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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에 해당되는 글 7건
2025. 4. 29. 20:41

Patrick Deneen. 2018. Why Liberalism failed. Yale University Press. 198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근래에 서구 사회에서 자유주의 liberalism 정치이념이 실패한 이유를 설명한다. 서구에서 자유주의 이념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념 자체에 내재한 문제 때문에 실패했다. 자유주의를 대체할 다른 정치 이념이 출현하여야만 서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 인권, 평등, 정의, 진보, 등의 보편 가치를 표방하면서, 17세기 이래 서구의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이끌어낸 이념이다. 봉건사회의 권위, 위계, 제도, 관습을 거부하고, 대신 개인의 주체적 의지와 독립과 선택의 자유을 최고의 가치로 숭앙한다. 자유주의는 왕과 귀족의 지배 체제를 무너뜨렸으며, 전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 개인의 창의와 능력과 노력을 발휘하여 개인의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유주의는 기존의 틀 내에서 안정을 추구하기보다 변화와 개혁을 선호하며, 효율과 합리성을 최우선시 한다. 개인 각자는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집단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은 선이 아니다. 아담 스미스는 각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공공의 선이 성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주의가 기존의 제도와 관습을 거부하고, 공공의 선을 우선시하지 않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제도와 관습의 보호 없이도 성공할 수 있고, 자신이 성취한 사유재산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지만, 능력이 없거나 운이 나쁜 사람은 실패에 따른 고통과 좌절을 아무런 사회적 보호 없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자유주의 이념은 경제분야에서 시장 원리를 최고로 치는데, 시장 경쟁은 승리자와 패배자를 갈라놓으며, 시간이 갈수록 이 둘 사이에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패배자의 고통과 좌절은 가중된다. 경쟁의 패배자에게 자유주의 이념이 제시하는 자유는 그림의 떡이며, 자유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배제된다. 자유주의 경쟁 체제에서 승리한 엘리뜨는 안정된 가족을 유지하며, 자신의 자녀에게 높은 학력을 갖추게 하여, 다음 세대의 경쟁에서 승리자의 지위를 세습시킨다. 반면, 자유주의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불안정한 가족을 영위하며, 그들의 자녀에게 우수한 교육 지위를 제공하지 못하며, 그 결과 다음 세대의 경쟁에서 패배자의 지위를 물려받는다. 이들은 자신의 사회가 제공하는 기회에서 배제되며, 희망을 잃고, 소외, 좌절, 분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근래에 미국과 유럽에서 대중영합주의적 권위주의 정치인이 당선된 것은 이러한 대중의 좌절과 분노의 결과이다. 자유주의 체제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자유, 공정, 평등을 내세우는데, 실제로는 국민의 다수에게 그러한 가치를 부정하는 현재의 위선적인 상황은 평화롭게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의 문제를 개선할 대안은 무엇인가? 자유주의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자유주의 체제 이전의 권위적 봉건사회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자유주의의 이점을 유지하고 문제를 보완하면서, 자유주의를 대체할 이념을 모색해야 한다. 자유주의 체제가, 지역적인 한계를 파괴하는 대신 전세계적인 접근을 옹호하고, 사람들 사이에 관계 대신 익명적인 보편적 원칙을 강조하고, 과거나 미래와의 연결 대신 현시점에서의 최고의 효율만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인근 지역에서,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서, 과거로부터 이어받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기억과 유산의 연속성 속에서, 살아갈 때에만, 자유주의의 개인주의와 고립주의가 낳은 좌절과 인간 관계의 파편화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공동체, 관습, 지역주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근래 서구 사회에서 자유주의가 도전받는 환경 속에서 큰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자유주의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유효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모호하고 이상적인 공동체주의 communitarianism 비슷한 것을 간단히 언급할 뿐, 자신도 대안이 무엇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이념 중 자유주의가 가장 큰 물질적 풍요와 인권 보장을 실현했기 때문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자유주의에 내재하는 문제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정짓는 것은 무책임한 비판이다. 현재까지 인류 역사로 볼 때, 자유주의는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지만, 다른 이념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논의에 중복이 심하여 읽기 힘들었다.

