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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2. 29. 12:35

Jordan Ellenberg. 2014. How not to be wrong: the power of mathmatical thinking. Penguin books. 437 pages.

저자는 수학자이며, 이 책은 세상사를 이해하는 데 수학적 사고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다양한 예를 통해 입증한다.

사람들은 세상을 선형적인 관계로 인식하는 데 익숙하다. 즉  가 증가 혹은 감소하면 B가 비례적으로 증가 혹은 감소한다는 식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선형적이지 않은 관계가 적지 않다. 예컨대 세율과 세수의 관계는 곡선의 관계이다. 국지적으로 보면 선형관계이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곡선의 관계인 경우도 있다.  집합적으로는 선형관계이지만, 그 집합의 부분 범주에 한정하면, 선형관계가 아닌 경우도 있다. 상관도는 선형 관계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여러 변수들 간의 관계가 복잡할 경우, A와 B가 선형 관계이고, B와 C가 선형관계이나, A와 C가 관계가 없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는 우리의 상식에 맞지 않지만, 의학 분야에서는 자주 발생한다.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확률의 사건이라도, 언젠가 어디에서 누구에겐가는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매우 드물게 일어난 사건으로부터 그러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추론하는 것은 오류이다. 통계 추정(inference)의 원리는 다음과 같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사건을 귀무가설(null hypothesis)로 설정하고, 현실에서 그 귀무가설과 반대되는 사건, 즉 대립 가설(alternative hypothesis)을 접하게 될 때, 그 귀무가설을 기각하고 대립 가설을 채택한다. 이때 이러한 판단이 오류일 가능성을 유의도(p-value)라 하는데, 유의도를 낮게 잡으면 잡을수록, 다시말하면 귀무가설이 옮음에도 이것을 기각하고 대립 가설을 채택할 가능성은 줄어든다. 문제는 매우 드물게 일어나는 확률의 사건이라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아무리 유의도를 낮게 잡더라도,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따라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작은 사건(예컨대 테러리스트)를 찾아내기 위해, 샘플 표집을 통해 통계적 추정을 하는 것은 효과적이지 않다.  

확율적인 사건에 대해 기대값을 계산하여 판단하는 것은 효과적이다. 문제는, 이론적 확율에 근사한 값을 얻으려면 많은 수의 사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예컨대 주사위를 던지면, 연달아 6이 여러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전 시도에서 6이 여러번 나왔다고 하여, 그 다음 시도에서 6이외 다른 숫자가 나올 확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에 따라, 시도를 많이 할 수록 이전에 한쪽으로 쏠렸던 결과가 점차 희석되어(diluted) 이론적 확률에 근접한다. 복권은 가격 대비 기대값이 적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복권의 설계를 잘 못하여 6년 동안이나 기대값이 복권 가격보다 높은 상황이 지속되었다. MIT 학생들은 이러한 상황을 파악하고 복권을 대량 매집하여 큰 돈을 벌었다.

평균에 회귀하는 (regression to the mean) 현상은 종종 나타난다. 예컨대 부모가 우수해도 그 자식들이 우수하지 않은 경우이다. 이는 사건이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에 우연적 요인이 추가될 때 나타난다. 지적인 능력을 결정하는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이 결합하여 지적인 능력을 만들어 내는데, 환경적인 요인에는 우연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세대가 지날수록 부모 세대의 예외적 특성은 점차 희석되어 전체의 평균으로 회귀한다. 같은 논리로, 예외적으로 우수한 기업도 시간이 지나면 평균적인 기업으로 변화한다. 사업의 성과는 우수한 기술이나 기업가 정신이라는 본원적인 요인과 운이 함께 하여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외적으로 우수한 실적의 펀드 역시 시간이 지나면 시장 평균 성적에 근접한다. 예외적인 실적을 기록한 다음 해에는 예외적이 아닌 실적을 기록할 가능성이 크다.

이 책에는 수학을 활용한 많은 사례들이 등장한다. 일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수치를 이용한 설명이 복잡하여 이해하지 못한 부분도 많았다. 수학적 논리를 설명하는 서술을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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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Levitin. 2006. This is your brain on music: the science of a human obsession. Plume. 267 pages.

