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seph Henrich. 2020. The WEIRDest people in the world: How the West became psychologicaally peculiar and particularly prosperous. Picador. 489 pages.
저자는 인류학자이자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서구문명이 세계의 다른 지역을 앞서게 된 원인을, 서구인의 독특한 심리 특성인 개인주의 individualism 와 이에 따르는 사회제도에서 찾는다. 서구에서 개인주의가 출현한 원인은 씨족 중심의 가족제도가 약화된데 있는데, 이는 기독교의 영향이다.
사람들의 심리구조는 사회와 문화에 따라 다양하다. 여러 심리실험 결과 서구인의 심리구조는 세계의 다른 지역 사람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 서구인의 심리구조는 개인주의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는 개인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며, 개인이 속한 집단 내 혹은 집단간의 관계를 상대적으로 덜 중요시한다. 서구 이외의 사회에서는 모두, 개인주의가 아닌 집단주의, 즉 개인의 지위와 사고와 행동이 소속 집단에 매몰되어 있다.
개인주의를 추종하는 사람은 집단주의를 추종하는 사람보다, 타인에 대한 배타성이 약하며, 다른 집단의 사람과도 쉽게 거래하며, 보편적인 원칙을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하며 universalism, 기회를 찾아 이동하는 것을 꺼리지 않으며, 기존의 가치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험에 개방적이며, 관심이 유사한 사람과 임의적인 조직 association 을 보다 쉽게 형성한다. 이러한 개인주의자의 특성은,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다양한 출처로부터 수집한 아이디어를 결합하여 혁신을 만들어내는데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결국 이러한 심리와 행동 성향은 서구의 도시화와 산업혁명을 낳았다.
서구에서 집단주의가 깨지고 개인주의가 자리잡은 데에는, 역사상 모든 인류사회를 지배하던 씨족 중심의 가족제도가 서구에서만 약화된데 원인이 있다. 인류 역사상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가족과 이의 확대판인 씨족과 부족 집단의 단단한 결합속에서 살아왔다. 자신이 속한 혈연 및 가족 집단과 그렇지 않는 타집단 사람을 구분하고, 후자에 대해 배타적이고 거래를 꺼리는 것은 모든 전통사회의 공통된 특징이다.
서구는 중세초기부터 일관되게 지속된 기독교 교회의 가르침이 가족의 집단결속을 깨는데 기여하였다. 사촌과의 결혼을 금하고, 부계와 모계의 양쪽에 대해 동일하게 친족간 결혼을 금하고, 일부일처제를 강력히 준수하도록 요구하는 기독교의 가르침은 씨족 집단의 약화를 초래하였다. 반면 서구 이외의 사회에서는 사촌간 결혼이 광범위하게 행해졌으며, 모계에 대해 친족내 결혼을 금하지 않았으며, 일부다처제가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기독교의 가르침은 씨족의 집단적 결속을 약화시킨 반면,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핵가족의 출현을 촉진시켰다. 개신교는 구교보다 이런 개인 중심의 가족 규범을 더 강력히 추진했으며, 신과 개인간에 매개자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서, 개인주의적 심성을 더 강화시켰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에 일찍 노출될수록, 친족간의 결혼이 드물며, 친족간의 결혼이 드물수록, 개인주의적 심성이 강하며, 개인주의 심성이 강할수록 경제성장의 정도가 높다.
유럽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기독교에 일찍 접할수록, 친족간 결혼이 드물며, 개인주의 특성이 강하며, 교육과 소득수준이 높다. 반면 중동의 이슬람과 중국의 유교는 가족 집단의 결속을 강하게 유지하는 방향으로 종교가 기여하였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속한 집단 in-group 의 배타성을 깨지 못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는 아이디어의 활발한 교류와 혁신, 모든 사람들을 대응하게 대우하고 동등한 원칙을 적용하는 입헌 민주주의, 등의 서구의 제도가 발전할 수 없었다. 대신 효율보다 연고를 중시하는 연고주의 nepotism, 타집단과의 거래를 꺼리고 차별하는 배타주의가 지배했다.
