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파웰 (장호연 옮김). 2018(2016). 우리가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뮤진트리. 348쪽.
저자는 물리학을 전공한 음악가이며, 이 책은 음악의 심리적 효과에 관해 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요약 정리한다.
음악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쇼핑센타의 배경음악이나 영화의 배경음악은 이런 원리를 이용한다. 음악은 우울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여준다. 지루함을 견디고, 편안하게 쉽도록 돕고, 다른 사람과 유대감을 쌓도록 돕는다.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기분을 좋게하고, 그리움에서 기쁨까지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람들은 친숙한 음악을 선호한다. 한 곡조 내에서도 반복을 선호한다. 시간에 따라 진행하는 청각 경험은 동시적으로 파악하는 시각 경험에 비해서 반복을 파악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음악은 한 곡조 내에서 악기의 구성이나 음에서 약간의 변화를 첨가하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예컨대, AA'BA의 패턴이 일반적이다. 사람들은 과거의 청각 경험을 통해 이미 익숙한 패턴과 흡사한 음의 진행에서 약간 벗어나는 것은 새로운 흥미를 가져오지만, 결국에는 익숙한 패턴으로의 회귀를 기대한다. 이는 한 곡조내에서도 음의 도약이 크면 중간음 쪽으로 회귀하는 음이 이어지는 작곡 규칙에서도 입증된다.
이 책은 음악 심리학 교과서를 요약한 느낌을 준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간간히 이야기를 다채롭게 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저자의 전공분야가 아니어서인지 서술의 깊이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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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Ikenberry. 2020. A World Safe for Democracy: Liberal Internationalism and the Crisis of Global Order. Yale University Press. 311 pages.
저자는 국제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Liberal Internationalism) 의 역사를 섭렵하고나서, 냉전이 종식된 이후 현재의 국제 질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간단히 논의한다.
국제정치이론에서 자유주의 liberalism 는 현실주의 realism 와 대립되는 이론이다. 현실주의는 강대국간의 힘의 역학관계로서 국제질서를 규정한다면, 자유주의는 국가들 사이에 조정과 합의를 통해 형성된 규범으로 국제질서를 접근한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서구의 자유 민주주의 liberal democracy 와 친화적 관계이며, 인류의 안전, 자유, 행복이라는 목표를 추구하는 규범적인 질서이다. 반면 현실주의는 국가들간 무정부 상태에서 상호 역학관계와 안전의 문제에만 촛점을 맞출뿐, 무엇이 옳고 바람직한가에 대한 규범적인 함의는 없다.
서구사회에서 국제주의 internationalism, 즉 국가들이 서로 협의하고 조정하는 전통은, 19세기초 나폴레옹 전쟁이 끝나고 유럽의 열강들이 모여 전후의 질서를 논의한 비엔나 회의에서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한 계몽주의의 정신을 이어받아 19세기에 들어 이성을 존중하고 자유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움직임이 커지고, 영국을 필두로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는 등,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19세기 전기간을 통해 점차 확대되었다. 이러한 19세기의 움직임은 1919년 1차세계대전이 끝난후 열린 파리 강화회의에서, 미국의 윌슨대통령이 민족자결주의, 자유무역, 항해의 자유, 국제연맹의 창설 등의 제안으로 구체화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미국이 국제연맹을 수용하지 않고, 서구 경제가 대공황에 빠지고, 파시즘의 발흥 등으로 위기에 빠졌으나, 제2차 대전으로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몰락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미국은 종전후 세계 최강국으로 발돋움했으나, 과거 유럽과 같은 제국주의의 길을 선택하기보다,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의 주도로 원칙적으로 모든 나라를 아우르는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추구하였다. UN, IMF, World Bank, GATT 등의 기관과 제도가 그런 질서의 뼈대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질서에 소련을 위시한 공산주의 국가들은 참여하지 않음으로서 반쪽의 세계 질서가 되었다. 미국은 자신이 주도한 국제주의 질서의 일원으로서 대체로 규범에 따라 행동하면서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았지만, 때로는 예외적인 존재로서 규범을 벗어난 방식으로 힘을 행사했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서구 유럽에서 1600년대 초반에 벌어진 30년 전쟁의 결과 만들어진 웨스트팔렌 조약을 바탕으로 한다. 즉 영토 존중, 주권존중, 내정간섭 금지 등의 원칙에 입각해, 국제사회에서 각 나라는 서로를 대등하게 대하는 전통이확립되었다. 이러한 질서는 서구 유럽 국가들에게만 해당될 뿐, 유럽 밖의 국가에게는 적용되지 않은 규범이었다.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현대성 modernity 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기술발전, 핵전쟁 위험, 환경파괴, 기후변화, 전염병 확산, 등등, 개별 국가가 단독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주의 국제주의는 반드시 요구된다.
21세기에 들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위기에 봉착했다. 영국의 브랙시트, 미국의 트럼피즘, 민족주의의 확대와 같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부정하는 경향이 선진 산업국들에서 전개되고 있으며, 러시아, 중국, 북한, 이란 등 권위주의 국가들이 국제사회에서 서로 연대하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를 흔들어 놓고 있다. 앞으로 중국이 계속 커지고, 권위주의 체제를 계속 유지한다면, 이는 미국과 자유세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그러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는 현재 위협에 직면해 있지만, 과거 위기에 빠졌다가도 다시 올라선 것 처럼, 앞으로도 그러하리라고 낙관한다. 왜냐하면 자유주의적 국제주의가 지금까지 출현한 어떤 다른 대안보다도 인류에게 더 나은 가치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주의 질서에 대해, 중국이 근래에 어깃장을 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지금까지 그 질서 덕분에 번영하였으며, 지금도 그 질서를 부정하고 무너뜨리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저자의 대학 강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하는데, 중복이 많아서 읽기 힘들었다. 사실적인 서술과 규범적인 서술이 섞여 있고, 정치인의 발언을 인용한 문구가 많아서, 수사적인 부분을 제외한다면, 사회과학적 분석 결과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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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lip Tetlock. 2005. Expert Political Judgement: How good is it? How can we know? Princeton University Press. 238 pages.
