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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2. 28. 11:39

Jeorme Groopman. 2007. How Doctors Think. Houghton Mifflin Co. 262 pages.

저자는 에이즈와 암치료 전문의이며, 이 책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과 문제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검토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는,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에 대해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추론을 해가는 과정이다. 의학적 지식의 한계도 있지만, 그보다는 증상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의사의 그릇된 사고 과정 때문에 잘못 진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환자를 처음 마주하면서부터 정보를 수집하며,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병리의 유형 pattern 을 확정한다. 80~85%의 경우에 이렇게 확정한 것이 올바른 진단이지만, 15~20%는 잘못된 진단이다. 인간의 생리현상은 전형적인 유형에 들어맞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은 자신이 처음에 설정한 유형을 고수하는 성향이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도 처음의 진단을 계속 유지하면서 유사한 치료과정을 반복한다. 의사들이 잘못 진단하는 원인의 일부는, 인간에게 보편적인 인지적 한계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지적하는,  framing, anchoring, availability, 등의 인지적 편향이 의사들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런저런 의료 개입을 하면서 원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전적으로 의사의 사고 과정에 의존한다. 의사가 생각하는 방식이 그릇되다면, 아무리 고도의 기술과 장비를 동원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사의 경험과 자기비판적인 성찰이 중요하다. 그러나 의료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라는 외부 압력 속에서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병원, 제약회사, 의료 기기회사의 상업적인 압력으로부터 많은 의사들이 중립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개입 invasive treatment 으로 피해를 보고나서, 현재의 의료 기술이 허용하는 한 최대로 개입하는 접근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저자 본인이 허리통증으로 인해 척추 수술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허리 통증은 수술이 필요치 않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내과 전문의인데, 같은 증상에 대해서도 외과에서는 수술을 선호하는 관행을 비판한다. 의료의 각 하위 분야마다 동일한 증상에 대해 자신들이 선호하는 개입 방법이 있는데, 의료인들 내에서도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의학적인 개입을 통해 완치된다는 환상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인간의 몸은 복잡한 기전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아무리 고도의 의학적 개입을 한다고 해도 아프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문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의학적 개입을 최소화 하면서 두고보는 watch and see 전략을 택하는 것이 더 좋은 의학적 접근이다. 문제가 발생할 것을 미리 예상하면서 선제적으로 의학적 개입을 하는 것, 노화에 따른 기능 약화에 대해 의학적 개입으로 기능 강화를 노리는 행위 등을 경계한다. 의학적 개입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미미하다면 의학적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예컨대 유방암 검진이나, 전립선암 검진 등 많은 검진들은 이로인해 개선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의학계에서 논란이 크다.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치료 경험과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 느껴진다. 각 장을 흥미있는 임상 사례로 시작하면서, 전문적인 영역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낸다. 저자의 글쓰는 솜씨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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