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e Studwell. 2025. How Africa Works: Success and Failure on the World's Last Development Frontier. Atlantic Monthly Press. 334 pages.
저자는 경제분야의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발전의 가능성을 검토한다. 먼저 이 지역에서 지금까지 경제가 낙후한 원인을 분석한 후, 2000년대에 들어 이러한 장애 요인들이 개선된 상황을 서술한다. 다음으로 몇 개의 비교적 성공한 경제 발전 사례를 통해 아프리카 지역 전반의 경제발전 전략을 제시한다. 현재 매우 가난한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지역이 앞으로 동아시아와 유사한 경제발전의 길을 걸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 대부분의 나라들은 1950~60년대에 유럽의 식민지로부터 독립한다. 이후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그 나라들은 극빈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매우 낙후된 채 머물렀다. 이 지역이 발전하지 못한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인구밀도가 매우 낮아,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 기본적인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1950년에 아프리카 대륙의 인구 밀도는 1500년의 유럽의 인구밀도와 유사하다. 인구가 어느 정도 규모에 이르지 못하면 생산과 소비가 낮은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다. 둘째, 인적 자본이 거의 축적되지 않았다. 아프리카 대륙을 통틀어 근대적 교육을 받은 사람이 드물며, 문자해독율이나 수리능력이 매우 낮아 생산적 노동력으로 활용하기 어려웠다. 셋째, 국가 체계가 매우 부실했다. 무수히 많은 작은 민족 집단으로 쪼개져 있어서 사회 응집력이 매우 약하며, 중앙정부의 행정력은 미미했다. 넷째, 사람이 살기에 불리한 기후 조건이고 다양한 질병이 창궐하여 사망율이 높기 때문에 인적 자본의 축적이 어렵다. 또한 토양이 척박하여 농업 생산성이 낮다.
2000년대에 들어 이러한 장애 요인이 많이 개선되었다.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여 인구 규모 및 밀도가 일부 지역에서 현재 유럽의 수준에 근접하며, 젊은이가 많고 노인층이 적어 경제발전에 유리한 인구구조 population dividend 를 갖게 되었다. 인구 100만 이상의 대도시가 여럿 형성되었으며, 대도시를 중심으로 소비 능력을 갖춘 중산층이 상당한 규모로 존재한다. 초중고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문맹율이 크게 줄어들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행정력이 높은 국가가 출현했으며, 상이한 민족간의 이해와 갈등을 조율하는 능력도 커졌다. 서구의 의료 기술이 빠르게 보급되어 영아사망율이 낮아지고 평균 수명이 크게 높아졌다.
지금까지 경제발전에 어느 정도 성공한 사례들로서, 보츠와나, 모리셔스, 에디오피아, 르완다의 네나라를 집중적으로 검토한다. 보츠와나는 서구의 교육을 받은 유능한 경제관료의 주도로 다이아몬드 광산에서 나오는 수익을 잘 활용하여 경제성장에 성공했다. 모리셔스는 유능한 경제관료의 주도로 설탕 산업에 치중되었던 대토지 소유 자본가들을 섬유산업 중심의 제조업 자본가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였다. 에디오피아는 정부가 소농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여 농업 생산성을 높여 농촌 빈곤을 줄이는데 성공하였다. 르완다는 강력한 독재 지도자의 주도로 수출 중심의 제조업을 육성하고 금융을 자유화하여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였다.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가 경제발전에 성공하려면 다음 몇가지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이 지역에서 농업이 생산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실에서, 농업생산성을 높이는 노력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농업 생산성이 높아져야만 농산물 이외의 것에 대한 구매력이 높아지고 제조업이 성장할 기반이 마련된다. 대규모 농장의 생산성은 낮은 반면, 소농의 생산성은 높다. 토지의 분배가 매우 불평등한 현실에서, 다양한 방식의 토지 개혁을 통해 소농들에게 농토가 더 많이 돌아가도록 하면 농업 생산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소농들에게, 비료, 농약, 씨앗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생산성 향상 효과가 클 것이다.
둘째, 제조업을 성장시켜야 한다. 농업은 생산성 향상이 더디고 한계에 부딛치나, 제조업은 생산성 향상이 빠르고, 사람들이 제조업 노동을 통해 기술수준을 높이면서 더 높은 부가가치 생산으로 옮아가는 선순환을 만들게 된다. 개방된 자유시장경제 속에서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제조업을 키우기는 어렵다. 유럽, 미국, 동아시아의 경제성장 과정을 보면, 국가가 주도하고 보호된 시장 속에서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과정을 거쳤다. 아프리카에서 지금까지 어느 정도 경제가 발전한 사례를 보면, 아프리카라고 해서 특별히 다른 성장 공식이 있을 수 없음을 확인한다. 아프리카에서도 국가가 주도하여 수입대체는 물론이고 수출주도형 제조업을 키우는 것만이 유일한 경제발전의 길이다.
