래에 미국의 경쟁자가 될 조짐이 보이면서,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는 정책으로 돌아섰다. 197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은 중국의 개방과 경제 성장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이는 중국의 경제가 성장하고 중류층이 비대해지면 결국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서게 되고, 민주주의 국가는 전쟁을 좋아하지 않으며, 또한 외국과 밀접하게 연결된 개방 경제는 전쟁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중국의 성장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 평화를 촉진하리라는 자유주의 국제정치 이론에 바탕을 둔 정책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에 미국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자 아시아 대륙에 패권적 지위의 강대국이 등장하는 것은 미국의 경제적 및 안보적 이익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높아졌으며, 결국 미국 정부는 중국의 부상을 억누르는 강경 정책으로 선회하였다.
미국은 호주, 일본, 인도, 등과 연대를 맺으며 중국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려고 노력하며, 중국의 경제와 기술이 발전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무역 규제와 기술 수출 제한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저자의 "공격적 현실주의" 정치 이론이 예측한 그대로이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당연히 반발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간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될 위험성이 높다. 한반도에서 남북간 충돌이나, 타이완을 둘러싼 충돌, 등이 미국과 중국간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성이 큰 곳이다. 중국과 미국 모두 핵 무기를 가지고 있으므로 전면전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은 넓은 지역에 걸쳐 퍼져 있으며, 국지적 충돌의 충격이 체제 전체로 퍼지면서 확대될 가능성이 유럽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중국과 미국간 전쟁의 부담이 과거 냉전시절 소련과 서유럽 혹은 미국과의 전쟁의 부담보다는 훨씬 덜하다. 다시말하면 중국과 미국간의 제한된 전쟁의 가능성은 냉전시절보다 높다.
중국의 부상이 지속되면, 주변에 있는 국가들은 국외의 강대국인 미국 및 지역 국가들 서로간에 연대를 맺으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균형 외교 balance of power 를 펼치는 것이 최선이다. 왜냐하면 중국은 지역의 유일한 강자가 되는 목표를 추구할 것이며, 지역의 패권을 쥔 강대국은 그 지역의 여타 나라들에 간섭을 하면서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중남미에 대해 그래온 것 처럼, 중국도 지역 패권 국가가 되면 유사하게 행동할 것이다.
이 책은 출간된지 오래되지 않았지만 현실주의 정치이론의 고전이라고 지목될만큼 국제정치학계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저자의 단순 명쾌한 이론과 경험적 사례 검증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국제 제도의 효용을 과소 평가한다거나,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힘의 논리 이외에 다른 가치도 유의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근래에 격화되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은 현실주의 정치 이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현실을 설명하는 사회과학 이론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은 국제정치학계의 대표적인 학술서이면서도 쉽게 다가오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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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Phillips Shively. 2011. Power and Choice: An Introduction to Political Science. 12th ed. McGraw Hill. 443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대학교에서 사용할 정치학 개론 교과서로 집필되었다. 정치 사상과 이론, 국가와 정책, 민주주의와 독재, 정부기구와 정치과정, 의회중심제와 대통령 중심제, 관료와 사법기구, 국제정치 등 정치학의 전분야를 섭렵한다. 미국을 포함하여 전 세계의 다양한 사례를 활용하여 다양한 정치 현상을 설명한다. 비교정치학적 접근을 하며, 서구 국가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개발도상국의 사례들도 폭넓게 다룬다.
정치는 다양한 개인과 집단들 사이에 합의를 도출하는 것인데, 이를 행위자들 사이에 갈등과 타협의 과정으로 볼지, 혹은 필요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볼지에 따라 관점의 차이가 있다. 저자는 전자를 power 의 관점으로, 후자를 choice 의 관점으로 명명한다. 사회과학의 이론틀에서 볼 때, 전자가 갈등론, 후자가 기능론에 해당한다. 근대 국가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가, 대규모로 상업이 발달하면서 넓은 영토에 걸쳐 규칙과 질서를 제공해야 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면 이는 기능론적 관점이다. 반면 유럽에서 이웃 나라들 사이에 빈번히 전쟁을 치르면서, 전쟁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조달하는 가운데 국가가 형성되었다는 찰스 틸리의 설명은 갈등론적 관점이다.
