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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7. 3. 15:49

Scheidel, Walter. 2019. Escape from Rome: The Failure of Empire and the Road to Prosperity. Princeton Univ. Press. 527 pages.

저자는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왜 서구가 세계를 앞서게 되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중국과 비교하면서 체계적으로 서술한다. 저자의 설명의 핵심은, 로마 제국이 망한 이후 서구 유럽은 여러 국가로 쪼개졌으며 (fragmentation), 국내적으로도 다양한 세력들 사이에 권력이 분산되면서, 다양한 주체들간에 경쟁과 타협이 이루어지고, 기득이권과 관행을 지키기보다 혁신과 변화를 추구하는 제도적 인센티브 시스템이 들어서게 된 데 있다. 

서구 유럽의 전 역사를 통털어, 로마 제국은 유일하게 전지역을 통괄하는 단일 권력체였다. 로마가 망한 후 유럽에는 로마에 필적할만한 단일 권력체가 들어서지 못했다. 반면 중국에는 한 제국의 멸망이 다른 제국으로 대체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전지역을 총괄하는 단일 권력체가 꾸준히 지배하였다. 단일 권력체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생기지 않고, 안정과 전통을 중시하는 이념이 지배한다. 중국에서는 땅에 붙박힌 농업과 지주층을 중시한 반면, 움직이고 변화의 계기를 만들어 낼 위험이 있는 상업과 공업을 억눌렀다. 중국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나 부의 출현은 엄격히 통제되고 제한되었다. 중앙의 정치체가 모든 권력, 부, 이념을 장악하고 있었으므로, 전통적으로 중국에서 성공하는 길은 권력과 결탁하여 관료와 지주가 되는 길밖에는 없었다. 

반면 서구 유럽에서는 로마가 망한 후 각 지역은 뿔뿔히 흩어졌으며 단일 정치체로 권력이 모아지지 않았다. 세속 권력체들의 분열에 더하여, 세속 권력에서 독립된 기독교 권력이 성장하였다. 각 정치체들은 서로 치열히 경쟁하였으며, 경쟁에 우위를 가져올 좋은 제도나 관행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였다.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것 못지않게 기존의 관행에 기반을 둔 기득이권 집단의 반발을 극복하는 것이 중요한데, 유럽의 분열된 사회는 변화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한 국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 국가는 그 아이디어를 받아들인 다른 국가와의 경쟁에서 패하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성과를 내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도를 찾는 데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서구 유럽에서 중국이나 인도/중동 등과 달리 로마가 망한 후 전지역을 포괄하는 단일 정치체가 들어서지 못한 데에는 지정학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중앙아시아의 대초원 지역에는 막강한 기동력과 무술을 보유한 유목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은 수시로 주변에 있는 농업 정착 민족을 침탈했다. 농업 정착민족은 생산력은 높지만 무력에서는 이들에 뒤지기 때문에, 유목민의 침략을 방어하기 위하여, 중국, 인도/중동에는 강력한 권력으로 막강한 자원을 동원하는 정치체가 지배하였다. 반면 서구 유럽은 대초원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유목민의 위협에서 벗어나 있었다. 또한 유럽은 중국과 달리 지리적으로 산맥, 강, 해안선이 복잡하여 전지역을 통괄할 수 있는 정치체의 출현이 방해받았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주변에 있는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상공업이 발달한 것 또한 같은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다. 유럽 권력의 중심지인 프랑스나 합스부르크 독일/스페인에서는 기득 이권과 기존 이념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들어서기 어려웠다. 유럽에서는 국가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군사력과 이를 뒷받침할 경제력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었으며, 이러한 환경에서 상공업은 장려되고 상공업자들은 정치인에 비견할 권력을 획득하였다. 상공업자들은 왕과 귀족에 대응하여 자신들의 영향력을 행사할 의회를 만들었으며, 지식인과 기술자들은 자신의 능력과 성과를 인정받을 길을 찾아 다른 나라로 이주하였다. 왕과 귀족, 상공인, 지식인, 종교인 등이 권력을 분점하면서 서로 조정하고 타협하는 제도가 자리잡았다. 단일 권력체와 이념이 전 지역을 지배하는 중국과는 전혀 달리, 유럽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지식 등 모든 면에서 파괴적 혁신 distructive innovation 의 역동성이 지배하였다. 

저자는 로마의 영광을 칭송하는 많은 사람들과는 달리 로마의 멸망과 이후 이에 필적할 강국이 유럽에 출현하지 못한 것이 유럽의 성공, 나아가 인류 전체의 번영에 크게 이바지 했다고 주장한다. 물론 권력의 분열과 경쟁은 많은 갈등과 파괴와 인명의 희생을 낳는다. 그러나 중국의 평화와 안정은 혁신을 저해하기 때문에 인류의 번영에 기여하지 못했다. 변화에는 희생이 따르는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 이 책은 기존의 역사학과 사회과학의 논의를 모두 포괄하는 대단한 분량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저자의 노력과 통찰력과 서술 능력에 감탄을 거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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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6. 18. 16:03

Richard Thaler. 2015. Misbehaving: The Making of Behavior Economics. W.W.Norton. 358 pages.

