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aul Nurse. 2020. What is Life: Understand Biology in Five Steps. David Flickling Book. 212 pages.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연구를 배경으로 하여 "생명 life 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다섯가지 주제로 답변한다. 세포, 유전자, 진화, 화학, 정보, 등이 저자가 보는 생명의 핵심이다.
생명 life 이란 외벽에 의해 가두리지어져서 밖과 안을 구별하는 '세포' cell 라고 하는 최소 단위를 필수 조건으로 한다. 세포 밖의 외부 세계가 무질서를 향하는 것과 달리, 세포는 세포벽 안에서 그 자신만의 고유 질서를 유지한다. 여러 세포가 모여 더 큰 복잡한 유기체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세포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생명체이며, 복제 기제를 통해 또다른 새로운 세포를 생산해낸다.
생명 life 의 핵심은 '유전자' gene 이다. 세포의 핵에는 유전자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유전자는 세포의 모든 작동과 재생산 과정을 통제하는 정보를 담은 DNA로 구성된다. DNA 는 이중나선구조로 된 단백질 구조체이며, 이 단백질 구조체는 ACTG라는 네가지의 염기서열을 통해 정보를 저장한다. DNA에 저장된 정보는 유전자 복제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생명체는 '진화' evolution 과정을 통해 고유한 형질을 발전시켰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단세포 생물로부터 오랜 세월 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하면서 오늘날의 다양성에 이르렀다. 진화의 기제가 작동하려면, 생명체는 재생산을 하고,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며, 유전자 전승 과정에서 전세대와는 다른 차이가 만들어져야 한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명체가 그렇지 않은 생명체보다 생존하고 후손을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원리, 즉 '자연 선택' natural selection 을 통해서 진화가 이루어진다. 진화는 특별히 정해진 방향, 즉 목적지가 없는 non-purpose 과정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DNA 작동방식이 동일하다는 사실로부터, 지구상의 생명체는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생명 life 은 본질적으로 일련의 '화학 작용' chemistry이다. DNA의 염기서열은 단백질 생성을 통제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효소' enzyme 로서 세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 반응을 가능하게 만든다. 생명체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필요한 활동을 하는데, 세포속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저장체인 ATP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를 적재 적소에 전달하고, 에너지를 연소하는 모든 과정은 화학 반응이며, 이런 모든 화학 반응에 효소가 개입한다. 효소는 기본적으로 탄소 중합체 carbon polymer 분자이다. 우리 몸에 사용되는 20가지의 아미노산 amino acid 은 탄소 중합체이며, 이 아미노산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단백질 구조체를 만들며, 이러한 과정은 DNA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하여 RNA에 전사된 정보를 통해 이루어된다. 오늘날 모든 생명체의 화학 작용의 큰 그림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생명이란 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에너지' mystic energy, 혹은 '생명력' spark of life 라는 과거의 이론은 근거 없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생명 life 의 핵심은 '정보' information 이다. 생명의 핵심인 유전자는 정보의 저장고이며, 생명체가 신진대사 metabolism 를 하고 '항상성' homeosis 을 유지하는 기제는 정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생명체는 다양한 feedback loop 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이러한 기제의 핵심은 정보 통제이다. 유전자의 일부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후형형질 발현 epigenesis 이나, 유전자의 작동과정 전체를 통제하는 장치 역시 정보 관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생명체는, 그를 구성하는 개별 세포나 기관 단위가 아니라, 유기체 전체를 단위로 하여, 생존과 후손 번식이라는 '목적' purpose 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는 화학 기계 chemical machine 인 유기체는 정보를 관리하면서 조정하고 작동한다.
이제 생물학은 생명체의 기본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혀내었다. 생명체도 다른 무기물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의 법칙에 따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생명의 물리학적 physics 인 근거를 확인한 것이다. 생명에 대한 이러한 깊은 지식은 생명체를 인간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종자를 개량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지만, 잘 관리한다면, 식량 생산, 온난화 등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의 전문 지식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썼다. 전문 학자가 처음 쓴 교양서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다. 저자가 관련 주제에 대해 철저하게 알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곳곳에서 저자 본인의 연구 경험을 적절히 섞고, 이해를 돕는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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