정치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면서 이론적 깊이를 제공하는 좋은 책이다. 각 장의 주제와 연관되어 특정 국가의 정치에 관해 심층적인 사례 탐구를 제공하는데, 이는 각 장의 주제에 대해 이해를 깊이하면서 특정 나라의 정치를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 책을 통해 정치 전반을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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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ewis Gaddis. 2018. On Grand Strategy. Penguin Books. 313 pages.
저자는 냉전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며, 이책은 그의 방대한 역사 지식과 독서를 배경으로 하여 지도자와 정치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다. 예일대에서 같은 제목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친 강좌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로마시대에 옥타비안이 황제가 되는 과정, 영국과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통치 방식 비교, 히틀러와 나폴레옹의 러시아 정벌,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헌법 개정, 러시아의 일차대전 참전과 공산주의 혁명, 등 서구의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례들이 언급된다.
지도자는 여우와 고슴도치 fox and hedgehog 라는 두 유형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여우는 디테일에 강하며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움직이는 유형인 반면, 고슴도치는 한가지의 큰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유형이다.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복잡한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한가지의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면 낭패하기 쉽다. 그렇다고 예상되는 모든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강력한 추진력을 동원하여 일을 도모할 수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이 두가지 성향을 동시에 품고서, 경우에 따라 유연하게 두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도자가 현명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패턴을 암기하고 따를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역사의 중요한 시점에 왜 어떤 결정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검토하는 훈련을 통해 양성할 수 있다. 마치 운동선수가 코치의 지도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고, 실전에서 이러한 능력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
페르시아의 황제는 그리스 침공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그의 참모의 조언을 무시하였다. 그는 예상되는 어려움을 모두 고려한다면 어떤 일도 도모할 수 없다고 하면서 침공을 결행하였다. 예상대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여 결국 패하고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고슴도치 유형의 지도자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이다.
로마시대에 시저 황제의 양자였던 옥타비안은 시저가 죽은 다음, 그가 왕위를 물려받도록 한 유언에도 불구하고 바로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그당시 강자였던 앤토니 및 시세로와 권력을 나누는 선택을 하였다. 이후 서서히 힘을 키워서 하나씩 강자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권력을 장악하였으며, 오랜 재임 기간 동안 훌륭한 통치를 한 황제로 기억되었다.
영국과 스페인은 아메리카 식민지의 통치 방식이 달랐다. 영국은 식민지의 지역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통치 방식을 택한 반면, 스페인은 식민지 모국의 정책을 식민지 전체에 경직적으로 적용하는 통치 방식을 택하였다. 영국의 식민지는 종교의 다양성을 허용한 반면, 스페인은 카톨릭의 엄격한 원칙을 식민지 사람들 모두에게 강요하였다. 그 결과 식민지와 모국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을 때, 영국의 식민지는 공화정이라는 유연한 정치체제로 통일되고 안정된 독립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반면, 스페인의 식민지는 지역의 독립된 정치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서로 분열하였으며 각자 독립한 이후에도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었다.
히틀러와 나폴레옹은 전쟁 초기에 승리가 계속되면서 오만해져서, 자신의 영광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로 무리한 정벌을 감행한 결과 크게 실패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지도자가 국가의 권력을 자기의 개인적 야망을 만족시키는데 사용하면 결국 몰락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지도자는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겸손해야 한다.
미국의 남북전쟁 시절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 선언을 하고,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헌법 개정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원들을 매수하고 위협하는 수단도 불사했다. 그는 노예제 폐지라는 장기적이고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고슴도치 형의 추진력과 여우 형의 교활함을 겸비한 지도자였다.
제일차 세계대전 시절 영국은 러시아를 전쟁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독일의 침공을 억제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내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었으며, 결국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렇게 출현한 공산주의 러시아는 서방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였다. 영국의 러시아 참전 독려는 근시안적인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서구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집필되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인용되며, 곳곳에서 시대를 넘나드는 역사적 사례와 인물을 인용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서술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저자의 서술이 산만하고, 때로는 견강부회적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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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Mearsheimer. 2018. The Great Delusion: Liberal Dreams and International Realities. Yale University Press. 234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의 외교정책의 실패 원인을 자유주의적 패권 (liberal hegemony) 추구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자유주의 liberalism, 민족주의 nationalism, 현실주의 realism 원칙을 대비하여 설명한다.
