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422)
복숭아나무 (11)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복숭아나무'에 해당되는 글 11건
2025. 4. 10. 20:56

Paul Nurse. 2020. What is Life: Understand Biology in Five Steps. David Flickling Book. 212 pages.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생물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연구를 배경으로 하여 "생명 life 이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다섯가지 주제로 답변한다. 세포, 유전자, 진화, 화학, 정보, 등이 저자가 보는 생명의 핵심이다.

생명 life 이란 외벽에 의해 가두리지어져서 밖과 안을 구별하는 '세포' cell 라고 하는 최소 단위를 필수 조건으로 한다. 세포 밖의 외부 세계가 무질서를 향하는 것과 달리, 세포는 세포벽 안에서 그 자신만의 고유 질서를 유지한다. 여러 세포가 모여 더 큰 복잡한 유기체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세포 하나하나는 그 자체로 생명체이며, 복제 기제를 통해 또다른 새로운 세포를 생산해낸다.

생명 life 의 핵심은 '유전자' gene 이다. 세포의 핵에는 유전자가 자리잡고 있는데, 이 유전자는 세포의 모든 작동과 재생산 과정을 통제하는 정보를 담은 DNA로 구성된다. DNA 는 이중나선구조로 된 단백질 구조체이며, 이 단백질 구조체는 ACTG라는 네가지의 염기서열을 통해 정보를 저장한다.  DNA에 저장된 정보는 유전자 복제를 통해 다음 세대로 전승된다. 

생명체는 '진화' evolution 과정을 통해 고유한 형질을 발전시켰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단세포 생물로부터 오랜 세월 에 걸쳐 점진적으로 변화하면서 오늘날의 다양성에 이르렀다. 진화의 기제가 작동하려면, 생명체는 재생산을 하고,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이어가며, 유전자 전승 과정에서 전세대와는 다른 차이가 만들어져야 한다. 환경에 잘 적응한 생명체가 그렇지 않은 생명체보다 생존하고 후손을 낳을 가능성이 더 높다는 원리, 즉 '자연 선택' natural selection 을 통해서 진화가 이루어진다. 진화는 특별히 정해진 방향, 즉 목적지가 없는 non-purpose 과정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의 DNA 작동방식이 동일하다는 사실로부터, 지구상의 생명체는 모두 하나의 뿌리에서 출발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생명 life 은 본질적으로 일련의 '화학 작용' chemistry이다. DNA의 염기서열은 단백질 생성을 통제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지는 단백질은 '효소' enzyme 로서 세포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화학 반응을 가능하게 만든다. 생명체는 에너지를 사용하여 필요한 활동을 하는데, 세포속의 미토콘드리아에서 에너지 저장체인 ATP를 만드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이를 적재 적소에 전달하고, 에너지를 연소하는 모든 과정은 화학 반응이며, 이런 모든 화학 반응에 효소가 개입한다. 효소는 기본적으로 탄소 중합체 carbon polymer 분자이다. 우리 몸에 사용되는 20가지의 아미노산 amino acid 은 탄소 중합체이며, 이 아미노산들을 다양하게 조합하여 단백질 구조체를 만들며, 이러한 과정은 DNA에 저장된 정보를 이용하여 RNA에 전사된 정보를 통해 이루어된다. 오늘날 모든 생명체의 화학 작용의 큰 그림이 확인되었기 때문에, 생명이란 물리적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신비한 에너지' mystic energy, 혹은 '생명력' spark of life 라는 과거의 이론은 근거 없는 것으로 입증되었다.

생명 life 의 핵심은 '정보' information 이다. 생명의 핵심인 유전자는 정보의 저장고이며, 생명체가 신진대사 metabolism 를 하고 '항상성' homeosis 을 유지하는 기제는 정보를 관리하는 방식으로 작동된다. 생명체는 다양한 feedback loop 를 통해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 이러한 기제의 핵심은 정보 통제이다. 유전자의 일부가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발현되도록 하는 후형형질 발현 epigenesis 이나, 유전자의 작동과정 전체를 통제하는 장치 역시 정보 관리를 통해 이루어진다. 생명체는, 그를 구성하는 개별 세포나 기관 단위가 아니라, 유기체 전체를 단위로 하여, 생존과 후손 번식이라는 '목적' purpose 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는 화학 기계 chemical machine 인 유기체는 정보를 관리하면서 조정하고 작동한다.

이제 생물학은 생명체의 기본 구조와 작동원리를 밝혀내었다. 생명체도 다른 무기물과 마찬가지로 물리학의 법칙에 따르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생명의 물리학적 physics 인 근거를 확인한 것이다. 생명에 대한 이러한 깊은 지식은 생명체를 인간에게 유리하도록 조작하고 관리하는 데 사용된다. 유전자를 조작하여 종자를 개량하고,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유전자를 변형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위험이 내재되어 있지만, 잘 관리한다면, 식량 생산, 온난화 등 인류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획기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이 책은 생물학의 전문 지식을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썼다. 전문 학자가 처음 쓴 교양서라고 믿겨지지 않을만큼 이해하기 쉽고 간결하다. 저자가 관련 주제에 대해 철저하게 알기 때문에, 그렇게 쉽게 쓸 수 있는지도 모른다. 곳곳에서 저자 본인의 연구 경험을 적절히 섞고, 이해를 돕는 비유를 많이 사용한다. 정말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었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협상의 기술  (0) 2025.04.01
서구 문명은 왜 앞서게 되었나  (0) 2025.03.24
바다에 관한 모든 것  (0) 2025.03.10
20세기 유럽의 경험  (0) 2025.03.10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 2025.02.28
2025. 4. 1. 11:46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2011.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8.0. 395쪽.

