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웰 (장호연 옮김). 2018(2016).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뮤진트리. 348쪽.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한 음악가이며, 이 책은 음악의 심리적 효과에 관해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요약 정리한다.
음악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쇼핑센타의 배경음악이나 영화의 배경음악은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음악은 우울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준다. 지루함을 견디고, 편안하게 쉽도록 돕고,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쌓도록 돕는다.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기분을 좋게하고, 그리움에서 기쁨까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친숙한 음악을 선호한다. 한 곡조 내에서도 반복을 선호한다. 시간에 따라 진행하는 청각 경험은 동시적으로 파악하는 시각 경험에 비해서 반복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음악은 한 곡조 내에서 악기의 구성이나 음에서 약간의 변화를 첨가하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AA'BA의 패턴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청각 경험을 통해 이미 익숙한 패턴과 흡사한 음의 진행에서 약간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 흥미를 가져오지만, 결국에는 익숙한 패턴으로의 회귀를 기대한다. 이는 한 곡조내에서도 음의 도약이 크면 중간음 쪽으로 회귀하는 음이 이어지는 작곡 규칙에서도 입증된다.
이 책은 음악 심리학 교과서를 요약한 느낌을 준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간간히 이야기를 다채롭게 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저자의 전공분야가 아니어서인지 서술의 깊이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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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파웰 (장호연 옮김). 2012.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 (How Music Works). 뮤진트리. 318쪽.
저자는 물리학자이자 음악가로, 이 책은 음악이 작동하는 원리를 물리학 지식을 적용하여 설명한다.
음악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이며, 소음과는 달리 조직적으로 정렬된 소리이다. 어떤 소리의 파동이라도 규칙적으로 파동이 반복되면 우리는 쾌적한 느낌을 갖는다. 그 파동의 모습이 너무 단순하면 곧 싫증을 느끼지만, 다양한 변화를 주어서 파동의 모습이 복잡하면서도 규칙적으로 반복되면 흥미와 즐거움을 느낀다.
음악의 소리는 기본음과 오버톤이 중첩되면서 복잡한 파동 모양을 만들어 낸다. 악기에 따라 여러 오버톤 중에 선택적으로 특정 오버토의 소리가 강조되어 합성되면서 복잡한 파동을 만들어 낸다. 예컨대, 2,4,6, 오버톤이 강조되고 3,5,7 오버톤이 약한 악기가 있는가하면, 다른 오버톤의 조합으로 소리를 내는 악기도 있다. 악기는 소리를 내는 처음, 중간, 뒤가 각각 소리의 오버톤 조합이 달라지는데, 이는 신세사이져가 동일한 오버톤 조합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하여 생성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자연 악기의 자연스런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러한 조합이 악기의 음색 tember 를 만들어 내는 원리이다.
두개 이상의 음의 파동이 때때로 겹쳐서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을 만들어 낼 때 우리는 협화음으로 느낀다. 반면 불협화음은 두개 이상의 음의 파동이 겹쳐서 좀처럼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을 만들지 않을 때 받든 느낌이다. 한 옥타브의 간격은 두음사이의 주파수의 비가 1:2 이므로, 두개의 파동이 결합할 때 마치 한개의 파동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우리의 귀는 두 소리를 같은 소리로 인식한다. 한편, 5도 간격의 소리, 예컨대 도와 솔은, 둘간에 주파수의 비율이 1과 1/2 이다. 따라서 두음이 결합하면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을 자주 만들기 때문에 우리 귀에 편안하게 들린다. 도미솔의 기본 삼화음이 가장 편안하게 들리는 이유 역시, 미가 도보다 1과 1/4, 솔이 1과 1/2의 주파수이므로, 세 주파수가 조합될 때 규칙적으로 자주 반복되는 파동을 다른 어떤 조합보다 더 자주 만들기 때문이다.
한 옥타브의 간격을 12개로 균일하게 등분한 것이 서구의 음계이다. 이때 등분하는 방식은, 비율적으로 동일한 간격으로 구분하는데, 한계단 즉 반음 내려갈 때마다, 5.6%씩 주파수가 낮아진다. 이 비율을 복리로 계산하면 12계단 아래는 2분의 1이 된다. 서구의 음계는 12개의 계단 중 7개의 음을 선택한 것이다. 이는 인접한 두 음간에 온음 간격을 갖는 5개의 음을 선택하고, 이 다섯개의 음 중에 거리가 먼 간격을 채우는 두개의 음을 추가로 선택하여 7개의 음을 만들었다. 온음 간격의 5개의 음, 즉 도레미솔라는, 어느 두개의 음 간에도 서로 파동이 간섭하지 않고 규칙적으로 반복되는 파동을 자주 만들어내어 듣기 좋은 합성의 소리를 만들어 내기 때문에, 세계의 대부분의 문화는 이렇게 5개의 음으로 구성된 음악을 만들었다.