2025. 4. 24. 17:46

Todd Rose. 2016. The End of Average: Unlocking our potential by embracing what makes us different. Harper Collins. 191 pages.

저자는 발달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하나의 틀에 맞추어진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며, 개인의 특성에 맞춘 개별화된 교육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기에, 하나의 차원으로 측정하여 평균이라는 하나의 대표값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인간은 서로 독립적인 다차원적인 속성을 가지며, 차원들 상호간 변이의 상관도가 낮다(jaggedness in multidimentions). 예컨대 신체지수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수치로 환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여러 차원들의 평균값을 모아서 하나의 대표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능지수, 성격지수, 등 인간을 묘사하는 여러가지 복합 수치들은 타당성이 의심된다.

인간의 다차원적 속성은 개인이 처한 구체적인 맥락(context-dependent)에 따라 일관되지 않게 발현된다. 예컨대 심리학의 대표적인 이론인 다섯가지 성격 타입이나, 당장의 만족을 미루는 자기통제력 등은, 개개인이 어떤 상황에 처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 사람들은 신뢰할만하고 안정된 환경에서는 당장의 만족을 미루는 자기통제를 하지만, 신뢰할 수 없고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당장의 만족을 미루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고정된 '본질적인 특성'(essentialism) 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통적인 심리학 이론은 틀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빨리 문제를 푸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 푸는 속도나 문제 푸는 방법에서 개인 차이가 크다. 각 개인이 성장하고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diverse paths). 많은 사람들의 문제 푸는 속도와 방법의 평균치를 구하여 이것을 모범으로 생각하고, 이  단일 모범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그릇되다. 하나의 방법과 속도만을 표준으로 상정하고(standardize), 누가 이것을 더 잘 하는지에 따라 줄을 세우는(ranking) 현재의 교육 모델은 문제가 있다.

인간은 다차원적이고,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하며, 각자는 고유의 성장 속도와 경로가 있다는, 이 세가지의 이유 때문에 개인의 고유성 (individuality)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교육과 평가와 인사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면서, 많은 사람을 교육하고 평가할 것인가? 저자는 온라인 디지털 기술이 이 난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하리라고 본다. 각자의 페이스에 따라 학습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각자가 잘하는 방식으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온라인 디지털 기술 덕분에 가능하다 (self-paced learning).

대학에서 능력 수준에 따라 그룹을 만들어 교육하고(competence-based learning), 각자가 미래의 자신의 직업에 요구되는 기술에 적합한 수업만을 골라서 듣고, 그러한 기술의 수행 능력을 입증하는 자격을 제공하는 (credentialing) 방식으로 고등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적성과 필요와 능력에 맞는 수업을 선택적으로 조합하여 개인화된 커리큘럼 (personalized curriculum) 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이 책은 현재의 공장식 표준화된 공교육을 비판한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리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는다. 각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비싼 개인 과외를 받고, 비싼 사립학교의 소규모 클래스 수업을 선호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저자는 '평균의 시대' age of the average 는 가고 '개인성의 시대' age of individuality 가 오고 있다고 한다. 가용 자원이 늘면 점차로 개인의 특성에 맞춘 customized 서비스가 증가하겠지만, 대량생산 대량 소비의 방식은 소비는 물론 교육과 인력관리 분야에서도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2025. 4. 21. 16:53

Philip Bump. 2023. The Aftermath: the last days of the baby boom and the future of power in America. Viking. 351 pages.

저자는 신문사 기자이며, 이 책은 미국에서 베이비붐 세대가 정치에 끼친 영향과, 그들이 퇴장하고 나면 정치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에 대해 논의한다. 