저자는 행동경제학자이며, 이 학문 분야의 업적을 인정받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과 관련된 그의 개인적인 지적 여정을 연대기적으로 기술하며, 이 학문 분야의 발달 과정을 주요 이슈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서술한 기록이다. 그는 행동 경제학의 대부로서, 이 학분 분과가 어떻게 시작되고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 서술한다. 

경제학은 완벽하게 합리적인 인간상을 가정한다. 합리적 인간은 효율을 중시하며, 감정에 휩쓸리거나 어떤 이유로건 비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않는다. 저자는 박사 과정생 시절부터 경제학의 합리적 인간이라는 전제가 실제 사람들의 행동 방식과 맞지 않는 경우에 흥미를 가졌다.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데에 유의미한 패턴이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심리학에서 출발한 행동경제학자인 칸네만과 트베르스키와의 만남은 그의 이러한 의심을 학술 활동으로 구체화하는데 크게 작용하였다. 

첫번째로 그가 관심을 가진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행동은 "소유 효과 endowment effect" 라고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동일한 것에 대해서 자신이 그것을 소유할 때가 그렇지 않을 때보다 그것에 더 큰 가치를 매긴다. 이는 동일 물건은 시장에서 동일 가치를 가진다는 경제학의 기본 명제에 어긋난다. 그는 다양한 실험과 실재 상황을 통해 그의 주장이 맞음을 증명한다. 이 주제 이외에도 여러 흥미 있는 이슈들이 소개된다. 사람들이 사용처에 따라 심리적으로 계정을 구분하여 돈을 운용하는 현상(mental accounting), 공정성을 고려하면서 효율성의 원칙을 따르지 않는 현상, 금융시장에서 자산의 가치가 반드시 대상의 내재적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 현상, 프로 스포츠 업계에서 선수를 스카웃할 때 팀에게 최고의 승률을 가져오도록 결정하지 않는 경향, 노후를 대비한 저축을 소홀히 하는 성향 등이다. 

저자가 쓴 책인 "Nudge" 은 행동경제학의 이론을 실제 정책에 반영하여 사람들의 삶을 이롭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사람들은 먼 미래에 닥칠 위험에는 비중을 적게 두기에 미리 대비하는 행위를 소홀히 하며, 당장의 소비를 저축보다 우선시하기 때문에, 결국 노년이 되면 궁핍에 빠지게 된다. 직장에 들어갈 때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것을 '기본 선택 default' 항목으로 하여 자동 가입되도록고, 미래에 임금이 오르면 오르는 부분의 일부를 자동으로 더 많이 저축하도록 연금저축을 설계함으로서, 심리적 저항감 없이 사람들의 노후 대비 저축을 늘릴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낸 뒤 영국 정부의 초청을 받아 너지 효과를 다양한 분야에 활용하는 정책으로 개발하는 팀에 깊이 관여했으며, 이후 그의 아이디어는 전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행동경제학은경제학의 합리적 인간 가정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대체로 합리적이기 때문에, 합리성으로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이 완벽한 설명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 합리성에서 벗어나는 정도나 맥락은 다양하다.  합리성에서 벗어나는 경우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경제학의 현실 정합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행동경제학이 해야할 일은 많다. 

이 책은 저자가, 언제 어떻게 특정 아이디어를 갖게 되었는지, 그 아이디어를 어떻게 구체적인 학술 연구 활동으로 발전시켰는지, 그 아이디어가 어떻게 다른 아이디어를 낳았는지 등을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섞어가며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다보면 행동경제학에 대해 전체적으로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게 된다. 아이디어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학술 연구 활동이란 것이 무엇인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자들의 세계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등을 노벨상을 수상한 한 분야의 대가의 목소리로 직접 들을 수 있는 드문 기회이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으며,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에 아쉬움을 느끼면서 읽은 드문 책이다. 저자의 이야기 솜씨가 뛰어나다.   

2025. 6. 16. 18:32

에밀리 와프닉. (김보미 옮김). 2017. 모든 것이 되는 법: 꿈이 너무 많은 당신을 위한 새로운 삶의 방식. 웅진 지식하우스. 231쪽.

저자는 커리어 코치이자 강연가이며, 이 책은 한가지 전문 직업에 종사하기보다 여러 가지 다른 성격의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논의한다.  

사람은 어릴 때부터 시작하여 성인이 되어서까지,  무엇을 하면서 살지에 관해 생각할 때, 한가지 전문 분야에 자신을 몰입하여 사는 삶을 바람직하게 여긴다. 그러나 일부 사람은, 천성적으로 한가지에 관심을 고정하지 못하고, 다양한 관심을 동시에 혹은 시차를 두고 전전하도록 생겨먹었다. 그런 사람들에게, 한가지 관심, 한가지 직업에 일생을 매몰하라는 사회적 요구는 큰 심리적 육체적 갈등을 유발한다. 