셋째, 다양한 민족으로 분열된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를 통합하려면, 경제성장을 목표로 뭉치게 해야 한다. 경제발전의 성과에 따라 권력이 책임을 지도록 하면, 다양한 민족이 한 국가의 체계 내에 들어와서 타협할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전통이 없는 토양에서, 형식적으로 민주주의 제도를 실행한다면, 각 민족 집단이 각각의 이익에 따라 권력을 분점하고 분열하는 경향을 피할 수없다. 강력한 권위주의 지도자의 지도력이 어느 정도 경제가 발전할 때까지는 필요한 것 같다.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서구의 편견이다. 아프리카에서 수많은 작은 민족들 사이에 계속 다툼을 벌이고 정치적 혼란이 빈번한 것은, 유럽에서 국가가 형성되던 시기인 16~17세기의 상황과 다르지 않다. 아프리카 지역은 식민지에서 독립한지 반세기 밖에 지나지 않았고, 그때부터 국가 형성 단계에 들어선 나라가 많으므로 갈등이 빈번한 것은 당연하다. 집단간 갈등을 거치면서 국가의 통합이 점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에 부패가 심하다고 하지만, 서구에서도 근대에 이르기까지 관료의 부패가 그 못지 않게 심했다.
저자는 아프리카의 상황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서술한다. 그러나 민족 집단간의 갈등, 정치와 관료의 무능과 부패에 대해서는 언급하기를 꺼린다. 국민을 대표하지 않고 권위주의적인 권력자라도 경제발전이라는 성과를 내면, 민족 집단 사이에 내재한 갈등을 봉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설사 갈등이 지속되더라도 경제발전의 열차는 일단 궤도에 오르면, 어느 집단이 권력을 잡던 계속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맥락에서 이디오피아와 르완다의 미래를 조심스럽게 낙관한다. 아프리카에서 어느 정도 경제발전에 성공한 국가가 출현하면, 다른 나라들이 그 뒤를 따를 것으로 예상한다. 아프리카는 지역이 넓고 국가에 따라 매우 다양한 양상을 보이지만, 대체로 동아시아와 비슷한 전략을 구사해야만 발전에 성공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일부 공감하지만, 아프리카의 정치 상황을 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발전하리라고 낙관적으로 전망을 하기는 조심스럽다. 이디오피아와 르완다의 현 상황이 아프리카의 가까운 미래를 대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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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아키라 (서수지 옮김). 2011. 잔혹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단 한가지 방법. 도어즈. 275쪽.
저자는 작가이며, 이 책은 능력이 유전에 의해 결정되는 냉엄한 생존 현실에서, 어떻게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이라도 성공 혹은 행복을 추구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답한다. 저자가 제시한 답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열심히 하여 니치 마켓에서 남들의 인정을 받고 행복을 얻는다'이다.
지능의 70%는 유전으로 정해지기 때문에, 학업 경쟁 사회에서는 '해도 안되는' 사람이 적지 않다. 노력하면 누구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기개발서의 주장은 근본부터 틀렸다. 능력은 의지와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다. 인종,성, 지역, 등 태생적인 특질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관행은 정의롭지 않은 차별이지만, 능력 또한 태생적으로 정해진 것이라면, 능력에 따라 다르게 대우하는 능력주의 또한 도덕적으로 타당하지 않다.
사람은 돈보다는 남으로부터의 평판에 의해 성공과 행복이 결정되는 동물이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남의 인정을 받지 못하면 성공했다고 보지 않으며 행복하지 않은 반면, 돈은 많지 않지만 주변 사람으로부터 인정과 좋은 평판을 얻으면 행복하게 느낀다.
정보통신혁명 덕분에 정보의 교류 비용은 무시할만큼 낮아졌다. 그결과 과거에는 사회 전체적으로 소수의 사람들만이 인정과 좋은 평판을 얻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자신과 관심을 공유하는 작은 집단(니치 마켓, 롱테일)으로부터 인정과 좋은 평판을 얻는 것이 가능해졌다. 따라서 사회 전체의 인정을 받을만큼 큰 재능은 없으며 크게 성공하지는 않았더라도, 자신과 관심이 유사한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만 있다면 행복을 느끼며 살 수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자신과 관심을 공유하는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것만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유일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길이다.
저자의 주장은 그럴 듯하기는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사회의 성공 규범으로부터 독립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그걸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특별히 좋아하는 것이 없고, 설사 그것을 찾아서 한다고 하여도 그것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 상대적으로 잘 할만큼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예컨대 공부를 하는 것은 싫지만,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게임을 하는 다른 사람들보다 잘하여 그 집단에서 인정받고 행복해 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남들이 다하는 공부를 그저그렇게 하고, 학교를 졸업하여 남들이 다하는 일을 그저그렇게 하면서 별볼일 없이 힘들게 사는 것이 보통 사람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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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치바나 아키라 (박선영 옮김). 2017. 말해서는 안되는 너무 잔혹한 진실. 레드스톤. 244쪽.
저자는 논픽션 작가이며, 이 책은 인간의 존재를 진화의 결과로 볼 때, 사람들의 상식이나 규범과 어긋나는 것들을 기존 연구를 인용하여 설명한다.