이차 세계대전 이후 1946~64년의 기간 동안 출산율이 예외적으로 높았는데, 베이비붐 세대는 이 기간에 출생한 인구집단을 지칭한다. 이들은 전후 경제부흥을 만끽한 세대로서, 이전에 두차례의 전쟁과 경제불황을 경험한, 소위 "조용한 세대" (Silent generation)와 대비된다. 베이비붐 세대 이후 1965~1990년대초까지 출생한 인구집단을 "Generation X" 라 칭하는데, 이들은 1970~80년대의 경제적 어려움을 경험한 세대이며, 베이비붐과 대비하여 인구 규모가 작으므로 특별히 강조되지 않는 세대이다. 1990년대초에서 2000년대 중반까지를 밀레니엄 세대 Millenium generation 라고 지칭하는데, 이들은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지칭되는 정보통신 혁명의 수혜를 받고, 공산주의가 붕괴된 후 탈이념 정치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의 경제적 풍요를 누린 세대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인종적으로 동질적인 집단이다. 미국은 1960년대 중반까지 이민을 극도로 억제했기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는 대부분 유럽계 백인이거나 아니면 흑인이다. 반면 1970년대 이후 아시아와 중남미로부터 이민자가 대규모로 유입된 결과, 밀레니엄 세대는 인종적으로 다양한 구성을 보인다. 2020년 현재 베이비붐 세대는 50대 후반 이후의 연령으로 경제활동에서 은퇴한 사람이 다수이다. 그동안 베이비붐 세대는 미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 그들의 인구규모보다 더 큰 비율의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근래에 들어 인구 규모가 줄면서 그들의 영향력도 함께 줄고 있다.

인종적으로 동질적이며 영향력을 과다하게 행사해온 베이비붐 세대는, 그들과는 인종적으로 다른 구성을 보이며 그들보다 높은 교육수준에 새로운 가치 지향을 가진 밀레니엄 세대에게 위기감을 느낀다. 근래에 공화당이 백인의 기득권을 배타적으로 옹호하는 편향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베이비붐 세대의 위기감과 상실감에 기대는 전략이다. 공화당은 인종과 이민 문제를 선명하게 부각시킴으로서, 자신의 지지층, 즉 베이비붐 세대를 결집시키는 전략을 극단적으로 추구한다. 그러나 앞으로 갈수록 미국인의 인종 구성이 다양화될 것이므로, 이러한 공화당의 전략은 장기적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 

미국은 고령화 문제와 인종문제가 정확히 중첩되어 있으므로, 두 문제 모두 해결을 어렵게 한다. 고령자는 베이비붐의 백인이 다수를 차지하는 반면, 젊은 사람 중에는 백인이 소수이다. 백인들은 자신이 누리던 정치 경제적 기득권을 움켜쥐고 놓으려고 하지 않으나, 이는 성장하는 유색인 젊은이와 충돌한다. 유색인 젊은이들이, 자신과 정체성을 달리하는 백인 고령자를 흔쾌히 부양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베이비 붐 세대가 고령화되고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면서, 노동력 부족 문제, 연금 문제, 고령자를 돌볼 사람을 구하는 문제 등을 해결하려면, 이민자를 더 받아들이는 것 밖에는 수가 없다. 베이비 붐 세대 백인들이 조용히 물러나지는 않을 것이기에, 미국 정치의 양극화, 계급과 인종간 갈등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시끄러울 것이다.

저자는 미국의 정치 칼럼니스트이기에, 선거와 정치에 대한 관심이 책의 중심이다. 베이비붐 세대의 이후에 대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대한 검토를 기대했으나 실망했다. 그의 분석과 논의는 피상적이며 횡설수설하여 읽기 어려웠다. 결국 3분의 2쯤 읽다 책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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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 폰 윅스퀼 (김재헌 옮김). 2023. 같은 공간, 다른 환경 이야기: 동물과 인간의 주관적 세계론. 올리브그린. 132쪽.