서구의 민주주의 제도나 경제 규범들이 아프리카나 중동의 전통사회에 수입될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들의 심리 구조가 이러한 제도를 작동하는 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20세기에 동아시아에서 급속하게 서구의 제도와 경제 규범이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사회에 이미 씨족 중심의 집단주의가 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과학의 전반을 아우르는 주제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인류학, 심리학, 사회학, 경제학, 역사학의 기존의 논의와 연구를 포괄하여, 그야말로 거대 이론 grand theory 라고 할만한 것을 제시한다. 개인주의라는 심리 행위 성향이 서구의 성공의 핵심인데, 이것의 바탕에는 기독교의 독특한 가르침이 있다는 주장이다. 인류의 진화를 통해 발전시킨 가족 중심의 집단주의를 기독교가 깨버리는 매우 예외적인 사건이 벌어짐으로서, 개인주의라는 매우 예외적인 심리 행동 성향이 출현하였고, 근대 서구라는 세계 역사상 매우 예외적인 사회 문화가 출현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개인주의'는 지금까지 인류 사회의 성공의 열쇠가 된 셈인데, 앞으로도 그럴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저자는 자신의 이론을 매우 탄탄한 증거로 뒷받침하고 있어서 설득력이 크다. 미국의 별볼일 없는 대학을 나와 하바드 대학 교수가 된 저자의 예외적인 경력이 이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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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K 바다 편집위원회. 2008. 바다: 지구 최후의 미개척지, 바다의 모든 것을 담은 대백과사전. 사이언스북스.487쪽.
이 책은 영국의 Dorling Kindersley Ltd 출판사에서 만든 백과사전이다. 해양에 대한 물리 화학적 메카니즘, 해양 생물, 해양지도의 세부분으로 되어 있다. 해양에 대한 물리화학적 메카니즘과 지구과학적 설명이 흥미로우며, 해양 지도를 찬찬히 훑어보면 새로운 세계를 보는 듯하다. 두번째 파트인 해양 생물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나, 이 부분은 생물체에 대한 단편적인 설명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그림과 텍스트를 시간을 두고 찬찬히 읽으면서, 육지동물인 인간은 바다에 대한 지식이 미약하다는 것을 느끼며,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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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othy Garton Ash. 2023. Homelands: A Personal History of Europe. Yale University Press. 348 pages.
저자는 20세기 유럽을 전공한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유럽이 1945년 이차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에 EU의 출현, 1989년의 베를린 장벽 붕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등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거쳐온 과정과 역사적 의의를 개인적 경험과 역사적 사실을 함께 엮어서 서술한다.
사람들이 성장기에 겪었던 중요한 경험들이 이후 평생동안 그들의 생각과 의사결정을 좌우하면서 역사는 전개된다. 1914년 1차대전을 겪은 세대, 1939년 이차대전을 겪은 세대, 1989년 베를린장벽 붕괴를 세대가 그들의 경험을 전후의 유럽 역사 전개에 투영하였다.
유럽은 국가들 사이에 언어와 문화의 다양성이 크지만, 로마제국에 뿌리를 둔 통일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정체성이 나폴레옹, 히틀러, EU, 등의 사람들의 희망과 정치체에 투영되었다. 그러나 유럽의 역사는 분열의 역사였기 때문에, 완전한 통일체를 구현하려는 역사적 시도는 번번히 내부의 저항으로 좌절되었다. Brexit 도 그러한 역사적 경험의 연장선에 있다.
