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혜경. 2012. 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 샘터. 267쪽.
저자는 노인복지를 전공한 학자이며, 이 책은 이론적 지식에 풍부한 현장 연구경험을 잘 조합하여 일반인이 읽기 쉽게 쓴 고급교양서이다. 저자 자신이 수년 후 은퇴를 맞이할 것이기에, 타인의 사례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이 행간에 녹아있다.
은퇴 후의 노인을 독립적인 인간으로 보아야 하며, 은퇴 후의 삶 또한 그러한 시각에서 계획해야 한다. 노인이란 젊은이와 마찬가지로 한 인간으로서 독립적이며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현직에서 떠났기에 젊은이와 비교해 활동의 강도나 종류에서 차이가 있지만 추구하는 바는 같다. 은퇴자도 주위로부터 인정받으려 하며, 가족을 포함한 주위 사람들과 전인적인 교류를 원한다.
노년의 삶을 잘 살기 위해 돈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하는 일이다. 물질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남에게 의존하려 하면 자존감을 지킬 수 없으며, 남에게 휘둘리기 때문에 마음의 평화와 행복을 기대하기 어렵다. 자식과 배우자에 완전히 매몰되지 않고, 어느 정도 심리적 거리, 내지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필요한 지식을 배우고, 일하고, 노는 것, 이 세가지가 적절히 배합된 삶의 방식을 일생동안 유지해야 한다. 개개인이 처한 상황에 따라 배우고, 일하고, 노는 내용과 강도가 다르겠지만, 일생 어느 시기라도 어느 한 부분을 게을리하면 반드시 문제가 따른다. 여기서 일은, 반드시 돈되는 일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전세대에 비해 교육과 소득수준이 크게 높은 베이비부머는, 노인, 은퇴자에게 붙어있던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개척해야 한다. 은퇴 후의 삶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꾸리려고 노력한다면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은퇴 후의 삶을 하나의 틀로만 재단하는 것은, 실재로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간과하는 것이다. 은퇴 후의 삶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소극적으로 살던 사람이라도 본인이 노력하면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이 책은 전공자가 자신의 일생의 연구 결과를 잘 녹여서 읽기 쉬운 글로 쓴 훌륭한 작품이다. 저자의 진심이 담겨 설득력이 있고, 흥미롭고 쉽게 읽히는 글 솜씨가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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