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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나무/모과나무'에 해당되는 글 51건
2021. 9. 18. 11:36

모과나무 목록

2021.1.1 ~2021.9.18.

1.

Sara Harper. 2016. How Population change will transform our world. Oxford University Press. 177 pages.

2.

David P. Barash. 2018. Through a Glass Brightly: Using Science to see our species as we really are. Oxford University Press.

3.

Alan Macfarlane. 2014. Invention of the Modern World. The Fortnightly Review. 322 pages.

4.

Calestous Juma. 2016. Innovation and its enemies: Why people resist new technologies. Oxford University Press. 316 pages.

5.

Dean Karlan and Jacob Appel. 2011. More than good intentions: Improving the ways the world's poor borrow, save, farm, learn, and stay healthy. Plume Books. 276 pages.

6.

Fredrik Erixon and Bjorn Weigel. 2016. The Innovation Illusion: how so little is created by so many working so hard. Yale University Press. 238 pages.

7.

Steven Levitsky and Daniel Ziblatt. 2018. How Democracies die. Crown. 231 pages.

8.

Samuel Huntington. 2006(1968). Political order in changing societies. Yale University Press. 461 pages.

9.

Roburt Kuttner. 2018. Can Democracy survive global capitalism. W.W.Norton. 309 pages.

10.

Richard Baldwin. 2016. The Great Convergence: Information Technology and the New Globalization. Belknap. 301 pages.

11.

Michael J. Sandel. 2020. The Tyranny of Merit: What's become of the common good? Farrar, Straus and Giroux. 227 pages.

12.

Johan Norberg. 2020. Open: The Story of Human Progress. Atlantic Books. 382 pages.

13.

Joel Mokyr. 1990. The Lever of Riches: Technological creativity and economic progress. Oxford. 304 pages.

14.

Benjamin Friedman. 2005. The Moral Consequences of economic growth. Vintage books. 436 pages.

15.

Charles Goodhart and Manoj Pradhan. 2020.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 Ageing societies, waning inequality, and inflation revival. Palgrave Macmillan. 218 pages.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97 pages.

16.

Joel Mokyr. 2002. The Gifts of Athena: Historical orgins of the knowledge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97 pages.

17.

Robert Bates. 2010. Prosperty and Violence: the political economy of development. Norton. 98 pages.

18.

Kevin Simler and Robin Hanson. 2018. The Elephant in the Brain: Hidden Motives in Everyday Life. Oxford University Press. 313 pages.

19.

Martin Seligman. 1990. Learned Optimism: How to change your mind and your life. Vintage. 292 pages.

20.

Mauro Guillen. 2020. 2030, How today's biggest trends will collide and reshape the future of everything. St.Martin's Press. 242 page.

21.

Ronald Inglehart. 2018. Cultural Evolution: People's motivations are changing, and reshaping the world. Cambridge. 216 pages. 

22.

Cesar Hidalgo. 2016. Why Information grows: The Evolution of order, from atoms to economies. Basic Books. 181 pages.

23.

Daron Acemoglu and James Robinson. 2006. Economic Origins of dictatorship and democracy. Cambridge. 379 pages.

24.

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8. Homicide. Aldine de Gruyter. 297 pages

25.

Robert Trivers. 2011. The Folly of Fools: The Logic of deceit and self-deception in human life. Basic Books. 340 pages.

26.

Stuart Firestein. 2012. Ignorance: How it drives science. Oxford University Press. 176 pages.

27.

Richard Haass. 2020. The World: A Brief instroduction. Penguin Press. 313 pages.

28.

Douglas Kenrick. 2011. Sex, Murder, and the meaning of life: A Psychologist investigates how evolution, cognition, and complexity are revolutionizing our view of human nature. Basic Books. 205 pages.

29.

Bobby Duffy. 2018. Why we're wrong about nearly everything: A theory of human misunderstanding. Basic Books. 241 pages.

30.

Geoffrey West. 2017. Scale: The Universal laws of life, growth, and death in organismx, cities, and companies. Penguin Books. 448 pages.

31.

Martin Daly and Margo Wilson. 1983. Sex. Evolution, and Behavior. Willard Grant Press. 344 pages.

32.

David Buss. 2019. Evolutionary Psychology: The New Science of the Mind. Routledge. 402 pages.

33.

William Baumol, Robert Litan, and Carl Schramm. 2007. Good Capitalism, bad capitalism, and the economics of growth and prosperity. Yale University Press.

34.

Annalee Saxenian. 1994. Regional advantage: Culture and competition in Silicon Valley and Route 128. Harvard University Press. 168 pages.

35.

Mark Zachary Taylor. 2016. The Politics of Innovation: Why some countries are better than others at science and technology. Oxford. 297 pages.

36.

Ian Morris. 2013. War! What is it good for?: Conflict and the progress of civilization from primates to robots. Farrar, Straus and Giroux. 393 pages.

37.

James Bessen. 2015. Learning by Doing: the Real connection between innovation, wages, and wealth. Yale University Press. 227 pages.

38.

Sherwin Nuland. 2007. The Art of aging: a Doctor's prescription for well-being. Random House. 290 pages.

39.

Jeffrey Winters. 2011. Oligarch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85 pages.

40.

Alvin Roth. 2015. Who gets What - and Why: the new economics of matchmaking and market design. Mariner Books. 231 pages.

41.

William Easterly. 2001. The Elusive Quest for Growth: Economists' adventures and misadventures in the tropics. MIT Press. 291 pages.

42.

Robert Paxton. 2004. The Anatomy of fascism. Vintage books. 220 pages.

43.

Joseph Stiglitz. 2019. 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 247 pages.

44.

Mancur Olson. 1982. 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 Economic growth, stagflation, and social rigidities. Yale University Press. 237 pages.

45.

Charles Tilly. 1990. Coercion, Capital, and European States. Blackwell. 227 pages.

46.

Amar Bhide. 2000. The Origin and Evolution of New Business. Oxford University Press. 370 pages.

47.

Sonja Lyubomirsky. 2007. The How of Happiness: a new approach to getting the life you want. Penguin press. 304 pages.

48.

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nd Sangeet Choudary. 2016. Platform Revolution: How networked markets are transforming the economy and how to make them work for you. W.W.Norton. 289 pages.

49.

David Evans and Richard Schmalensee. 2016. Matchmakers: the New economics of multisided platform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6 pages.

50.

Valcrav Smil. 2021. Grand Transitions: How the modern world was made. Oxford University Press. 296 pages.

2021. 9. 18. 10:55

Valcrav Smil. 2021. Grand Transitions: How the modern world was made. Oxford University Press. 296 pages.

