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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2. 6. 13:44

제임스 루어 책임편집 (김동희, 이동찬, 이상훈 옮김). 2006. 지구: 푸른 행성 지구의 모든 것을 담은 지구 대백과사전. (DK 대백과사전). 사이언스북스. 495쪽.

이 책은 지구에 관한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이다. 천체물리학, 지구과학, 해양학, 기상학, 지질학 등 다학제적 지식을 담고 있다. 지구에 대한 천체물리학적 지식, 지구의 다양한 지형, 생성과정, 식생, 해양과 해안, 기후와 날씨, 지구조판, 등의 내용을 서술한다. 관련 그림과 함께 설명을 상세히 하고 있어 이해가 빠르고 읽는 것이 즐거웠다. 이는 번역자가 관련 분야의 전문 학자이기 때문에 번역과정에서 설명의 깊이가 손실되지 않아서일 것이다. 

2026. 2. 2. 14:03

Brian Christian and Tom Griffiths. 2016. Algorithms to Live by: The Computer Science of Human Decisions. Picador. 262 pages.

저자들은 컴퓨터 과학저술가와 인지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다루는 문제들을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학, 인지 심리학의 공통 분야를 서술한다. 

첫번째 주제는 최적의 탐색 중단 시점을 찾는 것이다(optimal stoping: when to stop looking). 예컨대, 비서를 새로 고용하거나, 결혼 상대를 찾거나, 새로 살 집을 구하거나 혹은 살던 집을 팔거나, 주차할 공간을 찾을 때, 등의 공통점은, 새로운 후보를 얼마나 많이 혹은 오랫동안 탐색하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가장 좋은가 이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 최적의 탐색 중단 지점은, 탐색 가능한 전체 사례의 풀 중에서 37%의 지점에 이를 때까지는 기준을 정하는 데 집중하고 결정을 보류하며, 37%의 지점을 넘는 순간부터는 그때까지 보았던 것보다 나은 후보가 나타나면 바로 선택하는 것이다. 결혼 상대를 찾는 경우, 만일 내가 선택한 상대가 나를 거절할 가능성이 50%라면, 결정을 내리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은 25%로 앞당겨지며, 만일 이미 검토했으나 지나쳤던 사례를 나중에라도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진다면, 결정을 내리기 시작해야 하는 시점은 훨씬 뒤로 늦쳐질 수 있다. 

두번째 주제는 새로운 정보나 기회를 탐색하려 노력하는 것과, 아니면 이미 기존에 알고 있는 정보나 기회를 당장 이용하는 것, 둘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explore/exploit: the latest vs. the greatest). 현재 자신에게 주어진 정보나 기회에 만족하고 이를 즐기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탐색을 하여 새로 얻는 것을 활용할 기회가 많다면, 새로운 것을 탐색하는 데 노력을 집중하는 것이 이익인 반면, 탐색을 하여 새로 얻은 것을 활용할 기회가 많지 않다면,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주어진 것에 집중하는 것이 이익이다. 젊을 때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이익인반면, 나이가 들수록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이익이다. 젊을 때에는 만남의 폭을 넓히고 새사람과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이익인 반면, 나이가 들면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에 집중하고, 자신의 욕구에 따라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이익이다.  

세번째 주제는 정돈하는 것이다 (sorting: making order). 전체를 정돈하는 데는 엄청난 자원이 소요된다. 특히 정돈해야 할 대상의 수가 많으면 기하급수적으로 소요되는 자원이 증가한다. 스포츠의 대진표를 만드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전체를 완벽하게 정돈을 하기보다는, 목적에 맞는 수준만큼만 정돈하고, 어느 정도의 무질서를 허용하는 것이 이익이다. 

네번째 주제는 저장하는 것이다 (cashing: forget about it). 저장한 다음에 필요시 꺼내기 쉽게 하는 것이 요점이다. 가장 최근에 사용한 것을 가장 찾기 쉽게 문 앞에다 저장하는 것이 이익이다. 왜냐하면, 가장 최근에 이용한 것이 다음에 이용될 가능성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다섯번째 주제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Bayes's Rule: predicting the future). 미래를 잘 예측하는 길은 과거에 일어난 것을 이용하여 대상에 대한 지식을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과거에 일어난 것을 통해서 대상의 분포(distribution)에 관해 개략적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며, 각 분포의 성격에 따라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만일 대상이 정규분포(Normal distritution)의 모습을 띤다면, 평균에 근접할 확율이 가장 크며, 평균에서 벗어날 확율은 매우 작다는 점을 고려하여 예측한다. 만일 대상이 지수분포(Power law distribution)의 형태를 띤다면, 시간이 지날 수록 규모가 배수로 증가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예측한다. 만일 대상이 단순 덧셈의 분포(Erlang distribution)를 띤다면, 앞으로도 과거와 같은 규모 만큼 반복될 것으로 예측한다. 정규분포의 사례로는 수명, 키, 등이 있으며, 지수 분포로는 영화의 인기도, 소득과 재산, 등이 있으며, 덧셈의 속성을 지닌 분포로는 선출직 정치인의 재직 기간 등이 있다. 대상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라면, 대상이 시작되어 지금까지 경과한 기간만큼 앞으로 대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scheduling (first things first), overfitting (when to think less), relaxation (let it slide), randomness (when to leave it to chance), networking (how we connect), game theory (the minds of others), computational kindness, 등이 각각의 주제이다. 저자는, 최적의 합리성이란, 불확실한 상황에서, 혹은 불완전한 정보를 가지고 어느 정도 이익을 거두고 손실을 줄이는 타협을 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지, 모든 정보와 가능성을 다 타진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은 컴퓨터건 인간이건 합리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이 책은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지식을 이용하여, 인간사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책이다. 컴퓨터의 사고 논리와 인간의 인지구조의 유사성을 확인한다. 독창적이고 흥미있는 서술이 곳곳에 펼쳐진다. 대체로 읽기 어렵지 않으나, 논의가 복잡하거나 전문적인 지식의 영역을 건드리므로 반복해 읽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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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2. 29. 17:35

Phillips Payson O'Brien. 2025. War and Power: Who Wins Wars - and Why. Public Affairs. 236 pages.