진화론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물론 행동, 사고방식, 감정 까지 모두 진화의 결과물이다. 지능, 성격, 감정, 취향, 등이 유전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면, 개개인의 사회적 지위 획득과 일탈 행위를 각 개인에게 책임지우는 사회의 관행에는 문제가 있다. 지능의 많은 부분이 부모로부터 유전되고, 지능이 높을수록 학업성취도가 높고, 학업성취도가 높을수록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진다면, 사회경제적 지위 격차, 즉 사회불평등은 부모로부터 유전에 의해 좌우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개개인의 노력과 교육으로 사회경제적 지위를 획득하며,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지위를 뛰어 넘어 성공할 수 있다는 도덕과 상식은 근본부터 부정된다. 노력해도 소용없으며, 교육으로 개선할 수 있는 여지는 없다는 주장이다.
남자와 여자는 유전자를 후대에 잇는 전략에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이는 많은 남녀 차이의 근본적 원인이다. 이러한 진화적 사실은 남녀의 차이를 적극적으로 없애고자 하는 선진산업사회의 노력과 배치된다.
부모의 형질이 자녀에게 유전되지만, 부모의 양육 환경은 자녀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부모의 양육환경보다는 자녀의 동년배 환경이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는 동년배와 어울리는 것이 자녀의 생존에 중요했던 인류의 과거 생활환경 때문이다. 부모는 항시 자녀의 생존을 위해 최대로 지원을 한다. 자녀의 입장에서 볼 때, 부모의 말을 따르면서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보다, 동년배의 말을 따르면서 그들의 지지를 얻는 것이 자녀에게 더 유리한 생존전략이다. 부모의 양육환경이 자녀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자녀 양육을 매우 소중히 여기는 사회관행과 배치된다.
저자는 풍부한 독서를 바탕으로 하여, 인류 진화의 결과와 인류 사회규범 사이의 모순을 흥미롭게 지적한다. 인류의 진화는 개개인의 행복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남녀는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환경보다 유전이 결정하는 부분이 크다는 지적은,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다. 물론 이 책에서 언급한 극단적인 '진실'들이 후대 연구에서 일부 부정되기는 하겠지만, '인간 사회는 정의롭게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에 동의한다. 특별히 새로운 사실을 언급한 것은 없지만, 대체로 흥미롭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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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chael Shermer. 2011. The Believing Brain: From Ghosts and Gods to Politics and Conspiracies - How we construct beliefs and reinforce them as thruths. Times Books. 344 pages.
저자는 과학 분야의 작가이며 저널리스트이다. 이 책은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쉽게 믿는 이유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인간은 확실한 근거 없이도 쉽게 믿음을 형성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무엇을 쉽게 믿는 것이 그것을 좀처럼 믿지 않는 것보다 비용대비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진화를 통해 형성된 기질이다. 예컨대 원시인이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맹수의 흔적으로 착각하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패턴을 존재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오류 (Type I error)인데, 이는 그 반대의 경우, 즉 실재로 패턴이 존재함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잘못 인식하는 오류 (Type II error)와 비교했을 때, 비용대비 이익이 더 크다. 사람들은 미미한 것에서도 패턴(patternicity)을 찾는 성향이 있다.
사람들은 대상이 인간과 마찬가지로 의지를 가지고 행동하는 주체(agenticity)라고 믿는 경향이 있다. 대상에게 인간의 모습을 투영하여, 인간과 유사하게 생각하고 움직이는 존재로 형상화한다. 자연 세계 만물에 생명이 있다고 믿는 정령신앙 animism 이나, 외계인, 신, 천사, 악마, 사후세계, 등 사람들이 생각으로 만들어낸 대상은 대체로 인간과 다름이 없이 생각하고 움직인다.
대상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하고 힘든 상황이거나, 대상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쉽게 대상에 대한 믿음을 형성한다. 과학 지식이 부족하고, 물질적으로 결핍하고, 큰 난관에 봉착했거나 생존의 위기에 놓여 있을 때, 사람들은 쉽게 믿음을 형성한다. 현대보다 과거에, 부유한 사람보다 가난한 사람이, 지식인보다 교육을 덜 받은 사람이,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은 것을 믿고 믿음이 더 강하다.
사람들은 먼저 대상에 대한 믿음을 형성하고 나서, 그 믿음을 정당화하는 이유를 찾는다.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증거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자신의 믿음에 반하는 증거는 무시하거나 외곡하여 해석한다. 이는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은 물론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은 좀더 세련되게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하는 증거를 찾고 제시하는 차이를 보일뿐이다. 이러한 인식의 편향은 긍정편향 confirmation bias 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이 흔히 저지르는 인식 오류이다.
사람들은 먼저 합리적인 이유를 따져보고 나서 믿을지 말지 결정하지는 않는다. 이는 종교를 믿거나 정치적 이념을 믿거나 동일하다. 믿음을 가지게 되는 계기는 합리적인 이유와는 무관하다.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부모의 영향, 동년배의 영향, 깊은 인상을 준 사건, 등이 사람들이 믿음을 가지게 되는 계기이다.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면서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상대의 믿음을 중단하거나 바꿀 수는 없다.
