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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2. 7. 11:29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 Belknap. 301 pages.

저자는 경제학자로, 이 책은 과거에 상품 교역이 확대되던 것으로부터 1990년 무렵을 기점으로 생산과정의 국제분업(Global Value Chain)이 확대되는 것으로 세계화의 조류가 바뀐 과정을 설명한다. 물건, 아이디어, 사람이 국가의 경계를 넘어 이동하는 비용이 낮아지면서 세계화가 전개되었다. 19세기 초반 산업혁명을 계기로 물건의 이동 비용이 낮아지면서 국가간 상품의 교역이 확대된 것이 첫번째의 세계화라면, 1990년 무렵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아이디어의 국가간 이동 비용이 낮아지면서 먼 거리에서도 생산과정을 조정 통제할 수 있게 되어 생산과정의 일부를 떼내에 해외로 이전한 것이 두번째의 세계화이다. 

첫번째의 세계화에서 생산하는 곳과 소비하는 곳을 분리할 수 있도록 했다면, 두번째의 세계화에서는 생산 과정을 구성하는 단계를 세밀하게 쪼개서 각 단계의 효율을 높이고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여러 나라에 생산 과정의 조각을 흩어 놓는 국제적 생산 분업체제(Global Value Chain)를 탄생시켰다. 선진국의 고급 기술과 개발도상국의 저임금이 결합된 생산방식은, 과거 상품 교역을 중심으로 한 세계화에서 선진국은 고급기술과 높은 임금을 결합하여 생산을 하고, 개발도상국은 낮은 기술과 낮은 임금을 결합하여 생산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획기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국제경쟁력을 높여주었다. 이제 국제분업체제에 참여하지 않으면 어느 선진국 기업들도 국제 경쟁에서 탈락할 수 밖에 없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이러한 국제분업체제를 통해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던 생산을 담당하게 되었으며, 새로운 일자리가 탄생하고 소득이 높아지는 기회를 잡았다. 

1990년 무렵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으로부터 생산과정의 부분을 유치하기 위해 일제히 자발적으로 관세를 낮추었다. 선진국의 생산과정이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려면 유형, 무형의 재산권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와, 물건과 정보가 원활하게 국경을 넘어 이동할 수있는 사회간접자본 시설이 마련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생산과정을 유치한 개발도상국은 모두 선진국에 인접한 나라들이다. 아직 사람의 국제간 이동의 어려움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선진국에 인접해야만 원격 조정과 통제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유럽인근의 동유럽이 연결되었으며, 미국인근의 멕시코가 연결되었으며, 일본 인근의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연결되어 생산 클러스터를 형성하였다. 인도는 예외적으로 선진국으로부터 서비스 일자리를 떼어받았기 때문에 거리의 제약을 덜받고 있다.  국제분업체제에서 선진국과 이들에 인접한 개발도상국이 생산클러스터를 형성하기 때문에, 선진국에서 상대적으로 먼 거리에 위치한 남미와 아프리카는 국제분업체제에 참여하지 못하여 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진국이 저임금 노동집약의 일을 개발도상국에 떼어주면서, 기술수준이 낮은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고 어려움에 빠졌다. 이들은 해외이전이 불가능한 서비스 일자리를 맡을 수밖에 없는데, 이는 기술수준이 낮고, 열악한 임금에 불안정한 노동조건의 일자리이다. 이들의 불만과 분노가 트럼프나 영국의 EU 탙퇴와 같은 대중영합주의적 정치의 부상을 가져왔다.