저자는 인지 심리학자이며, 이 책은 저자가 정치 전문가들의 미래 예측 행태에 대해 10여년 이상 연구한 결과를 정리하여 제시한다. 결론인 즉, 정치 전문가들의 미래 예측 능력은 그리 크지 않다. 어떤 것에 대해 예측하는가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사고 하는가가 예측의 정확성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이다.
저자는 정치전문가의 사고 방식을 크게 두 부류로 나눈다. 하나는 "고슴도치"(hedgehog)라고 지칭하는 부류인데, 이들은 하나의 큰 원칙이나 이론에 경도하여 세상사를 모두 이것에 끼워맞추려는 성향이 강하다. 또다른 부류는 "여우"(fox) 라고 지칭하는 부류인데, 이들은 특별한 원칙이나 이론은 없으며 벌어지는 상황에 민첩하게 반응하여 수시로 입장을 조정한다. 고슴도치류는 거대 이론에 바탕을 두고 연역적 방식으로 사고하는 반면, 여우류는 사실에 바탕을 두고 귀납적 방식으로 사고한다. 고슴도치류는 자신의 이론과 주장에 대해 확신이 강하며 세상을 보다 단순하게 그리는 반면, 여우류는 세상을 훨씬 복잡하고 확률적으로 생각하며 인간의 세상 인식 능력에 대해 유보적이다.
수백명의 정치 전문가들에게 1980~90년대에 중요한 국제정치경제의 관심사에 대해 구체적인 수치로 예측을 하도록 하고, 예측의 정확성은 물론, 예측 사건이 발생하기 전과 발생한 후에 전문가들의 인식 방법의 차이 등을 분석하였다. 소련의 붕괴, 캐나다의 분열, 남아공화국의 인종차별 정권의 종말, 유럽 통합의 미래, 한반도를 포함한 핵전쟁 가능성, 경제 위기, 등등 100개 이상의 질문에 대해 예측 자료를 수집하였다. 분석 결과 여우류의 전문가가 고슴도치류보다 미래 예측이 정확했다. 그러나 어느 전문가들보다 타임시리즈 통계 모델로 미래 확장 예측(extrapolation)을 했을 때 예측의 정확도가 훨씬 높았다. 그 분야에 대해 오랫동안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제법 안다고 하는 전문가보다 단순한 수치들의 귀납인 통계 분석이 훨씬 정확한 것은 아이러니이다.
전문가들은 자신이 예측한 사건이 실제 발생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사안이 발생하기 위해 전제가 되는 조건이 만족되지 않았다거나, 거의 그렇게 될 뻔했다거나, 예측한 사건이 아직 일어나지 않았을 뿐이라거나, 위험한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실재보다 더 크게 예측한 자신의 태도가 옳았다거나, 등등으로 자신의 틀린 예측을 정당화한다. 예컨대 캐나다의 프랑스어권 퀘백주가 영어권 지역으로부터 분리되리라는 예측에 대해, 1991년 국민투표 결과 51%가 분리를 반대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 결과를 두고 캐나다의 분열을 예측한 전문가의 생각이 틀렸다고 반박하기는 매우 어렵다. 왜냐하면 투표 이전에 어떤 상황이 다르게 전개되었다면 국민투표 결과가 다르게 나왔을 수도 있다. 또한 51%의 투표 결과는 샘플링 에러의 범위내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즉 만일 투표를 통계적으로 독립적으로 여러번 한다면, 그중 분리를 찬성하는 결과의 투표가 발생했을 수 있는데, 현실에서는 한번밖에 투표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사건이 어떻게 귀결되었는가는 순전히 우연일뿐이다.
예측이 틀릴 수 있는 다양한 사유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예측의 정확성에서 여우류는 고슴도치류보다 일관되게 앞선다. 또한 자신의 예측 사건과 관련된 인접 사안이 발생했을 때, 여우류는 자신의 예측치를 수시로 조정하는 반면, 고슴도치류는 일단 자신이 한 예측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여우류는 자신의 예측이 틀릴 수 있음을 항시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신의 예측을 수시로 수정하는 데 꺼리낌이 없는 반면, 고슴도치류는 자신이 옹호하는 이론과 그에 따른 예측에 대해 강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변해도 좀처럼 입장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물론 일반 대중들에게도 고슴도치류가 여우류보다 인기가 높다. 사람들은 자신이 옹호하는 이념이나 진영에 부합하는 말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그런 사람의 주장에 쉽게 귀를 기울인다. 반면 불확실한 세상을 전제로 하고 여러 유보적인 조건을 달면서 불확실한 예측을 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사람들은 확실한 세계관과 확고한 주장을 복잡한 세계관과 애매한 주장보다 선호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정치 전문가의 의견을 경청하는 동기는, 그들의 주장의 사실성 못지 않게 그들의 주장의 오락성을 사기 때문이다. 정치 정문가의 세계에서 객관성은 그리 존중받는 덕목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정치 전문가들은 자신의 주장이 명확하게 틀리거나 맞는지 판명할 수 있도록 미래 예측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의견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분명히 알기는 어렵다.
이 책은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방법론적으로 세세한 부분까지 설명하면서 제시하기 때문에 읽기가 힘들었다. 사회과학 연구방법론과 통계학의 배경 지식이 상당해야 이해되는 부분이 많다. 일반적인 교양서의 범주에 들지 않는 책이다. 기술적인 면을 조금 걷어내면, 그의 주장이 훨씬 흥미로울 것 같다. 물론 그러면 다른 책이 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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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 Markovits. 2019. The Meritocracy Trap: How America's foundational myth feeds inequality, dismantles the middle class, and devours the elite. Penguin Press. 286 pages.
저자는 법학자이며, 이 책은 현재 미국에서 업적주의(meritocracy)가 지배하는 환경이 낳는 심각한 문제를 서술한다. 업적주의는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키며, 중류층을 없애고 사회양극화를 촉진시킨다. 업적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현재의 사회 분위기는 엘리트층과 중류층간 간격을 벌리고, 엘리트의 계층 지위를 후세대로 세습시킴으로서 미국을 계층지위가 세대를 넘어 고정되는 카스트 사회로 만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업적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은 물론 업적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에게도 지나치게 큰 부담을 안겨준다.
