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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4'에 해당되는 글 1건
2025. 4. 14. 11:26

야콥 폰 윅스퀼 (김재헌 옮김). 2023. 같은 공간, 다른 환경 이야기: 동물과 인간의 주관적 세계론. 올리브그린. 132쪽.

저자는 20세기초에 활동한 독일의 동물학자로, "Umwelt" (환경세계 혹은 생활세계) 라는 개념의 창시자로 유명하다. 이 책은 인간을 포함한 동물들이 주관적으로 인식하는 환경세계가 서로 다름을 다양한 예로 설명한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은 각각의 종이 자신의 생존 필요에 맞추어 환경을 선택적으로 인식한다. 예컨대 특정 새가 인식하는 환경은 개나 고양이가 인식하는 환경과 다르다. 시각에 많이 의존하는 인간은, 시각만이 아니라 후각이나 촉각에 많이 의존하는 동물보다 주위의 공간을 훨씬 시각적으로 정교하게 인식한다. 사람이 보는 거리 풍경은 파리가 보는 거리 풍경이나 연체동물이 보는 거리 풍경과 다르다. 시간의 흐름을 인식하는 '식별시간'에서도 동물 사이에 차이가 있다. 인간은 18분의 1초의 간격을 가장 짧은 순간으로 인식하는 반면, 민첩한 공격으로 살아가는 맹금류는 훨씬 짧은 시간 간격을 구분할 수 있다. 인간은 물체의 모습과 움직임을 함께 결합하여 지각하는 반면, 일부 동물들은 움직임이 없으면 전혀 지각하지 못하며, 각 동물에게 적절한 속도의 움직임만을 지각한다. 지나치게 빠르거나 지나치게 느리면 대상을 지각하지 못한다.

동물은 대상을 지각하는 설계도를 안고 태어난다. 이 설계도에 맞는 자극에는 적절히 반응하는 반면, 이 설계도에서 벗어난 반응은 무시하거나 지각하지 못한다. 예컨대 병아리의 삐약거림에는 어미새가 반응하지만, 이러한 소리를 차단하고 삐약거리는 병아리의 모습만을 보여주면 어미새가 반응하지 않는다. 동물은 자신이 익숙한 길을 따라가는 성향이 있다. 가장 효율적인 방법보다는, 어떤 이유에서건 익숙하게 설정된 방법을 고수한다.

동물은 그동물에게 쓰임새에 부합하도록 대상의 모습을 지각한다. 즉 대상을 있는 그대로 지각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동물에게 쓰임새라는 목적을 투사하여 대상의 모습을 선택적으로 지각한다. 각각의 동물은 각자의 생존 필요에 맞추어 포착된 주관적 생활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이 책은 umwelt 라는 주제를 흥미있는 예를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각자 고유하게 환경을 인식하는데, 그러한 선택적으로 지각된 환경은 생존과 번식의 필요에 맞추어 진화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확장하면, 개개의 인간이 각자의 욕구와 필요에 따라 같은 대상도 서로 다르게 지각하고 인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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