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사과나무 (51)
감나무 (41)
모과나무 (51)
호두나무 (41)
살구나무 (50)
체리나무 (51)
배나무 (1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과일나무/살구나무'에 해당되는 글 50건
2023. 4. 19. 20:21

살구나무 목록 (47).  2022.5.22 ~ 2023.4.19.

1.Elinor Ostrom. 1990. 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ions for Collective Action. Cambridge. 216 pages.

2. Edward O. Wilson. 2014. The Meaning of Human Existence. Liveright. 187 pages.

3. Carol Kaesuk Yoon. 2009. Naming Nature: The Clash between Instinct and Science. W.W.Norton. 299 pages.

4. Amitav Acharya and Barry Buzan. 2019. The Making of Global International Relations: Origins and Evolution of IR at its Centenary. Cambridge. 320 pages.

5. Brian Hare and Vanessa Woods. 2020. Survival of the Friendliest: Understanding our orgins and rediscovering our common humanity. Oneworld Publications. 197 pages.

6. Tim Harford. 2016. Messy: The Power of disorder to transform our lives. Riverhead Books. 265 pages.

7. David Ropeik. 2010. How risky is it really? Why our fears don't always match the facts. McGraw Hill. 262 pages.

8. Jeffry Friedan, David Lake, and Kenneth Schultz. 2016. World Politc: Interests, Interactions, Institutions. W.W.Norton. 627 pages.

9. 스테판 허친슨 외 5 (강대훈 옮김). 2011. 아주 특별한 바다여행: 지구 최후의 미개척지. 시그마북스. 231.

10. Robert Greene. 2018. The Laws of Human Nature. Viking. 586 pages.

11. Binyamin Appelbaum. 2019. The Economists' Hour: False prophets, free markets, and the fracture of society. Little, Brown and Company. 332 pages.

12. William McNeill. 1982. The Pursuit of Power: Technology, Armed Forces, and Society since AD. 1000.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387 pages.

13. Laszlo Bock. 2015. Work Rules!: Insights from inside Google that will transform how you live and lead. Twelve. 365 pages.

14. Joshua Greene. 2013. Moral Tribes: Emotion, Reason, and the Gap between Us and Them. Penguin books. 353 pages.

15. Rudolf Vrba. 2020(2002). I escaped from Auschwitz: The shocking true story of the world war II hero who escaped the Nazis and helped save over 200,000 Jews. Racehorse publishing. 446 pages.

16. Gary Marcus. 2008. Kludge: the Haphazard Evolution of the Human Mind. Mariner Books. 176 pages.

17. William H. McNeill. 1977. Plagues and Peoples. Anchor Books. 257 pages.

18. 홍완식. 2021. 소재, 인류와 만나다: 인간이 찾아내고 만들어온 모든 소재 이야기. 삼성경제연구소. 360.

19. 박창식. 2017. 언론의 언어 왜곡, 숨은 의도와 기법. 커뮤니케이션북스. 109.

20. Daniel Kahneman, Oliver Sibony, and Cass Sunstein. 2021. Noise: A Flaw in Human Judgement. Little, Brown Spark. 395 pages.

21. 한혜경. 2022. 기꺼이 오십, 나를 배워야 할 시간: 오래된 나와 화해하는 자기 역사 쓰기의 즐거움. 297.

22. 이즈미 마사토 (김윤수 옮김). 2014. 부자의 그릇: 돈을 다루는 능력을 키우는 법. 다산 북스. 223.

23. 자청. 2022. 역행자: , 시간, 운명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 7단계 인생 공략집. 웅진 지식하우스. 289.

24. Howard Zinn. 1999. A People's History of the United States: 1492-present. Harper perennial. 688 pages.

25. Christian Rudder. 2014. Dataclysm: Love, Sex, Race, and Identity - What our online lives tell us about our offline selves. Broadway Books. 262 pages.

26. Louise Aronson. 2019. Elderhood: Redefining Aging, Transforming Medicine, Reimagining Life. Bloomsbury. 400 pages.

27. Louis A. Bloomfield. 2013. How Things Work: the physics of everyday life. 5th ed. John Wiley & Son. 543 pages.

28. 우치다 다쓰루 외 지음. 2018. 인구감소 사회는 위험하다는 착각. 위즈덤 하우스. 294.

29. Antonio Damasio. 2018. The Strange Order of Things: Life, Feeling, and the Making of Cultures. Pantheon Books. 244 pages.

30. 최병삼,김창욱,조원영. 2014. 플랫폼, 경영을 바꾸다. 삼성경제연구소. 321.

31. Addy Pross. 2012. What is Life? : How Chemistry becomes biology. Oxford University Press. 199 pages.

32. Carl Zimmer. 2021. A Planet of Virus. 3rd ed.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32 pages.

33. John Hill, Terry McCreary, and Doris Kalb. 2013. Chemistry for Changing Times. 13th ed. Pearson. 706 pages.

34. Douglass North. 1990. Institutions, institutional change and economic performan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40 pages.

35. Nolan Gasser. 2019. Why you like it: the science and culture of musical taste. Flatiron books. 645 pages.

36. Desmond Morris. 1999(1967). The Naked Ape: A Zoologist's Study of the Human Animal. Delta Book. 241 pages.

37. Frank Snowden. 2019. Epidemics and Society: from the Black Death to the Present. Yale University Press. 505 pages.

38. Edward Wilson. 2004(1978). On Human Nature. Harvard University Press. 209 pages.

39. James Scott. 2017. Against the Grain: A deep hostory of the early states. Yale University Press. 256 pages.

40. Oliver Sacks. 1998(1970). 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 and other clinical tales. Touchstone. 233 pages.

41. Frans de Waal. 2019. Mama's Last Hug: animal emotions and what they tell us about ourselves. Norton. 278 pages.

42. Randolf Nesse. 2019. Good Reasons for Bad Feelings: Insight from the frontier of evolutionary psychiatry. Dutton. 269 pages.

43. Robert Dahl. 1998. On Democracy. Yale University Press. 188 pages.

44. 박을미. 2011. 모두를 위한 서양음악사 1: 서양음악사 100 장면으로 편하게 읽기. 가람기획. 265.

45. Robert Dahl. 2005(1961). Who Governs? Democracy and Power in an American City. 2nd ed. Yale Univ. Press. 325 pages.

46. Daniell Schacter. 2001. The Seven Sins of Memory: How the mind forgets and remember. Houghton Mifflin Co. 206 pages.

47. Albert-Laszlo Barabasi. 2014(2002). Linked: How everything is connected to everything else and what it means for business, science, and everyday life. Basic Books. 238 pages.