1980년대 이래 미국에서 소득 상위 1% 층과 나머지 사람들 사이에 소득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들 상위 1% 층은 최고의 전문가 직업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기업의 고위 경영자, 투자금융회사의 금융 전문가, 유명 법률회사의 변호사, 전문 분야의 의사, 컨설팅 회사의 임직원, 기술 스타트업의 임직원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높은 인적 자본을 활용하여서 회사에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 그 일부를 자신의 소득으로 챙긴다. 이들의 연봉은 수십억에서 수천억원에 달한다. 과거 귀족사회나 산업사회의 지배층인 귀족과 자본가들은 토지나 공장을 소유하고, 타인으로 하여금 일하게 하고 자신은 놀면서 엄청난 소득을 향유하는 유한계급이었다. 반면, 20세기 후반에 새로이 등장한 엘리트 전문인들은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며, 최고의 학교에 들어가 최고급의 기술을 획득하고, 이 기술을 활용하여 매우 복잡한 일을 수행하고 엄청난 부를 창출해 낸다. 이들은 누구보다 높은 능력과 노력으로 높은 생산성을 올리며, 그에 대한 보상으로 높은 소득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1980년대 이래 정보기술과 운송 기술의 발달 덕분에, 전에는 가능하지 않은 정도로 매우 복잡한 일을 체계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 덕분에 출현한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당 50~100 시간을 투입하는 엄청난 노동으로 자신을 혹사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일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이러한 엘리트들은 엄청난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올라섰다. 그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자신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경쟁을 뚫고 엘리트로 선발되도록 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엄청난 관심과 투자를 쏟아붓는다. 엘리트 부모의 엄청난 투자는 실제 그들의 자녀가 우수한 학교에 들어가고,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학교 졸업후 자신과 같은 엘리트 전문인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반면 중류층은 자녀에게 큰 투자를 하지 못하므로, 중류층의 자녀는 엘리트 전문인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미국의 명문 사립 대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의 대부분이 부모가 부자이며, 등록금이 엄청난 사립 혹은 부자 동네의 공립 초중등 학교를 나왔다는 사실이, 미국 사회의 엘리트 지위가 교육을 매개로 하여 세대간 전승되고 있음을 지시한다. 엘리트 자녀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엄청난 정신적 압박을 받고 학교를 다니며, 그들이 명문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와도, 다시 좋은 직장에서 엄청난 경쟁과 일의 압박 속에서 살아간다.
이러한 경쟁에서 배제된 중류층 이하의 사람들은 경쟁에 패배한 것으로 인한 실망과 좌절 속에서 살아간다. 1980년대 이래 정보기술과 기계화 덕분에 중간 관리층이 줄어들고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중류층의 삶은 과거보다 불안정해졌다. 그들은 불안전 고용과 실직 등으로 노동하지 않는 유휴시간이 늘었으나, 이것이 삶의 질의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미국 사회층의 양극화는 심화되어, 엘리트와 엘리트 아닌 사람들 사이에 소득은 물론 삶의 모든 측면에서 서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사는 곳, 일하는 방식, 자녀를 키우는 방식, 자녀가 다니는 학교, 가족의 안정성, 소비 물품, 여가를 보내는 방식, 정치적 성향, 종교 활동, 가치관, 등 모든 면에서 엘리트와 엘리트 아닌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다.
현재 미국 사회의 소득 불평등도는 1920년대 후반 대공황이 일어났을 때에 근접하고 있다. 미국의 중하층은 엘리트들을 부도덕하고 이기적이며 건방진 사람들이라고 비난하고, 엘리트들은 중하층을 무능하고 노력하지 않고 절제할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경멸하면서, 서로 간 반목이 심하다. 미국의 금권주의 정치 풍토에서 엘리트들은 정부를 장악한 반면, 중하층은 이러한 정부에 등을 돌렸다. 결국 도날드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주의자의 선동이 대중에게 먹혀들고, 정치의 합의 도출 기능이 마비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한 나라에 살면서 엘리트와 엘리트 아닌 사람들이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서로 반목하는 지금의 상황이 지속되면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인류의 과거에서 높은 불평등은 결국 전쟁 혹은 혁명을 통해서만 해결되었다.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하는 업적주의를 벗어나 대안이 있는가? 저자는 이 부분에서는 그리 설득적인 논의를 전개하지 못한다. 저자는 업적(merit) 자체가 사회 환경에 따라 가치가 주어지는 것이므로, 사회적으로 높은 보상이 업적과 함께 해야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엘리트들이 다니는 명문 사립대학은 그들이 보유한 엄청난 규모의 펀드의 수익을 활용하여 재학생들에게 크게 투자하고 이것이 높은 교육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에, 명문 사립대에 입학 문호를 넓히도록 정부가 압력을 넣어야 한다. 엘리트 직장의 일 중독 문화가 임직원의 높은 수입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들에게 일을 덜하도록 제도적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 책은 미국 사회의 소득의 양극화, 특히 고급 전문직의 높은 수입과 그들의 지나친 일 중독 및 엄청난 자녀 교육 투자에 논의를 집중한다. 책의 대부분을 이러한 현상을 서술하는 데 할애한다. 그의 서술에는 몇가지 약점이 보인다. 첫째, 그는 업적주의 사회의 승리자(meritocrats)로 엘리트, 부자, 최고노동자 등을 언급하는 데, 이 집단의 범위가 모호하다. 엘리트 집단과 중류층 이하 사람들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는 것을 강조하면서, 때로는 엘리트 집단의 범위를 대학 졸업자, 전문 대학원 졸업자, 아이비리그 대학 졸업자, 상위 0.1%, 상위 1%, 상위 5%, 상위 10% 등, 가용한 통계에 따라 수시로 조정한다. 그가 주장하는 엘리트의 독보적인 소득이나 배타적 삶의 방식이, 계층지위에 따라 낮아지면서 연속선을 그린다면, 그의 주장의 근본, 즉 양극화된 사회라는 주장은 무너진다. 둘째, 그의 서술은 전적으로 미국 사회에 한정해 있는데, 그가 지칭하는 엘리트들은 세계화된 사회 속에서 높은 지위를 획득한 사람들이다. 미국의 엘리트 전문인은 대부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다국적 비즈니스 분야에서 활동하고 그로부터 높은 소득을 거둔다. 예컨대 빌게이츠가 엄청난 부를 획득한 것은 세계화된 시장 속에서 그의 능력과 노력이 독보적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업적주의 보상체계는 미국 사회에 한정해서는 파악하기 힘들다.
