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uglass North. 1990. Institutions, institutional change and economic performanc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40 pages.
저자는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생애를 통틀어 수행한 연구의 요점을 정리한 책이다. 그의 연구의 출발점은, 미국과 유럽의 경제사를 연구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선택에 필요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정보 비용이 발생하지 않으며 완전경쟁을 한다는 신고적 경제학 모델의 한계를 인식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한다.
사람들은 시장이라는 차단된 공간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공식적 제도와 비공식적 규범의 틀 내에서 경제활동을 한다. 제도란 incentive system에 다름이 아니다. 경제활동에서 핵심적인 제도는 소유권을 둘러싼 제도이다. 계약, 소유권,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장치가 공식적으로 마련되어 있고, 정치권력과 정부가 이를 성실히 준수하는 제도 환경에서는 거래비용이 낮으며, 생산적 경제활동이 촉진되고, 경제발전이 이루어진다. 반면,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공식적 장치가 부실하고, 소유권의 보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제도 환경에서는 거래비용이 높으, 사람들은 생산적 경제활동을 통해 부를 창출하는 데 관심을 쏟지 않으며 경제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이 높은 경제에서는 경제 참여자들 사이에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다. 거래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문화의 수준이 낮고, 전문화가 안되면 기술 개발이 힘들며, 생산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 개별 생산 규모가 작으면,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규모의 경제의 이익을 거둘 수 없다.
경제 발전은 경로의존적(path-dependent)이다. 과거의 제도가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변화는 느리게 전개된다. 표면적으로는 혁명처럼보이는 경우도, 혁명적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실제 일이 이행되는 과정을 보면 과거의 제도가 여전히 살아서 작용하고 있다. 제도와 규범은 빨리 바뀌지 않는다.
북미와 남미가 다른 경제발전 경로를 밟게 된 것은, 이들의 식민지 종주국인 영국과 스페인/포르투갈의 제도가 달랐기 때문이다. 영국은 명예혁명을 통해 부르주아가 왕권을 견제하게 되었고, 왕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가 의회를 통해 제한되고, 소유권의 보장이 이루어지고 계약 이행을 강제하는 공식적 장치가 만들어졌다. 그 결과 거래비용이 낮아졌으며, 생산적 경제활동이 촉진되고, 금융시장이 발달하게 되었고, 영국이 전비를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조달할 수 있었기에 프랑스를 이기고 세계를 제패할 수 있었다. 소유권을 보장하는 제도는 개인의 창의를 장려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이었기에, 이는 산업혁명과 기업 활동의 활성화로 이어졌다.
반면, 스페인/포르투갈에서는 왕권과 그를 보좌하는 중앙정부의 관료가 지배하는 제도 환경이 지속되었다. 왕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는 수시로 소유권을 훼손하는 조치를 낳았으며, 그 결과 생산적 경제활동보다는 권력에 기생하는 이익추구(rent-seeking) 행위가 지배하였으며, 결국 경제의 후퇴를 가져왔다. 중남미의 식민지가 모국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과거 종주국의 제도를 물려받아, 권력자와 관료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허용으로 하는 권위주의적인 정치체제와, 생산적 활동이 장려되지 않는 제도 환경을 정착시켰다. 반면 북미는 영국의 전통을 이어받아 중앙 권력을 견제하는 민주주의 헌법을 만들어 내고, 소유권과 계약의 이행을 공식적으로 강제하는 제도가 정착하고, 개인의 창의를 장려하면서, 이민자의 유입, 서부로의 진출, 생산적인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는 결과를 낳았다.
개발도상국이 선진국의 제도를 수입해도, 이것이 제대로 운용되지 못한다. 제도는 여러 다양한 요소가 그물망처럼 엮여 있기 때문에, 특정 제도가 제대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여러 연관된 제도들이 함께 제대로 이행되어야 하기때문이다. 개발도상국에 소유권을 보장하는 법규가 존재하지만 권력자와 관료가 개인의 소유권을 훼손하는 조치를 하고, 계약의 이행을 강제하는 사법부의 역할이 부실하다면, 사람들 사이에 거래는 활성화되기 어렵다.
저자는 경제발전의 요인으로 크게 두가지를 든다. 제도와 기술이 그것이다. 제도와 기술은 서로 상호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해왔다. 소유권이 잘 보장될 때 개인의 창의와 기술 발전이 활성화되며, 기술이 발전하면 계약의 이행과 소유권 보장이 보다 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이 책은 저자의 일생의 연구를 종합하여 요약한 글이므로 매우 압축적이라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의 주장은 이제 사회과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며, 이 책은 그의 이론을 전반적 훑으며 통찰력을 얻는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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