저자는 생태학자이며, 이책은 세계가 물질문명의 측면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포괄적으로 서술한다.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의 다섯 분야에서 변화를 서술한다. 

서구사회는 인구 감소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인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인구가 주로 증가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는 가난한 나라로부터, 인구가 감소하는 부자 나라로의 인구 이동은 앞으로 필연적이다. 부자 나라는 노령화로 인해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노령 인구를 돌볼 사람이 필요한데, 자체로는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량 생산은 1960년대의 그린 혁명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늘어, 이제 식량의 절대량에서 지구의 인구를 먹여살리는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선진 산업국에서 육식 소비가 많고 폐기되는 식량이  절반에 달하는 현재의 상황이 지구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생활 수준과 생활 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식량의 고기 전환 효율이 낮은 소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전환 효율이 높은 닭고기의 소비와 콩 단백질을 이용한 인조고기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인류의 주요 에너지 원은 유기체의 근육의 힘에서 벗어나, 나무, 석탄, 석유, 가스, 전기로 이전해 왔다. 한때 원자력이 미래 에너지의 주종이 되리라는 예견은 어긋났다. 현재 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석탄과 석유에 대한 의존은 앞으로도 오랫 동안 지속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주 에너지의 전환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체 에너지원이 주가 되는 상황은 가까운 미래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특정 에너지를 이념적으로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핵에너지, 태양광과 풍력, 뿐만 아니라 석탄, 석유, 가스, 전기에서 기술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율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성장율이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것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중국을 비롯하여, 뒤이어 인도의 경제성장은 꾸준히 지속되면서 선진국과 격차를 좁힐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현재로는 불투명하다.

인류의 발전은 환경 악화와 함께 했다. 인간 때문에 많은 종이 사라졌으며, 기후 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지속가능 성장을 언급하고 있으나, 개발도상국에게는 성장이 최우선과제이며 환경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다. 환경 파괴로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저자는 인류의 적응력을 신뢰한다. 환경 문제가 악화하면, 인류는 그에 맞추어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규제와 탄소세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파국을 막으려 할 것이다. 어느 선을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기에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자연과 생태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궤적을 앞으로도 계속하여, 궁극적으로 인류와 자연이 합일하는 "단일체(Singularity)"의 상태에 도달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는 물질적 존재이며 물질적 제약 속에서 생존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도 물질적 제약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물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극단적인 낭비를 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책은 엄청난 양의 통계 수치를 인용하며 서술하여 읽어 나가기 힘들다. 통계 책자를 읽는 느낌이다. 이렇게 책을 쓰기도 힘들텐데. 저자의 인내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계속되는 숫자와 밋밋한 서술은 독자의 호기심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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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4. 22:43

David Evans and Richard Schmalensee. 2016. Matchmakers: the New economics of multisided platform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206 pages.

저자는 경영학자들이며, 이 책은 플랫폼의 운영과 관련된 기초적인 사항을 구체적인 예와 함께 설명한다. 플랫폼은 참여자의 가치 창출과 소비를 통해 활성화된다. 플랫폼의 핵심은 참여자들 사이에 거래 비용(transaction cost), 혹은 거래에서 발생하는 마찰 (friction)을 줄이는 데 있다.

플랫폼은 오랜 옛날부터 존재했다. 상인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장터가 그것이다. 미국 전역에 있는 쇼핑몰이 근래에 대표적인 오프라인 플랫폼이다. 근래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이러한 연결 기능이 온라인으로 들어와 연결의 효율성을 크게 높이면서, 플랫폼의 파괴적 혁명이 다양한 분야에서 펼쳐지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거래 비용이 높은 분야에서 플랫폼의 확장이 두드러지는 반면, 오프라인에서 거래비용이 높지 않은 분야에서는 플랫폼 사업이 성공하기 어렵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B2B 서비스로 국경의 장벽을 넘어 제조업체와 도매상을 연결해주는 플랫폼으로 시작하여 크게 성공하였다. 반면 미국에서 제조업체와 도매상을 연결해주는 B2B 서비스 플랫폼은 성공하지 못하였다. 중국에서는 성공하였지만 미국에서는 실패한 이유는, 중국은 유통의 인프라가 부족하므로 온라인 플랫폼이 거래비용을 크게 절감해준 반면, 미국에서는 제조업체와 도매상간 오프라인 거래비용이 크지 않았으므로, 온라인 플랫폼이 절감할 수 있는 가치의 규모가 작았다. 케냐에서는 폰뱅킹이 크게 발달했으나, 미국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결제시스템인 애플 페이가 잘 뜨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기존의 신용카드 시스템이 결제 기능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므로, 스마트 폰 결제가 가져올 효율성의 증가분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나 상인들이나 새로운 것을 수용하려 하지 않았다.

플랫폼은 다면적(multisided platform)인 성격을 가진다. 플랫폼의 다면적인 성격은, 전통적 비즈니스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한 방향으로의 거래 측면만 가진 것과 대비된다. 플랫폼 참여자들 중, 가치를 생산하는 측과 가치를 소비하는 측은 이해가 서로 다르다. 플랫폼이 어느 측에 더 요긴한가에 따라, 둘 간에 가격을 다르게 부과해야 한다. 신용카드는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부과하는 반면, 상인에게는 많은 부담을 물린다. 심지어, 한 측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면, 다른 측에는 그것의 비용을 벌충하도록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다. 레스토랑 예약 플랫폼인 Opentable 은 소비자에게는 사용에 따른 보너스를 제공하는 반면, 음식점에는 예약건당 수수료를 부과한다.

플랫폼 사업에 진출하려면 두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플랫폼이 어떤 거래비용을 얼마나 감축해주는지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도 성공하는 플랫폼은 많이 출현할텐데, 플랫폼 성공의 핵심은 거래비용이 높은 기존의 상황을 플랫폼을 통해 어떻게 얼마나 낮출 것인가 달려 있다. 둘째는 가치를 창출하는 참여자와 이를 소비하는 참여자를 어떻게 빠른 시일내에 플랫폼으로 끌어들일지 전략을 짜야 한다. 이 둘은 닭과 달걀의 문제와 같아서, 둘을 유효한 규모로 동시에 참여시키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출범한지 일이년 이내에 유효한 규모로 참여자를 유인하고 그들 사이에 핵심적인 거래를 발생시키지 못한다면 플랫폼은 실패한다.

이책은 플랫폼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산만하고 피상적으로 설명한다. 바로 앞에 읽은 Platform Revolution이 체계적이고 정보의 밀도가 높게 설명하는 것과 대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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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2. 18:14

Geoffrey Parker, Marshall Van Alstyne, and Sangeet Choudary. 2016. Platform Revolution: How networked markets are transforming the economy and how to make them work for you. W.W.Norton. 289 pages.

