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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에 해당되는 글 8건
2023. 12. 20. 20:44

Leonard Mlodinow. 2022. Emotional: How Feelings Shape Our Thinking. Vintage Books. 207 pages.

저자는 이론 물리학자이면서 과학 분야의 저술가이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우리의 사고작용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해 다양한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감정(feelings)은 인간의 생존에 유용한 도구이다. 오랫동안 인간의 감정은 합리적인 사고를 방해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그러나 근래에는 인간의 감정이란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한 유용한 정보처리 기제라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바뀌었다. 하등 동물은 주어진 조건에 정형화된 방식으로 반응하며 새로운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반면, 고등 동물은 새로운 상황에도 적절히 반응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을 대면해 마음속에 일어나는 감정을 포함하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하는 사고 능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감정은 복잡한 사고를 하지 않고도 상황을 신속히 평가하고 대응하게 만든다. 그렇다고 인간의 감정과 상황에 대한 대응 간의 관계는 자동 반사적인 것은 아니다. 감정을 하나의 중요한 인풋 요소로 하여 사고를 종합적이고 효율적으로 한다. 감정(feeling)과 사고 작용(thinking)은 서로 밀접히 엮여 있다.

감정이 없다면 무엇을 해야할 이유가 어렵다. 감정은 행위를 하도록 유도한다. 즐거운 감정은 그러한 즐거움을 주는 대상을 계속 추구하게 만든다. 감정은 물리적으로 두뇌의 여러 부분이 복합적으로 관여하여 이루어진다. 두뇌의 편도체는 감정을 관장하는 중심적인 영역이다. 인간의 굳건한 의지 (determination) 역시 즐거움과 마찬가지로 이를 관장하는 두뇌 영역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극으로 두뇌의 어떤 부분에 자극을 가하면 결심의 대상이 불확실함에도 결의의 감정이 높아진다.

사람은 각자 다양한 감정 영역에 대해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어떤 감정을 더 자주 느끼며, 각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저자는 이를 감정의 프로필 (emotional profile) 이라 칭하는데, 수치심과 죄의식 (shame and guilt), 조바심 (anxiety), 분노와 공격성 (anger and aggression), 행복도(happiness), 사랑과 애착(love and attachment)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감정에 대해 척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독자들에게 각자의 감정 프로필을 직접 구성해 보게 한다. 제시된 척도를 이용해 본인의 감정을 측정해본 결과, 수치심과 죄의식은 평균에 가까웠으며, 조바심과 분노는 평균보다 크게 낮았으며, 공격성과 행복도는 평균보다 약간 낮았고, 사랑과 애착은 평균보다 크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감정은 통제할 수 있다. 명상과 운동, 인정하기, 상황의 재해석,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기 등의 방법을 제시한다. 각각에 대해 서술하자면, 명상과 운동을 하면 부정적인 감정이 가라앉으며, 자신의 생각에 따라 감정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게 된다.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그것을 그대로 '인정'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어떤 상황에 대해 부정적인 면만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에 눈을 돌리게 되면 감정이 안정된다. 격렬한 감정이 일 때 이를 글로 쓰거나 가까운 사람에게 말하면 마음이 편안해 진다.

저자는 자신의 전공 분야에서 성공한 학자일 뿐 아니라, 전공 밖에까지 호기심을 뻗쳐서 대중 작가로서 성공한 특이한 사례이다. 스타트랙의 극본을 쓰고, TV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고, 심리학 분야에 여러권의 베스트 셀러를 집필했다. 호기심이 넘치는 사람이다. 그는 글을 쓸 때 무척 많이 다듬는다고 한다. 그 결과 이 책과 같이 부드럽게 넘어가고 흥미를 꾸준히 제공하는 글을 만들어 냈다. 메시지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큰 통찰력을 제공하지는 못하는 한계는 어쩔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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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26. 20:39

David Ropeik. 2010. How risky is it really? Why our fears don't always match the facts. McGraw Hill. 262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인식하는 위험이 실재와 얼마나 왜 다른지 설명한다. 사람들은 대상 위험에 대한 객관적 사실보다 그에 대한 두려운 감정에 우선적으로 휩쓸려 위험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다.

