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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2. 2. 20:51

Alan Krueger. 2007. What Makes a Terrorist: Economics and the Roots of Terror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75 pages.

저자는 저명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어떤 사람이 왜 테러리스트가 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해, 경험 데이터를 이용하여 경제학적 분석을 시도한다.

일반적으로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사람이 삶의 다른 수단이 막혀서 테러리스트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테러리스트는 그 나라 사람들의 평균보다 교육 수준이나 소득 수준이 훨씬 높은 사람들로 밝혀졌다. 테러리즘이란 이념적 정치적 불만을 폭력적 행위를 통해 표출하는 것이다. 가난한 사람은 먹고살기에 허덕이기 때문에 이념적 정치적 불만에 신경쓸 여유가 없다. 반면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은 지정학적 문제나 돌아가는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자기 나름대로 판단할 능력이 있다. 테러리즘은 투표 행위와 유사하다. 교육 받은 사람들은 자신의 행위가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투표를 한다. 테러리즘 역시 투입하는 노력에 대비한 결과를 생각할 때 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것이다. 테러리즘은 매우 계산적 합리적 행위이다. 상대에 대해 전면적으로 폭력을 사용하여 전쟁을 벌일 능력이 없는 힘이 크게 불균형한 관계에서, 약자가 강자에게 자신의 의지를 효과적으로 발휘하는 행위가 테러이다.

테러리스트는 대체로 시민의 권리와 민주주의를 보장하지 않는 나라에서 나온다.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국민의 의견을 존중하는 나라에서는 국민이 자신의 이념적 정치적 불만을 제도권 내에서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이러한 통로가 막혀 있으므로 제도권 밖의 폭력적 수단에 의지해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낸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국제적 테러의 경우, 테러의 대상은 거의 대부분 정치적 민주주의가 확립된 나라들이다. 테러를 통해서 국민의 여론을 들끓게 하는 효과를 노리기 때문에,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정부가 국민의 여론에 민감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테러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국제적 테러리스트를 배출하는 나라 역시 상대적으로 가난하지 않다. 예컨대 국제적 테러리스트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소득 수준은 높으나 국민을 억압하는 권위주의 국가이다. 국민의 소득 수준과 테러리스트 배출은 상관관계가 없다. 

테러는 얼마나 성과가 있을까? 장기적으로 볼 때 경제적 효과는 크지 않으며, 심리적 효과 역시 테러가 발생한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빠르게 소멸된다. 정치적 영향은 조금 복잡하다. 선거 직전에 테러가 발생하면, 우파와 극단주의의 지지도가 높아진다. 미국에서 2001년 9.11 테러 이후 부시 대통령은 국민의 인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였으며, 외국인과 이민자를 배척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민주주의가 후퇴하였다.

테러는 테러리스트의 입장에서 볼 때 투자한 비용에 대비해 성과가 큰 전술이다. 테러리즘을 예방하기 위해서, 교육 수준을 높이고 빈곤을 없애려고 하는 것은 직접적으로 큰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그보다는 시민의 권리를 높이고, 이념적 정치적 불만이 평화적으로 표출될 수 있도록 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저자는 테러리즘이 빈곤의 소산이 아니라는 사실을 경험적 데이터로 입증함으로서, 기존의 상식을 뒤집었다. 그러나 그의 주장이 완전히 옳지는 않다. 개인의 수준에서 보면 테러리스트는 그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기 때문에, 테러리스트는 빈곤의 소산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의 수준에서 보면 불평등도가 높고 국민들이 가난할수록 시민의 권리 보장이나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어렵고 권위주의 정치가 지배하기 때문에, 테러리즘은 근본적으로 빈곤과 불평등에 뿌리를 두고 있다. 저자도 이러한 점을 책의 후반부에서 인정하고 있다. 이 책은 교양서라기보다는 학술서에 가깝다. 이 책은 경험 데이터에 근거한 엄밀한 분석을 통해 사람들이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상식이 틀렸음을 밝힌 흥미로운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