국제분업체계가 확대될수록 선진국에서는 생산 서비스의 일자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제품 제조 단계 이전의 생산 서비스인 기획, 연구 개발, 디자인, 금융, 등의 일과, 제품 제조 단계 이후의 생산 서비스인 유통, 마켓팅, 애프터서비스 등의 일이 제품 전체의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반면 개발도상국이 맡는 제품 제조과정 자체의 부가가치의 비중은 과거에 비해 낮아졌다. 국제분업체계가 진출한 분야는 의류, 신발 등과 같은 경공업에서 기계, 전자, 자동차 등과 같은 중공업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나이키, 유니클로, H&M, ZARA와 같은 선진국의 의류 기업들이 전자라면, 애플, 다이손, 토요타 등이 후자이다. 국제분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한 이들 다국적 기업들은 선진국에는 제조시설을 가지고 있지 않거나 일부 고부가가치 부품 공장만을 가지고 있으며, 실제 제조는 개발도상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국제분업 체계에서 선진국은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 치중하면서, 선진국의 도시는 아이디어 생산지가 되었다. 아이디어는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인접하여 자주 의사소통을 할수록 더 생산되는 특성을 지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교육, 기술 수준을 높이고, 아이디어의 실험과 확산이 원활하도록 개방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개발도상국은 저임금의 노동집약의 일을 선진국으로부터 떼어 맡으면서 일자리가 늘어나고 점차 기술수준이 향상되어 국제분업의 부가가치 생산위계에서 상위로 이전하려고 노력한다. 한국과 중국은 상위로 이전하면서, 임금 수준이 높아졌으며, 과거에 자신들이 맡던 하위의 일을 자신들보다 임금수준이 더 낮은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고 있다. 개발도상국은 국제분업체계에서 일방적으로 이익을 얻는 입장이므로, 국제분업에 더욱 깊숙이 참여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제분업에 참여하면서 국내 산업에 파급효과(spillover effects)가 높아져 가치사슬의 상위체계로 이전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국제분업이 더욱 확대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저자는 선진국의 고급기술과 개발도상국의 저임금을 결합한 생산방식은 경쟁력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이 더 확산되면 더 확산었되지 퇴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국제분업의 대상이 확대되고, 생산과정이 국가간에 더 세분하게 쪼개져 흩어지며, 국제분업에 참여하는 나라들이 소득이 낮은 나라들로 더욱 더 확대될 것이다.

사람의 국가간 이동 비용이 낮아지면 세번째의 세계화가 전개될 것이다. 사람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대량 이동하는 것은 사회적 정치적 비용 때문에 가까운 시일에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하여 원격으로 일을 하는 기술이 발달한다면, 노동자가 개발도상국에 있으면서 로봇이나 가상현실 기술을 이용해 선진국에서 일할 수있을 것이다. 현재도 의사가 원격으로 수술을 집행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 앞으로 다양한 서비스 노동에 확대될 것이다.  직접 사람이 이동하지 않고 가상현실을 이용해 회의를 하는 기술이 발달한다면, 먼거리에서도 아이디어를 조정하고 만들어내는 일의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다.

저자는 세계화의 신조류인 생산과정의 국제분업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그러나 그의 서술에 몇가지 미흡한 점이 있다. 첫째는, 선진국에서 낙오된 노동자들의 불만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면, 선진국의 높은 기술과 개발도상국의 저임금의 결합이라는 경쟁력이 엄청나게 높은 생산방식은 경제 논리만큼 빨리 확대되지 못하리라는 점이다. 사회적 분배장치를 통해 승자와 패자의 이익이 공유되도록 하여 이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것과 같다. 불평등이 계속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이 사회적 이익공유의 어려움을 말해준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는다. 두번째 미흡한 점은, 생산제조 과정의 국제분업의 다음 단계로, 생산자 서비스의 국제분업이 앞으로 다가올 변화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저자는 발달된 정보통신기술 덕분에 원격 노동과 가상현실로 생산자 국제분업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지만, 사실 생산자 서비스의 국제분업은 로봇이나 가상현실에 의존하지 않는 다고 해도 개발도상국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계속 확대될 영역이다. 현재 인도가 선진국의 생산자 서비스(producer service)의 일부를 떼어 받아 일하고 있다면, 언어 장벽이 완화되면서 인도와 마찬가지로 다른 나라들도 생산자 서비스의 국제분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기술수준이 높아진다면, 그들이 생산자 서비스의 하위부분을 맡으려고 하는 열망이 커질 것인데,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임금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이러한 열망은 실현될 것이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생산자 서비스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상위 영역은 선진국 노동자들이 차지하고, 일부 개발도상국은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하위의 생산자 서비스 영역으로 침투할 것이 분명하다. 이는 가상 현실이 아니라도 현재의 정보통신 기술로도 가능한 일이다.  

선진국의 대인 서비스(personal service)는 어떻게 될까? 이는 기술수준이 낮고, 저임금에 불안정한 노동이다. 이 서비스는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한 장소에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해외로 이전하는 것이 어렵다. 로봇과 같은 정보통신이 결합된 자동화 기술에 의존하는 부분이 늘어나기는 하겠지만, 기계가 사람의 감정 노동을 대체하기는 여전히 어려울 것이다. 결국 이민자가 늘어나서 이 부분을 맡을 수 밖에 없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대인 서비스의 가격은 천정부지로 높아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서비스는 앞으로도 생산성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소득이 높아지고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대인 서비스의 수요는 늘어난다. 과연 선진국 사람들이 높은 서비스 가격을 감수하면서 이민자를 제한하는 선택을 할까?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이민자를 제한한다면 삶의 질이 낮아지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이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대인 서비스 노동력으로 지속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이 책은 세계화와 관련된 생각을 자극하는 훌륭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