어떤 대상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대상 위험에 신속히 대응하기위하여 발달하였다. 대상에 대해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우리의 생사를 좌우하는 위험요소에 대한 반응으로는 부적합하다. 과거 인간이 수렵채취 시절을 거치면서 진화시킨 이러한 반응 장치는, 현대 사회에서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게 만든다. 왜냐하면 대상이 복잡해짐에 따라 대상의 위험도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상에 대하여 실재의 위험도와 우리가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위험도가 어긋나면 우리의 안전을 효과적으로 확보하기 어렵다.

인간의 인식 과정은 심리적 오류에 쉽게 빠진다. 사전적인 암시에 의해 영향을 받는 것(framing), 제한된 정보를 가지고 확대 해석하는 것(categorization), 가급적 손실을 피하려는 성향(loss aversion), 임의적인 시작 기준 쪽으로 편향되는 성향(anchoring), 강한 인상을 남긴 것에 과도하게 휘둘리는 성향(awareness/ready recall effect), 숫자에 약한 성향, 미래를 낙관하는 성향(optimism bias) 등. 이러한 심리학적 오류는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에서 근래에 많이 언급되고 있다.

사람들이 대상을 실재보다 더 혹은 덜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도록 하는 요인을 망라하면 다음과 같다. 대상에 대해 신뢰가 부족할 때, 손실과 이익을 비교할 때, 대상을 통제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대상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대상 위험이 자연적인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것일 때, 대상이 고통을 수반할 때, 대상 위험이 불확실할 때, 대상 위험이 일시에 한꺼번에 닥칠 때, 대상 위험이 나와 직접적으로 연관될 때, 대상 위험이 익숙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일 때, 대상 위험이 아동에게 닥칠 때, 대상 위험이 집합적 성격이 아니라 특정 개인에게 닥치는 것일 때, 대상 위험이 공정하지 않을 때, 등이다.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적으로도 대상 위험을 실재와 달리 잘 못 인식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적 성향에 휩싸여, 대상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려 하기보다 집단의 의견에 무의식적으로 따른다(tribalism). 예컨대 미국의 민주당 지지자들은 원자력 발전의 위험에 대해 실재보다 과대평가하는 반면, 공화당 지지자들은 기후변화의 위험을 과소 평가한다. 미국 사회에서 위험을 잘못 파악하고 있는 예를 지적하자면 다음과 같다. 암보다 심장병이 훨씬 더 위험함에도 암에 대한 관심이 심장병에 대한 관심보다 훨씬 높다. 수돗물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의 이익이 훨씬 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의 반대 때문에 불소화를 하지 못한다. 핵 에너지에 대한 사람들의 위험 인식은 실재와 크게 어긋나게 과장되어 있다. 기후변화의 위험은 진영에 따라 큰 격차를 보인다. 사람들이 대상 위험을 잘못 인식하는  데에는 언론의 잘못도 있다. 언론은 시청자의 주의를 끌기 위하여 위험을 실제보다 더 과장되게 보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상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바로잡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인간이 대상 위험을 인식하는 방식이 감정에 좌우된다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사실을 항시 유념하면서, 다양한 의견에 대해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대상 위험에서 한걸음 물러나 시간을 두고 냉정하게 생각하며, 대상 위험과 관련된 정확한 정보를 가급적 많이 수집하고, 중립적인 입장의 출처로부터 의견과 사실을 수집하려고 노력하고, 대상 위험의 실체에 대해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면, 약간이나마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그릇되게 판단하는 문제를 완화할 수 있다. 정부가 대상위험에 대해 국민을 설득할 때에도, 사람들이 감정에 사로잡힌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대상 위험에 대해 객관적으로 정확한 사실을 제공함과 더불어,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두려운 감정을 누그러뜨리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책은 저자의 저널리스트로서의 과거 경험과 심리학 연구들을 많이 인용하면서, 비교적 평이하게 나열하는 방식으로 서술한다. 문제를 지적하기는 하지만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서, 저자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고백한다.

2022. 7. 15. 12:56

Frans de Waal. 2019. Mama's Last Hug: animal emotions and what they tell us about ourselves. Norton. 278 pages.

저자는 침팬치의 행동을 연구하는 학자이며, 이 책은 동물의 감정을 인간의 감정과 비교하면서 근본적으로 둘은 서로 같다는 점을 밝힌다.

