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niel Headrick. 2010. Power Over People: Technology, Environments, and Western Imperism, 1400 to the Present. Princeton University Press. 372 pages.
저자는 기술과 환경이 인간사에 미친 영향을 연구하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근대 이후 최근까지 서구의 기술 발전이 어떻게 서구 제국의 확장을 가능케 했는지 서술한다.
인간은 자연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기술을 발전시키면서, 동시에 기술의 우위를 이용해 상대보다 우수한 무기를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 다른 사람을 통제하고 지배했다.
1400년대 중반까지 서구의 기술은 세계의 다른 지역보다 낫지 않았다. 1400년대 중반에 포르투갈은 대양을 항해하는 기술에서 앞서 나갔다. 대양을 항해하는 범선과 항해술에서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앞선 덕분에, 포르투갈은 작은 인구와 경제 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기나마 인도양을 지배하고 아메리카 대륙에 앞서서 진출할 수 있었다. 포르투갈의 앞선 기술은 스페인과 네덜란드에 의해 급속히 따라잡혔으며, 이후 프랑스와 영국은 앞선 기술에 더하여 큰 인구와 경제의 이점을 이용하여, 대양에서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세력을 제압하면서, 식민지 쟁탈전에서 우위에 서게 되었다.
서유럽인은 말과 철제 무기라는 앞선 기술 덕분에 아메리카 원주민을 정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아메리카 대륙의 정복에 보다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서유럽인이 가져온 질병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의 95% 이상이 서유럽인이 가져 온 질병으로 사망하였다. 그들은 유럽의 정복군과 전투를 벌이기 이전에, 이미 많은 수가 역병으로 죽고 정신적으로 피폐한 상태였다. 그러나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급속히 유럽인의 앞선 기술, 즉 말과 무기를 받아들여 서구인과의 전투에 이용하였기 때문에, 서구의 정복자들이 19세기 중반 이후 획기적으로 새로운 기술로 무장할 때까지, 아메리카의 서부 대륙에서 300년 이상 저항하며 버틸 수 있었다.
서구인들은 19세기 초까지 대양을 지배하기는 하였지만, 범선만으로는 대륙의 연안과 내부로 진입하여 정복할 수 없었다. 그러나 19세기초 증기선이 도입되면서, 마침내 서구인들은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대륙 내부로 침투하여 정복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대표적인 사건이 1840년대에 영국과 중국 간에 벌어진 아편전쟁이다. 영국군은 증기선으로 중국의 내부를 연결하는 운하에 침투하여 중국 경제를 마비시키고 중국의 항복을 받아내었다.
아프리카는 유럽인에게 치명적인 역병이 대륙 전체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럽인이 대륙 안으로 진입하는 것은 어려웠다. 그러나 유럽에서 19세기말 의학기술이 발달하면서 전염병을 통제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또한 산업혁명의 여파로 19세기 중반 이래 무기 제조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였다. 다루기 쉽고 연발이 가능한 소총과 기관총이 개발되면서, 그 이전에 비효율적인 무기로는 가능하지 않았던 엄청난 규모의 살육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러한 의학과 무기 기술의 비약적 발전 덕분에, 19세기 중반까지 정복하기 어려웠던 아프리카와 남북 아메리카 대륙 내부의 원주민을 앞도적인 화력으로 살육하고 정복하였다.
서구인은 세계일차대전을 계기로 항공기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항공기의 도움 덕분에 보병만으로는 제압하기 어려웠던 산악지역의 저항 세력을 진압할 수 있었다. 1930년대에 알제리와 이라크 등 중동과 북아프리카 지역의 원주민의 저항을 진압한 것은, 무엇보다도 공중에서 그들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그러나 서구인의 항공기가 가져온 전술적 우위는 오래가지 않았다. 서구인의 공격에 저항하는 원주민들은 항공기의 우위를 지우는 전술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원주민들은 터널이나 엄폐물을 이용하여 항공기의 추적을 피하고, 지대공무기를 이용하여 항공기를 격추시켰다. 이에 서구인들은 무인으로 대상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미사일 기술을 발전시켰다.
그러나 20세기 후반에 들어 전쟁의 상황이 바뀌면서, 서구인들이 무기 기술의 우위로 국지전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어렵게 되었다. 미국이 1960년대에 베트남에서, 소련이 1980년대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패배한 것에서 보듯이, 게릴라전과 같은 비정규전의 승패는 무기 기술의 우위만으로는 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정글과 산악지역이라는 지리적 장벽 이외에도, 적군과 민간인을 구분하기 어려운 사회적 요인 때문에, 정복군이 엄청난 규모의 지상 병력을 투입하여 현지를 샅샅이 훑고 주민을 대규모로 고문하고 살육하지 않는 한, 압도적인 화력에 의지해서만은 승리하기 힘들다. 서구인이 현지인의 게릴라식 저항을 완전히 제압할 수 없음은, 미국이 공식적으로 전쟁에서 승리한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라크에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에서 확인된다. 근래에 서구의 정복군과 현지인 간의 전쟁은, 기술, 환경, 사회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전개되기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 책은 저자의 오랜 연구 성과가 반영된 역작이다. 무기 체계와 전쟁의 구체적인 사항에 대한 서술은 전체 논의의 흐름 속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읽어내리기가 수월하다. 논의에 깊이가 있으면서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대단한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간 의문을 가졌던, 서구의 식민지 확장 과정에서 모호한 부분이 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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