미국은 대표적인 자유주의 국가이다. 자유주의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개인의 천부적 인권 inalianable rights, 개인의 자유 individual freedom, 및 재산의 사유 private ownership 을 축으로 하는 이념이다. 개인의 선호에 차이를 허용하며 tolerance, 의견 차이와 이익 충돌을 조정하기 위해, 개인보다 상위에 있는 권위체인 국가를 필요로 한다. 존 로크의 천부인권과 계약 이론이 이를 대표한다. 이러한 자유주의 이념은 민주주의와 결합하여, 인류 역사상 가장 살기좋은 자유민주주의 liberal democracy 정치 체제를 탄생시켰다. 서구의 선진 산업국가들은 모두 이러한 이념을 따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다.
민족주의란 자신이 속한 민족 nation의 생존과 번영을 개인의 자유와 권리보다 우선시 하는 이념이다. 개인의 권리와 민족의 생존이 충돌할 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개인보다는 민족을 우선시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자신이 속한 집단의 생존을 보편적인 인권보다 감정적으로 더 가깝게 느낀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인권보다는 내 국가의 생존에 더 목숨을 건다. 민족주의는 민족의 생존과 자주적 결정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주권을 보유한 민족 국가 nation-state를 탄생시켰다. 민족과 국가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즉 다민족 국가나 국가가 없는 민족은 모두 갈등의 위험을 안고 있다.
국가간의 관계, 즉 국제정치는 국내 정치와는 다른 역학이 작용한다. 국제정치에서는 국가 간에 갈등이 발생할 때 이를 강제적으로 조정할 권위적 존재가 없다. 쉽게 말해 무정부상태 anarchy 이다. 국가들이 자신의 이익에 따라 마음대로 행동해도 유효하게 제제할 수 없다. 소위 정글이라 표현하는, 힘의 원리만이 작용하는 장이다. 국제기구나 국제법이란 국가들간에 자발적 합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므, 힘있는 국가가 이를 위반해도 강제할 수 없다. 상대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국제정치에서 모든 국가들은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확보 self-help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합종연횡, 즉 힘이 약한 국가들이 연합하여 힘있는 국가와 힘의 균형을 이루는 방식 balance of power 으로 각 국가들은 안보 위험을 해결한다.
미국은 1991년 소련이 무너진 이후 세계에 경쟁자가 없는 일극체제 unipolar system의 정점에 올라섰다. 일극체제의 정상에 올라선 이후, 전보다 더 미국의 자유주의 원칙을 세계 각국에 전파, 강요하였다. 문제는 미국의 개입을 받은 나라 사람들이 미국의 간섭을 환영하지 않고 저항한다는 점이다. 미국이 침입하여 그 나라의 정치와 사회를 미국식, 즉 자유민주주의로 바꾸어 놓으려 하면, 민족주의적 감정을 자극하여 반발을 초래한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조지아, 우크라이나, 등 미국이 개입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엄청난 살상과 혼란이 발생하여, 미국이 개입하기 이전보다 상황이 훨씬 더 나빠졌다.
미국의 외교 엘리트들은 미국의 힘을 과신하고, 미국의 이념과 체제를 세계에 전파하는 것이 세계를 평화롭게 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를 개조할 수 있는 미국의 능력은 제한적이며, 자유주의를 전파하겠다고 남의 나라 일에 개입하는 것은 전쟁과 혼란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의 국익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나라에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정도에서 멈추어야 한다. 미국이 자유주의를 전파하려는 외교정책을 포기할 때, 세계는 더 평화로워질 것이다.
국제정치는 힘의 원칙에 따라 움직이지만, 미국이 지배하는 세계는 예외적으로 평화로울 것이라는 주장도 한계가 있다. 미국은 평화와 번영과 인권을 사랑하는 자비로운 국가 benign country 이므로, 미국의 자유주의 패권 추구를 긍정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미국 또한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자국의 이익에 따라 행동하며, 자국의 이익에 반할 때에는 언제고 상대를 공격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미국이 보편적인 이념인 자유주의를 숭배하지만, 미국인들이 외국인의 목숨과 권리와 자유를 미국인의 목숨과 권리와 자유만큼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 미국의 자유주의는 제한적이며,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개입을 받은 외국인들은 미국의 간섭을 환영하지 않는다. 미국 역시 자신의 민족을 우선시하는 민족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므로, 다른 나라 사람들도 민족주의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저자는 현실주의 국제정치를 강력히 옹호하는 사람이다. 미국의 이상주의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이를 포기할 때 세계는 물론 미국 국내사정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들어선 이후 미국 우선주의 America First 를 미국의 외교 무역정책에 노골적으로 추진하는 것을 옹호한다. 그러나 미국이 실패하고 잘못한 부분도 많지만, 무어라고 해도 한국은 미국의 자유주의 외교정책의 최대 성공작이다. 넉넉한 형님같이 한국에 베풀어준 미국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국은 생각하기 어렵다. 물론 한국은 냉전체제에 공산주의에 대적하는 미국의 쇼윈도에 걸린 모델이 된 덕분에 운좋게 잘 풀렸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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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itav Acharya and Barry Buzan. 2019. The Making of Global International Relations: Origins and Evolution of IR at its Centenary. Cambridge. 320 pages.
