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burt Kuttner. 2018. Can Democracy survive global capitalism. W.W.Norton. 309 pages.
저자는 American Prospect 라는 진보적 시사 잡지의 창간인으로, 이 책은 세계화, 특히 세계 자본의 세력이 확대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대중영합주의 정치가 출현한 근래의 경향을 분석한다. 왜 그러한 흐름이 전개되는지, 그러한 현상을 막으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등을 20세기의 역사적 경험을 배경으로 진단한다.
미국은 1930년 대공황시기에 뉴딜정책을 통하여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탈피하고 민주주의를 지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제2차 대전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고, 모든 계층의 소득이 향상되고, 사회보장과 복지제도가 확대되고, 소득불평등이 감소하였다. 서구 유럽 역시 전후의 폐허를 딛고 부흥하면서 복지국가체제를 공고히 하였다. 이 기간 동안 자본가, 특히 금융자본의 세력은 억제되었으며, 브레튼 우즈 국제금융체제 덕분에 국제금융시장은 안정되고, 노동조합 가입율이 높게 유지되고, 완전고용의 목표가 실현되었다.
1973년에 제1차 석유파동이 일어나고, 미국이 금본위체제를 포기하면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미국의 무역 적자와 재정적자가 확대되고, 경제불황이 심각해지면서 1980년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 들어섰다. 레이건 대통령은 시장 위주의 신보수주의 노선을 표방하였다. 규제를 풀고, 노동자의 권리를 제한하고, 복지를 축소하고, 세금을 감면하면서 자본가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자본가, 특히 금융자본은 다양한 금융상품을 개발하여 위험이 높은 투자를 하면서 큰 돈을 벌었으나, 결국 고위험의 금융 행태는 실물경제와 어긋나게 되어 2008년 금융위기를 초래하였다. 국민의 세금으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위험한 행위로 큰 돈을 번 자본가는 책임을 지지 않고 여전히 고위험의 금융 행태를 계속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신보수주의 정책으로 어려움에 빠졌다. 시장의 힘은 강화된 반면 노동자의 조직력은 약화되면서 자본가에 대비해 노동자의 협상력은 크게 떨어졌다. 생산성 증가분을 자본가가 가져간 반면, 노동자의 임금은 정체되었다. 국제분업체제가 확대되면서 미국의 공장은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하였고 이민자들이 물밀듯이 들어오면서 과거에 좋은 제조업 일자리는 사라지고 노동조건은 악화되었다. 기술수준이 낮은 노동자에게는 불안정하며 낮은 임금의 서비스직 일자리만 남게되었다.
세계화로 국가와 지역들 사이에 자본을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세금은 낮아지고, 노동자의 힘은 약해지고, 반면 국제 자본의 힘은 강해졌다. 재정이 악화되면서 유럽에서도 과거에 후했던 복지제도는 후퇴했다. 전세계적으로 진보주의 세력은 약해진 반면, 보수주의 세력은 강해졌다.
이러한 변화에 반발하여 기존의 제도권 정치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대가 높아졌고,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이 호응을 얻게 되었다.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은 노동자의 불만에 감정적으로 부응하였지만, 실제 정책에서는 노동자보다는 자본가에게 이익이 되는 정책을 펼쳤다. 그는 민주주의의 제도적 장치를 부정하고, 폭력을 옹호하고, 반대를 허용하지 않는 파시즘의 정치인이었다. 노동자의 불만을 계속 방치한다면, 결국 민주주의는 후퇴하고 권위주의적 정치가 득세할 것이다.
세계화의 시대에 민주주의를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저자는 각 국가가 주권을 행사하여 세계 자본의 힘을 제한하고 노동자를 보호하는 사회적 제도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들이 경제 변화에 잘 적응하도록 적극적인 노동정책을 펴고, 연금, 의료보험 등의 사회보장의 내실을 높여 노동자의 삶이 안정화되도록 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국제 자본이 자본의 이익을 위해 정부에 세금을 감면하도록 압박하고, 노동자 보호에 제한을 가하도록 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선진국이 함께 협력하여 국제자본의 힘을 제한할 때 이것이 실현될 수있다.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모두 자본가에 포획되어 있으므로, 기존 노선에 약간의 수정을 가하는 것으로는 이러한 개혁이 가능하지 않다. 국민의 불만이 쌓이고 쌓여 진보주의 정치인이 출현하고, 그가 국민의 적극적 지지를 등에 업고 자본가의 세력을 제한하고 노동자 보호 제도를 확충하는 과감한 개혁을 하여야 한다.
저자의 20세기 미국과 유럽의 정치경제의 전개에 대한 서술은 매우 훌륭하다. 그러나 선진국의 진보적 지식인의 주장이 그렇듯, 그것은 대체로 선진국의 입장만을 반영한다. 개발도상국의 입장을 고려한다면 같은 현상에 대해 다른 해석을 내릴 수 있다. 1970년대 이래의 세계화로 선진국 자본의 힘이 강화되고 기술수준이 낮은 노동자의 힘이 약화된 것은 맞지만, 이 기간 동안 개발도상국의 빈곤이 크게 개선되고 많은 사람의 소득이 상승하였다. 세계화로 선진국 자본이 거둔 이익보다 개발도상국에 일반 사람들의 소득의 증가분이 훨씬 더 크다. 즉 개발도상국의 입장에서 본다면 1970년대 이래 세계 정치경제의 전개는 매우 긍정적이다.
정치는 각 나라 내에서 벌어지는 것이므로, 노동자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자본가의 경제 행위가 제한되지 않는다면, 정치적 혼란이 경제를 망쳐버릴 것이라고 한다. 선진국 경제에 혼란이 발생하면 개발도상국의 경제에도 어려움이 전파될 것이다. 결국 세계화의 속도를 줄여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저자의 진보적 정책제안은 현실성이 떨어지지만, 전반적인 진단과 방향 제시는 맞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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