감정(emotion)이란 상황에 맞게 적절한 행동을 유도하는,진화과정을 통해서 발달된 장치이다. 동물은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 부딛치면 두려움을 느낀다. 이 감정은 동물이 특정 상황에 적절히 대처하도록 하는데 도움을 준다. 두려움을 느끼는 동물은 특정 상황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행동을 취한다. 감정은 인지 능력보다 특정 상황을 더 효율적으로 평가한다.

저자는 어떤 상황에 처해 내부로부터 솟아오르는 감정(emotion)과, 이를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느낌(feeling)을 분석적으로 구분한다. 감정이란 언어적 표현 이전의 것이다. 언어로 표현하지 못하는 동물도 인간과 마찬가지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특정 상황에 대해 유사하게 반응한다면, 인간과 동물은 유사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추론하는 것이 옳다. 인간은 자신의 내적인 상태를 말로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감정을 느끼는 반면, 동물은 말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이라는 내적인 상태가 없다거나 인간과 다르다는 주장은 틀리다.

말로 표현할 수있는 감정의 종류는 많지 않다. 그러나 감정이란 본질적으로 복합적인 것으로서, 몇 가지로 단순히 구분할 수 없다. 예컨대 두려움(fear)과 걱정(anxious)이 복합된 미묘하게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생리적 변화로 볼 때 유사한 반응을, 상황에 따라 두려움 혹은 걱정으로 구분하여 지칭하지만, 실제는 그렇게 거친 범주로 재단되지 않는다. 고통, 두려움, 걱정과 같은 기본적 감정만이 아니라, 공감, 혐오, 수치심, 죄의식, 등 복잡한 감정들 또한 동물은 인간과 다름없이 가지고 있다. 분노, 공정함, 복수의 감정, 좌절감, 우울, 등도 동물에게서 관찰된다.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 하는 윤리적 문제와 얽혀있다. 사람들은 동물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싶어한다. 고통을 느끼는 동물을 잔인하게 취급하는 현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육식을 하는 것은 생물적 조건이기 때문에 어쩔 수없지만, 어떻게 동물을 취급하는지를 투명하게 모두가 알도록 하는 것이 동물 윤리문제에 대한 해결책이다. 우리가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동물의 감정을 받아들이면 된다. 인간이 다른 인간을 잔인하게 취급할 때 이를 보이지 않도록 하는데, 인간이 다른 인간의 상황을 투명하게 알도록 한다면, 인간은 타인에게 그렇게 잔인하게 할 수 없다. 동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할 수 있다.

저자는 침팬지를 연구하면서 인간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고 한다. 침팬지는 권력, 지위, 섹스를 추구하는 동물이다. 인간을 그러한 관점에서 들여다본다고 하여 인간이 더 사악하게 보이지는 않음을, 침팬지에 대한 그의 관찰에서 읽을 수 있다. 그의 글을 따라가면서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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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17. 13:31

Daniel Gilbert. 2006. Stumbling on Happiness. Vintage books. 263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이 저지르는 심리적 오류들을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가 인간의 심리적 속성에 있다고 주장한다. 

감정이란 주관적이다. 동일한 물건이나 상황에 대해 사람에 따라 맥락에 따라 다르게 느낀다. 특정 물체나 상황 자체에 행복감이 내재되어 있지는 않다.

인간의 기억은 과거에 발생한 일에 대해 요점만을 저장한다. 과거의 일을 기억하기 위해서는 요점을 제외한 많은 부분을 채워넣어야 한다. 축적된 경험과 지식에 의지한 추론으로 세밀한 부분을 채워 넣는다.