저자는 협상 전문가이며, 이 책은 다양한 맥락에서 상대와 협상하는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세상은 비합리적으로 움직이며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상대와 협상을 할 때, 합리적으로 이익과 손해를 계산하여 설득하는 전략이나, 상대를 일방적으로 제압하는 전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존의 협상관련 저술들이 대부분 합리적인 이해관계나 힘의 균형에만 촛점을 맞추어 협상전략과 협상 과정을 설명한 것은, 협상을 성공으로 이끄는 길과는 거리가 멀다. 

협상에 임하는 상대의 감정을 잘 살피고,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상대가 현재 처한 상황은 어떤지, 등 인간으로서의 상대방에 집중하여 대응하는 전략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 연구에 따르면 협상의 대상에 대한 사실적인 것이 협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에도 못미치며, 반면 상대의 인간적인 특성, 상대와의 관계, 상대와 상호작용을 통해 협상을 이끌어가는 과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차지한다. 협상의 핵심은 협상 당사자들 간의 인간관계이다. 협상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방, 즉 사람이라는 점을 저자는 누누이 강조한다.

협상을 할 때에는 협상을 통해 얻으려고 하는 바를 명확히 하고, 그 목적에 집중하여 모든 행동을 조정해야 한다. 상대의 감정에 플러스를 가져올 요소들, -감정적 지불 emotional payment- 을 제공함으로서, 협상 상대의 감정을 호의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같은 문제에 대해서 다르게 생각함으로, 상대가 현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대가 현안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와 내가 중요시하고 얻으려고 하는 요소가 다를 수 있다. 상대가 중요시하는 부분을 내주고 대신 내가 중요시하는 부분을 얻는 교환을 생각할 수 있다. 협상에 임하면서 상대가 감정적으로 흥분한다고 해도, 내가 침착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함께 감정적으로 흥분하면 협상에 절대 성공할 수 없다.

협상에서 목표를 향해 나가가는 과정은 점진적이어야 한다. 한 걸음에 큰 제안을 하고 끝장을 보려 하는 태도는 상대방의 저항에 봉착한다. 조금씩 조금씩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면서 나아가는 전략이 유효하다. 상대를 힘으로 제압하려는 태도는 반발을 사며, 설사 상대가 굴복한다고 해도, 그러한 결과는 높은 비용을 치루어야 하고, 협상의 결과가 오래 유효할 수 없다. 상대의 감정과 자존심을 존중하면서, 점진적으로 양보를 이끌어내야 한다. 협상은 사람들간의 관계이므로 말을 조심해야 한다. 상대를 무시하는 말이나 굴복시키려고 하는 행위는 인간으로서 상대의 반발을 자극하므로 피해야 한다.

상대가 명시적으로 표방하는 기준 standards 을 협상에서 역으로 상대에게 이용하는 전략은 효과가 크다. 상대가 어떤 원칙을 표방하는데, 지금의 당면 문제가 그 원칙에 어긋난다는 점을 지적함으로서, 상대의 굴복을 받아낼 수 있다.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이 표방하는 원칙을 스스로 준수하지 못하므로, 이점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손자병법의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라는 문구가 생각났다. 결국 협상은 인간과 하는 것이므로, 그의 인간적인 면을 공략하라는 것이 요점이다.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들간의 협상으로 풀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은 좀 지나치다. 예컨대 1980년대에 미국과 소련이 군축협상을 했고, 결국 공산권의 붕괴로 끝난 상황이, 레이건과 고르바쵸프간의 개인과 개인간의 협상의 결과라는 주장은 견강부회이다. 이익이 대립하는 구조적 문제에 대해 이를 당사자간의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억압하고 공격하는 것은 양진영의 협상 당사자들 사이에 협상 과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은 아니다. 이 책은 수많은 예의 연속으로 채워져 있어 읽기에 지루하고 힘들었다. 이 책이 매스컴에서 왜 그렇게 유명세를 탔는지 의아하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이란 무엇인가  (0) 2025.04.10
서구 문명은 왜 앞서게 되었나  (0) 2025.03.24
바다에 관한 모든 것  (0) 2025.03.10
20세기 유럽의 경험  (0) 2025.03.10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 2025.02.28
2025. 3. 24. 17:28

Joseph Henrich. 2020. The WEIRDest people in the world: How the West became psychologicaally peculiar and particularly prosperous. Picador. 489 pages.