대상/패턴을 얼마나 쉽게 믿는가는 사람들의 선천적인 성격 특성과 연관되어 있다. 권위, 전통, 질서 등을 선호하는 성격의 소유자는 보수주의conservativism 를 선호하며 대상/패턴을 쉽게 믿는다. 반면, 새로운 것과 변화를 선호하고, 불확실한 상황에 불편한 감정이 덜한 성격의 소유자는 리버럴리즘 liberalism 을 선호하며, 대상/패턴에 대해서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좀처럼 믿지 않는다. 후자의 성향은 과학적 탐구 방식과 유사하기 때문에, 학계에서는 후자의 성격, 즉 리버럴리즘 성향의 사람들이 압도하고 있다. 미국의 대학에서 보수주의 성향의 교수는 전체의 10분의 1도 안된다.
믿음의 진위를 판별하는 유일한 잣대는 경험적인 관찰에 근거한 과학적인 연구방법이다. 대상/패턴이 우연적으로 발생했다는 귀무가설 null hypothesis 를 부정할만한 충분한 경험적 증거가 제시될 때에만 대상/패턴이 참임을 잠정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과학의 인식 방식이다. 대상이 참임을 부정할 새로운 증거가 나타나는 순간 기존에 인정된 대상/패턴은 거짓으로 인식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했을 때, 외계인, 신, 천사, 악마, 사후세계, 등은 참이 아니다.
인간의 인식 행위는 오류/편향으로 잘못될 가능성이 크다. 심리학 실험으로 밝혀낸 인간의 인식 오류/편향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confirmation bias, hindsight bias, self-justification bias, attribution bias, sunk-cost bias, status quo bias, endowment effect, framing effects, anchoring bias, availability heuristic, representative bias, inattentional blindness bias, athority bias, bandwagon effect, Barnum effect, believability bias, clustering illusion, confabulation bias, consistancy bias, expectation bias, false-consensus effect, halo effect, herd bias, illusion of control, illusory correlation, in-group bias, just-world bias, negativity bias, normalicy bias, not-invented-here bias, primacy effect, projection bias, recency effect, resy restrospection bias, self-fulfilling prophecy, steretyping or generalization bias, train-ascription bias, bias blind spot.
이 책은 저자의 작가와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을 반영하여, 자신이 관심을 두고 간여한 모든 주제를을 망라하여 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흥미있지만 산만한 단점을 보인다. 논의 자체는 설득력이 있으며, 저자의 광범위한 독서를 잘 소화하여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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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yce Appleby. 2010. The Relentless Revopution: a History of Capitalism. Norton. 436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1600년경에서부터 2010년까지 자본주의의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자본주의는 물질적인 경제의 영역이기보다는 문화와 사고방식의 영역이라고 주장한다. 개인이 주체성 individual initiative 을 발휘하여 시장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개인의 주체성은 과거의 전통이나 권위를 따르던 것과 대비되며, 시장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 성공하려 하는 행동 방식은 물려받은 지위와 방법을 받아들이고 단순 반복하던 것과 대비된다. 개인이 주체적으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은 새로운 부를 창출함과 동시에, 기존의 질서와 방식을 파괴하기 때문에 혼란 creative disruption 을 가져왔다.
자본주의의 시작은 1600년대 영국에서 농업 생산력의 향상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새로운 방식의 윤작을 통해 농업 생산이 늘어나면서, 오래된 관행의 답습이 깨지게 되었다. 농업에서 풀려난 사람들이 도시로 이동하거나 혹은 가내 수공업에 종사하여 부를 창출하는 새로운 기회가 열렸다. 프랑스의 지주와 귀족들은 새로운 상공업의 기회를 막고 기득권에 집착하면서 농민의 수탈을 더 강화했던데 비해, 영국의 지주들은 새로운 상공업의 기회에 투자하고 상공업으로 돈을 번 사람을 지배 집단 안에 받아들이면서, 프랑스와 영국은 다른 길을 가게 되었다. 영국은 프랑스와 달리 장자상속제를 엄격히 지켰기 때문에, 지주와 귀족의 차남 이하 자녀들은 아버지의 지위와 재산을 물려받지 못하고 스스로 성공의 길을 개척해야 했던 것이 변화를 추구하는 데 용이한 사회문화적 환경을 형성하였다.
자본주의 이전의 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농업에 종사했으며, 절대 빈곤에 처한 사람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재해와 질병 등으로 삶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살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래 전해 내려온 관습과 다른 방식을 시도해보는 것은 생존이 걸린 매우 위험한 모험이므로 감행하기 어려웠으며, 주위에 이런 실험을 하려는 사람을 사회 위험 요인으로 억압하였다. 자본주의는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 개인이 주체적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시장 참여를 통해 기존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넘어서려는 노력을 핵심으로 하기 때문에, 농업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농업 생산성이 높아져 어느 정도 생존 위협이 감소해야만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농업 생산성의 향상에서부터 시작됬고,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에서도 토지 개혁을 통해 부재 지주로부터 경작자에게로 토지 소유가 이전되면서 농업 생산성이 향상된 것이 이후 본격적인 산업화로 이끈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19세기 후반 독일과 미국은 선발산업국인 영국을 추월하는데, 두 나라는 다른 경로로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미국은 풍부한 자원과 엄청난 이민자를 배경으로 영국의 기술과 제도를 모방하여 자본주의를 발전시켰다. 독일은 백개 이상의 작은 정치체로 분열되어 있던 독일 민족을 하나의 민족국가로 묶는 과정에서, 국가가 주도한 산업정책, 과학기술교육, 근면하고 규율 잡힌 국민성 덕분에 기술 강국으로 올라섰다.