셋째,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하는 업적주의가 큰 소득 격차와 사회 양극화를 낳고 있다면, 그 대안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없다. 그가 제시하는 대안이라고 하는 것은 아마추어 수준이다. 인류의 과거는 부모의 지위에 따라 자동적으로 지위를 배분하는 방식인 카스트나 귀족 사회, 정실에 따라 지위를 배분하는 방식, 부모의 재산과 사업을 자식이 물려받는 방식이 지배했다.이러한 방식보다는 능력과 노력에 따라 보상하는 업적주의가 그나마 낫다. 그러나 저자가 지적했듯이 업적주의 또한 세대간 엘리트 지위의 전승을 근본적으로 틀어 막을 수 없다. 왜냐하면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기 때문에, 엘리트들은 자신의 능력과 노력의 노하우를 전력을 다해 자녀에게 전승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지위를 자녀에게 전승한다.
실용주의 철학자인 마이클 샌델은 업적주의의 폐해를 막기위해, 업적과 보상을 극단적으로 연결시키는 순수한 업적주의 방식을 부분적으로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업적의 가치를 어느 정도는 인정하되, 이것 이외에도 사회와 삶에 가치있는 다양한 기준을 동시에 인정한다면, 개인의 업적에만 전적으로 보상을 몰아주는 현재의 업적주의 보상체계는 타당하지 않다. 국가가 관여하여 다양한 가치에 따른 보상의 균형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그에 따라 각 가치에 따른 행동에 대해 보상이 적절히 돌아가도록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는 이러한 방식을 사회 민주주의적 방식이라고 지칭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능력과 노력에 따른 영리 행위의 업적에 대해 높은 세금을 매겨, 이 세금으로 다른 가치 행위에 대해 보상을 해준다는 발상이다. 샌델의 사회민주주의적 보상 체계에 설득력이 있지만, 사실 현재의 상황은 업적주의를 약화시키기보다는 업적주의를 더 충실히 적용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미국을 포함한 세계 모든 사회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이 제대로 보상되지 않으며, 이것이 더 큰 사회 문제를 낳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재 미국의 엘리트 전문인들의 소득, 일, 교육에 대해 상세하게 서술한다는 점에서는 가치가 있다. 그러나 서술이 지나치게 반복적이라 읽는 것이 매우 지루했다. 양극화와 엘리트 중심 업적주의의 폐해에 대해서는 말을 많이 하지만, 그렇다면 대안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책의 맨 끝에서 간단히 언급하고 끝 맺어서 허탈했다. 대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담기지 않은 비판이라면 비판의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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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Bradford DeLong. 2022. Slouching Toward Utopia. Basic Books. 536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1870년에서 2010년까지 서구,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사를 서술한다.
1870년대는 맬더스의 주장, 즉 생산성의 증가가 인구 증가를 앞지를 수 없기 때문에, 인류는 빈곤과 비참속에서 간신히 생존을 지속하는 삶을 영위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주장이 틀리게 된 시점이다. 인류는 조직적 연구를 통한 기술 발전 (research and technology)과 대규모 경영 조직(large corporation)의 주도 덕분에 생산성 증가가 인구 증가를 앞서게 되었으며, 이후 생존 수준을 넘어선 풍요를 구가하게 되었다.
1870년 이래 엄청난 부의 창출을 이끈 또 다른 요인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이다. 시장은 모든 참여자의 아이디어를 모으는 (crowdsourcing) 기제이며, 다른 어느 체제보다도 효율적으로 자원을 배분하는 기능을 수행함으로써 인류가 이전에는 보지 못한 규모의 부를 만들어 내었다. 자본주의 경제는 전체 부의 규모는 크게 높이지만 분배의 문제는 잘 해결하지 못하는약점을 안고 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시장 가치를 최고의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인간의 다른 여러 욕구와 권리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 시장이 인간을 위해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시장을 위해 기능하는 주객 전도 현상을 초래하였다. 칼 폴라니는 사람들은 공동체에 대한 욕구, 자신의 능력에 맞는 일을 할 권리, 인간적으로 취급될 권리 등, 시장 가치로 평가되기 어려운 욕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추구하는 유토피아는 칼 폴라니가 주장하는 그러한 가치와 권리가 모든 사람에게 보장되는 사회이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만들어낸 분배 체계는 갈등을 초래하며 때때로 대공황과 같은 혼란을 겪게 된다.
1870년에서 1차대전이 발발한 1914년까지 서구의 경제는 엄청난 부를 창출하였으나, 자체의 모순 때문에 큰 전쟁과 대공황을 겪었다. 대공황을 거치면서 서구 자본주의는 사회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고 시장의 문제를 어느 정도 완화시켰다. 사회보장제도, 정부의 개입에 의한 시장 조정, 정부 재정을 통한 경기 변동의 완화, 등 케인즈의 경제학은 서구 자본주의의 핵심으로 편입되었다. 그 결과 1945년 이차대전 종전 이래 1970년대 초반까지 약 30년간 서구 경제는 다시 엄청난 풍요의 시대를 맞았다.
1970년대에 중동발 자원민족주의의 충격파는 서구 경제를 심각한 침체로 몰아 넣었다. 미국 경제는 1980년대 산업 구조 조정과 신자유주의적 시장 경제 강화 정책에 힘입어 다시 회복했으며, 1990년대에 정보통신기술과 콘테이너 운송 기술 발달이 가져온 세계화의 선두에서 생산성 혁신을 이끌면서 다시 엄청난 부를 만들게 되었다. 그러나 세계화로 형성된 국제분업체계는 고부가가치 분야를 서구 특히 미국이 독식하면서, 세계의 부가 선진국의 소수에게 집중하는 경향을 심화시켰다. 개발도상국들 또한 세계화가 만들어낸 국제분업체계에 편입되어 혜택을 보게 되면서, 세계의 빈곤인구는 놀랄만한 속도로 줄어들었다.