다양한 관심과 일을 하면서 살도록 생겨먹은 사람은, 그러한 자신을 인정하고, 그에 맞게 사는 것이 좋다. 여러가지 관심을 가진 사람은 한가지도 제대로 못한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지만, 그러한 사회적 통념을 무시해야 한다. 다양한 관심과 일을 하는 것은 한가지 전문 분야에 매진하는 것과 비교해 강점이 있다. 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다른 분야에 적용하면서 새로운 창의적 방법을 만들 수 있으며, 여러 가지에 관심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새로운 분야를 더 빨리 배우며, 변화하는 상황에 더 효과적으로 적응할 수 있다. 물론 다양한 관심을 가지고 여러가지를 하는 사람은 일생 한가지에 몰두하는 사람보다 전문성이 덜하며, 특정 분야에서 최고의 지위에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최고의 전문가로 살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다양한 관심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기질에 따라 사는 대신에 깊이있는 전문성을 희생해야 한다. 

다양한 관심을 살리면서 여러가지 일을 하려고 한다면 유의해야 할 점이 세가지 있다. 첫째는, 어떻게 재정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만큼 돈을 벌 것인가이다. 자신이 관여한 여러가지 일 모두에서 돈을 벌기를 기대하기보다, 돈을 버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혼합된 것이 좋다.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할 돈을 벌 수 없다면, 다양한 관심을 살리면서 사는 것은 일단 보류해야 한다. 둘째, 여러가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일을 하는 것은 자신이 좋아서 그리하는 것일텐데, 자신이 하는 일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가져다 주어야 한다. 자신의 삶 전체로 볼 때 의미를 갖지 못한다면, 아무리 일시적으로 흥미를 유발한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성과를 내는 단계에 도달할 때까지 특정한 일에 자신을 헌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셋째, 관심의 다양성을 확보한다고 해도, 여러가지 일을 하는 것이 자신을 압도하여 지치게 하지 않도록, 다양성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다양한 관심을 살리면서 일을 하는 몇가지 패턴이 있다. 첫째는 여러가지 관심을 아우르는 통합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둘째는 서로 다른 성격의 몇가지 일을 스위치하면서 동시에 관여하는 방식이다. 셋째는 한가지 일을 주로 하되, 다른 관심은 부차적으로 시간과 에너지를 일부 할애하여 간여하는 방식이다. 넷째는, 매번 한가지 일에 전적으로 몰두하되, 순차적으로 새로운 일로 갈아타는 방식이다. 다양한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도, 이 네가지 중 어느 방식이 자신에게 맞는지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찾아 나아가야 한다. 

이 책은 낭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사람들은 누구나 꾸준히 참고 일을 하는 것을 힘들어 한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특정한 사람의 기질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의심스럽다. 다양한 관심을 추구하면서도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칼 맑스가, 아침에 일하고 오후에 낛시하고 저녁에 독서하는 삶을 가장 인간적인 삶으로 그리지 않았던가. 일의 복잡성이 높아질수록, 일에 숙달하는 데 많은 지식과 오랜 훈련이 필요하고, 일을 제대로 하려면 큰 헌신을 필요로 한다. 우리가 사는 도시 산업사회는 전문화와 분업의 결과 높은 생산성을 거두고 지금의 풍요 도달했다. 자신의 관심이 흘러가는 대로 재미와 의미를 찾으면서 사는 삶을 지향한다면, 엄청나게 능력이 출중한 사람이 아니라면, 풍요하게 살기를 포기해야 할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다기능인의 예로 든 사람들은 대체로 그렇게 사는 사람들이다.  

2025. 6. 5. 20:46

Simone de Beauvoir. 1949(2009). The Second Sex. Vintage Books. 766 pages. (translated by Constance Borde and Sheila Malovancy-Chevallier).

저자는 프랑스의 지식인이며, 이 책은 여성의 삶에 대해 총체적으로 논의한다. 저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철학적, 정신분석학적, 문학적, 사회학적 측면에서 다양하고 방대한 논의를 전개한다. 이 책의 논의는 1970년대 여성운동의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였으며, 여성학에서 전개되는 많은 논의에 마중물이 되었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여성은 생물학적 특징 때문이 아니라 여성답게(feminine) 사회화됨으로서 여성(gender)으로 살아간다. 여성은 갓난 아기에서부터 남성과는 다르게 사회화되면서, 여성으로서의 역할, 사고방식, 성격, 미래의 기대를 형성한다. 남성은 진취적, 활동적, 적극적이 되도록 장려되나, 여성은 수동적, 귀여움, 인내가 미덕으로 강요된다. 

여성은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세상을 개척해나갈 수 없다. 이러한 권한은 남성에게만 주어지며, 여성은 수동적인 객체(the other)로서 존재한다. 즉 여성은 남성에 의해 조정되고, 억압되고, 착취되고, 남성을 위한, 남성에 봉사하는 존재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이기를 강요받는다. 역사적으로 볼 때 오래전부터, 남성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여성을 중요 지위나 역할에서 의도적으로 배제하고 종속적인 위치에 머물게 했으며, 이를 당연스런 사회 질서로 인식하도록 제도화시키고 문화로 고정시켰다. 