저자는 국가간 전쟁을 전공한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20세기의 전쟁들을 대상으로 승패를 결정지은 요인을 분석한다.

전쟁은 전쟁에 참여한 국가의 모든 분야의 국력을 동원하여 전개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력과 기술력이며, 인적자본, 사회적 합의와 이견 조정 능력, 지도자의 지도력, 우방과 연대 능력, 등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 

전쟁을 시작할 당시에 군사력은 전쟁의 결과에 제한적으로만 영향을 미친다. 모든 전쟁은 시작할 때의 예상과 달리 전개된다. 전쟁의 승패는 개별 전투의 결과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특히 시작 시점에 전투의 결과는 전쟁의 궁극적 승패와는 연관이 없다.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미리 준비한 무기와 전투 인력은 급속히 마모되고 사라진다. 따라서 전쟁이 시작된지 얼마 안되, 가용한 모든 경제력과 기술력을 동원하여 엄청난 양의 무기를 새로 계속 만들어야 하며, 새로이 병력을 계속 충원해야 한다. 이렇게 재충전하는 능력을 상대보다 더 많이 보유하고 오래 버틸 수 있는 쪽이, 궁극적으로 전쟁에 승리한다. 1,2차 대전에서 독일과 일본이 패한 궁극적 원인은 바로 이것이다. 

20세기의 전쟁을 보면, 전쟁을 수행하는 와중에 무기의 기술이 빠른 속도로 개량되며, 이러한 기술의 우위가 승리를 가져온 결정적 요인이었다. 제1,2차 대전에서는 군함, 전투기, 핵무기가 그것이며,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는 드론이 전쟁중에 개량되거나 개발된 신무기이다. 신무기의 개발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를 대량 생산을 할 수 있는가이다. 무기와 인력을 새로이 생산하고 충원하는 속도가 전장에서 소모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결국 전쟁에서 패할 수 밖에 없었다.  

전쟁이 시작되어야  그 나라와 그 군대의 실제 실력을 알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에는 러시아가 강대국이라고 모두 생각했으나, 이러한 예상은 빗나갔다. 전쟁을 수행하면서 소모되는 것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이 생산하고, 충원하고, 적절히 자원을 배치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일이다. 이러한 모든 것은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과 사회 구성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사회가 부패로 썩어 있고 국민들 사이에 이견이 조정되지 않으면,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진 것이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같이, 전쟁 발발 전에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보게 된다. 

21세기의 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경제력, 군사력, 이념, 등에서 서로 경쟁하면서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어느쪽이 승리할지 장담할 수 없다. 전쟁 초기의 전투에서는 미국이 이기겠지만, 대량으로 물건을 생산하는 능력에서 중국이 훨씬 앞서기 때문에,  장기 소모전에서 미국이 승리하리라고 장담하기 어렵다. 시간이 가면서 중국이 미국을 빠르게 따라잡고 있기 때문에, 미래의 전망은 불투명하다. 중국은 권위주의 체제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있으며, 미국은 정치적인 양극화로 불안정하다. 미국은 과거와 같은 우방국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역사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큰 충돌없이 평화적으로 패권이 이전된 경우는 거의 없다. 19세기말 20세기 초반에 영국에서 미국으로 세계의 패권이 이전된 경우가 아마도 유일한 예외일 것이다. 영국과 미국간에는 특별한 연대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건국 이래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두 나라간에 본격적인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아예 없었다. 미국은 영국과 피를 나눈 후계자로서 암묵적으로 서로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어를 모국어로 하고 문화적 배경을 공유하는 백인들의 언어 공동체의 연대감이 미국과 영국 사이에 존재한다. 

저자는 주로 1차, 2차 세계대전을 연구한 학자로 보인다. 흔히 "강대국" 이라고 하는 나라들이 실제 전쟁에서는 반드시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전쟁의 전개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계획대로 전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은 왜 전쟁을 벌이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으며, 전쟁의 결과를 전쟁의 원인과 연결시키는 논의는 전혀하지 않는다. 그런데 진짜 강대국이라면, 자신과 상대의 힘을 잘 가려서 전쟁에 참가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전쟁의 승패는 전쟁 시작 단계에서는 알수 없는 일이라고 하지만, 질 전쟁에 억지로 끌려들어간다면, 사실 그런 나라는 진정한 강대국이라고 볼 수 없다. 미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강대국이지만, 베트남전쟁에서 졌기 때문에, 강대국이라고 반드시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은 아니라는 그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2025. 12. 14. 16:23

 

Jared Diamon. 2019. Upheaval: Turning Point for Nations in Crisis. Back Bay Books. 463 pages.

저자는 생리학자로 시작하여 대중적인 과학저술가로 유명해졌으며, 이 책은 세계에 6개 국가들이 과거에 국가적 위기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비교 분석한다. 외세의 침입으로 인한 위기로 핀란드와 일본을 비교하며, 내부의 분열로 인한 위기로 칠레와 인도네시아를 비교하며, 세계 제2차대전 이후 혼란과 정체성의 위기로 독일과 오스트레일리아를 비교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비교역사적 분석을 배경으로, 현재 미국과 세계가 당면한 위기에 대해 언급한다. 