저자는 산업공학자들이며, 이 책은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한다. 플랫폼은 사람들이 만나는 인터넷 상의 가상 공간을 일컷는데, 이 공간을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되고 가치가 창출된다. 플랫폼 사업은 참여자를 효율적으로 연결해 줌으로서, 자체의 물질적 투자 없이 가치를 만들어 내며, 이렇게 만들어진 가치에서 파생되는 이익을 취한다.

운전자와 승객을 연결해 주는 Uber, 집주인과 여행객을 연결해 주는 Airbnb, 상인과 소비자를 연결해 주는 신용카드, 앱 개발자와 사용자를 연결해주는 Apple or Microsoft, 전문 기술자와 그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회사를 연결해주는 Upwork or Mechanical Turk, 상품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Amazon, 자본주와 창업자를 연결해주는 Kickstart, 여행객과 항공사 및 호텔을 연결해주는 Kayak or Travelog, 부동산 매각자와 매입자를 연결해주는 Zillow, 광고주와 독자 및 시청자를 연결해주는 미디어, 등 분야마다 플랫폼이 속속 등장하여 기존의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정보 집약적일수록, 진입을 제한하는 장치가 시장 규모의 성장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수록, 정보의 불균형이 있을수록, 시장이 잘게 분절되어 있을수록, 플랫폼 비즈니스가 출현하여 기존의 산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고정 자산을 많이 투자해야 하는 산업에는 플랫폼이 진출하기 어렵다. 미래에 플랫폼이 크게 확대될 영역으로, 교육, 의료, 에너지, 금융, 물류와 운송, 일반 노동 및 전문가 알선 서비스를 든다. 특히 교육, 의료, 금융의 분야는 현재는 규제 장벽이 높아 플랫폼의 진출이 크게 돋보이지 않지만, 조만간 플랫폼의 역할이 비약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플랫폼은 자체적으로 대규모 자산을 투자하지 않으면서,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가치를 생산하고 이것을 소비하기 때문에, 일단 선순환의 동력이 걸리면 짧은 시일에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를 가진다. 즉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플랫폼의 가치는 높아진다.  플랫폼 운용자는 플랫폼에 참여하기 쉽고, 참여자들 사이에 가치의 생산과 소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에 가치있는 것이 없으면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고, 소비자가 참여하지 않으면 가치를 생산할 생산자가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 구축의 초기에는 어떻게 유의미한 규모의 생산자가 소비자가 계속 참여하도록 유도하는가가 관건이다. 가치있는 것을 의도적으로 만들어 내어 참여자를 끌어들이는 마중물 효과(priming effect)를 거두어야 한다.

 플랫폼이 사회에 미치는, 특히 기존의 산업에 미치는 파괴적 영향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의 정부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기존의 산업 종사자에 편향되어 플랫폼의 진출을 제한한다면, 혁신을 질식시키고 생산성 향상의 기회를 차단한다. 따라서 정부 규제는 기존 산업의 반발보다는 플랫폼이 창출하는 가치에 촛점을 맞추어야 한다. 플랫폼을 통해 새로이 창출되는 가치가 기존 산업에 미치는 피해보다 규모가 크다면 플랫폼의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 문제는 플랫폼의 초기에는 얼마나 가치를 창출할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반면, 피해의 규모는 보다 확실하고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저자는 가능한 한 플랫폼의 진출을 허용하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완 조치를 취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플랫폼 사업을 운용하려면 고려해야 할 것이 많다. 어떻게 유효 참여자 수를 늘릴지, 어떻게 수익모델을 짤지, 플랫폼을 참여자에게 얼마나 개방할지, 참여자들과 그들의 활동을 어떻게 규제할지, 플랫폼의 운용을 평가하고 관리할 지표는 어떤 것이 있는지, 다른 플랫폼과 어떻게 경쟁할지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한다. 정부가 플랫폼을 어떻게 규제할지 하는 문제도 논의한다.

이 책에는 많은 플랫폼의 사례가 나오며, 플랫폼을 구축하고 운용할 때에 부닥치는 실제적 문제에 대해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들이 공학자인만큼, 프로그램 설계와 관련하여 기술적인 논의가 많다. 이 책을 읽고 나서 플랫폼의 작동 방식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2021. 9. 8. 22:54

Sonja Lyubomirsky. 2007. The How of Happiness: a new approach to getting the life you want. Penguin press. 304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긍정심리학 분야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과학적으로 검증된 행복해지는 방법을 제시한다. 인간의 행복감을 결정하는 요인은 유전적 요인, 개인의 의식적 노력, 환경의 세 가지가 있다. 유전적 요인이 50%를 결정하며, 개인의 의식적 노력이 40%, 환경은 10%에 불과하다. 저자는 행복해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만 행복해질수 있다고 주장하며, 행복해지려는 의식적 행동을 12가지 범주로 구분하여 구체적 방법을 제시한다.

소득, 직업, 지위, 물질, 결혼 등의 환경적 요인은 행복감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하기 때문이다. 돈이나 지위를 새로이 획득하면, 처음에는 행복감에 젖지만 곧 이것에 익숙해지며, 더 높은 수준을 원하게 된다. 새로운 환경에 익숙해지면, 처음에 느꼈던 고조된 행복감은 사라지고, 이전의 상태로 복귀한다. 이것이 오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의 행복도가 유사한 이유이다.

행복감을 쉽게 느끼는 기질은 타고난다. 그러나 태생적으로 행복감을 쉽게 느끼지 못한다고 해도, 의식적 노력을 통해 행복감을 얻고, 이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자연스럽게 느끼고, 즐기고, 가치를 두는 그런 활동을 통해 행복감을 높이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해야만, 행복해지는 데 성공할 수있다. 의무적으로 해야한다거나, 혹은 상황에 떠밀려서 하는 그런 활동이라면,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기 어렵기 때문에 하다가 중단하게 된다. 자신의 성미에게 맞는, 행복을 증진시키는 활동을 찾아서 꾸준히 실천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활동이 습관으로 몸에 배면서 계속 행복하게 지내게 된다.