유럽은 1945년 이차대전 종전 이래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르는 70여년 동안 주요국들 사이에 본격적인 전쟁 없는 평화로운 시기를 경험하였는데, 이는 유럽의 역사에서 매우 예외적인 시기이다. 물론 1990년대에 유고슬라비아가 분열하면서 코소보 전쟁으로 큰 상흔을 남기기는 하였지만, 이는 유럽의 주변부에서 일어난 일로 유럽인 다수에게 큰 기억을 남긴 전쟁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다르다. 러시아라는 핵을 가진 강대국이 이웃 나라를 침략한 본격적인 국가들 사이의 전쟁이다. 국가들 사이에 관계가 힘에 우위에 따라 좌우되는, 제1차대전 이전까지 유럽을 지배한 국제질서가 다시 되돌아온 것이다.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이어 공산권의 몰락은 여러가지 원인이 동시에 겹쳐서 일어난 결과이다. 1970년대까지 공산주의가 자본주의 진영보다 더 잘나가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1980년대들어 공산주의 경제와 권위주의 정치 체제의 모순이 누적되어 균열이 커지기 시작했다. 1980년대 초반 폴란드에서 노동조합이 조직된 것이 중요한 계기이며, 이는 결국 1980년대 후반 자유주의 노조의 민주주의 선거를 통한 집권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주변국들에 연쇄적인 반응을 촉발시켰다. 한편 서독은 동독을 상대로 1960년대 이래 정치적 경제적으로 포용정책을 펴왔는데, 1989년에 헝가리와 체코슬로바키아에게 그 나라의 국경을 통한 동독인의 서독으로의 탈출을 막지 않도록 협력하는 댓가로 경제지원을 하는 것이 결정적으로 동독인의 대규모 탈출을 촉발하였으며, 이것이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러시아에서 고르바초프가 들어서면서 권위주의적 지배를 완화하고 서방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쪽으로 개혁의 물꼬를 튼 것이, 예상치 못하게 동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장악으로부터 벗어나는 힘으로 작용하였다.
유럽은 1991년 소련이 붕괴했을 때의 미래에 대한 낙관을 뒤로 하고, 2000년대 중반이래 쇠퇴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세계화의 결과, 중국 인도 등 제삼세계 국가들이 약진하고, 유럽인들 사이에 불평등이 커지고, 유럽 주위 국가의 사람들이 대거 유럽으로 몰려들고, 경제 성장이 정체하고, 유럽의 중하층의 불만이 높아졌다. EU 안에서도 부자 나라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들 사이에 갈등이 커지면서 유로 위기를 몰고왔다. 급기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중심국가에서까지 극우 민족주의와 권위주의에 대한 지지가 높아지고 유럽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전후 유럽이 추구했던 이상인 리버럴리즘은 각국에서 도전 받고 있다.
저자는 유럽의 미래를 어둡게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유럽이 미국의 방위 보호에서 독립해 홀로 서야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러시아의 제국주의적 확장 위협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단결하여 대응해야 하나, 현재의 모습은 그와는 거리가 멀다. 제삼세계의 정치 경제 비중이 커지면서 세계에서 유럽의 상대적 영향력은 약화 일로이다. 유럽은 화려한 서구문명의 정통 계승자로서 자유와 인권과 민주주의을 옹호하는 리버럴리즘의 보루이기를 지향하나, 유럽 내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실 자유와 개방과 포용을 주창하는 자유주의 이념은 국내에서는 물론 국외 이웃에서 소외와 비참이 지속되는 상황과 함께 할 수는 없다. 기술 발전으로 세계화가 더욱 진척되고, 부자와 빈자사이에 생활과 정보의 거리가 좁혀지면서 이러한 딜레마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다. 유럽이 처한 어려움과 혼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유럽은 평화와 번영을 뒤로하고 새로운 역사적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1945년 이래 시기를 직접 살아온 당사자로서 자신의 개인사와 경험을 역사적 사실과 조합하여 서술하는 이야기 전개 방식을 택하고 있다. 주요 역사 사건에 참여한 본인 및 주변인들의 경험과 인터뷰를 역사 사실에 투영하여 서술함으로서 현장감을 높인다. 역사학자이면서 저널리스트로의 경험이 풍부하게 담긴 이야기 전개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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