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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9. 15:36

Daniel Headrick. 2010. Power Over People: Technology, Environments, and Western Imperism, 1400 to the Present. Princeton University Press. 372 pages.

저자는 기술과 환경이 인간사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근대 이후 최근까지 서구의 기술 발전이 어떻게 서구 제국의 확장을 가능케 했는지 서술한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기술의 우위를 이용해 상대보다 우수한 무기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지배했다.

1400년대 중반까지 서구의 기술은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낫지 않았다. 1400년대 중반에 포르투갈은 대양을 항해하는 기술에서 앞서 나갔다. 대양을 항해하는 범선과 항해술에서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앞선 덕분에, 포르투갈은 작은 인구와 경제 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기나마 인도양을 지배하고 아메리카 대륙에 앞서서 진출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의 앞선 기술은 스페인과 네덜란드에 의해 급속히 따라잡혔으며, 이후 프랑스와 영국은 앞선 기술에 더하여 큰 인구와 경제의 이점을 이용하여, 대양에서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세력을 제압하면서, 식민지 쟁탈전에서 우위에 서게 되었다. 

서유럽인은 말과 철제 무기라는 앞선 기술 덕분에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의 정복에 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서유럽인이 가져온 질병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95% 이상이 서유럽인이 가져 온 질병으로 사망하였다. 그들은 유럽의 정복군과 전투를 벌이기 이전에, 이미 많은 수가 역병으로 죽고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급속히 유럽인의 앞선 기술, 즉 말과 무기를 받아들여 서구인과의 전투에 이용하였기 때문에, 서구의 정복자들이 19세기 중반 이후 획기적으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할 때까지, 아메리카의 서부 대륙에서 300년 이상 저항하며 버틸 수 있었다. 

서구인들은 19세기 초까지 대양을 지배하기는 하였지만, 범선만으로는 대륙의 연안과 내부로 진입하여 정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세기초 증기선이 도입되면서, 마침내 서구인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대륙 내부로 침투하여 정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건이 1840년대에 영국과 중국 간에 벌어진 아편전쟁이다. 영국군은 증기선으로 중국의 내부를 연결하는 운하에 침투하여 중국 경제를 마비시키고 중국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아프리카는 유럽인에게 치명적인 역병이 대륙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인이 대륙 안으로 진입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유럽에서 19세기말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염병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산업혁명의 여파로 19세기 중반 이래 무기 제조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다루기 쉽고 연발이 가능한 소총과 기관총이 개발되면서, 그 이전에 비효율적인 무기로는 가능하지 않았던 엄청난 규모의 살육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의학과 무기 기술의 비약적 발전 덕분에, 19세기 중반까지 정복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와 남북 아메리카 대륙 내부의 원주민을 앞도적인 화력으로 살육하고 정복하였다. 

서구인은 세계일차대전을 계기로 항공기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항공기의 도움 덕분에 보병만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웠던 산악지역의 저항 세력을 진압할 수 있었다. 1930년대에 알제리와 이라크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원주민의 저항을 진압한 것은, 무엇보다도 공중에서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그러나 서구인의 항공기가 가져온 전술적 우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서구인의 공격에 저항하는 원주민들은  항공기의 우위를 지우는 전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원주민들은 터널이나 엄폐물을 이용하여 항공기의 추적을 피하고, 지대공무기를 이용하여 항공기를 격추시켰다. 이에 서구인들은 무인으로 대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 전쟁의 상황이 바뀌면서, 서구인들이 무기 기술의 우위로 국지전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어렵게 되었다. 미국이 1960년대에 베트남에서, 소련이 1980년대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한 것에서 보듯이, 게릴라전과 같은 비정규전의 승패는 무기 기술의 우위만으로는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글과 산악지역이라는 지리적 장벽 이외에도, 적군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회적 요인 때문에, 정복군이 엄청난 규모의 지상 병력을 투입하여 현지를 샅샅이 훑고 주민을 대규모로 고문하고 살육하지 않는 한, 압도적인 화력에 의지해서만은 승리하기 힘들다. 서구인이 현지인의 게릴라식 저항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음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한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라크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에서 확인된다. 근래에 서구의 정복군과 현지인 간의 전쟁은, 기술, 환경,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전개되기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연구 성과가 반영된 역작이다. 무기 체계와 전쟁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서술은 전체 논의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읽어내리기가 수월하다. 논의에 깊이가 있으면서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단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의문을 가졌던, 서구의 식민지 확장 과정에서 모호한 부분이 투명해졌다. 

