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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나무/사과나무'에 해당되는 글 51건
2020. 12. 20. 09:53

사과나무 목록

 

2016.8.24 ~ 2020.2.29,  총 48권

 

1.

Rodrik, Dani. 2011. Globalization Paradox: Democracy and the Future of the World Economy. New York: W.W.Norton. 284 page.

2.

이현송. 혁신과 갈등, 미국의 변화. 한울아카데미. 416.

 

3.

Jonah Lehrer. 2009. How We Decide. Houghton Mifflin Harcourt. 265 Pages

4.

Michael Booth. 2014. The Almost Nearly Perfect People. New York: Picador. 374 pages

5.

Kwame Anthony Appiah. 2018. The Lies Than Bind: Rethinking Identity, creed, country, color, class, culture. Liveright publishing co. 219 pages.

6.

Philip E. Tetlock and Dan Gardner. 2015. Superforcasting: the art and science of prediction. Crown Publishers. 285 pages. 

7.

Michael Marmot. 2004. The Status Syndrome: How social standing affects our health and longevity. Henry Holt & Co. 271 pages.

8.

Keith Payne. 2017. The Broken Ladder: How inequality affects the way we think, live and die. Penguin Books. 219 pages.

9.

Leonard Mlodinow. 2008. The Drunkard's Walk: How randomness rules our lives. 219 pages. Vintage Books.

10.

Robert M. Sapolsky. 2004. Why Zebras don't get ulcers: the acclained guide to stress, stress-related diseases, and coping. 3rd ed. St. Martins Griffin. 419 pages.

11.

Nate Silver. 2012. The Signal and The Noise. Penguin Books. 454 pages. 

12.

Bee Wilson. 2019. The Way We Eat Now: How the food revolution has transformed our lives, our bodies, and our world. Basic books. 306 pages.

13.

Judea Pearl and Dana Mackenzie. 2018. The Book of Why: the new science of cause and effect. Basic Books. 370 pages.

14.

Wilber Zelinsky. 2001. The Enigma of Ethnicity: Another American Dilemma. University of Iowa Press.

15.

Yuval Noah Harari. 2017. Homo Deus: a brief history of tomorrow. HarperCollins. 402 pages.

16.

Naomi Klein. 2009. No Logo. 10th anniversary edition. Picador. 458 pages.

17.

Matthew O. Jackson. 2019. The Human Network: How your social position determines your power, beliefs, and behaviros. Pantheon Books. 240 pages.

18.

Charles Duhigg. 2012. The Power of Habit: Why we do what we do in life and business. Random House. 286 pages.

19.

H.Floris Cohen. 2015. The Rise of modern science explained, a comparative history. Cambridge University Press. 286 pages.

20.

Don Norman. 2013. The Design of Everyday things. Basic Books. 298 pages.

21.

Christopher Steiner. 2012. Automate This: How Algorithms took over our markets, our jobs, and the world. Penguin Group. 220 pages.

22.

Carl Benedikt Frey. 2019. The Technology Trap: Capital, labor, and power in the age of automat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366 pages.

23.

Neil Shubin. 2008. Your inner fish: a journey into the 3.5 billion-year history of the human body. Vintage books.

24.

Richard Dawkins. 1995. River out of Eden: A Darwinian vies of life. Basic Books. 161 pages.

25.

Robert Levine. 1997. A Geography of Time: the temporal misadventures of a social psychologist. Basic Books. 224 pages.

26.

Daron Acemoglu and James A. Robinson. 2019. The Narrow Corridor: States, Societies, and the Fate of Liberty. Penguin Press. 496 pages.

27.

George A. Akerlof and Robert J. Shiller. 2009. Animal Spirits: How human psychology drives the economy, and why it matters for global capital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76 pages.

28.

Randolf M. Nesse and George C. Williams. 1996. Why We Get Sick? Vintage Press. 249 pages.

29.

Abhijit V. Banerjee and Esther Duflo. 2011. Poor Economics: a radical rethinking of the way to fighr global poverty. Public Affairs. 273 pages.

30.

Zbigniew Brzezinski. 2012. Strategic Vision: America and the Crisis of Global Power. Basic Books. 202 pages.

31.