의도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하는 행복을 증진시키는 12가지 활동은 다음과 같다. 1) 감사를 표현하기, 2) 낙관적 성향을 기르기, 3) 지나치게 골똘히 반추하거나 남과 비교하는 것을 피하기, 4)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 5) 타인과 사교 관계를 배양하기, 6) 문제에 대응력을 키우기, 7) 남을 용서하는 법을 배우기, 8) 몰입의 경험(flow)을 늘리기, 9) 인생의 즐거움을 맛보기, 10) 자신의 삶의 목표에 헌신하기, 11) 종교나 영적 생활을 실천하기, 12) 자신의 육체를 돌보기.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활동에 차이가 있다. 이 12가지의 활동 중에 자신의 성미에 맞는 활동을 하면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일시적 행복감을 넘어, 행복감이 계속 유지되도록 하려면 다음의 다섯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첫째, 매사에 긍정적 감정을 가질것, 둘째, 자신에게 맞는 행복 증진 활동을 할 때, 적절히 시간 배분을 하고 구체적인 방식에 수시로 변화를 줌으로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것, 셋째, 이 활동을 실천할 때, 주위 사람으로부터 사회적 지지를 구할 것, 넷째, 행복해지겠다는 강력한 동기, 노력, 헌신이 함께 할 것, 다섯째, 꾸준히 실천하여 자신의 습관의 일부로 만들 것.

저자는 18년간 긍정 심리학 (positive psychology)을 연구한 학자답게, 심리학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 자신의 제안 하나 하나가 과학적 검증이 뒷받침된 것임을 누차 강조한다. 왜 그러한 행동이 효과가 있는지 과학적 이유를 알게 되면, 실천에 힘이 붙기 때문이다. 저자는, 모든 일이 그렇듯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행복 증진 활동을 노력을 투입하여 헌신적으로 해야 한다 점을 누차 강조한다. 저자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면서 이론적 배경이 탄탄한 흥미로운 책이다. 재미있게 단숨에 읽었다.

2021. 9. 4. 17:50

Amar Bhide. 2000. The Origin and Evolution of New Business. Oxford University Press. 370 pages.

저자는 경영학자로서, 미국의 대표적 경영계 잡지인 inc 에서 선정한 500개의 유망 신생 기업 중, 창업한지 6년 이내의 100개 기업을 골라 심층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실증 사례와 경영학 이론을 접목하여 신생기업과 창업가의 특성을 분석한다.  신생기업은 소규모의 자본으로,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서, 경영자의 개인적인 임기응변 적응력에 의존하여 운영된다. 시장의 불균형이나, 틈새시장을  공략하여, 소규모의 이익을 거두면서 생존을 이어나간다.

대부분의 창업가는 특별한 기술이나 대단한 사업 계획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대부분은 특별한 사업 계획이나 대단한 자본 없이, 기존의 기술과 사업 방식을 모방하는 식으로 사업을 시작한다. 그들의 유일한 자산은 매우 열심히 뛴다는 것이며, 운도 따라야 한다. 사업에 실패해도 크게 잃을 것이 없으므로 좌충우돌, 임기응변을 발휘하며 (hustle) 일을 추진한다. 창업가는 미래의 불확실을 감당하는 능력이 크다. 그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지니고 있어, 일이 잘 안되면 도중에 방향을 바꾸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창업 5년 이내에 60% 이상의 신생 기업이 사라진다. 미국에서는 매년 새로 생겨나는 회사와 사라지는 회사의 숫자가 비슷한데, 대부분의 신생기업은 기술수준이나 부가가치가 낮은 분야, 예컨대 조경, 미용, 건설 등에 집중해 있다. 저자가 분석한 신생기업은 이보다는 기술수준과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의 기업을 대상으로 한다.

대기업 내에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창업가가 신생기업을 만드는 것과는 정반대이다. 미리 치밀하게 계획하고 신사업의 타당성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진출 여부를 결정한다. 대기업에서 신사업을 일단 추진하면 많은 자본과 인력을 투입하기 때문에, 치밀한 사전 계획과 분석은 필수이다. 대기업은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의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사정이 확실해질 때까지 기다린 후, 유망함이 확실해져야 신사업에 뛰어든다. 대기업은 어느 정도 이상의 이익이 예상되어야만 신사업에 진출하므로, 신생기업이 불확실한 예상을 무릅쓰고 손쉽게 사업에 뛰어드는 것과는 다르다. 대기업이 모험적인 신사업에 섯불리 뛰어들지 않는 이유는, 관료적 비효율 때문이 아니라, 대기업이 신사업에 실패할 경우 입는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벤쳐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일반적인 신생기업의 창업과 대기업의 신사업 진출 사이에 중간적 특성을 보인다. 일반적 신생기업보다는 고유의 기술이나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으며, 유망하며 현실적인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창업가의 인적 자본도 높다. 벤쳐 투자회사는 창업가와 그의 사업 계획을 꼼꼼히 심사하여, 상당한 수준이 되는 경우에만 투자를 한다. 벤쳐 투자 회사가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금액은 대기업이 신사업에 투자하는 금액보다 작다. 벤쳐 투자 회사는 투자를 한 이후에도 피투자 회사의 사업의 건전성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고 조언을 하며, 필요한 경우 경영에 직접 개입한다. 이는 대기업의 주주들이 거의 경영에 간여하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대기업이 진출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높은 분야에 진출한다. 즉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기업은 중규모의 불확실성의 분야에 중규모의 자본을 가지고 사업에 착수한다. 일반적 신생기업과 달리, 벤쳐 투자를 받는 신생 기업은, 창업가 개인의 능력과 임기응변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체계적인 팀 플레이로 움직인다. 유망한 사업 계획과 고유의 기술 혹은 사업 모델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벤쳐 투자를 받은 기업 중 성공하는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소규모의 신생기업을 경영할 때와 달리, 이를 큰 규모로 키우려면 새로운 능력을 필요로 한다. 회사가 커지면 창업가의 임기응변적 능력에 의존하는 식으로는 잘 돌아갈 수 없다. 기능을 전문화시키고, 권한을 위임하고, 목표를 설정하고, 평가와 보상 체계를 만들고, 부서간 갈등을 조정하고, 규칙과 루틴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외부로부터 자본을 조달해야 한다. 창업가가 이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필요한 능력을 갖춘 전문경영인을 영입해야 한다. 회사가 커지면 일이 많고 복잡해지며, 신생기업 때보다 위험 부담이 높아진다. 이러한 상황을 원치 않아서 소규모에 안주하거나, 아니면 기업을 매각하여 골치 아픈 일에서 벗어나는 쪽을 택하는 창업가들이 적지 않다.

신생기업이 뛰어드는 사업 영역과 대기업이 뛰어드는 사업 영역은 서로 다르다. 신생기업이 대기업 보다 혁신에 더 적극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자신의 기존 지위에 안주하여 파괴적 혁신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기업들 간에 경쟁이 심하기 때문에, 대체로는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개척에 열심이다. 신생기업은 아직 미정형의 기술에 뛰어드는 무모함을 보이기는 하지만, 인적 물적 자본이 미약하므로 경제 전반에 파급력이 큰 혁신을 만들어낼 수는 없다. 기술 수준이 높고 자본을 많이 동원해야 하는 분야, 예컨대 반도체, 등에서는 대기업만이 혁신을 만들어낼 수있다.