저자는 20세기초에 활동한 독일의 동물학자로, "Umwelt" (환경세계 혹은 생활세계) 라는 개념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이 책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환경세계가 서로 다름을 다양한 예로 설명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각각의 종이 자신의 생존 필요에 맞추어 환경을 선택적으로 인식한다. 예컨대 특정 새가 인식하는 환경은 개나 고양이가 인식하는 환경과 다르다. 시각에 많이 의존하는 인간은, 시각만이 아니라 후각이나 촉각에 많이 의존하는 동물보다 주위의 공간을 훨씬 시각적으로 정교하게 인식한다. 사람이 보는 거리 풍경은 파리가 보는 거리 풍경이나 연체동물이 보는 거리 풍경과 다르다.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식별시간'에서도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 인간은 18분의 1초의 간격을 가장 짧은 순간으로 인식하는 반면, 민첩한 공격으로 살아가는 맹금류는 훨씬 짧은 시간 간격을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은 물체의 모습과 움직임을 함께 결합하여 지각하는 반면, 일부 동물들은 움직임이 없으면 전혀 지각하지 못하며, 각 동물에게 적절한 속도의 움직임만을 지각한다. 지나치게 빠르거나 지나치게 느리면 대상을 지각하지 못한다.

동물은 대상을 지각하는 설계도를 안고 태어난다. 이 설계도에 맞는 자극에는 적절히 반응하는 반면, 이 설계도에서 벗어난 반응은 무시하거나 지각하지 못한다. 예컨대 병아리의 삐약거림에는 어미새가 반응하지만, 이러한 소리를 차단하고 삐약거리는 병아리의 모습만을 보여주면 어미새가 반응하지 않는다. 동물은 자신이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 성향이 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보다는, 어떤 이유에서건 익숙하게 설정된 방법을 고수한다.

동물은 그동물에게 쓰임새에 부합하도록 대상의 모습을 지각한다. 즉 대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에게 쓰임새라는 목적을 투사하여 대상의 모습을 선택적으로 지각한다. 각각의 동물은 각자의 생존 필요에 맞추어 포착된 주관적 생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이 책은 umwelt 라는 주제를 흥미있는 예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각자 고유하게 환경을 인식하는데, 그러한 선택적으로 지각된 환경은 생존과 번식의 필요에 맞추어 진화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확장하면, 개개의 인간이 각자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같은 대상도 서로 다르게 지각하고 인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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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y Judt. 2005. Postwar: A History of Europe Since 1945. Vintage Books. 831 pages.

저자는 영국의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이차대전 종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럽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서술한다. 크게 네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의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1945~53 기간은 전쟁후에 혼란을 딛고 새로운 질서를 되찾는 시기이며, 1953~71 기간은 서유럽은 경제적 번영, 동유럽은 정체의 시기이며, 1971~1989 기간은 서유럽은 경제적 후퇴로 어려움을 겪고 동유럽에서는 공산주의 정권의 균열이 확대되는 시기이며, 1989~2005 기간은 공산권의 몰락 이후 유럽 통합 심화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시기로 서술한다. 국내 및 국제 정치 이슈를 중심으로 서술하며, 사회, 경제, 문화적 측면은 피상적으로 훓는다.

유럽은 20세기어 두차례에 걸쳐 대륙 전체가 참여한 전면전을 치루며 1945년 전쟁이 끝났을 때, 물질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피폐하고 탈진하였다. 미국을 축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소련을 축으로 하는 공산주의 경제/권위주의 정치체제는 근본적으로 사이좋게 공존하기 어렵다. 2차대전 동안 히틀러의 파시즘 정권의 위협에 대항해 임시로 손을 잡았지만, 전쟁이 끝났을 때 소련은 자신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유럽의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련에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을 자신의 세력권 하에 두는 조치를 신속히 전개했다. 이러한 소련의 행동에 미국은 경악하였으며,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서유럽은 물론 세계 다른 지역에 확장되지 않도록 하는 반공 억제전략 containment policy 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전후 유럽의 경제적 피폐와 소련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마샬플랜과 베를린 봉쇄에 공수로 맞서는 정책이 그것이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부의 강대국에 의해 유럽 대륙은 둘로 갈라져 냉전체제에 수동적으로 편입되었다.