2023. 4. 19. 17:24

Elinor Ostrom. 1990. Governing the Commons: the Evolution of Institions for Collective Action. Cambridge. 216 pages.

저자는 정치학자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책은 사람들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자원은 '공유지의 비극' (tradegy of commons)이라 지칭하는 집단행동의 딜레마에 봉착하여 자원이 고갈될 수 밖에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뒤집는 사례들이 세계 곳곳에 많이 존재하며, 그러한 사례가 가능한 조건을 경험 연구를 통해 밝힌다. 

기존의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공유지의 비극을 막으려면 다음의 두가지 중 한가지에 해당되야 한다. 정부의 권력을 동원하여 자원의 사용을 통제함으로서 고갈을 막거나, 아니면, 자원의 소유권을 잘게 쪼개 사유화시킴으로서 시장 기구에 따라 자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도모하는 것이다. 저자는 이 두가지 이외에 공유자원을 관리하는 제3의 대안이 존재함을 경험 연구를 통해 밝힌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사례는 스위스와 일본의 목초지와 숲의 관리, 스페인과 필리핀과 스리랑카의 관개용수 관리, 터키와 캐나다의 어장 관리, 캘리포니아의 지하수 관리 등 전세계적으로 매우 다양하다.

이러한 사례에서 관찰되는 공통점은, 자원 사용자들 스스로 조직하여, 가용 자원의 상태와 규모를 확인하고, 자원을 분배하고 사용하는 규칙을 정하고, 규칙이 지켜지도록 감시하고, 위반자를 제제하고,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규칙을 조정한다. 이러한 제도들이 깨지지 않고 오래도록 유지되려면 8가지의 조건이 만족되어야 하는데, 그중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공유자원의 사용자 범위가 명확히 제한되어야 한다. 사용자의 범위가 확실치 않다면, 언제라도 신규 진입자가 들어와 기존의 규칙을 무시하고 제한된 자원을 마구 사용하여, 기존의 사용자들이 준수하는 규칙을 허물어뜨릴 것이다. 둘째, 공유자원의 사용 규칙에 구속된 사람들은 그 규칙을 만들고 조정하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자신들을 구속하는 규칙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권리를 실제로 보유하고 있을 때, 사람들은 그 규칙이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다고 느끼며, 그 규칙을 준수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공동의 규칙을 세우는데서 자신이 배제되고 차별을 받는다고 느낀다면, 그러한 규칙을 지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지속적으로 규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한명이라도 발생한다면, 그러한 규칙은 곧 유명무실해 질 것이다. 셋째, 사용자들 본인 혹은 그들에게 책임을 지는 대리인이 제한된 공유자원의 사용 상황을 감시해야 한다. 자신이 동의한 공동의 규칙을 어기면서까지 개인의 이익을 위해 공유자원을 과다하게 사용하려는 유혹은 항시 존재하기 때문에, 사용을 감시하는 유효한 장치가 없다면 규칙은 곧 깨질 것이다. 넷째,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에 대해 위반의 정도에 따라 벌칙을 부과하는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개인 사정에 따라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은 종종 발생하므로, 경중을 가려 불이익을 부과해야만 규칙은 유지될 수 있다. 다섯째, 공유자원의 사용자들 사이에 갈등이 발생할 경우 시시비비를 공정하게 가릴 기구가 존재해야 한다. 공동으로 합의한 규칙을 구체적인 상황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둘러싸고 사용자들 사이에 이견이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공유자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직접 만든 제도를 외부의 정부기관이 부정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공유자원을 관리한다고 행정력을 동원하여 주민 자치로 만든 제도를 부정한다면, 주민들이 스스로 만든 제도는 유지되기 어렵다.

저자는 공유자원을 주민들의 합의로 잘 관리하는 성공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한 사례도 소개한다.  캘리포니아의 모하비군에서는, 이웃 군들의 성공 사례와 달리,  지하수를 공동 관리하는데 실패하여, 사용자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하여 최대로 지하수를 뽑아내어 지하수가 고갈되어 가고 있다. 이들이 실패한 이유는, 주민들이 소규모로 밑에서부터 조직하여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가야만 공동의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지키는 관행이 자리를 잡을 수 있는데, 모하비군에서는 넓은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사용자 조직을 단번에 만들려고 시도하여 실패하였다. 사용자들 소규모의 단위에서부터 조직하여 다층적으로 조직의 범위를 넓히는 식으로 발전시켜 나가지 않는다면, 주민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지 않으며, 주민들 사이에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지 않으면 주민들 스스로 조직하여 규칙을 정하고 지키는 제도는 만들어질 수 없다. 

두번째의 실패 사례는 스리랑카의 관개용수 관리 사례이다. 관개용수를 사용하여 농사짓는 사람들의 토지 소유 규모에 큰 차이가 있고, 대지주는 노동자를 고용한 부재지주인 경우가 많으므로, 공유자원의 사용자들 사이에 동질성이 낮다. 사용자들 사이에 이익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공동의 규칙에 합의하기 어렵다. 대지주는 지역의 정치인과 결탁하여 관개수 사용 등에서 특혜를 누리기 때문에, 소농들과 대등하게 협의하여 공정하게 수자원을 분배 받으려 하지 않는다.  또한 지역 정치인들은 자신의 정치적 후원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때문에, 이러한 정치인을 등에 없은 관료나 지역의 토호들은 일반 주민들이 만든 공유자원의 자율 규약을 위반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권력자와 대지주들은 자신의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지역 전체의 이익이 희생되는 행위를 저지른다. 