저자는 뇌과학자이자 음악가이며, 이 책은 인간의 뇌가 음악을 수용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음악과 언어는 인간의 뇌에서 수용되는 방식이 흡사하다. 귀에서 보내오는 음악 신호는 뇌의 소리 중추에서 접수한 후, 뇌의 다양한 부위에서 음, 멜로디, 리듬, 박자, 등을 각각 별도로 처리하고 다시 종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과거에, 음악은 오른편 뇌에서 전적으로 처리된다고 알려졌으나, 근래의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뇌의 좌우 반구에 분포된 다양한 영역에서 처리된다. 인간은 음악을 인식하는 데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태어난지 몇달 안되는 아기도 음악을 구별할 수 있으며, 성인은 처음 몇 음만 들으면 바로 음악을 판별해낸다. 조를 바꾸고 음색을 바꾸고 박자를 바꾸어도 멜로디를 인식하는 능력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의 음악 규칙을 내면화하고 있다. 서구인은 서구의 음계와 화성을 내면화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규칙에 어긋나는 음이나 음의 전개을 들으면 바로 이상함을 감지한다. 좋은 곡은, 이러한 규칙을 교묘하게 우회하고 변형하여 긴장을 유발하지만, 그러면서도 청자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곡예를 한다. 음악의 청자는 예상에서 벗어난 상황에 흥미를 느끼고, 그러한 약간의 파격이 다시 예상으로 돌아오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전적으로 예상에 따라 움직이는 음악은 단조롭고 흥미를 유발하며, 반면 규칙으로부터 매우 크게 벗어나 예상을 할 수 없게 하는 음악 또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청소년기, 16~18세 때 듣던 음악을 평생 좋아한다. 인간의 음악에 대한 취향은 이때 고정된 이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는 이 청소년기에 우리의 두뇌 속 신경망이 완전히 틀을 잡기 때문이다. 음악 전문가는 일반인보다 음악을 이해하는 정도가 깊기는 하지만, 일반인 또한 음악을 듣는 부분에서는 전문가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놀라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음악 전문가는 체스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음악의 규칙과 패턴을 잘 꿰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작곡이나 연주를 능숙하게 하는 전문가가 되려면, 10,000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고, 이는 다른 분야에 전문가의 내공과 비슷한 분량이다. 이정도 훈련을 거쳐야만 인간의 뇌는 전문가 수준의 신경망을 형성하게 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인간 사회에 음악과 춤이 함께 하는 것으로 보아, 음악은 진화의 산물이다. 음악과 춤은 외부의 행동에서는 물론, 우리의 뇌 안에서도 함께 작동한다. 음악은 이성의 짝을 유혹하는 기술로서 진화하였으며, 공동체의 통합에 기여하는 도구로서도 진화하였다.

이책은 저자의 뇌과학 연구와 음악 활동을 잘 결합하여 서술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많은 예들이 대부분 미국의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이것에 익숙치 못한 독자에게는 덜 실감나게 여겨지는 한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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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vid Tuckett. 2011. Minding the Markets: An Emotional Finance View of Financial Instability. Palgrave Macmillan. 206 pages.

저자는 정신분석학자이며, 이 책은 펀드매니저들에 대한 심층 인터뷰 자료를 배경으로 금융 버블이 일어나는 기제를 설명한다.

금융자산은 기본적으로 미래의 가치가 불확실하다. 금융자산 이론에 따르면, 현재까지의 모든 정보와 지식은 현재의 가치에 반영되어 있다. 따라서 자산에 대한 과거의 지식을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융자산의 불확실한 미래 가치는 어떤 확율 함수에 의해서도 파악할 수 없다. 이러한 이론은 완전하게 작동하는 시장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실제 시장의 움직임에는 틈이 있으므로, 이 틈을 이용하여 시장 평균 수익율을 상회하는 이익을 실현하는 것이 펀드매니저의 목적이다.

펀드 매니져는 자신의 투자 행위를 뒷받침하는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예컨대, 기업의 펀더맨탈을 남보다 정확히 파악하여 펀더맨탈에 기초한 가치와 시장 가격 간의 차이를 이용하는 가치투자를 한다거나, 시장의 단기 출렁임에 흔들리지 않고 펀더맨탈에 기초한 장기 투자를 한다거나, 남들이 못보는 부분, 남들이 가지지 않은 정보를 이용하여 특정 기업의 진실한 가치를 파악하여 예외적인 투자를 한다는 등이다. 펀드 매니져와 금융회사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고객에게 제시하여 투자금을 끌어들이며,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는다. 

펀드 매니져는 자신이 선택한 기업에 대해 감정적인 애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제시하는 이야기에서 이러한 감정적인 애착을 읽을 수 있다. 자신이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엄청난 물건' fantastic object 를 포착했다거나, 주식이 자신의 기대와 달리 움직이면 '배반' betrayed 을 당했다고 느낀다. 금융 자산이란 기본적으로 미래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이러한 감정적 애착 없이 냉정하게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감정"이 그들의 행위를 이끄는 안내자이고 동력이다. 펀드 매니저는 자신이 투자한 자산의 상승과 하락을 항시 감시하고, 업계에서 수익에 따라 펀드매니저에 대한 등수를 매기는 것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다. 펀드 매니져는 엄청난 감정적 스트레스 속에서 매일을 살며, 이것이 그들의 일의 기본적인 속성이라고 받아들인다.

금융자산의 미래는 근본적으로 불확실하므로, 그들의 이야기가 투자 성공으로 뒷받침될 때도 있지만, 그못지 않게 투자 실패를 낳는 경우도 많다. 그들은 투자 결과에 따라 큰 감정적인 기복을 경험한다. 주식이 자신의 예상과 달리 움직일 때, 펀드 매니져는 자신이 제시한 이야기에 유리한 쪽으로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감정적으로 나누어진 상태' (divided state)로 자신을 방어한다. 즉 시장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투자한 주식에 유리한 방향으로 시장의 데이터를 일방적으로 해석하고, 펀드 매니저 본인 및 투자자에게 그렇게 설명한다. 손실이 지속되면 그들은 결국 직장을 잃기 때문에, 자신이 투자한 주식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감정적으로 반응한다. 장기투자를 추구한다고 하지만, 단기에라도 손실이 나면 투자자로부터 압력이 높아지기 때문에,  주가 하락에 대한 펀드 매니져의 감정적 개입과 자기 방어는 심할 수 밖에 없다. 