제1차세계대전에서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획득한 핀란드는, 2차 대전이 발발하자 소련의 침공을 받는다. 1939년 겨울 Winter War 이라 불리는 치열한 전투를 통해 핀란드의 강인한 저항력을 보이지만, 우방의 도움이 전혀 없었기에, 결국 약소국인 핀란드는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강대국인 소련의 압력에 굴복한다. 영토의 일부를 소련에게 내어주고, 소련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고, 소련의 신뢰를 얻기 위해 계속 타협하면서 독립 국가로서 주권을 유지한다. 소련은 핀란드인들의 엄청난 저항이 초래할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핀란드를 무력으로 정복하고 지배하기보다는, 독립국가의 주권을 허용하는 대신, 자신들에게 도움이되는 우호적인 국가로 유지시키 편을 선택한다. 이러한 핀란드의 생존방식을  "Finlandization" 이라고 칭하는데, 강대국과 이웃한 약소국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전략의 대표적인 예로 흔히 언급된다. 핀란드가 소련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국가적 독립과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민족적 통일성과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강한 믿음이 국민들 사이에 공유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미국의 함포를 앞세운 개항 압박에 대응하여, 일본은 그때까지의 쇄국정책을 버리고 서구의 문물을 적극적으로 배워와서 서구에 비견할 국력을 갖추는 길을 선택한다. 1868년의 메이지유신이 그것이다. 일본은 서구의 문물을 성공적으로 배워와서, 서구의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을 넘어, 주변 아시아를 침략하는 강국으로 도약한다. 군부의 목소리가 너무 세져서 급기야 정치를 제압하고, 이길 수 없는 전쟁을 일으키는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중남미 국가로는 유일하게 오래도록 민주주의를 유지하던 칠레는, 1960년대들어 정치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급기야 1972년 민주적으로 선출된 아옌데 사회주의 정부을 군부세력이 쿠데타로 무너뜨렸다. 쿠데타로 집권한 피노체 정부는 1980년대말까지 잔인한 수단을 동원하여 반대자를 탄압하는 독재 정치를 실시한다. 피노체 정부는 1989년 국민 여론을 잘못 판단하여 선거에서 실각하였으며, 다시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섰다. 다시 들어선 사회주의 정부는 과거 정권의 잔인한 정치 탄압 행위에 대해 보복을 하지 않는 대신, 과거 정부에서 실행한 시장 중심의 경제 정책을 계속 유지하면서 경제 성장을 이룬다. 

이차세계대전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한 인도네시아는, 독립 전쟁의 영웅인 수카르노를 수반으로 하여 점차 독립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한다. 1960년대 들어 공산주의 정치세력과 군부 세력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와중에, 공산주의 정치세력이 주도한 쿠데타를 군부세력이 잔인하게 진압하면서 극우세력을 선동하여 전국적으로 백만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한다. 군부세력의 지도자인 수하르토는 이후 정권을 장악하고 장기 집권하면서, 인도네시아의 단일 국가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에 성공한다. 그러나 자신들이 저지른 잔악한 행위는 인정하지 않지 않는다. 

두차례의 전쟁을 일으켜 처참하게 패배한 독일은, 전후의 혼란을 딛고 빠르게 복구하였으며 1950년대에 경제성장을 이루게 된다. 그러나 전쟁에 참여한 세대들은 과거 자신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자신을 피해자로 인식한다. 그러나, 1960년대 중반 젊은이들은 자신의 부모세대의 권위주의와 전쟁 행위에 대해 격렬히 비판하고 반항하였다. 이러한 사회적 혼란기에 집권한 빌리 브란트 수상은, 기성세대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 책임을 전적으로 인정하고 사과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전쟁의 피해를 입은 폴란드와 체코에게 과거 독일 영토의 일부를 양보하고, 폴란드를 방문하여 피해자들 앞에서 무릅꿇고 사과하고, 동독을 정식의 국가로 인정하였다. 또한 자라나는 젊은 세대들에게 부모세대가 저지른 전쟁 범죄행위와 참상을 낱낱이 알려서 이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교육시켰다. 이는 일본이 자신의 전쟁 책임을 회피하고, 피해자 의식을 가지고,  전쟁 범죄행위를 부인하고, 젊은이에게 부모세대의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해 알리지 않는 것과 대비된다.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 국가인 한국 및 중국과 껄끄러운 관계를 지속하는 반면, 자신의 잘못을 철저하게 사과한 독일은 이웃의 피해국가인 폴란드 및 체코 등의 신뢰를 얻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독일은 이렇게 유럽 국가들의 신뢰를 얻은 결과, 1989년 동독의 국경이 개방되고 소련이 붕괴되는 기회가 왔을 때,  이웃나라들의 큰 반대 없이 통일을 획득할 수 있었다. 

호주는 2차 대전 이전까지 자신들이 영국의 일부라는 자의식을 가졌으며, 백인의 나라라는 인종주의 정책을 고수하였다. 독립된 외교나 안보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며, 멀리 떨어진 영국에 경제를 전적으로 의존하는 상태에 머물렀다. 그러나 이차대전을 계기로 영국이 더 이상 호주를 보호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으며, 영국이 1970년대 들어 유럽공동시장에 가입하면서 과거 영연방 국가에게 제공하던 우호적 혜택을 포기하자, 호주인들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결국 영국의 이익과 자국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아시아에 속한 국가로서 독립적인 정체성을 점차 구축하였다. 1970년대 후반 백호주의 정책을 포기하고, 아시아 국가들과 활발히 경제교류를 진행하고, 아시아 국가로부터 이민자를 광범위하게 받아들였다. 호주는 독자적으로 국내외적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독립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게 되었다.    