서구는 자본주의 체제를 통한 산업화에 성공하면서, 19세기 후반 서구 이외의 전세계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체제와 인종주의를 확고히 했다. 한편, 서구의 자본주의 체제를 받아들여 후발 산업화에 성공한 유일한 비서구 국가인 일본은, 서구의 인종주의에 대항하여 아시아를 묶는 역할을 자처하면서 한때 아시아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다. 아시아 사람을 자신들을 위한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면서 반발을 샀지만. 일본과, 아시아의 신흥 개발국, 및 최근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 자본주의 발전과정은, 영국과 미국에서 비롯된 자유 시장경제 모델이외에 다양한 길이 있다.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는 정치가와 자본가가 밀접하게 결합된 행태를 보인다. 미국에서 정치를 하려면 많은 돈이 필요하고, 자본가는 정부의 규제와 지원에 영향을 행사해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둘간에는 밀접한 공생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모두에게 건강하지 않은 환경이다.
중앙에서 모든 것을 계획하고 통제하는 공산주의는 비효율 때문에 결국 자본주의에 무릎을 꿇었다. 한편, 자본주의에 내재한 창조적 파괴 장치는 주기적으로 혼란을 가져왔다. 1930년대의 대공황이외에도 2008년의 금융위기까지 수많은 혼란이 있었다. 케인즈의 정부개입 이론을 자본주의 체제에 적용한 덕분에 1030년대 대공황이후 최근 금융위기 전까지 큰 혼란이 없었지만, 자본주의가 지속되는 한 앞으로 크고 작은 혼란이 때때로 찾아올 것이다. 현재까지 세계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아니고 국민이 잘살게 된 나라는 없으며,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세계에서 절대 빈곤 인구가 세계인의 6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이다. 자본주의의 또다른 부작용인 불평등은 지난 수십년 동안 계속 확대되고 있다.
이 책은 일반인을 위해 자본주의의 역사를 균형잡힌 시각에서 썼다.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자본주의 체제는 끊임없는 변화와 혼란을 가져온다는 저자의 지적이 흥미롭다. 특별히 논쟁점이나 새로운 내용은 없으며, 자본주의 발전과정의 전체의 모습을 조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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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ry Gerstle. 2022. The Rise and Fall of the Neoliberal Order. Oxford University Press. 293 pages.
저자는 미국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에서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체제가 흥했다, 21세기에 들어 후퇴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자유주의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래 서구사회를 지배한 세계관이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중시하고, 자유, 평등, 행복 등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며, 시장에 의한 자원분배를 국가에 의한 계획과 조정보다 중시한다. 서구사회는 19세기 산업혁명을 등에 업고 자본주의가 크게 발달하였으며, 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19세기말에 들어 자본주의 체제의 폐해인 자본 집중, 심한 경제부침, 노동 착취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유럽은 정부의 조정 기능이 부가된 수정자본주의 및 복지국가 체제로,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과 전제주의 체제로 이행한다. 미국에서는 1929년 대공황이 발발하면서 수정자본주의와 복지국가 체제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뉴딜 정책을 전개한다. 뉴딜 정책은 제2차 대전 이후에도 이어져 1950~60년대의 엄청난 경제 부흥과 복지제도의 확대를 낳았다.
미국의 경제는 1970년대 들어 어려워진다. 유럽과 일본의 산업경쟁력이 회복되면서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깍아내고, 베트남 전쟁의 엄청난 비용, 중동의 자원민족주의와 석유 파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는다. 1930년대 이래 오랫 동안 지속된 민주당 정권은 1980년 레이건의 등장과 함께 공화당 정권으로 이전한다. 레이건은 과거 자유주의의 이념을 다시 부활시키는 정책을 실시하는데, 이를 신자유주의라고 지칭한다. 정부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금을 줄여 정부 규모를 줄이며, 시장에게 전적으로 자원분배를 맡기는 정책을 실시한다. 한편, 1980년대 이래 정보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국가간 상품, 사람, 정보의 교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생산공급망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세계화의 시대를 맞는다. 1990년 공산주의의 몰락은 세계화의 추세를 가속화시킨다.
