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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10. 10. 21:44

Tasheng Huang. 2023. The Rise and Fall of the EAST: How Exam, Autocracy, Stability, and Technology brought China success, and why they might lead to its decline. Yale University Press. 353 pages.

저자는 정치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15세기까지 서구보다 모든 면에서 앞섰던 중국 문명이 이후 왜 서구에 뒤지게 되었을까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의 이론적 및 경험적인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중국은 서기 600년경 수나라에서 과거가 도입된 이후, 사회의 모든 인적 자원과 이념적 자원이, 오로지 유교 지식만을 테스트하는 과거를 통해 국가 관료가 되는 길 하나로 집중되면서 다양성이 사라졌기 때문에, 기술 발전, 경제 발전, 정치 발전의 동력을 상실하였다는 것이다.

서구가 16세기 이래 과학기술이 발전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유럽 세계가 여러 나라로 잘게 쪼개져서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였기 때문이라고, 많은 경제사학자들이 주장한다. 여러 나라들이 경쟁하는 유럽 세계에서 어느 나라의 군주도 자신의 독단적인 변덕과 억압때문에 기술발전이 뒤쳐지는 것을 원치 않았으며, 이웃나라를 앞설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도록 적극적으로 장려했기 때문에, 유럽 전체적으로 과학 기술이 상승 발전할 수 있었다. 반면, 중국은 하나의 권위체로 일찌감치 통일되었기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경쟁적으로 장려할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 15세기 명나라 때에는 군주의 독단적인 결정으로 해상 무역을 금지하고 먼바다를 항해하는 선박 건조를 금지함으로서 기술의 맥이 끊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유교를 국시로 하는 중국 정부는 상공업을 천대한 반면 지주와 관료를 우대했기 때문에, 상공업 분야에서 생산성 향상의 동력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나라가 멸망한 뒤 350년간의 혼란을 수습하고, 서기 600년경 수나라가 전국을 통일한 이래, 중국은 현재까지 대체로 계속하여 하나의 나라로서 통일을 유지해 왔다. 수나라는 과거를 통해 관료를 선발하는 제도를 전국적으로 시행하였다. 과거제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성공하는 '성과주의 체제' meritocracy 를 구현하였다. 대부분의 다른 나라에서는 귀족과 군벌이 왕과 권력을 분점하고 통치에 참여하는데 반해, 중국에서는 객관적인 시험인 과거를 통해 선발된 관료가 왕의 권한 위임을 받아 통치를 담당하였다. 과거를 통해 선발된 많은 유능한 관료들은 국가의 권력이 국민의 생활 전반에 침투하는 매우 광범위하고 적극적인 국가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서구 유럽의 국가 역량이 근대에 이르기까지 제한적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전체적으로 왕의 감독하에 치러지는 과거는 비교적 공정하게 집행되었다. 이중 블라인드 처리를 하여 시험 응시자의 가족 배경이 선발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하였다. 과거제도는 전국의 모든 인적 자원과 이념적 자원을 이것 하나에 전적으로 집중시켰으므로, 다른 사상이나 다른 경력이 존재할 여지를 남기지 않았다. 전국의 모든 인재들은 오로지 과거의 시험 과목, 즉 유교의 경전을 익히는데 어린시절부터 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였다. 중국이 오랜 동안 분열되지 않고 하나로 통일을 유지할 수 있던 비결은 바로 과거제에 있다. 과거제는 가족의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객관적인 시험을 통해 성공에 이르는 길을 열어주었으므로, 웬만한 지력이 있는 사람은 모두 과거를 준비하고, 과거에 붙으면 그것의 정당성을 적극적으로 옹호하였다. 오랫동안 과거를 준비할려면 생산 활동에 종사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과거를 준비하는 사람은 생산활동에 종사하지 않는 지주 계층이 주를 이루었다. 상공인들도 어느 정도 재력을 모으면, 자식에게 자신의 가업을 잇게하기보다, 과거 준비에 몰두하게 했기 때문에, 상공업 자본의 축적이나 생산성 향상의 선순환이 만들어내지 못했다. 요컨대 과거제도는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체제를 오랫동안 안정되게 유지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나, 새로운 아이디어의 발전을 막고 경제적 및 정치적 발전의 동력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가져왔다.   

지금까지 경제사학자들은 중국이 서구보다 기술이 뒤떨어지게 된 시기를 대체로 1500년경 명나라 때로 지적한다. 특히 명나라때 정화의 대원정 이후 왕의 명령으로 해외 무역을 금하고 먼바다를 나가는 배를 짓지 못하도록 한 조치를 중국이 기술발전의 대열에서 벗어난 상징적 사건으로 종종 언급한다. 그러나 저자가 중국의 10,000건이 넘는 발명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여 경험적으로 분석한 결과, 중국에서 기술 개발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 것은 서기 600년 수나라 때 무렵부터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역사에서 기술발전이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진나라가 전국을 통일하기 이전 춘추전국시대라 일컬어지는 혼란기와, 한나라가 망하고 수나라가 통일하기 이전 위진 남북조 시대라 일컷는 혼란기였다. 이 두시기에 여러 나라가 경쟁하는 분열의 양상이 펼쳐졌는데, 이는 유럽에서 여러 나라가 분열해 경쟁하던 상황과 흡사하다. 이 시기에 유교, 불교, 도교, 등 다양한 사상이 경쟁하였으며, 정부의 이념에서도 여러 사상이 혼합되고 교차하였다. 이 시기를 "백가쟁명의 시대"라 지칭하는데, 이렇게 생각과 행동의 다양성이 허용되는 환경에서 새로운 발명이 활발하게 전개된 것이다. 반면 국가의 이념이 유교로 제한되고, 과거제도로 모든 인재들이 쏠리던 송나라 이후에는 발명의 건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중국은 1970년대 중반 등소평의 개혁개방 정책 이후 1980년대 후반까지 개혁의 시기를 맞았다.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가 허용되고, 국유기업의 사유화가 진행되고,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부분적으로 도입하면서,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그러나 1989년 천안문 사태를 계기로 개혁파가 제거되고 보수파가 실권을 잡으면서, 이전 시기의 개혁적 조치들은 취소되거나 제한되었다. 그럼에도 개혁의 모멘텀은 계속 유지되었으며, 경제성장을 정권의 정당성으로 삼는 기조는 이어졌다. 각 지방 정부는 어느 정도 자율성을 가지고 개발을 추진하면서, 경제성장의 성과를 놓고 서로 경쟁하는 성과주의 원칙 meritocratic principle 이 지배하였다.

중국은 공산당 독재체제이지만, 과거 모든 권력을 한 사람이 독점하여 무모한 정책을 밀어붙여 중국을 위기에 빠뜨린 모택동 시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등소평 시대 이래 권력을 여러 지위로 분산하는 조치가 이루어졌다. 당서기, 수상, 군 총사령관, 원로회의, 등으로 최고의 권력이 분산되어, 한 사람이 독단적으로 권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되었다. 또한 당서기의 임기를 최대 10년까지로 하여, 두차례에 걸쳐 평화적으로 권력이 이양되는 전통이 만들어졌다. 그러나 중앙의 권력을 여러 지위 여러 사람이 나누어 갖는 관행은 1989년 보수파가 실권을 잡으면서 부분적으로 깨어졌다. 2012년 시진핑이 집권한 이래 모든 최고위 자리를 그가 겸직하여 독점하거나 폐지하면서 일인이 권력을 전적으로 독점하는 체제로 다시 돌아갔다. 시진핑은 2018년 헌법을 개정하여 당서기의 임기 제한을 없앰으로서, 등소평 시대 이래 권력을 제한하는 취지의 개혁적 조치는 완전히 무위로 돌아갔다. 