Carl Sagan. 1980. Cosmos. Ballantine Books. (2013, trade paperback edition). 365 pages.

32.

Branko Milanovic. 2019. Capitalism, Alone: The Future of the System that Rules the World. Belknap Press. 235 pages.

33.

Sonia Sotomayor. 2013. My Beloved World. Vintage Books. 385 pages.

34.

Daniel Markovits. 2019. The Meritocracy Trap: How America's Foundational Myth feeds inequality, dismantles the middle class, and devours the elite. Penguin Press. 286 pages.

35.

Elliot Liebow. 2003(1967). Tally's Corner: A Study of Negro Streetcorner Men. Rowman & Littlefield. 166 pages.

36.

Victor W.Hwang and Greg Horowitt. 2012. The Rainforest: the secret to building the next Silicon Valley. Regenwald. 282 pages.

37.

Dava Sobel. 1995. Longitude: The true story of lone genius who solved the greatest scientific problem of his time. Bloomsbury. 175 pages (pocket edition).

38.

Abhijit V. Banerjee and Esther Duflo. 2019. Good Economics for Hard Times. Public Affairs. 326 pages.

39.

Matt Ridley. 1993. The Red Queen: Sex and the evolution of human nature. Harper. 349 pages.

40.

Michael Beckley. 2018. Unrivaled: Why America Will remain the world's sole superpower. Conell Univ. Press. 154 pages.

41.

Richard Dawkins. 2015(1986). The Blind Watchmaker: Why the evidence of evolution reveals a universe without design. W.W.Norton. 451 pages.

42.

Key Redfield Jamison. 2004. Exuberance: the passion for life. Vintage books. 308 pages.

43.

Mike Isaac. 2019. Super Pumped: The battle for Uber. W.W. Norton. 345 pages.

44.

Arun Sundararajan. 2017(2016). The Sharing Economy: the end of employment and the rise of crowd-based capitalism. MIT Press. 205 pages.

45.

Randolph M. Nesse. 2019. Good Reasons for Bad Feelings: Insights from the fronter of evolutionary psychology. Dutton. 269 pages.

46.

Daniel Kahneman.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Straus & Giroux. 418 pages.

47.

Jeremias Prassl. 2019. Humans as a Service: The Promise and Perils of Work in the Gig Economy. Oxford Univ.Press. 140 pages.

48.

Brad Stone. 2017. The Upstarts: Uber, Airbnb, and the battle for the new silicon valley. Back Bay Books. 347 p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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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19. 15:12

Brad Stone. 2017. The Upstarts: Uber, Airbnb, and the battle for the new silicon valley. Back Bay Books. 347 pages.

저자는 블룸버그 뉴스의 기자로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기존 업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어떻게 성장했을까에 관해 서술한다. 택시와 숙박업계는 규제가 심하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다. 이 두 회사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 성공사례이다. 자신의 차를 남고 공유하는 것과 집에 비는 방을 관광객에게 제공한다는 유사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2010년을 전후한 시기에 사업을 시작하여 크게 성공했다. 모르는 사람을 자신의 차에 태우거나 집에 묵게하는 것은 이들의 사업이 성공하기 전에는 낯선 아이디어였다.

우버Uber와 리프트Lyft는 2008년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GPS 위치추적이 가능해지면서 사업의 가능성이 열렸다. 차를 함께 사용하는 것, 스마트폰으로 차를 부르는 것, 지도 상에서 위치를 추적하는 것 등의 기술과 아이디어는 이미 다른 회사들이 개발하였다. 우버는 샌프랜시스코에서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리무진)를 스마트폰으로 부르는(우버 블랙이라고 후에 이름붙임) 사업을 2010년에 출범하여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법 크게 성공하였다. 리프트의 전신인 짐라이드Zimride 는 대학 캠퍼스를 중심으로 카풀링을 중개하는 서비스를 2008년에 시작하여 성공을 거두었다. 플랫폼을 통해서 일반인이 자신의 승용차로 고객을 운송하는 서비스는 리프트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먼저 시작하였으며, 우버가 바로 뒤이어 뛰어들었다.

