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핸드 (전대호 옮김). 2016.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 로또부터 진화까지, 우연한 일들의 법칙. 더퀘스트. 302쪽.
저자는 통계학자이며, 이 책은 일견 불가능해보이는 일들이 주위에서 때때로 일어나는 이유를 확률 이론을 동원하여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사람들은 일견 불가능해 보이는,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작은 일들에 접하면 무언가 우리가 알지 못하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저자는 이러한 많은 경우를 과학적으로 분석해보면, 실제 일어날 가능성이 그리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불가능해보이는 일이 주변에서 일어나는 다섯 가지 수학적인 이유를 제시한다. 첫째는, 필연성의 법칙이다. 일어날 확율은 낮지만 논리적으로 가능한 경우는 반드시 언젠가 어디에서 누구에겐가는 일어난다. 예컨대 특정인이 로또에 당첨될 확율은 낮지만, 특정 회차에 가능한 일련번호 중에 하나는 반드시 당첨된다. 둘째는, 아주 큰 수의 법칙이다. 아주 큰 숫자의 표본을 뽑으면 아주 작은 확율의 사건도 일어난다. 예컨대 특정인이 벼락에 맞을 확율은 낮지만, 지구의 70억 인구 중에 누군가는 반드시 벼락에 맞는다. 또다른 예로는, 네잎 클로버를 찾을 확율은 낮지만, 많은 사람이 오랫동안 찾아 헤메면 누군가 언젠가는 반드시 발견한다.
셋째는 선택의 법칙이다. 사건이 일어난 다음에 선택을 하게 되면 일견 매우 드문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만들 수 있다. 예컨대, 회사의 경영진이 스톡옵션을 행사한 직후에 주가가 폭등하여 큰 이익을 얻는 경우, 그들이 주가의 변이를 보고 사후적으로 스톡옵션 행사일을 지정하지 않았나 의심할 수 있다. 또다른 예로는 화살을 벽에 쏜다음에, 벽에다 화살 주위로 과녁을 그리면 백발백중의 사수가 된다. 넷째는 확율 지렛대의 법칙이다. 사건이 발생할 조건을 약간만 바꾸어도 사건의 발생 확율을 크게 바꿀 수 있다. 금융시장이 크게 폭락할 가능성은 낮지만, 금융 시장을 왜곡시키는 시장 행위가 존재한다면 조그만 불균형에도 금융 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 또다른 예로는, 특정인이 벼락에 맞을 확율은 낮지만, 벼락이 칠 때 야외에 있어야 하는 직업 환경이라면 벼락 맞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다섯째는 충분히 유사함의 법칙이다. 특정 사건과 유사한 범위를 넓게 잡으면, 두개의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확율이 크게 높아진다. 예컨대 두 가까운 친지가 몇년을 사이에 두고 열차 사고로 사망한 경우, 가까운 친지의 범위를 넓게 잡거나 두 사건 사이의 기간을 넓게 잡으면, 우연의 일치의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실제에서는 이러한 다섯가지 일견 불가능해보이는 일을 좌우하는 법칙이 중복하여 작용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불가능해보이는 우연의 일치가 발생할 확율이 실제는 그리 낮지 않다.
일견 불가능해보이는 우연의 일치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여러 원칙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확율적으로 움직인다는, 즉 많은 일에는 어느 정도의 우연이 작용한다는 명제는 참이다. 사람들은 우연의 가능성을 지나치게 과대하게 상정하는 것이 문제이다. 사람들은 심리적인 편향 때문에 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 예컨대 긍정 편향 affirmation bias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과 유사한 견해나 사건을 더 잘 기억한다. 사람들은 확실함을 원하기 때문에, 확율적인 세상에서 확실한 패턴을 찾고자 노력한다. 불확실한 상황에 접할 때, 일견 우연적으로 발생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 접할 때 사람들은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특정 사건이 일어날 확율, 두 사건이 잇달아 일어날 확율을 과학적으로 정확히 알려고 노력한다면, 보다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다.
이 책에는 저자의 통계학자로서의 내공과 연구 경력이 잘 묻어난다.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추상적인 이론의 설명력을 높였다. 후반으로 가면서 번역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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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Duhigg. 2012. The Power of Habit: Why we do what we do in life and business. Random House. 274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이 책은 사람들의 습관이 작동하는 심리적 기제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이야기한다.
인간의 두뇌는 최소한으로 일하려 한다. 오랫동안 반복하여 익숙해진 습관은 두뇌를 최소한으로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에, 이러한 습관으로부터 벗어나기는 매우 힘들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하는 많은 일들은 습관에 의해 작동된다. 습관이 작동하는 기제는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특정 행위를 유발하는 사건이나 상태(cue), 습관적 행동(routine), 그러한 행동으로 얻게되는 보상(reward)이 그것이다. 사람들은 큐를 만나면, 행동을 하며, 보상을 얻는다.
습관은 바꿀 수 있다. 습관을 고치려는 의지(will power)를 가지고 습관의 구성부분을 분석적(analytically)으로 접근해야 한다. 자신이 고치려고 하는 습관을 유발하는 큐와 보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첫단계이다. 그러한 보상을 얻을 수 있는 다른 행동 찾아보기, 습관적 행동을 유발하는 큐를 의식적으로 피하기, 기존의 습관으로 얻는 보상을 대체할 다른 보상을 찾기, 등이 분석적 접근법이다. 이렇게 분석적으로 접근하면,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얻으려고 습관적 행동을 하는지 파악할 수 있으며, 이러한 습관적 행동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습관을 고치려면, 대안 없이 중단할 수는 없으며, 새로운 습관으로 대치하여야 한다.
습관은 개인의 행위 수준에서뿐 아니라, 조직이나 사회의 수준에서도 존재한다. 조직의 문화는 습관의 다른 이름이다. 사회의 규범 역시 습관과 유사한 속성을 가지고 있다. 조직이나 사회의 나쁜 문화와 규범을 바꾸려면, 새로운 좋은 것으로 대치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저자는 본인의 나쁜 습관을 깨닫고, 이것을 고치려고 하면서 이 주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게 되었다고 한다. 관련 주제의 연구서를 읽고 관련된 사람들을 인터뷰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분석의 깊이가 얕으며, 이야기의 전개가 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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