시진핑은 중국에서 다양성을 제거하는 정책을 강압적으로 추진하였다. 홍콩의 독립 체제를 무너뜨리고, 시지핑 일인의 개인 숭배 이념을 주입하고, 시진핑의 독재 권력에 위협이 되는 잠재적 경쟁자를 부패 처단을 명분으로 숙청하고, 언론과 미디어의 통제를 강화하고, 민간 기업을 국가의 통제권 하에 두고, 성공한 기업가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등으로,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시진핑의 정책은 경제성장을 둔화시키고, 새로운 기술 발전을 억압하고, 국민의 불만이 높아지면서, 결국 체제의 위기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견한다. 시진핑은, 과거 명나라 시대에 철저하게 유교 이념으로 무장하여 다양성을 죽이고, 국가의 명령으로 기술 발전을 가로막던, 그런 길로 중국을 몰아가고 있다. 시진핑이 이끄는, 다양성이 사라진 강력한 권위주의 정치체제는, 과거 정체되고 폐쇄된 중국이 다양하고 역동적인 서구에 의해 몰락했듯이,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로 무장된 서구와의 대결에서 중국이 또다시 패배할 위험을 안고 있다. 

저자는 과거 중국의 역사로 부터 얻은 교훈으로 현재의 체제를 들여다보는 흥미있는 사고 실험을 한다. 과거제도에 대한 논의와 중국 공산당에 대한 논의는 연결되기는 하지만 구분된 논의이다. 그의 분석은 과거제도에 대한 논의에서 더 설득력이 있다. 시진핑 체제가 그의 예상과 같이 위기에 빠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면서 서술하는 것은 흥미를 북돋우기는 하지만, 논의의 중복이 매우 많다. 경쟁과 다양성이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 나아가 경제성장을 낳는다는 그의 지적은 설득력이 크다. 서구가 앞서게 된 원인을 서구가 아닌 중국, 특히 과거제도에서 찾는 그의 분석은 흥미롭고 한국의 과거를 설명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2021. 7. 23. 14:25

James Bessen. 2015. Learning by Doing: the Real connection between innovation, wages, and wealth. Yale University Press. 227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개발되는지, 근래에 왜 임금격차가 확대되는지,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도입해야 할지에 관해 서술한다.

새로운 기술은 소수의 엘리트 발명가에 의해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기술을 적용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경험 속에 체화된 실용적 기술을 통해 발전한다. 기술 혁신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없는 시행착오와 개량을 통해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이루어진다. 처음 아이디어를 만든 발명가를 칭송하지만, 그의 아이디어가 실제 쓸모가 있는 기술로 구체화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의 점진적 개량 노력이 덧붙여져야 한다.

노동자들이 현장 경험을 통해 익힌 (on-the-job) 실용 기술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아무리 우수한 기계나 기술이라도 제대로 성능을 내지 못한다. 단적인 예로 영국이 개발한 면직 기계를 일본과 중국에 수출했을 때, 영국의 기술자가 함께 따라왔음에도, 이 기계를 활용한 생산성에서 일본과 중국은 영국의 수준에 훨씬 못미쳤다. 일반 노동자들이 보유한 실용 기술은 엔지니어의 추상적 기술 못지 않게 생산성을 내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특정 분야에서 기술의 변화가 빠르며 아직 표준화가 되지 않은 초기 발전단계에는, 노동자들이 실용적 현장 기술을 배우는 것을 꺼린다. 이 단계에는 보편적 아이디어를 보유한 엔지니어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면 기술이 성숙하여 표준화가 된 단계에서는 노동자들이 구체적인 관련 기술을 배워 생산성 향상에 적극적으로 기여하기에 임금도 올라간다. 즉 기술이 아직 유동적인 단계에서는 생산성 향상의 과실이 엘리뜨 엔지니어에 머물 뿐 일반 노동자들에게까지 미치지 못한다. 1980년대 이래 정보통신기술은 아직 표준화 단계에 도달하지 못했으며, 관련 기술이 일반 노동자들에게 널리 보급되지 못했다. 그 결과 일반 노동자와 엘리뜨 엔지니어 간의 소득 격차는 크게 벌어졌다. 현재 미국의 노동시장은 현장에 필요한 실용적 기술을 보유한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많으나 이러한 중간 수준의 기술을 갖춘 노동자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신기술로 인한 소득 불평등 확대를 줄이려면, 일반 노동자들이 신기술과 관련된 구체적 실용 기술을 익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전문대학의 기술 교육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국민의 4년제 대학교육을 장려하고, 대학의 고급 연구활동에 재정을 일방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은 방향이 잘 못 되었다.

새로운 기술 개발을 촉진하려면 기술의 공유를 장려해야 한다. 성숙한 단계에 도달한 기술은 지적재산권을 엄격하게 보호하는 것이 타당하지만, 유동적인 초기 단계의 기술에 대해 특허를 남발할 경우, 기술 개발을 방해하게 된다. 특허권을 엄격히 보호하는 정책은 표준 기술을 보유한 대기업에게 유리하기에, 지금까지 미국의 특허 정책은 특허를 강화하는 방향으로만 발전해 왔는데, 이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데 주력하는 start-up에게는 매우 불리한 정책이다. 표준화 단계에 도달하지 않은 불확실한 기술의 경우, 특허권으로 보호하지 않아도 모방을 통해 이익을 거두기 어려운 반면, 서로 모방하면서 기술을 향상시키는 상승 효과가 더 크다.

미국의 20세기 주요 기술의 개발과정을 보면, 정부의 군사 용도의 기술 개발이 민간에 확산되는 과정을 거쳤다. TV, 컴퓨터, 인터넷, GPS, AI, 등 대부분의 핵심 기술은 군사용도의 기술 성과를 민간에서 받아 개량하면서 이루어졌다. 정부가 군사용도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면서 참여 기관과 연구자들 사이에 기술 공유를 적극적으로 장려했기 때문에 연구의 효율이 매우 높았다. 개별 기업은 자신의 연구 과정과 성과를 배타적으로 소유하려고 하기 때문에, 관련 연구자 공동체의 집단적 협력을 기대할 수없다. 근래에 미국의 군사 목적의 연구는 배타적 비밀주의를 엄격히 강요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이 높은 연구 효율과 민간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이 유럽보다 기술 개발이 활발한 것은, 기술과 기술자에 대한 사회전반의 우호적 분위기와 함께, 기술 기득권자를 보호하는 정도가 유럽보다 덜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기술 개량에 참여하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 기술 개발이 활발하게 이루어 진다. 기술 개발은 소수의 엘리뜨 엔지니어가 하는 것이 아니다. 실제 일에 참여하면서 배우고 개량하는 가운데 점진적으로 기술은 발전한다.

이책은 저자의 과거 기업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이 실제 어떻게 쓰이고 개발되는지 이야기 한다. 학자가 쓴 글과 달리 이론적 논의보다는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신 기술 개발이라는 것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알기 어렵다. 저자는 실제 적용하면서 깨달아가는 과정을 통해 기술이 점진적으로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기술발전에 관한 기존의 이야기는 대체로 신화일뿐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한다. 기술 개발은 엘리뜨 이론가나 골방의 발명가의 업적만으로는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평이하지만 설득력 있는 이야기이다. 

2021. 7. 6. 16:08

Mark Zachary Taylor. 2016. The Politics of Innovation: Why some countries are better than others at science and technology. Oxford. 297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에서 한 나라의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끄는 다양한 제도적 요인을 비교한 뒤, 대외로부터의 정치경제적인 위협이 과학기술의 발전과 혁신을 가져오는 궁극적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창조적 불확실성" creative uncertainty 라는 개념으로 요약한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과학기술 지식은 배타적 소유가 어렵기에 시장에서 적절히 공급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혁신을 불러오는 다섯가지의 핵심 요인이 있다. 첫째는 지적 소유권이 잘 설정되 있을 것, 둘째,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금, 셋째, 과학기술 교육, 넷째, 연구중심 대학, 다섯째, 국내 기술 발달을 유도하는 무역정책이다.  이러한 요인들은 모두 정부의 적극적 개입으로 실행된다.