한 옥타브의 간격인 12계단 중에서 7개의 음을 고르는 방법은, 각 음을 기준으로 7가지가 있는데 (이를 선법 mode 이라 함), 현대의 음악은 이 중 두개의 선법, 즉 장음계와 단음계 선법 두 개만을 주로 쓰고, 나머지 다섯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장음계는 인접음 간의 간격이 으뜸음을 기준으로 "온음-온음-반음-온음-온음-온음-반음"으로 구성된 7개의 음으로 구성된다. 7개의 음 중 어느 음을 으뜸음으로 삼아 이러한 규칙의 간격으로 7개의 음을 쌓아가는가에 따라 조가 나누어 진다. 어느 음을 으뜸음으로 삼던지 음의 배치는 모두 동일하다. 즉 C에서 시작하는 7개의 음이나, E에서 시작하는 7개의 음이나 음을 쌓아가는 방식은 모두 동일하며, 전자는 C-major, 후자는 E-major이라고 지칭한다.
인간은 으뜸음의 주파수의 절대값이 아니라, 음들 사이에 주파수 간격에 민감하기 때문에, 사실 어떤 음을 으뜸음으로 한 조성으로 작곡하던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한다. 베토벤을 포함해 음악 전공자들은 조에 따라 음악의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제 실험해본 결과 음악 전공자들도 시작하는 으뜸음이 다른, 즉 조가 다른 음악의 분위기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다. 다만 한 곡 내에서 조옮김에 될 때에는 분위기의 변화가 발생하는데, 높은 음쪽으로 조옮김이 되면 밝은 느낌이 드는 반면, 낮음 음 쪽으로 조옮김 되면 가라앉은 느낌이 든다. 아마도 음악 전공자들이 조에 따라 곡의 분위기에 차이가 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과거 특정 조로 작곡된 음악들의 분위기가 다른 조로 작곡된 음악의 분위기와 달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는 통계적 학습의 결과로 습관이 그렇게 형성된 것일뿐, 조성 자체의 차이에 기인한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음계와 조성에 대해 다른 책들이 두리뭉수리 설명하던 것을, 그림을 이용해 단순화하여 쉽게 설명해준다. 각 악기들의 작동원리를 물리학 지식을 적용하여 잘 설명한다. 저자의 이야기 솜씨와 주제에 대한 이해의 깊이에 감탄했다. 저자가 철저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번역자가 음악 전공자인 것도 이 책을 이해하기 쉽게 만드는데 한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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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Levitin. 2006. This is your brain on music: the science of a human obsession. Plume. 267 pages.
저자는 뇌과학자이자 음악가이며, 이 책은 인간의 뇌가 음악을 수용하는 과정을 설명한다.
음악과 언어는 인간의 뇌에서 수용되는 방식이 흡사하다. 귀에서 보내오는 음악 신호는 뇌의 소리 중추에서 접수한 후, 뇌의 다양한 부위에서 음, 멜로디, 리듬, 박자, 등을 각각 별도로 처리하고 다시 종합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과거에, 음악은 오른편 뇌에서 전적으로 처리된다고 알려졌으나, 근래의 연구에 따르면 음악은 뇌의 좌우 반구에 분포된 다양한 영역에서 처리된다. 인간은 음악을 인식하는 데에서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태어난지 몇달 안되는 아기도 음악을 구별할 수 있으며, 성인은 처음 몇 음만 들으면 바로 음악을 판별해낸다. 조를 바꾸고 음색을 바꾸고 박자를 바꾸어도 멜로디를 인식하는 능력은 대단하다.
사람들은 자신의 문화의 음악 규칙을 내면화하고 있다. 서구인은 서구의 음계와 화성을 내면화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규칙에 어긋나는 음이나 음의 전개을 들으면 바로 이상함을 감지한다. 좋은 곡은, 이러한 규칙을 교묘하게 우회하고 변형하여 긴장을 유발하지만, 그러면서도 청자의 예상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는 곡예를 한다. 음악의 청자는 예상에서 벗어난 상황에 흥미를 느끼고, 그러한 약간의 파격이 다시 예상으로 돌아오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전적으로 예상에 따라 움직이는 음악은 단조롭고 흥미를 유발하며, 반면 규칙으로부터 매우 크게 벗어나 예상을 할 수 없게 하는 음악 또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청소년기, 16~18세 때 듣던 음악을 평생 좋아한다. 인간의 음악에 대한 취향은 이때 고정된 이후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이는 이 청소년기에 우리의 두뇌 속 신경망이 완전히 틀을 잡기 때문이다. 음악 전문가는 일반인보다 음악을 이해하는 정도가 깊기는 하지만, 일반인 또한 음악을 듣는 부분에서는 전문가와 다름이 없을 정도로 놀라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음악 전문가는 체스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음악의 규칙과 패턴을 잘 꿰고 있기 때문에 음악을 잘 이해하는 것이다. 작곡이나 연주를 능숙하게 하는 전문가가 되려면, 10,000 시간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고, 이는 다른 분야에 전문가의 내공과 비슷한 분량이다. 이정도 훈련을 거쳐야만 인간의 뇌는 전문가 수준의 신경망을 형성하게 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모든 인간 사회에 음악과 춤이 함께 하는 것으로 보아, 음악은 진화의 산물이다. 음악과 춤은 외부의 행동에서는 물론, 우리의 뇌 안에서도 함께 작동한다. 음악은 이성의 짝을 유혹하는 기술로서 진화하였으며, 공동체의 통합에 기여하는 도구로서도 진화하였다.
