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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4/13'에 해당되는 글 1건
2025. 4. 13. 16:27

Tony Judt. 2005. Postwar: A History of Europe Since 1945. Vintage Books. 831 pages.

저자는 영국의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이차대전 종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유럽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서술한다. 크게 네개의 시기로 구분하여 각 시기의 핵심 이슈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1945~53 기간은 전쟁후에 혼란을 딛고 새로운 질서를 되찾는 시기이며, 1953~71 기간은 서유럽은 경제적 번영, 동유럽은 정체의 시기이며, 1971~1989 기간은 서유럽은 경제적 후퇴로 어려움을 겪고 동유럽에서는 공산주의 정권의 균열이 확대되는 시기이며, 1989~2005 기간은 공산권의 몰락 이후 유럽 통합 심화와 이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시기로 서술한다. 국내 및 국제 정치 이슈를 중심으로 서술하며, 사회, 경제, 문화적 측면은 피상적으로 훓는다.

유럽은 20세기어 두차례에 걸쳐 대륙 전체가 참여한 전면전을 치루며 1945년 전쟁이 끝났을 때, 물질적으로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완전히 피폐하고 탈진하였다. 미국을 축으로 하는 자본주의 경제/민주주의 정치체제와, 소련을 축으로 하는 공산주의 경제/권위주의 정치체제는 근본적으로 사이좋게 공존하기 어렵다. 2차대전 동안 히틀러의 파시즘 정권의 위협에 대항해 임시로 손을 잡았지만, 전쟁이 끝났을 때 소련은 자신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유럽의 전쟁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소련에 인접한 동유럽 국가들을 자신의 세력권 하에 두는 조치를 신속히 전개했다. 이러한 소련의 행동에 미국은 경악하였으며, 소련의 공산주의 체제가 서유럽은 물론 세계 다른 지역에 확장되지 않도록 하는 반공 억제전략 containment policy 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미국은 전후 유럽의 경제적 피폐와 소련의 위협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조치를 취하였다. 마샬플랜과 베를린 봉쇄에 공수로 맞서는 정책이 그것이다. 미국과 소련이라는 외부의 강대국에 의해 유럽 대륙은 둘로 갈라져 냉전체제에 수동적으로 편입되었다.

서유럽은 전쟁으로 탈진한 상황에서, 그들이 전세계에 소유한 식민지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을 제압할 힘이 없었다. 전후 서유럽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나라들은, 미국과 소련사이에서 어느 편에도 줄서지 않는 '제삼세계' 세력을 형성하였다. 유럽은 지금까지 세계사에서 누리던 세계의 제국 중심의 지위를 상실하였으며, 미국과 소련 사이에서 수동적으로 질서를 받아들여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서유럽은 미국의 방위 우산 하에서 경제발전에 매진하였으며, 다시는 본격적인 전면전을 벌이지 못하리라는 자의식을 갖게 되었다.  전쟁 동안 히틀러가 유럽 대륙의 거의 대부분을 점령하였으므로, 히틀러가 패하였을 때, 유럽의 각 나라는 자국에서 히틀러의 지배에 협력한 사람들과 침략자 독일을 응징한다는 명분 하에 수많은 사람들을 벌하고 자신의 영토로부터 몰아내는 작업을 하였다. 그결과 전후 유럽 대륙은, 전쟁 이전에 각 지역에 살던 소수 민족은 사라지고 각 국가마다 하나의 다수 민족으로 재편되는 새로운 형태로 변화했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유럽에서 공산주의의 영향력은 상당했다. 중화학공업 중심의 계획경제발전 전략을 취한 소련의 경제적 성취가 대단하게 보였다. 진보적인 지식인과 노동자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극복할 대안으로서 공산주의에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1958년 헝가리와,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일어난 민중의 민주화 요구에 대해, 소련이 탱크를 앞세워 일방적으로 진압하는 것을 보고, 서유럽 사람들은 공산주의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났다. 동유럽 사람들은 이후 자포자기의 상태에서 암울함과 정체가 경제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다. 