제도학파 경제학자들은 소유권 보장과 인센티브 제도, 민주주의, 권력 분산, 투명성, 등의 제도 환경을 경제 성장의 필수 요인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국가들을 비교해보면 양호한 제도를 갖추고 있으나 과학기술 발전이 부진한 나라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제도는 부실하지만 과학기술 발전이 활발한 나라가 있다. 호주나 오스트리아가 전자에 해당하며, 한국과 중국이 후자에 해당한다. 양호한 제도가 과학기술의 발전을 낳는 필요조건은 아닌 것이다. 

새로운 기술과 혁신은 관행을 바꾸는 것이기에 승자뿐만 아니라 패자를 낳는다.  기존의 기술로부터 기득이권을 누리던 집단은 혁신적 변화에 반발한다. 이들은 과학기술의 연구에서부터 개발된 기술의 적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다양하게 방해하면서 기술 발달을 힘들게 한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이유에서 새로운 기술은 방해를 받는다. 기득이권 집단에는 노동자에서부터 경영자, 정치인, 종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역사에는 기득이권 집단의 방해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 지체되거나 좌절된 경우가 수 없이 많다. 

그러나 국외로부터 군사적, 경제적 위협이 국내 세력의 방해보다 더 클 때 새로운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국외로부터의 경쟁과 위협이 높으면, 국민이 합심하여 국력을 길러야 한다는 요구가 전사회적으로 설득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안보 위협은 국방력을 높여야 할 필요를 낳으며, 이는 정부의 적극적 과학기술의 투자를 낳는다.

국가의, 특히 정부의 제한된 자원을 과학기술 발전에 투자하는 것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따르기 때문에, 긴박한 필요가 없는한 이러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기 어렵다. 비용이 많이 들고 결과가 불확실한 과학기술보다는 보건 복지, 교육, 지역 개발 등 국민의 삶에 근접한 실용적 분야에 자원을 배분하라는 요구가 더 힘을 받는다. 이것이 안보 위협이 높은 나라에서만 주로 과학기술의 적극적 투자가 이루어지는 이유이다.

과학기술의 발전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과학기술의 인력, 자본, 기업, 지역 등을 둘러싼 국내외의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데 치중할 때 성과를 발휘한다. 연구기관과 산업체를 연결하고, 기술과 자본을 연결하고, 국내 기업과 해외 기업을 연결하고, 산업 단지를 조성하는 등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이스라엘과 타이완은 네트워크 형성에 크게 성공하여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었다.

저자는 한마디로, "경쟁이 혁신을 낳는다"고 말한다. 외부로부터의 경쟁과 위협이 없으면, 국내 세력들이 갈등을 벌이면서 혁신의 동력을 갉아먹기 때문이다. 그의 이론이 미국, 영국, 독일 등의 선진국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지배하는 상황을 잘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거시적으로 볼 때 타당한 지적이다. 

2021. 6. 29. 14:54

William Baumol, Robert Litan, and Carl Schramm. 2007. 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and the economics of growth and prosperity. Yale University Press.

저자는 경제학자들로, 이 책은 개발도상국과 선진산업국 각각에 대해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방법을 제시한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은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생산성의 향상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따라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들이 생겨나는 것을 장려하고, 이들이 초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혁신을 추진하도록 자극하는 제도적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저자는 자본주의를 네가지 형태로 구분한다.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 state-guided capitalism, 족벌적 자본주의 oligarchic capitalism,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big-firm capitalism, 기업가 자본주의 entrepreneurial capitalism. 정부 주도형 자본주의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보이는데, 정부가 생산활동의 주요 의사결정자 역할을 한다. 선진국 기술을 모방하는 단계에는 이 모델이 효율성을 발휘할지 모르나, 경제가 기술의 정점 단계에 도달 했을 때 관료적 비효율의 함정 때문에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기업가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족벌적 자본주의는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의 개발도상국에서 흔히 보이는 유형이다. 이 모델에서 소수 지배층이 자신들의 이익 보전에만 관심이 있을뿐 경제 발전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경제 발전은 기득이권 구조의 균열을 가져오기 때문에 새로운 기업 활동을 장려하지 않는다. 대기업이 지배하는 자본주의는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에서 보인다. 이 모델에서는 대기업이 경제를 지배하는데, 대기업은 관료적 비효율 때문에 혁신을 만들어 내는데 비효율적이며, 기득권 지위에 안주하려 하기 때문에 혁신을 질식시키는 성향을 보인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1970년대 이래 경제가 정체되고 실업율이 계속 높은 이유는 혁신이 생겨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기업가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보이는데, 혁신이 활발히 진행되며, 혁신 기업이 낳는 생산성 향상이 경제 전체에 파급되면서 지속적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기업가 자본주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네가지 필요 조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첫째, 기업을 만드는 것이 쉽고 빨라야 한다.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기업 활동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개발도상국으로 내려갈수록 기업을 세우는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든다. 기업을 세우는 것과 연관된 몇가지 부대 조건으로, 사업이 실패할 때 합리적으로 파산할 수있어야 하며, 금융기관의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이 비교적 잘 작동해야 하며, 노동자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용이해야 한다. 둘째, 기업가의 성공에 대한 보상이 사회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재산권의 보호와 법에 의한 계약의 강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기업가의 활동을 저해하는 부정한 행위가 금지되어야 한다. 아이디어의 생산적 활용을 통해 경제 규모를 키우는 방향이 아니라, 기존의 경제 파이를 빼앗는 방향으로 사람들의 재능이 흐르지 않도록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범죄는 물론이고, 소송과 로비를 통해 제로섬의 다툼을 벌려 큰 이익을 얻게 된다면 사람들은 힘들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서 생산으로 연결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다. 넷째는 경쟁이 계속 지속될 수 있게 해야 한다. 기존의 성공에 안주하여 오래도록 독점적 이익을 향유하면 혁신은 질식된다. 반독점법이 실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고, 무엇보다 무역과 해외투자를 개방하여 외부로부터의 경쟁에 항시 노출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가에는 두가지 종류가 있다. 기존의 방식을 답습하면서 사업을 하는 기업 repetitive entrepreneur 과,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여 생산성 향상을 거두는 기업 inovative entrepreneur 가 그것이다. 전자는 단순히 물량을 많이 투입하는 것이지 생산성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아니므로, 경제 전체로 볼 때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계생산 체감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는 소규모 기업가가 강점이 있으나, 이들이 개발한 것을 다듬어서 대량생산 체제로 연결시키는데에는 대규모 기업이 강점이 있다. 따라서 소규모의 혁신 기업과 대기업이 적절히 조합된 체제가 경제 전체로 볼 때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크게 거둘 수 있다.

유럽의 대륙국가와 일본이 대기업 중심의 체제가 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들 정부가 대기업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이다. 이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도록 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또한 은행이 기업과 밀착한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하였다. 대기업이 지배한 결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와서 생산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었으며, 채용과 해고가 어려운 경직된 노동시장이 자리잡았다.

