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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9. 18. 10:55

Valcrav Smil. 2021. Grand Transitions: How the modern world was made. Oxford University Press. 296 pages.

저자는 생태학자이며, 이책은 세계가 물질문명의 측면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포괄적으로 서술한다. 인구, 식량, 에너지, 경제, 환경의 다섯 분야에서 변화를 서술한다. 

서구사회는 인구 감소의 단계에 접어들었다. 앞으로 인도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에서 인구가 주로 증가할 것이다. 인구가 증가하는 가난한 나라로부터, 인구가 감소하는 부자 나라로의 인구 이동은 앞으로 필연적이다. 부자 나라는 노령화로 인해 일할 사람이 줄어들고, 무엇보다 노령 인구를 돌볼 사람이 필요한데, 자체로는 조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식량 생산은 1960년대의 그린 혁명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늘어, 이제 식량의 절대량에서 지구의 인구를 먹여살리는 문제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선진 산업국에서 육식 소비가 많고 폐기되는 식량이  절반에 달하는 현재의 상황이 지구 전체로 확대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 개발도상국들은 선진국의 생활 수준과 생활 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식량의 고기 전환 효율이 낮은 소고기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전환 효율이 높은 닭고기의 소비와 콩 단백질을 이용한 인조고기의 활용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인류의 주요 에너지 원은 유기체의 근육의 힘에서 벗어나, 나무, 석탄, 석유, 가스, 전기로 이전해 왔다. 한때 원자력이 미래 에너지의 주종이 되리라는 예견은 어긋났다. 현재 태양광이나 풍력 등 대체 에너지에 대한 열풍이 불고 있지만, 석탄과 석유에 대한 의존은 앞으로도 오랫 동안 지속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주 에너지의 전환에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대체 에너지원이 주가 되는 상황은 가까운 미래에는 오지 않을 것이다. 특정 에너지를 이념적으로 옹호하거나 배척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핵에너지, 태양광과 풍력, 뿐만 아니라 석탄, 석유, 가스, 전기에서 기술 혁신을 꾸준히 추진하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선진국의 경제 성장율은 점차 둔화되고 있지만, 성장율이 정체하거나 후퇴하는 것은 많은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성장이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중국을 비롯하여, 뒤이어 인도의 경제성장은 꾸준히 지속되면서 선진국과 격차를 좁힐 것이다. 아프리카의 경제 성장이 어떻게 전개될지 현재로는 불투명하다.

인류의 발전은 환경 악화와 함께 했다. 인간 때문에 많은 종이 사라졌으며, 기후 변화는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지속가능 성장을 언급하고 있으나, 개발도상국에게는 성장이 최우선과제이며 환경에 대한 고려는 뒷전이다. 환경 파괴로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저자는 인류의 적응력을 신뢰한다. 환경 문제가 악화하면, 인류는 그에 맞추어 삶을 변화시킬 것이다. 기술 개발은 물론, 규제와 탄소세 등 다양한 수단을 동원하여 파국을 막으려 할 것이다. 어느 선을 넘어서면 되돌릴 수 없기에 인류가 멸망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의 발전과 경제 성장은 자연과 생태의 한계 내에서 이루어졌다. 지금까지의 성장이 기울기가 가팔라지는 궤적을 앞으로도 계속하여, 궁극적으로 인류와 자연이 합일하는 "단일체(Singularity)"의 상태에 도달하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인류는 물질적 존재이며 물질적 제약 속에서 생존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변화도 물질적 제약 속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물질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극단적인 낭비를 피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책은 엄청난 양의 통계 수치를 인용하며 서술하여 읽어 나가기 힘들다. 통계 책자를 읽는 느낌이다. 이렇게 책을 쓰기도 힘들텐데. 저자의 인내에 감탄하는 한편으로, 계속되는 숫자와 밋밋한 서술은 독자의 호기심을 죽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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