한편, 개발도상국에서 외부의 개입으로 성공한 사례도 나타났다. 역시 스리랑카의 관개용수 관리사례인데, 코넬대학 연구팀이 지역 정부 조직과 연대하여 주민이 자발적으로 조직하여 운영하는 관개용수 관리 제도를 만들어 내었다. 그 방법은 다음과 같다. 지역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들을 선발하여 이들을 교육시키고, 이들이 현장에 나가 직접 주민들을 접촉하고 설득하여 5~7명 규모의 주민 자치 관개용수 관리 조직들을 결성하도록 하고, 이러한 소규모 조직활동을 통해 주민들스스로 사용 규칙을 제정하고, 사용을 감시하고, 그 결과 효율적으로 자원이 활용되는 것을 확인하는 경험을 쌓도록 했다. 이러한 주민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조직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혀서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관개용수 관리 조직을 만들어 냈다.  즉 밑으로부터의 기층 조직(grassroots organizing)을 바탕으로 누적적으로 단계를 높여가는 공유자원 관리 체계를 만든 것이 성공의 핵심이다. 이렇게 외부의 개입을 통해 주민 스스로 관리하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지역 엘리트들의 반발도 일시 있었으나, 조직의 규칙이 만들어지고, 사용을 감시하고, 위반을 제재하는 장치가 작동하면서 지역 엘리트들도 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저자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이론을 경험 연구를 통해 입증하므로서 노벨상을 받았다. 사실 전통사회에서 지역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지역의 자원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사례는 흔하다. 사회적인 통제 장치를 통해 개인의 일탈을 막고 공유자원의 남용을 막는 것은 과거 지역사회에서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그러한 지역사회의 사회적인 통제 장치는 위계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힘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힘없는 다수의 경제행위에 대해 제한을 가함으로서 공유 자원이 고갈되지 않고 유지되었다. 저자가 이책에서 주장하는 대안은 참여자가 대등한 권리를 가지고, 공동으로 규칙을 만들고, 공동으로 이행을 감시하고, 위반자를 제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조직에 불만족을 느끼면 탈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조직을 결속시키는 중요한 장치이다. 왜냐하면 탈퇴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즉 공통의 규칙에 불만을 품고 그러한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이 발생한다면, 그러한 조직 자체은 와해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평등한 민주적인 주민참여 조직이 개발도상국에서는 거의 가능하지 않다. 민주적이면서 가난한 나라는 없다. 권력자와 엘리트가 그러한 조직의 형성을 방해하고, 설사 어떻게 만들어진다고 해도 이를 와해시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Acemoglue의 "Why Nations Fail"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핵심은, 개발도상국이 가난한 이유가 권력자와 엘리트들이 기득권을 틀어쥐고 개발을 막기 때문이다.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로 기회가 확산되는 것인데, 이는 권력과 부를 독점하는 기득권자들이 시장을 외곡시키면서 독점적으로 틀어쥐고 있는 권리를 내어 놓아야 함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개발도상국의 권력자와 부자들은 선진국을 부러워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나라가 민주화되고 부유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선진국에서도 공유자원을 주민 자치로 민주적으로 공동 관리하는 체제가 들어서기 어려운데, 개발도상국에서는 더욱 더 어려울 것이다. 저자는 공유자원의 관리 조직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해 후반부에서 많이 논의하면서, 참여자의 다양성 특히 권력과 이익의 차이에 대해서는 간단히 언급하기만 하는데, 개발도상국의 현실을 외면하는 지적이다.

2023. 4. 17. 18:03

Edward O. Wilson. 2014. The Meaning of Human Existence. Liveright. 187 pages.

저자는 저명한 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생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인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한 바를 서술한 에세이 모음이다.

인류가 존재하는 이유는 철학자들이 주장하듯이 그리 복잡하지 않다. 인류는 생물계의 진화의 산물이다. 생물체가 존재하기에 적절한 환경을 지구는 타고 났으며, 그러한 환경에서 오랜 동안 전개된 생물체의 진화 과정에서 우연이 중첩되면서 현재의 인간이 만들어졌다. 물론 그러한 진화의 과정에서 마주친 수많은 대안들이  출현하지 못했거나 후손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으며, 인간이 되는 길이 아닌 다른 길로 접어들어 다른 생물체로 발전하였다. 인간과 가장 근접한 유인원인 침팬지와 인간의 길이 갈라진 이후에도, 수십종의 인간의 조상이 절멸된 끝에, 현재의 인간 Homo Sapiens 가 탄생하였다. 인간이 되는 진화의 과정은 매우 매우 작은 확률의 소산이다. 그 많은 조합(permutation)의 과정에서 하나라도 다르게 선택되었다면 현재의 인간이 출현하지 못했다. 진화는 방향을 정하지 않고 전개되는 것이므로, 인간이 되는 길에 필연이란 없다.

지구상에 지금까지 존재한 사회적 동물이 총 20가지 있는데, 인류는 그중 하나이다. 사회적 동물이란 군집하여 생활하며, 군집 생활에 삶을 의존하며, 집단의 생존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동물을 의미한다. 개미나 벌이 속하는 사회적 동물은 지구 전체 생물계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로 진화의 과정에서 크게 성공하였다. 인간은 다른 사회적 동물과 마찬가지로 분업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다른 사회적 동물과 달리 본능에 따라 프로그램된 분업 생활을 하지 않는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순적이다. 개인간의 생존 경쟁에서는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이기적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집단간의 생존경쟁에서는 집단의 생존을 위해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는 이타적 행동을 한다. 즉 인간은 이기적이면서 동시에 이타적인 동물이다. 자신의 집단 구성원을 위해서는 이타적이지만, 타집단에 대해서는 냉혹하게 배타적이며, 타집단에게 행하는 아무리 나쁜 행동도 자신의 집단에 도움이 된다면 미덕으로 정당화된다. 문제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범위가 맥락에 따라 가장 작은 규모의 가족에서부터 크게는 국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자신의 가족에게 이익이 되는 것이 자신의 마을에는 해가 될 수 있으며, 자신이 속한 작은 클럽에 이익이 되는 것이 자신의 사회에는 해가 될 수 있다. 종교 또한 이러한 부족주의 (tribalism)의 발로이다.

지구의 생물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이다. 미생물은 종의 다양성이나 규모에서 다른 모든 생물체를 훨씬 능가한다. 인간은 인간 중심으로 세계를 인식하기 때문에, 근래까지 지구상에서 미생물의 중요성에 대해 거의 무지하였다.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는, 인간의 매우 제한된 감각 범위 때문에 지구상의 다른 동물과 비교해서도 매우 좁다. 지구상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생물계가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한편, 지구 밖에 외계의 생물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데, 외계 미생물의 존재는 조만간 밝혀질 것이다.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가진 외계의 생물체가 존재할 가능성은 매우 작으며, 설사 존재한다고 해도 지구상의 인류와 접촉할 가능성은 더더욱 작다.

인간은 과거 수렵채취 시절에 발달시킨 본성을 가지고 현대 도시 산업사회를 살고 있으므로 많은 문제에 봉착한다. 인간의 본성은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 사는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며, 인류의 과학 기술은 불과 200년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에 인간의 문제를 해결하기에  미흡하다. 현재 인류는 자연계의 진화의 과정을 중단한채 살고 있는데, 앞으로 과학기술이 계속 발달한다면, 인류는 조만간 인간 유전자 자체를 조작 변형하는 단계에 도달할 것이다.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부수적인 조작을 넘어서서, 본질적으로 인간의 성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나가지 않기를 바란다.  