서유럽은 전쟁으로 탈진한 상황에서, 그들이 전세계에 소유한 식민지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을 제압할 힘이 없었다. 전후 서유럽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나라들은, 미국과 소련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줄서지 않는 '제삼세계' 세력을 형성하였다. 유럽은 지금까지 세계사에서 누리던 세계의 제국 중심의 지위를 상실하였으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수동적으로 질서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서유럽은 미국의 방위 우산 하에서 경제발전에 매진하였으며, 다시는 본격적인 전면전을 벌이지 못하리라는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  전쟁 동안 히틀러가 유럽 대륙의 거의 대부분을 점령하였으므로, 히틀러가 패하였을 때, 유럽의 각 나라는 자국에서 히틀러의 지배에 협력한 사람들과 침략자 독일을 응징한다는 명분 하에 수많은 사람들을 벌하고 자신의 영토로부터 몰아내는 작업을 하였다. 그결과 전후 유럽 대륙은, 전쟁 이전에 각 지역에 살던 소수 민족은 사라지고 각 국가마다 하나의 다수 민족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했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유럽에서 공산주의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계획경제발전 전략을 취한 소련의 경제적 성취가 대단하게 보였다. 진보적인 지식인과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대안으로서 공산주의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1958년 헝가리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중의 민주화 요구에 대해, 소련이 탱크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진압하는 것을 보고, 서유럽 사람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났다. 동유럽 사람들은 이후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암울함과 정체가 경제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서유럽이 1950~60년대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룰수 있었던 것은 두가지 요인 때문이다. 전쟁으로 많은 인명과 건물이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생산 시설의 피해는 실질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 직후의 혼란이 진정되었을 때 생산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두번째 요인은, 전후 물질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피폐한 상황에서, 온국민이 경제적 풍요라는 유일한 희망에 매달려 전력으로 매진할 수 있었다. 서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종전후 5년 이내에 전쟁 이전의 생산력을 회복하였으며, 이후 매년 5~6%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60년대 후반에는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풍요에 도달했다. 두차례의 전쟁으로 기존의 정치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기 때문에, 정치인과 엘리트들은 새로운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추스리려고 하였는데, 그것은 복지국가 체제이다. 국민 모두의 기본적 삶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 체제는,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관련 정책이 도입된 이후, 전후에 내실을 다져 1960년대말이 되면 완비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전후에 독일이 빠르게 경제부흥하는 것을 지켜본 프랑스는, 독일이 과거와 같은 전쟁을 다시는 주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유럽이라는 공동체 속에 독일을 옭아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프랑스가 1950년대 초에 주도하여 독일과 프랑스가 참여하는 석탄철강 공동체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89년 동서독이 통합되었을 때, 유럽 통합을 더욱 강화하는 경제통합을 추진하였다. 역내 관세를 철폐하고, 통화를 통합하고, 국경 통제를 없애는 등 통합의 심도를 깊이하는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었다. 그러나 각 나라의 고유한 정체성이 유럽이라는 큰 단위로 흡수되지 않았으므로, 2000년대에 들어 정치통합을 추진하는 정책은 중단되었다. 또한 유럽 통합 내에서 가난한 나라와 부자나라간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내적 긴장이 수시로 표출되는 상태에 있다.

소련 공산주의는 자체의 축적된 모순 때문에 벽에 부닦뜨렸다. 1980년대에 고르바쵸프가 개혁을 추진했을 때, 예상치 못한 동유럽에서의 반발에 직면해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급속히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하고 소련 제국이 해체되었다. 소련의 지배에서 풀려난 동유럽은, 소련의 미래 위협을 우려해 서유럽의 품으로 신속히 들어가는 선택을 하였다. 러시아는 이러한 소련 제국의 해체에 굴욕감과 배반감을 품게 되었으며,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로 경제가 피폐해지고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서, 권위주의 체제의 복원을 추구하는 푸틴이 국민의 호응을 얻고 권력을 장악하였다.