이책은 저자의 뇌과학 연구와 음악 활동을 잘 결합하여 서술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많은 예들이 대부분 미국의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이것에 익숙치 못한 독자에게는 덜 실감나게 여겨지는 한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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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드뤼서 (전대호 옮김). 2009(2015). 음악본능: 우리는 왜 음악에 빠져들까? 해나무. 466쪽.
저자는 과학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뇌과학과 음악학 분야의 연구를 바탕으로 하여 음악을 감상하고 직접 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섭렵한다. 저자의 서술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능력은 인간 본능의 일부이다.
역사상 인류 모든 사회에 음악이 존재하는 데, 이는 진화의 산물이다. 배우자를 구하는 짝짓기 행위의 일부로 발달했다는 가설도 있지만, 사회구성원의 통합을 도모하는 목적에서 발달했다는 가설이 더 신빙성이 있다. 모든 인류 사회에서 음악 활동은 개인이 홀로 하는 행위이기 보다, 공동체 구성원에게 공유되고 함께 참여하는 활동으로 존재했다. 함께 춤추고 음악을 하면서 공동체 구성원은 결속을 다졌다.
음계는 문화에 따라 다른 데, 태어난지 얼마 안된 유아는 특정 음계에 대한 선호가 없는 것으로 실험 결과 밝혀졌다. 그러나 태어난지 불과 1년이 되기도 전에 유아는 자신이 속한 문화의 음계에 익숙하고 이를 선호하는 성향을 보인다. 화음에 대한 선호는 생리적 근거가 있다. 협화음을 들을 때 우리의 두뇌는 불협화음을 들을 때와는 다른 반응을 보인다. 자신을 음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약간의 훈련만 하면 음정을 맞출 수 있다. 이는 우리의 뇌가 본능적으로 음고를 구별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은 음들 간에 상대적 거리를 구별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매우 소수의 사람만이 음의 절대적 주파수를 인지하는 절대 음감을 가지고 있다. 박자와 리듬 역시 마찬가지로 인간의 본능의 일부로,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다양한 박자와 리듬을 구별하고 따라하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인간은 익숙한 음악을 쉽게 식별해내는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불과 첫 몇 음만 듣고도 사람들은 자신의 기억 속에 있는 수많은 음악 중의 하나와 쉽게 매치시킨다. 사람들은 자신이 익숙한 음의 진행을 여러번 들으면서 고착화시킨다. 서구 음악의 기본적인 화음 진행 규칙에서 벗어나 진행되면, 전문적인 음악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금방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이는 일종의 '통계적 학습'의 결과인데, 많이 지나갈수록 숲속에 길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의 원리로서, 많이 접할수록 익숙하게 느끼고 앞으로의 진행을 예상하게 되며, 그러한 예상에서 벗어날 때, 이상하다고 느끼고 긴장을 느낀다. 예컨대 서구의 음악은 시작할 때의 조성에 맞는 기본음으로 끝을 맺는 것이 보통인데, 기본음이 아닌 음에서 음악이 끝나면 무언가 더 이어져야만 할 것 같은 미진한 느낌이 든다.
음악은 감정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사람들은 대체로 15세에서 25세 사이에 들은 음악을 일생 동안 기억하며, 특정 음악을 자주 들었던 때 느꼈던 감정이, 이후에도 그 음악을 다시 들으면 바로 연상된다. 과거의 특정 감정을 재생시키는 데, 음악은 냄세 만큼이나 뚜렷하게 연상 작용을 유발한다.
음악을 직접 하면 다른 어떤 활동보다 뚜렷이 우리의 뇌가 변화한다. 죽은 음악가의 뇌는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 죽은 사람의 뇌와는 외관에서도 구분된다. 두뇌 활동에 문제가 있는 환자, 예컨대 치매나 파킨슨 병 등의 경우에, 노래를 부르는 등 음악을 직접하는 행위를 통해 뇌 전체의 활동을 촉진시켜 뇌의 퇴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
음악을 전문적으로 하는데는 오랜 수련의 과정이 필요하며, 어릴 때 시작할수록 학습의 효율이 높다. 전문 연주자는 10,000 시간, 즉 매일 3시간씩 10년간 연습을 해야 도달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 음악을 배운다고 해서 실력이 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음악을 배우는 목표가 전문 연주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배우고 연습하는 과정 속에서 음악을 즐기는 데 둔다면,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음악을 배울 가치가 있다. 물론 특정 악기를 웬만큼이라도 능숙하게 다루는데는 오랫동안 지루한 연습 과정을 참고 견뎌야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음악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라는 보상도 함께 한다. 피아노보다는 기타가 배우기 쉬우며, 가창법을 배워 아마추어 합창단에서 활동하는 것에서도 새로운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은 고전 음악보다는 일반 대중 음악을 주로 예로 들며, 자신의 음악 체험을 덧붙이면서 많은 연구 성과를 쉬운 서술로 요약하여 제시한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솜씨가 뛰어나며, 번역도 자연스럽게 해서, 읽는 내내 흥미롭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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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Jourdain. 1997. Music, the Brain, and Ecstasy: How music capture our imagination. Avon Books. 333 pages.