이 책은 저자가 다양한 잡지에 쓴 에세이를 모아 놓은 것이므로 중복이 많고 논의에 일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인간의 존재 의미에 대한 저자의 견해는 맨 처음에 제시된다. 사실 이는 너무나도 투명하므로 '왜' 라는 질문이 성립하지 않는다. 인간은 우연의 산물이다. 인간을 포함한 세상은 우연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기에, 인간은 이야기를 꾸며내었다. 창조 신화, 하나님의 은총, 선과 악, 내세와 구원 등이 '우연'이라는 사실이 담고 있는 허무함을 잊기 위한 노력이다.  이러한 이야기에 의지하지 않는다면, 왜 존재하는지, 왜 이러한 일을 당해야 하는지, 견디기 힘들 것이다. 현대 서구의 과학기술 문명이 500년을 넘지 않으므로, 앞으로 1천년이 지나면 어떻게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  저자의 희망과 달리, 앞으로 인간은 다른 생물체로 유전자 변형되면서, 현재의 인간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2023. 4. 12. 17:41

Carol Kaesuk Yoon. 2009. Naming Nature: The Clash between Instinct and Science. W.W.Norton. 299 pages.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분류학(taxonomy)의 발달 과정을 서술한다. 분류학이 자연에 대한 인간의 감각적 인식을 바탕으로 한 아마추어 자연관찰자의 영역으로부터, 수학을 사용하고 유전자 분석과 진화의 과정을 체계적으로 밝히는 과학의 영역으로 이전하면서, 인간의 직관적 상식으로 부터 멀어졌음을 지적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하여 주위 환경(umwelt)를 인식하는 고유의 방식을 가지고 있다. 각각의 동물 또한 생존을 위하여 그들만의 독특한 환경 인식 방식을 지니고 있다. 예컨대 개가 인식하는 세계는 인간이 인식하는 세계와 다르며, 이는 물고기가 인식하는 세계나 새가 인식하는 세계와 다르다.

인간은 아주 어린 나이에서부터 주위의 생물체를 인식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서로 다른 다양한 생물체를 구별하고 이것들에 체계적인 질서를 부여하는, 즉 분류하는 일은 생존을 위해 중요하다.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것을 구별하고, 인간에게 위험한 생물과 그렇지 않은 생물을 구별하는 능력은 생존을 위해 필수적이다. 이렇게 생물체를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의 뇌는 생물체를 인식하는 부분과 무생물체를 인식하는 부분이 따로 나누어져 있다. 원시사회의 부족들이나 서구 문명사회의 사람들은 모두, 생물 세계에 대해 매우 유사한 분류체계를 만들어 냈다. 이는 인류는 어디에서 살든 주위환경을 인식하는 능력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분류학은 18세기 린네에 의해 기초가 놓였다. 그는 Domain에서부터 시작하여 Species로 세분화되는 여섯 단계(D,K,P,C,F,G,S/ 문,과,목,과,속,종)의 분류 체계를 만들고, genus와 species 를 결합하여 두개의 이름으로 구성된 생물의 이름을 붙이는 방식을 창안해 냈다. 예컨대 인간을 homo sapiens라고 명명하는 식이다. 린네가 생물을 분류한 방식은 순전히 인간의 감각 능력에 바탕을 둔 관찰에 의존하였다. 생물체를 면밀히 관찰하여 서로 유사한 특징과  서로 다른 특징들을 파악한 후, 생물체들 사이에 직관적으로 중요한 차이점을 추출하여 그룹짓는 작업이다. 이러한 분류 작업은 주위환경을 인식하는 인간의 능력을 최대로 활용하였기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라도 대체로 동의하는 분류 체계이다. 그러나 인간의 감각에 의존하는 이러한 분류 방식은, 왜 특정 생물이 다른 특정 생물과 같은 그룹으로 묶여야 하는지에 대해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 연구자의 직관적이며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기 때문에 과학적 엄밀성이 결여되어 있다. 이는 기본적으로 생물세계를 인간 중심의 관점에서 분류한 것이다.

1950년 경 기존의 분류 방식과는 다른 새로운 분류 방식이 개발되었다. 이는 인간의 감각적 관찰에 의존한다는 점에서는 린네이래 사용된 분류 방식과 동일하지만, 생물체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하여 그룹을 짓는 기준으로 오로지 통계적 상관성만을 적용할 뿐, 연구자의 주관성이 배제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이러한 통계적 분류 방식은, 기존의 연구자들이 특정한 특징이 다른 특징보다 더 중요하다고 하는 주장을 완전히 무시하고, 유사성이 높은 순으로만 그룹을 정렬한다. 따라서 연구자의 경험이나 통찰력은 분류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그러나 이 방식 역시 인간의 감각에 의존하므로 생물체의 본질적 속성에 바탕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1950년대 후반 분자생물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나타났다. 이는 생물체의 보이지 않는 구성 요소인 세포의 화학적 성분과 유전자를 분석하는 학문이다. 이를 계기로 생물의 분류학은 인간의 감각적 관찰을 토대로 한 것에서부터, 세포와 유전자의 성분을 토대로 한 학문으로 거듭났다. 세포와 유전자의 화학적 성분을 비교하여 생물체들 간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파악하고, 진화의 발달 경로를 객관적으로 추적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외적인 특징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진화적 연관성을 밝혀내게 된 것은 가히 혁명적이다. 그 결과 과거에 동일한 집단으로 묶여 있던 생물체들이 진화적 경로에서 볼 때 상이한 집단에 속하는 경우가 많이 밝혀졌으며, 거꾸로 과거에 상이한 집단에 속한다고 분류했던 생물체들이 유전자 분석결과 진화의 경로에서 동일한 집단으로 밝혀졌다. 유전자 분석 결과 가장 혁명적인 발견은, 진화의 경로에서 박테리아가 지구상의 다른 모든 생물체와는 전혀 다른 별도의 집단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곰팡이가 식물보다는 동물에 더 가깝다는 사실 또한 놀라운 일이다.

생물체의 외적인 특징을 기준으로 하면서도 논리적인 추론만을 전적으로 적용하여 진화의 발달 경로를 밝히는 새로운 접근도 나타났다. 이러한 접근에 따르면, 진화의 발달 선상에서 볼 때 물고기가 육지 동물과 다른 별도의 그룹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물고기 중 일부는 특정 육지 동물과 유사성이 더 크기 때문에 같은 집단으로 묶이지만, 다른 물고기들은 또 다른 육지 동물 집단과 함께 묶이게 된다. 예컨대 허파로 숨을 쉬는 폐어라는 동물은 아가미로 숨쉬는 물고기가 아닌 허파 호흡을 하는 육지 동물과 같은 집단으로 묶이며, 고래는 인간과 같은 포유류에 속한다. 이렇다면 '물고기'라는 독립된 범주는 의미를 잃게 된다.