여성이 자신의 열등성을 인정하고 수동적인 역할과 지위를 받아들이도록 성장하면서 길들여지는 것은 매우 힘든 과정이다. 이러한 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여성은 정신적으로 외곡되고, 무기력하고, 좌절과 우울, 열등 콤플렉스에 시달린다. 여성에게는 다른 선택이 없기에 결국 마지 못해 여성이기를 수용하지만, 합리성과 정신적 건강성이 결여된 부실한 인간이 된다. 남성은 이런 여성의 성격과 행동을 신비주의 mysticism 로 포장하여 외곡한다. 

결혼하고 엄마가 되는 것은 여성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질서에 굴종하는 것이다. 남성과의 사랑, 행복한 가정, 아이를 키우는 것이 여성의 삶의 의미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 남성은 여성과의 사랑, 행복한 가정, 사랑스런 자녀를 넘어, 사회를 바꾸고 자신의 뜻을 펴는 데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것과 대비할 때, 남성 사회의 위선과 여성의 종속성이 드러난다.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열등성과 억압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독립적인 경제 수단을 가져야, 즉 일을 해야 한다. 일의 세계에서 남녀의 차별과 격차가 크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독립적인 경제 수단을 가질 때에야만 남성에 의존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굴종의 덧인 '여성성'(femininity)을 벗어버리고 남성과 대등한 존재가 될 때에야, 독립된 주체적 인간으로서 여성의 삶이 가능하다. 

이 책은 여성의 생리적 특징, 역사, 신화, 각 인생 시기별 삶의 경험, 독립된 여성, 매춘부,동성애자, 사회적 활동, 사랑, 등 여성과 관련된 거의 모든 주제를 섭렵한 방대한 책이다. 하나의 일관된 주장으로 모든 논의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에, 내뇽의 반복이 심하다. 이 책에서 그리고 있는 20세기 중반의 여성의 삶은, 70년이 지난 지금의 여성의 삶과는 약간 차이가 있다. 이 책이 기폭제가 되어 여성운동을 거치면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결과일 것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서술하는 여성의 삶의 바탕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듯하다. 

2025. 5. 26. 16:00

V.S. Ramachandran. A Brief Tour of Human Consciousness. Pi Press. 112 pages.

저자는 뇌과학자이며, 이 책은 자신의 몇가지 독립된 연구 성과를 소개하면서 뇌과학 지식의 확장성에 대해 논의한다. 유령팔다리 phantom limbs, 거울 신경 mirror neurons, 공지각신경 symethesia, 등의 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된다. 

인간의 뇌는 특정 기능을 담당하는 부분이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따라서 한 부분이 손상된 환자를 통해서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인간의 얼굴을 인식하는 부분과 감정을 담당하는 부분 간에 연결이 끊어진 환자의 경우, 얼굴을 인식하기는 하지만, 그에 수반되어야 할 감정이 따라오지 않기 때문에, 대상 인식과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다.  예컨대 어머니의 얼굴을 인식하지만, 어머니에 대한 감정이 수반되지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인식이 오류라고 생각한다. 대상을 인식하기는 하지만, 그 대상들에 대한 선호의 감정이 수반되지 않는 환자는 선택을 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겪는다.

사고로 인하여 팔이나 다리를 절단당한 환자들은 유령 팔다리 증후군에 시달린다. 실제는 없음에도 그것이 있는 것 처럼 인식하고, 때로는 그와 관련된 고통을 겪는다. 이는 거울을 이용하여, 성한 다른 쪽의 팔다리를 움직여 유령 팔다리를 훈련시키는 방법으로 증상을 고칠수 있다. 우리의 고통의 많은 부분은 인식의 오류로 인한 것이므로, 우리 두뇌 속에서 인식을 바로 잡으면 고통이 사라질 수 있다.

사람들은 상대가 어떤 행위를 하면 자신의 두뇌 속에서도 그러한 행위를 담당하는 부분이 활성화된다. 이를 거울 신경 mirror neurons 이라 하는 데, 사람들이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파악하고 공감하는 능력 emphasy 은 바로 이런 두뇌 작용 때문이다. 상대를 이해하고 상대를 모방함으로서 사회적 협동과 지식의 전승 및 축적이 가능하다. 이 능력은 인간 이외에 동물에게는 없으나 인간에게 매우 크게 발달한 것으로서, 인간의 문화와 문명을 낳은 동력이다.

일부 사람들은 숫자나 음정을 보고 들으면 특정 색을 동시에 연상한다. 이는 인간의 두뇌 속에서 숫자를 인식하는 부분이나 음정을 인식하는 부분이 색채를 인식하는 부분과 인접해 있는데, 이 두 부분 사이에 연결이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두뇌 신경들은 매우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는데, 성장하면서 이 연결이 가지치기 되고 정리된다. 숫자 혹은 음정과 색채를 동시에 경험하는 사람은 이러한 가지치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으로, 이는 유전적인 현상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인식 영역이 연결된 현상은, 모든 사람이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능력이다. 은유가 가능한 이유는, 바로 이렇게 서로 다른 인식 영역 간에 비교를 통해 유사성과 차이를 파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서로 다른 인식 영역간에 연결 정도가 더 크다.