미국은 1990년대 이래 극심한 정치 분열과 소득 불평등의 확대로 인해 점차 위기에 진입하고 있다. 중국이 부상하면서, 이차대전 이후 미국이 누리던 절대적인 강국으로서의 국제 위상도 변화를 맞이 하였다. 문제는 미국인들이 이러한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칠레의 예에서 보듯이 오랜 민주주의 국가도 정치 양극화가 극에 달하면 민주주의가 퇴행할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세계는 네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핵전쟁, 기후변화, 자원고갈, 불평등의 심화가 그것이다. 세계의 국가들은 이러한 위기를 부정하거나, 혹은 적절한 대응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그러나 근래에 일부 나라들이 서로 협력하여 공동의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볼 때, 세계의 미래에 대해 절망할 필요는 없다. 

이 책은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과 지적 호기심을 결합하여, 자신의 전문 분야를 넘어서 탐구하고, 새로운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저자의 지적인 예민함과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돋보인다. 여러 나라를 비교하는 것의 어려움과 한계에도 불구하고, 유익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2025. 11. 25. 15:36

Robert Paarlberg. 2021. Resetting the Table: Straignt Talk about the Food We Grow and Eat. Alfred A. Knof. 276 pages.

저자는 식품과 농업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에서 식품과 농업의 문제를 둘러싼 쟁점을 하나씩 짚으면서, 과학적 연구에 근거한 사실과 허위 주장을 판별하고,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미국인의 비만 문제, 유기농 운동, 지역 농산물 운동, 생태친화적 농업, 유전자 조작 GMO 작물, 공장식 가축 사육, 농업 기술의 변화, 등의 주제에 관해 논의한다. 

미국인의 52%는 의료적 기준에서 볼 때 비만이다. 이는 미국인의 건강을 크게 해치며, 기대수명을 다른 선진 산업국보다 훨씬 낮은 수준으로 끌어내린다. 미국인의 비만의 원인은 그들이 먹는 음식의 질과 양이 건강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의 식품 기업들은 사람들의 본능적인 욕구를 자극하기 위하여 과도하게 소금,설탕, 지방을 많이 첨가하여 가공하며,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이러한 가공 음식를 많이 사고 많이 먹도록 유도하는데 성공했다. 미국은 유럽과 달리 식품 회사의 로비 때문에 농업과 식품 가공에 관한 한 규제가 거의 없는데, 이를 계속 방치한다면 미국인의 비만 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비만을 단순히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과학적 연구로 무장한 식품 회사의 능력을 과소 평가하는 것이다.  미국인의 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식품 가공 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필요하다.

미국인의 비만 및 식품과 관련된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는 시민운동 단체들은, 이념에 치우쳐 있을 뿐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주장을 펼치지 않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한다. 그들은 유기농 식품, 지역 재배 농산물 소비, 생태친화적 농업을 주장하는데, 이는 실제적으로 미국인은 물론 세계인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유기농 농법이나 생태친화적 농업은, 생산성이 낮다. 유기농 인증을 받으려면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써서는 않되는데, 이렇게 농사를 지으려면 대신 노동을 엄청나게 많이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식품 가격이 크게 상승해야 하며, 그렇게 높은 가격에도 유기농법을 채택하는 농가는 드물다. 유기농 식품은 비유기농 식품보다 50%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있는 소득이 높은 사람들에게만 가능하다. 유기농 식품이 비유기농 식품보다 더 건강한 먹거리라거나 영양 성분이 더 좋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유기농법을 주장하는 것은, 농업 기술의 발전을 거슬러 100년전의 낙후된 저생산성의 농업의 시대로 돌아가고, 현재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사람들이 하는 방식의 농업으로 돌아가자는 이야기인데, 이는 현대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수 없다. 만일 유기농법을 정말로 전면적으로 도입한다면, 현재의 경작지 면적보다 50% 이상이 더 투입되어야만 지구의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을 텐데, 이는 환경적인 재앙을 초래할 것이다.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지역농산물 소비운동은, 환경 친화적이지 않고 건강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  미국인이 먹는 식품의 20%는 해외에서 수입하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도, 재배 환경이 가장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곳에서 단일 작물을 전문적으로 재배하는 방식으로 생산하므로 소비자와 멀리 떨어져 있다. 농산물 가격에서 운송비가 차지하는 부분은 7%에 불과할 정도로 미미하므로, 소비지 인근에서 재배하는 것이 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은 아니다. 대도시의 식품 소비지역 가까이는, 지가가 비싸고 전문적으로 재배하여 효율을 높이기 어렵기 때문에, 높은 비용에 낮은 효율의 농업이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만을 먹는 식품의 다양성은 현저히 줄고, 식품 가격은 크게 높아질 것이다. 소비지 인근에서 생산된 산물이 먼곳에서 생산된 산물보다 더 건강하다거나 영양이 높다는 과학적 증거는 없다. 미국인이 먹는 식품의 많은 부분을 인근 도시 주변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유전자 조작 방법으로 동식물의 종의 질을 높이는 것은 효율을 크게 높이는 방법임에도 시민단체의 반대에 부딛쳐 좌절되고 있다. 현재 유전자 조작 방법으로 재배된 산물은 인간이 섭취하지 못하는 산업용에 국한되어 이용되고 있다. 유전자 조작 산물이 과학적으로 인간에게 해롭다는 증거는 전혀 없으며, 과학계는 한결같이 유전자 조작으로 종자를 개량하는 것을 지지한다. 유전자 조작 방법으로 종의 질을 개선한다면, 비료, 농약, 물을 덜 쓰고도 더 많이 생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며, 이는 농업에 소요되는 토지를 줄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길이 될 것이다. 과학에 대한 불신과 막연한 두려움이 기술 개발의 길을 막고 있다. 유럽인들이 유전자 조작 식품을 반대하는 것은, 유럽의 농업인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과학에 기반한 농업 기술의 발전과 생산성 향상을 저해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유전자 조작 생산물을 막는다고 하여, 아프리카인들 또한 유전자 조작 종자의 보급을 스스로 막고 있는데, 이는 그들이 빈곤과 기아에 허덕이면서 유럽 농업인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공장식 가축 사육은 인지 능력이 있는 동물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으므로 개선되어야 한다. 고통을 덜 주는 방식으로 사육하고, 동물이 인식하지 못하도록 순식간에 도살을 해야 한다.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종을 개량함으로서 덜 투입하면서 더 많이 생산할 수 있는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근래에 식물 단백질을 이용한 인공 고기가 계속 개발되고 있는데, 이것이 가축의 사육과 살육에 따른 문제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대단위 농업과 축산업 방식은 소규모로 생산하는 것보다 효율이 훨씬 높으며, 새로운 기술 개발의 적용 속도가 빠르다. 이는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면서, 인류가 필요로 하는 식품을 조달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근래에 농업과 축산업 기술은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는데, 과학적 연구에 바탕을 둔 기술 개발이 농업의 효율을 높이고 미국은 물론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이다. 

