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main image
분류 전체보기 (369)
미국 사정 (22)
세계의 창 (25)
잡동사니 (26)
과일나무 (285)
배나무 (10)
Visitors up to today!
Today hit, Yesterday hit
daisy rss
tistory 티스토리 가입하기!
2020. 12. 26. 12:16

Matt Ridley. 2020. How Innovation works: and why it flourishes in freedom. Harper Collins. 373 pages.

저자는 과학을 주제로 여러권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이다. 이 책은 인류 역사상 중요한 혁신의 사례를 검토하고 혁신에 관한 사회 현상을 기술한다. 혁신의 범주로 에너지, 보건, 운송, 식량, 저수준 기술의 혁신, 통신과 컴퓨터로 구분했으며, 선사시대의 혁신을 추가하였다. 인류 사회는 주요 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높이고 물질적 풍요를 만들어 냈다. 책의 후반 3분의 1에서는 혁신을 둘러싼 사실의 일반화를 전개한다.

혁신은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 오랜 시간의 발견과 지식이 축적되면서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이지, 어느날 갑자기 탄생하는 것이 아니다. 혁신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다듬어지는 것이다. 실패가 없이 찾아오는 완성된 혁신은 가능하지 않다. 기존에 알고 있던 상이한 범주의 지식을 새로이 조합하면서 혁신의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다양함을 허용하는 문화가 아이디어의 탄생을 촉진한다. 혁신은 팀워크의 소산이다. 특정 발명가가 단독으로 해내는 혁신이란 신화이다. 중앙집중의 강력한 권력이 지배하는 정치에서보다 여럿으로 나누어진 권력 환경이 혁신을 탄생시키는 들어내는 데 유리하다. 왜냐하면 모든 혁신은 기득권자의 반발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혁신은 과거보다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산출을 만들어내는 길이다. 경제성장의 열쇄는 혁신에 있다. 혁신이 없다면 경제성장은 중단될 것이다. 생산요소를 증가시키는데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혁신은 과학의 발전보다 선행한다. 과학은 혁신을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 혁신은 도태되는 분야에서 실업을 유발하나 새로 탄생하는 분야에서 고용을 늘리기 때문에, 전체로 보면 사람들이 전에 못지 않게 일하면서 더 많이 생산하는 사이클을 형성한다. 혁신을 통해 사람들의 노동 시간은 점차 줄어든 반면, 노동의 질은 높아졌다.

혁신은 항시 반발을 유발한다. 혁신은 기득 이권을 허물어뜨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새로운 것에 대해 심리적으로 항시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반발하는 행위를 업으로 하여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생기기 때문이다. 근래에 서구 사회에서도 혁신을 막는 경우는 흔히 발생했다. 유럽에서 유전자변형식물 GMO를 막는 것이나, 핵발전을 막는 것이나, 유전자 편집을 통한 개량종의 탄생을 막는 것이 그것이다. 핵발전을 허용하지 않음으로서 핵발전 기술이 시행착오를 통해 개량되는 길을 막아버렸다. GMO나 유전자 편집을 막는 것은 이념적인 이유와 더불어 환경단체를 포함해 이를 반대하는 집단의 이익 때문이다. 모든 가능한 위험을 고려해 새로운 혁신을 평가해야 한다는 원칙은 혁신을 막는 길이다. 기존의 것들도 위험과 이익의 균형 속에서 존재하는데, 새로운 혁신에 대해서만 혁신이 가져올 이익은 도외시하고 가상적 위험에 큰 비중을 두어 평가하는 정책은 기득이권을 보호하는 방편에 불과하다. 혁신을 일단 수용하면서 유발되는 위험에 대해 시행착오를 통해 수정해나가는 태도가 혁신의 탄생을 촉진하는 길이다. 혁신이 그것이 유발할 가상적 위험에 철저히 안전하다는 것을 혁신자에게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는 혁신을 질식시킨다. 혁신은 불완전한 과정의 연속 속에서 시행착오를 통해 완성도를 높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것에 대해 항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체제를 버리고, 새로운 것은 허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체제로 바꿀 때 혁신이 촉진된다. 유럽이 전자에 해당하며, 미국이 후자에 해당한다. 유럽이 새로운 것을 사사건건 규제하기 때문에 근래에 일련의 기술 혁신 과정에서 유럽은 미국에 크게 뒤쳐졌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해보고 싶은 인재는 유럽을 버리고 미국에 간다.  혁신은 사람들 사이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실험을 허용하고 시행착오를 장려하고 실패에 관대한 사회에서 탄생하는 것이다.

현재의 엄격한 지적재산권은 혁신을 막는 역기능을 낳았다. 지적 재산권은 혁신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서 혁신이 만들어지는 것을 촉진한다는 원래의 취지와 달리, 혁신자의 아이디어 소유권을 지나치게 보호함으로서 혁신의 확산과 후속 개량 작업을 가로막는다. 혁신을 추구하는 동기는 금전적 이익도 있지만, 혁신을 추구하는 행위 자체가 가져오는 성취감 때문이다. 혁신은 오랜 기간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므로, 특정 개인에게 혁신의 소유권을 전적으로 부여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 혁신의 소유권을 제한할 때, 혁신의 확산과 개량이 더 넓게 더 빨리 이루어지는 것을 역사는 증명한다.

20세기 후반 들어 혁신이 둔화되고있다는 주장에 저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컴퓨터와 통신기술은 인공지능을 만들어 냈으며, 유전자 편집기술은 농업혁명과 의료 혁신을 가져왔다. 이러한 기술은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다. 앞으로 30년 후의 세상은 이러한 혁신 덕분에 지금보다 나아져 있을 것이다.

저자는 철저한 연구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제시하는 글을 쓰기에 그가 내는 책은 번번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이 책 역시 혁신에 대해 전반적 조망과 함께 통찰력을 제시한다. 자유와 다양성을 허용하는 사회가 궁극적으로 융성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제시한다. 유럽이 왜 미국에 뒤쳐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