이 책은 20세기 후반 유럽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필독서이다. 다만 유럽을 구성하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서술을 성실히 따라가는 것은 정말 힘들다. 전체의 변화를 서술한다고는 하지만, 각국의 국내 정치 사정을 세세히 설명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고유명사나 사건들이 정말 많이 등장해서 읽으면서 두뇌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800쪽이 넘는 분량에 글씨는 또 얼마나 작은지 조금만 읽으면 눈이 침침하고 저려왔다. 맨 후반 일부는 결국 건너 뛰며 읽었다. 고생 고생 하며 이 책을 읽고 나서, 여하간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유럽과 그 사람들을 깊이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2000년 무렵에서 서술이 끝난 것이 아쉽다.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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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Nurse. 2020. What is Life: Understand Biology in Five Steps. David Flickling Book. 212 pages.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연구를 배경으로 하여 "생명 life 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다섯가지 주제로 답변한다. 세포, 유전자, 진화, 화학, 정보, 등이 저자가 보는 생명의 핵심이다.

생명 life 이란 외벽에 의해 가두리지어져서 밖과 안을 구별하는 '세포' cell 라고 하는 최소 단위를 필수 조건으로 한다. 세포 밖의 외부 세계가 무질서를 향하는 것과 달리, 세포는 세포벽 안에서 그 자신만의 고유 질서를 유지한다. 여러 세포가 모여 더 큰 복잡한 유기체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세포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생명체이며, 복제 기제를 통해 또다른 새로운 세포를 생산해낸다.

생명 life 의 핵심은 '유전자' gene 이다. 세포의 핵에는 유전자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유전자는 세포의 모든 작동과 재생산 과정을 통제하는 정보를 담은 DNA로 구성된다. DNA 는 이중나선구조로 된 단백질 구조체이며, 이 단백질 구조체는 ACTG라는 네가지의 염기서열을 통해 정보를 저장한다.  DNA에 저장된 정보는 유전자 복제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생명체는 '진화' evolution 과정을 통해 고유한 형질을 발전시켰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단세포 생물로부터 오랜 세월 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하면서 오늘날의 다양성에 이르렀다. 진화의 기제가 작동하려면, 생명체는 재생산을 하고,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며, 유전자 전승 과정에서 전세대와는 다른 차이가 만들어져야 한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명체가 그렇지 않은 생명체보다 생존하고 후손을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원리, 즉 '자연 선택' natural selection 을 통해서 진화가 이루어진다. 진화는 특별히 정해진 방향, 즉 목적지가 없는 non-purpose 과정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DNA 작동방식이 동일하다는 사실로부터, 지구상의 생명체는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생명 life 은 본질적으로 일련의 '화학 작용' chemistry이다. DNA의 염기서열은 단백질 생성을 통제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효소' enzyme 로서 세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 반응을 가능하게 만든다. 생명체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필요한 활동을 하는데, 세포속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저장체인 ATP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를 적재 적소에 전달하고, 에너지를 연소하는 모든 과정은 화학 반응이며, 이런 모든 화학 반응에 효소가 개입한다. 효소는 기본적으로 탄소 중합체 carbon polymer 분자이다. 우리 몸에 사용되는 20가지의 아미노산 amino acid 은 탄소 중합체이며, 이 아미노산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단백질 구조체를 만들며, 이러한 과정은 DNA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하여 RNA에 전사된 정보를 통해 이루어된다. 오늘날 모든 생명체의 화학 작용의 큰 그림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생명이란 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에너지' mystic energy, 혹은 '생명력' spark of life 라는 과거의 이론은 근거 없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생명 life 의 핵심은 '정보' information 이다. 생명의 핵심인 유전자는 정보의 저장고이며, 생명체가 신진대사 metabolism 를 하고 '항상성' homeosis 을 유지하는 기제는 정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생명체는 다양한 feedback loop 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이러한 기제의 핵심은 정보 통제이다. 유전자의 일부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후형형질 발현 epigenesis 이나, 유전자의 작동과정 전체를 통제하는 장치 역시 정보 관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생명체는, 그를 구성하는 개별 세포나 기관 단위가 아니라, 유기체 전체를 단위로 하여, 생존과 후손 번식이라는 '목적' purpose 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는 화학 기계 chemical machine 인 유기체는 정보를 관리하면서 조정하고 작동한다.