저자는 농사를 짓는 집안 배경에서 성장했으며, 농업인의 입장에서 농사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시민단체와 지식인이 주장하는 유기농이나 친환경 농업, 유전자조작 농산물 반대운동 등이, 과학적 사실이나 농업의 현실을 외면한 비현실적인 허상임을 고발한다. 그들의 주장대로 정말 실행한다면, 낮은 농업 효율과 엄청 많은 노동 투입 필요 때문에 농산물의 가격은 현재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며, 훨씬 더 많은 토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해악은 엄청날 것이라고 과학적인 연구를 증거로 제시한다. 그들은 비싼 식품 가격이나 다음 끼니를 걱정할 필요가 없는 부유한 사람들이다. 식량이 부족하거나 식품을 살 돈이 없어서 끼니를 걸어야 하는 개발도상국의 수 많은 가난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류가 지금까지 다른 분야에서도 그래 왔듯이, 농업의 분야에서도 과학기술의 발전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름길임을 역설한다. 과학적 자료를 명확히 제시하며, 서술이 분명하다. 이 책을 통해 농업에 대한 논쟁이 많이 정리된 느낌이다.   

2025. 10. 27. 14:20

Lisa Feldman Barrett. 2017. How Emotions Are Made: the Secret Life of the Brain. Mariner. 291 pages.

저자는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감정의 구성이론" constrution theory of emotions 를 중심으로 하여,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설명한다. 

전통적으로 심리학계를 포함하여 사람들의 상식에 따르면, 인간의 감정이란 인간이라면 공통적으로 가지고 태어나는 속성으로서, 우리의 두뇌 속 어딘가에 작동 기제가 존재하며, 실재적인 것이라는 실재이론 essentialism 이 지배했다. 기쁨, 슬픔, 공포, 놀람, 화, 등의 감정은 어느 문화에나 공통적이며, 대표적인 얼굴 표정으로 이를 판독할 수 있다는 주장이 지배했다. 저자는 이러한 전통 이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사람들의 특정 감정과 일대일로 대응되는 얼굴 표정이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어긋난다. 실험에 따르면, 사람들의 얼굴 표정으로 그가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판독할 수 없다. 감정을 만들어내고 통제하는 두뇌의 특정 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감정은 인간의 신체 내부의 에너지 균형 상황 energy budget, 즉 혈압, 체온, 호흡상태, 소화관상태, 등의 몸의 변화 상황에 대해 그 사람이 처한 사회적 맥락 social context 을 반영하여 주관적으로 의미 meaning 를 부여한 것이다. 몸의 상황은 두개의 차원으로 구성된다. 하나는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 positive or negative 하는 상태이며, 다른 하나는 얼마나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지에 따라 흥분된 상태에서 잠잠한 상태까지 elated or calm 이다. 우리 몸 내부의 특정 상태에 대해 특정 사회 맥락에서 어떤 감정 개념을 부여할지는, 성장하면서 사회화를 통해 습득한다. 감정이란 우리가 사회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며 구축한 개념이다. 부모 및 주변 사람으로부터 특정 상황에서는 어떠한 감정이 적절한지 학습한다. 두뇌의 활동을 측정해보면, 서로 다른 감정이 서로 구별되는 두뇌의 활동을 보이지 않는다. 즉 특정한 감정은 생리적으로 구별되는 개념이 아니다. 

