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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3. 24. 17:28

Joseph Henrich. 2020. The WEIRDest people in the world: How the West became psychologicaally peculiar and particularly prosperous. Picador. 489 pages.

저자는 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서구문명이 세계의 다른 지역을 앞서게 된 원인을, 서구인의 독특한 심리 특성인 개인주의 individualism 와 이에 따르는 사회제도에서 찾는다. 서구에서 개인주의가 출현한 원인은 씨족 중심의 가족제도가 약화된데 있는데, 이는 기독교의 영향이다.

사람들의 심리구조는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여러 심리실험 결과 서구인의 심리구조는 세계의 다른 지역 사람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구인의 심리구조는 개인주의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개인이 속한 집단 내 혹은 집단간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한다. 서구 이외의 사회에서는 모두, 개인주의가 아닌 집단주의, 즉 개인의 지위와 사고와 행동이 소속 집단에 매몰되어 있다.

개인주의를 추종하는 사람은 집단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보다, 타인에 대한 배타성이 약하며, 다른 집단의 사람과도 쉽게 거래하며, 보편적인 원칙을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하며 universalism,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것을 꺼리지 않으며, 기존의 가치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험에 개방적이며, 관심이 유사한 사람과 임의적인 조직 association 을 보다 쉽게 형성한다. 이러한 개인주의자의 특성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다양한 출처로부터 수집한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혁신을 만들어내는데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결국 이러한 심리와 행동 성향은 서구의 도시화와 산업혁명을 낳았다.

서구에서 집단주의가 깨지고 개인주의가 자리잡은 데에는, 역사상 모든 인류사회를 지배하던 씨족 중심의 가족제도가 서구에서만 약화된데 원인이 있다. 인류 역사상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가족과 이의 확대판인 씨족과 부족 집단의 단단한 결합속에서 살아왔다. 자신이 속한 혈연 및 가족 집단과 그렇지 않는 타집단 사람을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 배타적이고 거래를 꺼리는 것은 모든 전통사회의 공통된 특징이다.

서구는 중세초기부터 일관되게 지속된 기독교 교회의 가르침이 가족의 집단결속을 깨는데 기여하였다. 사촌과의 결혼을 금하고, 부계와 모계의 양쪽에 대해 동일하게 친족간 결혼을 금하고, 일부일처제를 강력히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씨족 집단의 약화를 초래하였다. 반면 서구 이외의 사회에서는 사촌간 결혼이 광범위하게 행해졌으며, 모계에 대해 친족내 결혼을 금하지 않았으며,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기독교의 가르침은 씨족의 집단적 결속을 약화시킨 반면,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핵가족의 출현을 촉진시켰다. 개신교는 구교보다 이런 개인 중심의 가족 규범을 더 강력히 추진했으며, 신과 개인간에 매개자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서, 개인주의적 심성을 더 강화시켰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에 일찍 노출될수록, 친족간의 결혼이 드물며, 친족간의 결혼이 드물수록, 개인주의적 심성이 강하며, 개인주의 심성이 강할수록 경제성장의 정도가 높다.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기독교에 일찍 접할수록, 친족간 결혼이 드물며, 개인주의 특성이 강하며,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다. 반면 중동의 이슬람과 중국의 유교는 가족 집단의 결속을 강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종교가 기여하였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 in-group 의 배타성을 깨지 못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아이디어의 활발한 교류와 혁신, 모든 사람들을 대응하게 대우하고 동등한 원칙을 적용하는 입헌 민주주의, 등의 서구의 제도가 발전할 수 없었다. 대신 효율보다 연고를 중시하는 연고주의 nepotism, 타집단과의 거래를 꺼리고 차별하는 배타주의가 지배했다.

서구의 민주주의 제도나 경제 규범들이 아프리카나 중동의 전통사회에 수입될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심리 구조가 이러한 제도를 작동하는 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20세기에 동아시아에서 급속하게 서구의 제도와 경제 규범이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사회에 이미 씨족 중심의 집단주의가 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과학의 전반을 아우르는 주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역사학의 기존의 논의와 연구를 포괄하여, 그야말로 거대 이론 grand theory 라고 할만한 것을 제시한다. 개인주의라는 심리 행위 성향이 서구의 성공의 핵심인데, 이것의 바탕에는 기독교의 독특한 가르침이 있다는 주장이다. 인류의 진화를 통해 발전시킨 가족 중심의 집단주의를 기독교가 깨버리는 매우 예외적인 사건이 벌어짐으로서, 개인주의라는 매우 예외적인 심리 행동 성향이 출현하였고, 근대 서구라는 세계 역사상 매우 예외적인 사회 문화가 출현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주의'는 지금까지 인류 사회의 성공의 열쇠가 된 셈인데, 앞으로도 그럴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을 매우 탄탄한 증거로 뒷받침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크다. 미국의 별볼일 없는 대학을 나와 하바드 대학 교수가 된 저자의 예외적인 경력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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