두뇌의 구조와 작용을 연구하는 뇌과학은 이제 걸음마 단계이다. 물리학이나 화학이 19세기 초에 도달한 단계에 비유할 수 있다. 근래에 인간의 두뇌에 대한 이해가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데, 앞으로 큰 성과를 예상한다. 저자는 전문적인 학자로서,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연구에 대한 열정이 느껴진다. 

2025. 5. 14. 21:09

Dan Ariely. 2023. Misbelief: What makes rational people believe irrational things. Heligo Books. 290 pages.

저자는 행동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지는 원인을 분석한다. 감정적, 인지적, 성격 특성,  사회적 요인들이 중첩하여 작용함으로서 사람들을 음모론에 빠지게 만든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일 때문에 큰 소외, 좌절,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 실업,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혼, 배신 등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빠지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러한 불행을 안긴 원인과 비난의 대상을 찾는다. 난관을 극복할 심리적 강인함 resilience 을 지닌 사람은 이러한 어려움에 빠져도 견디고 극복할 수 있으나, 이러한 심리적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은 심리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쉬운 해결책을 찾는다. 심리적 강인함은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그보다는 성장과정에서 및 주변 공동체로부터 얼마나 안정적인 감정적 유대 emotional attachment 를 구축하였는지에 좌우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믿는 성향 confirmation bias 이 있다. 일단 어떤 주장을 믿기 시작하면, 그에 부합하는 증거를 열심히 찾고 그 주장과 어긋나는 증거들은 외면하면서, 그것이 진실임을 자신에게 설득한다 motivated reasoning.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알고 있는 것보다 세상 만사의 작동원리에 대해 더 잘 안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원적인 인지적인 편향성이 감정적으로 취약한 상태와 결합하게 되면, 자신에게 불행을 안긴 원인을 설명하는 외곡된 이론에 쉽게 빠져든다.

음모론에 빠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이나 자신의 인지 능력을 과신하는 반면,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의심하고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능력 intellectual humility 이 떨어진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애 narcissism 가 강하다.

음모론은 개인이 홀로 주장하기보다는 그룹을 지어 서로 격려하는 집단 네트워크 속에서 이루어진다. 일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음모론을 추종하는 무리 속에서 소속감과 감정적 위안을 얻는다. 음모론 집단의 대의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도 의심하는 지나친 주장을 믿는 것처럼 행동하고 주위 사람에게 퍼트리는데 열성을 보인다. 남보다 더 극단적인 주장을 제시할수록 음모론 집단 속에서 더 인정을 받기 때문에 음모론 추종자들이 경쟁적으로 극단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전개된다. 음모론을 추종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믿음이 사회일반의 상식이나 주위의 돌아가는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에 봉착할 때, 자신들이 추종하는 음모론에 더 집착함으로서 인지적 불일치 cognitive dissonance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음모론 추종 집단은 종교적인 사교 집단과 흡사한 집단 다이나믹을 보인다.

음모론이 발흥하는 것은 사회적인 신뢰 trust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권위, 제도, 기관, 타인에 대한 신뢰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음모론에 쉽게 집착한다. 근래에 소득 불평등이 높아지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의 신뢰수준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었다. 신뢰는 일단 떨어지면 다시 올리기 힘들다. 특정 음모론이 명백하게 거짓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그 음모론을 추종하던  사람들은 다른 이슈의 음모론으로 갈아타곤 한다. 음모론은 사회의 정당한 권위에 대한 의심이 핵심이며, 이는 사회의 게임으로부터 소외된 감정 sense of being excluded 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한 음모론은 계속 독버섯처럼 생겨날 것이다.

이 책은 코비드 팬데믹 기간 중, 저자가 음모론 추종자들의 비난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겪은 어려움을 배경으로 하여,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깔려 있으므로 논의가 구체적이고 현장감이 있으나, 논의의 깊이가 좀 떨어진다는 것은 약점이다. 왜 멀쩡한 사람들이 터무니 없는 음모론에 빠지게 되는지 하는 평범한 의문을 심리학 지식과 연구방법을 동원하여 깊이있게 검토해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근래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기술이 음모론의 확산에 미친 영향을 의도적으로 논의에서 뺐는데, 이는 심리학적 동인에 논의를 집중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인터넷과 SSN이 알고리즘의 작용으로 음모론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현실을 누락하는 약점은 피할 수 없다. 

2025. 5. 8. 17:07

Dan Ariely. 2009. Predictably Irrational: The Hidden Forces that shape our decisions. Harper Perennial. 322.

저자는 행동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그의 연구를 기반으로 하여 사람들이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다양한 패턴을 설명한다. 15개의 찹터마다, 비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상이한 이유와 배경을 관련 실험과 함께 소개한다.

경제학은 인간은 비용과 수익을 계산해서 행동하는 합리적인 존재라고 가정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많은 경우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곤 하는 데, 그러한 비합리성은 무작위적으로 저질러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패턴이 있다. 이러한 비합리성은 우리의 사고방식에 내재된 오류에 기인하기 때문에, 그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점을 증명해도 자신의 의지로 고칠 수 없다. 그러한 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 환경, 맥락을 바꿈으로서 사람들을 올바른 행동으로 인도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 언급하는 '은연중에 권하는 장치, nudge" 가 바로 그러한 개입이다. 이 책에서는 많은 다양한 비합리적 행동 양식이 소개되는데, 다음에서 그중 몇개를 예시한다.