1917년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 이래 서구의 자본주의 세계는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자본과 노동이 타협하여 노동자의 복리를 어느 정도 고려하도록 국가가 조정하고 관리하였다. 그러나 1990년에 공산주의가 몰락한 후, 더이상 공산주의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게 되면서, 자본가와 엘리트들은 자신의 이익추구에 최선을 다할뿐, 노동자의 반발을 신경쓰고 그들과 타협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소득 불평등은 커지고, 소수의 자본가와 엘리트에게 부가 집중되는 경향이 심해졌다. 선진산업국의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최대 피해자이다. 그들은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유색인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들어오면서 임금이 정체하고, 생계가 불안정하고 힘들어졌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에 조직적으로 반발할 역량은 없지만, 산발적으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도날드 트럼프는 이렇게 어려움에 빠진 백인 노동자들의 열망을 등에 업고 나타난 이단아이다. 그는, 자본가의 배경이지만, 엘리트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자유주의를 거부하고,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며, 세계화에 반대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자유주의 세계관과 정치경제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 트럼프는 기존 질서의 파괴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미국의 근래 정치경제의 전개를 서술하는 데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20세기 후반의 역사는, 19세기 산업혁명이래 선진산업국의 세계 지배가 후퇴하고, 서구 이외의 세계로 서구의 세계관과 기술이 확대된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특정 국가의 정치경제의 전개를 전세계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전망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신자유주의가 국내의 반발에 부딛쳐 일시적으로 후퇴한다고 하여,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후퇴한다고 볼 수 있을까?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가치와 전세계적 생산망의 확대 추세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미국이 세계를 대표하던 시대는 점차 지나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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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zra Klein and Derek Thompson. 2025. Abundance. Avid Reader Press. 22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들이며, 이 책은 미국의 리버럴리즘이 당면한 딜레마, 즉 개인의 자유와 환경을 존중하는 제도들이 집단의 복리를 향상시키는 사업의 이행을 방해한 결과, 미국에서 새로운 주택과 기간산업의 건설이 어렵고 사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현상에 대해 논의한다.
캘리포니아에서 LA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고속철도를 놓으려는 노력이 여러해 동안 추진되었으나, 현재는 거의 좌절 상태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고속철을 놓기 위해 계획에서 준공까지 수 년이면 족하다. 미국에서 고속철을 건설하기 어려운 이유는, 철도가 지나가는 구간에 관계된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정해야 하며, 수많은 관련 규제와 감독기관의 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이런 수없이 많은 조정과 절차를 밟다보면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지고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그와 함께 주민과 정치가의 지지가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도시는 주택 가격이 매우 높으며, 이러한 비싼 주택에서 살 능력이 안되는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로 전락한다. 이는 특히 민주당이 집권한 주의 대도시에서 두드러진다. 주택가격이 높은 이유는 주택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는 신규 주택을 짓도록 허가받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만 지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집단 주택을 짓는 것을 금하고, 주민 자치 공동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환경 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등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규제와 절차는 신규 주택의 공급을 어렵게 한다.
20세기 들어 미국 정치를 지배한 리버럴리즘 liberalism 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시켰다. 특히 1966~70년대의 민권운동, 환경운동, 기타 다양한 사회운동들은 이러한 제도를 강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플뿌리 민주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주민의 조직과 자치 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행사를 제한하는 다양한 규제와 절차가 만들어졌다. 그 하나 하나의 규제와 절차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으며,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이제 미국에서 무엇을 건설하려고 하면 거쳐야 할 공청회, 규제, 평가, 절차가 너무도 복잡하고 많아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리버럴리즘 이념을 옹호하는 민주당 집권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것이 근래에 많은 미국인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이다.
1960~70년대의 환경운동은, 기본적으로 서구의 성장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반성장 주의 anti-growth 이념을 깊이 뿌리 내렸다. 반성장주의란, 경제성장과 풍요는 자연파괴, 오염, 인구폭증, 자연고갈, 동식물의 멸종, 등등을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지구과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1970년대에 우려한 이러한 성장의 문제점은, 이후 기술발전으로 많은 부분 해결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인류는 기후변화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 경제 성장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에너지와 같은 기술발전으로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여겨진다.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존에 있는 것을 어떻게 나눌지를 둘러싸고 사람들간에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성장이 이루어지면, 사람들이 서로의 몫을 나누는데 관대해진다.
경제성장은 단순히 경제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경제 성장과 풍요를 높이는 쪽으로 사회의 힘을 모으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미국 사회와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과 풍요에 맞추어야 한다. 개인의 이익과 권리를 지나치게 보호하며, 기존의 환경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복잡한 규제와 절차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한 과거의 제도와 규제는 1970년대의 상황에서는 적절한 것이었으나,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권리와 환경에 해악을 가져오는 것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절차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정당으로부터, 대중이 필요로 하는 사업의 완수와 효율을 중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책은 현재 미국이 당면한 상황을 적절히 진단한다. 책이 나온지 얼마 안되지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힘있는 개인의 권리를 정부가 어떻게 제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미국 대도시에서 신규주택이 공급되기 어려운 이유는, 기존에 집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주택이 많이 지어져서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신규 주택 건설을 조직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의식의 전환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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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onio Damasio. 1994. Decartes' Error: Emotion, Reason, and the Human Brain. Penguin Book. 267 pages.
저자는 뇌과학자이며, 이 책은 이성과 감정은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함께 하면서 사고 작용을 수행한다는 점을 설명한다. 다양한 임상 사례와 뇌과학 실험 결과 및, 뇌과학의 전문 지식을 동원하여 서술한다.