세포와 유전자의 화학적 성분을 분석하던, 진화적인 경로를 논리적 추론하던, 문제는 이렇게 하여 만든 분류 체계는 기존에 인간의 감각적 관찰에 따라 직관적으로 분류하여 만든 결과와 어긋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인간의 감각적 인식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공유하므로 이렇게 만든 분류 체계는 사람들에게 직관적으로 쉽게 납득이 가지만, 화학적 성분이나 논리적 추론에 따라 진화의 경로를 추리하여 만든 분류체계는 인간 중심적인 시각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즉 생물체에 대한 과학적 접근은, 오랫동안 인간과 함께 해온 자연관찰의 습관에 따라 형성된 세계의 인식 방법과 유리되는 결과를 낳았다. 예컨대 사람들은 물속에 사는 동물은 '물고기'라고 인식하고 생활해 왔는데, 과학적으로 엄밀히 따져보면 '물고기'라는 독립된 범주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적 접근도 중요하지만, 오랫동안 인간의 생활과 밀접하고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그러한 생물 세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의 분류학은 인간과 자연의 직접적 만남의 산물이었는데, 생물 세계를 분류하는 작업을 과학자들이 전적으로 독차지 하면서, 인간은 자연, 특히 주위 생물 세계로부터 멀어졌다. 자연을 관찰하면서 인간의 감각 능력에 호소하여 이름을 붙이던 그러한 낭만적인 전통이 지속되면 좋겠다고 말한다. 저자의 어린 시절, 집주위 숲에서 놀고 관찰하던 그러한 경험들이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이 책은 저자의 어릴 때 경험을 바탕으로 분류학의 발달 과정을 일반인이 알기 쉽게 풀어 쓴 것인데, 곳곳에서 군더더기 논의를 반복하여,  왜 이렇게 번잡하게 빙빙둘러 이야기하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가 한편으로는 과학을 옹호하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사랑하는 오랜 습관이 사라진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도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2023. 4. 7. 16:48

Amitav Acharya and Barry Buzan. 2019. The Making of Global International Relations: Origins and Evolution of IR at its Centenary. Cambridge. 320 pages.

저자는 국제관계학자들이며,  이책은 제1차 세계대전 이래 최근까지 국제관계의 변화를 정리하면서, 이러한 정세 변화가 국제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국제관계의 변화는 크게 5개의 시기로 구분한다. 제 1차대전 이전까지, 1차대전에서 2차대전 사이의 기간, 2차대전 이후, 1989년 공산권의 몰락 이후, 21세기에 접어들어 지난 20년간.

제 1차 대전 이전 시기의 국제관계는 유럽의 중심국이 여타 세계의 식민지를 거느리는 제국주의 시기이다.  인종주의가 이 시기를 지배하는 이념이었다. 근대화에 성공한 서구와 여타 국가들간의 격차는 매우 컸다. 일본은 이러한 서구 백인 중심의 세계 질서에서 애매한 존재로 중심국에 편입되어 있었다. 서구 국가들 사이의 국제관계는 강대국들 사이에 '힘의 균형' (balance of power)이라는 원칙에 따라 움직였다.

1차대전에서 2차대전 사이의 국제관계는 기본적으로 1차 대전 이전 상황의 연장이다. '국제연맹'이라는 국가들을 아우르는 조직이 국제사회에 새로이 등장하여 강대국들 사이에서 약간이나마 역할을 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1차 대전은 영국, 프랑스 등 선진 산업국과 독일이라는 후발 산업국간 힘의 균형의 변화가 원인인데, 전쟁이 그러한 원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국 서구사회는 또다시 전쟁을 맞게 되었다. 두 차례의 전쟁을 벌이면서, 전쟁이 국제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이상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을 강대국들이 깨닫게 되었다. 이러한 전면전은 패전국은 물론 승전국에게도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었기 때문이다.

1,2차 대전으로 유럽의 제국주의 세력은 몰락하였으며, 국제질서는 미국과 소련이라는 강대국이 주도하게 되었다. 미국은 2차대전을 계기로, 오랫동안 견지하던 고립주의를 버리고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2차대전 이후 유럽 제국주의에 복속되어 있던 식민지들이 독립함으로서, 비록 국가들간 상당한 차이는 있지만 국제사회는 서유럽 국가들만이 아니라 세계 여타지역의 국가들도 참여하는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게 되었다. 제국주의의 지배에서 벗어난 국가들 중 일부는, 미국과 소련의 양진영 어디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는 제3세계 비동맹 그룹을 형성하였다. 냉전시기에 미국을 중심으로한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와 소련을 중심으로 한 전체주의 공산주의 체제간에 대립과 경쟁이, 식민지에서 해방된 제삼세계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미국은 이차대전 후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제도를 만들고 지키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며, 이는 자유주의 (liberalism) 국제정치 이론에 반영되었다.

2차대전은 핵무기를 국제사회에 등장시켰다. 핵무기는 전쟁의 승패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를 멸망시킬 위험을 안고 있으므로, 이후 미국과 소련간 핵무기 경쟁과 억제의 구도 속에서, 강대국간 전면전의 가능성을 없애고 평화를 가져왔다. 강대국간 전면전은 사라졌지만, 그들의 후원을 받는 대리 전쟁은 세계 지역 곳곳에서 끊임없이 터졌음으로 이 시기를 평화롭다고 규정하는 것은 서구 편향적인 시각에 불과하다.

1989년 공산권은 내부적인 비효율 때문에 함몰하였다. 소련의 붕괴로 인하여 미국을 중심으로 한 단극 체제의 세계질서가 등장하였다. 냉전체제가 종식된 후, 더이상 강대국간의 충돌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낙관론이 지배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중국과 인도가 성장하여 점차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으며, 1990년대 들어 브라질과 러시아 등과 함께 강대국 군을 형성하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는 다극체제로 이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21세기에 들어 국제사회는 다극체제의 모습을 점차 분명히 보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세계의 질서를 관리하는 역할이 수반하는 비용을 지불하기를 거부하는 움직임이 커졌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서구의 자본주의의 약점을 두드러지게 노출시켰으며, 반면 30여년 동안 꾸준한 고속 경제성장을 이루어낸 중국은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의 영향을 덜 받으면서 제삼세계 국가들에게 중국의 위상을 높였다. 영국의 유럽연합탈퇴와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의 등장은 서구 자유민주주의의 약점을 세계 만방에 재확인시켰다. 미국은 이제 세계를 전면에서 이끄는 지위에서 내려왔으며, 자신의 국익을 우선시하는 여러 강대국 중 하나의 위치로 하락하였다. 이러한 세계질서에서 자본주의와 민족주의가 중심을 차지하는 반면, 오랫동안 국제관계를 지배했던 인종주의는 점차 쇠퇴할 것이다.