저자는 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서구문명이 세계의 다른 지역을 앞서게 된 원인을, 서구인의 독특한 심리 특성인 개인주의 individualism 와 이에 따르는 사회제도에서 찾는다. 서구에서 개인주의가 출현한 원인은 씨족 중심의 가족제도가 약화된데 있는데, 이는 기독교의 영향이다.

사람들의 심리구조는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여러 심리실험 결과 서구인의 심리구조는 세계의 다른 지역 사람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구인의 심리구조는 개인주의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개인이 속한 집단 내 혹은 집단간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한다. 서구 이외의 사회에서는 모두, 개인주의가 아닌 집단주의, 즉 개인의 지위와 사고와 행동이 소속 집단에 매몰되어 있다.

개인주의를 추종하는 사람은 집단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보다, 타인에 대한 배타성이 약하며, 다른 집단의 사람과도 쉽게 거래하며, 보편적인 원칙을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하며 universalism,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것을 꺼리지 않으며, 기존의 가치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험에 개방적이며, 관심이 유사한 사람과 임의적인 조직 association 을 보다 쉽게 형성한다. 이러한 개인주의자의 특성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다양한 출처로부터 수집한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혁신을 만들어내는데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결국 이러한 심리와 행동 성향은 서구의 도시화와 산업혁명을 낳았다.

서구에서 집단주의가 깨지고 개인주의가 자리잡은 데에는, 역사상 모든 인류사회를 지배하던 씨족 중심의 가족제도가 서구에서만 약화된데 원인이 있다. 인류 역사상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가족과 이의 확대판인 씨족과 부족 집단의 단단한 결합속에서 살아왔다. 자신이 속한 혈연 및 가족 집단과 그렇지 않는 타집단 사람을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 배타적이고 거래를 꺼리는 것은 모든 전통사회의 공통된 특징이다.

서구는 중세초기부터 일관되게 지속된 기독교 교회의 가르침이 가족의 집단결속을 깨는데 기여하였다. 사촌과의 결혼을 금하고, 부계와 모계의 양쪽에 대해 동일하게 친족간 결혼을 금하고, 일부일처제를 강력히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씨족 집단의 약화를 초래하였다. 반면 서구 이외의 사회에서는 사촌간 결혼이 광범위하게 행해졌으며, 모계에 대해 친족내 결혼을 금하지 않았으며,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기독교의 가르침은 씨족의 집단적 결속을 약화시킨 반면,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핵가족의 출현을 촉진시켰다. 개신교는 구교보다 이런 개인 중심의 가족 규범을 더 강력히 추진했으며, 신과 개인간에 매개자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서, 개인주의적 심성을 더 강화시켰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에 일찍 노출될수록, 친족간의 결혼이 드물며, 친족간의 결혼이 드물수록, 개인주의적 심성이 강하며, 개인주의 심성이 강할수록 경제성장의 정도가 높다.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기독교에 일찍 접할수록, 친족간 결혼이 드물며, 개인주의 특성이 강하며,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다. 반면 중동의 이슬람과 중국의 유교는 가족 집단의 결속을 강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종교가 기여하였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 in-group 의 배타성을 깨지 못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아이디어의 활발한 교류와 혁신, 모든 사람들을 대응하게 대우하고 동등한 원칙을 적용하는 입헌 민주주의, 등의 서구의 제도가 발전할 수 없었다. 대신 효율보다 연고를 중시하는 연고주의 nepotism, 타집단과의 거래를 꺼리고 차별하는 배타주의가 지배했다.

서구의 민주주의 제도나 경제 규범들이 아프리카나 중동의 전통사회에 수입될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심리 구조가 이러한 제도를 작동하는 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20세기에 동아시아에서 급속하게 서구의 제도와 경제 규범이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사회에 이미 씨족 중심의 집단주의가 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과학의 전반을 아우르는 주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역사학의 기존의 논의와 연구를 포괄하여, 그야말로 거대 이론 grand theory 라고 할만한 것을 제시한다. 개인주의라는 심리 행위 성향이 서구의 성공의 핵심인데, 이것의 바탕에는 기독교의 독특한 가르침이 있다는 주장이다. 인류의 진화를 통해 발전시킨 가족 중심의 집단주의를 기독교가 깨버리는 매우 예외적인 사건이 벌어짐으로서, 개인주의라는 매우 예외적인 심리 행동 성향이 출현하였고, 근대 서구라는 세계 역사상 매우 예외적인 사회 문화가 출현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주의'는 지금까지 인류 사회의 성공의 열쇠가 된 셈인데, 앞으로도 그럴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을 매우 탄탄한 증거로 뒷받침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크다. 미국의 별볼일 없는 대학을 나와 하바드 대학 교수가 된 저자의 예외적인 경력이 이해된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명이란 무엇인가  (0) 2025.04.10
협상의 기술  (0) 2025.04.01
바다에 관한 모든 것  (0) 2025.03.10
20세기 유럽의 경험  (0) 2025.03.10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 2025.02.28
2025. 3. 10. 16:37

DK 바다 편집위원회. 2008. 바다: 지구 최후의 미개척지, 바다의 모든 것을 담은 대백과사전. 사이언스북스.487쪽.