사고 혹은 질병으로 인해 두뇌의 전두엽의 일부를 잃은 환자를 관찰한 결과, 그들의 기억, 추리, 산술 등의 지적인 활동에는 문제가 없으나,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다양한 선택지에 대해 예상되는 결과를 추리하지 못하고, 일시적인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일관되게 행동하지 못하고, 목적에 따라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윤리 감각이 없고, 상식적으로 마땅히 느껴야할 감정을 느끼지 못하였다. 이는 우리 두뇌에서 감정을 처리하는 부분에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감정' emorion 이란 우리의 몸의 각 분문에서 그것의 상태에 관해 두뇌로 보내는 정보, 과거의 경험과 기억으로부터 끌어올려진 이미지, 등이 종합되어 산출된 결과물이다.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 것은 긍정적인 감정으로, 우리의 생존에 위협이 되는 것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감정은 우리의 사고 작용을 효율적으로 만들며, 의사결정에 큰 도움을 준다. 감정이 동반되지 않은 순수한 사고작용 cold-blooded thinking 이란, 특정 상황이나 특정 대상에 대해 무수히 가능한 선택지 각각에 대해 손익 계산을 해서, 이익이 손해를 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일텐데, 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의 두뇌 작용을 의미한다. 미래의 상황에는 불확실한 요소가 많기 때문에, 이렇게 냉정하게 손익을 따져본다면 사실상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 감정이 배제된 냉정한 사고이란 현실적이거나 실용적이지 않다. 반면, 사고 작용에 감정이 수반될 때, 고려할만 한 선택지가 크게 줄며, 많은 경우 복잡하게 손익계산을 하지 않고, 감정이 지시하는 대로 행동한다. 즉, 감정은 사고 작용을 효율적으로 만든다. 또한 감정은 '욕구' drive 를 제공함으로서, 사고 작용 자체를 시작하게 만든다.
인간의 감정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누어 진다. 하나는, '일차적 감정' primary emotion 으로, 순간 순간의 환경과 몸 내부의 변화에 대한 정보의 종합물이다. 다른 하나는 '이차적 감정' secondary emotion 으로, 특정 상황이나 대상에 대해 과거 자신의 경험이나, 사회화와 문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습득된 정보의 종합물이다. 우리는 특정 상황이나 대상을 경험하면서, 그것이 우리의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 혹은 위해가 되는지를 평가하여, 감정으로 기억에 저장하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이러한 감정을 떠올려서 행동한다. 앞에 언급한 전두엽의 일부를 상실한 환자는, 이러한 감정들과 기타 정보들을 종합하여 사고 작용을 수행하는 부분이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 환자들도 일차적 감정은 경험할 수 있지만, 이를 이차적 감정 등과 종합하는 데 문제가 발생하였기 때문에 제대로 사고를 하지 못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자신의 몸의 생존을 우선적으로 추구한다. 감정은 몸의 상태를 대변하는 것으로서, 생존에 도움을 주는 기제로서 진화하였다. 우리의 사고 작용에서 몸의 상태에 대한 고려는 가장 우선적인 것이며, 감정이 바로 이러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지적인 사고 역시, 결국에는 개체의 생존에 도움이 되도록 하는 데 있으므로, 감정이 지적인 사고를 포함한 사고 작용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데까르트로 대표되는 서구의 철학적 전통이, 이성을 감정과 분리시켜 우위에 놓고, 두뇌 작용을 몸의 작용과 분리시켜서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마음과 몸, 이성과 감정은, 각각 별도의 것으로 파악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이 지적인 활동에 핵심적인 부분이라는 명제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여, 이후 그의 주장이 학계의 정설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의 주장은 매우 흥미로우나, 그의 글쓰는 스타일은 고칠점이 많다. 글이 산만하고 반복이 많으며 필요없이 둘러말하거나 요점에서 벗어나곤 한다. 이 책을 끝까지 잃는데는 정말 많은 인내력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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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다 유지. 2024. 최고의 노후. 루미너스. 290쪽.
저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노년내과 의사며, 이 책은 연구와 임상 경험을 배경으로 건강하게 노후를 사는 방법을 조언한다.연령이 증가할수록 개인 차가 커진다. 어떻게 자신을 관리하는가에 따라 같은 연령의 노인도 삶의 질의 편차가 크다. 노후의 차이를 만드는 5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설명한다; 몸(신체기능), 마음(인지 기능과 정신상태), 약(다약제 복용), 예방(다양한 질환), 삶의 의미(인생의 우선순위)가 그것이다. 많은 임상경험과 통계를 바탕으로 현실적이며 균형잡힌 설명을 한다. 노화는 왜, 어떻게 다가오고, 노인으로 생활한다는 것은 어떤 경험인지, 노화의 제약에 대해 어떻게 대비하고 대처해야 할지, 등의 주제에 대해 논의한다. 특별히 새로운 이야기는 없지만, 저자의 경험과 지혜가 잘 배어있다. 일본어본을 번역한 것이므로 술술 쉽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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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eb Averett. 2023. A Myriad of Tongues: How Languages Reveal Differences in How We Think. Harvard University Press. 268 pages.
