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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4. 16:26

Ezra Klein and Derek Thompson. 2025. Abundance. Avid Reader Press. 22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들이며, 이 책은 미국의 리버럴리즘이 당면한 딜레마, 즉 개인의 자유와 환경을 존중하는 제도들이 집단의 복리를 향상시키는 사업의 이행을 방해한 결과, 미국에서 새로운 주택과 기간산업의 건설이 어렵고 사회가 파행으로 치닫는 현상에 대해 논의한다. 

캘리포니아에서 LA와 샌프란시스코 사이에 고속철도를 놓으려는 노력이 여러해 동안 추진되었으나, 현재는 거의 좌절 상태이다. 반면 중국에서는 고속철을 놓기 위해 계획에서 준공까지 수 년이면 족하다. 미국에서 고속철을 건설하기 어려운 이유는, 철도가 지나가는 구간에 관계된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입장을 조정해야 하며, 수많은 관련 규제와 감독기관의 평가를 통과해야 하며, 이런 수없이 많은 조정과 절차를 밟다보면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지고 비용이 계속 늘어나고, 그와 함께 주민과 정치가의 지지가 갈수록 낮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도시는 주택 가격이 매우 높으며, 이러한 비싼 주택에서 살 능력이 안되는 많은 사람들이 노숙자로 전락한다. 이는 특히 민주당이 집권한 주의 대도시에서 두드러진다. 주택가격이 높은 이유는 주택의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는 신규 주택을 짓도록 허가받기 어려운 제도적 환경 때문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만 지을 수 있도록 제한하고, 집단 주택을 짓는 것을 금하고, 주민 자치 공동체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환경 평가를 통과해야 하고, 등등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규제와 절차는 신규 주택의 공급을 어렵게 한다. 

20세기 들어 미국 정치를 지배한 리버럴리즘 liberalism 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변화시켰다. 특히 1966~70년대의 민권운동, 환경운동, 기타 다양한 사회운동들은 이러한 제도를 강화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플뿌리 민주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어 주민의 조직과 자치 위원회가 활성화되고, 정부의 일방적인 권력 행사를 제한하는 다양한 규제와 절차가 만들어졌다. 그 하나 하나의 규제와 절차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졌으며,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를 높이는 데 일조하였다. 그러나 이제 미국에서 무엇을 건설하려고 하면 거쳐야 할 공청회, 규제, 평가, 절차가 너무도 복잡하고 많아서,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상은 리버럴리즘 이념을 옹호하는 민주당 집권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이것이 근래에 많은 미국인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린 결정적 이유이다.  

1960~70년대의 환경운동은, 기본적으로 서구의 성장지상주의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반성장 주의 anti-growth 이념을 깊이 뿌리 내렸다. 반성장주의란, 경제성장과 풍요는 자연파괴, 오염, 인구폭증, 자연고갈, 동식물의 멸종, 등등을 가져오며, 궁극적으로 지구과 인류의 멸망을 초래하기 때문에, 경제 성장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1970년대에 우려한 이러한 성장의 문제점은, 이후 기술발전으로 많은 부분 해결하거나 회피할 수 있었다. 여전히 인류는 기후변화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기후변화 문제 때문에 경제 성장을 중단할 것이 아니라, 친환경에너지와 같은 기술발전으로 대처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으로 여겨진다.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존에 있는 것을 어떻게 나눌지를 둘러싸고 사람들간에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다. 성장이 이루어지면, 사람들이 서로의 몫을 나누는데 관대해진다.

경제성장은 단순히 경제의 규모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삶의 방식 자체를 변화시킨다.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경제 성장과 풍요를 높이는 쪽으로 사회의 힘을 모으는 것이 바른 방향이다. 미국 사회와 정부 정책의 우선순위를 성장과 풍요에 맞추어야 한다. 개인의 이익과 권리를 지나치게 보호하며, 기존의 환경을 지나치게 보호하는, 복잡한 규제와 절차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한 과거의 제도와 규제는 1970년대의 상황에서는 적절한 것이었으나, 현재 미국의 상황에서는 오히려 개인의 권리와 환경에 해악을 가져오는 것이 되고 있다. 민주당은 절차와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정당으로부터, 대중이 필요로 하는 사업의 완수와 효율을 중시하는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책은 현재 미국이 당면한 상황을 적절히 진단한다. 책이 나온지 얼마 안되지만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힘있는 개인의 권리를 정부가 어떻게 제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미국 대도시에서 신규주택이 공급되기 어려운 이유는, 기존에 집있는 사람들이 새로운 주택이 많이 지어져서 자신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아서 신규 주택 건설을 조직적으로 반대하기 때문인데,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단순히 개인의 의식의 전환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