과거에 자신이 느낀 감정에 대한 기억은 매우 부정확하다. 사람들은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바탕으로, 과거에 자신이 느낀 감정을 외곡하여 기억해 낸다. 이는 미래를 상상하는 경우에도 동일하다. 미래에 만일 내가 이러저러한 것을 하면 어떻게 느낄지를 상상하는 것은 현재 자신이 느끼는 감정에 의해 외곡되어진다.  그런데 미래에 내가 실제 그러한 것을 했다면 느낄 나의 감정은 미리 상상하는 느낌과는 다르다. 왜냐하면 지금과 그 미래 사이에 다양한 일이 벌어지면서, 지금 내가 상상한 일들이 미래에는 지금 내가 상상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처할 때, 그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합리화하는 성향이 있다. 미리 상상할 때에는, 그러한 상황에 처하면 불행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러한 상황에 닥치게 되면 긍정적인 이유를 찾아내서 합리화한다. 타인이 볼 때 불행해 보이는 상황에 처한 사람이 오히려 행복하게 느끼는 이유이다. 세상의 일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석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올 수있다. 사람들은 세상의 일에 대해 자신의 삶을 긍정하는 측면만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하여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내가 미래에 어떻게 느낄지를 아는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꿈꾸는 상황을 현재 실현한 사람이 느끼는 느낌을 참조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신은 타인과 다른 사람이므로 다르게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은 느끼는 감정에서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 내가 꿈꾸는 상황을 현재 실현한 사람들은 내가 상상하듯이 그렇게 큰 행복을 느끼면서 살지는 않는다. 따라서 내가 꿈꾸는 상황을 앞으로 실현한다고 해도 그리 크게 행복해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자식을 낳고 기르는 것은 고된 일이며 상대적으로 볼 때 큰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 행위이다. 그러나 자식이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자식을 낳고 기른다. 연구에 따르면 어느 정도 이상의 부는 행복을 가져오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들은 어느 정도 부를 이룬 후에도 계속해서 열심히 참고 일한다. 왜냐하면 더 많은 부가 더 큰 행복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이렇게 잘못된 믿음을 가지지 않은 사람들은 진화의 과정에서 사멸했기 때문에, 현재 남아 있는 사람은 잘못된 믿음을 가진 사람들뿐이다. 

요컨대, 인간은 행복이라는 신기루를 쫒아서 열심히 달리는 존재이다. 그곳에 도달했을 때 우리가 기대했던만큼의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행복감이란 주관적 감정이므로 물건이나 상황 그 자체에 행복이 있지 않다. 따라서 그러한 물건을 획득하고 상황에 도달한다고 해도 달리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신기루를 쫒아서 열심히 달려가는 것이외에 대안은 무엇인가? 현재의 상황에서 행복을 발견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런데 현재에 만족하고 행복해한다면 열심히 계속 달리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사람들이 사는 사회는 번성할 수 없다. 인간의 욕구과 사회의 필요가 어긋나기 때문에, 사회는 인간에게 그릇된 믿음을 심어주었다. 인간은 그러한 그릇된 믿음을 가지고 살도록 프로그램된 존재이다.

이 책은 제목이 주는 인상과 달리 행복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인식, 감정, 기억, 상상에 관한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설명한 책이다. 많은 연구 결과를 설명하기 때문에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도록 읽으면서 여러번 되새겨보아야 했다.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때때로 쉽지 않지만, 나름 통찰력이 있고 읽는 재미가 있다.

 

2021. 12. 9. 17:17

Paul Bloom. 2016. Against empathy: the case for rational compassion. HarperCollins. 241 pages.

저자는 사회심리학자이며, 감정이입보다는 이성적 접근이 세상 문제를 해결하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타인이 느끼는 것을 내가 느끼는 감정이입 emphy 은 일견 긍정적일 것 같지만, 부정적 측면이 더 많다. 감정이입은 서치라이트와 같아서 좁은 촛점에 관심을 집중하기때문에, 편견을 낳으며, 문제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을 방해한다. 감정이입은 현재 이곳에서의 상황에 집중하게 함으로서, 앞으로 어떻게 상황이 발전할지에 대해 이성적인 추론과 이러한 추론에 바탕을 둔 이성적인 대응을 어렵게 한다.  감정이입은 내편과 남의 편을 구분하게 만들며, 공평한 접근을 어렵게 만든다.