사람들은 비교를 통해서만 대상에 대해 사고를 하며, 비교가 제시되었을 때가 그러지 않은 경우보다 그것에 더 끌리는 성향이 있다. 비교의 대상이 제시되기 전에는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그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러한 인식의 편향성은 마케팅에서 흔히 이용된다. 예컨대 이코노미스트 잡지 구독을 권하기 위해, 잡지 구독과 온라인 접속권을 함께 묶은 상품을, 단순 잡지 구독 상품과 비교 제시함으로서, 사람들로 하여금 잡지 구독과 온라인 접속권을 함께 묶은 상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전략이다. 

화폐로 가치가 매겨진 서비스와 무료로 제시하는 서비스는 다른 인식의 영역에 있다. 전자는 '시장' market 의 인식 모드를 가동시키므로 사람들은 손해와 이익을 따지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반면 무료로 제시하는 서비스는 '사회적 규범' social norms 의 인식모드를 가동시키으므로, 공동체 전체의 복리를 고려하며 일대일의 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두 영역은 동시에 섞여서 취급될 수 없다. 예컨대 회사가 종업원들에게 헌신을 요구하면서, 회사에 미치는 손익을 깐깐히 계산적으로 접근하면서 보상한다면, 종업원들은 '헌신' 이라는 사회적 규범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자신이 소유한 것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반면,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것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한다. 이는 물건뿐만 아니라 더 넓게 적용된다. 사람들은 자신의 입장이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더 높이 평가하는 반면, 상대의 입장이나 상대의 생각을 자신의 것보다 낮게 본다.

사람들은 기회가 허용되면 사소한 정도로 자신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부정직한 행동을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엄청난 이익을 챙기는 대단한 부정은 기회가 허용되도 좀처럼 하지 않는다. 직접적으로 돈이 개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소한 부정직을 저지른다. 예컨대 직장에서 문방용품을 집으로 가져온다거나, 대학교 기숙사의 공용 냉장고에서 남의 음식을 쓸쩍 집어먹는 행위 같은 것. 또한 돈이 직접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개입된 경우, 사람들은 양심에 꺼리끼는 행동도 손쉽게 한다. 예컨대 회계를 약간 조작한다거나, 스톡옵션의 발동 시기를 과거로 한다거나, 등등.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어리석은 행동을 랜덤하게 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행하는 비합리적 행동 유형과 그 배경의 인식구조를 이해한다면, 이러한 비합리성을 개선하기 위한 제도적, 환경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 이점에 행동경제학의 실용적 묘미가 있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에서 흔히 언급되는 많은 아이디어의 보고이다. 특히 각각의 행동 오류에 대해 실험을 기획하고 실행한 이야기가 독창적이고 유머 넘친다. 저자의 이야기 솜씨가 정말 대단하다.

 

2025. 5. 1. 17:43

마이클 뉴턴 (김도희,김지원 옮김). 1999(1994). 영혼들의 여행. 나무생각. 471쪽.

저자는 상담심리사로 출발하여 최면치료사로서 명성을 얻었으며, 이 책은 사람들이 죽은 후에 육체를 떠난 영혼이 거쳐가는 여정과, 영혼들의 세계 spiritual world 에 도착하여 그곳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세상에 다시 환생하는지에 관해, 자신의 최면치료 사례를 예로 하여 이야기 한다.

영혼은 죽지 않는다 immortal. 영혼은 지구에서 특정 인간의 몸에 잠시 머물다가 영혼들이 머무는 세계로 돌아간다. 이 세상에서 사망하는 순간 영혼은 육체를 이탈하여, 영혼들의 세계에서 온 안내자와 함께 그 세계로 돌아간다. 영혼이 머무는 세계는 물리적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 곳이다. 영혼은 구체적인 형체가 없는 지적인 에너지 intellectual energy 와 같다. 그곳에서 영혼은 '집'에 돌아온 평안함을 느끼며, 그곳은 이 세상과 달리 사랑과 용서와 이해로 포근하고 행복이 충만하다. 기독교나 불교에서 말하는 지옥과 같은 곳은 없으며, 이생에서 한 일을 심판하고 벌을 내리는 그런 곳은 아니다.

이세상을 떠나 영혼의 세계로 돌아오면, 영혼은 안내자와 함께 이세상에서 벌어졌던 일들을 검토하면서 지혜와 통찰력을 기르는 시간을 갖는다. 영혼의 세계에서 자신의 영혼 친구들 soul mates 와 함께 15~25명이 소그룹을 형성하면서 지낸다. 영혼의 세계는 일종의 학교와 같아서, 지도자의 도움을 받으면서 자신의 영혼 친구들과 함께 지혜와 깨달음을 높이는 수련을 한다.

