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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해당되는 글 3건
2022. 8. 30. 17:43

Nolan Gasser. 2019. Why you like it: the science and culture of musical taste. Flatiron books. 645 pages.

저자는 피아노를 연주하고 작곡하는 음악가이며, 인터넷 라디오 "판도라"에서 Musical Genome Project 를 수행한 경험을 배경으로 이 책을 썼다. 사람들의 음악적 취향의 결정 요인을 음악 내적인 요인과 음악 외적인 요인의 양쪽에서 분석한다. 음악 내적 요인을 설명하기 위해 음악 이론을 멜로디, 화음, 리듬, 형식, 소리 라는 다섯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음악 외적 요인으로는 진화론적 배경, 소리의 물리적 성질, 생물학적 배경, 문화적 배경, 사회적 성격, 심리적 배경, 음악의 효과를 검토한다.

음악은 언어와 함께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의 생존에 도움을 주었다. 의사소통, 집단화합 등에서 원시시대부터 인간의 삶에 도움을 주었기에, 음악은 인류와 역사를 같이한다. 

멜로디와 화음이 우리 귀에 좋게 들리는 것은 소리 파장의 규칙적인 중첩 현상 때문이다. 소리 파장이 중첩되지 않는 음을 들으면 귀에 거슬린다. 따라서 음악이란 궁극적으로는 소리의 물리적 속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서양에서는 7음계, 장조, 단조 음계가 발달한 반면,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계의 다른 지역에는 이와는 다른 음계가 발달하였다.

음악에 대한 인식은 매우 어린 시절에서부터 시작된다. 12세 무렵이면 자신이 속한 문화에서 통용되는 음악에 두뇌가 굳어지며, 이후 다른 문화의 음악을 들으면 자신이 친숙한 음악과는 다르다는 차이를 느낀다. 따라서 사람들의 음악에 대한 취향의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은 사람들이 나고 자란 문화이다. 자신의 문화에서 규정하는 음악 규칙과 다른 음악을 들으면, 생소한 느낌이 들고, 긴장하게 되고, 기억하기 어려우며, 쉽게 좋아지지 않는다.

음악은 자신의 집단 정체성의 일부이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음악적 취향은 계급 배경을 반영한다고 지적하였다. 문화적 취향의 차이는 계급을 구분하는 수단으로 작용한다. 음악은 사람들이 어울리고 동일시하는 집단, 즉 하위문화를 형성한다.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구분이 대표적 예이다.

사람들의 성격에 따라 좋아하는 음악에 차이가 있다. 내면 지향형 성격의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음악적으로 복잡하며 세련된 음악, 예컨대 재즈나 클래식을 좋아하는 반면, 외부 지향형 성격의 사람들은 격정적이지만 음악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음악, 예컨대 록, 컨트리 등을 좋아한다. 자신이 특정 음악에 많이 노출될수록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된다. 친숙함이 좋아함을 낳는다. 개인적 성격 이외에 맥락에 따라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에 차이가 있다. 아침에 운동할 때, 저녁 식사시간에, 잠자리에 들면서, 등 맥락에 따라 그에 맞는 음악이 있다. 동일한 성격의 사람들도 맥락에 따라 다른 음악을 찾는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일곱개의 음악 '취향 모델'(genotype)을 설정하고, 각 취향 모델에 속하는 네 개의 곡을 예로 하여 개별 모델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팝(Pop), 록(Rock), 재즈(Jazz), 힙합(Hip Hop), 엘렉트로닉 춤곡(Electronica, EDM), 비서구음악(World Music), 클래식(Classical)이 그것이다. 각 취향 모델의 역사와 음악적 속성을 전반적으로 서술하는 부분은 비전공자도 읽을만 하나, 개별 음악을 분석하는 부분은 상당히 전문적이라서 비전공자는 이해하기 어렵다. 

이 책은 사실상 두개의 책이 합쳐진 것이다. 음악 내적 요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전문적이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반면, 음악 외적 요인을 설명하는 부분은 음악 전공자가 아니라도 무리없이 읽어내릴 수 있다. 음악에 대해 사실상 백과사전적인 지식을 커버하고 있다. 엄청난 양의 정보를 빽빽하게 집어넣어 읽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을 대강이라도 읽고 나서 음악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음 분명하다.

2022. 6. 28. 22:27

박을미. 2011. 모두를 위한 서양음악사 1: 서양음악사 100 장면으로 편하게 읽기. 가람기획. 265쪽.

저자는 중세음악을 전공한 음악학 교수이며, 이 책은 고대에서부터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를 거쳐 바로크 시대까지 서양음악의 발전과정을 주요 주제별로 요약하여 설명한다. 서양 음악은 이 시기 동안 교회 음악으로부터 세속 음악으로 중심을 이동하고, 성악에서부터 기악이 독립된 영역을 구축하게 되며, 단성 음악으로부터 다성 음악으로 음악의 구조가 복잡해지는 과정을 거친다. 교회 음악의 시기에는 음악이 종교적 목적에 기여하는 보조적인 위치에 머물러야 했기에 제한이 많았으나, 세속 음악으로 이동하면서 음악이 감정을 표현하고 여흥을 즐기는 수단이 되면서 다양한 양식의 음악이 발달하였다.