인간은 원래 공평하지 않다. 만일 어떤 사람이 나와 가까운 것과 나와 먼 것을 둘다 공평하게 취급한다면, 나와 가까운 것을 편애하여 불공평하게 행하는 사람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결국 진화의 과정에서 소멸할 것이다. 감정이입은 나와 가까운 것을 편애하는 진화 과정의 산물이다. 나의 가족, 나의 친구, 나의 공동체의 사람들의 감정이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인간의 본능인데, 이러한 편협한 감정에 휘둘린다면 크게 볼 때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사람들이 감정이입에 의존하여 공적인 문제를 다룬다면 정의란 존재할 수없다. 감정이입을 억제하고, 상대의 사정을 이해하는 이성적 접근을 통해서만 전체적으로 정의롭고 효율적인 사회가 될 수있다. 상대의 상황을 파악하는데 감정이입 emphasy 대신에 공감 compassion 으로 충분하다. 상대가 겪는 고통을 나도 느끼는 감정이입이 아니라, 상대가 겪는 고통을 인지하고 이해하는 공감능력으로 충분하다.

인류의 역사에서 감정이입 때문에 타인에 대해 폭력과 잔인함이 행사된 경우가 많다. 나 및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가해진 고통은 나와 먼 타인에게 가해진 고통보다 훨씬 크게 느껴지며, 나 및 나와 가까운 사람에게 가해진 부정의는 타인에게 가해진 부정의보다 훨씬 심각하게 보인다. 그 결과 나와 가까운 사람의 감정을 나도 느끼는 감정이입은 사태의 정확한 파악과 효율적인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 

이책은 한 주제에 대해 저자의 생각을 연습한 결과물 처럼 보인다. 인간의 심리 작용이 감정에 의해 좌우된다는 연구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이에 대해 인간 심리의 기본은 이성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글이 마치 대화하듯이 술술 읽히는 장점은 있으나, 가벼운 심리학 저술이 그러하듯이, 그리 큰 통찰력을 주지는 못한다.

2020. 12. 12. 17:02

Malcolm Gladwell. 2019. Talking to Strangers: What we should know about the people we don't know. Little Brown. 346 pages

저자는 비소설부문에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 책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가 하는 주제에 관해 다양한 사례를 이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낸다. 결론은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없다는 것이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하면서 상대의 표정과 행동거지을 관찰하면 상대가 진실을 말하는지 알수 있다고 하는 주장은 실증적인 근거가 박약하다. 인간의 감정과 마음 속 상태는 전형적인 표정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특정 표정은 특정 감정 상태를 드러낸다고 하는 일반적 상식이 항시 맞는 것은 아니다. 

첫번째 이야기는 텍사스 교통 경찰이 어느 흑인 여성 운전자를 사소한 교통 위반으로 검문하면서 티걱태걱하다가 감정이 고조되고 결국 그 여성을 구속하고 그 여성이 유치장에서 자살한 사건을 두고 왜 일이 그렇게 전개됐을까 묻는 데에서 시작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책의 맨 마지막에 제시된다. 

두번째 이야기는 쿠바의 이중간첩이 오랫동안 미국의 CIA를 속인 사건을 두고 전개된다. 그렇게 여러명의 이중간첩이 미국 정보기관의 감시망을 속이고 활동할 수있었던 이유는, 인간은 상대를 진실하다고 믿는(default to truth) 본성적 성향 때문이다. 최후에 잡히기까지 의심의 단서는 여럿있었지만, 더 이상 부정할 수 없이 확실한 증거가 나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의심의 단서를 묵살하고 상대를 신뢰했다. 서구에서 오랫동안 엄청난 금융사기를 쳐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메이도프 역시 사람들이 그를 기본적으로 신뢰했기 때문에, 의심스런 단서가 많이 있었음에도 그렇게 오랫동안 사람들을 속일 수 있었다. 

인간이 상대를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성향은 진화의 산물이다. 사람들이 상대를 신뢰하기 때문에 집단 생활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있다. 만일 상대를 의심하는 성향이 인간의 기본 상태라면 신뢰의 부족 때문에 사람들 간 거래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없다. 상대를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인간의 성향 때문에 상대의 거짓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여 입게 되는 피해는, 인간이 상대를 기본적으로 의심하는 성향을 가진다면 입을 피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즉 상대를 기본적으로 신뢰하기 때문에 얻는 이익이 상대를 기본적으로 의심할 때 얻는 이익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진화의 과정에서 인간이 상대를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성향이 선택된 것이다. 