감정은 우리의 행동을 안내한다. 특정 상태에 대해 특정 감정으로 의미를 부여했다는 것은, 그가 앞으로 어떤 행위를 해야할지에 대한 지침을 포함한다. 예컨대 '놀람'의 감정은 그가 도망쳐야 할지, 혹은 숨죽이고 있어야 할지, 하는 행위를 지시하는 개념이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몸이 긴장하는 징후를 보일 때, 그것을 부정적인 의미의 스트레스로 해석할지, 혹은 도전을 앞둔 긍정적인 스트레스로 해석할지는 행위자의 주관적 해석에 달려있다. 감정은 사회적 상황에 대해 주관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이므로, 감정에 휩싸여서 이성을 잃고 행동한 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항변은 타당하지 않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문화에 따라 감정의 종류가 다양하다. 기쁨, 슬픔, 놀람, 등의 감정은 모든 문화에서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것이지만, 한국의 '한' 이라는 감정이나, 독일의 'shadenferude', 덴마크의 'hygge 휘게' 등의 감정은 각각의 문화에서 특정 상황에 대해 제시하는 개념이다. 

이 책은 인간의 감정과 두뇌의 작용에 대해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독특한 책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감정의 구성이론은 일반적으로 상식적인 생각과는 정반대이다. 이 이론이 워낙 낮설다고 생각해서인지, 저자는 거의 책의 전부를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며 이 이론을 설명하는데 투자한다. 저자의 독특한 주장을 따라가는 것이 흥미있기는 하지만, 개념적이고 반복이 많아서 읽기에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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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10. 15. 16:52

Claudia Goldin and Lawrence Katz. 2008. The Race between Education and Technology. Belknap Press. 353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미국의 교육 발달을 경제학의 시각에서 분석한 학술서이다.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과 교육이 제공하는 노동간의 균형 관계를 통해, 19세기 초중반의 초등교육의 확대, 20세기 초반에 중등 교육의 확대, 2차대전 이후에 고등 교육의 확대 과정을 설명한다. 

미국은 20세기 중반까지 교육 제도와 교육 수준 면에서, 세계에서 독보적으로 앞서간 나라였다. 19세기 초반 초등 교육운동이 전국적으로 붐을 이루면서, 19세기 중반에는 초등 교육 단계에서 보통 의무교육이 전지역에서 실시 되어, 국민 대부분이 6년의 초등 교육을 완료하였다. 20세기 초반에는 백년 전 초등교육 운동과 마찬가지로 전지역에서 중등교육운동이 붐을 이루어, 더 짧은 기간인 20세기 중반 경에 대다수의 국민이 중등 교육을 완료하였다. 2차 대전 후 고등교육의 붐이 일어서, 1970년경까지 미국인의 대학 등록율은 60%에 달하여 전세계 최고를 차지하였다. 

교육 수준이 이렇게 빠르게 확대될 수 있었던 것은, 산업현장에서 교육 받은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받쳐주었기 때문이다. 19세기 초반 농업이 주를 이루던 시절에서부터, 19세기 중반 산업혁명 시기까지, 교육 받은 사람에 대한 수요는 일관되게 높았으며, 교육에 대한 보상 return to education 역시 컸다. 이는 산업 현장의 기술과 노동자의 기술이 서로 보완관계를 형성하면서 발달했기 때문이다. 농업의 기계화, 산업화, 작업장과 회사의 대형화, 자동화, 컴퓨터의 도입, 세계화, 등으로 이어지는 산업 발달 과정에서, 일의 성격은 갈수록 복잡해지고, 노동자에게 더 많은 지식과 분석적 판단력을 요구하게 되었다. 그 결과 19세기 말부터 20세기 후반까지 무려 백년 동안 노동 생산성은 평균적으로 매년 2%씩 성장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보였다. 

20세기초반 중등교육운동에서부터 1960년대까지, 고등학교 졸업자의 공급은 산업현장에서 고등학교 졸업자의 수요를 상회하였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자의 임금은 노동생산성을 넘어 크게 높지 않았다. 192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소득 불평등도가 꾸준히 감소한 데에는, 그당시 고급 노동자였던 고등학교 졸업자의 학력에 대한 임금 프리미엄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 학력간 임금격차는 크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 대학 졸업율은 고등학교 졸업율의 경우와는 사정이 다르게 전개되었다. 2차대전후 미국의 대학등록율은 높았으나, 1970년대 이후 대학등록율과 졸업율은 정체를 거듭하고 있으며, 미국인의 대학 졸업율은 다른 선진산업국에 비해 현저히 뒤쳐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반면 1980년대 이래 컴퓨터의 보급과 세계화로, 산업현장에서 고급기술, 즉 대학졸업 및 그 이상의 학력자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였다. 대학 졸업자의 공급은 정체하는 데, 산업현장에서 이들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므로, 대학 졸업의 임금 프리미엄은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대학졸업자와 낮은 수준의 학력자간 갈수록 크게 벌어진 임금격차가, 1980년대 이래 현재까지 소득 불평등을 지속적으로 확대시킨 근본적 원인이다. 

대학졸업에 대한 보상 return to education 은 매우 높은데, 왜 미국의 젊은이들은 대학에 진학하고 졸업하려 하지 않는 것일까? 미국 중등학교의 학력 수준이 떨어지면서 대학에 수학할 준비가 되지 않은 사람이 많은 것이 한 원인이라면, 1980년대 이래 대학교의 등록금이 크게 올라서 대학에 진학할 수학 능력이 되더라도 대학을 진학하지 못하거나, 설사 대학을 다닌다고 해도 높은 학비를 버느라 장시간 일을 하여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는 학생이 많은 것이 다른 원인이다. 이는 미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도가 높아서, 소득이 낮은 가족의 자녀들이 학업에 충실하기 어렵고, 대학교 학비를 조달하는데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흑인에 대한 인종주의가 문제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한다. 

 이 책은 미국의 교육발달과 불평등 확대 현상에 대해 실증 데이터를 사용하여 분석적으로 설명한 업적으로 크게 학문적 인정을 받았다. 전문 학술서이므로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지만, 미국의 교육과 불평등에 대해 이해를 깊이 할 수 있었다. 