새로운 방법을 도모하는 혁신 기업이 많이 생겨야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질 수있으므로, 유럽과 일본이 지난 수십년간의 정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을 완화하고, 신규 진입이 용이하도록 규제를 과감하게 폐지해야 한다. 노동을 포함한 전반적 규제를 일시에 폐지하는 것은, 기존 제도의 수혜자로부터 극심한 반발을 초래하기 때문에 개혁이 좌절될 것이다. 저자는 주변으로부터 점차적으로 개선할 것을 제안한다. 예컨대 지금부터 신규로 설립된 회사에 대해서는 완화된 규제 조항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혁신 기업 활동이 활발하게 되기 위해서는, 신규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용이하고 인센티브가 살아있는 제도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아무리 교육 시스템이 잘 되어 있다고 해도, 교육 기관에서 배출된 유능한 인재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고 이를 생산으로 연결시킴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면 허사이다. 정부가 지도하여 새로운 혁신을 가져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이며, 시장의 힘이 잘 작동하는, 즉 능력있는 개인의 역량이 잘 발휘될 수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이 책은 미국이 어떻게 1970~80년대의 부진을 씻고 1990년대 중반 이래 놀라운 성장을 이룩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한다. 저자는 경쟁이 잘 살아있을 때, 즉 모든 사람들이 기득 이권에 안주하지 않고 긴장해서 살아갈 때 경제가 지속해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유럽과 일본이 정체되고 활력이 떨어진 이유를, 바로 그들이 풍요에 안주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적절한 진단이다. 지난 세기 전체를 걸쳐 미국의 꾸준한 혁신과 생산성 향상은 정말 놀랍다. 미국 사회의 문제점을 경시할 수는 없지만, 다른 어느 선진국도 따라오지 못하는 미국 체제의 강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21. 2. 18. 17:40

Joel Mokyr. 1990. The Lever of Riches: Technological creativity and economic progress. Oxford. 304 pages.

저자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연구한 경제사학자이다. 이 책은 인류의 기술 발전의 역사를 조감하고, 왜 어떤 사회에서 어떤 시기에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다른 사회의 다른 시기에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설명한다. 책의 전반부는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18세기 후반 산업혁명기를 지나, 19세기를 산업 발전기를 거쳐 1914년까지 각 시기별로 에너지, 재료, 운송수단 등의 분야에 집중하여 기술 발전의 역사를 기술한다. 책의 후반부는 기술 발전의 사회적 메카니즘을 설명하는데 할당한다. 

어떤 요인이 기술발전을 이끄는가? 자연자원, 임금수준, 경로의존, 종교, 가치관, 소유권 보호 제도,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개방성, 혁신에 대한 반발, 국가와 정치, 인구 증가, 등의 요인을 차례 차례 검토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기술 발전에 기여 요인이기는 하지만, 어느 한 요인도 외생적 사건인 신기술 출현을 이끈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중국은 600~1200년대 당송 시대만 해도 기술 발전이 매우 활발하였으며 서구를 수백년 앞섰다. 그러나 1300년대에 명나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미 존재하던 기술도 퇴보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지 않는 기술 정체 상태를 오래동안 지속했다. 반면 서구는 1300년대 르네상스, 1400년대 발견의 시대, 1500년대 종교개혁, 등을 거치면서 그리스 로마 헬레니즘 시대의 지식을 되살리고, 중국과 이슬람으로부터 기술을 배워오고, 마침내 1700년대 중반 산업혁명을 통해 비약적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의 길을 걸으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왜 어떤 사회에서 기술이 발전하는지 설명하려면 두가지 요인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기여하는 긍정적 요인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막는 부정적 요인이다. 모든 사회는 전통과 이에 기반한 기득이권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방법은 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손해를 보기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려 한다. 새로운 기술로 이익을 보는 사람 winner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사람 loser 은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저지하는 조직적인 세력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기술 혁신의 관건이다. 

왜 중국은 정체된 반면, 서구는 계속 발전했을까? 두가지 요인을 핵심으로 든다. 첫째는 물질주의적 실용주의 materialistic pragmatism 세계관이다. 자연을 통제함으로서 물질적 풍요를 높일 수있으며,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목적에서 지식을 접근하는 관점이다. 이는 도덕적 가치, 미적 가치, 지적 가치, 종교적 가치를 삶과 지식에서 우선시하는 세계관과 대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럽은 다른 사회와 달리 물질적 실용주의가 정착하게 되었을까? 유럽에서도 중세까지 기독교 신앙은 금욕과 세속 부정의 교리를 설파했다. 그러나 근세로 오면서 기독교의 교리는 변하였다.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하느님의 영광을 실현하는 행위로 보는 기독교 교리가 세속적 경제활동과 결합하면서, 물질주의적 실용주의가 정착하였다. 반면 인도의 힌두교, 중국의 불교와 유교는 물질주의적 세계관을 거부하였으므로, 인간의 복리를 높이기 위한 자연의 물리적 탐구와 기술적 조작이 권장되지 않았다.  

둘째는 유럽의 다원주의적 사회이다. 유럽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으며 서로 간 경쟁관계에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한 나라에서 억압을 받더라도 이웃 나라로 도피하여 뜻을 펼수 있기에 기존의 방식과 다른 것에 대한 억압이 철저할 수없었다.  유럽은 중국과 달리 새로운 것이 숨쉴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열려 있었다. 물론 여러나라로 분열되어 있으면 갈등과 전쟁의 비용이 엄청날 수있지만, 유럽은 전체로 볼 때 다원주의의 이익이 피해보다 더 컸다.

세번째 요인은, 왜 유럽에서도 영국이 먼저 산업 혁명에 착수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요인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한 발명가 기술자들은 중류층 출신인데, 이들이 대륙의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프랑스는 귀족과 빈농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한 반면,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중류층 상공인들이 증가했는데, 이들이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었다.

영국의 정치 지배층은 지주들이었는데, 이들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집단이 아니었으므로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여 기존의 방식을 뒤업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영국의 지주들은 상공인으로 탈바꿈하면서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보았으므로,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을 억압하였다. 반면 중국에서는 지주와 관료를 중심으로 한 지배층이 상공업 계층이 기술발전을 통해 부를 쌓아 힘을 축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주와 관료 계층은 기존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기술 발전의 싹을 엄격히 틀어 막았다. 사실 영국과 서구에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반발과 억압하려는 노력이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서구는 중국과 달리 기술 발전을 틀어막는데 실패했다.

네번째 요인은, 영국의 기술발전은 민간이 주도하여 이루어졌으며 시장 경쟁이 기술발전을 이끈 동력이었다. 반면 중국은 고대부터 국가가 큰 사업을 주도하고 기술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회였다. 중국에서 민간의 사업은 국가의 보호아래 독점적 사업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지배층 특히 통치자의 의지에 따라 기술 개발이 억압되었다.

기술 혁신의 선두에 선 나라가 그런 다이나믹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는 없다 (Caldwell's Law). 기술 발전의 선두에 섰던 영국은 180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독일과 미국에 기술 개발의 기수 지위를 넘겨주고 국력이 쪼그라 들었다. 기술 발전이 계속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기에 부가 확대될 수 없다. 기술 혁신이 오랫동안 계속 지속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존의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점차 몰아내고 자신들이 기득권층으로 올라서게 되는데, 이들은 다음 세대의 새로운 기술 발전을 저지하는 세력이 되기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서 뒤쳐져 있던 나라가 선두에 선 나라들을 모방하고 따라잡으면서 선두 자리를 대체한다. 서구 전체로 보면 산업기술의 발전이 영국에서 시작되어, 대륙과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지금까지 서구가 세계 다른 지역에 앞서 기술 발전의 선두를 계속 유지한 것이 지난 300년간의 역사이다. 서구 나라들 사이에 경쟁이 기술 발전의 동력을 계속 유지시킨 것이다. 현재 미국이 기술 발전에서 가장 앞서 있는데, 후발국인 중국이 일부 기술 분야에서 서구를 따라잡고 앞서는 현상이 관찰된다.  앞으로 서구가 서구이외의 지역에 의해 따라잡히고 뒤로 물러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기술 발전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하였으며, 신기술에 대한 반발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사회가 다양성을 잃거나 폐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기술 발전은 정체하게 된다. 서구 사회는 여러 나라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다양성과 개방성을 계속 유지했기에 세계의 다른 지역과 달리 기술이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서구의 기술발전을 연구한 최고의 전문가답게, 저자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통찰력을 제공한다. 서술이 명료하고, 주제와 관련해 밝혀진 것과 의심되는 사항을 비교하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면서 몰입하게 되는 정말 대단한 책이다. 

