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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7. 27. 16:53

Gary Miller. 1992. Managial Dilemmas: The Political Economy of Hierarch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38 pages.

저자는 정치학자이며, 이 책은 인간이 모여 함께 일하는 조직이 필연적으로 당면하는 효율성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 경제학, 사회학, 정치학의 이론을 적용하여 논의한다. 경제적인 접근, 즉 각각의 행위자의 이익 극대화 원칙만으로는 효율성을 높일 수 없으며, 결국 참여자들 간 정치적인 설득과 조정, 및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사회적 규범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과제가 독립적이고 참여자들 간 노력과 이익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이 작동하는 시장이 가장 효율적인 자원의 생산 분배 방식이다. 문제는 과제가 기술적으로 복잡하며 여러 사람의 공동 참여와 상호 의존, 즉 팀 플레이가 요구될 때이다. 개개인의 생산의 합보다 팀 플레이를 통해 더 많이 생산하는 '외래효과 externality' 가 발생할 경우, 시장은 비효율적이다. 시장에서 독립된 개인들이 계약을 통해 함께 일을 추진할 경우, 과제가 복잡하면 거래 비용이 크게 높아진다. 죄수의 딜레마 prisoner's dilemma 게임에서 보듯, 각자가 독립적으로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면 최선의 집단 이익을 얻을 수 없다. 요컨대 개인의 합리성individual rationality 과 집단의 합리성 social rationality 이 충돌할 경우, '시장 실패' market failures 가 발생하기 때문에, 결국 위계적 조직 hierarchical organization 을 만들어 이 문제에 대응할 수밖에 없다. 

위계적 조직은 위로부터의 명령으로 일이 추진되므로, 시장에서 독립적인 개인들 간의 이익을 조정해야 하는데 따른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그러나 위계적 조직은 그 나름의 문제가 있다. 위계적 조직에서 경영자는 근로자의 능력과 노력의 투입 정도를 정확히 알 수 없기 때문에, 근로자가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도록 만드는 것이 문제이다. 실무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경영자가 모두 알고 적절히 지시할 수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 권한을 현장 실무자에게 위임해야 한다. 근로자가 회사에 이익이 되기보다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일일이 감독하기는 어렵다. 현장 실무자는 현장 상황이나 관련 기술 및 자신의 노력 투입 정도에 대해 경영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노출시키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위계조직에서는, 현장과 실무자에 대한 불완전한 정보 incomplete information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실무자의 성과와 보상이 연동되도록 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도입한다. 성과와 보상이 1대1로 연동되는 도급제 piece-rate system 가 가장 대표적이다. 그러나 도급제를 실시하는 회사는 드문데, 그 이유는 도급제 하에서 노동자들은 낮은 성과 수준으로 담합하기 때문이다. 팀 단위로 성과를 평가하고 보상을 주는 시스템 역시 팀원들이 낮은 성과 수준으로 담합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다. 대부분의 조직에서는 시장 임금보다 높은 임금을 노동자에게 줌으로서 조직에 대한 노동자의 헌신을 유도한다. 물론 지나치게 비효율적인 위계조직은 조직들 간 경쟁에서 퇴출되기 때문에, '위계조직의 실패' hierarchical failures 문제가 어느 정도는 제한된다. 그러나 시장 실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계조직을 만든다고 해서 효율성이 자동적으로 높아지지는 않는다. 

위계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이 조직에 헌신하도록 하여야 한다. 개개인의 노력 투입을 세세히 감독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을 위해서 자율적으로 협동하도록 하는 사회적 규범과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노동자와 경영자가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한배를 타고 있다는 인식을 심고, 노동자의 이익을 경영자나 조직의 이익을 위해 임의로 훼손하지 않는다는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이러한 확신은 노동자의 주요 의사 결정 참여와 이익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만들어질 수 있다. 경영자의 역할은 노동자를 업무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자발적으로 협동하도록 하는 규범과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가 자리잡으면, 노동자들은 경영자의 감독 때문이 아니라 노동자들 상호간의 집단 동력에 의해 자율적으로 노력 투입을 하며 조직의 효율성이 올라간다. 노동자보다는 경영자 쪽에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 협동 규범을 위배하는 경우가 때때로 발생하는데,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노동자의 조직에 대한 협동적인 헌신은 빠르게 사라진다. 요컨대  시장 실패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위계적 조직이란, 참여자들 간 상호 설득과 조정이 지배하는 정치의 장이다. 

저자는 경제학 이론과 게임 이론을 많이 도입하여 조직과 경영의 문제를 접근한다. 정치학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론적 논의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협동의 문화와 제도가 정착할 때 조직의 효율성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에, 노동자뿐아니라 경영자도 함께 구속되는 협동 제도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 관건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근래와 같이 기술 변화가 빠르고, 세계화로 조직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조직 참여자의 협동을 어디까지 기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근로자는 자신의 일자리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데, 조직을 위해 자신의 일자리를 희생해야 한다면, 과연 순순히 받아들일까?  일부 설명은 전문적이라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저자의 통찰력이 돋보이는 드문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