펀드 매니저가 선택한 주식의 가치가 상승하면 그가 만들어낸 이야기가 맞다고 확신하며, 반대로 가치가 하락할 때에도 그가 만들어 낸 이야기가 맞다고 믿고, 그 이야기로부터 하락한 이유를 도출하여 자신과 고객을 설득한다. 하락이 지속되어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에 오류가 있다고 인정하고, 그 주식을 손해를 보고 팔고 손 뗄 수 밖에 없다. 금융자산의 미래 가치는 예측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함에도, 펀드 매니저는 자신이 만들어 낸 이야기를 믿으며 그러한 이야기를 통해 미래의 불확실성을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한 믿음이 냉정한 현실과 부딛쳐 깨지면 배반당했다고 느끼고 좌절하는 등 엄청나게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인다. 이것이 바로 펀드 매니저로 오랫동안 일하는 사람이 드문 이유이다. 어느 펀드 매니져이든 자신이 만든 이야기에 대한 믿음 없이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객이 펀드매니져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단순히 손실을 입지 않는 수준을 넘어, 시장 평균 수익율을 상회하는 것이다. 다른 펀드매니져나 금융 회사보다 우월한 수익율을 기록하지않으면 고객은 떠난다. 펀드 매니져는 기업의 펀더맨털에 기초해 독립적으로 투자한다고 하지만, 다른 펀드 매니져들이 어떻게 하는지를 항시 염두에 두면서 그들과 보조를 맞추어야 한다. 다른 펀드 매니져들이 높은 수익을 올리는 기회를 자신만 놓친다면, 그 또한 부정적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혼자서만 동떨어지게 행위할 때 감당해야 할 위험이 크기 때문에, 펀드 매니져는 대체로 업계의 집단적인 감정 group feel 에 휩쓸려 움직인다.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일부 펀드 매니져들은 금융기관이 진 과도한 리스크를 염려했지만, 그들 역시 다른 펀드 매니져와 마찬가지로 투자하였다. 펀드 매니저는 업계의 평균을 상회하는 예외적인 존재여야 하며, 동시에 업계의 공통된 투자 성향에서 크게 벗어나서는 안되는 모순된 처지에 놓여 있다.

금융시장에 참여자는 각자가 감정적으로 깊이 개입되어 있으며, 집단적인 감정에 쏠려서 움직이므로, 이러한 환경에서 금융시장의 버블이 발생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특정 금융자산의 위험도가 높아졌다고 해도, 큰 수익을 올리려는 개별적인 욕구와 집단적인 감정이 결합하며, 해당 자산의 위험을 통합적으로 보기보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일방적으로 데이터를 해석하는 '감정적으로 나누어진 상태'를 보일 때, 해당 자산의 위험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것을 제어할 수 없다. 요컨대 위험도의 가파른 상승 다이나믹은 금융시장의 참여자가 엄청나게 큰 감정적 개입을 하는데 기인한다.

물론 큰 돈을 벌고 잃는 일에 감정적으로 크게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금융 버블을 막으려면 금융 시장의 참여자가 감정적으로 크게 개입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금융 투자가 '따분한' boring 일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금융 투자를 통해 큰 돈을 벌 기회가 존재한다는 환상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 펀드 매니져와 금융회사의 장기적인 투자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사람들은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일시적으로 예외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있지만, 오랜기간 지속적으로 예외적인 성과를 거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금융자산의 미래 가치가 정말 불확실하다면, 합리적인 방식의 투자 수익은 결국 시장 평균에 수렴할 수 밖에 없다. 펀드 매니징 업계는 그들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이야기의 산물에 불과하다. 고객이 그들이 제시하는 환상을 사는 순간, 금융 버블은 만들어지고 언젠가 폭발하는 길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금융 시장의 참여자들의 인터뷰를 기초로 금융 투자 업계를 분석한 흥미로운 책이다. 인터뷰 자료를 읽다보면 펀드 매니저들이 마치 경마판의 말인 듯한 생각이 들며, 그들에 대해 동정심이 느껴진다. 근래에 인덱스 펀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시장의 평균을 추구하는 인덱스 펀드에는 감정이 개입하지 않기 때문에 금융 버블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물론 알고리즘 투자에 따른 시장 쏠림은 또다른 문제이지만. 이 책이 다루는 주제 자체는 흥미롭지만 저자의 서술은 매우 읽기 어렵다. 내용의 반복이 심하며, 중언부언 필요 없이 덧붙여 말하는 식으로 글을 복잡하게 구성하여, 그만 읽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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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1. 15. 16:59

시어도어 그레이. 2010. 세상의 모든 원소 118. 영림카디널. 235쪽.

저자는 대중과학 저술가이며, 이 책은 주기율표에 있는 총 118개의 원소 각각에 대해 샘플 사진을 곁들여 설명한다. 과학 원리에 대한 약간의 배경 설명과 함께, 일상에서 각 원소가 사용되는 예들을 제시한다. 원자번호 1번 수소 H에서부터 그당시까지 발견 혹은 합성된 118번의 '우눈옥튬'까지 각각의 원소에 대해 설명한다.

저자는 원소 샘플 수집가이며, 자신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곳곳에 삽입하면서 캐쥬얼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가볍게 서술 부분을 읽고 사진을 보면서 눈요기하는 도감책이다.