2021. 1. 24. 12:15

Fredrik Erixon and Bjorn Weigel. 2016. The Innovation Illusion: how so little is created by so many working so hard. Yale University Press. 238 pages.

저자는 경영컨설턴트들로, 이 책은 서구 경제에서 혁신적인 시도가 사라지는 원인을 탐색한다. 저자는 네가지 원인을 들고 있는데, 자본의 성격이 늙고 있고(gray capitalism), 주식회사의 지나친 관리중심주의(corporate managerialism), 세계화(second-generation globalization), 복잡한 규제(complex regulation)가 그것이다.

서구 경제에서 기관투자가의 영향이 커지고 있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이들이 소유한 자본의 비중이 늘어나며, 이들은 뮤츄얼 펀드, 연금기금, 보험 등의 기관투자가들을 통해 투자한다. 서구의 경제가 연금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사회(rentier's society)로 변하고 있다. 고령인구 소유의 자본은 젊은 인구 소유의 자본과 투자 성향이 다르다. 고령 인구 소유의 자본은 결과가 불확실한 혁신적 실험을 선호하지 않으며, 안정된, 확실한, 단기적 이익을 선호한다. 그들은 주식에 투자하기보다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선호한다. 자본주의 선호를 반영해야 하기에, 회사는 불확실한 혁신을 시도하지 않는다. 재무적 관심이 지배하는 회사는 혁신을 통해 문제의 해결을 모색하지 않는다.

서구의 주식회사의 소유는 매우 많은 주주에게 분산되어 있다. 기관투자가가 소유하는 부분이 절반 이상에 달한다. 작은 지분을 가진 주주나 기관투자가들은 경영자를 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경영자들은 자신의 이익, 즉 자신의 지위를 안정되고 공고히 하는 데 관심이 있다. 그들은 불확실한 실험으로 자신의 지위가 위태로워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들은 주주에게 인정받기 위해 단기적 이익에 치중하며, 회사가 거두는 이익을 다음 사이클에 혁신을 위해 사용하기보다 주주들에게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돌려주는 것을 선호한다. 이것이 불확실한 혁신보다 자신의 지위를 지키는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서구의 경제는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를 더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복잡한 규제는 관료들에게 이익이 되며, 기존 시장의 지배자에게도 이익이 된다. 신규 진입을 억제하는 진입장벽을 높게 쌓는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서구 유럽은 미리 조심하는 것을 원칙 precautionary principle 으로 하는 문화를 발전시켰으며 새로운 사안에 대해 예방적인 규제 preventive regulation 남발하는데, 이는 새로운 실험을 억제하는 독이다. 경제사학자 Mokyer가 주장하는 permissionless innovation가 활발할 때 사회는 발전할 수 있었다. 영국은 과거에 그런 문화를 발전시킨 반면, 서구 이외의 다른 문화는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 할 때마다 규제기관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보수적인 문화가 지배했기에 기술발전이 어려웠으며, 개발된 기술도 사회에 널리 확산되지 못하였다. 유럽은 과거의 혁신적 전통을 버리고 보수적 문화로 돌아섰으며, 미국도 정도는 덜하지만 비슷한 문화가 지배하고 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른 견해나 독특한 시도를 허용하는 문화를 장려해야 한다. 어느 사회나, 이견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동조하는 것이 편한 길이고 동화를 강요하는 경향이 지배하는데, 이는 혁신을 저해한다. 이견을 허용하고, 경쟁을 촉진하는 환경을 만들어 내야 한다.

연금 생활자의 사회가 경제의 활력을 좀먹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관투자가와 개인 투자자의 자본을 차별하여 결정권을 주는 제도를 제안한다. 기업가가 작은 비율을 소유하더라도 회사의 의사결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있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전체 주식의 18%를 소유하고 있지만, 의사결정권은 57%를 보유하는 식이다. 복잡한 규제가 경제 활력을 질식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제를 줄이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 때마다 기존의 규제를 폐지하고, 규제가 아예 적용되지 않는 분야나 기간을 설정하는 방법 등을 생각할 수있다. 

이 책은 현실에 대한 비판으로 가득차 있다. 마치 신문기사를 읽는 느낌이다. 책 전체 중에 건설적인 제안에 관한 논의는 맨 마지막의 7쪽에 불과하다. 결국 절반쯤 읽다 중단하고, 결론으로 뛰어넘었다. 그들의 비판이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반드시 옳는 것은 아니기에 분석적 접근이 필요하며,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논의는 흥미롭지 않다.

2020. 12. 26. 12:16

Matt Ridley. 2020. How Innovation works: and why it flourishes in freedom. Harper Collins. 373 pages.

저자는 과학을 주제로 여러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상 중요한 혁신의 사례를 검토하고 혁신에 관한 사회 현상을 기술한다. 혁신의 범주로 에너지, 보건, 운송, 식량, 저수준 기술의 혁신, 통신과 컴퓨터로 구분했으며, 선사시대의 혁신을 추가하였다. 인류 사회는 주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물질적 풍요를 만들어 냈다. 책의 후반 3분의 1에서는 혁신을 둘러싼 사실의 일반화를 전개한다.

혁신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오랜 시간의 발견과 지식이 축적되면서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듬어지는 것이다. 실패가 없이 찾아오는 완성된 혁신은 가능하지 않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이한 범주의 지식을 새로이 조합하면서 혁신의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다양함을 허용하는 문화가 아이디어의 탄생을 촉진한다. 혁신은 팀워크의 소산이다. 특정 발명가가 단독으로 해내는 혁신이란 신화이다. 중앙집중의 강력한 권력이 지배하는 정치에서보다 여럿으로 나누어진 권력 환경이 혁신을 탄생시키는 들어내는 데 유리하다. 왜냐하면 모든 혁신은 기득권자의 반발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과거보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산출을 만들어내는 길이다. 경제성장의 열쇄는 혁신에 있다. 혁신이 없다면 경제성장은 중단될 것이다. 생산요소를 증가시키는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혁신은 과학의 발전보다 선행한다. 과학은 혁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혁신은 도태되는 분야에서 실업을 유발하나 새로 탄생하는 분야에서 고용을 늘리기 때문에, 전체로 보면 사람들이 전에 못지 않게 일하면서 더 많이 생산하는 사이클을 형성한다.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노동 시간은 점차 줄어든 반면, 노동의 질은 높아졌다.