저자는 국제관계학자들이며, 이책은 제1차 세계대전 이래 최근까지 국제관계의 변화를 정리하면서, 이러한 정세 변화가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국제관계의 변화는 크게 5개의 시기로 구분한다. 제 1차대전 이전까지, 1차대전에서 2차대전 사이의 기간, 2차대전 이후, 1989년 공산권의 몰락 이후, 21세기에 접어들어 지난 20년간.
제 1차 대전 이전 시기의 국제관계는 유럽의 중심국이 여타 세계의 식민지를 거느리는 제국주의 시기이다. 인종주의가 이 시기를 지배하는 이념이었다. 근대화에 성공한 서구와 여타 국가들간의 격차는 매우 컸다. 일본은 이러한 서구 백인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애매한 존재로 중심국에 편입되어 있었다. 서구 국가들 사이의 국제관계는 강대국들 사이에 '힘의 균형' (balance of power)이라는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
1차대전에서 2차대전 사이의 국제관계는 기본적으로 1차 대전 이전 상황의 연장이다. '국제연맹'이라는 국가들을 아우르는 조직이 국제사회에 새로이 등장하여 강대국들 사이에서 약간이나마 역할을 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1차 대전은 영국, 프랑스 등 선진 산업국과 독일이라는 후발 산업국간 힘의 균형의 변화가 원인인데, 전쟁이 그러한 원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서구사회는 또다시 전쟁을 맞게 되었다. 두 차례의 전쟁을 벌이면서, 전쟁이 국제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이상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대국들이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전면전은 패전국은 물론 승전국에게도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1,2차 대전으로 유럽의 제국주의 세력은 몰락하였으며, 국제질서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이 주도하게 되었다. 미국은 2차대전을 계기로, 오랫동안 견지하던 고립주의를 버리고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2차대전 이후 유럽 제국주의에 복속되어 있던 식민지들이 독립함으로서, 비록 국가들간 상당한 차이는 있지만 국제사회는 서유럽 국가들만이 아니라 세계 여타지역의 국가들도 참여하는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게 되었다. 제국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난 국가들 중 일부는, 미국과 소련의 양진영 어디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는 제3세계 비동맹 그룹을 형성하였다. 냉전시기에 미국을 중심으로한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와 소련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 공산주의 체제간에 대립과 경쟁이, 식민지에서 해방된 제삼세계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미국은 이차대전 후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제도를 만들고 지키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이는 자유주의 (liberalism) 국제정치 이론에 반영되었다.
2차대전은 핵무기를 국제사회에 등장시켰다. 핵무기는 전쟁의 승패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멸망시킬 위험을 안고 있으므로, 이후 미국과 소련간 핵무기 경쟁과 억제의 구도 속에서, 강대국간 전면전의 가능성을 없애고 평화를 가져왔다. 강대국간 전면전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후원을 받는 대리 전쟁은 세계 지역 곳곳에서 끊임없이 터졌음으로 이 시기를 평화롭다고 규정하는 것은 서구 편향적인 시각에 불과하다.