2024. 10. 23. 15:26

키트 예이츠. 2019. 수학으로 생각하는 힘. 웅진 지식하우스. 356쪽.

저자는 수학자이며, 이 책은 일상생활에서 수학적으로 생각할 때 잘 못된 경우를 여러 사례들을 인용하면서 풀어낸다.몇개의 독립적인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기하급수적 증가와 감소, 통계적 판단의 오류, 우연의 확율에 대한 이해,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곡하는 수치 표현, 전염병에 대응하는 수학적 모델, 등이다.

인구 전체로 볼 때 특정 질병의 발생 확율이 매우 낮다면, 선별 검사에서 양성으로 판정됐다고 해도, 실제 질병에 걸렸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양성 판정자 중에 false positive 경우가 true positive 경우보다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만일 진짜로 그 질병에 걸렸다면, 두번 연속 false positive 를 받을 확율은 크게 낮아지므로, 처음 진료한 곳과 다른 의료기관에서 독립적 검사를 통해 이차 의견을 받는 것이 좋다.

어떤 집단에서 두 사람의 생일이 일치할 확율은 생각보다 높다. 예컨대 23명이 모인 집단에서 생일이 일치할 확율은 50%를 넘어선다. 이는 사람수가 증가하면 구성원 사이에 랜덤한 두사람의 조합의 경우의 수가 매우 빨리 증가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두 사건간의 관계에 대해 흔히 인과적 연관을 상상하는데, 실제는 우연히 두 사건의 특징이 일치할 가능성이 크다. 사건이 우연히 발생할 가능성은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수준보다 훨씬 높다.

사람들은 자신이 강조하고 싶은 드물게 일어나는 특질의 변화에 대해서는 비율로 표기하여 변화의 크기를 과장하는 반면,  자신이 숨기고 싶은 드물게 일어나는 특질의 변화에 대해서는 절대수치의 차이로 표기하여 변화의 크기를 축소하려 한다. 의도적으로 한쪽편은 비율로 표기하고, 다른 쪽 편은 절대 수치로 표기한다면, 이는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를 속이는 행위이다. 숫자를 제시하면 주장에 권위가 더해지는 듯 하지만, 이렇게 숫자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외곡되게 표현하는 행위는 미디어나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서 흔히 저지르는 잘못이다.

최적화를 행할 때, 모든 가능한 사안을 검토한 후 최선을 선택하는 것은 비용대비 수익이 적다. 첫 세 사건에서는 기준을 정한 후, 이후에 마주치는 사건 중, 이 기준보다 더 좋은 것이 나타나면 더이상의 탐색을 중단하는 것이 수학적으로 가장 효율적인 최적화 전략이다. 식당을 고르거나, 상품을 고르거나, 등, 다수의 사건 중에서 결정을 하려할 때, 이 수학적 지혜를 활용할 수 있다. 

이 책은 수학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고 오용될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로 풀어낸다. 이러한 종류의 책은 문제가 복잡해지면 수학이 어떻게 우리의 생각을 도와주는지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수학적 논증에 합당한 다양한 사례를 찿아내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저자의 능력이 돋보인다. 다만, 법적인 다툼에서 수치를 해석하는 부분에서는 번역에 문제가 있는지 여러번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했다. 여하간 흥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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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10. 18. 13:00

 

전봉근. 2023. 한반도 국제정치의 비극: 동북아 패권경쟁과 한국의 선택. 박영사.444쪽.

저자는 국제정치 학자이며, 이 책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치 상황을 분석하고, 한국이 어떤 외교 전략을 취해야 할 것인가에 관해 논의한다.

한국의 외교 전략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의 정체성과 국익을 확실히 해야 한다. 한국은 크게 네가지의 정체성을 가진다. 첫째, 한국은 미국,중국, 일본, 소련이라는 강대국에 둘러싸여 중간에 끼인 국가이다. 둘째 한국은 경제적으로 대외의존도가 높은 통상 국가이다. 셋째, 한국은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분단 국가이다. 넷째, 한국은 인구과 경제규모에서 세계에서 강대국은 아니나 그렇다고 약소국도 아닌 중간의 위치의 국가이다. 한국의 존립과 번영을 위해 이 네가지 중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한국은 외교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의 안보는 원칙적으로 부단한 자강 노력과 함께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해야 한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므로, 중국을 자극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미국의 요구를 따르되 중국의 심기를 크게 거슬릴 행동은 삼가야 한다.  중국에 대해서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원칙 내에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여 중국의 대척점에 서거나 혹은, 중국에 따르면서 미국과 척을 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잃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질서가 중국이 밀어붙이는 국제질서보다는 우리의 안보를 위해 더 의지할만 하기 때문에, 미국에 우선을 두어야 한다.

