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George Akerlof and Robert Shiller. 2009. Animal Spirits: How Human psychology drives the economy, and why it matters for global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76 pages.
저자들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들이며, 이 책은 인간의 감정이 경제현상에 크게 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감정이 주요 경제 현상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서술한다.
고전 경제학은 합리적인 인간형을 상정하고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움직인다는 가정하에 경제모델을 만드는데, 이러한 경제 모델은 현실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람들은 합리적이지 않고 감정에 따라 움직이며, 이익을 계산하면서 움직이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케인즈의 뒤를 따라 이러한 인간의 감정을 "동물적인 정서" Animal spirits 라고 지칭한다. 경제에 작용하는 다섯가지 주요 감정을 제시한다.
첫째, 자신감 confidence. 자산 시장에 버블이 생기는 이유는 사람들의 과도한 자신감 때문이며, 경제에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이 존재하는 이유 역시 자신감의 과다 혹은 결핍 때문이다. 자신감은 피드백 기제를 통해 급속히 증폭, 확산된다. 둘째, 공정성 fairness. 사람들은 이기적 이익만이 아니라 공정성의 감정에 따라 움직인다. 예컨대 임금이 결정되는 데에는, 단순히 노동의 수요 공급뿐만 아니라 공정성의 감정이 개입한다. 셋째, 부패 혹은 부도덕 corruption. 사람들은 그냥 내버려두면 쉽게 부패와 부도덕한 행위를 저지른다. 상대에게 해가 되더라도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일을 도모하려 한다. 대표적인 예로, 엔론의 회계부정, subprime morgage에 근거한 자산 유동화와 신용평가사의 태만, 등을 들 수 있다. 넷째, 화폐 환상 money illusion. 화폐의 실질 가치는 명목 가치와 다른데, 사람들은 실질가치보다는 액면가에 집착하는 성향이 있다. 예컨대 디플레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명목 임금액을 고수하려 한다. 다섯째, 이야기 stories. 사람들은 객관적인 수치보다는 사정이 어떠한지에 대한 주관적 해석이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한 아이디어에 의해 움직인다. 예컨대 부동산 버블이 일어나는 이유는 부동산이 앞으로 계속 오르리라는 주관적 전망, 부동산을 사고 팔아 크게 돈을 번 사람에 대한 소문 등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다섯가지 인간의 감정은 다음의 중요한 경제 현상들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설명해준다. 왜 경제공황이 발생하는지, 왜 중앙은행이 경제에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2007년의 금융위기는 왜 일어났는지, 왜 실업이 발생하는지, 장기적으로 인플레와 실업은 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사람들이 미래를 대비하는 저축은 왜 충분치 않은지, 자산 가격과 기업의 투자는 왜 큰 폭으로 변하는지, 왜 부동산 시장은 호황과 불황을 반복하는지, 왜 소수자 집단 사람들은 특별히 가난한지.
신고전주의 경제학이 주장하듯이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 에 의해 움직이도록 그냥 내버려두면 잘 굴러간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인간의 감정은 시장을 왜곡하고, 비참과 부정의와 분노가 분출되기 때문이다. 정부의 규제를 통해 경제에 작용하는 인간의 감정이 적절한 수준으로 조절되도록 해야 한다.
저자는 수리경제학 분야의 업적으로 노벨상을 받은 이후, 행동경제학 분야로 관심을 옮겨서 이 책을 썼다. 감정을 계량화하기 어렵고, 감정이 경제에 작용하는 방식에 대해 엄밀한 인과 모델을 세우기 어렵다는 점을 저자들 또한 인정한다. 문제는, 버블이 언제 터질지, 호황이 언제 불황으로 바뀔지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 중요한데, 엄밀한 모델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여하간 일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차원에서 흥미있는 읽을거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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