이 책은 영국의 Dorling Kindersley Ltd 출판사에서 만든 백과사전이다. 해양에 대한 물리 화학적 메카니즘, 해양 생물, 해양지도의 세부분으로 되어 있다. 해양에 대한 물리화학적 메카니즘과 지구과학적 설명이 흥미로우며, 해양 지도를 찬찬히 훑어보면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하다. 두번째 파트인 해양 생물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나, 이 부분은 생물체에 대한 단편적인 설명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그림과 텍스트를 시간을 두고 찬찬히 읽으면서, 육지동물인 인간은 바다에 대한 지식이 미약하다는 것을 느끼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협상의 기술  (0) 2025.04.01
서구 문명은 왜 앞서게 되었나  (0) 2025.03.24
20세기 유럽의 경험  (0) 2025.03.10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 2025.02.28
감정의 힘  (0) 2025.02.20
2025. 3. 10. 16:20

Timothy Garton Ash. 2023. Homelands: A Personal History of Europe. Yale University Press. 348 pages.

저자는 20세기 유럽을 전공한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유럽이 1945년 이차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에 EU의 출현, 1989년의 베를린 장벽 붕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거쳐온 과정과 역사적 의의를 개인적 경험과 역사적 사실을 함께 엮어서 서술한다.

사람들이 성장기에 겪었던 중요한 경험들이 이후 평생동안 그들의 생각과 의사결정을 좌우하면서 역사는 전개된다. 1914년 1차대전을 겪은 세대, 1939년 이차대전을 겪은 세대,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를 경험한 세대가 그들의 경험을 전후의 유럽 역사 전개에 투영하였다.

유럽은 국가들 사이에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크지만, 로마제국에 뿌리를 둔 통일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정체성이 나폴레옹, 히틀러, EU, 등의 사람들의 희망과 정치체에 투영되었다. 그러나 유럽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였기 때문에, 완전한 통일체를 구현하려는 역사적 시도는 번번히 내부의 저항으로 좌절되었다. Brexit 도 그러한 역사적 경험의 연장선에 있다.

유럽은 1945년 이차대전 종전 이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는 70여년 동안 주요국들 사이에 본격적인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기를 경험하였는데, 이는 유럽의 역사에서 매우 예외적인 시기이다. 물론 1990년대에 유고슬라비아가 분열하면서 코소보 전쟁으로 큰 상흔을 남기기는 하였지만, 이는 유럽의 주변부에서 일어난 일로 유럽인 다수에게 큰 기억을 남긴 전쟁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르다. 러시아라는 핵을 가진 강대국이 이웃 나라를 침략한 국가들 사이의 본격적인 전쟁이다. 국가들 사이에 관계가 힘에 우위에 따라 좌우되는, 제1차대전 이전까지 유럽을 지배한 국제질서가 다시 되돌아온 것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어 공산권의 몰락은 여러가지 원인이 동시에 겹쳐서 일어난 결과이다. 1970년대까지 공산주의가 자본주의 진영보다 더 잘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1980년대들어 공산주의 경제와 권위주의 정치 체제의 모순이 누적되어 균열이 커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폴란드에서 노동조합이 조직된 것이 중요한 계기이며, 이는 결국 1980년대 후반 자유주의 노조의 민주주의 선거를 통한 집권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주변국들에 연쇄 반응을 촉발시켰다. 한편 서독은 동독을 상대로 1960년대 이래 정치적 경제적으로 포용정책을 펴왔는데, 1989년에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에게 그 나라의 국경을 통한 동독인의 서독으로의 탈출을 막지 않도록 협력하는 댓가로 경제지원을 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동독인의 대규모 탈출을 촉발하였으며, 이것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러시아에서 고르바초프가 들어서면서 권위주의적 지배를 완화하고 서방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혁의 물꼬를 튼 것이, 예상치 못하게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장악으로부터 벗어나는 힘으로 작용하였다.