이제 생물학은 생명체의 기본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혀내었다. 생명체도 다른 무기물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의 법칙에 따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생명의 물리학적 physics 인 근거를 확인한 것이다. 생명에 대한 이러한 깊은 지식은 생명체를 인간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종자를 개량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지만, 잘 관리한다면, 식량 생산, 온난화 등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의 전문 지식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썼다. 전문 학자가 처음 쓴 교양서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다. 저자가 관련 주제에 대해 철저하게 알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곳곳에서 저자 본인의 연구 경험을 적절히 섞고, 이해를 돕는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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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4. 1. 11:46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2011.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8.0. 395쪽.

저자는 협상 전문가이며, 이 책은 다양한 맥락에서 상대와 협상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세상은 비합리적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상대와 협상을 할 때, 합리적으로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여 설득하는 전략이나, 상대를 일방적으로 제압하는 전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협상관련 저술들이 대부분 합리적인 이해관계나 힘의 균형에만 촛점을 맞추어 협상전략과 협상 과정을 설명한 것은,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과는 거리가 멀다. 

협상에 임하는 상대의 감정을 잘 살피고,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상대가 현재 처한 상황은 어떤지, 등 인간으로서의 상대방에 집중하여 대응하는 전략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협상의 대상에 대한 사실적인 것이 협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미치며, 반면 상대의 인간적인 특성, 상대와의 관계, 상대와 상호작용을 통해 협상을 이끌어가는 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차지한다. 협상의 핵심은 협상 당사자들 간의 인간관계이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 즉 사람이라는 점을 저자는 누누이 강조한다.

협상을 할 때에는 협상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그 목적에 집중하여 모든 행동을 조정해야 한다. 상대의 감정에 플러스를 가져올 요소들, -감정적 지불 emotional payment- 을 제공함으로서, 협상 상대의 감정을 호의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같은 문제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함으로, 상대가 현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대가 현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와 내가 중요시하고 얻으려고 하는 요소가 다를 수 있다. 상대가 중요시하는 부분을 내주고 대신 내가 중요시하는 부분을 얻는 교환을 생각할 수 있다. 협상에 임하면서 상대가 감정적으로 흥분한다고 해도, 내가 침착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함께 감정적으로 흥분하면 협상에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협상에서 목표를 향해 나가가는 과정은 점진적이어야 한다. 한 걸음에 큰 제안을 하고 끝장을 보려 하는 태도는 상대방의 저항에 봉착한다. 조금씩 조금씩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면서 나아가는 전략이 유효하다.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려는 태도는 반발을 사며, 설사 상대가 굴복한다고 해도, 그러한 결과는 높은 비용을 치루어야 하고, 협상의 결과가 오래 유효할 수 없다. 상대의 감정과 자존심을 존중하면서, 점진적으로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협상은 사람들간의 관계이므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 상대를 무시하는 말이나 굴복시키려고 하는 행위는 인간으로서 상대의 반발을 자극하므로 피해야 한다.

상대가 명시적으로 표방하는 기준 standards 을 협상에서 역으로 상대에게 이용하는 전략은 효과가 크다. 상대가 어떤 원칙을 표방하는데, 지금의 당면 문제가 그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서, 상대의 굴복을 받아낼 수 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표방하는 원칙을 스스로 준수하지 못하므로, 이점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결국 협상은 인간과 하는 것이므로, 그의 인간적인 면을 공략하라는 것이 요점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들간의 협상으로 풀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좀 지나치다. 예컨대 1980년대에 미국과 소련이 군축협상을 했고, 결국 공산권의 붕괴로 끝난 상황이, 레이건과 고르바쵸프간의 개인과 개인간의 협상의 결과라는 주장은 견강부회이다. 이익이 대립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를 당사자간의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공격하는 것은 양진영의 협상 당사자들 사이에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이 책은 수많은 예의 연속으로 채워져 있어 읽기에 지루하고 힘들었다. 이 책이 매스컴에서 왜 그렇게 유명세를 탔는지 의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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