한국은 우리와 비슷한 입장의 나라들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호주, 터키, 인도, 유럽연합,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의 나라들과 연대를 맺으면서,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공동의 힘을 구축해야 한다. 물론 이 나라들은 각자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통일된 대오를 형성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중의 갈등 속에서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부분이 있으므로, 함께 목소리를 낸다면 중간자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북한의 핵무장에 대해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한국이 핵무장하는 것은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국이 핵무장을 시도한다면,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엄청난 압박과 제제를 받을 것인데, 한국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으므로 이를 감당할 수 없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한국의 압도적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도움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하에 있으므로, 비록 이것의 신뢰성은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겠지만,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미국 또한 핵을 사용하여 응징하리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북한이 핵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북한 정권의 붕괴를 각오하지 않는 한, 핵무기는 사용하지 못한다. 북한은 한국과 미국의 위협에 대응하여 정권의 생존을 위해 핵을 보유하는 것이지, 남한을 침공할 의도로 핵을 보유하는 것은 아니다. 즉, 북한의 핵 위협은 그렇게 생각만큼 현실적인 위협은 아니다. 한국이 핵재처리 능력을 확보하여, 핵무기는 보유하지 않아도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는 방안, 즉 일본의 현재 지위와 같은 수준에 도달하는 목표 또한, 미국의 반대로 추진이 쉽지 않다.

저자는 한국의 지정학적 위상 때문에, 선진국들의 눈치를 보면서 그들 모두와 잘 지내야 할 운명은 어쩔 수 없다고 본다. 주변 강대국들이 쉽게 잡아먹을 수 없는 능력을 키우고, 국내적으로 통일된 대오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외교 정책의 방향을 크게 바꾸고,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하는 한국의 외교는 개선해야 한다. 한국의 정체성과 국익을 명백히하고, 국제사회의 원칙에 따르면서, 지혜롭게 처신해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정부와 국책연구소에서 오랜 외교 정책연구 활동을 한 결과를 집약한 것이다. 분석과 주장은 현실적합성이 높으며 설득력이 크다. 다만 저자의 여러 보고서와 논문들을 짜깁기하여 단행본을 만들었기 때문에, 중복이 매우 많다. 저자가 자신의 생각과 지식을 집약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호흡으로 새로 책을 썼다면 훌륭한 작품이 되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24. 10. 14. 20:54

Daniel Levitin. 2014. The Organized Mind; thinking straight in the age of information overload. Dutton. 383 pages. 

저자는 뇌과학자이며, 이 책은 조직적으로 사고하고 생활하는 방법을 뇌과학의 연구에 기초해서 설명한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은 정보 과부하 상태에서 살고 있다. TV, 이메일, SNS, 유튜브, 인터넷 검색, 등의 경로를 통해 매일 엄청난 규모의 정보에 사람들의 의식이 노출된다. 쇼핑을 가서도 단일 품목에 대해 선택지가 매우 많기 때문에, 이러한 정보들을 비교하여 선택하는 과정에서 뇌의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우리의 주의력과 기억력 및 뇌의 정보 처리 능력을 조금씩 갉아먹기 때문에, 사람들의 뇌는 지쳐 있다. 현대인은 정말 중요한 주제에 뇌의 능력을 집중적으로 쓰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근래에 사람들은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모드, multi-tasking mode, 속에서 살아간다. 뇌과학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뇌는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할 수 없다. 여러 일을 동시에 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 우리 뇌는 한가지 일에 조금 에너지를 쓰고, 다른 일로 이전하여 또 조금 에너지를 쓰고, 다시 다른 일로 이전하는 일을 반복한다. 우리의 뇌는 이렇게 일과 일 사이에 의식을 이전할 때마다 뇌의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멀티태스킹 모드에서는 어느 한가지 일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며 쉽게 뇌가 지친다. 한가지 일에 집중하고, 그 일이 끝나면 다른 일로 이전하는 방식 mono-tasking mode 으로 일해야만 뇌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뇌는 여러가지 생각을 동시에 담고 있으면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가급적 많은 정보를 외부 수단에 기탁하는 것이 enteralize, 우리 뇌의 부하를 줄이고 중요한 일을 위해 뇌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길이다. 우리의 뇌는 일단 입력된 정보는 의식의 수면 위 혹은 아래에서 머물면서 뇌의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필요하지 않을 때에는 의식에 그 정보가 머물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필요한 일을 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정보를 불러내서 뇌가 처리하도록 하기 위해서, 현재 사용하지 않는 많은 정보를 외부에 기탁하고 필요할 때만 불러오도록 해야 한다. 정보를 외부에 기탁하는 방법으로는, 종이에 메모하기, 비서나 다른 사람에게 넘기기, 꼭 필요한 시점에 뇌가 필요한 정보를 상기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기, 등이 있다. 5분 이내에 처리할 수 있는 일은 바로 처리하여 머리를 비우는 것도 유용하다. 성공한 사람들은 당장 해야 할 일에 뇌의 에너지를 온전히 집중하도록 하여, 최고의 뇌 효율성을 거두면서 일한다.

뇌는 두가지 모드로 작동한다; '실행 모드' executive mode 와, '이완 모드' day-dreaming mode. 이완 모드가 기본 상태 default 이며, 실행모드가 끝나면 이완 모드로 복귀한다. 실행모드는 특정 주제에 의식을 집중하여 focused 정보를 처리하는 모드인 반면, 이완 모드는 특정한 주제에 의식이 투사되지 않고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상태이다. 이완 모드일 때, 전에는 연관되어 있지 않던 정보의 조각이 연결되며, 창의적인 생각,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이 떠오른다. 뇌에 과도하게 많은 다양한 정보가 입력되면, 이완모드에 들어가기 어렵다. 뇌는 휴식을 취할 때 이완 모드에 들어가기 때문에, 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행 모드의 중간 중간에 휴식을 취해야 한다. 휴가를 가고, 쉬는 시간을 갖고, 등으로, 실행 모드로부터 의식을 벗어나게 해야만, 뇌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효과적인 의사 결정을 위해서는 수리적으로 사고할 필요가 있다. 정보의 가치를 구분하고, 중요성과 가능성을 비교 분석해야만 가장 효과적인 정보 처리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저자는 베이지안 이론 Basian theory 에 입각해서 사고할 것을 제안한다. 기초 확율 base 을 먼저 정하고, 추가적인 정보를 이것에 차례로 더하면서, 조금씩 진실에 근접하게 확율을 다듬는 것이  최선의 정보 처리 방법이다.