세번째 이야기는 대학가의 파티에 참여한 남녀간에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두고 전개된다. 두 남녀는 술에 잔뜩 취해서 정상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상대의 의사를 읽을 능력을 상실했다. 술에 심하게 취한 상태에서는 일의 장기적인 결과를 고려하여 상황을 판단하고 대처하는 능력을 상실한다. 대신 당면한 상황에 단기적으로 감정이 내키는 대로 반응할 뿐이다. 술에 심하게 취한 여성은 자신의 말과 행동이 상대 남자에게 어떻게 비칠지, 상대와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발전할지에 대한 장기적 기억에 접속하지 못함으로 상황에 합리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며 상대가 상황을 악용하는 데 빠져들기 쉽다. 술에 취한 남성 역시 상대 여성의 반응을 합리적으로 평가할 능력을 상실한 상태이며, 자신의 행동이 나중에 어떤 결과를 낳을지에 대한 장기 기억에 접속하지 못함으로 나중에 후회할 행위를 쉽게 저지른다. 

상대가 보이는 표정으로부터 내적 감정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환상이다. 인간의 감정은 표정으로부터 그렇게 투명하게(transparent) 읽혀지는 것이 아니다. 프랜즈와 같은 드라마에서 연기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반영하는 과장된 표정 연기를 하는 데 실제 세계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흔히 특정 감정은 특정 표정으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데, 이는 실험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서구 사람들의 감정 연기를 원시부족에게 보였을 때 어떤 감정인지 전혀 맞추지 못한 것에서, 인간의 감정과 표정이 문화에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대응되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네번째 이야기는 영국의 한 여성이 가스 스토브에 머리를 쳐박고 자살한 사건을 두고 전개된다. 그녀가 정신적으로 불안정 상태에 있는 것은 맞지만 가스 스토브라는 자살을 감행할 수있는 수단이 쉽게 가용했기 때문에 자살이 성사된 것이다. 영국에서 1960년대에 가정용 가스를 일산화탄소가 많이 섞인 것에서 일산화탄소가 거의 섞이지 않은 도시가스로 바꾸었을 때 자살 빈도가 현저히 감소한 것에서, 동기와 수단이 맞아떨어졌을 때(coupling)에 일이 성사될 수 있음이 확실하다. 이렇게 동기와 수단이 밀접하게 연관되는 경우는 범죄 발생에도 적용된다. 도시에서 범죄는 아무곳에서나 일어나는게 아니라, 범죄가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곳이 있다. 이곳만 경찰이 집중적으로 통제하면 범죄 발생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미국의 경찰이 범죄 발생을 줄이기 위해 교통경찰이 운전자를 적극적으로 검색하여 의심스러운 요소를 차단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사소한 교통 위반을 구실로 운전자와 그의 차를 샅샅이 검색하여 범죄를 예방하고 범인을 잡는 전략이다. 이러한 정책은 언급한 인간이 상대를 기본적으로 신뢰하는 성향에 반대가 된다. 첫번째 이야기에 나왔던 텍사스의 교통경찰의 행위가 바로 이러한 전략의 소산이다. 문제는 그의 심문을 받은 흑인 여성이 바로 사람들의 전형적인 감정 표현 방식과 어긋나는 타입이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근래에 안좋은 일이 연거푸 벌어져 정신상태가 불안정하였으므로, 경찰이 사소한 구실을 붙여 검색을 하는 데 까탈스럽게 반응하였고, 경찰은 그녀의 이러한 과민반응을 범죄자로 의심하였다. 그결과 교통경찰과 여성간에 사소한 만남으로 시작하여 불행한 만남으로 귀결된 것이다. 

저자는 마치 영화의 플롯처럼 여러 사례를 이리저리 쪼개고 교차하면서 복잡하게 이야기를 진행한다. 이렇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그럴듯해 보일지는 몰라도 자신의 주장을 명확하게 서술하는 방식은 아니다. 베스트셀러 작가 답게 그의 이야기는 술술 넘어가지만, 그의 논리전개는 그렇게 신빙성있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자신에게 유리한 사례만 선택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측면만 부각하여 설명한다는 그에 대한 세간의 비판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계속 끝까지 읽었지만 역시나 건진 것이 별로 없다. 