창업을 촉진하는 요인에는 사회문화적, 경제적, 인적 요인을 들 수있다. 기업 활동에 긍정적인 사회문화적 분위기, 사업을 했다 실패한 사람을 배제하지 않는 경제 제도, 다수의 모험적인 기업가의 존재가 그것이다. 기업가와 상공업 활동을 낮게 보는 반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전문직을 높이 보는 문화에서, 인재들은 모험을 감수하는 창업에 뛰어들기보다 전문직의 길을 선호한다. 이탈리아가 그러하다. 창업을 촉진하는 환경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이 책은 저자가 창업에 대해 한 연구와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친 강좌를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경영학 이론을 비판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기업가와 창업에 관하여 체계적 이해를 제공해준다.

2021. 8. 29. 17:46

Charles Tilly. 1990. Coercion, Capital, and European States. Blackwell. 227 pages.

저자는 역사사회학자이며, 이 책은 서기 990년 부터 1990년까지 유럽의 역사를 훑으면서 유럽의 국가들이 탄생된 과정을 체계적으로 비교 분석한다. 유럽의 국가(state)들은 전쟁을 치르는 과정에서 만들어지고 변화하였다.

"전쟁은 왜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전쟁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wars work) 라고 답한다. 전쟁을 통해 다른 나라의 것을 빼앗아 이익을 취하고, 다른 나라의 위협을 격퇴하고, 다른 나라를 지배하에 두고 착취할 수있다. 한 나라가 어떤 이유로건 약해지거나 변화가 있으면, 이웃 나라가 침략하였으며, 국가간의 제휴관계를 통해 집단적으로 전쟁에 간여하였다. 로마 제국의 붕괴 이래 유럽은 많은 작은 나라들로 분열되었다. 전쟁을 치르지 않은 해나 전쟁에 참여하지 않은 나라가 없을 정도로, 전쟁은 유럽 국가들 사이에 일상적인 것이었다.

전쟁을 하려면 자원이 필요하다. 전쟁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인력, 물자, 무기, 기술, 조직을 어떻게 마련하는가 하는 문제는 유럽의 왕들의 가장 주요한 일상 관심사였다. 왕은 전쟁 자원의 조달을 둘러싸고 영토 내에 자원을 가진 세력과 끊임없이 갈등하고 타협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가 형성되었다. 국가 형성의 길은 지역의 상황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 진다.

영토내에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가 있는 네덜란드나 베니스 등에서는, 대규모 자본을 소유한 도시의 상공인 세력이 왕과의 협상을 주도한다. 왕에게 전쟁에 필요한 자원을 제공하는 대가로, 상공인 세력은 왕과 국가의 권력을 나누어 갖는다. 도시의 상공인 세력은 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 국가들의 전쟁은 상공인 세력의 대외적 이익을 보호하고 확장하는 목적에 기여한다. 상업이 발달한 지역에서는 국가가 전쟁 자원을 조달하는데 별도의 큰 인력과 조직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국가의 조직은 대외적인 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다. 이 국가에서는 상공인으로부터 조달한 돈으로 해외로부터 용병을 고용하여 전쟁을 수행하였다. 이는 17세기에 조그만 나라였던 네덜란드가 어떻게 세계적인 상업망을 구축할 수 있었는지 설명한다. 

국민 대부분이 농업에 종사하고 대지주가 지역을 전적으로 지배하는 폴란드, 러시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는 왕의 통제로부터 독립된 존재였다. 왕은 명목적인 통치자일 뿐, 지역의 농민에 대한 실질적 지배는 대지주 권력자가 행사하였다. 왕은 전쟁에 필요한 물자와 인력을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로부터 얻어 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강압(coercion)을 행사했다. 왕의 강압은 지나치게 착취된 농민의 반발을 등에 업은 대지주의 반란을 종종 불러일으켰다. 왕의 권력은 언제라도 대지주 권력자들에 의해 찬탈될 위협에 놓여 있어 불안정했으며, 이러한 방식으로 많은 전쟁 자원을 빠른 시일내에 조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이 나라들은 보다 효과적으로 전쟁 자원조달을 하는 국가에 비해 국제 경쟁에서 열세에 처하게 되었다.

영토 내에 상공업이 발달한 도시가 있고, 또한 농업에 종사하는 광범위한 지역과, 지역의 농민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대지주 권력자가 있는 영국, 프랑스, 독일의 경우, 왕은 한편으로 도시의 대자본가 상공인 집단과 타협을 통해 전쟁 자원을 조달하며, 다른 한편으로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에 대한 강압을 통해 그들을 제어하였다. 이 나라들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왕의 권력이 지역의 대지주 권력자를 건너뛰어 농민들에게 직접 미치는 방향으로 발전하였다. 왕의 권력이 농민들에게 까지 확장되는 과정에서 국가의 조직이 커졌다.

18세기 말 프랑스에서는, 왕의 전쟁 자원조달 노력이 도시의 자본가나 지역의 농민들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섰을 때,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프랑스 혁명은 농민과 노동자들의 착취에 대한 반발을 등에 업고 전문직 집단이 주도하여 왕의 지나친 전쟁자원 조달에 반기를 든 것이다. 혁명의 주도세력과 나폴레온 정부는 중간 매개자를 거치지 않고 노동자와 농민으로부터 직접적으로 국가의 전쟁 자원을 조달하는 길을 택했다. 주위 유럽 국가의 공격에 맞서 프랑스의 농민들은 국가에 대한 충성에서 국가에 세금을 납부했으며 전쟁에 병사로서 참가했다. 혁명 주도세력은 지역 권력자들의 반발을 꺽고 국민을 직접 통치하는 국가 조직을 만들어냈다. 프랑스 혁명을 계기로 하여, 국가가 국민을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국민이 국가의 통치에 직접 간여하는 '국민국가'(national state) 가 탄생한 것이다. 국민국가는, 도시의 대자본가 상공인과의 타협을 통해 전쟁자원을 조달하는 방식이나, 지역의 대지주 실력자에 대한 강압을 통해 전쟁자원을 조달하는 모델보다, 훨씬 효과적이며 신속하게 전쟁에 소요되는 대규모의 인력과 자원을 조달할 수 있었으므로, 국제 전쟁에서 다른 모델의 국가를 모두 패퇴시켰다. 나폴레온의 유럽 정복을 거치면서 국민국가 모델은 전 유럽 국가들에 전파되었으며, 국제경쟁 속에서 이 모델만이 유일한 국가의 전형으로 살아 남았다.