인터넷의 시대에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정보의 가치를 평가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정보 출처의 권위, 다양한 정보의 상호간 비교, 등의 방법을 동원하여 정보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가짜 혹은 외곡된 정보를 진실된 정보와 구별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러한 기술은 학교 교육에서부터 단련되어야 한다.

이 책은 저자의 뇌과학 연구 결과에 근거를 두고 있지만, 지나치게 다양한 주제를 다루느라 촛점이 흐려졌다. 집안을 조직하고, 사회관계를 조직하고, 시간을 조직하고, 비즈니스를 조직하고, 의료 정보를 조직하는 등, 일상 생활의 거의 모든 영역을 다루고 있다. 뒤로 갈수록 연구 결과에 근거한 논의는 줄어들고, 자기 개발서의 냄세가 난다. 그가 언급하는 많은 정보 조직과 뇌의 효율적 사용 방법을 적용하여 살아 왔음을 느낀다. 그가 언급하는 많은 지적들은 상식과 생활의 지혜에 속하기 때문일 것이다.  

2024. 9. 27. 15:27

키트 예이츠 (노태복 옮김). 2023. 어떻게 문제를 풀것인가 (How to expect the unexpected). 웅진지식하우스. 494쪽.

저자는 수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에서의 오류를 크게 두가지, 무작위 회피와 선형관계 편향이라는 두 주제에 촛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인간은 순수한 무작위 randomne 상태를 받아들이기 어렵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주위에서 항시 패턴, 즉 규칙성을 찾으려고 한다. 규칙을 파악하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어 생존에 도움이 된다. 우연히 일어난 일에 대해서도 어떻게든 인과적 관계를 설정하려 한다. 원인이 불확실한 상황에 마주쳤을 때, 우리의 지력을 벗어난 존재, 즉 초월적인 신이 행한 일이라고 해석함으로서, 그러한 상황이 무작위, 즉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위안한다.

무작위로 발생했지만, 억지로라도 패턴을 부과하는 것이 그렇게 하지 않는 것보다 생존에 도움이 된다. 패턴이 확실하지 않다고 하여,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치부하고 준비없이 지내다가 위험에 빠지는 것보다는, 불확실하지만 패턴이 있다고 여기고 대비를 하는 경우에, 혹시 발생할 위험의 피해를 덜 당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인식 방식은, 사건이 실제 랜덤하게 발생하는 것이었다면, 드물게 발생하는 랜덤한 위험에 대비하여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모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는 한다. 그러나 생명은 하나뿐이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위험은 수 없이 많기 때문에, 과도하게 조심하는 것이 그렇지 않는 경우보다 더 오래 살아남는다. 

인간은 확율적인 사고를 하지 못한다. 사람들에게는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거나의 두 상황만 존재할 뿐, 몇 퍼센트의 가능성으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은 다가오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에는 물리 법칙에 따라 정확한 순서로 발생하기보다는, 발생의 가능성을 확율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경우, 수리적 접근은 확율적 사고를 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확율적인 사고를 할 경우, 베이지안 이론 Baysian theory은 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베이지안 이론이란, 기왕에 발생한 사건의 가능성을, 이후에 발생한 사건을 증거로 하여 분석하면서, 인식의 정확도를 높여가는 접근법이다. 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알기는 어렵지만, 그 사건이 발생한 다음에 벌어진 상황을 분석하여, 이를 초래한 원인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측정한다. 한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그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여, 다음에 그런 원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조심하는 것은 베이지안 이론에 따른 행동 방식이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세상을 선형관계로 인식하는 성향이 있다. A가 증가하면 비례적으로 B가 증가 혹은 감소한다고 인식하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선형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 방식은 어릴 때부터 지속적으로 주입되어 우리의 인식의 기본틀을 형성하기 때문에, 우리는 직관적으로 세상을 선형관계로 인식한다. 그러나 세상에는 선형관계도 있지만 선형관계가 아닌 경우 또한 매우 많다. 두 변수간의 관계가 직선이 아니라 곡선인 경우, 우리는 이를 잘 알아채지 못한다. 대표적인 비선형 관계로는, 길이가 증가하면 면적과 부피는 제곱과 세제곱으로 증가하며, 가역적인 피드백이 가해질 때 지수적 관계 power law 가 성립한다. 주식시장의 버블과 붕괴, 전염병의 확산 등에서 지수적인 관계가 성립한다. 자기완성적 예언이나 부메랑 효과 등도 선형관계에서 어긋나는 경우이다.

카오스 chaos 이론이라 지칭되는 복잡계 complex system 또한 선형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초기의 조건이 약간이라도 다르다면, 시간이 지나 일이 한참 전개되었을 때, 엄청나게 큰 차이로 귀결되는 경우가 복잡계에 해당한다. 기후변화가 대표적인 사례이며, 자연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복잡계 상황이 훨씬 많다. 단지 우리는 이를 알지 못할 뿐이다. 복잡계의 상황에서 장기적인 예측은 아무런 쓸모가 없다. 