2025. 10. 10. 17:14

Dan Wang. 2025. Breakneck: China's Quest to Engineer the Future. WW Norton. 234 pages.

저자는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기술분석가이며, 이 책은 1980년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의 변화를 분석적으로 서술한다. 아울러 현재의 중국과 미국을 비교한다. 책 전체적으로, 중국을 "건설하는 나라" engineering state, 미국을 "법률가의 나라" lawyerly state 로 규정하는 프레임을 적용하여, 중국과 미국을 대비한다. 

중국은 정치 지도자의 다수가 공학도이며, 무엇을 만들고 건설하는데 능한 사람들이다. 반면 미국은 정치 지도자의 다수가 변호사로, 권리를 따지고 반대 논리를 전개하고 일의 추진을 막는데 능하다. 중국은 실물의 제조 manufacturing 을 중시하여, 중앙의 계획하에 제조와 건설 목표를 정하고 일관되게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경제 발전을 추진했다. 그 결과 중국은 세계 제조 물품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제조업 중심의 국가가 되었다. 경공업 제품에서부터 시작하여 외국의 자본과 기술을 끌여들어 육성한 첨단 산업에 이르기까지, 중국은 세계의 거의 모든 물품을 대규모로 생산하는 엄청난 경쟁력을 갖춘 공장으로 성장하였다. 그 결과 내수는 물론 해외 수요를 훨씬 초과하는 과잉 생산의 문제를 안게 되었다. 또한 도로, 항만, 공항, 철도, 발전소와 송전시설에 이르기까지 사회간접자본의 건설에 엄청난 자원을 투입하여 과잉 건설의 문제를 낳았다. 소비재 산업보다 중후장대 산업을 육성하고, 엄청난 빚을 안으면서 사회간접자본을 건설한 결과 후유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제조업과 건설 중심의 산업 추진 정책이, 빈곤과 소외된 지역을 없애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 

중국의 공학도 사고방식 engineering mindset 의 무리한 일추진은 개인의 인권과 권리를 짓밟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198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까지 추진된 한자녀만 허락한 가족계획 정책이나, 최근 코로나 사태에 제로 코로나 정책을 추진하면서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주민을 집안에 가둔 정책 등은, 민주국가라면 상상하기 힘든 권위주의적이고 폭압적 방식으로 일이 추진되었다. 중앙에서 공학도 마인드의 위정자가 계획을 하고 결정을 내리면, 이견이 허용되지 않고, 여론이나 부작용에 아랑곳하지 않고 밀어붙인다. 일을 완수해내는 추진력은 대단하지만, 그에 수반되는 개인의 희생은 경시된다. 

중국은 해외의 선진 기업을 끌여들여 기술을 배우고 모방하는 방식으로 성장했다. 애플 컴퓨터가 대표적인 예로, 애플의 첨단 제품을 생산하면서 중국 내에 연관 산업과 기술의 생태계가 형성되었다. 이는 밧테리, 드론, 전기자동차, 태양력 발전, 등으로 확대되면서 세계에 두각을 보이는 기반을 제공했다. 애플 컴퓨터 공장이 있는 션전 지역 주변에는 풍부한 기술 생태계가 형성되었으며, 이곳에서는 '생산공정 지식' process knowledge 이 축적된 기술자와 노동자의 공동체가 풍부하게 형성되었다.  

미국이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기술의 수출을 억제한 것은, 중국의 자체 기술 개발 노력에 불을 붙인 결과를 초래했다. 외국의 선진 기술을 수입하고 모방하는 통로가 막히자, 중국 정부와 기업가들은 중국 내부에서 대체 기술을 개발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그결과 중국 내에서 반도체를 생산하고, 급기야 미국에 필적할 인공지능 기술을 선보이는 단계에 도달했다. 

중국과는 대조적으로, 미국은 1960년대 이래 제조업과 건설이 점차 쇠퇴하였다. 첨단 기술과 과학 지식을 개발하는 데에는 세계 최고이나, 이러한 지식과 기술을 적용하여 실제 물품을 생산하는 것은 경시했다. 물품을 생산하는 것은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분야이므로, 보다 낮은 생산 비용을 찾아 해외로 나간 결과 미국 내에서는 점차 공장이 사라졌다. 1980년대에 기업의 구조조정 restructuring 광풍이 불면서,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종업원을 최소한으로 두고, 부가가치가 떨어지는 분야는 외주를 주는 관행은, 제조 분야를 떨어버리고, 기술 개발, 디자인, 유통, 금융 등의 서비스 산업 부문만 미국에 남는 결과를 초래했다. 미국은 물품을 제조하는 기반과 역동성을 상실하였다. 

미국의 인프라 시설은 반세기 이전에 만들어진 채 낡았다. 새로운 것을 건설하려면 주민의 반대나 환경 평가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 비용과 시간이 매우 많이 소요된다. 중국과 달리 미국에서 고속철도가 건설되기 어려운 이유이다. 미국의 정치인은 중국의 정치인과 달리 새로운 것을 건설하는데 노력을 경주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그나마 남아 있는 첨단 기술의 제조업들 마져 쇠퇴하고 있다. 컴퓨터의 IBM, 반도체의 Intel, 항공기의 Boing, 전기차의 Tesla, 등등. 미국의 인재들은  소프트웨어나 금융 분야에만 갈뿐, 제조업에는 가려고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무엇을 만들려고 해도, 지난 수십년간 '생산공정 지식' process knowledge 을 가진 노동자들을 엄청나게 해고했기 때문에, 실제 물건을 만드는 생산 공정 지식을 가진 기술 노동자를 찾기 어렵다. 반면 중국은 생산공정 지식을 가진 노동자와 기업가 정신으로 불타는 사람들의 풍부한 풀이 존재하므로, 물품을 제조하는 일에 관한한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나라는 드물다. 앞으로도 중국의 제조업은 뻗어 나갈 것이다. 