유럽은 1991년 소련이 붕괴했을 때의 미래에 대한 낙관을 뒤로 하고, 2000년대 중반이래 쇠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화의 결과, 중국 인도 등 제삼세계 국가들이 약진하고, 유럽인들 사이에 불평등이 커지고, 유럽 주위 국가의 사람들이 대거 유럽으로 몰려들고, 경제 성장이 정체하고, 인구 노령화로 복지국가의 기능이 약화되고, 유럽의 중하층의 불만이 높아졌다. EU 안에서도 부자 나라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면서 유로 위기를 몰고왔다. 급기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중심국가에서까지 극우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유럽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후 유럽이 추구했던 이상인 리버럴리즘은 각국에서 도전 받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미래를 어둡게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미국의 방위 보호에서 독립해 홀로 서야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확장 위협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단결하여 대응해야 하나, 현재의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제삼세계의 정치 경제 비중이 커지면서 세계에서 유럽의 상대적 영향력은 약화 일로이다. 유럽은 화려한 서구문명의 정통 계승자로서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을 옹호하는 리버럴리즘 liberalism 의 보루이기를 지향하나, 유럽 내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자유와 개방과 포용을 주창하는 자유주의 이념은 국내에서는 물론 국외 이웃에서 소외와 비참이 지속되는 상황과 함께 할 수는 없다.  인구 노령화로 인한 노동인구의 감소를 보충하기 위해 가난한 나라로부터 이민자를 받지 않을 수 없는데, 새로이 유입된 사람들과 기존 국민 사이의 격차를 계속 유지하고 차별하는 것은 리버럴리즘을 포기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기존 국민과 동등하게 되도록 하는 것은, 서구의 근대사를 지배해온 또 다른 이념인 민족주의를 포기하는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세계화가 더욱 진척되고, 서구 사회의 인구 노령화가 계속되고, 부자와 빈자사이에 생활과 정보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이러한 딜레마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유럽이 처한 어려움과 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저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은 평화와 번영을 뒤로하고 새로운 역사적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1945년 이래 시기를 직접 살아온 당사자로서 자신의 개인사와 경험을 역사적 사실과 조합하여 서술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요 역사 사건에 참여한 본인 및 주변인들의 경험과 인터뷰를 역사 사실에 투영하여 서술함으로서 현장감을 높인다. 역사학자이면서 저널리스트로의 경험이 풍부하게 담긴 이야기 전개가 돋보인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구 문명은 왜 앞서게 되었나  (0) 2025.03.24
바다에 관한 모든 것  (0) 2025.03.10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 2025.02.28
감정의 힘  (0) 2025.02.20
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0) 2025.02.17
2025. 2. 28. 11:39

Jeorme Groopman. 2007. How Doctors Think. Houghton Mifflin Co. 262 pages.

저자는 에이즈와 암치료 전문의이며, 이 책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서 결정에 도달하는 과정과 문제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검토한다.

질병을 치료하는 행위는, 문제를 발생시킨 원인에 대해 불확실한 정보를 가지고 추론을 해가는 과정이다. 의학적 지식의 한계도 있지만, 그보다는 증상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와 의사의 그릇된 사고 과정 때문에 잘못 진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는 환자를 처음 마주하면서부터 정보를 수집하며,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병리의 유형 pattern 을 확정한다. 80~85%의 경우에 이렇게 확정한 것이 올바른 진단이지만, 15~20%는 잘못된 진단이다. 인간의 생리현상은 전형적인 유형에 들어맞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의사들은 자신이 처음에 설정한 유형을 고수하는 성향이 있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데도 처음의 진단을 계속 유지하면서 유사한 치료과정을 반복한다. 의사들이 잘못 진단하는 원인의 일부는, 인간에게 보편적인 인지적 한계 때문이다. 심리학에서 지적하는,  framing, anchoring, availability, 등의 인지적 편향이 의사들을 잘못된 판단으로 이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런저런 의료 개입을 하면서 원인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전적으로 의사의 사고 과정에 의존한다. 의사가 생각하는 방식이 그릇되다면, 아무리 고도의 기술과 장비를 동원하더라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의사의 경험과 자기비판적인 성찰이 중요하다. 그러나 의료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라는 외부 압력 속에서 이러한 태도를 견지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병원, 제약회사, 의료 기기회사의 상업적인 압력으로부터 많은 의사들이 중립적인 위치에 있지 않다.

저자는 과학과 기술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이지만, 불확실한 상황에서 공격적인 개입 invasive treatment 으로 피해를 보고나서, 현재의 의료 기술이 허용하는 한 최대로 개입하는 접근에 회의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다. 저자 본인이 허리통증으로 인해 척추 수술을 받았지만, 대부분의 허리 통증은 수술이 필요치 않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내과 전문의인데, 같은 증상에 대해서도 외과에서는 수술을 선호하는 관행을 비판한다. 의료의 각 하위 분야마다 동일한 증상에 대해 자신들이 선호하는 개입 방법이 있는데, 의료인들 내에서도 어떤 방법이 적절한지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의학적인 개입을 통해 완치된다는 환상을 버릴 것을 주문한다. 인간의 몸은 복잡한 기전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아무리 고도의 의학적 개입을 한다고 해도 아프기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기는 어렵다. 문제가 악화되지 않는다면, 의학적 개입을 최소화 하면서 두고보는 watch and see 전략을 택하는 것이 더 좋은 의학적 접근이다. 문제가 발생할 것을 미리 예상하면서 선제적으로 의학적 개입을 하는 것, 노화에 따른 기능 약화에 대해 의학적 개입으로 기능 강화를 노리는 행위 등을 경계한다. 의학적 개입으로 개선되는 효과가 미미하다면 의학적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좋다. 예컨대 유방암 검진이나, 전립선암 검진 등 많은 검진들은 이로인해 개선효과가 미미하기 때문에 의학계에서 논란이 크다.