서유럽이 1950~60년대에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룰수 있었던 것은 두가지 요인 때문이다. 전쟁으로 많은 인명과 건물이 피해를 입기는 했지만, 생산 시설의 피해는 실질적으로 크지 않았기 때문에, 전쟁 직후의 혼란이 진정되었을 때 생산력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었다. 두번째 요인은, 전후 물질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피폐한 상황에서, 온국민이 경제적 풍요라는 유일한 희망에 매달려 전력으로 매진할 수 있었다. 서유럽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종전후 5년 이내에 전쟁 이전의 생산력을 회복하였으며, 이후 매년 5~6%의 성장을 거듭하면서 60년대 후반에는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의 풍요에 도달했다. 두차례의 전쟁으로 기존의 정치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완전히 땅에 떨어졌기 때문에, 정치인과 엘리트들은 새로운 정책으로 국민의 마음을 추스리려고 하였는데, 그것은 복지국가 체제이다. 국민 모두의 기본적 삶을 국가가 책임지는 복지국가 체제는, 20세기 초반 유럽에서 관련 정책이 도입된 이후, 전후에 내실을 다져 1960년대말이 되면 완비하는 단계에 도달했다.

전후에 독일이 빠르게 경제부흥하는 것을 지켜본 프랑스는, 독일이 과거와 같은 전쟁을 다시는 주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유럽이라는 공동체 속에 독일을 옭아매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프랑스가 1950년대 초에 주도하여 독일과 프랑스가 참여하는 석탄철강 공동체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하여, 1989년 동서독이 통합되었을 때, 유럽 통합을 더욱 강화하는 경제통합을 추진하였다. 역내 관세를 철폐하고, 통화를 통합하고, 국경 통제를 없애는 등 통합의 심도를 깊이하는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었다. 그러나 각 나라의 고유한 정체성이 유럽이라는 큰 단위로 흡수되지 않았으므로, 2000년대에 들어 정치통합을 추진하는 정책은 중단되었다. 또한 유럽 통합 내에서 가난한 나라와 부자나라간의 격차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내적 긴장이 수시로 표출되는 상태에 있다.

소련 공산주의는 자체의 축적된 모순 때문에 벽에 부닦뜨렸다. 1980년대에 고르바쵸프가 개혁을 추진했을 때, 예상치 못한 동유럽에서의 반발에 직면해 통제력을 상실하면서, 급속히 공산주의 체제가 붕괴하고 소련 제국이 해체되었다. 소련의 지배에서 풀려난 동유럽은, 소련의 미래 위협을 우려해 서유럽의 품으로 신속히 들어가는 선택을 하였다. 러시아는 이러한 소련 제국의 해체에 굴욕감과 배반감을 품게 되었으며, 공산주의 체제의 붕괴로 경제가 피폐해지고 사회가 혼란한 틈을 타서, 권위주의 체제의 복원을 추구하는 푸틴이 국민의 호응을 얻고 권력을 장악하였다.

이 책은 20세기 후반 유럽을 깊이있게 이해하는 필독서이다. 다만 유럽을 구성하는 나라들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아우르는 서술을 성실히 따라가는 것은 정말 힘들다. 전체의 변화를 서술한다고는 하지만, 각국의 국내 정치 사정을 세세히 설명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고유명사나 사건들이 정말 많이 등장해서 읽으면서 두뇌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800쪽이 넘는 분량에 글씨는 또 얼마나 작은지 조금만 읽으면 눈이 침침하고 저려왔다. 맨 후반 일부는 결국 건너 뛰며 읽었다. 고생 고생 하며 이 책을 읽고 나서, 여하간 그간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던 유럽과 그 사람들을 깊이 알게 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2000년 무렵에서 서술이 끝난 것이 아쉽다.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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