그리스 시대에 음악은 수학과 함께 과학의 영역으로 취급되었다. 음악은 인간의 정신에 영향을 미치며 주술적 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리스 시대의 음악에 대해서는 단편적 기록을 넘어서서 사실상 아는 것이 별로 없다.

중세시대(450~1450)에 음악은 교회에서 수도사들에 의해, 그레고리안 성가와 같이 성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1025년 무렵 이탈리아의 귀도 다레초라는 수도사가 그때까지 전해오던 기보법을 개량하면서, "툿(도)레미파솔라"라는 계명을 성가곡의 가사로부터 차용하여 만들었으며, 이후 17세기에 들어 '시'가 추가되었다. 이무렵 오선지에 음을 기록하는 방법도 정착하였다. 이때에는 음의 높이만을 표기할 뿐 음의 길이(음가)를 기록하지는 않았다. 9세기까지는 전적으로 단성 음악이었으나, 1,000년경에 두개 이상의 성부를 가진 다성 음악이 출현하였다. 처음에는 병행 성부에 한정되었으나, 점차 선율과 리듬이 독립된 성부가 출현하였다. 중세시대 후반에 들어 조금씩 교회로부터 벗어난 세속적 음악이 유랑악사(민스트럴)나 방랑시인에 의해 이루어졌다. 교회는 이러한 세속 음악을 저지하려고 하였으나 확산을 막을 수 없었다. 중세시기에는 음악이 종교적 교화를 위해 존재했는데, 복잡한 음악 구조나 다양한 악기는 이러한 목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권장되지 않았다.

르네상스 시대(1450~1600)에 그리스로마의 유산을 새로 발견하면서 인문학과 과학이 급격히 발전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음악은 중세의 것을 계승해 점진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밟았다. 1450년경 금속인쇄술의 발명 이후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면서 음악 악보의 인쇄를 통해 음악의 빠른 확산이 가능해졌다. 이 시기까지는 기악보다는 성악이 중심이었지만, 다성 음악의 구조가 복잡해졌다. 또한 다양한 악기들이 성악과 함께 연주되었다. 중세와 다른 점은 교회이외에 왕, 귀족, 부유한 상공인들이 음악가를 후원하면서 세속음악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는 점이다.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의 도시들을 중심으로 음악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바로크 시대(1600~1750)에는 음악의 감정적 효과를 인정하여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이 이루어졌다. 바로크 시대의 미술이나 건축은 중세 시대의 경건이나 르네상스시대의 절제에서 벗어나 전반적으로 화려함을 강조하였는데, 이러한 시대적 분위기는 음악에도 반영되었다. 이시기 음악은 교회의 범위를 본격적으로 벗어나 발전하였다. 이탈리아에서 오페라가 크게 발달했다. 교회의 성악에서도 화려한 선율을 특징으로 하는 오라토리오와 칸타타가 등장하였다. 이시기까지 음악인은 대부분 남성이었으며, 다성 음악의 고음부는 거세되어 변성기를 겪지 않는 남성 가수(카스트라토)가 맡았다. 카스트라토는 교회 밖에서는 물론 교회에서까지 널리 활동하였는데, 나폴레옹 황제가 이러한 관행을 금하여 프랑스에서는 일찌기 사라졌으나, 이탈리아에서는 20세기초까지 활동하였다. 1500년대 중반부터 바이올린이 사용되기 시작하여, 1700년대 이탈리아에서 바이올린 제작과 연주법이 크게 발전하여 현재까지 큰 변화 없이 이어지고 있다. 스트라디바리의 바이올린이 제작된 것도 1700년대 중반 무렵이다. 이 시대에 들어 기악 음악은 성악으로부터 독립된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으며, 본격적인 기악 음악인 소나타가 발전하였다. 바로크 음악은 음악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1685~1750)에서 최절정을 이루었다.

이 책은 음악사 교과서의 요약본 같은 성격이다. 연대순에 따라 음악의 발전이 서술되며, 음악가과 음악에 관한 많은 사실을 언급하여 읽기가 쉽지 않다. 음악학자의 저술 답게 서양음악의 발전을 음악의 원리와 형식의 발전에 촛점을 맞추어 다루고 있다. 서양 음악은 앞사람의 업적위에 뒤에 사람이 추가하면서 점차적으로 발전해 온 영역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다. 임의적으로 시대구분을 하기는 하지만, 과학이나 다른 예술 분야와 달리 음악은 특별한 혁신이나 비약 없이 연속된 전개라는 인상을 받았다.

2021. 10. 8. 16:03

Alan Krueger. 2019. Rockonomics: A Backstage tour of what the music industry can teach us about economics and life. Currency. 269 pages.