이 책은 저자의 풍부한 치료 경험과 의료 지식을 바탕으로 쓰여진 것이 느껴진다. 각 장을 흥미있는 임상 사례로 시작하면서, 전문적인 영역을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로 풀어낸다. 저자의 글쓰는 솜씨가 좋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에 관한 모든 것  (0) 2025.03.10
20세기 유럽의 경험  (0) 2025.03.10
감정의 힘  (0) 2025.02.20
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0) 2025.02.17
소리의 세계  (0) 2025.02.08
2025. 2. 20. 16:26

마크 브래킷 (임지연 옮김). 2020. 감정의 발견. 북라이프. 351쪽.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감정의 중요성 및 감정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에 관해 저자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자신의 감정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며, 혼자서 참고 이겨내야 하는 사적인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감정은 사람들의 삶의 전영역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감정은 건강, 대인관계, 일의 효율과 성과, 행복도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신과 남의 감정을 무시하고 억누르려고 하는 시도는 많은 부작용과 문제를 낳았다. 감정을 제대로 인식하고 잘 다루어야 잘 살 수 있다.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정확히 인식하고 잘 대응하는 것은 훈련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술이다. 저절로 얻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감정 훈련, 특히 학생들의 교육과정에 감정 지능 emotional intelligence 을 배양하는 훈련을 반드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그의 주장은 인지 능력 만을 강조하던 전통적 입장에서 벗어나 감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근래 심리학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감정능력 혹은 감정 지능을 배양하는 길은 크게 네 단계로 구성된다. 자신 혹은 상대가 어떤 감정인지 인식하기(recognizing), 그러한 감정을 유발한 원인을 이해하기(understanding), 그러한 감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범주에 속하며 어떤 속성인지 파악하고 이름붙이기 (labling), 그러한 감정을 적절하게 표출하기(expressing), 그러한 감정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관리하기(regulating). 이러한 네 단계를 구체적 상황에 적용하여 연습해봄으로서 감정 능력을 높일 수 있다.

감정은 즐거움-불쾌함의 축(pleasure)과 에너지의 고저의 축(energy)이라는 두 축을 교차하여 만든 사분면으로 범주화할 수 있다. 즐겁고 에너지가 넘치는 감정은 '신나는' 혹은 '열광하는' 감정 등이 속하는 범주이며, 즐겁지만 에너지 수위가 낮은 감정은 '안락한', '안정적인' 감정 등이 속하는 범주이며, 불쾌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감정은 '화나는', '스트레스 쌓이는' 감정이 속하는 범주이며, 불쾌하며 에너지 수위가 낮은 감정은 '우울한', '절망적인' 감정이 속한 범주이다. 사람들은 대체로 줄거운 쪽 보다는 불쾌한 쪽의 감정을 많이 갖고 산다. 화가나고 스트레스 쌓이고 우울하고 절망하는 감정을 갖고 사는 사람이나 그렇게 사는 시간이, 신나고 안락한 감정을 갖고 사는 사람이나 시간보다 더 많다. 이는 아마도 진화의 과정에서 부정적인 감정이 외부의 위험에 대응하도록 마음을 대비하고 행동하도록 자극하여 생존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의 감정은 물론 타인의 감정적인 어려움에 도움을 주는 멘토가 되도록 일상에서 노력한다면 자신의 삶은 물론 세상이 좀더 나아질 것이다. 감정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well listening, '상대의 감정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non-judgemental, '상대의 감정에 공감하려고' emphatic 노력해야 한다.

감정을 조절하고 관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감정이 발생한 그 국면에서, 일단 생각이나 행동을 '중지' freeze 모드로 놓고 열기가 식은 다음에 대응하기, 깊은 호흡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조금 되찾고 대응하기, 감정이 발생한 원인과 그것의 결과에 대한 큰 그림 perspective 을 떠올리면서 대응하기, 일단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려서 열기를 가라앉힌 뒤에 나중에 다시 돌아보기, 더 큰 자아, 즉 내가 꿈꾸는 최선의 자아라면 이러한 감정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상상하면서 행동하기, 등이 있다.

인지 능력과 감정 능력은 상관관계가 없다. 인지 능력이 높은 사람 중에 감정 능력이 떨어져서, 더 잘 할 수도 있었을 상황에서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감정 능력을 학교에서, 직장에서, 가정에서, 키우는 노력을 모두가 함께 기울인다면, 사람들은 좀더 행복하게 살 것이며, 사회는 좀더 나아질 것이다.

이 책은 저자의 연구와 감정 훈련 프로그램을 실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설명이 비교적 구체적이다. 이 책을 읽다보면 많은 주변의 문제가 감정 능력이 떨어지는 데 기인한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러나 감정을 발생시키는 원인이 객관적 사실의 영역에 있다면, 아무리 그러한 감정을 유발한 원인을 이해한다고 해도, 감정을 잘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문제 상황이 해결되지 않는다. 사람들이 상대의 감정을 무시하고 뭉개는, 예컨대 약자에게 갑질하는 이유는, 상대의 감정을 몰라서가 아니라, 자신이 휘두룰 수 있는 권력을 행사하여 상대를 통제하고, 자신의 이익을 상대의 것보다 우선적으로 취하려 하기 때문이다. 상대에게 나이스하지 않은 사람은, 단순히 예의를 몰라서 혹은 감정의 중요성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파악하고 관리하는 기술을 함양할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세기 유럽의 경험  (0) 2025.03.10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 2025.02.28
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0) 2025.02.17
소리의 세계  (0) 2025.02.08
물질주의의 댓가  (0) 2025.01.29
2025. 2. 17. 16:32

Rachel Sherman. 2017. Uneasy Street: The Anxieties of Affluence. Princeton University Press. 258 pages.