지구는 인구과밀, 갈등, 혼란, 오염, 등으로 험난한 곳이다. 영혼의 세계에서 머무는 영혼들은 본인 스스로 지구에서 환생하는 길을 선택하기도 하는데, 이는 지구에서 경험하는 시련을 통해 지혜와 깨달음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지구에서 인간의 삶은 지혜와 통찰력을 높이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지구는 영혼이 방문하는 여러 별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영혼에 따라 각자가 도달한 지혜의 수준은 매우 다르다. 제 1단계의 초보자에서부터  제6단계의 최고로 앞선 단계에 이르기까지, 각자가 도달한 단계에 따라 영혼의 세계에서 맡는 역할이 다르다. 상위의 단계로 올라갈수록 아래 단계의 영혼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더 많이 맡으며, 우주의 본원 에너지 source 에 근접하게 되면서 높은 수준의 창조 작업에 참여한다. 영혼들은 수천 수만년 동안 무수한 환생 과정을 거치며 지혜의 수준을 높여 나아간다.

저자는 수천명의 최면치료 사례를 통해 사후에 가는 영혼의 세계에 관해 일관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으므로, 이것은 허구나 거짓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서구의 과학적 세계관은 인간의 지각을 이용하여 수집한 것만 객관적 사실의 근거로 보기 때문에, 저자의 이야기는 순전히 인터뷰에 근거하기 때문에 과학 방법론으로는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 여하간, 더 높은 수준의 지혜와 통찰력을 추구하는 것이 인생의 유일한 목적이라는 그의 주장이 흥미롭다. 과학 세계관에 따르면 인생에는 절대적인 목적 (absolute purpose, telos) 이 없으며, 동물 세계의 일원으로서 생존과 후손의 번식이외에 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다. 주장의 진위 여부를 떠나서, 흥미롭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2025. 4. 29. 20:41

Patrick Deneen. 2018. Why Liberalism failed. Yale University Press. 198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근래에 서구 사회에서 자유주의 liberalism 정치이념이 실패한 이유를 설명한다. 서구에서 자유주의 이념은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이념 자체에 내재한 문제 때문에 실패했다. 자유주의를 대체할 다른 정치 이념이 출현하여야만 서구 사회가 당면한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유주의는 개인의 자유, 인권, 평등, 정의, 진보, 등의 보편 가치를 표방하면서, 17세기 이래 서구의 민주주의와 산업화를 이끌어낸 이념이다. 봉건사회의 권위, 위계, 제도, 관습을 거부하고, 대신 개인의 주체적 의지와 독립과 선택의 자유을 최고의 가치로 숭앙한다. 자유주의는 왕과 귀족의 지배 체제를 무너뜨렸으며, 전통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보다 개인의 창의와 능력과 노력을 발휘하여 개인의 잠재력을 최고로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유주의는 기존의 틀 내에서 안정을 추구하기보다 변화와 개혁을 선호하며, 효율과 합리성을 최우선시 한다. 개인 각자는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하며, 집단을 위해 개인의 이익을 희생하는 것은 선이 아니다. 아담 스미스는 각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때 공공의 선이 성취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자유주의가 기존의 제도와 관습을 거부하고, 공공의 선을 우선시하지 않는 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능력이 있는 사람은 제도와 관습의 보호 없이도 성공할 수 있고, 자신이 성취한 사유재산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지만, 능력이 없거나 운이 나쁜 사람은 실패에 따른 고통과 좌절을 아무런 사회적 보호 없이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자유주의 이념은 경제분야에서 시장 원리를 최고로 치는데, 시장 경쟁은 승리자와 패배자를 갈라놓으며, 시간이 갈수록 이 둘 사이에 격차가 커지기 때문에 패배자의 고통과 좌절은 가중된다. 경쟁의 패배자에게 자유주의 이념이 제시하는 자유는 그림의 떡이며, 자유주의에 기초한 민주주의 정치체제에서 그들의 목소리는 배제된다. 자유주의 경쟁 체제에서 승리한 엘리뜨는 안정된 가족을 유지하며, 자신의 자녀에게 높은 학력을 갖추게 하여, 다음 세대의 경쟁에서 승리자의 지위를 세습시킨다. 반면, 자유주의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들은 불안정한 가족을 영위하며, 그들의 자녀에게 우수한 교육 지위를 제공하지 못하며, 그 결과 다음 세대의 경쟁에서 패배자의 지위를 물려받는다. 이들은 자신의 사회가 제공하는 기회에서 배제되며, 희망을 잃고, 소외, 좌절, 분노 속에서 힘겹게 살아간다. 근래에 미국과 유럽에서 대중영합주의적 권위주의 정치인이 당선된 것은 이러한 대중의 좌절과 분노의 결과이다. 자유주의 체제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표면적으로는 자유, 공정, 평등을 내세우는데, 실제로는 국민의 다수에게 그러한 가치를 부정하는 현재의 위선적인 상황은 평화롭게 오래 지속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유주의의 문제를 개선할 대안은 무엇인가? 자유주의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하여, 자유주의 체제 이전의 권위적 봉건사회로 되돌아 갈 수는 없다. 자유주의의 이점을 유지하고 문제를 보완하면서, 자유주의를 대체할 이념을 모색해야 한다. 자유주의 체제가, 지역적인 한계를 파괴하는 대신 전세계적인 접근을 옹호하고, 사람들 사이에 관계 대신 익명적인 보편적 원칙을 강조하고, 과거나 미래와의 연결 대신 현시점에서의 최고의 효율만을 강조하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인근 지역에서, 자주 접하는 사람들에게서, 과거로부터 이어받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기억과 유산의 연속성 속에서, 살아갈 때에만, 자유주의의 개인주의와 고립주의가 낳은 좌절과 인간 관계의 파편화의 폐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공동체, 관습, 지역주의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근래 서구 사회에서 자유주의가 도전받는 환경 속에서 큰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저자의 주장은 별로 새로울 것은 없다. 자유주의의 문제를 지적하지만, 유효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 모호하고 이상적인 공동체주의 communitarianism 비슷한 것을 간단히 언급할 뿐, 자신도 대안이 무엇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인류가 만들어낸 이념 중 자유주의가 가장 큰 물질적 풍요와 인권 보장을 실현했기 때문에,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자유주의에 내재하는 문제 때문에 실패했다고 단정짓는 것은 무책임한 비판이다. 현재까지 인류 역사로 볼 때, 자유주의는 보완과 개선이 필요하지만, 다른 이념으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논의에 중복이 심하여 읽기 힘들었다.