영국은 프랑스와 달리 유혈 혁명을 거치지 않고 국민국가 모델로 이전하였다. 대의제를 통해 대자본가와 상업화된 대지주에게 국가의 권력을 점진적으로 이양하면서, 그들의 동의를 거쳐 전쟁 자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하였다. 영국은 프랑스보다 훨씬 상공업이 발달하였으므로, 네덜란드와 비슷하게 대자본가와의 타협을 통해 대규모의 전쟁자원을 효과적으로 조달하였다. 프랑스가 영국에 패한 주원인은 영국이 프랑스보다 전쟁자원을 훨씬 효과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가가 자신의 국민으로부터 전쟁자원을 조달하려면, 국민의 다양한 요구에 응해야 한다. 국민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입헌 민주주의가 확대되었으며, 국가의 전쟁에 필요한 군사와 재정의 기능 이외에, 치안, 복지, 교육, 노동, 경제 개발, 교통, 주택 등 다양한 기능이 국민의 요구에 응해 더해졌다. 급기야 20세기에 들어 국가의 주요 기능이 복지를 제공하는 데 맞추어진 복지국가가 출현하였다.

국가의 핵심 기능은 국제 경쟁 체제에서 전쟁 수행에 있으며, 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국가가 형성되고 국가의 기능이 변화하여 왔다는 저자의 분석은 명쾌하다. 유럽의 지난 천년간의 역사를 꿰뚫으면서 설명을 하기에 논의가 복잡하다. 정말 대단한 연구 성과이다. 

 

 

 

 

 

2021. 8. 22. 22:15

Mancur Olson. 1982. 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 Economic growth, stagflation, and social rigidities. Yale University Press. 237 pages.

저자는 정치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세계의 나라들이 오랫동안 안정되고 흥성하면 반드시 쇠퇴한다는 명제를 제시하면서 현재와 과거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유를 설명한다. 그의 이론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오랫동안 안정된 사회에는 소수의 기득권 집단이 형성되면서, 이들이 새로운 변화를 거부하고, 생산성 향상에 실패하면서 경쟁국들에게 뒤지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회가 안정될수록 소수의 사람들이 집단을 형성하여 전체의 이익보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방향으로 공모를 한다. 사회의 다수는 이들 소수들의 이익집단에 대항해 전체의 이익을 위해 집단 행동을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다수는 조직하기 힘들며, 공짜 편승(free rider)의 문제로 인하여 전체의 이익을 위한 집단행동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수들의 집단은 경제의 효율성을 갉아먹으며, 정치를 분열적으로 만든다. 소수들의 이익 집단들 내에서 의견을 조정하려면 많은 노력을 요함으로, 결국 소수들의 이익집단들이 조정하는 정치는 의사결정을 더디게 만든다. 평화가 오래 지속되면 소수의 집단들이 공모하여 전체의 생산성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경향은 필연적이므로,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오래 번성하던 국가는 거의 모두가 결국 정체하고 외세의 침략에 무너졌다.

소수들의 이익집단이 지배하는 정치는, 기술과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자원의 배분을 변경하는 방식의 적응을 어렵게 만든다. 왜냐하면 자원의 배분을 변경하면, 소수들의 집단의 이익이 훼손될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변화를 거부하는 힘은 생산성의 향상을 어렵게 만들며 성장을 둔화시킨다. 소수들의 집단은 사회를 배타적으로 만들며 다양성을 제한한다. 이익집단의 수가 늘고 힘이 커지면, 정부의 규제가 복잡해지고, 정부의 규모가 커지고, 결국 사회와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며 정체된다.

저자의 이론은 영국이 산업혁명 이래 역동적이었던 경제가 19세기 후반으로 들면서 왜 정체하게 되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한편, 일본과 독일은 두차례의 전쟁에 패한 이후에 빠른 성장을 보였는데, 이는 기존의 소수들의 이익집단들이 전쟁을 통해 모두 사라지면서, 새로이 시작하였기 때문이다. 한국이나 대만도, 식민지 시기를 거치면서 과거의 기득권 집단이 사라지고 판을 새롭게 하여 시작하였기에 빠른 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반드시 전쟁이 아니라도, 국가 통합이 이루어지거나 자유무역이 확대되는 경우, 소수들의 기득권집단이 지배하는 지형은 크게 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게 된다. 유럽 통합이 전자의 대표적 예이며, 2차대전 후 미국의 주도로 세계적으로 자유무역이 확대된 것이 후자의 예이다. 기존에 보호무역의 장벽 뒤에서 기득권을 누리던 세력들은 자유무역이 확대되면서 해외로부터의 경쟁에 노출되고, 이들은 변화할 수 밖에 없었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왔다. 남미의 국가들이 수입대체 산업화를 표방하면서 보호무역의 장벽을 높이한 결과 경제가 정체한 반면,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해외 무역에 집중하여 경제를 개방하였기에 생산성이 빠르게 향상되고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중세의 길드 조직, 인도의 카스트, 제삼세계의 인종과 민족 갈등와 같은 극도의 불평등, 편견, 차별을 포함하는 사회구조는 생산성 향상을 막는다. 이러한 불평등하고 차별적인 사회구조의 지배층들이 새로운 변화와 효율적인 자원의 재분배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누리는 소수들의 집단은, 전체의 이익을 위해 생산성을 향상하려는 노력이나,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변화를 거부한다. 이것이 제삼세계가 가난한 주요 이유이다. 

소수의 이익집단은 보편적인 법의 적용을 막는다. 대신 법을 뒤틀어, 즉 예외 조항을 덧붙이고 규제를 복잡하게 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법이 집행되게 만든다. 사회가 오래 안정될수록 법 조항이 복잡해 지고, 소수들의 이익집단이 빠져나갈 구멍이 많이 만들어지고, 이들에 봉사하는 전문직 집단들이 두텁게 형성된다. 세무사, 변호사, 금융 종사자, 등이 그들이다. 

저자의 집단행동 이론 (logic of collective actions)은 사회과학계에 대단한 통찰력을 제공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정치경제 이론 역시 대단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평이한 서술이지만, 그의 설명은 대단한 설득력을 지닌다. 미국에서 왜 정치가 교착상태에 빠져 있는지, 많은 사회에서 왜 혁신적인 기술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설명하는데 유용하다. 그의 이론을 따른다면, 역사는 일종의 사이클을 그릴 것이다. 오랫동안 흥성하면, 결국 정체하다, 다른 나라에 따라잡혀서 뒤지게 되고, 전쟁을 통해서 판이 뒤업어지면, 다시 새판에서 역동적으로 발전한다는 논리이다.  사회가 오랫동안 안정되면 점차로 불평등이 확대되게 되고, 결국 전쟁이나 엄청난 갈등을 통해 뒤집어지면서 불평등이 완화고, 다시 점차 불평등이 확대되는 사이클을 그린다는 논리와 유사하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논리를 집단행동 이론으로부터 유추해내었다. 즉 마이크로 이론으로부터 매크로 이론을 도출해낸 것이다. 대단한 독창성이다.