세계 경제와 정치에서 제삼세계 국가들의 비중이 커진 반면, 서구 강대국들의 비중은 계속 줄어들었다. 미래에 오늘날의 시기를 뒤돌아볼 때, 국제정세의 가장 큰 변화는 제삼세계 국가들의 부상일 것이다. 앞으로 중국과 인도의 비중이 계속 커질 것이며, 이에 따라 국제관계 학문도 서구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비서구를 아우르는 글로벌한 접근으로 바뀔 것이다.

이 책은 학술서로서, 국제관계 학문는 국제정세에 좌우된다는 지식사회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 사실 20세기 후반까지 비서구 국가들은 경제적으로 크게 낙후됬으므로 국제사회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없었으며, 국제관계 학문에서도 거의 존재가 없었다. 최근에 들어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한 비서구 사회의 부상이 앞으로 국제사회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는 두고볼 일이다. 16세기에 서구가 아시아를 앞서 근대화한 이후, 비서구 사회는계속 뒤쳐져 있었으며, 앞으로도 비서구 사회가 서구사회를 앞설 가능성은 요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부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서구 문명을 대체할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 책은 지난 백년동안 국제정세의 변화를 잘 정리하고 있다.

'과일나무 > 살구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류는 왜 있는가  (0) 2023.04.17
인간은 분류하는 동물이다  (0) 2023.04.12
다정한 동물이 살아남는다  (0) 2023.04.02
세상과 인생은 정돈되어 있지 않다.  (0) 2023.03.29
진짜 얼마나 위험한가  (0) 2023.03.26
2023. 4. 2. 22:11

Brian Hare and Vanessa Woods. 2020. Survival of the Friendliest: Understanding our orgins and rediscovering our common humanity. Oneworld Publications. 197 pages.

저자는 인류학자이며, 이 책은 동물의 진화과정에서 다정한 성격을 가진 개체가 번성한다는 독특한 주장을 한다. 진화론에 따르면 육체적으로 강하고 지능이 높은 유전자를 가진 개체가 그렇지 못한 개체와 경쟁에서 승리하여 번성한다는 주장이 지배했다. 반면 저자는 이웃에게 다정한(friendly) 개체는 어려운 과업을 함께 협력하여 타개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 못한 개체보다 생존 경쟁에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동물을 길들이는 실험을 여러 세대에 걸쳐 시행한 결과, 다양한 측면에서 동물의 형질이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인간에 대해 적대적 민감성이 적은 개체를 선택한다는 기준만을 적용했음에도, 이와 관련이 없는 형질들이 일관된 방향으로 변한다는 사실은 주목할만 하다. 외적으로 보면 얼굴의 생김새에 변화가 관찰된다. 이마에서 턱까지 경사도가 줄며, 얼굴의 형상이 각진 모습에서 길고 갸름한 형태로 변하며, 송곳니가 줄어들며, 광대뼈가 들어가고, 코의 높이가 낮아지고, 앞으로 튀어 나온 이마가 들어가며, 눈이 움푹 들어간 정도가 줄어든다. 전반적으로 몸의 크기가 줄며, 두개골의 크기가 줄어든다. 또한 발달 단계에서 유아기에 보이는 특징들이 일생동안 고정된다. 이러한 변화는 개나 가축을 길들이는 과정에서 뿐만 아니라, 과거 사멸한 인류의 조상이나 유인원과 현생 인류를 비교해도 유사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외면적 변화와 함께, 내면의 형질의 변화도 전개된다. 상대의 의도를 읽는 의사소통 능력이 향상되고, 공격성과 폭력성이 줄어드는 대신, 다정하고 온순해진다.

인간은 타인의 의도를 읽는 의사소통능력이 태어난지 일년 무렵부터 다른 모든 동물을 앞선다.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인 개 또한 인간의 의도를 읽는 능력이 침팬지보다도 뛰어나다. 타인의 생각을 읽는 능력은 심리학에서 "theory of mind"라고 칭하는데, 다른 동물과 비교하여 인간이 가장 뛰어난 능력이며, 집단으로 생활하면서 함께 일을 하는데 필수적이다. 인간은 육체적 힘이 대단치 않음에도 이러한 뛰어난 의사소통 능력과, 이를 기반으로 고도의 집단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능력 덕분에 지구상의 최강자로 등극하였다.

야생의 세계에서 동물은 다른 개체에 대해 적대적 민감성이 매우 높다. 타 개체를 경계하고 쉽게 가까이 하지 않는 성향은 동물 세계에서 보편적이다. 동물들이 자신의 가까운 가족 밖의 타 개체를 만나면, 서로 공격하여 위험을 제거하거나, 위계를 확실히 정하여 굴복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길들여진 동물은 이러한 본능적 성향을 억제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타인과 함께 생활하려면 남에 대한 적대적 민감성이 적어야 한다. 인간은 이러한 적대적 민감성을 줄이는 방향, 즉 공격적, 폭력적 성질을 줄이는 방향으로 진화해 왔다. 이를  '스스로 길들이기 가설' (self-domestication hypothesis)라고 칭한다. 가축이나 애완동물은 인간이 의도적으로 적대적 민감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별하여 길들인 결과물인 반면, 인간은 인간 종족 내에서 적대적 민감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람이 선택되어 왔다. 그 결과 현생 인류는 과거 유인원에 비해 적대적 민감성이 적고, 덜 폭력적이고 덜 공격적인 존재가 되었다. 타인에 대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개체가 더 번성할 것 같지만, 인류 조상의 수렵채취 시절에,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개체는 집단 구성원의 경계와 배척의 대상이 되어 살아남을 수 없었다.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보다 훨씬 힘이 세고 공격적 폭력적이었지만, 적대적 민감성이 적고 더 고도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현생인류와 경쟁에서 패하여 소멸하였다.

