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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1. 25. 10:52

Gary Gerstle. 2022. The Rise and Fall of the Neoliberal Order. Oxford University Press. 293 pages.

저자는 미국현대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에서 1980년대 이래 신자유주의 정치경제 체제가 흥했다, 21세기에 들어 후퇴하는 과정을 서술한다. 

자유주의란 18세기 계몽주의 시대 이래 서구사회를 지배한 세계관이다. 개인의 자유와 창의를 중시하고, 자유, 평등, 행복 등의 보편적 가치를 옹호하며, 시장에 의한 자원분배를 국가에 의한 계획과 조정보다 중시한다. 서구사회는 19세기 산업혁명을 등에 업고 자본주의가 크게 발달하였으며, 자유주의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자리잡았다.

그러나 19세기말에 들어 자본주의 체제의 폐해인 자본 집중, 심한 경제부침, 노동 착취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서유럽은 정부의 조정 기능이 부가된 수정자본주의 및 복지국가 체제로, 러시아는 공산주의 혁명과 전제주의 체제로 이행한다. 미국에서는 1929년 대공황이 발발하면서 수정자본주의와 복지국가 체제를 부분적으로 수용한 뉴딜 정책을 전개한다. 뉴딜 정책은 제2차 대전 이후에도 이어져 1950~60년대의 엄청난 경제 부흥과 복지제도의 확대를 낳았다.

미국의 경제는 1970년대 들어 어려워진다. 유럽과 일본의 산업경쟁력이 회복되면서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깍아내고, 베트남 전쟁의 엄청난 비용, 중동의 자원민족주의와 석유 파동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심각한 경제 침체를 겪는다. 1930년대 이래 오랫 동안 지속된 민주당 정권은 1980년 레이건의 등장과 함께 공화당 정권으로 이전한다. 레이건은 과거 자유주의의 이념을 다시 부활시키는 정책을 실시하는데, 이를 신자유주의라고 지칭한다. 정부의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세금을 줄여 정부 규모를 줄이며, 시장에게 전적으로 자원분배를 맡기는 정책을 실시한다. 한편, 1980년대 이래 정보통신과 운송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국가간 상품, 사람, 정보의 교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생산공급망이 전세계적으로 확대되는 세계화의 시대를 맞는다. 1990년 공산주의의 몰락은 세계화의 추세를 가속화시킨다. 

1917년 러시아의 공산주의 혁명 이래 서구의 자본주의 세계는 공산주의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하여, 자본과 노동이 타협하여 노동자의 복리를 어느 정도 고려하도록 국가가 조정하고 관리하였다. 그러나 1990년에 공산주의가 몰락한 후, 더이상 공산주의의 위협을 걱정하지 않게 되면서, 자본가와 엘리트들은 자신의 이익추구에 최선을 다할뿐, 노동자의 반발을 신경쓰고 그들과 타협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소득 불평등은 커지고, 소수의 자본가와 엘리트에게 부가 집중되는 경향이 심해졌다. 선진산업국의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최대 피해자이다. 그들은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일자리를 잃고, 유색인 이민자들이 대규모로 들어오면서 임금이 정체하고, 생계가 불안정하고 힘들어졌다. 

미국의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 세계화 체제에 조직적으로 반발할 역량은 없지만, 산발적으로 이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도날드 트럼프는 이렇게 어려움에 빠진 백인 노동자들의 열망을 등에 업고 나타난 이단아이다. 그는, 자본가의 배경이지만, 엘리트 집단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사람이다. 그는 자유주의를 거부하고, 백인우월주의를 옹호하며, 세계화에 반대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기존의 자유주의 세계관과 정치경제 질서를 망가뜨리고 있다. 트럼프는 기존 질서의 파괴에는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지만, 이를 대체할 새로운 질서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미국의 근래 정치경제의 전개를 서술하는 데서 더 나아가지는 않는다. 20세기 후반의 역사는, 19세기 산업혁명이래 선진산업국의 세계 지배가 후퇴하고, 서구 이외의 세계로 서구의 세계관과 기술이 확대된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특정 국가의 정치경제의 전개를 전세계적 관점에서 설명하고 전망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신자유주의가 국내의 반발에 부딛쳐 일시적으로 후퇴한다고 하여,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가 후퇴한다고 볼 수 있을까? 전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가치와 전세계적 생산망의 확대 추세가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  미국이 세계를 대표하던 시대는 점차 지나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