저자는 유명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대중음악 산업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분석한 연구 성과물이다. 음악산업은 1990년대에 디지털화되고, 2000년대에 스트리밍 방식이 음악 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디지털화된 음악은 다음의 세가지 이유 때문에 승자독식의 시장(winner-takes-it-all market)을 형성한다. 첫째, 사용자가 늘어도 추가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 확장성(scaleablity), 개별 음악가와 음악은 서로 대체할 수 없는 고유의 가치를 지닌다는 사실(uniqueness), 음악의 소비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를 따라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연결망 속에서 음악을 소비한다. 남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나도 좋아하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남들에게 추천한다. 사람들이 특정 음악에 선호를 형성하는 방식은, 그와 유사한 것을 많이 접할수록 좋아하는 감정이 커지는 편향성을 띤다. 특정 가수나 특정 곡의 인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살펴보면, 우연이거나 사소한 원인 때문에 특정 음악에 대해 처음에 소수의 사람들의 선호가 쌓이기 시작하면, 뒤이어 눈덩이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현상(bandwagon effect)이 발생하면서 인기가 높아진다. 성공한 가수나 음악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자신의 성공이 사소한 우연에서 비롯된 것이며, 자신과 비슷한 역량의 다른 가수나 곡들이 뜨지 못한 경우가 무수히 많다고 고백한다. 음악 소비자들의 취향은 변덕이 심하기 때문에 어떤 가수의 어떤 곡이 뜰지 미리 예측할 수 없다. 따라서 음악 종사자들은 매우 큰 스트레스를 지고 살아가게 된다.   

인터넷 덕분에 소수의 사람들만이 좋아할 틈새 상품도 빛을 볼 수 있으므로, 소수의 음악에 인기가 편중되는 현상이 완화되리라는 예측은 틀렸다. 인터넷이 도입되고, 스포티파이(Spotify)나 애플뮤직과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모든 곡들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음에도, 사람들의 선호는 소수의 곡에만 집중되어 있다. 최상위의 곡이 사람들이 듣는 노래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는 음악 소비가 음악 자체의 본질적 가치를 반영하기보다는, 지극히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1999년에 냅스터가 사람들간에 음악 파일의 공유를 가능하게 하면서 불법 음악 복제 행위가 크게 확대되었다. 그 결과 1999년을 고비로 하여 그 이후 음악 산업 전체의 수입은 크게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사람들이 시간과 수고를 들여 음악을 불법 복제하기보다, 매월 약간의 돈을 내고 서비스를 구독하면 자신이 원하는 음악을 무제한으로 편리하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불법 복제는 크게 줄어들었으며 음악 산업 전체의 수입도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의 보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며, 음악 산업의 수입도 따라서 증가할 것이다.  

사람들이 음악을 통해 누리는 효용에 비해 음악 산업이 거두는 수입은 매우 작다. 사람들은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파티에 참여하거나, 식사나 운동을 하거나, 등 다른 일을 하면서 배경으로 매일 몇시간씩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사람들이 음악을 듣기위해 지불하는 돈은 미미하다. 그 결과 대다수의 음악가들은 생계비를 버는 것도 힘겨워 한다. 대부분의 음악인들은 음악을 하는 것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음악을 하는 것이지, 돈을 버는 목적은 부수적이다. 음악가를 지망하는 사람은 매우 많고, 매년 엄청나게 많은 수의 음악이 시장에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음악으로 돈을 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소수의 스타를 제외하고 음악을 하여 거두는 수입은 미미하다. 많은 무명의 음악가들은 행사에 뛰고, 음악 레슨을 하고, 다른 직업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돈이 벌리지 않음에도 본인이 좋아서 음악을 한다.  

음악계의 스타의 수입도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의 소득과 비교하면 현저히 작다. 사람들은 대부분 녹음된 음악을 공짜에 가깝게 듣기 때문에, 인기 음악가들도 자신의 음반으로부터 거두는 수입은 매우 작다. 거의 모든 스타들은 현장 콘서트를 통해 거두는 수입에 주로 의존한다. 음반 판매나 방송국에서 자신의 음악을 방송하는 것은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기여하며, 이러한 인지도를 이용하여 현장 콘서트에 팬들을 모아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 콘서트에 상당한 수의 팬을 동원할 수 있는 스타는 많지 않으므로, 대부분의 음악가들은 수입이 미미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앞으로 스트리밍 서비스가 확대되면 음악가의 사정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은 스트리밍 산업의 초기 단계이므로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확실치 않다. 영화와 음악을 함께 묶어 스트리밍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나타날 수 있다. 아마존이나 애플과 같이 다른 본업에 도움을 주는 역할로서 음악 스트리밍이 계속 기능할 수도 있다. 일단 음악을 제작하면 복제하는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고, 음악 산업 자체의 재정 규모가 크지 않은 반면, 음악이 사람들의 일상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에, 다른 산업에 음악을 덧붙이는 다양한 방식이 출현하리라 예상한다. 여하간, 현재 음악은 사람들이 누리는 효용에 비하여 비용을 거의 지불하지 않으면서 많은 시간을 즐기므로, 사람들에게 큰 복리를 제공한다. 이 책은 광범위한 자료와 체계적 분석을 바탕으로 대중 음악 산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분석한 질 높은 연구 성과이다. 이 책을 통해 음악 산업 전반에 눈을 뜨게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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