2026. 1. 4. 16:26

Ezra Klein and Derek Thompson. 2025. Abundance. Avid Reader Press. 22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들이며, 이 책은 미국의 리버럴리즘이 당면한 딜레마, 즉 개인의 자유와 환경을 존중하는 제도들이 집단의 복리를 향상시키는 사업의 이행을 방해한 결과, 미국에서 새로운 주택과 기간산업의 건설이 어렵고 사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현상에 대해 논의한다. 

캘리포니아에서 LA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고속철도를 놓으려는 노력이 여러해 동안 추진되었으나, 현재는 거의 좌절 상태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고속철을 놓기 위해 계획에서 준공까지 수 년이면 족하다. 미국에서 고속철을 건설하기 어려운 이유는, 철도가 지나가는 구간에 관계된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정해야 하며, 수많은 관련 규제와 감독기관의 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이런 수없이 많은 조정과 절차를 밟다보면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지고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그와 함께 주민과 정치가의 지지가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도시는 주택 가격이 매우 높으며, 이러한 비싼 주택에서 살 능력이 안되는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로 전락한다. 이는 특히 민주당이 집권한 주의 대도시에서 두드러진다. 주택가격이 높은 이유는 주택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는 신규 주택을 짓도록 허가받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만 지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집단 주택을 짓는 것을 금하고, 주민 자치 공동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환경 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등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규제와 절차는 신규 주택의 공급을 어렵게 한다. 

20세기 들어 미국 정치를 지배한 리버럴리즘 liberalism 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시켰다. 특히 1966~70년대의 민권운동, 환경운동, 기타 다양한 사회운동들은 이러한 제도를 강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플뿌리 민주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주민의 조직과 자치 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행사를 제한하는 다양한 규제와 절차가 만들어졌다. 그 하나 하나의 규제와 절차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으며,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이제 미국에서 무엇을 건설하려고 하면 거쳐야 할 공청회, 규제, 평가, 절차가 너무도 복잡하고 많아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리버럴리즘 이념을 옹호하는 민주당 집권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것이 근래에 많은 미국인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이다.  

1960~70년대의 환경운동은, 기본적으로 서구의 성장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반성장 주의 anti-growth 이념을 깊이 뿌리 내렸다. 반성장주의란, 경제성장과 풍요는 자연파괴, 오염, 인구폭증, 자연고갈, 동식물의 멸종, 등등을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지구과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1970년대에 우려한 이러한 성장의 문제점은, 이후 기술발전으로 많은 부분 해결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인류는 기후변화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 경제 성장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에너지와 같은 기술발전으로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여겨진다.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존에 있는 것을 어떻게 나눌지를 둘러싸고 사람들간에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성장이 이루어지면, 사람들이 서로의 몫을 나누는데 관대해진다.

경제성장은 단순히 경제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경제 성장과 풍요를 높이는 쪽으로 사회의 힘을 모으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미국 사회와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과 풍요에 맞추어야 한다. 개인의 이익과 권리를 지나치게 보호하며, 기존의 환경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복잡한 규제와 절차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한 과거의 제도와 규제는 1970년대의 상황에서는 적절한 것이었으나,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권리와 환경에 해악을 가져오는 것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절차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정당으로부터, 대중이 필요로 하는 사업의 완수와 효율을 중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책은 현재 미국이 당면한 상황을 적절히 진단한다. 책이 나온지 얼마 안되지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힘있는 개인의 권리를 정부가 어떻게 제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미국 대도시에서 신규주택이 공급되기 어려운 이유는, 기존에 집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주택이 많이 지어져서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신규 주택 건설을 조직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의식의 전환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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