이러한 모든 논의의 결론은, 자연계는 인간의 인지 편향인, 규칙성이나 선형관계가 아닌, 무작위성과 비선형관계가 지배하는 곳인데, 인간은 자신에게 편하게 잘 못 알고 있다. 인간은 자신의 인식과 예측의 한계를 인정하고 겸손해져야 한다. 인간은 많은 경우 예측이 틀릴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수학은 인간의 인식 편향이 빚어내는 잘못을 약간이나마 교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대중 과학교양서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인다. 몇가지 기본 과학원리를 일상의 다양한 사례에 적용하여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저자의 말솜씨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논의는 깊지 않다. 어디에서 들어봤음직한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연이어 소개된다. 번역이 성의를 길울여 잘 됬는 데, 책의 제목은 내용과 동떨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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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9. 21. 16:56

Eric Hobsbawm. 1975. The Age of Capital (1848~1875). Vintage Books. 308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19세기 중반 서구 유럽에서 산업혁명과  자본주의 경제가 비약적인 성장을 이루고 전세계로 시장이 확대되었으며, 비교적 평화로웠던 시기를 서술한다.

1850년 경이 되면, 1830년과 1848년 유럽 전체를 휩쓴 노동자 혁명의 물결은 실패로 끝난 것이 분명해졌다. 1789년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으로 촉발된 공화정 혁명의 파장은 유럽 각 지역에서 표면적으로는 저지되고 왕정복고로 잠잠해졌다. 그러나 각 지역에서 지식인과 부르쥬아를 중심으로 민족주의 nationalism 가 높아지고, 민족 국가를 세우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반면 왕과 귀족으로 대표되는 구질서의 권위는 갈수록 쇠퇴했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확대로 부르쥬아의 부와 영향력은 크게 높아졌다.

19세기 중엽 철도 산업을 중심으로 자본주의 경제가 크게 확장되었다. 1780~800년대 초반의 산업 혁명 초기에는 면화산업이 융성했으나, 이후 제철과 철도가 자본주의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였다. 철도 산업의 성장과 함께 경제 전반에 거대 자본의 지배력도 커졌다. 산업혁명과 함께 농촌에서 도시로 인구 이동이 급증했으며, 유럽 곳곳에 대규모 도시가 출현하였다. 인구가 급증하면서, 한편으로는 도시로 이주하고, 다른 한편으로 아메리카 대륙, 특히 미국으로의 이민이 크게 증가하였다. 철도, 증기선, 전신 기술 덕분에 자본주의 시장이 유럽을 넘어 세계로 확대되었으며,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였다. 빠른 경제 성장과 사회변화는 노동자 계층의 정치적 참여 요구를 일시적으로 잠재웠다. 이 시기에 참정권이 점진적으로 확대되기는 하였지만, 이전 시기와 달리 과격한 혁명의 움직임은 찾기 어렵다. 

급격한 경제 성장 덕분에 부가 엄청나게 증가하였지만, 불평등 또한 커졌다. 농촌에서 도시로 이동한 도시 노동자의 삶은 매우 비참했다. 장시간 노동, 아동 노동, 위험한 작업 환경, 저임금, 밀집된 거주, 비위생적 생활 환경이 일반적이었다. 기술발달과 시장 확대로 인한 생산성 증가의 몫은 거의 대부분 자본가들이 차지하였다. 정부의 규제나 복지 제도가 발달하기 이전 단계의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아무리 생산성이 증가하여도 자본가는 노동자에게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생활 수준만을 허락하였다. 이시기에 칼 맑스는 프롤레타리아 혁명을 통한 자본주의 경제의 몰락을 예언하였다.

한편, 다윈의 진화론이 인간 사회에까지 적용되어, 경쟁과 적자 생존이 인간 사회와 역사를 움직이는 원리로 주창되었다. 이시기 진화론은 유색인과 대비된 백인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인종주의를 정당화하였다. 비서구 세계의 원주민 사회는 서구의 선진 사회에 의해, 유색인은 백인에 의해 정복되고 지배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가 지배하였다. 이 시기에 기독교의 영향력은 급격히 쇠퇴하여, 지식인과 부르쥬아를 선두로 유럽 사회는 세속화되었다. 신의 존재를 전면 부정하는 무신론자는 많지 않았지만, 교회의 영향력은 삶의 주변으로 밀려났다.

이 책은 저자의 19세기의 삼부작 중 중간 시기를 서술한다. 정치와 전쟁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적으며, 경제와 사회의 근대화 modernization 과정에 대한 익숙한 서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내용 자체는 익숙하지만, 그의 문장은 정말 읽기 어렵다. 이중 부정, 비교 부정, 복잡한 문장 구조 때문에, 두번을 읽어도 의미가 뚜렷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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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oshi Kanazawa. 2012. The Intelligence Paradox: Why the intelligent choice isn't always the smart one. John Wily & Son. 208 pages.

저자는 진화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의 지능 intelligence 에 대한 저자의 연구에 바탕을 두고, 지능은 무엇이며, 왜 존재하며, 어떤 일을 하는지 서술한다.