그러나 인간의 이런 다정한 성질은 자신과 근접한 집단의 구성원에게만 적용될 뿐, 자신과 먼 집단의 구성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자신의 생존에 도움을 주는 자신에 근접한 집단 구성원에게는 다정하지만, 자신의 생존과는 연관이 희박하거나 자신의 집단에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는 타집단에게는 냉혹하고 잔인하다. 사람들은 조그만 식별이라도 적용하여 자신의 집단과 자신이 속하지 않은 집단을 구분하며, 타 집단 성원에 대해서는 자신의 집단 성원에게와는 전혀 다른 생각과 태도를 갖는다. 즉 인간의 부족주의 성향(tribalism)이 그것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백인은 유색인을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현재도 사람들은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는 집단 구성원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는다(dehumanizing). 대상을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인식할 때, 자신의 집단 성원에 대해서 가지는 다정함은 타집단 성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타집단 사람들을 사람이 아닌 동물이나 괴물로 칭하면서, 그들이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그들을 열등하게 여기고 적대적으로 취급한다. 미국에서 그러한 타집단은 흑인, 타민족, 이민자, 다른 정당 지지자, 여성, 가난한 사람,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띤다.타집단 성원을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인식하면, 그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차별하고 불이익을 가하며, 그 결과 벌어진 차이는, 다시 그들은 자신과 같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강화시킨다.

타집단을 나와 같은 인간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성향을 불식시키려면, 타집단 사람들과 자주 교류하여 그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경험으로 느끼게 해야 한다. 흑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줄이려면, 백인과 흑인이 함께 살고, 함께 공부하고, 함께 일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지름길이다. 가난한 사람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줄이는 것, 타민족 이민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줄이는 것, 남성과 여성 사이의 편견과 차별을 줄이는 것,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간 적대적 행위를 줄이는 것, 등등, 모두 두 집단 간 교류를 늘이도록 사회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저자는 다양한 연구 결과를 종합하여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독특한 주장을 제시한다. 타인에게 다정한 개체가 생존경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은 일견 모순적이다. 타인에게 다정한 태도는 또다른 인간의 본성인 부족주의의 한계에 갖혀 넓게 적용되지 못하기 때문에, 더 큰 갈등과 폭력을 유발한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타인에게 다정한 개체가 위계를 추구하는 개체보다 적자 생존에 더 유리하다는 주장은 인류의 역사로 볼 때 그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조직활동이라는 것은 위계체계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 상호간 대등한 다정한 조직이 현실세계에서 어려운 일에 집단적으로 대처하는 능력이 위계적 조직보다 더 클 수도 있다고 생각한 것은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도 소수의견에 불과하다. 또한 인간을 포함한 생물은 모두 타인이 아닌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뜨리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본능이 타인에 대한 다정함과 어떻게 맞추어지는지 궁금하다. 여하간 흥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2023. 3. 29. 21:29

Tim Harford. 2016. Messy: The Power of disorder to transform our lives. Riverhead Books. 265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무질서 속에 창조성이 있으며, 세상과 삶은 그리 깨끗하게 정돈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정돈되게 만들려고 노력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랜덤하게 접근할 때가 체계적으로 접근할 때보다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수월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예술 분야나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서, 오랜 훈련에 바탕을 두고 랜덤하게 접근하는 것은 유효하다. 랜덤하게 접근하면 훨씬 더 머리가 긴장되며, 관행적인 접근 시 활용되지 않던 부분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다양한 특성의 사람들로 모인 팀이 동질적인 팀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예컨대 투자 클럽의 구성원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었을 때 승율이 더 높다. 이는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 이질적인 사람이 모이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둘째, 팀의 구성원들이 이질적 상대를 의식하며 생각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문제 상황에 부닥뜨려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오랜 준비를 거쳐 만든 것보다 더 훌륭한 경우가 있다. 예컨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워싱턴 광장에 엄청나게 많은 대중이 모인 앞에서 준비한 원고를 버리고 즉석에서 "I have a dream" 연설을 만들어 냈으며, 재즈의 묘미는 즉석 연주에서 분출되는 에너지와 창의성에 있다.

전장이나 경쟁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신속히 읽고 혼돈을 감내하면서 밀어 붙여, 상대를 우리 편보다 더 혼돈에 빠뜨리는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다. 내 편을 정돈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이에 상대편이 진영을 정비해 버리면 승리할 확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차대전때 롬멜 장군이나, 온라인 쇼핑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2015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쟁에서 제프 부시와 맞붙은 도날드 트럼프가 그 예이다. 

자동화가 진전되면서 일상적 상황에서 사람의 개입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는 전문가의 기술 퇴화를 낳았다. 자동제어 장치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자동 프로그램이 대처하기 어려운 예외적 상황에 맞닥뜨릴 때, 전문가도 통제하지 못하여 큰 피해를 낳는다. 이러한 '자동화의 딜레마'에 대처하기 위해, 일상적 상황에서도 인간이 수시로 개입하여 인간 기술의 퇴화가 전개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주위 환경을 지나치게 깨끗하고 정돈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깨끗하고 정돈된 상황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바람직하게 보나, 실재 일하는 사람에게 좋은 환경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도록 어질러져 있는 환경이다. 예컨대 MIT 대학에서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곳은, 비싼 돈을 들여 멋있고 그럴듯하게 지은 빌딩이 아니라, 연구자가 자기 마음대로 주변을 통제할 수 있는 허름한 빌딩이었다.

인간의 삶이란 기본적으로 질서잡혀져 있지 않다(disorderly).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 벤자민 프랭클린이나, 아놀드 슈발츠제네거, 등은 며칠 앞의 일정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일하기보다, 그때그때 일을 바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살았다. 남녀간의 만남이 발전하는 과정 역시 예측할 수 없다. 근래에 유행하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에서 남녀간 상대의 성격을 복잡한 변수를 동원해 매칭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삶의 질서를 잡으려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낭비이다.

저자는 많은 잡다한 독서를 바탕으로 수많은 인용을 하면서 논의를 이어간다. 저자는 반드시 무질서와 즉흥이 최선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를 옹호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인다. 저자 자신은 똑똑하고, 열심히 살고, 성실한 사람으로 보인다. 이책을 읽다보면 인생을 매우 성실하게 살아나가는 꽤 똑똑한 사람이, 자신이 갖지 못한 천재성을 탐하는 발언을 하는 듯하다. 사실 그런 천재는 정말 드물기 때문에, 무질서를 옹호하는 저자의 주장은, 냉정하게 보면 '환상(fantasy)'을 꿈꾸는 것이다.