 

2020. 2. 2. 10:43

Randolph M. Nesse. 2019. Good Reasons for Bad Feelings: Insights from the fronter of evolutionary psychology. Dutton. 269 pages.

저자는 'Why we get sick' 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정신 의학자로 이 책에서는 진화론을 적용하여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 문제를 설명한다. 정신 질환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정신 작용이 왜 그렇게 발달하였는지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감정이란 사람들이 당면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고통과 불안은 그러한 상황이나 대상을 피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을 줄 때 이를 피하도록 우리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제이다. 인간의 감정은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작용하는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진화적 자연 선택은 인간의 건강이나 행복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후대로 유전자의 번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우리의 건강이나 행복 추구와 유전자의 번식을 추구하는 것은 불일치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바람을 피며, 인간의 높은 두뇌작용과 욕망은 불안과 고통을 낳는다. 욕망은 유전자의 번식을 위해 우리를 몰아가지만, 그러한 욕망에 따를 때 우리는 마음이 평온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것이다. 불교에서 욕망을 없애면 번뇌가 사라진다는 가르침은 진화를 통해 선택되온 인간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고통, 불안, 걱정은 정상적인 정신의 작용이다. 화재감지기와 유사하게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예비적으로 우리를 조심하게 만든다. 이러한 감정이 없다면 위험 상황에 무모하게 처신하다가 사라졌을 것이기에, 진화적 선택은 이러한 감정을 가진 유전자를 우리에게 남겼다. 우울증 또한 정상적인 것이다. 상황이 긍정적이면 기분이 뻗쳐서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고, 상황이 부정적이면 기분이 침잠하여 노력을 줄이도록 만든다. 의식상으로는 이러한 실패와 좌절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라도, 우울한 감정이 그를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헛되게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므로, 상황이 나쁠 때 우울한 감정이 들고 뒤로 물러나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낫다. 세상에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달성하지 못할 상황이나 목표가 많으므로 우울증은 이에 대처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기제이다. 불가능한 역경에 처해 우울증을 느끼며 물러서지 않고 계속 열심히 밀고나간 사람은 결국 쇠해서 퇴출되었을 것이기에, 그러한 유전자는 우리에게 남겨지지 않았다.

많은 정신적인 문제는 두뇌나 유전자의 특정한 결함이나 병원균과 같은 특정 요인 때문이 아니다. 삶을 힘들게 만드는 상황이 정신적 문제를 낳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가족이 학대를 한다거나, 직장 일이 좌절된다거나, 배우자가 바람을 핀다거나,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거나, 신뢰하던 사람으로부터 배반을 당했다거나, 피할 수없는 곤경에 빠진 경우, 우울증, 집착, 질투, 슬픔, 분노 등이 심하게 나타난다. 원인이 되는 상황이 해결되면 정신적 문제가 사라진다. 약으로 이런 정신적 문제가 치료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심리적인 적응의 전략으로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나의 의도를 숨기고 가장하고,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고,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여 대응하는 복잡한 두뇌작용을 필요로 한다. 나의 의도를 상대에게 숨기는 효과적인 방법은 나 자신에게 나의 실제 의도를 숨기는 자기 기만이다. 진화적 선택은 인간이 자기기만을 능숙하게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자기 기만은 완벽치 않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유발한다. 자기 기만은 무의식을 억압하는데, 무의식의 감정과 생각이 외곡된 형태로 나타나 심리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인간의 성적인 행위는 유전자의 번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기에 종종 부적절한 성관계와 성욕구로 당사자를 불행하게 만든다. 인간의 강력한 질투심은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려는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낸 감정이다. 거식증은 상대에게 육체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하려는 욕망이 지나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인간의 감정이 어느 정도에 이를 때까지는 진화적 생존을 높이는 순기능을 초래하나, 감정이 지나칠 경우 당사자를 해치는 역기능을 가져온다. 왜 어떤 사람은 감정이 지나치게 흐르는 반면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유전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이 결합하여 그러한 변이를 낳는다.