1989년 공산권은 내부적인 비효율 때문에 함몰하였다. 소련의 붕괴로 인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극 체제의 세계질서가 등장하였다. 냉전체제가 종식된 후, 더이상 강대국간의 충돌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낙관론이 지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중국과 인도가 성장하여 점차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들어 브라질과 러시아 등과 함께 강대국 군을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는 다극체제로 이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21세기에 들어 국제사회는 다극체제의 모습을 점차 분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세계의 질서를 관리하는 역할이 수반하는 비용을 지불하기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커졌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서구의 자본주의의 약점을 두드러지게 노출시켰으며, 반면 30여년 동안 꾸준한 고속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중국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제삼세계 국가들에게 중국의 위상을 높였다. 영국의 유럽연합탈퇴와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의 등장은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약점을 세계 만방에 재확인시켰다. 미국은 이제 세계를 전면에서 이끄는 지위에서 내려왔으며, 자신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여러 강대국 중 하나의 위치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세계질서에서 자본주의와 민족주의가 중심을 차지하는 반면, 오랫동안 국제관계를 지배했던 인종주의는 점차 쇠퇴할 것이다.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제삼세계 국가들의 비중이 커진 반면, 서구 강대국들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었다. 미래에 오늘날의 시기를 뒤돌아볼 때, 국제정세의 가장 큰 변화는 제삼세계 국가들의 부상일 것이다. 앞으로 중국과 인도의 비중이 계속 커질 것이며, 이에 따라 국제관계 학문도 서구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비서구를 아우르는 글로벌한 접근으로 바뀔 것이다.
이 책은 학술서로서, 국제관계 학문는 국제정세에 좌우된다는 지식사회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사실 20세기 후반까지 비서구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크게 낙후됬으므로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없었으며, 국제관계 학문에서도 거의 존재가 없었다. 최근에 들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비서구 사회의 부상이 앞으로 국제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16세기에 서구가 아시아를 앞서 근대화한 이후, 비서구 사회는계속 뒤쳐져 있었으며, 앞으로도 비서구 사회가 서구사회를 앞설 가능성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서구 문명을 대체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지난 백년동안 국제정세의 변화를 잘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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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ffry Friedan, David Lake, and Kenneth Schultz. 2016. World Politc: Interests, Interactions, Institutions. W.W.Norton. 627 pages.
저자는 국제경제학자 및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대학의 국제정치경제 교과서이다. 국제정치와 경제가 연결되어 있음을 논의의 핵심으로 하여, 이론적 깊이를 추구하기보다 현실 세계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현재의 국제정치경제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책은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첫 부분에서는 국제정치경제의 질서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과정을 설명하고,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국제정치는 관계자의 이익(interests), 관계자들 사이에 상호작용(interaction), 관계자들의 행위를 규정하는 제도(institutions)라는 세개의 축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다.
두번째 부분은 국제정치를 전쟁과 평화에 촛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왜 전쟁이 일어나는가, 국내 정치와 전쟁은 어떤 연관을 맺는가, 전쟁과 관련된 국제 제도는 어떠한가, 국가가 아닌 국제 폭력조직 및 내전, 등에 관해 이론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설명한다. 세번째 부분은 국제 경제에 관해 논의한다. 무역, 국제 금융, 국제 통화, 경제발전, 등에 대해 근래의 상황에 촛점을 맞추고 경제이론을 최소한으로 제시하면서 설명한다. 네번째 부분은 국제 규범과 제도에 관해 논의한다. 국제법, 인권, 환경문제, 등에 관해 국제 규범과 제도의 발전을 논의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21세기에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를 조망하면서, 대량학살무기의 확산, 세계화의 후퇴, 중국과 미국의 대치, 등에 촛점을 맞추어 미래를 예측하는데 고려해야 할 점을 논의한다.
현재의 국제정치경제 상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 다만 국제정치를 논의하면서 전쟁에 거의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 것은 좀 치우쳤다. 국제질서의 형성 과정에 대한 역사적 서술, 및 국제경제를 서술하는 부분을 조금 더 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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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seph Nye, Jr. 2011. The Future of Power. Public Affairs. 234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hard power v. soft power 논의를 종합 정리하고, 미국의 국제적 지위를 진단한다.
power는 분야에 따라 구분되어야 한다. 안보 분야에서 군사력이 power의 핵심이지만, 경제, 문화, 과학 기술 등의 분야에서는 별도의 power 가 존재한다. power 는 상대가 누구냐에 좌우된다. 절대적인 수준이기보다는 상대와 비교해 나은 정도가 power이다. power 는 얼마나 자원을 많이 보유하는가 하는 측면과 함께, 이러한 자원을 실제 행위로 어떻게 전환하는가 하는 측면을 포함한다. power 는 상대를 내가 원하는 대로 하도록 직접적으로 강압하는 측면과 함께,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젠다를 설정하고, 상대를 설득하고, 상대가 나에게 자발적으로 유인되도록 하는 간접적인 측면을 포함한다. 상대가 나에게 유인되는 문화적인 힘, 소프트 파워는 하드 파워를 전제로 한다. 소프트 파워와 하드 파워가 잘 결합된 형태를 스마트 파워 smart power 라고 정의하면서, 소프트 파워가 함께 갈 때 하드 파워도 강화된다고 주장한다.