21세기에 들어 세계는 유토피아로 나아가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아니다 라고 뚜렷이 말한다. 자본주의 경제는 부를 만들어내는 능하지만, 인간의 다양한 욕구와 권리를 충족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편 분배 문제에서 강점을 보인 사회민주주의 체제는 1990년대 이래 지속적으로 부를 만들어내는 데 실패하여 신자유주의에 의해 대체되었다. 세계 경제의 부를 계속 증가시키면서 어떻게 모든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효과적으로 충족시킬지 하는 질문에 대해, 인류는 아직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다.
이 책은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20세기의 변화를 검토한다는 면에서 역사학자의 경제 변화에 대한 서술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저자는 자신의 리버럴한 입장을 서술의 곳곳에서 많이 표출하고 있다. 약간 냉소적이며 비유적인 표현을 많이 쓰기 때문에, 저자가 뚜렷이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불확실한 문구가 많다. 읽기 쉬운 책은 아니며, 혹시나 하고 끝까지 참고 읽었지만 별반 통찰력을 얻지 못했다. 저자는 칼 폴라니를 추종하는데, 어떻게 세계 경제가 칼 폴라니가 제시하는 대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전혀 아이디어가 없다. 세계 경제가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저자 스스로 자신도 잘 모르겠다고 솔직히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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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oka Mody. 2023. India is Broken: A People Betrayed, Independence to Today. Princeton University Press. 411 pages.
저자는 인도계 미국인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인도가 독립이래 최근까지 걸어온 정치경제 상황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한다. 저자는 인도가 정치와 경제 모두에서 매우 부정적인 방향으로 전개해왔다고 비판한다.
제이차대전 이후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고, 네루가 수상으로서 1960년대 중반까지 인도의 정치 경제의 기초를 닦았다. 네루는 인도인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은 지식인이었으나, 그는 전후 인도의 경제를 일으키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네루의 잘못은 여러가지인데, 그의 잘못된 정책은 이후 인도를 그릇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네루의 주요한 잘못을 요약하자면, 첫째, 그는 정부 주도로 중화학 공업 중심의 경제성장 정책을 추진했는데, 이는 인도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정책이었다. 인도는 농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며, 엄청난 수의 교육을 받지 않은 실업 인구를 안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는 산업인, 노동집약적인 경공업 산업을 우선적으로 일으켰어야 한다. 중화학 공업은 고용을 크게 창출하지 않았으며, 가뜩이나 빈약한 보유 외화를 비싼 고급 기계를 사는 데 지불하여 외환위기를 초래하였다. 두번째 잘못은, 인구의 절대다수가 문맹인 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전인구에게 기초 교육을 시키고 그들의 보건 수준을 높이는 정책을 우선적으로 추진했어야 한다. 네루는 말로만 서민을 걱정했을 뿐, 교육과 보건에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 그결과 인도의 인적 자본 축적이 빈약하여, 이후 경제를 성장시키는 기초 토양이 계속하여 부실한 상태에 머물렀다. 네루는 초등교육에 투자하는 대신 고등교육에 재정 지원을 더하는 모순된 행태를 보였다. 셋째는, 사회주의 노선을 택하면서 중앙계획 경제 정책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국가의 허락을 필요로 하고 세세히 간섭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러한 통제 정책은 부패와 비효율을 극에 달하게 하였다. 넷째는 높은 관세장벽과 수입 제한정책을 통해 수입대체 산업화 전략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국내 생산 업자의 생산성 향상을 막고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렸으며, 결과적으로 인도 경제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하였다.
1960년대 중반 네루가 힌두교 극단주의자의 총에 쓰러지고 그의 딸인 인디라 간디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받아 수상과 정치 실력자로서 15년 이상 인도의 정치 경제를 이끌었다. 그녀는 네루와 같은 국민의 절대적 존경을 받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중영합적인 정책과 권위주의적 통제를 휘두르면서 권력 유지에 집착하였다. 그녀는 대자본가와 영합하여 권력을 유지하면서, 경제가 정체되고, 인도 사회와 정치 전반에 부패와 폭력이 난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그녀가 집권하는 동안 정치인들의 부패가 매우 심했다. 정치인들은 엄청난 정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결과 검은 돈으로 충당하는 인도의 선거비용은 미국의 선거비용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게 되었다. 그녀는 엄청난 규모의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경제정책이나 서민들의 교육 수준을 높이는 정책은 전혀 구사하지 않고, 대신 가난한 사람들을 돈으로 매수하는 방식으로 정권을 유지하였다. 삶이 매우 고단한 서민들은 고질적인 인도 사회의 병폐인 힌두교와 이슬람교의 갈등과 카스트 간의 대립 구조에서 쉽게 선동되었다. 정치인들은 종교적 대립을 선거에 악용하였으며, 가난한 사람들은 힌두교 민족주의자의 선동에 휩쓸려 이슬람교도를 대규모로 살해하고 이것이 다시 보복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였다.
결국 1970년대 석유파동이 촉발시킨 경제위기 때문에 인디라 간디는 실각하였으며, 독립 이래 인도의 정치를 독점한Congress Party 는 국민의 신임을 잃었다. 대신 힌두교 민족주의를 옹호하는 정당이 부상하여 현재 모디 Mody 정부에 이르기까지 집권하고 있다. 간디와 이후 네루가 이끈 Congress Party는 정교 분리를 원칙으로 하였으며, 인도의 힌두교 세력의 압력에 대해 굴복하지 않고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였다. 그러나 이후 들어선 힌두교 민족주의 지도자가 이끄는 정부는 힌두교를 편파적으로 옹호하였으며, 이슬람 교도를 박해하는 정책으로 일관하였다. 현재의 모디 수상은 그가 주정부의 수반으로 재직할 당시 힌두교도들이 이슬람교도를 대규모로 살해하는 것을 방조한 장본인이며, 현재도 극단주의 힌두교도들의 입장에 동조하는 메시지와 행동을 종종 보인다.