일반인이 자신의 승용차로 고객을 운송하도록 하는 플랫폼 사업을 이들이 시작하자 지역 택시 업계의 반발이 엄청났으며, 택시 업계의 반발에 부응해 정부 또한 이들의 사업을 금지하려 하였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시장과 규제기관장이 파괴적 기술혁신에 대해 호의적이고 기존 택시업계의 보수적 변화 거부 태도에 부정적이었던 덕분에, 결국 우버의 사업은 기존의 택시와는 다른 업종으로 정의되면서  'Transportation networking companies' 라는 새로운 범주로 허가를 획득하였다.

우버의 공유 운송 플랫폼 사업이 다른 도시에서도 샌프란시스코에서 같이 쉬운 합법화의 길을 걷지는 않았다. 뉴욕시에서는 드블라시오 시장이 택시 업계에 대해 동정적이었으며, 시의 규제기관이 우버의 법을 무시하는 공격적 행태에 부정적이어서 마지못해 제한적으로만 허가를 내주었다.  이러한 허가를 얻기위해 우버는 시민들의 정치적 압력을 동원하였다.

에어비앤비의 사업 역시 순탄한 길을 걷지 못했다. 호텔 허가 없이 숙박업을 하는 것에 대해 호텔 업계는 물론 지역 주민의 반발 또한 매우 컸다. 에어비앤비의 사업이 확대되면서 이 플랫폼을 악용해 본격적으로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이들에 대해 주민의 반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 역시 순수한 동기에서 자신의 집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압력을 행사한 덕분에 제한적이나마 합법화가 이루어졌다.

두 회사 모두 인터넷 덕분에 유휴 자산과 노동력을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빌려주는 공유 중개 플랫폼이 기술적, 경제적으로 가능하게 되면서 성공하였다. 공유 플랫폼을 통해 부업의 기회를 얻고, 이를 통해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를 누리게 된 소비자가 늘면서 지금까지 관련 산업을 지배하던 규제의 틀을 깨는 것이 가능했다. 기존 산업은 높은 규제의 틀 속에서 높은 진입장벽을 치고 있었으므로,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이러한 체제를 완전히 무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을 때, 기존 업자들은 불공정 거래라고 반발하고, 안전을 구실삼아 격렬하게 반대했다. 정치권은 처음에는 업자의 편이 었지만, 시민의 요구가 높아졌 때 변화를 수용하는 쪽으로 움직였다. 우버와 에어비앤비가 가져온 서비스가 기존 업자의 서비스보다 편리하고 저렴했기에 결국 그들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전개된 것이다.

이 책은 실리콘 밸리 업계를 오랫동안 취재한 기자의 경험이 밴 심층 탐사기사의 성격이다. 중요한 맥락을 놓치지 않고 잘 취재했으며, 이야기의 흐름을 무리없이 전개하였다. 회사의 성장을 피상적으로 잡다하게 기술하기보다는, 이들의 사업이 어떻게 기존 업계의 규제를 극복했을까라는 특정 주제에 촛점을 맞추었기에 더 흥미있다. 그러나 분석적이기보다는 사건과 인터뷰 중심의 서술이라,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드는 '왜 그렇게 되었을까'하는 의문에 대해 심층적 설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래도 기업관련 책으로 이만하면 매우 잘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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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remias Prassl. 2019. Humans as a Service: The Promise and Perils of Work in the Gig Economy. Oxford Univ.Press. 140 pages.

노동법 학자인 저자가 주문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 회사와 '긱 노동' (gig work)의 문제점을 분석한 학술적인 성격의 책. 플랫폼 서비스 회사로 Uber, TaskRabit, MTurk, AirB&B 를 주요 사례로 하여 설명한다. 플랫폼을 통해 제공되는 긱 노동은 전통적인 고용 관계의 노동과 다르지만 노사 관계와 노동의 성격에 관한한 핵심에서는 차이가 없다. 플랫폼 회사를 전통적인 노사관계에서의 고용자로 취급하고, 이를 통해 통제받는 노동자에게 전통적인 노동자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버를 예로 들 때, 플랫폼 회사는 그를 통해 일을 구하는 노동자를 전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일의 할당, 일의 방법, 일의 과정의 통제, 보상, 등 모든 면에서 우버는 전통적인 고용자의 역할을 수행하며 우버의 운전자는 전통적인 노동자와 다르지 않다. 우버의 노동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만 일하는 자영업자라는 주장은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우버는 노동자들을 철저하게 통제하고 있다. 우버는 자신을 단순히 소비자와 자영업자를 중계하는 플랫폼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고용자로서 노동자 및 고객에게 지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구실에 불과하다.