2021. 8. 17. 22:36

Joseph Stiglitz. 2019. People, power, and profits: progressive capitalism for an age of discontent. 247 pages.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의 문제를 진단하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한다. 미국은 극심한 불평등과 금권정치로 국민의 다수가 소외되어 있다. 1980년대 이래 세계화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교육수준이 낮은 노동계층의 삶이 어려워진 반면, 정치경제 엘리뜨들은 이들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무관심하여,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 선동 정치인의 출현을 맞이했다. 저자는 극심한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며, 보통 사람들의 집단적 사회운동으로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자고 제안한다.

1980년대 이래 중류층의 소득은 정체된 반면, 상위 1%부자의 소득은 엄청나게 늘어났다. 서비스와 지식 중심의 경제가 도래하면서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이들은 절망과 좌절 속에 마약과 진통제를 탐닉하면서 건강이 악화되고 수명이 줄어들기까지 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상위층으로의 소득 집중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대기업들이 경쟁 기업을 합병하면서 산업집중이 높아져 독과점 자본주의가 출현하였다. 자본가와 대기업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정치를 매수하여 경쟁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들고, 이것이 다시 독과점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을 낳는다. 독과점이 심해지면 경쟁을 제한하고 혁신을 저해하여, 경제는 활력을 잃고, 경제성장은 둔화된다.

1980년대 레이건 정부이래 공화당이 집권하면서 세금을 축소하고, 규제를 철폐하고, 정부의 권한을 지속적으로 약화시켰다.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정부가 쪼그라들었기에 독과점이 심해진 것이다. 세금과 복지지출을 통한 정부의 소득재분배 기능이 무력화되었기에 불평등은 악화일로이다. 2008년의 금융위기의 책임이 금융기관에 있는데, 이들의 지나치게 위험한 투자 행태의 실패를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주고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금융기관은 생산적인 방향으로 돈을 흐르게 하는 원래의 역할에서 벗어나, 비생산적 투기를 통해 불로소득(rent)을 거두는 행위에 몰두함으로서 경제의 불안정을 높이고 악순환을 부추긴다. 공화당이 주도한 대법원에서 무제한하게 정치헌금 하는 것을 허용하면서, 1인 1표의 민주주의는 폐기되고 대신 1달러 1표의 금권주의 정치가 판치고 있다. 금권주의 정치는 자본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집단의 영향을 확대시켜 게임의 규칙을 자본가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때문에, 정치에서 보통사람의 목소리는 소외되고 이들의 좌절은 깊어졌다. 이러한 절망적 환경에서 트럼프라는 대중영합주의 선동 정치인이 등장한 것이다.

첫번째 과제는 민주주의를 복원하는 것이다. 정치에 대한 자본의 과도한 영향력을 통제해야 한다. 정치 자금의 투명성을 높이고, 선거 비용과 정치 헌금의 상한선을 설정하고, 정치인과 고위관료가 퇴직후 유관기관으로 취업하는 것을 금해야 한다. 현재 미국인들은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데, 이러한 감정을 배경으로 젊은이들이 중심이 되어 정치를 개혁하는 사회운동을 추진해야 한다.

두번째 과제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고, 기회를 공평하게 만드는 것이다. 세계화로 일자리를 잃게된 사람들이 새로운 좋은 일자리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고용보험을 강화하고, 기술훈련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익히도록 하고, 양육지원을 하고, 노후한 사회기간시설을 재건해야 한다.  현재의 역진적 조세 체계를 공평하게 바로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부자와 기업들이 세금을 회피할 수 있게 하는 제도적 헛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세번째 과제는 모든 사람에게 고상한 수준의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공영 의료보험을 강화하고, 은퇴후 연금을 정부가 맡아서 관리하며, 정부가 보유한 개인 소득에 대한 자료를 활용해 모기지 제도을 저비용에 안정적으로 운용하여 자신이 사는 집을 소유하려는 보통사람들의 욕구에 부응해야 한다. 교육의 질을 높여 세대간 계층이 세습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 공립학교 교사의 보수를 높이고, 학생 1인당 재정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주정부와 연방정부의 공립학교 지원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모든 개혁을 하려면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미국은 19세기 말과 1920년대에 두차례나 기업의 독과점이 심하고 불평등이 매우 높아 위기를 맞이했으나, 시민들이 주도한 진보주의 운동(Progressive movement)과 뉴딜정책을 통해 이러한 위기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 저자는 또다시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으로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저자의 문제 분석은 그동안 많이 나왔던 이야기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저자는 현재의 제도권 정치는 자정 능력을 상실했으므로, 각성한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운동을 통해 차근차근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점진적 무혈 혁명을 주장하는 것이다. 그리 현실적 제안은 아니다.

미국인이 아닌 제삼자의 눈으로 볼 때, 미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은 예외적인 나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치, 경제, 사회문제가 갈수록 악화하고, 혼란이 자주 찾아오고, 경쟁국에 추월당하면서 삶이 어려워지고, 풍부한 자원 덕분에 그럭저럭 지내는 이류국가로 전락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미래 예측이다. 부자는 삼대는 간다 했으니, 앞으로도 한동안 미국은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일 것이나, 안으로 썩어가는 방향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외국에 추월당하면 내부의 불만을 외부로 돌리면서, 전쟁을 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복국가에서 출발한 미국은 현재도 매우 호전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혹은 저자의 진단이나 나의 인식에 심각한 오류가 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미국이 그렇게 문제가 많다면 다른 선진산업국에 뒤져야 하는데, 미국은 여러 지표에서 다른 나라보다 훨씬 좋은 기록을 보인다. 미국은 기술, 비즈니스, 문화에서 혁신을 가장 많이 만들어 내며,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되며, 거의 완전고용을 실현하고 있으며, 부를 가장 많이 창출하며, 선진국 중에서도 경제성장율이 가장 높으며, 인구 노령화를 걱정하지 않는다. 미국의 대학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며, 전세계로부터 똑똑한 사람을 많이 받아들인다. 소득 불평등이 두드러지고, 아동 빈곤율이 높고, 범죄와 살인율이 높고, 형무소에 갖힌 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고, 금권정치가 심한 것도 또한 사실이다.  요컨대 미국은 좋은 점 뿐만 아니라 나쁜 점에서도 두드러진다. 이런 나라가 몰락의 길을 가고 있는지, 아니면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미성숙의 상태이기 때문에 그런건지 헷깔린다. 인간도 미성숙 단계에는 에너지가 넘치고 화려하지만, 반면 지나친 실수가 많고 결함도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국가와 사회에 미성숙이라는 개념을 적용할 수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 앞으로 100년쯤 후에야 어느 해석이 옳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2021. 8. 16. 11:36