저자는 대중 과학 저술가이며 피아노 연주자이다. 이책은 음악의 원리를 물리적인 소리에서부터 음악 작품의 감상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소리 sound, 음 tone, 음율 melody, 화음 harmony, 리듬 rhythm, 작곡, 연주, 감상, 이해, 황홀경, 등으로 각 장 마다 구분된 주제에 대해 설명한다.
음악에서 '음' tone 은 특정 주파수의 소리 집합이다. 어떤 악기의 음이 단일 주파수로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악기의 음은 '기본음' fundamental 과 이보다 높은 주파수의 여러개의 '상음' overtone 이 동시에 섞여 있다. 우리는 어떤 음과 이보다 높은 주파수의 배율로 만들어진 다른 음을 같은 음으로 인식한다. 이를 '옥타브 등가' octave equavalence 의 원칙이라 하는데, 옥타브가 높아질 때마다 주파수가 배율로 증가하며, 우리는 중간 옥타브의 소리와 위의 옥타브들의 소리를 같다고 느낀다. 기본음의 주파수의 1.5배에 해당하는 음도 상음에 섞여 있는데, 서구 음계에서 한 옥타브의 중간에 해당하는 '도'와 '솔'의 간격이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기본음이 어떤 주파수여야 하는가는 중요치 않다. 왜냐하면 우리의 두뇌는 주파수간의 간격 interval을 주로 구별하기 때문이다. 서구의 음계에서 악기를 조율할 때, 중간 옥타브 아래의 '라' A 음을 기준으로 하는 데, 이는 관행적으로 초당 110헬츠이다. 모짜르트 시대에 비해 근래로 올 수록 같은 음에 대해 약간 높은 수준의 주파수를 설정한다. 이는 아마도 우리의 귀가 낮은 주파수보다 높은 주파수의 음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의 서구 음계는 한 옥타브 간격을 균등하게 12개로 나눈 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중 7개 음은 우리의 귀에 서로 잘 조응하는 것으로 들리는 반면, 5개 음은 불협화음으로 들린다. '도레미파솔라시' 라는 7개의 온음과 5개의 반음으로 구성된 체계가 서구 음악의 기본 음계이다. 한 옥타브 내에 12개의 반음들을 서로 어떻게 간격을 조정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음계가 만들어질 수 있는데, 장조와 단조라는 두가지 방식의 간격 조정 음계만이 현재는 주로 사용된다.
세계의 모든 문화가 한 옥타브의 간격 intrerval을 반드시 12개 음으로 구분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나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수의 간격으로 음을 구분하며, 많은 전통 문화의 음계는 5개의 간격으로만 구분한다. 특정 음계는 특정 문화의 음악적 관습의 산물이기 때문에, 서구 사람들에게는 서구의 음계가 편하고 좋다고 생각하는데, 다른 문화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에서 발전시킨 화음과 형식의 복잡성을 서구의 음계가 뒷받침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서구의 음계를 능가할만큼 풍부하게 복잡한 음악을 발전시킨 다른 음계는 찾을 수 없다.
음률 melody은 시간이 경과하면서 음고 pitch 의 상하로 움직이며 음이 전개되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음악을 주로 멜로디로 인식한다. 어떤 음의 진행 contour 이 사람의 마음을 끄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떤 음의 진행을 사람들이 싫어하는지는 분명하다. 대체로 화음에 부합하는 음의 진행이어야 한다. 동일한 음이 지나치게 많이 반복되거나, 화음에서 크게 벗어나는 음이 많거나, 비약이 심한 음악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화음 harmony 은 서로 조화를 이루는 여러 개의 다른 음고 pitch 음의 조합을 말한다. 서구에서 1500년대 이후에 단일 성부로부터 다성부 polyphony 의 음악이 발전하면서, 음을 조합하는 여러 방식이 개발되었다. 기본 3화음 triad 이 가장 많이 쓰이는데, 기본음에 3도와 5도 음정의 음을 쌓은 화음을 의미한다. 18~19세기에 바흐, 모짜르트, 베토벤으로 대표되는 서구 고전음악은 화음 진행을 고도화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조성음악이라 하여 서구 음악의 주류를 차지한다. 서구 고전음악은 화음의 고도화를 추구한 반면, 리듬 특히 박자의 복잡성은 희생을 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반면, 많은 비서구 사회의 전통 음악은 화음은 복잡하지 않지만 리듬은 복잡한 음악을 탄생시켰다.