21세기에 들어 인터넷과 정보통신의 영향이 확대되면서 power 의 원천은 확산되고 있다. 정보에 접하고, 정보를 생산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과거와 같이 정보를 독점하는데에서 나오는 힘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1991년에 소련이 무너지면서 일시적으로 세계에서 미국은 독보적 지위에 올라섰지만, 이후 BRIC, 특히 중국의 부상으로 미국이 세계에서 점유하는 비중은 줄어들었다. 미국은 과거와 같이 세계위에(over) 지배하기보다 세계의 다른 나라들과 더불어(with) 지도적 역할을 하는 위치에 머물게 되었다. 미국은 군사력 분야에서는 절대적 파워를 가지고 있지만, 경제, 문화, 과학 기술 등에서는 그에 못미치며, 환경, 에너지 등의 문제에서는 파워가 약하다.
세계에서 현재 미국이 차지하는 지배적 지위(hegemony)가 앞으로 중국으로 이전할 것인가, 혹은 세계에서 미국의 힘이 쇠퇴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부정적으로 답한다. 미국의 지위는 앞으로도 한동안, 적어도 21세기 전반부에는 쇠퇴하거나 중국으로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로, 미국의 군사력은 압도적이고, 미국의 경제는 생산성 향상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이민자가 계속 들어오고, 미국의 대학은 매우 우수하며, 미국의 대중문화는 세계를 지배하며, 미국이 추종하는 가치, 예컨대 민주주의, 인권, 자유, 등은 여전히 세계인을 매혹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대체할 대안은 아직 출현하지 않았다.
미국이 지배적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면, 세계인에게 공공재(public goods)를 공급하는 역할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세계 평화, 자유 무역, 항행의 자유는 과거 대영제국 시절에 영국이 공급하던 공공재이며, 세계인은 이를 이용하면서 영국의 지배에 크게 반발하지 않았다. 과거와 차이점이라면, 개발도상국의 경제개발, 즉 세계의 빈곤퇴치에 기여하는 것을 미국의 역할에 추가해야 한다. 과거와 달리 세계화가 크게 진전되었고, 국제무대에서 개발도상국들이 입다물고 가만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저명한 국제정치 학자로서 정부의 고위 정책에 깊숙이 관여한 경험이 배어 있어, 저널리즘의 논의와 달리, 깊이와 균형감각이 돋보인다. 다만 이 책이 트럼프 대통령 이후에 쓰였어도 미국의 미래를 낙관했을까는 의문이다. 대체적으로는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지만, 트럼프 이후 미국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서 미국에 대해 긍정적으로 낙관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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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Baylis, Steve Smith, Patricia Owens. 2020. The Golbalization of World Politics: An introduction to international relations. 8th ed. Oxford. 529 page.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세계화와 국제관계에 촛점을 맞춘 교과서이다. 국제관계(International Relations)라는 학문분야의 주요 이론을 소개하며, 국제관계 분야에서 쟁점 주제들을 개괄적으로 검토한다. 이삽십명의 저자가 각자 장을 나누어 쓴 것이기 때문에, 주제에 따라 글의 질에 차이가 있다.
1990년에 냉전이 끝난 이후 국제관계는 과거에 현실주의(Realism)와 자유주의(Liberalism)지배하던 분야에서 다양화되었다. 이제 국제관계는 국가 단위를 넘어서 초국가적 다자 기구나 국제적 비영리단체와 같은 새로운 행위자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또한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생존과 안보가 유일한 기준이었던 것에서 인간의 기본권이나 복리와 같은 새로운 가치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각 주제를 깊이 다루고 있지 않지만, 최근까지의 상황을 반영하여 국제사정을 전반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유용하다. 정치경제적 시각을 도입하여 문제를 해석하는 글들은 이념적으로 편향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일부 글에서는 저자의 주제에 대한 통찰력이 보이지만 또 다른 글들은 피상적이고 산만한 서술을 하고 있다. 좋은 글들을 선별한다면 괜찮은 교과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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