2023. 3. 26. 20:39

David Ropeik. 2010. How risky is it really? Why our fears don't always match the facts. McGraw Hill. 26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위험이 실재와 얼마나 왜 다른지 설명한다. 사람들은 대상 위험에 대한 객관적 사실보다 그에 대한 두려운 감정에 우선적으로 휩쓸려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어떤 대상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대상 위험에 신속히 대응하기위하여 발달하였다. 대상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의 생사를 좌우하는 위험요소에 대한 반응으로는 부적합하다. 과거 인간이 수렵채취 시절을 거치면서 진화시킨 이러한 반응 장치는, 현대 사회에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왜냐하면 대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대상의 위험도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하여 실재의 위험도와 우리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위험도가 어긋나면 우리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인간의 인식 과정은 심리적 오류에 쉽게 빠진다. 사전적인 암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framing),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확대 해석하는 것(categorization), 가급적 손실을 피하려는 성향(loss aversion), 임의적인 시작 기준 쪽으로 편향되는 성향(anchoring), 강한 인상을 남긴 것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성향(awareness/ready recall effect), 숫자에 약한 성향, 미래를 낙관하는 성향(optimism bias) 등. 이러한 심리학적 오류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근래에 많이 언급되고 있다.

사람들이 대상을 실재보다 더 혹은 덜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요인을 망라하면 다음과 같다. 대상에 대해 신뢰가 부족할 때, 손실과 이익을 비교할 때, 대상을 통제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대상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대상 위험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때, 대상이 고통을 수반할 때, 대상 위험이 불확실할 때, 대상 위험이 일시에 한꺼번에 닥칠 때, 대상 위험이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때, 대상 위험이 익숙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일 때, 대상 위험이 아동에게 닥칠 때, 대상 위험이 집합적 성격이 아니라 특정 개인에게 닥치는 것일 때, 대상 위험이 공정하지 않을 때, 등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대상 위험을 실재와 달리 잘 못 인식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적 성향에 휩싸여, 대상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려 하기보다 집단의 의견에 무의식적으로 따른다(tribalism). 예컨대 미국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대해 실재보다 과대평가하는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기후변화의 위험을 과소 평가한다. 미국 사회에서 위험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예를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다. 암보다 심장병이 훨씬 더 위험함에도 암에 대한 관심이 심장병에 대한 관심보다 훨씬 높다.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의 이익이 훨씬 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의 반대 때문에 불소화를 하지 못한다. 핵 에너지에 대한 사람들의 위험 인식은 실재와 크게 어긋나게 과장되어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은 진영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다. 사람들이 대상 위험을 잘못 인식하는  데에는 언론의 잘못도 있다. 언론은 시청자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위험을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상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바로잡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인간이 대상 위험을 인식하는 방식이 감정에 좌우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항시 유념하면서, 다양한 의견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대상 위험에서 한걸음 물러나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생각하며, 대상 위험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가급적 많이 수집하고, 중립적인 입장의 출처로부터 의견과 사실을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대상 위험의 실체에 대해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면, 약간이나마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그릇되게 판단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정부가 대상위험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때에도, 사람들이 감정에 사로잡힌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상 위험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확한 사실을 제공함과 더불어,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두려운 감정을 누그러뜨리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책은 저자의 저널리스트로서의 과거 경험과 심리학 연구들을 많이 인용하면서, 비교적 평이하게 나열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문제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 저자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고백한다.

2023. 3. 22. 18:04

Jeffry Friedan, David Lake, and Kenneth Schultz. 2016. World Politc: Interests, Interactions, Institutions. W.W.Norton. 627 pages.

저자는 국제경제학자 및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대학의 국제정치경제 교과서이다. 국제정치와 경제가 연결되어 있음을 논의의 핵심으로 하여, 이론적 깊이를 추구하기보다 현실 세계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현재의 국제정치경제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책은 크게 4개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첫 부분에서는 국제정치경제의 질서가 역사적으로 형성된 과정을 설명하고, 국제정치를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한다. 국제정치는 관계자의 이익(interests), 관계자들 사이에 상호작용(interaction), 관계자들의 행위를 규정하는 제도(institutions)라는 세개의 축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다.

두번째 부분은 국제정치를 전쟁과 평화에 촛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왜 전쟁이 일어나는가, 국내 정치와 전쟁은 어떤 연관을 맺는가, 전쟁과 관련된 국제 제도는 어떠한가, 국가가 아닌 국제 폭력조직 및 내전, 등에 관해 이론에 상당한 비중을 두고 설명한다. 세번째 부분은 국제 경제에 관해 논의한다. 무역, 국제 금융, 국제 통화, 경제발전, 등에 대해 근래의 상황에 촛점을 맞추고 경제이론을 최소한으로 제시하면서 설명한다. 네번째 부분은 국제 규범과 제도에 관해 논의한다. 국제법, 인권, 환경문제, 등에 관해 국제 규범과 제도의 발전을 논의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21세기에 전개되고 있는 국제정치경제를 조망하면서, 대량학살무기의 확산, 세계화의 후퇴, 중국과 미국의 대치, 등에 촛점을 맞추어 미래를 예측하는데 고려해야 할 점을 논의한다.

현재의 국제정치경제 상황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을 준다. 다만 국제정치를 논의하면서 전쟁에 거의 대부분의 지면을 할애한 것은 좀 치우쳤다. 국제질서의 형성 과정에 대한 역사적 서술, 및 국제경제를 서술하는 부분을 조금 더 잘썼다.

2023. 3. 6. 13:50

스테판 허친슨 외 5인 (강대훈 옮김). 2011. 아주 특별한 바다여행: 지구 최후의 미개척지. 시그마북스. 231쪽.

저자는 지구과학자이며, 이 책은 바다의 물리적 특성과 생물 자원을 서술한 뒤, 전세계 바다를 네 개로 구분하여 각 대양을 상세히 다룬 도감이다.

바다가 진화하는 과정, 파도와 조수작용, 기후 작용, 해저 지형, 바다 생물, 바다의 광물 자원 등, 바다에 관련된 모든 것을 과학적 원리를 통해 설명한다. 이어 극지바다, 대서양, 인도양, 태평양의 구석구석의 해저 지형과 해류 지도, 특징적인 생태계를 그림과 함께 보여준다.

이 책은 틈날 때 마다 조금씩 읽으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도감이다. 그림과 글을 천천히 훑어보며 육지 동물인 인간이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느낌을 느낀다. 바다에 관한 외국의 전문용어에 적당히 대응할 말이 없는 한글로 번역하느라 의미전달이 불확실한 부분이 적지 않지만, 그림을 천천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웬만큼 이해가 된다. 지난 두달 동안 피곤할 때마다 세네쪽씩 야금야금 읽으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