리듬 rythm은 음악의 시간적 경과이다. 리듬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규칙적인 시간의 경과를 의미하는 박자 meter와, 의미있는 음의 뭉치인 악구 phrase 가 그것이다. 박자는 규칙적인 시간의 단위이지만, 반드시 기계적인 규칙성을 따르지는 않는다. 음악의 분위기에 따라 같은 박자에서도 좀더 느리게 혹은 빠르게 전개한다. 악구는 대체로 넷 혹은 여덟 마디로 구성된 의미있는 음의 뭉치이다. 음악 작품은 이러한 의미있는 음의 뭉치들이 위계 체계 hierarchy 를 형성한다. 음악 작품이란 단순히 여러 음의 나열이 아니라, 언어에서와 같이 위계체계를 형성하면서 복잡성과 추상성을 높인다. 음악에 대한 훈련이 깊어질 수록, 음의 뭉치들의 복잡성과 추상성의 위계체계가 높아지고, 이를 판독하는 능력도 길러진다. 예컨대 베토벤의 작품은 음의 뭉치의 위계체계가 높은 반면, 대중음악은 복잡성과 추상성의 위계체계가 얕다. 따라서 서구 고전음악의 고도의 위계체계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낄려면 어느 정도 훈련이 필요한 반면, 대중음악은 훈련 없이도 음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작곡 composition 이란 작곡가의 머리속에 저장된 많은 패턴을 재료로 하여, 약간을 새로이 첨가하고 새로이 버무려 내는 작업이다. 마치 체스의 마스터가 수만개의 패턴을 기억하고, 이로부터 새로운 상황에 대처해 새로운 수를 두는 것과 흡사하다. 음악 활동에 열심히 매진하는 가운데에서만 영감이 떠오른다. 베토벤은 수천장의 습작 기록을 남겼는데, 이를 보면 수도 없이 지우고 고치는 작업을 통해서 완성작이 만들어지는 것을 확인한다. 전체의 구성과 중요 요소만을 대강 먼저 정하고, 이어서 나머지 부분을 채워가는 방식으로 일을 한다. 작곡가들은 머리속으로 음에 대한 이미지 auditory image 를 통해서 음의 전개를 만들어 내고, 이를 피아노로 확인하는 과정을 왕복하면서 작곡한다. 작곡가들은 소리에 민감하고, 감정적으로 격렬한 성정을 가지며, 조울증의 성향을 띤 경우가 많다.
연주 performance 란 음에 대한 이미지 auditory image 가 먼저 머리 속에 떠오르고, 이를 몸의 운동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많은 연주자들은 실제 손으로 연주하기 전에 머리속에서 음의 이미지를 통해 연주하는 절차를 밟는다. 어릴 때부터, 예컨대 6세부터, 음악 연습을 꾸준히 하는 것이 이러한 음의 이미지를 형성하는데 중요하다. 일단 음의 이미지와 몸의 움직임의 연결이 확고히 정착되면, 연주의 대가들은 실제로 몸으로 많이 연습하지 않고도 머리속으로 연주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바이올린의 대가인 파가니니나 피아노의 대가인 리스트는 젊을 때는 많이 연습했지만, 대가가 되고나서는 연주 시간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어느 정도 연습해야 음의 이미지와 몸의 움직임이 잘 연결된 상태가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최소 10년 이상 매일 연습하여 10,000~ 20,000시간을 축적해야만 그러한 단계에 도달한다고 한다.
이해 understanding 이란 음들 사이의 복잡하고 추상적인 체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음악 애호가는 음악의 복잡한 패턴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음들을 예상하고, 이러한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면서 즐거움을 느낀다. 작곡가들은, 이러한 예상에 쉽게 부합하지 않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우회하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요소를 삽입하면서, 음악의 청자와 일종의 밀고 당기기를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음악 활동 경험과 과학적 이론적 지식이 잘 녹아 있다. 음악에 관련된 거의 모든 궁금증에 답하고 있다. 다른 과학 분야와 달리 음악의 분야는 별로 밝혀진 것이 많지 않음을 확인한다. 아마 예술의 분야가 다 그렇겠지만. 오랫동안 음악을 접해 왔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발견한 느낌이다. 저자의 과학 지식이 뇌과학 분야에 많이 치중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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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가키 에미코 (박정임 역). 2022.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알에이치코리아. 227쪽.
저자는 에세이 작가이며, 이 책은 저자가 50대 중반에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음악에 빠지게 된 과정을 서술한다. 어렸을 때 배우다 만 피아노를 다시 시작하면서 느낀 감정과 시련의 과정을,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겪은 인생 경험과 교차하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는 꿈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었지만, 우연히 음악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글을 써보라는 제안을 받기 전까지는 실현하지 못했다. 음악잡지에 글을 쓰는 조건으로 전문 피아니스트를 선생으로 소개 받고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다. 어렸을 때 기초를 배우기는 했지만 40년간 피아노를 만진 일이 없는데, 피아노 선생의 권유로 연습곡이 아닌 본격적인 작품을 처음부터 치기 시작한다. 모짜르트의 "반짝반짝 작은별" 변주곡을 맨처음으로 치고, 이어 쇼팽, 베토벤, 드비시, 바흐 등의 곡을 어렵게 어렵게 쳐나가면서, 음악의 세계에 빠져든다. 과거 수동적으로 듣기만 할 때와는 달리, 본인이 피아노를 치면서 피아노 작품을 훨씬 깊게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을 큰 수확으로 꼽는다. 피아노를 치기 시작한지 3년이 지나 이 책을 쓰는 시점에서, 피아노 없이는 앞으로의 인생을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피아노가 작가의 인생에 중요한 동반자가 되었다.