인도는 1980년대 초반 대외적으로 경제를 개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독립부터 이어오던 폐쇄주의 경제 정책을 마침내 수정한 것이다. 그러나 동아시아와는 달리 제조업을 육성하는 대신, 금융과 건설업을 중심으로 경제 성장 정책을 운용하였다. 그 결과 많은 가난한 실업자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한 대신, 소수의 권력과 영합한 산업가들과 부패한 관료들이 부를 축적하여, 극심한 양극화를 초래하였다. 1990년대 들어 소프트웨어 산업, 콜센타, 제약 산업 등에서 서구에 대한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덕분에, 대외적으로 신인도가 높아지고 인도가 신흥경제 국가 emerging economy 의 총아로 등장하였다. 그러나 이는 소수의 고급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갈뿐 가난한, 대중 전반에게는 충분한 일자리를 가져다 주지 못했다.
저자는 인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가지를 제안한다. 첫째는 교육과 보건에 대한 정부 지출을 늘리는 일이다. 인도의 교육은 양과 질 모두에서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이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 특히 여성의 교육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여성이 교육을 받으면 출산율이 줄고, 경제활동참여율이 높아지고, 자식들의 교육과 건강 등 모든 면에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둘째는 중앙정부의 통제 체제가 부패와 외곡을 낳았기 때문에, 지방 정부에 과감하게 중앙정부의 권한을 이양하여, 시민사회의 참여에 의한 밑으로부터의 효율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도 정치와 경제의 부정적인 측면에 촛점을 맞추고 일관되게 비판한다. 이는 아마도 미국에서 활동하면서 선진국과 비교해 인도를 바라보는 시각이 낳은 한계인듯 싶다. 가난하고 낙후된 나라를 외부에서 보면 그런 모습만 우선 보인다. 인도가 낙후된 상태로부터 어떻게 지금의 단계까지 발전하여 왔는가를 객관적으로 분석하기보다는, 인도의 정치와 경제의 문제를 통렬히 비판하는데 주력한다. 이 책만 읽으면 인도의 정치경제가 어떻게 현재의 발전 단계에 이르게 되었는지, 왜 외국의 투자가들이 인도를 신흥경제 국가의 총아로 지목하면서 투자를 집중하는지 알길이 없다. 그는 이러한 외부의 평가가 과장되며 인도의 허상을 보고 있다고 하지만, 외국의 투자가들이 그렇게 쉽게 속아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다. 인디라 간디는 도덕적으로 타락하였으며, 이후의 지도자들은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부패를 더 심화시켰다고 하는데, 저자의 말이 맞다면, 인도의 정치 경제는 1960년대 이후 과거보다 더 추락하였어야 하지만 경제 지표를 보면 그렇지는 않다. 그는 수시로 발생하는 사건들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계속 인용하면서 서술하는데, 이는 전체 그림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어렵게 한다. 독립 이후부터 지금까지 부정적인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음을 신문 기사를 연이어 읽듯이 계속 나열하기 때문에, 후반으로 갈수록 서술을 따라가기 힘겹다. 유사한 사건의 반복이 계속되기 때문이다. 인도가 가난하고, 부패했으며, 종교적 갈등이 난무하기 때문에 정치경제나 도덕적으로 매우 열악한 상황이라는 것을 거듭 말하는 것보다는, 그러한 상황이 어떻게 왜 변화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데 더 노력을 기울였어야 한다. 그의 말을 정말 믿는다면 인도는 미래가 없는 나라인데, 과연 그럴까? 그는 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서 "희망" hope 이란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의 책 어디에서도 희망의 징표를 읽을 수 없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생각은 그가 매우 꼬장꼬장한 "꼰대"일거라는 이미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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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환. 2023. 내면소통: 삶의 변화를 가져오는 마음근력 훈련. 인플루엔셜. 713쪽.
저자는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한 학자이며, 이 책은 크게 두부분을 나누어진다. 첫째는 뇌과학의 연구결과 소개이며, 둘째는 명상의 효용과 실천방법을 설명하는 것이다. 저자는 명상의 효용이 뇌과학의 연구 성과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뇌의 능력을 인지적 능력과 비인지적 능력으로 구분할 때, 어떤 일을 성취하기 위해서건 인지적 능력 못지 않게 비인지적 능력이 중요하다. 비인지적 능력은 자기 통제력, 대인관계 통제력, 동기부여의 세개로 구성된다. 학습을 통해 인지적 능력을 향상하듯이, 비인지적 능력 역시 훈련을 통해 향상시킬 수 있다. 저자는 명상이 그 방법이라고 역설한다.
인간의 자아는 외부로부터의 감각 뿐만 아니라 내부로부터 오는 감각을 처리한다. 이러한 감각이 쌓여서 이야기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자아라고 지칭하는 '기억자아'이다. 한편 순간순간 발생하는 내외부로부터의 감각과 정보를 처리하는 자아는 '실천자아'이다. 이러한 정보를 처리하려면 이러한 작업의 준거를 제공하는 배경이 필요한데, 이를 '배경자아'라 한다. 배경 자아는 의식 수준에 떠오르지 않지만, 항시 그때그때의 정보와 감각에 의미를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명상은 이 배경자아를 살피는 작업이다.
