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국 (도정일 역). 2010. 순교자. 문학동네. 311쪽.
저자는 재미 소설가이며, 이 책은 1964년에 미국에서 발간된 소설을 한국어로 번역한 것이다.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목사를 중심 등장인물로 하여 종교의 의미를 탐구한다. 무의미한 세계에서 어떻게 의미를 찾으면서 살 것인가? 사람들은 무의미한 고통의 연속을 어떻게 참아내며 살아가는가? 종교는 사람들에게 삶에 의미를 부여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준다. 사람들은 절망 속에서는 살아 갈 수 없기 때문에, 허위, 환상이라고 할지라도 희망과 의미를 붙잡으려고 발버둥 친다.
핵심 등장인물인 신 목사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고통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여 지도자로서 신망을 얻지만, 막상 본인 자신은 삶의 궁극적 의미는 없다는 '비밀'을 품고 힘들게 살아간다. 이러한 비밀을 견딜 수있는 사람은 많지 않기에, 그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쪽으로, -설사 그것이 거짓이라고 해도-, 이야기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실천한다. 그를 움직이는 힘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책임이다. 그러나 본인은 삶의 무게에 짓눌려 있음을 화자에게 고백한다.
자신을 넘어선 타인들의 삶과 희망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목사 이외에 의사에게서도 나타난다. 그들은 대단한 용기를 가진 위인으로 그려지지 않는다. 그들 역시 세상 사람들의 고통에 분노하고 회의하는 보통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그들이 살아가는 동력은 타인을 위해서 헌신하는 데에서 나온다.
소설의 맨 마지막에 화자는 부산의 난민촌에서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목사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사는 사람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하면서 처음으로 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말한다. 삶이란 의미 있는지 여부를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열심히 사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답이 찾아온다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긴박한 진행, 수월한 문체, 삶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지적이며 논리적인 추구, 등은 마치 외국 작품 같은 인상을 준다. 책을 손에 잡자마자 끝까지 단숨에 다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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