저자는 무척 성실한 사람이다. 노력을 투입하면 그에 따른 성과가 고지곧대로 나온다는 점을 피아노를 배우는 묘미로 지적한다. 지난 삼년 동안 거의 매일 두시간 이상 꼬박꼬박 피아노를 쳤다고 한다. 그러나 피아노를 배우는 과정은 지난하여, 엄청난 노력을 투입하는 것에 비해서는 진척이 매우 느리다. 이렇게 계속 연습하면 늘기는 느는 것인가, 곡의 어려운 부분을 내가 과연 쳐낼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을 품고서 피아노 연습을 하지만, 결국 끈질기게 연습하면 그래도 조금이나마 진척이 있음을 확인하고 보람을 느낀다.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도 도달할 수 있는 수준이 불확실함을 인정하면서 연습을 한다. 인생의 후반기에 들어 몸과 두뇌가 후퇴함을 체감하면서, 고도의 능력을 요구하는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것에 대한 불안감과 체념을 고백한다.
피아노란 젊을 때와 달리 단순히 열심히만 한다고 하여 되는 것이 아님을 절감한다. 의욕과 초조함이 앞서 매우 열심히 연습한 결과 손가락 통증에 고생하며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치는 단계로 업그레이드를 시도한다. 자신의 피아노 실력이 느는 것과 함께, 자신의 피아노 연주가 도달할 수 있는 한계를 절감한다. 왜 내가 피아노를 치는가 하는 질문을 수시로 자신에게 던진다. 저자는 피아노를 칠 때가 즐겁다고 말한다. 노년에 피아노를 치는 것은 전문 연주자의 실력을 넘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목표점에 도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치며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는 그 자체로, 즉 "현재에 만족하는 것"이라고 하며 글을 맺는다.
저자는 전업 작가 답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솜씨가 좋다. 글 전체에 유머가 깔려 있으며, 자신의 새로운 인생에 대한 자긍심이 넘쳐 흐른다. 이 글의 필자 또한 이 책의 저자와 마찬가지로 늦깍이로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 그의 고민과 시련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단숨에 읽었다. 필자 역시 이러한 길이 어디까지 갈지 의문을 품고 피아노를 친다. 물론 이 책이 답을 주지는 않지만, 그래도 나와 유사한 길을 가는 동시대의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낀다. 번역도 자연스럽게 잘 해서 읽기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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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lan Gasser. 2019. Why you like it: the science and culture of musical taste. Flatiron books. 645 pages.
저자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작곡하는 음악가이며, 인터넷 라디오 "판도라"에서 Musical Genome Project 를 수행한 경험을 배경으로 이 책을 썼다.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의 결정 요인을 음악 내적인 요인과 음악 외적인 요인의 양쪽에서 분석한다. 음악 내적 요인을 설명하기 위해 음악 이론을 멜로디, 화음, 리듬, 형식, 소리 라는 다섯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음악 외적 요인으로는 진화론적 배경, 소리의 물리적 성질, 생물학적 배경, 문화적 배경, 사회적 성격, 심리적 배경, 음악의 효과를 검토한다.
음악은 언어와 함께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의사소통, 집단화합 등에서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었기에, 음악은 인류와 역사를 같이한다.
멜로디와 화음이 우리 귀에 좋게 들리는 것은 소리 파장의 규칙적인 중첩 현상 때문이다. 소리 파장이 중첩되지 않는 음을 들으면 귀에 거슬린다. 따라서 음악이란 궁극적으로는 소리의 물리적 속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서양에서는 7음계, 장조, 단조 음계가 발달한 반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의 다른 지역에는 이와는 다른 음계가 발달하였다.
음악에 대한 인식은 매우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12세 무렵이면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통용되는 음악에 두뇌가 굳어지며, 이후 다른 문화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이 친숙한 음악과는 다르다는 차이를 느낀다. 따라서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취향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사람들이 나고 자란 문화이다. 자신의 문화에서 규정하는 음악 규칙과 다른 음악을 들으면, 생소한 느낌이 들고, 긴장하게 되고, 기억하기 어려우며,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음악은 자신의 집단 정체성의 일부이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음악적 취향은 계급 배경을 반영한다고 지적하였다. 문화적 취향의 차이는 계급을 구분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음악은 사람들이 어울리고 동일시하는 집단, 즉 하위문화를 형성한다.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구분이 대표적 예이다.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에 차이가 있다. 내면 지향형 성격의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음악적으로 복잡하며 세련된 음악, 예컨대 재즈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반면, 외부 지향형 성격의 사람들은 격정적이지만 음악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음악, 예컨대 록, 컨트리 등을 좋아한다. 자신이 특정 음악에 많이 노출될수록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 친숙함이 좋아함을 낳는다. 개인적 성격 이외에 맥락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차이가 있다. 아침에 운동할 때, 저녁 식사시간에, 잠자리에 들면서, 등 맥락에 따라 그에 맞는 음악이 있다. 동일한 성격의 사람들도 맥락에 따라 다른 음악을 찾는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일곱개의 음악 '취향 모델'(genotype)을 설정하고, 각 취향 모델에 속하는 네 개의 곡을 예로 하여 개별 모델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팝(Pop), 록(Rock), 재즈(Jazz), 힙합(Hip Hop), 엘렉트로닉 춤곡(Electronica, EDM), 비서구음악(World Music), 클래식(Classical)이 그것이다. 각 취향 모델의 역사와 음악적 속성을 전반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은 비전공자도 읽을만 하나, 개별 음악을 분석하는 부분은 상당히 전문적이라서 비전공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은 사실상 두개의 책이 합쳐진 것이다. 음악 내적 요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전문적이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반면, 음악 외적 요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도 무리없이 읽어내릴 수 있다. 음악에 대해 사실상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커버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빽빽하게 집어넣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대강이라도 읽고 나서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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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을미. 2011. 모두를 위한 서양음악사 1: 서양음악사 100 장면으로 편하게 읽기. 가람기획. 265쪽.
