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브래킷 (임지연 옮김). 2020. 감정의 발견. 북라이프. 351쪽.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감정의 중요성 및 감정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에 관해 저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감정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혼자서 참고 이겨내야 하는 사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감정은 사람들의 삶의 전영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건강, 대인관계, 일의 효율과 성과, 행복도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과 남의 감정을 무시하고 억누르려고 하는 시도는 많은 부작용과 문제를 낳았다.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잘 다루어야 잘 살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잘 대응하는 것은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감정 훈련, 특히 학생들의 교육과정에 감정 지능 emotional intelligence 을 배양하는 훈련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인지 능력 만을 강조하던 전통적 입장에서 벗어나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근래 심리학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감정능력 혹은 감정 지능을 배양하는 길은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된다. 자신 혹은 상대가 어떤 감정인지 인식하기(recognizing), 그러한 감정을 유발한 원인을 이해하기(understanding), 그러한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범주에 속하며 어떤 속성인지 파악하고 이름붙이기 (labling), 그러한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하기(expressing), 그러한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관리하기(regulating). 이러한 네 단계를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여 연습해봄으로서 감정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감정은 즐거움-불쾌함의 축(pleasure)과 에너지의 고저의 축(energy)이라는 두 축을 교차하여 만든 사분면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즐겁고 에너지가 넘치는 감정은 '신나는' 혹은 '열광하는' 감정 등이 속하는 범주이며, 즐겁지만 에너지 수위가 낮은 감정은 '안락한', '안정적인' 감정 등이 속하는 범주이며, 불쾌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감정은 '화나는', '스트레스 쌓이는' 감정이 속하는 범주이며, 불쾌하며 에너지 수위가 낮은 감정은 '우울한', '절망적인' 감정이 속한 범주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줄거운 쪽 보다는 불쾌한 쪽의 감정을 많이 갖고 산다. 화가나고 스트레스 쌓이고 우울하고 절망하는 감정을 갖고 사는 사람이나 그렇게 사는 시간이, 신나고 안락한 감정을 갖고 사는 사람이나 시간보다 더 많다. 이는 아마도 진화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외부의 위험에 대응하도록 마음을 대비하고 행동하도록 자극하여 생존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감정은 물론 타인의 감정적인 어려움에 도움을 주는 멘토가 되도록 일상에서 노력한다면 자신의 삶은 물론 세상이 좀더 나아질 것이다. 감정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well listening, '상대의 감정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non-judgemental,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려고' emphatic 노력해야 한다.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감정이 발생한 그 국면에서, 일단 생각이나 행동을 '중지' freeze 모드로 놓고 열기가 식은 다음에 대응하기, 깊은 호흡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조금 되찾고 대응하기, 감정이 발생한 원인과 그것의 결과에 대한 큰 그림 perspective 을 떠올리면서 대응하기, 일단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서 열기를 가라앉힌 뒤에 나중에 다시 돌아보기, 더 큰 자아, 즉 내가 꿈꾸는 최선의 자아라면 이러한 감정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상상하면서 행동하기, 등이 있다.
인지 능력과 감정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인지 능력이 높은 사람 중에 감정 능력이 떨어져서, 더 잘 할 수도 있었을 상황에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감정 능력을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키우는 노력을 모두가 함께 기울인다면, 사람들은 좀더 행복하게 살 것이며, 사회는 좀더 나아질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와 감정 훈련 프로그램을 실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설명이 비교적 구체적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주변의 문제가 감정 능력이 떨어지는 데 기인한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감정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객관적 사실의 영역에 있다면, 아무리 그러한 감정을 유발한 원인을 이해한다고 해도, 감정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고 뭉개는, 예컨대 약자에게 갑질하는 이유는, 상대의 감정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휘두룰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하여 상대를 통제하고, 자신의 이익을 상대의 것보다 우선적으로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나이스하지 않은 사람은, 단순히 예의를 몰라서 혹은 감정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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