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n Ariely. 2023. Misbelief: What makes rational people believe irrational things. Heligo Books. 290 pages.
저자는 행동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사람들이 음모론에 빠지는 원인을 분석한다. 감정적, 인지적, 성격 특성, 사회적 요인들이 중첩하여 작용함으로서 사람들을 음모론에 빠지게 만든다.
자신에게 닥친 불행한 일 때문에 큰 소외, 좌절, 스트레스를 경험한 사람이 음모론에 빠지기 쉽다. 실업, 가까운 사람의 죽음, 이혼, 배신 등 감당하기 힘든 어려움에 빠지면,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러한 불행을 안긴 원인과 비난의 대상을 찾는다. 난관을 극복할 심리적 강인함 resilience 을 지닌 사람은 이러한 어려움에 빠져도 견디고 극복할 수 있으나, 이러한 심리적 힘을 갖지 못한 사람은 심리적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쉬운 해결책을 찾는다. 심리적 강인함은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그보다는 성장과정에서 및 주변 공동체로부터 얼마나 안정적인 감정적 유대 emotional attachment 를 구축하였는지에 좌우된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믿는 성향 confirmation bias 이 있다. 일단 어떤 주장을 믿기 시작하면, 그에 부합하는 증거를 열심히 찾고 그 주장과 어긋나는 증거들은 외면하면서, 그것이 진실임을 자신에게 설득한다 motivated reasoning. 사람들은 자신이 실제 알고 있는 것보다 세상 만사의 작동원리에 대해 더 잘 안다고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인간의 본원적인 인지적인 편향성이 감정적으로 취약한 상태와 결합하게 되면, 자신에게 불행을 안긴 원인을 설명하는 외곡된 이론에 쉽게 빠져든다.
음모론에 빠지는 사람들은 자신의 직관이나 자신의 인지 능력을 과신하는 반면, 자신의 믿음에 대해 의심하고 객관적으로 검토하는 능력 intellectual humility 이 떨어진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자기애 narcissism 가 강하다.
음모론은 개인이 홀로 주장하기보다는 그룹을 지어 서로 격려하는 집단 네트워크 속에서 이루어진다. 일반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음모론을 추종하는 무리 속에서 소속감과 감정적 위안을 얻는다. 음모론 집단의 대의에 충성하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스스로도 의심하는 지나친 주장을 믿는 것처럼 행동하고 주위 사람에게 퍼트리는데 열성을 보인다. 남보다 더 극단적인 주장을 제시할수록 음모론 집단 속에서 더 인정을 받기 때문에 음모론 추종자들이 경쟁적으로 극단으로 빠지는 악순환이 전개된다. 음모론을 추종하는 사람은 자신들의 믿음이 사회일반의 상식이나 주위의 돌아가는 상황과 일치하지 않는 문제에 봉착할 때, 자신들이 추종하는 음모론에 더 집착함으로서 인지적 불일치 cognitive dissonance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음모론 추종 집단은 종교적인 사교 집단과 흡사한 집단 다이나믹을 보인다.
음모론이 발흥하는 것은 사회적인 신뢰 trust 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회적인 권위, 제도, 기관, 타인에 대한 신뢰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졌기 때문에,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음모론에 쉽게 집착한다. 근래에 소득 불평등이 높아지고, 정치적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회의 여러 부문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사람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의 신뢰수준이 전반적으로 저하되었다. 신뢰는 일단 떨어지면 다시 올리기 힘들다. 특정 음모론이 명백하게 거짓으로 밝혀진다고 해도, 그 음모론을 추종하던 사람들은 다른 이슈의 음모론으로 갈아타곤 한다. 음모론은 사회의 정당한 권위에 대한 의심이 핵심이며, 이는 사회의 게임으로부터 소외된 감정 sense of being excluded 에서 발생하는 것이므로, 이러한 근본 원인이 해소되지 않는한 음모론은 계속 독버섯처럼 생겨날 것이다.
이 책은 코비드 팬데믹 기간 중, 저자가 음모론 추종자들의 비난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겪은 어려움을 배경으로 하여,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결과물이다. 저자의 개인적 경험이 깔려 있으므로 논의가 구체적이고 현장감이 있으나, 논의의 깊이가 좀 떨어진다는 것은 약점이다. 왜 멀쩡한 사람들이 터무니 없는 음모론에 빠지게 되는지 하는 평범한 의문을 심리학 지식과 연구방법을 동원하여 깊이있게 검토해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근래에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의 기술이 음모론의 확산에 미친 영향을 의도적으로 논의에서 뺐는데, 이는 심리학적 동인에 논의를 집중한다는 장점은 있으나, 인터넷과 SSN이 알고리즘의 작용으로 음모론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현실을 누락하는 약점은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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