저자는 중세음악을 전공한 음악학 교수이며, 이 책은 고대에서부터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를 거쳐 바로크 시대까지 서양음악의 발전과정을 주요 주제별로 요약하여 설명한다. 서양 음악은 이 시기 동안 교회 음악으로부터 세속 음악으로 중심을 이동하고, 성악에서부터 기악이 독립된 영역을 구축하게 되며, 단성 음악으로부터 다성 음악으로 음악의 구조가 복잡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교회 음악의 시기에는 음악이 종교적 목적에 기여하는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러야 했기에 제한이 많았으나, 세속 음악으로 이동하면서 음악이 감정을 표현하고 여흥을 즐기는 수단이 되면서 다양한 양식의 음악이 발달하였다.
그리스 시대에 음악은 수학과 함께 과학의 영역으로 취급되었다. 음악은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며 주술적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리스 시대의 음악에 대해서는 단편적 기록을 넘어서서 사실상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중세시대(450~1450)에 음악은 교회에서 수도사들에 의해, 그레고리안 성가와 같이 성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025년 무렵 이탈리아의 귀도 다레초라는 수도사가 그때까지 전해오던 기보법을 개량하면서, "툿(도)레미파솔라"라는 계명을 성가곡의 가사로부터 차용하여 만들었으며, 이후 17세기에 들어 '시'가 추가되었다. 이무렵 오선지에 음을 기록하는 방법도 정착하였다. 이때에는 음의 높이만을 표기할 뿐 음의 길이(음가)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9세기까지는 전적으로 단성 음악이었으나, 1,000년경에 두개 이상의 성부를 가진 다성 음악이 출현하였다. 처음에는 병행 성부에 한정되었으나, 점차 선율과 리듬이 독립된 성부가 출현하였다. 중세시대 후반에 들어 조금씩 교회로부터 벗어난 세속적 음악이 유랑악사(민스트럴)나 방랑시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교회는 이러한 세속 음악을 저지하려고 하였으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중세시기에는 음악이 종교적 교화를 위해 존재했는데, 복잡한 음악 구조나 다양한 악기는 이러한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권장되지 않았다.
르네상스 시대(1450~1600)에 그리스로마의 유산을 새로 발견하면서 인문학과 과학이 급격히 발전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음악은 중세의 것을 계승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밟았다. 1450년경 금속인쇄술의 발명 이후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면서 음악 악보의 인쇄를 통해 음악의 빠른 확산이 가능해졌다. 이 시기까지는 기악보다는 성악이 중심이었지만, 다성 음악의 구조가 복잡해졌다. 또한 다양한 악기들이 성악과 함께 연주되었다. 중세와 다른 점은 교회이외에 왕, 귀족, 부유한 상공인들이 음악가를 후원하면서 세속음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음악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바로크 시대(1600~1750)에는 음악의 감정적 효과를 인정하여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바로크 시대의 미술이나 건축은 중세 시대의 경건이나 르네상스시대의 절제에서 벗어나 전반적으로 화려함을 강조하였는데,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음악에도 반영되었다. 이시기 음악은 교회의 범위를 본격적으로 벗어나 발전하였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가 크게 발달했다. 교회의 성악에서도 화려한 선율을 특징으로 하는 오라토리오와 칸타타가 등장하였다. 이시기까지 음악인은 대부분 남성이었으며, 다성 음악의 고음부는 거세되어 변성기를 겪지 않는 남성 가수(카스트라토)가 맡았다. 카스트라토는 교회 밖에서는 물론 교회에서까지 널리 활동하였는데, 나폴레옹 황제가 이러한 관행을 금하여 프랑스에서는 일찌기 사라졌으나, 이탈리아에서는 20세기초까지 활동하였다. 1500년대 중반부터 바이올린이 사용되기 시작하여, 1700년대 이탈리아에서 바이올린 제작과 연주법이 크게 발전하여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이 제작된 것도 1700년대 중반 무렵이다. 이 시대에 들어 기악 음악은 성악으로부터 독립된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으며, 본격적인 기악 음악인 소나타가 발전하였다. 바로크 음악은 음악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에서 최절정을 이루었다.