저자는 사회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 뉴욕에 사는 부자들 50명을 심층 인터뷰하여, 계급과 불평등에 대한 그들의 자의식을 분석한다. 부자들은 자신의 부와 풍족한 삶에 대해 심리적으로 불안한 감정(anxiety)을 지니고 살아간다. 자신의 부와 자신의 풍요로운 삶 affluent life 이 도덕적으로 정당(deserving, legitimate)하다고 스스로에게 설득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돈 때문에 항시 염려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자신들만이 엄청난 부를 누리며 풍요롭게 산다는 것은 편안한 느낌일 수 없다. 자신들이 그렇게 사는 것에 대한 도덕적 정당화가 필요하다. 미국은 중산층의 나라라는 이념이 지배하며, 근래 미국 사회에서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미국의 부자들은 더욱 더 자신들의 예외적인 삶을 정당화할 필요가 커졌다.

부자들은 세가지 방식으로 자신의 부와 풍요로운 삶을 정당화한다. 첫째, 자신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 working hard 고 생각한다. 열심히 일하므로 그만한 부를 누릴 자격 deserving 이 있다는 생각이다. 미국에는 업적주의 meritocracy 가 지배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여 번 돈과 그 결과 누리는 풍요로운 삶에 대해서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둘째, 지나치지 않고 합리적으로 소비한다 disciplined consumption 고 생각한다. 자신들도 일반인과 다름없이 합리적으로 절제하며 살아가는 것이지, 사회의 편견과 달리 지나치게 사치하며 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삶에 꼭 필요한 것을 합리적으로 소비하며 사는 삶에 대해서는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셋째,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 giving back 고 생각한다. 기부, 자원봉사, 자신의 직업 생활을 열심히 함, 등의 수단을 통해, 자신의 부와 재능을 사회에 돌려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일', '합리적인 소비', '사회에 돌려줌'의 구체적인 내용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며, 사회 일반의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지만, 여하간 그들은 스스로에 대해 이 세가지 조건을 만족시키기 때문에 자신의 풍족한 삶은 도덕적으로 정당하다고 자기합리화한다.

부자들이 자신의 부와 풍요로운 삶에 대해 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하여, 그들이 실제 행위에서 풍요를 희생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그들의 자녀가 풍요한 삶에 대해 '당연시하는 특권의식 'entitled' 을 가질 것을 경계하지만, 엄청난 비용이 드는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을 마다하지는 않는다. 일년에 두차례 이상 장기 휴가 여행을 가고, 비싼 비즈니스 석이나 전세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며, 교외에 별장을 가지고 사는 생활은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그러한 삶이 가져다주는 안락과 행복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다. 요컨대 그들은 돈이 가져오는 안락함을 누리는데 인색하지 않다. 그들은 비용에 대한 염려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하려고만 하면 더 많은 돈을 쓰며 생활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뿐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을 걱정하며 살아야 하는 세상에서, 섬처럼 자신들만 돈을 풍족하게 쓰며 풍요롭게 살려면 조심해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부와 풍요로운 삶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피한다. 다른 사람들, 심지어 자신의 형제들에게 조차 그들이 풍요롭게 사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자신과 같은 계급의 사람이 아니면, 자신의 집에 초대하지 않는다.

이책은 부자들의 삶과 사고 방식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직접적으로 채집한 드문 책이다. 심층 인터뷰 내용을 인용한 것이 대부분의 내용을 차지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다는 생생함은은 크지만, 내용의 중복이 심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터뷰 표본의 대부분이 가정주부이며, 상대적으로 리버럴한 지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점을 감안하며 읽어야 한다. 표본이 남성 가장이며, 보수주의자들이었다면, 자신의 부와 풍요로운 삶에 대해 이 책에 나온 사람들과는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 2025.02.28
감정의 힘  (0) 2025.02.20
소리의 세계  (0) 2025.02.08
물질주의의 댓가  (0) 2025.01.29
주변 세상의 화학적 관찰기  (0) 2025.01.20
2025. 2. 8. 17:37

머레이 쉐이퍼. 2008(1993). 사운드스케이프: 세계의 조율. 그물코. 399쪽.

저자는 작곡가이자 음향학자이며, 이 책은 소리의 세계가 어떻게 변화했으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으며, 어떤 문제를 안고 있는지 서술한다.

인간은 자연의 소리 환경에서 오래 동안 살았다. 이는 바다, 바람, 물 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에서부터, 새와 곤충의 소리와 같은 생물체의 소리, 산업화 이전 전원 생활의 소리까지 포괄한다. 이러한 소리 환경은 대체로 조용했으며, 단속적인 소리가 지배했다. 

