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obert Shiller. 2019. Narrative Economics: How stories go viral and drive major economic events. Princeton Univ. Press. 287 pages.
저자는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하면서 이 분야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것을 제안한다.
경제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과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처음에는 미미하게 시작하여, 점차 세력을 넓혀가다가, 최고조에 도달한 뒤, 점차 세력이 소멸된다. 19세기말 은을 금과 함께 통화로 하자는 bimetalism의 열풍, 1980년대에 세금을 줄이는 것이 오히려 세수를 늘리는 길이라는 Laffer's Curve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경제 현상을 단순히 묘사하는 것을 넘어, 경제 현상을 촉발하고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유사한 내용의 이야기가 한동안의 시간적 격차를 두고 다시 유행하는데, 새로 유행할 때에는 내용이 약간 변형되거나 다른 의미를 담고 퍼진다. 이야기의 영향력이 이야기의 진위 여부와 무관한 경우도 많다.
저자는 지난 약 이백년 동안 경제와 관련하여 유행한 주요 이야기 9개를 소개한다. 이 중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첫째, 패닉 대 자신감 panic vs. confidence. 경제의 호황과 불황의 사이클은, 사람들이 당시의 경제 상황과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갖는 감정에 크게 좌우된다. 사람들은 이러한 감정섞인 이야기를 서로 주고 받으며 퍼뜨리는데, 바로 이것이 소비, 저축, 투자 수준에 큰 영향을 미친다. 둘째, 검소함 대 과시적 소비 frugality vs. conspicuous consumption.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검소한 생활이 장려되는 반면, 경제가 잘 나갈 때에는 과시적 소비를 성취에 대한 정당한 보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지배한다. 사람들이 소비를 절제하는 태도는 불황을 더 오래가게 만드는 반면, 과시적 소비는 호황을 촉진시키는 되먹임장치 feedback loop 로 작용한다. 셋째, 노동절약 기계, 자동화, 인공지능 등의 기술발전이 많은 일자리를 앗아갈 것이라는 이야기. 19세기 초반 러다이트 운동에서부터 최근의 인공지능 열풍에 이르기까지 기술발전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주기적으로 환기되며, 이는 사람들의 소비를 위축시켜 불황을 가져오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넷째, 부동산 버블과 주식시장 버블. 부동산 가격은 계속 오를 것이며, 부동산을 사고 팔아 큰 돈을 벌었다는 사람의 이야기가 사람들을 흥분시켜 부동산 버블을 만들어 낸다. 주식시장도 비슷하게 이야기가 퍼지고 버블이 형성된다. 주식시장의 경우 1929년의 대폭락과 대공황의 이야기가 사람들의 기억에 깊숙히 박혀 있다가 수시로 머리를 내민다. 이외에도 기업가들이 국가적으로 어려운 시기를 역으로 이용하여 비도덕적으로 큰 이익을 취한다는 이야기, 이기적인 노조가 과도한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이것이 전반적인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는 이야기, 등이 제시된다.
근래에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경제현상과 관련된 이야기가 생성되고 확산되는 기제에 변화가 왔다. 경제학은 전통적으로 객관적인 사실만을 취급할 뿐, 사람들의 생각은 무시하였는데, 사람들의 감정과 태도가 경제현상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분명하다. 근래 행동경제학에서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텍스트 분석을 많이 하는데, 이야기가 경제에 미치는 힘을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면, 경제학이 현실의 경제현상을 설명하는데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자산투기의 역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한 저자가, 자신의 연구 경험을 일반 경제현상으로까지 확대하는 취지에서, "이야기 경제학 narrative economics" 라고 명명한 연구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계량적인 접근을 강점으로 하는 경제학이 그의 아이디어를 실제 연구로 적용하기에는 갈길이 멀어 보인다. 이 책에서도 그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느슨하게 간략히 서술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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