이 책은 음악사 교과서의 요약본 같은 성격이다. 연대순에 따라 음악의 발전이 서술되며, 음악가과 음악에 관한 많은 사실을 언급하여 읽기가 쉽지 않다. 음악학자의 저술 답게 서양음악의 발전을 음악의 원리와 형식의 발전에 촛점을 맞추어 다루고 있다. 서양 음악은 앞사람의 업적위에 뒤에 사람이 추가하면서 점차적으로 발전해 온 영역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임의적으로 시대구분을 하기는 하지만, 과학이나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음악은 특별한 혁신이나 비약 없이 연속된 전개라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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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an Krueger. 2019. Rockonomics: A Backstage tour of what the music industry can teach us about economics and life. Currency. 269 pages.
저자는 유명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대중음악 산업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한 연구 성과물이다. 음악산업은 1990년대에 디지털화되고, 2000년대에 스트리밍 방식이 음악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디지털화된 음악은 다음의 세가지 이유 때문에 승자독식의 시장(winner-takes-it-all market)을 형성한다. 첫째, 사용자가 늘어도 추가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확장성(scaleablity), 개별 음악가와 음악은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uniqueness), 음악의 소비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연결망 속에서 음악을 소비한다. 남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나도 좋아하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남들에게 추천한다. 사람들이 특정 음악에 선호를 형성하는 방식은, 그와 유사한 것을 많이 접할수록 좋아하는 감정이 커지는 편향성을 띤다. 특정 가수나 특정 곡의 인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연이거나 사소한 원인 때문에 특정 음악에 대해 처음에 소수의 사람들의 선호가 쌓이기 시작하면, 뒤이어 눈덩이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bandwagon effect)이 발생하면서 인기가 높아진다. 성공한 가수나 음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성공이 사소한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며, 자신과 비슷한 역량의 다른 가수나 곡들이 뜨지 못한 경우가 무수히 많다고 고백한다. 음악 소비자들의 취향은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어떤 가수의 어떤 곡이 뜰지 미리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음악 종사자들은 매우 큰 스트레스를 지고 살아가게 된다.
인터넷 덕분에 소수의 사람들만이 좋아할 틈새 상품도 빛을 볼 수 있으므로, 소수의 음악에 인기가 편중되는 현상이 완화되리라는 예측은 틀렸다. 인터넷이 도입되고, 스포티파이(Spotify)나 애플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모든 곡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음에도, 사람들의 선호는 소수의 곡에만 집중되어 있다. 최상위의 곡이 사람들이 듣는 노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음악 소비가 음악 자체의 본질적 가치를 반영하기보다는, 지극히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1999년에 냅스터가 사람들간에 음악 파일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면서 불법 음악 복제 행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그 결과 1999년을 고비로 하여 그 이후 음악 산업 전체의 수입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사람들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 음악을 불법 복제하기보다, 매월 약간의 돈을 내고 서비스를 구독하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무제한으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불법 복제는 크게 줄어들었으며 음악 산업 전체의 수입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며, 음악 산업의 수입도 따라서 증가할 것이다.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누리는 효용에 비해 음악 산업이 거두는 수입은 매우 작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파티에 참여하거나, 식사나 운동을 하거나, 등 다른 일을 하면서 배경으로 매일 몇시간씩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위해 지불하는 돈은 미미하다. 그 결과 대다수의 음악가들은 생계비를 버는 것도 힘겨워 한다. 대부분의 음악인들은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것이지, 돈을 버는 목적은 부수적이다. 음악가를 지망하는 사람은 매우 많고, 매년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음악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수의 스타를 제외하고 음악을 하여 거두는 수입은 미미하다. 많은 무명의 음악가들은 행사에 뛰고, 음악 레슨을 하고, 다른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돈이 벌리지 않음에도 본인이 좋아서 음악을 한다.
음악계의 스타의 수입도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의 소득과 비교하면 현저히 작다. 사람들은 대부분 녹음된 음악을 공짜에 가깝게 듣기 때문에, 인기 음악가들도 자신의 음반으로부터 거두는 수입은 매우 작다. 거의 모든 스타들은 현장 콘서트를 통해 거두는 수입에 주로 의존한다. 음반 판매나 방송국에서 자신의 음악을 방송하는 것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며, 이러한 인지도를 이용하여 현장 콘서트에 팬들을 모아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콘서트에 상당한 수의 팬을 동원할 수 있는 스타는 많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수입이 미미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 음악가의 사정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스트리밍 산업의 초기 단계이므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확실치 않다. 영화와 음악을 함께 묶어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타날 수 있다. 아마존이나 애플과 같이 다른 본업에 도움을 주는 역할로서 음악 스트리밍이 계속 기능할 수도 있다. 일단 음악을 제작하면 복제하는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음악 산업 자체의 재정 규모가 크지 않은 반면, 음악이 사람들의 일상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음악을 덧붙이는 다양한 방식이 출현하리라 예상한다. 여하간, 현재 음악은 사람들이 누리는 효용에 비하여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으면서 많은 시간을 즐기므로, 사람들에게 큰 복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광범위한 자료와 체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대중 음악 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한 질 높은 연구 성과이다. 이 책을 통해 음악 산업 전반에 눈을 뜨게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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