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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14. 16:23

 

Jared Diamon. 2019. Upheaval: Turning Point for Nations in Crisis. Back Bay Books. 463 pages.

저자는 생리학자로 시작하여 대중적인 과학저술가로 유명해졌으며, 이 책은 세계에 6개 국가들이 과거에 국가적 위기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비교 분석한다. 외세의 침입으로 인한 위기로 핀란드와 일본을 비교하며, 내부의 분열로 인한 위기로 칠레와 인도네시아를 비교하며, 세계 제2차대전 이후 혼란과 정체성의 위기로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를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비교역사적 분석을 배경으로, 현재 미국과 세계가 당면한 위기에 대해 언급한다. 

제1차세계대전에서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획득한 핀란드는,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소련의 침공을 받는다. 1939년 겨울 Winter War 이라 불리는 치열한 전투를 통해 핀란드의 강인한 저항력을 보이지만, 우방의 도움이 전혀 없었기에, 결국 약소국인 핀란드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강대국인 소련의 압력에 굴복한다. 영토의 일부를 소련에게 내어주고, 소련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소련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계속 타협하면서 독립 국가로서 주권을 유지한다. 소련은 핀란드인들의 엄청난 저항이 초래할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핀란드를 무력으로 정복하고 지배하기보다는, 독립국가의 주권을 허용하는 대신, 자신들에게 도움이되는 우호적인 국가로 유지시키 편을 선택한다. 이러한 핀란드의 생존방식을  "Finlandization" 이라고 칭하는데, 강대국과 이웃한 약소국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전략의 대표적인 예로 흔히 언급된다. 핀란드가 소련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독립과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민족적 통일성과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강한 믿음이 국민들 사이에 공유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함포를 앞세운 개항 압박에 대응하여, 일본은 그때까지의 쇄국정책을 버리고 서구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배워와서 서구에 비견할 국력을 갖추는 길을 선택한다. 1868년의 메이지유신이 그것이다. 일본은 서구의 문물을 성공적으로 배워와서, 서구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주변 아시아를 침략하는 강국으로 도약한다. 군부의 목소리가 너무 세져서 급기야 정치를 제압하고,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중남미 국가로는 유일하게 오래도록 민주주의를 유지하던 칠레는, 1960년대들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급기야 1972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을 군부세력이 쿠데타로 무너뜨렸다.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 정부는 1980년대말까지 잔인한 수단을 동원하여 반대자를 탄압하는 독재 정치를 실시한다. 피노체 정부는 1989년 국민 여론을 잘못 판단하여 선거에서 실각하였으며, 다시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섰다. 다시 들어선 사회주의 정부는 과거 정권의 잔인한 정치 탄압 행위에 대해 보복을 하지 않는 대신, 과거 정부에서 실행한 시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룬다. 

이차세계대전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인도네시아는, 독립 전쟁의 영웅인 수카르노를 수반으로 하여 점차 독립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1960년대 들어 공산주의 정치세력과 군부 세력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와중에, 공산주의 정치세력이 주도한 쿠데타를 군부세력이 잔인하게 진압하면서 극우세력을 선동하여 전국적으로 백만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다. 군부세력의 지도자인 수하르토는 이후 정권을 장악하고 장기 집권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단일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에 성공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저지른 잔악한 행위는 인정하지 않지 않는다. 

두차례의 전쟁을 일으켜 처참하게 패배한 독일은, 전후의 혼란을 딛고 빠르게 복구하였으며 1950년대에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전쟁에 참여한 세대들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한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모세대의 권위주의와 전쟁 행위에 대해 격렬히 비판하고 반항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기에 집권한 빌리 브란트 수상은, 기성세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 책임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전쟁의 피해를 입은 폴란드와 체코에게 과거 독일 영토의 일부를 양보하고, 폴란드를 방문하여 피해자들 앞에서 무릅꿇고 사과하고, 동독을 정식의 국가로 인정하였다. 또한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부모세대가 저지른 전쟁 범죄행위와 참상을 낱낱이 알려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시켰다. 이는 일본이 자신의 전쟁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 의식을 가지고,  전쟁 범죄행위를 부인하고, 젊은이에게 부모세대의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해 알리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 국가인 한국 및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하는 반면, 자신의 잘못을 철저하게 사과한 독일은 이웃의 피해국가인 폴란드 및 체코 등의 신뢰를 얻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독일은 이렇게 유럽 국가들의 신뢰를 얻은 결과, 1989년 동독의 국경이 개방되고 소련이 붕괴되는 기회가 왔을 때,  이웃나라들의 큰 반대 없이 통일을 획득할 수 있었다. 

호주는 2차 대전 이전까지 자신들이 영국의 일부라는 자의식을 가졌으며, 백인의 나라라는 인종주의 정책을 고수하였다. 독립된 외교나 안보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멀리 떨어진 영국에 경제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차대전을 계기로 영국이 더 이상 호주를 보호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으며, 영국이 1970년대 들어 유럽공동시장에 가입하면서 과거 영연방 국가에게 제공하던 우호적 혜택을 포기하자, 호주인들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영국의 이익과 자국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아시아에 속한 국가로서 독립적인 정체성을 점차 구축하였다. 1970년대 후반 백호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활발히 경제교류를 진행하고, 아시아 국가로부터 이민자를 광범위하게 받아들였다. 호주는 독자적으로 국내외적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독립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게 되었다.    

미국은 1990년대 이래 극심한 정치 분열과 소득 불평등의 확대로 인해 점차 위기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이차대전 이후 미국이 누리던 절대적인 강국으로서의 국제 위상도 변화를 맞이 하였다. 문제는 미국인들이 이러한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칠레의 예에서 보듯이 오랜 민주주의 국가도 정치 양극화가 극에 달하면 민주주의가 퇴행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는 네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핵전쟁, 기후변화, 자원고갈, 불평등의 심화가 그것이다. 세계의 국가들은 이러한 위기를 부정하거나, 혹은 적절한 대응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근래에 일부 나라들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볼 때, 세계의 미래에 대해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지적 호기심을 결합하여,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넘어서 탐구하고,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저자의 지적인 예민함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돋보인다. 여러 나라를 비교하는 것의 어려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익한 통찰력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