법률가는 본질적으로 부자의 이익에 기여하는 일을 한다. 미국의 정치에 부자들의 목소리가 과다하게 반영되고, 미국의 소득 불평등이 높은데에는 법률가의 나라라는 특징이 한 몫한다. 공공의 사회간접자본은 혜택이 부자에게 독점되지 않는 대신 건설 비용은 더 많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미국의 부자들은 이러한 것을 건설하는데 적극적이지 않다. 건설과 제조는 부자만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나 중류층에게도 혜택이 적지 않게 돌아간다. 중국의 위정자들이 건설과 제조에 노력을 경주하는 이유는, 건설과 제조의 산물에 대중들이 크게 지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건설과 제조로부터 정권의 정당성을 획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제시한 "건설하는 나라" 대 "법률가의 나라"라는 프레임으로 큰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중국의 변화를 설명하는 것이 그의 의도였으나, 미국인에게는 현재 미국의 문제를 이해하는데 큰 설득력을 주는 듯 하다. 여러 미디어 채널에서 그의 주장을 다루는 것을 보노라면, 마치 또하나의 '유발 하라리'가 출현한 듯하다. 여하간 이 책은 술술 읽히며 설득력도 대단하다. 그러나 경제사회의 변화를 '건설과 제조의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좀 편협한 듯하여 미진한 느낌이 든다.   

 

2025. 9. 5. 19:36

강범모. 2020(2005). 언어: 풀어쓴 언어학 개론. 개정4판, 한국문화사. 455쪽.

저자는 언어학자이며, 이 책은 대학교에서 언어학을 소개하는 교재로 집필되었다. 언어학의 기본 영역인 음성학, 음운론, 형태론, 통사론, 의미론, 화용론은 물론 비교언어학, 심리언어학, 사회언어학, 전산언어학, 응용언어학 등 언어학의 전분야를 일반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서 설명한다. 

이 책의 특징은 뭐니뭐니 해도, 저자의 영화에 대한 사랑이 언어학에 대한 서술 전체에 깔려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별도로 "영화마을 언어학교"라는 책을 쓰기도 했지만, 이 책의 각 장에서 서술하는 부분과 저자가 본 영화를 연결시켜서 상당한 양의 원고를 집필하였다. 저자가 서문에서 "필살의 언어학" 이라는 책을 저술한다는 심경으로 책을 썼다고 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열정이 느껴진다.  언어학의 각 분야에 대한 설명도 이해하기 쉽게 하지만, 유머를 구사하면서 저자 본인의 관심과 심성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글이 독자에게 다가온다. 이 책을 읽으면 언어학에 대한 지식과 함께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가 한눈에 그려진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재미있게 서술하기는 어려웠을 텐데, 지금까지 4판이나 개정되었고, 최근의 유행어와 영화까지도 충실히 다룬 것은 감동할 일이다. 우리나라의 학자가 쓴 대학 교재로는 드물게, 책을 손에 잡고 나서 단숨에 끝까지 읽었다. 후반부로 가면서 서술의 깊이와 유머의 충실도가 조금씩 떨어지는 것은 저자의 한계로 보인다. 

 

2025. 8. 30. 14:02

메리 린리 테일러 (송영달 옮김). 2014(1992). 호박 목걸이: 딜쿠샤 안주인 메리 테일러의 서울살이 1917~1948. 책과 함께. 463쪽.

저자는 영국에서 태어나 미국인 광산업자와 결혼하여 일제시대에 한국에서 살면서, 외국인으로서 역동적인 삶을 살았으이며, 이 책은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이다.

메리는 영국의 상류층 가문에서 태어나 연극 배우가 되었으며, 세계 유람 공연 중 일본에서 미국인 남편을 만나 한국에 왔다. 그녀의 미국인 남편은 조선에서 광산업을 하는 사업가였다. 그녀는 남편과 함께 일제 시대 한국에서 22년 동안 살면서,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깊이 발을 들였다. 그녀가 만난 한국인을 상세히 그리고 있으며, 그당시 한국에 주재하던 외국인들 사이에서 활발하게 사교 활동을 하면서 그들의 모습을 묘사한다. 

이야기는 그녀가 남편을 만난 사연, 인왕산 자락에 지어 "딜쿠샤" (기쁜 마음의 궁전)이라고 이름붙인 그들의 집, 그녀가 부리던 하인들, 그녀가 접하고 관찰한 한국인과 한국 문화, 남편이 운영하는 벽촌의 광산에 방문한 일,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의 교류, 금강산 기행, 원산 별장에서 지내던 일, 백계 러시아인들과의 만남, 등 다채롭게 전개된다. 

그녀는 호기심이 많고, 마음이 따뜻하며, 모험을 즐기는 사람인지라 그녀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해 이야기 거리가 많다. 특히 외국인이 보는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대한 그녀의 관찰은 흥미롭다. 한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상과 함께 존경과 긍정적인 신뢰도 곳곳에서 서술한다. 이 책의 전편을 흐르는 서로를 위로하고 신뢰하는 따뜻한 부부애와 자녀에 대한 사랑은 읽는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책이 끝나는 것을 아쉬워하며,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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