자신의 내부 감각을 스스로 거리를 두고 관조하는 훈련, 즉 자세를 바로하고 앉아, 호흡을 통제하면서, 의식의 집착을 멈추고 자신을 성찰하는 방식으로 명상을 하면, 앞에 언급한 비인지적 능력이 향상된다. 불교의 명상, 인도의 요가, 태극권 등은 방법만 약간씩 다를 뿐, 모두 동일한 원리에 따르는 것이다. 자신의 내부의 감정을 관조하는 가운데, 자기 자신과 외부에 대한 통제력이 생기며, 자신의 감정의 굴곡이나 외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자신의 연구 성과를 명상 실천에 적용하여 큰 성공을 거둔 듯하다. 그는 유튜브로 자신의 이론을 설파하여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의 유튜브를 보면, 저자는 확신에 차있으며, 이렇게 좋은 것, 이렇게 분명한 것을 보다 많은 사람이 누리도록 힘쓰는 사명감에 불타는 듯하다. 그러나 이 책 자체는 산만하고 반복이 많아 읽기 매우 어렵다. 여러 유명한 사람들이 그의 책을 추천하고 있는데, 그들이 과연 책을 읽고 추천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솔직히 나는 그의 설법에 별반 감동되지 않았다. 자기 확신에 찬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 삐딱한 성향의 나에게 문제가 있는 것인지, 혹은 그의 설득력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어떻든 저자가 많은 연구와 실천을 축적한 사람임은 분명하다. 그의 뇌과학 지식은 꽤 깊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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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 2023.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 교보문고. 334쪽.
저자는 작가이며, 이 책은 한국 사회에서 근래에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진단한다. 그는 지극히 개인주의적 인간인 핵개인이 늘어나고 앞으로 한국사회를 지배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집단과 조직이 아니라 개인이 세계의 중심인 세상이 출현하는 것이다.
과거 한국사회는 집단주의 문화가 지배했다. 국가, 회사, 친족, 가족 등의 집단이 개인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개인의 삶의 기회를 좌우했다. 피라미드식 권위주의적 위계관계가 지배하는 사회였다. 집단내에서 차지하는 지위에 따라 사람들 사이의 관계가 설정되었다. 장유유서, 연공서열, 선후배, 남존여비, 등으로 지칭되는 상하관계만 존재할 뿐, 수평적인 관계는 드물었다. 능력보다는 나이와 경력이 우선시되며, 효율과 창의성보다는 전통과 기득권이 지배하였다.
근래에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러한 과거의 틀은 도전받으며 조금씩 바뀌고 있다. 요즘의 젊은이들은 효율과 창의성을 중시하며, 능력에 따른 보상을 요구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사회가 세계화되고 서구사회의 기준을 수용하면서 시작되었다. 집단보다는 개인의 삶을 우선시하며, 집단의 권위와 전통을 따르기보다 창의와 효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은, 과거의 질서를 고수하려는 구세대 사람들과 곳곳에서 부딛친다. 근래에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기술 변화가 빨라지면서, 오랜 경험의 가치는 땅에 떨어졌다. 이제 개인은 집단의 도움없이도 컴퓨터, 인터넷,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조직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중간관리자의 역할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한국에서도 세계적 경쟁에 노출된 회사들은 이러한 변화를 상대적으로 빠르게 수용하고 있다. 조직의 위계 체계를 축소하여 팀제로 전환하고, 경험보다는 능력을 우대하고, 회사내에서 인재를 양성하기보다는 당장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을 영입하여 그에 합당한 보상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평가체계를 다면화하고 투명하게 하여, 기존의 집단적 권위가 들어설 자리를 없애버리고 있다. 조직 내에서 개인은 자신의 역량만큼 보상받으며, 조직은 그 개인을 필요로하는 동안 필요로 하는 만큼만 우대하는 유연한 고용시스템이 등장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개인주의 포트폴리오 사회 individualistic portfolio society에 사람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에서 잘 살아갈려면, 개인은 자신의 가치를 항시 의식하고 행동하며, 기술과 사회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을 계속 업데이트하여 자신의 시장 가치를 유지하는데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은 전통적 집단주의 가치에 익숙하고 이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나이든 사람과 조직의 상사들이 버티고 있지만, 이들은 조만간 새로운 개인주의 가치로 무장한 젊은 사람과 조직의 신입 세대들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핵개인의 사회는 그리 새로운 주장은 아니다. 서구는 이미 그가 주장하는 핵개인 즉 개인주의 문화가 지배하는 사회로 이전한지 오래기 때문이다. 근래에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례를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대중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 컴퓨터 사이언스의 전문지식과 다음소프트의 부사장이라는 그의 경력도 그의 인기에 한목하는 것일테고. 경직된 개념과 문장을 구사하기 때문에 그의 글을 읽는 것은 그리 즐겁지 않았다.
개인이 중심인 서구 사회에서도, 각 개인의 삶에서 국가와 조직의 중요성은 여전히 대단하다는 사실에서, 개인 중심의 사회를 외치는 사람들의 주장은 한계가 있다. 국가와 조직이 개인의 삶을 제약함은 물론, 개인이 단독으로 할 수없는 많은 일을 사람들은 국가와 조직을 통해 해낸다. 많은 남녀의 친밀한 관계가 기존의 가족의 틀을 벗어나고 있지만, 부모 모두의 협동적 투자를 받은 자녀는 그렇지 않은 자녀보다 사회적으로 훨씬 더 많이 성취한다는 사실이 당분간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신체적, 정신적, 기술적 능력이 한창때인 젊은 시절에는 유동적인 지위를 선호하지만, 인생의 사이클에서 그렇지 않은 때에는 안정을 선호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에, 개인중심의 포트폴리오 사회에 모든 사람이 동조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개인 중심의 사회에 전개되는 치열한 경쟁의 폐해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적 공동 부양 장치를 보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러한 장치를 유지하는 데에 누가 돈을 댈 것인가는, 개인 중심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더욱 골치 아픈 문제가 될 것이다. 한국 사회가 서구의 영향을 받아 앞으로 개인의 중요성이 확대될 것은 분명하지만, 개인 중심의 사회가 수반하는 문제도 적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한국에서 개인중심주의가 어떤 속도로 얼마나 확대될지를 구체적으로 예견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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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Lewis Gaddis. 2018. On Grand Strategy. Penguin Books. 313 pages.
저자는 냉전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이며, 이책은 그의 방대한 역사 지식과 독서를 배경으로 하여 지도자와 정치에 대해 떠오르는 생각을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으로 서술한다. 예일대에서 같은 제목으로 학생들에게 가르친 강좌의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그리스와 페르시아의 전쟁, 로마시대에 옥타비안이 황제가 되는 과정, 영국과 스페인의 아메리카 식민지 통치 방식 비교, 히틀러와 나폴레옹의 러시아 정벌,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 헌법 개정, 러시아의 일차대전 참전과 공산주의 혁명, 등 서구의 역사 전체를 아우르는 다양한 사례들이 언급된다.