인간의 지능은 진화의 결과 생겨난 다양한 속성 human traits 중 하나이다. 지능은 유전하는 속성이며, 사람에 따라 지능 수준은 차이가 크다. 인간의 육체적 속성 예컨대, 피부색이나 체질, 혹은 심리적 속성 예컨대, 공격성, 외향성, 예민성, 등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지능도 유전적인 영향이 큰 속성 중 하나이다. 문제는 다른 속성과 달리, 인간의 지능은 가치 평가가 함께 따른다. 지능이 낮은 사람은 지능이 높은 사람보다 인간적인 가치 worth 가 떨어지는 것으로 생각한다.

인간의 지능은 여러 측면이 있다. 언어적 지능, 수리적 지능, 공간 지각 지능, 논리적 추론의 지능, 사회적 지능, 등등. 이러한 다양한 측면의 지능은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한 분야의 지능이 높으면 다른 분야의 지능도 함께 높다. 이러한 여러 지능의 배경 변수로서, 다방면을 포괄하는 지능 general intelligence 을 '지능 지수' Intelligence Quotient 로 측정한다. 일반적인 상식과 달리, 지능지수는 신뢰도가 매우 높은 측정 지표이며, 일생 크게 변하지 않는다. 즉 지능지수로 대표되는 인류 공통의 분명한 실체가 있으며, 일반적인 비판과 달리 서구 문화가 만들어낸 개념이 아니다. 성인이 되면 어릴 때보다 유전적인 영향이 더 뚜렷이 발현되기 때문에, 어릴 때보다 성인이 되어 사람들 사이에 지능지수의 차이가 더 커진다.

인간은 유인원으로부터 진화해 온 이래 지난 200만년 동안 대부분을 아프리카의 사바나 지역에서 수렵채취 생활을 하면서 살았기 때문에, 현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유전적 특질은 수렵채취 활동에 적합하게 진화해 왔다. 농업을 하기 시작한 10,000년전 이후에 생활은 인간의 진화 과정에 아직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0년간 도시화 산업화로 출현한 현대의 사회에서는, 오래전 수렵채취 시절에 획득한 특질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 달고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는 습성을 들 수 있다.

인간의 행동과 심리의 많은 부분은 유전적인 요소를 포함한다. 심리학계에서는 대체로 50:50으로, 즉 유전적 요소가 50%, 환경적 요소가 50%이라고 본다. 그러나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속성은 유전적 변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특성에서 유전적인 차이가 나타난다면, 이러한 특성에서 열등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의 후손은 지금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부 사람들의 우수한 지능은 진화적 관점에서 볼 때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다.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 즉 이성의 짝을 찾고, 자손을 기르고, 먹을 것을 구하고, 등의 능력과 비교할 때, 우수한 지능은 이러한 활동에 큰 이점을 주지 못했던 것이 분명하다.

인간의 우수한 지능은 익숙하지 않은 환경 즉, 새로운  삶의 문제에 당면했을 때 대처하는 능력으로 진화하였다. 오랫동안 변화가 거의 없는 환경에서 생존하고 적응하는 데 필요한 속성은 인간의 보편적인 본성으로 확고하게 굳어진 반면, 새로운 환경에 접해 대처하는 능력은 모든 인간에게 공유된 특질이 아니라, 진화의 과정에서 새로이 출현한 특질이다. 인간 진화 과정에서 오래도록 친숙한 환경인 사바나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인간 공통의 생존 능력, 즉 이성의 짝을 찾고, 자손을 양육하고, 먹을 것을 구하는 등에서 지능이 높은 사람과 지능이 낮은 사람 간의 차이는 없다. 반면 농업을 시작한 후 새로이 출현한 환경에서 전에는 익숙치 않은 새로운 문제와 관련해, 지능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대처 능력이 더 크다.

현대 사회에서 지능이 높을수록 교육 수준이 높고, 소득이 높으며, 매력적이며, 사회적 지위가 더 높다. 현대사회의 환경은 인간 진화의 오랜 과정에서 볼 때 익숙한 환경이 아니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사람은 현대 사회에 출현한 새로운 분야에서 월등히 유리하다. 교육, 소득, 성별 등 여러 조건을 통계적으로 통제했을 때, 똑똑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다양한 면에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 지능이 높은 사람은 더 리버럴하며, 신을 믿지 않으며, 성적인 배타성 sexual exclusivity 을 고집하며,  올빼미 체질이며, 동성애 성향을 가지며, 고전 음악을 좋아하며, 술을 더마시며, 여성의 경우 결혼을 덜하고 결혼했다 해도 아이를 덜 낳는다.

저자는 지능이 인간의 생존과 번식에 필수적인 활동에 유리함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책의 곳곳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다. 그러나 현대 사회와 같이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서 지능의 이점은 최대로 발휘된다. 저자의 가설이 맞다면, 현대 사회에서도 근래로 올 수록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지능이 높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더 성과를 내고 더 우월한 지위를 차지할 것이다. 이는 저자가 "지능의 역설" intelligence paradox 라고 지칭하는, 즉 지능이 높은 사람이 인간 생존에 필수적인 부분에서 더 우월하지는 않다는 명제와는 반대된다. 그의 글을 따라가다보면, 저자의 분석이 흥미롭지만, 조금 설익은 주장을 한다는 느낌이 든다. 여하간 신선한 주장이어서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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