Robert Paxton. 2004. The Anatomy of fascism. Vintage books. 220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과 이탈리아에서 일어난 파시즘이라고 지칭하는 정치체제를 실제 전개된 상황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한다. 파시즘은 극우 정치이면서, 동시에 국민의 열정적 참여를 독재자의 권력 장악에 이용한 독특한 사례이다. 국민의 민족주의 정서를 부추기고 국민의 참여를 동원한다는 면에서 단순한 독재나 전제정치와 다르며, 민주적 절차와 법을 무시하고 폭력을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는 면에서 민주주의 정치와도 구별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치는, 20세기초 전국민에게로 참정권이 확대되었으나 부르조아 중심의 기성 정치가 일반 시민의 참여를 제대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배경으로 탄생하였다.  1차 세계대전에 패하고, 이어서 대공황으로 독일의 경제는 도탄에 빠지고, 강대국에 희생양이라는 피해의식과 불안감이 국민 전반에 확산되고, 1917년 러시아의 공산혁명 이후 공산당 세력이 노동자들에게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파업이 일상화되었는데, 기존의 부르조아 보수 정치 권력은 이러한 곤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내적 분열만 거듭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위기에 처한 독일, 이탈리아 민족의 부흥을 외치면서 일반 소시민의 환호를 받는다. 이들은 지지자를 조직하여, 위기를 구하고 민족의 적을 쳐단한다는 명목으로 공산주의자를 폭력적 제거하는데, 기존의 보수 정치 권력은 이러한 탈법적 행위를 묵인한다. 기존의 보수 정치권력은 정치 경제적 위기의 탈출구를 모색하면서,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조직을 수용하여 공동정부를 구성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제도 정치에 발판을 구축한 후, 자신들의 사적인 조직을 이용하여 폭력으로 정적을 제거하고 권력을 장악하는데 성공한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인종과 민족의 순수성과 역사적 영광을 회복하겠다고 선동하고 국민의 지지를 배경으로 하여, 국내적으로는 국민의 적이라고 지목한 공산주의자, 장애인, 유태인을 탄압하고 제거하는 작업을 했으며, 국외적으로는 영토 확장에 착수하였다. 히틀러는 체코, 오스트리아, 폴랜드에 있는 독일 소수민족을 부추켜 독일의 영토확장을 꾀했으며, 나아가 이웃나라에 침공하여 독일 제국을 만들려 하였다. 무솔리니는 발칸반도를 침공하고 이어서 북아프리카를 침공하여 이탈리아 제국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꿈을 국민에게 심어주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조직한 나찌 친위대(SS)와 돌격대는 지도자 개인에게 충성하면서 국가의 제도 권력의 밖에 위치해 권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국내에서는 제도권의 권력과 중복되며 갈등관계에 있기도 했으나, 새로이 점령한 영토에서는 법을 넘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으며, 민족의 적을 폭력으로 제거하는 작업을 일선에서 담당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조직의 지지층은 다양하다. 19세기 후반의 빠른 산업화와 도시화로 어려움에 처한 자영업자, 농민, 소지주 뿐만 아니라, 공산주의에 동조하지 않는 노동자, 전통적 가치를 옹호하고 현대화에 반대하는 보수주의자들이 핵심 지지층이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기성의 정치인, 권력, 권위의 무능과 위선에 환멸을 느끼고 강력한 변화를 갈구하는 젊은 세대들을 적극적으로 조직하였다. 유소년층에서부터 이삼십대의 젊은층까지 촘촘한 조직을 만들어 이들의 집단적 활동을 장려하고 지도자에 대한 충성을 이끌어냈으며, 파시즘 사조직의 행동대원으로 활용하였다. 이들의 일부는 파시즘 정부가 들어서면서 제도권의 권력의 영내로 진입하여 공식적 지위를 획득하였으나, 많은 사람들은 제도권과 별개의 친위대 조직의 일원으로 권력을 행사하였다. 

파시즘 권력은 국민의 참여 열정을 등에 업고, 민족의 영향력 확대를 약속하였기에, 결국 전쟁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 전황이 유리하게 돌아갈 때는 국민의 지지와 동원을 끌어내고 폭력적 탄압에 대한 묵인을 얻을 수있었으나, 전황이 불리하게 변하자 결국 국민이 이들을 내치는 결말로 끝났다. 히틀러는 자살로, 무솔리니는 정부 수반 자리에서 쫒겨나 연합국 병사에게 살해당하였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부는 경제나 사회적 혁명을 추구하지 않았다. 기성의 자본가와 경제권력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피했으며, 기존의 사회적 위계 질서를 해체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기성의 경제권력에 완전히 영합한 것은 아니다. 파시즘 정부는 노동자의 정치적 참여와 이익을 배려하는 조치로서, 정부가 중앙에서 조정하면서 경영자와 노동자 사이의 타협을 이끌어내는 코포라티즘 corporatism 정치를 구사하였다. 자본가와 경영자는 이러한 정부의 조정으로 이익의 일부를 양보해야 했으나, 정부의 국외 확장 전쟁 덕분에 이익을 배가할 수있었으므로, 이들은 파시즘 정부를 지지하고 물질적으로 지원하였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역사적 사례이외에 유사한 형태의 파시즘 정치체제가 다른 시기 다른 나라에서 출현하기는 쉽지 않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정치는 20세기 초반 독특한 역사적 환경의 소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종과 민족의 순수성, 민족의 영광을 외치면서, 국민의 지지를 동원하고,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도 불사하면서 반대세력을 탄압고, 독재적 권력을 장악하여 민주주의 제도를 뭉개버리는 정치체제는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건 출현할 수 있다. 빠른 사회변화 속에서 경제 정치적 위기 상황에 빠졌을 때, 기성의 민주주의 제도 정치가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분열한다면, 이러한 난국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카리스마를 가진 선동가가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 기성의 정치권이 이러한 선동가를 포섭하여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면, 결국 이 독재적 선동가에게 자리를 완전히 내주고 민주주의는 폐기되는 결과를 맞이할 것이다. 

이 책은 과거의 역사를 분석적으로 서술한 에세이이다. 파시즘 정치의 여러 측면을 분석적으로 조명하면서, 왜 그런 정치체제가 나타났는지, 기성 정치 권력 및 그들이 만든 조직과 권력자가 어떤 관계를 유지했는지, 어떻게 몰락했는지, 파시즘 정치의 매력과 한계는 무엇인지 등을 명쾌하게 설명한다. 역사와 정치 과정에 대한 통찰력을 준다. 매우 잘 읽어내려간다는 점도 이 책의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