2025. 4. 24. 17:46

Todd Rose. 2016. The End of Average: Unlocking our potential by embracing what makes us different. Harper Collins. 191 pages.

저자는 발달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하나의 틀에 맞추어진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비판하며, 개인의 특성에 맞춘 개별화된 교육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 논의한다.

인간은 복잡한 존재이기에, 하나의 차원으로 측정하여 평균이라는 하나의 대표값으로 파악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인간은 서로 독립적인 다차원적인 속성을 가지며, 차원들 상호간 변이의 상관도가 낮다(jaggedness in multidimentions). 예컨대 신체지수를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를 하나의 수치로 환원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여러 차원들의 평균값을 모아서 하나의 대표적 모델을 제시하는 것은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지능지수, 성격지수, 등 인간을 묘사하는 여러가지 복합 수치들은 타당성이 의심된다.

인간의 다차원적 속성은 개인이 처한 구체적인 맥락(context-dependent)에 따라 일관되지 않게 발현된다. 예컨대 심리학의 대표적인 이론인 다섯가지 성격 타입이나, 당장의 만족을 미루는 자기통제력 등은, 개개인이 어떤 상황에 처하는가에 따라 다르게 발현된다. 사람들은 신뢰할만하고 안정된 환경에서는 당장의 만족을 미루는 자기통제를 하지만, 신뢰할 수 없고 불안정한 환경에서는 당장의 만족을 미루는 결정을 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고정된 '본질적인 특성'(essentialism) 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통적인 심리학 이론은 틀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빨리 문제를 푸는 사람이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문제 푸는 속도나 문제 푸는 방법에서 개인 차이가 크다. 각 개인이 성장하고 목표에 도달하는 경로는 사람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diverse paths). 많은 사람들의 문제 푸는 속도와 방법의 평균치를 구하여 이것을 모범으로 생각하고, 이  단일 모범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은 그릇되다. 하나의 방법과 속도만을 표준으로 상정하고(standardize), 누가 이것을 더 잘 하는지에 따라 줄을 세우는(ranking) 현재의 교육 모델은 문제가 있다.

인간은 다차원적이고, 맥락에 따라 다양하게 반응하며, 각자는 고유의 성장 속도와 경로가 있다는, 이 세가지의 이유 때문에 개인의 고유성 (individuality)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교육과 평가와 인사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개인의 고유성을 존중하면서, 많은 사람을 교육하고 평가할 것인가? 저자는 온라인 디지털 기술이 이 난제를 부분적으로 해결하리라고 본다. 각자의 페이스에 따라 학습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고, 각자가 잘하는 방식으로 학습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온라인 디지털 기술 덕분에 가능하다 (self-paced learning).

대학에서 능력 수준에 따라 그룹을 만들어 교육하고(competence-based learning), 각자가 미래의 자신의 직업에 요구되는 기술에 적합한 수업만을 골라서 듣고, 그러한 기술의 수행 능력을 입증하는 자격을 제공하는 (credentialing) 방식으로 고등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적성과 필요와 능력에 맞는 수업을 선택적으로 조합하여 개인화된 커리큘럼 (personalized curriculum) 을 공부하는 방식으로 교육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

이 책은 현재의 공장식 표준화된 공교육을 비판한다. 그러나 그 대안으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리 유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하지 않는다. 각 개인의 적성과 능력에 따라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사람들이 비싼 개인 과외를 받고, 비싼 사립학교의 소규모 클래스 수업을 선호하는 현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저자는 '평균의 시대' age of the average 는 가고 '개인성의 시대' age of individuality 가 오고 있다고 한다. 가용 자원이 늘면 점차로 개인의 특성에 맞춘 customized 서비스가 증가하겠지만, 대량생산 대량 소비의 방식은 소비는 물론 교육과 인력관리 분야에서도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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