다이어트를 할 수록 우리의 몸은 기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생리작용의 강도를 늦추고 영양소를 더 갈구하도록 만든다. 주위에 먹을 것이 널려 있는 지금의 상황은 다이어트를 실패하도록 만드는 환경이다. 비만이란 우리의 조상이 살던 환경에 맞추어 만들어진 우리의 몸이 현대에 물질적으로 풍요한 상황과 맞지 않는 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정신분열증과 자폐증은 복잡한 사고와 감정의 작용을 처리하도록 우리의 두뇌가 진화하면서 나타난 문제로 보인다. 우리의 두뇌를 창의적이고 똑똑하고 복잡한 것을 처리하도록 만들수록 소수에게지만 그것이 잘못될 위험성도 높아진다.

이 책은 주석만 70쪽이 넘으며 다양한 사례와 이론들이 제시된다. 대강의 줄거리는 분명하지만 상세한 이론과 설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정신 의학이 '왜 그렇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외면하고,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타당성이 부정된 상황에서- 증상에 대응하는데만 주력했던 관행에 경종을 울린다. 인간의 정신 질환은 다른 질병과 달리 원인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에 새삼 눈뜨며, 인간의 정신 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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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5. 18. 22:24

Jonah Lehrer. 2009. How We Decide. Houghton Mifflin Harcourt. 265 Pages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 결정하기란 어렵다. 특히 문제가 복잡해 질 수록 결정하기가 어렵다. 선택지가 많거나 관련되어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많을 수록 어려워진다. 당면 문제에 대해 이성적으로 많이 생각할수록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주장이 과거에는 지배했다. 플라톤이나 칸트와 같은 이성주의자들의 견해가 그것이다. 그러나 장고끝에 악수둔다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저자는 과거의 철학자들이 이성을 우선시하고 감정을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한 전통에 반기를 든다. 근래에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행위에서 이성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옹호한다.

저자는 그 분야에 오랜 훈련을 쌓은 전문가들의 경우 많은 변수가 연관된 복잡한 문제를 대했을 때 이성보다는 느낌 혹은 직관이 더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오래도록 경험을 축적했을 때, 그들이 문제를 접하여 받는 느낌이란 다름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한 결과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성은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문제가 복잡해질 경우 처리 능력에 제한에 부닥쳐 오류를 만들어 내는 부실한 컴퓨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오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된 고도의 컴퓨터이기 때문에 이성의 정보처리 한계를 뛰어 넘을 수있다. 우리의 감정이 이렇게 고도의 정보처리 컴퓨터가 된 것은 진화의 산물이다. 감정은 우리의 생존에 근접한 문제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발휘하도록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정이 항상 올바른 결정으로 유도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복잡하지 않을수록 이성적으로 따지는 것이 효과적이며, 과거에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제일수록 이성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것이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아내는 데 효율적이다.  반면 문제가 복잡해 질수록 전문가의 느낌이나 직관이 큰 통찰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오랜 경험과 축적된 지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이 범한 오류를 반추하여 개선할 점을 생각해 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혜를 축적하게 된다. 저자는 오류를 분석하여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인간을 동물보다 앞서게 하는 비결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수한 예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쉽게 이해할 수있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예가 나오는데 이러한 예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친숙한 것들이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예로는 비행기 조종사의 결정, 풋볼 선수가 필드에서 벌이는 결정, 포커 선수가 포커판에서 전개하는 결정, 일반 사람들이 마트에서 쇼핑할 때 하는 결정, 자동차나 집을 구입하는 결정,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의 결정, 등이다. 이러한 예들은 거의 모두가 학술적인 연구결과와 함께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최근의 심리학, 신경과학,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를 종횡무진하게 인용한다.  

근래에 연구의 조류가 감정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사실 감정이란 이성과 달리 그 과정을 분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경과학과 진화론을 결합하여 인간의 감정도 이성 못지 않게 충분히 효과적이고 유력한 문제해결 능력을 품고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그러나 무모한 감정적인 대처는 그야말로 무모함일 뿐이다. 오랜 경험과 반추를 통해 쌓여서 만들어진 능력은 감정의 영역일까 이성의 영역일까? 이 책은 이성과 감정을 양분하는 지적 전통은 틀렸다고 말한다.   

저자의 직업이 과학 기자라는 점이 백퍼센트 발휘된 결과물이다. 그 많은 연구들을 들여다보고 주변의 예들을 수집한 저자의 부지런함에 놀라지 않을 수없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흥미있는 한편으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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