산업화 이후 인간의 소리환경은 크게 바뀌었다. 도시 생활의 소리, 기계의 소리는 이전의 소리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소리의 종류와 밀도가 높아졌으며, 연속적인 소리가 지배하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힘을 가진 집단의 소리가 다른 소리를 압도하였다. 산업화 이전 마을에서 교회의 종소리가 가장 큰 소리였다면, 산업화된 도시에서는 공장의 소리가 지배했다. 19세기 후반, 전기가 도입되면서 인간의 소리 환경은 더욱 복잡해졌다. 방송과 확성기 등을 통해 음원과 소리가 서로 분리되게 되었다. 산업화된 도시의 삶은 산업화 이전 농촌이나 마을의 삶보다 훨씬 더 소음에 많이 노출되었다.

사람들이 접하는 소리는 '주의를 끄는 소리' feature 와 '배경이 되는 소리' background 로 구분할 수 있다. 시대에 따라, 또 지역과 문화에 따라 그 사회에 배경이 되는 기준음 key note 이 다르다. 낯선 곳을 여행하면 낯선 풍경 못지 않게 낯선 배경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너무도 익숙하여 알아차리지 못하는 배경음을 이방인은 듣는다. 소리의 높이 pitch, 소리의 세기 loudness, 소리의 시간적 전개라는 세개의 차원을 통해 다양한 소리들을 분석할 수 있다.

근래로 오면서 사람들은 '원하지 않는 소리', 즉 '소음'에 대한 반발이 커졌다. 많은 사회는 법률로 소음을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큰 소리가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 사회에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소리들이 규제의 대상이다. 전반적으로 볼 때, 근래로 올수록 대도시에서 환경 소음의 강도가 커지고 있다.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방향으로 소리환경을 디자인할 필요가 있다. 원치않는 소음을 백색 소음으로 가리는 관행은 삶을 편안하게 하는 길이 아니다. 광고의 소음으로 넘쳐나는 현대 도시인의 환경을 탈피해야 하며, 사람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배경음악 moozak 으로 공공 장소를 뒤덮는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소리로 디자인된 공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원인 '울림의 정원'을 만들고, 조용한 침묵의 공간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이 책은 인류의 소리 환경을 주제로 한 드문 책이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을 넘어 새로운 정보는 별로 찾지 못했다. 번역의 질이 낮아서 내용의 자세한 부분을 파악하지 어렵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 2025.02.28
감정의 힘  (0) 2025.02.20
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0) 2025.02.17
물질주의의 댓가  (0) 2025.01.29
주변 세상의 화학적 관찰기  (0) 2025.01.20
2025. 1. 29. 09:45

Tim Kasser. 2002. The High Price of Materialism. MIT Press. 115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물질주의 가치관이 초래하는 다양한 문제를 심리학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서술한다. 물질주의란 물질의 소유와 소비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관이다. 물질주의 가치관을 신봉하는 사람은 더 많은 좋은 물건을 가지려는 욕구에 허덕이며, 원하는 물질을 소유해도 추가적으로 소유하려는 욕망이 지속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힘들게 살아간다.

인간은 불확실한 미래의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생존에 필요한 물질을 확보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물질주의 가치관에 경도된 사람은 필요한 수준을 넘어 더 많이 물질을 소유하려고 한다. 물질주의에 경도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삶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며,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다. 물질주의 가치관에 경도된 사람은 자기효능감이나 자긍심이 부족하여, 내적인 요소가 아닌 외적인 요소, 즉 자신이 소유한 물질에 자신의 정체성을 의존한다. 물질주의 가치관에 경도되는 원인으로는, 어렸을 때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했거나, 물질적으로 심각한 결핍을 경험했거나, 매스미디어 특히 TV에 많이 접하여 물질주의 메시지에 매몰되는 경우, 등이 지목된다.

미국 사회는 물질주의를 부추기는 환경이다. 엄청난 부를 욕망하는 탐욕 greed 를 미덕으로 여긴다. 상업주의 문화가 사회전반에 지배하기 때문에, 물질의 구입과 소비를 장려하는 메시지로 넘쳐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잘 돌아가려면 사람들의 소비가 필수이기 때문에,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벌어서 더 많이 소유하고 소비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저자는 이러한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족과 공동체와 환경을 소중히 여기며, 과잉 소비를 제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상업광고를 규제하고, 특히 어린이들이 광고에 노출되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을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배경으로 설명한다. 문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물질주의 문화가 지배하고 있는데, 이를 바꿀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빈곤과 결핍을 제거하고, 안정된 가정환경에서 성장하도록 하고, 삶의 안정 security 을 위협하는 불확실한 위험을 사회공동의 대응으로 줄이는 것이 답이다. 전반적으로 삶이 풍요롭고 안정될 때에만, 물질주의 가치관은 힘을 잃을 것이다. 물질주의 가치관은 결핍과 불안정에 대한 대응기제 coping mechanism 이기 때문이다.

'복숭아나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0) 2025.02.28
감정의 힘  (0) 2025.02.20
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가?  (0) 2025.02.17
소리의 세계  (0) 2025.02.08
주변 세상의 화학적 관찰기  (0) 2025.01.20
prev"" #1 #2 ne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