지도자는 여우와 고슴도치 fox and hedgehog 라는 두 유형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여우는 디테일에 강하며 여러 변수를 고려하여 움직이는 유형인 반면, 고슴도치는 한가지의 큰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는 유형이다. 현실에서는 예기치 못한 복잡한 여러 변수들이 작용하기 때문에 한가지의 아이디어를 우직하게 밀어붙이면 낭패하기 쉽다. 그렇다고 예상되는 모든 변수들을 고려한다면 강력한 추진력을 동원하여 일을 도모할 수 없다. 훌륭한 지도자는 이 두가지 성향을 동시에 품고서, 경우에 따라 유연하게 두 원칙을 적용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지도자가 현명한 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패턴을 암기하고 따를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 이러한 능력은 역사의 중요한 시점에 왜 어떤 결정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가 어땠는지를 검토하는 훈련을 통해 양성할 수 있다. 마치 운동선수가 코치의 지도로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훈련을 받고, 실전에서 이러한 능력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
페르시아의 황제는 그리스 침공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그의 참모의 조언을 무시하였다. 그는 예상되는 어려움을 모두 고려한다면 어떤 일도 도모할 수 없다고 하면서 침공을 결행하였다. 예상대로 큰 어려움에 봉착하여 결국 패하고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 고슴도치 유형의 지도자가 실패한 대표적 사례이다.
로마시대에 시저 황제의 양자였던 옥타비안은 시저가 죽은 다음, 그가 왕위를 물려받도록 한 유언에도 불구하고 바로 왕위에 오르지 않았다. 그당시 강자였던 앤토니 및 시세로와 권력을 나누는 선택을 하였다. 이후 서서히 힘을 키워서 하나씩 강자를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최종적으로 권력을 장악하였으며, 오랜 재임 기간 동안 훌륭한 통치를 한 황제로 기억되었다.
영국과 스페인은 아메리카 식민지의 통치 방식이 달랐다. 영국은 식민지의 지역 상황에 맞추어 유연하게 적용하도록 하는 통치 방식을 택한 반면, 스페인은 식민지 모국의 정책을 식민지 전체에 경직적으로 적용하는 통치 방식을 택하였다. 영국의 식민지는 종교의 다양성을 허용한 반면, 스페인은 카톨릭의 엄격한 원칙을 식민지 사람들 모두에게 강요하였다. 그 결과 식민지와 모국 사이에 갈등이 벌어졌을 때, 영국의 식민지는 공화정이라는 유연한 정치체제로 통일되고 안정된 독립국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반면, 스페인의 식민지는 지역의 독립된 정치력이 부족했기 때문에 서로 분열하였으며 각자 독립한 이후에도 정치적 불안정이 지속되었다.
히틀러와 나폴레옹은 전쟁 초기에 승리가 계속되면서 오만해져서, 자신의 영광을 높이기 위해 러시아로 무리한 정벌을 감행한 결과 크게 실패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지도자가 국가의 권력을 자기의 개인적 야망을 만족시키는데 사용하면 결국 몰락한다는 교훈을 제공한다. 지도자는 권력의 정점에 있을 때 겸손해야 한다.
미국의 남북전쟁 시절 링컨 대통령은 노예해방 선언을 하고, 의회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를 헌법 개정으로 밀어붙였다. 그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의원들을 매수하고 위협하는 수단도 불사했다. 그는 노예제 폐지라는 장기적이고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 단기적으로는 비난받을 만한 행위를 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그는 고슴도치 형의 추진력과 여우 형의 교활함을 겸비한 지도자였다.
제일차 세계대전 시절 영국은 러시아를 전쟁에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독일의 침공을 억제하는 전략을 구사하였다. 그러나 러시아는 국내 정세가 불안정한 상황이었으며, 결국 이러한 상황을 이용하여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고 말았다. 이렇게 출현한 공산주의 러시아는 서방 세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상하였다. 영국의 러시아 참전 독려는 근시안적인 전략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서구의 역사와 문화를 아우르는 인문학적 상상력을 키운다는 취지에서 집필되었다. 다양한 작가와 작품이 인용되며, 곳곳에서 시대를 넘나드는 역사적 사례와 인물을 인용한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서술에 몰입하기 어려웠다. 저자의 서술이 산만하고, 때로는 견강부회적 해석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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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calyn Duffin. 2021. History of Medicine: A Scandalously Short Introduction. 3rd ed. University of Toronto Press. 495 pages.
저자는 의사이자 역사학자이며, 이 책은 서양 의학의 역사를 의학의 분과별로 구분하여 개괄적으로 설명한다. 의과대학에서 의학사 교과서로 사용할 목적으로 집필해서인지, 인간의 병과 의료적 개입 간의 관계에 촛점을 맞추기보다, 구체적인 병에 대한 의술과 의료 조직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약학, 의료의 전문화, 전염병, 혈액, 기술과 병원, 외과학, 여성 의학, 정신분석학, 아동학, 가정의학, 공중보건학, 환자 중심의 의료, 등으로 장을 나누어 각 분야에 대한 역사를 기술한다. 의학 전문 용어, 이름, 조직명이 많이 등장한다. 의사라는 직업의 내부를 들여다볼 기회를 제공한다.
서양 의학은 병이 난 뒤 이를 고치는 데 촛점을 맞춘다. 전염병 퇴치를 제외한다면, 의학의 이러한 접근은 인류의 건강과 수명 연장에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 인류의 건강과 수명은 위생, 영양, 교육, 빈곤, 나쁜 습관과 그릇된 지식, 등을 바로잡는 노력에 의해 크게 개선되었다. 현재의 서양 의료 체계는 개인과 집단의 질병 위험을 줄이고 예방하는 쪽보다는, 병이난 환자 개개인의 치료에 집중해 있다. 이러한 접근이 사람들의 건강과 수명을 얼마나 늘리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의사들의 소득을 높이는 데 편향되 발전한 결과이다. 저자 본인이 의사이지만 의학계의 관행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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