혁신은 항시 반발을 유발한다. 혁신은 기득 이권을 허물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항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반발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여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근래에 서구 사회에서도 혁신을 막는 경우는 흔히 발생했다. 유럽에서 유전자변형식물 GMO를 막는 것이나, 핵발전을 막는 것이나, 유전자 편집을 통한 개량종의 탄생을 막는 것이 그것이다. 핵발전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서 핵발전 기술이 시행착오를 통해 개량되는 길을 막아버렸다. GMO나 유전자 편집을 막는 것은 이념적인 이유와 더불어 환경단체를 포함해 이를 반대하는 집단의 이익 때문이다. 모든 가능한 위험을 고려해 새로운 혁신을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은 혁신을 막는 길이다. 기존의 것들도 위험과 이익의 균형 속에서 존재하는데, 새로운 혁신에 대해서만 혁신이 가져올 이익은 도외시하고 가상적 위험에 큰 비중을 두어 평가하는 정책은 기득이권을 보호하는 방편에 불과하다. 혁신을 일단 수용하면서 유발되는 위험에 대해 시행착오를 통해 수정해나가는 태도가 혁신의 탄생을 촉진하는 길이다. 혁신이 그것이 유발할 가상적 위험에 철저히 안전하다는 것을 혁신자에게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는 혁신을 질식시킨다. 혁신은 불완전한 과정의 연속 속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해 항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것은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체제로 바꿀 때 혁신이 촉진된다. 유럽이 전자에 해당하며, 미국이 후자에 해당한다. 유럽이 새로운 것을 사사건건 규제하기 때문에 근래에 일련의 기술 혁신 과정에서 유럽은 미국에 크게 뒤쳐졌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고 싶은 인재는 유럽을 버리고 미국에 간다.  혁신은 사람들 사이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실험을 허용하고 시행착오를 장려하고 실패에 관대한 사회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현재의 엄격한 지적재산권은 혁신을 막는 역기능을 낳았다. 지적 재산권은 혁신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서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을 촉진한다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혁신자의 아이디어 소유권을 지나치게 보호함으로서 혁신의 확산과 후속 개량 작업을 가로막는다. 혁신을 추구하는 동기는 금전적 이익도 있지만, 혁신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가져오는 성취감 때문이다. 혁신은 오랜 기간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특정 개인에게 혁신의 소유권을 전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혁신의 소유권을 제한할 때, 혁신의 확산과 개량이 더 넓게 더 빨리 이루어지는 것을 역사는 증명한다.

20세기 후반 들어 혁신이 둔화되고있다는 주장에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은 인공지능을 만들어 냈으며, 유전자 편집기술은 농업혁명과 의료 혁신을 가져왔다. 이러한 기술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의 세상은 이러한 혁신 덕분에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 것이다.

저자는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제시하는 글을 쓰기에 그가 내는 책은 번번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 역시 혁신에 대해 전반적 조망과 함께 통찰력을 제시한다. 자유와 다양성을 허용하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융성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유럽이 왜 미국에 뒤쳐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2020. 12. 9. 13:26

Warren Bennis and Patricia Ward Biederman. 1997. Organizing Genius: The Secrets of creative collaboration. Basic Books. 218 pages.

주저자는 경영학계의 구루라고 지칭되는 학자이며, 이 책은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사람들이 함께 모여 획기적인 업적을 이뤄낸 사례들을 통해 어떻게 그러한 것이 가능했는지 설명한다. 다음 여섯개의 사례가 집중적으로 거론된다. 디즈니사에서 백설공주를 극장판 만화영화로 제작한 것, 제록스사의 PARC 연구소에서 퍼스널 컴퓨터의 신기술을 개발한 것, 1992년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운동 지원조직, 록히드사에서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한 것, 블랙마운틴 실험 대학을 만든 것, 핵무기를 개발한 맨하탄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이 모든 사례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이었으며, 이렇게 하여 만들어진 것은 이후 각 분야에서 중요한 변화를 불러 왔다. 이 책은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하는 질문에 답한다.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작업에는 인재가 핵심이다. 이러한 집단을 이끈 지도자 본인이 각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갖추어서 구성원이 그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각 프로젝트를 이끈 지도자는 당면 과업의 참여자로 각 분야에서 최고로 뛰어난 사람만을 선발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럼으로서 각 프로젝트에 선발된 사람들은 선발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만큼이나 뛰어나다는 확신을 가지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헌신한다.  각 프로젝트의 지도자는 본인 자신이 뛰어난 전문가이므로 각 분야에 최고의 사람을 찾아내서 끌어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지도자의 프로젝트에 함께 일하자고 권유 받았을 때, 각 분야에 뛰어난 사람들은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박에 알아차리고 자발적으로 적극 참여하였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은 각 분야에 뛰어난 전문가이며 프로젝트의 달성에 헌신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세세히 통제할 필요가 없다. 지도자는 그들의 능력과 관심에 맞게 적재적소에 일을 배치하고, 그들의 일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고 조정하고 조언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 조직들의 공통점은 참여자들 서로간에 진솔하게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발전시키도록 함으로서 참여자들의 능력이 모아져 시너지를 만들어 내도록 한 것이다. 참여자들은 매주 모여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기탄 없이 서로 의견을 구하고 토론하는 것을 중요시 여겼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아이디어가 불꽃튀게 타오르며, 당면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고, 프로젝트의 목표를 향해 한걸음씩 진전해가는 것을 체감하면서 집단의 목표에 한층 더 매진하게 되었다.

그들은 자신의 능력의 모든 것을 바쳐 집단 목표를 달성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프로젝트가 종료될 때까지 집단 흥분 상태에 쌓여 있다. 개인의 가족과 사생활을 희생하고 자신의 커리어 개발을 일시 정지하면서까지 집단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헌신한다. 그들은 행정상의 잡일이나 외부로부터의 간섭에서 완전히 벗어나 주어진 과업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환경 속에서 일한다. 프로젝트 팀은 주변 환경과 단절된 별도의 공간에서 일하며, 다른 조직과 복잡하게 연결되지 않은 별동대로 일한다. 지도자는 외부와 연결하는 유일한 연결점이며, 그는 외부의 간섭이 조직원에게 가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조직을 방어한다. 

그들이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일 자체가 가져다주는 의미 때문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프로젝트가 실현되면 사회적으로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는 사명감 속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 그들은 대부분 매우 젊고 실패의 쓴맛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과거의 고정관념에서 보면 불가능해보이는 목표를 향해 저돌적으로 일할 수있다. 그들이 하는 프로젝트는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작업이므로 숫한 난관과 좌절에 부닫치는데, 이를 함께 이겨내면서 조금씩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혼자서라면 아무리 해도 이렇게 복잡한 일을 해낼 수 없다. 그들은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일하면서 자신이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 혼자라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것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며 일한다. 그들은 훗날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것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때로 기억한다. 참여자들이 이렇게 집단 흥분 상태에서 자신을 소진시키기에 프로젝트를 완수하고 나면 이러한 조직은 해체되거나, 보다 안정적인 다른 조직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다.

이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은 정말 매력적인 경험일거라는 느낌이 든다. 저자는 실패의 쓴맛을 보고 인생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저돌적으로 헌신을 할 수없다고 지적한다. 문제에 부딛치고 좌절할 때 불가능하다는 생각, 부정적인 측면에 대한 아이디어, 결국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회의 등이 머리를 스치기 때문에 자신이 가진 에너지를 완전히 소진하면서 일할 수없다. 여기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성공한 사례들이지만, 그렇게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서 헌신적으로 몰두했음에도 실패한 사례들도 많을 것이다. 여기서 소개한 블랙마운틴 실험대학은 어찌 보면 실패한 사례이다. 그럼에도 실패를 떠나서 인생에 한번쯤은 자신을 모두 바쳐 헌신해보는 것은 정말 행운이다. 뛰어난 사람들과 함께 하며 자신이 매일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지고 일에 완전히 빠져 사는 사람이 부럽다. 나는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는 99%의 평범한 사람들(mediocre)에 속하는 것이 안타깝다.

2020. 12. 4. 17:46

Hohn H. Lienhard. 2006. How Invention begins: Echoes of old voices in the rise of new machines. Oxford University Press. 242 pages.

저자는 기계공학과 역사를 전공한 교수다. 이 책은 인류 문명에 큰 영향을 미친 비행기, 증기기관, 금속활자라는 세가지 발명의 역사를 더듬으면서 발명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서술한다. 