저자는 세계의 오지에 사는 서구문명을 접하지 않은 사람들의 언어 활동을 연구하는 언어 인류학자이다. 이 책은, 언어학계의 대표적 주장인 세계 언어의 보편 법칙성에 반발하여, 세계 언어의 다양성을 강조하며, 다양성의 원천은 그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나 자연 환경의 차이 등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서구의 언어학은 주로 서구의 언어를 연구하여 발견한 것을 보편 법칙으로 주장하는데, 서구문명을 접하지 않은 세계의 다양한 언어들은 서구 사람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말하며, 그들의 다른 말하는 방식은 그들의 다른 생각하는 방식을 반영한다. 이는 시간, 공간, 색채, 냄세, 가족관계, 등의 분야에서 말하는 차이에 반영된다. 예컨대 서구의 사람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방향을 인식하고 말로 표현함에 비해, 어떤 부족 사람은 지구의 방위, 혹은 주위 지형을 중심으로 방향을 인식하고 말한다. 즉 서구에서는 좌우앞뒤, 등으로 인식하고 말함에 비해, 그 사람들은 동쪽 서쪽, 고개 위쪽으로 고개 아래쪽으로, 등으로 인식하고 말한다. 서구 사람들은 과거, 현재, 미래라는 뚜렷이 구분된 세 가지의 시간 범주가 있음에 비해, 어떤 부족 사람들은 두 개의 시간 범주만 있다. 서구에서 근래로 오면서 사람들이 인식하는 색채의 종류가 많아지는 반면, 전통 부족 사람들이 별도의 단어로 구분하는 색채의 종류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문화에서는 파랑색과 녹색을 구분하지 않는다. 서구에서는 가족 관계에서 연령 고하를 크게 따지지 않음에 비해, 많은 다른 언어에서는 연령이 위인지 아래인지를 구분하여 별도의 단어로 표현한다.
언어는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이고 유용한 방향으로 발달한다. 지역에 따라 삶의 방식이나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단어를 많이 쓰고, 어떻게 대상을 범주화하는가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예컨대 더운 지방에서는 눈과 얼음을 구분하지 않는 반면, 추운 지방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눈을 구분하는 단어가 있다.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는 발음하기 쉽고 짧다. 자주 쓰는 표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법의 일부로 포섭된다. 예컨대 일부 부족에서는 영어의 'I think that ...' 혹은 'I want to ...' 의 표현들이 문법 요소의 일부이거나 접두어 혹은 접미어로 축약되었다. 언어는 화자의 자연환경의 영향을 받는다. 건조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언어는 상대적으로 덜 복잡한 발음을 선호한다. 성대가 건조하면 복잡한 발음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언어에서는 f, v 발음을 많이 사용하는 반면,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이런 발음을 선호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농업을 하는 사람들은 부드러운 음식을 먹으면서 윗잇빨이 앞으로 튀어나오게 되며, 따라서 윗잇빨과 아랫 입술이 부딛치는 발음이 자연스러운 반면, 유목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질긴 음식을 먹기위하여 윗잇빨과 아랫니가 정확히 교합되어 있기 때문에, 윗잇빨과 아랫입술이 부딛치는 발음은 부자연스럽다. 그의 주장을 따르자면, 한국인은 유목민을 조상으로 할 가능성이 크다.
단어와 문법을 별도의 것으로 구분하는 언어학의 전통은 실제 언어 생활과 맞지 않는다. 사람들은 응용의 범위가 다양한 정도의 여러 구문들을 습득하여, 이를 활용하는 과정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고 구사한다. 어떤 구문은 특정적이기 때문에 다른 맥락에는 쓸 수 없으나, 다른 구문은 일부 단어만 대체하면 다른 맥락에서 쓸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구문을 외우고 그것을 다른 맥락에서 다른 단어를 대입해 적용해 보는 과정을 통해 언어를 습득하고 구사한다. 저자는 이를 Constructionism 이라고 칭하는데, 이는 별도의 보편 문법이 있다는 노엄 촘스키의 이론에 반대되는 견해이다.
특정 소리와 의미의 관계는 임의적 random 이라는 것이 언어학의 주장인데, 저자는 소리와 의미가 연관되는 사례들이 많으며, 이러한 것들은 언어의 핵심 요소라고 주장한다. 예컨대 'm 소리'와 '코'가 연관된 것을 많은 언어에서 공통적으로 확인한다. 사람들은 소리의 특성으로부터 그것의 의미를 추측해낼 수 있다.
저자는 서구 편향적인 기존 언어학에서 벗어나, 세계 언어 및 그와 연관된 생각하는 방식의 다양성에 눈떠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한다.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많은 예를 제시하는데, 그가 제시하는 예로 언어의 보편적 성질을 반박하기에 충분한 것 같지는 않다. 그는 곳곳에서 소위 'Spir-Worf 가설', 즉 언어가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결정한다는 명제는, 전적으로 맞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라고 한다. 언어는 은근히 미묘한 방식으로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특정 언어에 색채 구분이 있으면, 구분 범주를 따라 색채를 분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식이다. 인류학자의 책이 그렇듯, 서구와는 다른 다양한 부족의 다양한 사례를 접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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