저자는 발명의 과정을 gestation, cradle, maturation이라는 세단계로 파악한다. gestation 즉 태아가 발생되는 단계에 오랜 기간 동안 아이디어가 조금씩 쌓이며, 이렇게 무르익은 아이디어가 마침내 구체적인 시도로 실현되는 요람 cradle 의 단계에 이른다. 발명의 초기단계는 아직 결함이 많은데, 점차 다듬어져서 완성도가 높아지는 성숙 maturation 의 단계에 도달하며 이후에는 큰 변화없이 유지된다.  

발명은 오랜 기간 동안 서서히 전개되는 과정의 산물이므로 특정 발명가에게 발명의 공을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그롯되다. 라이트 형제가 독자적으로 비행기를 발명한 것이 아니며, 스티븐슨이 증기기관을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며, 구텐베르크가 금속 인쇄술을 독자적으로 발명한 것이 아니다. 아이디어가 무르익은 단계에 도달하면 (그는 이를 '시대정신' Zeitgeist 이라고 표현하는데), 특정 발명가가 아니라도 다른 사람이 유사한 발명을 할 것이다. 한 가지 발명은 그와 연관된 다른 발명으로 이어지며 아이디어의 축적은 연속적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특정 인물이나 특정 발명을 아이디어 발전의 연속선으로부터 콕 집어내는 것은 어느 정도는 자의적이다.

20세기 이전까지 과학적 이론과 설명은 발명품이 출현한 후에 이를 이해하기 위한 후속 과정이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특정 발명가가 이리저리 두드려보면서 (tinkering) 홀로 독립적으로 발명하던 시대는 지났다. 대신 집단적으로 연구소에서 과학적 이론을 적용하면서 과학자와 공학자가 협업하여 발명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반도체, 집적회로, 컴퓨터가 대표적 사례이며, 제트기나 화학약품의 발명도 그러하다. 이렇게 집단적으로 연구 개발을 하면서 발명과 개량의 주기는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18세기에 증기기관 발명의 연원은 그리스시대에 공기는 물질이라는 인식과, 이후 증기가 일을 할 수있다는 아이디어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증기의 힘을 어떻게 그 시대의 당면한 필요에 부합하게 사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시도한 결과 증기기관이 발명되었다. 18세기에 영국은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었다. 서구에서 첫번째 에너지 위기는 13세기 초반에 왔는데, 철을 녹이기 위해 그당시까지 나무를 썼는데 유럽의 나무 자원이 고갈되었다. 이 에너지 위기는 나무 대신 석탄을 사용하면서 해결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석탄을 500년가까이 사용하자, 석탄을 채굴하는 갱도의 깊이가 해수면에 도달하게 되어 더이상 석탄을 채굴할 수 없게 되었다. 해수면 아래로 파들어가 석탄을 채굴하려면 물을 퍼내야 하는데 그당시 기술로는 가능하지 않았던 것이다. 18세기 중반 증기기관의 발명 덕분에 광산에서 물을 퍼내는 문제가 해결됨으로서 당면한 에너지 위기가 해결되었다.

증기의 힘을 활용하는 다음 단계는 속도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원적 욕구를 만족시켰다. 인간의 갈망(desire)은 필요(needs)와는 다른 행위 동기이다. 빨리 이동하지 않아도 인간은 생존할 수있지만, 빨리 움직이고 싶은, 속도감을 느끼고 싶은 갈망은 일단 이를 충족시키는 발명품이 나타났을 때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것이 된다. 비행기 역시 인간의 날고 싶어하는 본원적 갈망의 소산이다.

금속 활자 인쇄술의 발명은 인류에게 증기기관 못지 않게 큰 영향을 미쳤다. 1450년경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이용하여 성경을 인쇄함으로서 보통 사람들이 지식을 쉽게 습득하는 길을 열었다. 1500년대에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이나,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 또한 효율적인 인쇄술 덕분에 저렴한 비용으로 엄청나게 많은 책이 생산되고 그 결과 보통 사람의 지식 수준이 높아졌기에 가능했다. 미국인들은 인쇄물을 읽는 열의가 대단하였고 문자 해독률이 높았다. 미국은 일찍부터 교육이 널리 보급되었고 벽지에서는 통신 교육을 통해 배움을 얻으려는 열의가 높았는데, 이는 모두 저렴한 비용으로 인쇄물을 쉽게 획득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발명가는 돈을 벌려는 욕심때문에 발명에 매진하는 것은 아니다. 돈을 벌려는 생각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몰두하는 것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성취하고자 하는 욕구때문에 밤낮으로 매진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었을 때 맛보는 희열이 그를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은 발명의 근원을 체계적으로 파헤치기보다는 저자 본인이 기계 공학자로서 오랜 경험에서 나온 깨달음을 서술하려 한다. 사례와 에피소드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아가며, 때때로 유명 문호의 시를 인용하면서 감정적 접근을 시도한다. 서구의 사례만 인용하기 때문에 발명의 역사를 균형있게 다룬 책은 전혀 아니다. 이야기와 함께 삽화가 많이 나온다. 재미로 읽을 거리 수준이다. 

2020. 11. 22. 13:33

Reed Hastings and Erin Meyer. 2020. No rules rules: Netflix and the culture of reinvention. Pneguin Press. 272 pages.

이 책은 넷플릭스 회장과 경영학 교수의 공동 작업으로서 넷플릭스의 인사관리 체계를 상세히 분석한다. 이 책은 넷플릭스의 사내 프로젝트로 기획된 것 같다. 회장이 지명한 경영학 교수가 회장 본인은 물론 넷플릭스 사람들을 광범위하게 인터뷰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다. 빠르게 바뀌는 환경에 신속히 적응해야 하며 지적인 산물을 생산하는 일을 주로 하는 넷플릭스와 같은 회사는 개인의 아이디어 생산을 극대화하는 인사관리 체계를 필요로 한다.

넷플릭스의 초창기에 주위 경제사정이 악화되어 직원의 일부를 잘라내는 구조조정을 하고서 나타난 변화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중간 수준의 업무 성과를 내는 사람들을 잘라내고 최상의 능력을 보이는 사람들만 남겨졌을 때, 회사의 분위기가 과거보다 더 좋아졌고 생산성이 눈에 띠게 향상되었다.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저자는 최고의 능력자들로 조직을 운용하는 것이 중간 수준의 사람을 많이 고용하는 것보다  낫다는 결론을 내린다. 창의적인 일에서는 최고의 능력자가 중간 수준의 능력자보다 열 배이상 더 생산적이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업계 최고의 임금을 제공함으로서 최고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 순위에 둔다. 창의적인 일을 요구하는 직책에 관한 한, 이 일에 최고의 능력자가 아니라면 언제라도 그를 내보내고 그 자리에 다른 더 적합한 사람을 들이는 것이 낫다. 쫒겨나는 사람에게는 4~9개월치 급여라는 후한 퇴직금을 줌으로서 이러한 냉혹한 정책이 비인간적이지 않도록 한다. 

유능한 사람들이 모인 조직에서 각자의 능력을 최고도로 발휘하게 하려면, 일의 담당자에게 절대적인 자율성이 부여되어야 한다. 휴가 규정이나 출장 비용 규정을 없애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각 사안의 담당자가 각자의 책임으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도록 허용하였다. 다만 상사를 포함하여 주위 사람들이 해당 사안의 결정에 도움이 되는 모든 정보와 피드백을 제공함으로서, 일의 담당자가 주어진 상황에서 최고로 현명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주변 사람들이 담당자가 일의 맥락(context)을 잘 파악하도록 도움을 주어야 하지만, 최종 의사결정은 담당자가 독립적으로 하도록 보장한다. 만일 그가 한 결정이 잘못된 결정으로 판명난다면, 그 결정이 왜 잘못됬는지를 공개적으로 사후에 분석함으로서 추후 회사에 도움이 되는 교훈을 얻도록 한다. 창의적인 일이라는 것은 무수한 시도와 실패를 통해 사정을 보다 더 정확히 알아가는 과정이 필수이므로, 주어진 맥락에서 최선의 결정을 한 이상 담당자에게 부정적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러한 실패를 통해 사정을 더 잘 알게 되었다면, 즉 미래에 연관된 일을 추진하는 데 가치있는 교훈을 얻었다면 그것으로 소득이 있는 것이다. 담당자에게 완전한 자율성을 부여함으로서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경쟁자보다 훨씬 신속히 대응할 수있다.

넷플릭스에서는 완전히 투명한 일처리와 서로에게 철저히 솔직한 자세를 요구한다. 회사의 돌아가는 사정을 직원 모두에게 공개하여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높이며 각자가 독립된 의사결정을 잘 할 수 있도록 한다. 회사는 매 분기마다 전체 매니저급 직원이 참여하는 평가회의에서 회사 사정을 모두 공개하며 어떤 문제라도 투명하게 공개적으로 논의한다. 회사의 비밀을 직원 모두에게 공개하면 결국 외부로 새나가는 경우를 각오해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런 상황을 맞지 않았다. 비밀이 외부로 새나갈 상황을 예상하여 사내에 비밀을 만듦으로서 손해보는 것을 고려할 때, 완전히 투명한 경영 전략이 실보다 득이 많다. 회사의 사정을 철저히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일의 담당자가 독립적으로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넷플릭스에서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건 직원들 간에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을 장려한다. 솔직한 피드백은 상대와 회사에 도움이 되고 실행할 수있는 내용을 담은 지적이어야 한다. 감정적 비판이어서는 안된다. 일이 발생할 때마다 주위사람들이 일의 담당자에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면, 담당자가 앞으로 향상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관행은 상사와 부하를 가리지 않으며, 일상에서는 물론 일년에 한두번씩 정기적으로 피드백을 교환하는 공식 모임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공식적으로 피드백을 교환하는 회의를 360도 회의라 하는 데, 6~8명이 참석하여 식사를 하면서 짧게는 세시간에서 길게는 다섯시간에 걸쳐 참석자 모두가 돌아가면서 한명씩에 대해 생산적인 피드백을 준다. 넷플릭스에 입사한 사람들은 모두 넷플릭스의 솔직한 피드백 문화에 처음에는 충격을 받지만, 점차 이것이 자신과 회사의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됨을 깨닫고 동화하게 된다. 능력자가 모인 조직에서 각자가 성의를 다해 수시로 상대와 그의 일에 대해 자신이 생각한 바를 솔직히 밝히는 관행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일의 개선에 가속도를 더해준다.

넷플릭스가 전세계로 사업을 넓히면서 넷플릭스의 독립적인 의사결정과 서로에게 솔직 투명한 태도는 진출한 지역의 문화와 충돌하곤 한다. 아시아와 남미에서는 상대의 일에 대해 직접적으로 지적을 하는 것을 꺼린다. 간접적인 의사표출을 선호하는 문화에서는 일상에서 상대의 일 처리에 대해 피드백을 주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나 공식적인 피드백 모임을 갖고 각자 준비하도록 했을 때, 이러한 모임에서 참여자가 서로에게 매우 생산적인 피드백을 주고받았다. 지역 문화에 따라 약간의 변화를 줄 필요는 있지만, 넷플릭스의 솔직 투명함의 문화는 어디에서나 효력을 발휘한다.

넷플릭스에는 keeper test 라는 관행이 있다. 상사의 관점에서 어떤 부하가 회사를 떠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적극적으로 그를 붙잡을 것인지를 항시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 만일 그가 조직에 꼭 필요한 최선의 선택이 아니며, 자신보다 일을 더 잘하는 사람으로 대치하는 것이 낫다면, 그는 넷플릭스를 떠나야 한다. 회사는 가족이 아니라 프로 스포츠 팀과 같다. 넷플릭스에서는 모자라는 사람을 보듬을 것이 아니라, 항시 최선의 성과를 내는 사람으로 구성해야 한다. 어떤 이유로건 능력이 떨어지면 나가야 한다. 왜 이렇게 냉혹한 원칙을 옹호하는걸까? 저자는 넷플릭스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항시 생산해야 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 신속히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반면, 한번의 실수로 안전이 치명적으로 위협받거나, 동일한 제품을 착오없이 대량으로 생산해야 하는 조직에서는 개인의 창의가 그리 중요치 않다. 이러한 조직에서는 엄격한 규칙을 세우고 그를 준수하도록 통제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넷플릭스에서와 같이 전례없는 상황이 계속해서 출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항시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에서는 엄격한 규칙이나 통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산되는 것을 방해할 뿐이다. 설사 잘못된 것으로 판명된 아이디어나 결정이라도 치명적 위험을 안고 있지 않으며, 대신 앞으로 나가는 데 도움되는 소중한 정보를 얻게 해주는 넷플릭스와 같은 회사에서는 규칙이나 윗 사람의 명령을 성실히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는 능력자가 꼭 필요하다. 이런 조직의 창의적 직책에 관한 한 중간 수준의 능력자가 있을 자리는 없다.

넛플릭스는 무정형의 지적 재산을 만드는 회사이며, 특히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는 것을 만드는 회사이다. 저자가 왜 그렇게 아이디어를 만드는 최고의 능력자와 그러한 능력이 최고도로 발휘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거듭 강조하는지 이해할만하다. 그러나 이러한 회사에서 일하는 것은 한 사람의 일생에서 자신의 능력이 최고도로 발휘되는 기간 동안 만이지, 능력이 떨어져도 오랫도록 함께 할 수있는 직장은 아니다. 넷플릭스는 이책에서 서술한 원칙을 충실히 구현해 냄으로서 전례가 없던 비디오 스트리밍이라는 산업을 열었으며 거듭하여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 냄으로서 놀랄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사업을 시작한지 불과 십년만에 새로운 산업을 창조하고, 그 산업을 전세계로 확장하여 1억명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했으며, 수준이 높은 창작 비디오를 제작하는 강자로 올라섰다. 이러한 업적은 전통적 경영으로는 도저히 구현할 수없는 성과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칙이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대로 적용될 수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넷플릭스의 경영 원칙은 회사의 니즈에서 볼 때에는 최상이지만,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의 인간적 니즈로 볼 때는 최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안정을 원하고, 인간의 능력은 부침이 있으며, 상대에게 항시 솔직하라는 넷플릭스의 원칙은 상대에게 잘보이기 위해 적극적 및 소극적 기만 전략을 밥먹듯 구사하는 인간의 습성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단기간, 비교적 소규모의 인원으로 구성된 넷플릭스에서는 이 책에서 서술한 넷플릭스의 경영 원칙을 구현할 수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수만명이 일하는 조직에서 이러한 원칙은 사람에 따라 자신의 이익에 맞게 외곡시켜 반영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능력이 좋은 사람이라도 인간성에 좋지 않은 면이 항시 있기때문이다. 그가 말하듯이 넷플릭스가 프로 스포츠 팀과 같은 것이라면, 승리를 계속하는 한 문제가 없지만, 연속하여 승리를 놓치게 될 때 넷플릭스의 약한 고리가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다.

그럼에도, 이책에서 서술한 원칙을 구현하여 대단한 일을 이룬 넷플릭스와 그의 회장은 정말 놀랍다. 넷플릭스의 회장이 엔지니어임에도 어느 경영학 구루보다 더 훌륭하고 생산적인 조직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감탄할 일이다. 이 책은 그의 원칙과 실제 운용 상황을 잘 서술한 훌륭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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