플랫폼 회사는 과거에 산업혁명 초기에 선대제도(putting-out system)의 현대판이다. 인터넷 기술 덕분에 시장과 회사의 중간 형태의 조직과 거래가 가능케 되었으며, 노동을 원격에서 통제할 수있게 되었다. 그러나 플랫폼 회사에 속한 노동자에 대한 보상은 미흡하며, 노동의 질은 열악하며,  산출된 서비스의 질 역시 그리 좋지 않다. 이는 과거에 선대제도와 또 다른 공통점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의 지력을 요하는 덜 복잡한 일이 긱 노동의 대상이며, 과거 선대제도와 마찬가지로 긱 노동을 하는 사람은 사회적으로 열악한 지위와 환경에 처한 노동자이다. 

긱 노동을 하는 노동자는 전통적인 노사관계에 속한 노동자에 비해 착취당하고 있다. 법에서 정하는 근로자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며,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지고 혜택은 별로 없는 불이익 속에서 일한다. 플랫폼 회사는 전통적인 노사관계의 책임을 질 때 발생하는 비용을 회피함으로서 전통적 회사와 불공정 경쟁을 하고 있다. 소비자는 현재는 대폭의 할인혜택 덕분에 싼 가격에 서비스를 구입하지만, 플랫폼 회사의 시장 지배력이 높아지면 가격을 올리므로 소비자 혜택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플랫폼 서비스는 새로운 노동 형태로서, 전통적인 노사 관계의 비용을 수반하지 않으므로 그전에는 가능하지 않던 노동을 싼 값에 시장으로 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플랫폼 회사가 노동자에 대한 고용주의 책임을 회피한다면 결국 그 노동자에 대한 비용은 사회가 부담해야 한다. 플랫폼 회사에 투자한 자본가가 거두는 수익은 불공정 경쟁의 과실을 챙기면서 책임은 일반 시민에게 떠 넘기는 것에 불과하다. 플랫폼 노동에도 전통적인 노사관계와 대등한 조건을 부과하므로서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게 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의 덕에 높아지는 생산성 만큼만 수익을 거두도록 해야지, 전통적인 고용주로서의 책임을 회피함으로서 거두는 수익은 부당하다.

저자는 법학자 답게 꼼꼼히 조건을 분석하면서 플랫폼 업계를 비판한다. 플랫폼 사업의 기술적인 성취를 크게 인정하지 않는다. 긱 노동은 새로운 성격의 노동이 아니며, 플랫폼 회사가 거두는 이익은 부당 이익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의 출현은 항시 부당이익이라는 당근을 두고 확대되었다. 현재의 택시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이 높은 반면, 우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들이 거두는 수익이 전통적인 택시 업자의 책임을 회피한 데서 나온 부당 이익인 부분도 분명 있지만, 그럼에도 기술 혁신이며, 소비자 이익을 높이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없다. 정치 경제적 접근보다는, 법적인 조건의 분석과 논증이 이어지기 때문에 읽기 딱딱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해 플랫폼 서비스 회사와 긱 노동의 성격을 보다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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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2. 5. 21:53

Daniel Kahneman. 2011. Thinking, Fast and Slow. Farrar,Straus & Giroux. 418 pages.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인지심리학자인 저자의 대표작. 심리학의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의 생각의 규칙을 밝힌다. 특히 생각의 오류에 빠지는 유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후반부에는 행동경제학에 큰 영향을 미친 의사결정이론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인간의 사고는 두가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첫번째 방식은 그가 system 1 이라 지칭하는 것으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사고이며, 두번째 방식은 system 2 라고 지칭하는 것인데 의식적으로 노력을 투입하여야만 하게 되는 사고이다. 외부세계를 지각한다거나, 특이한 차이를 감지한다거나, 유사한 것을 비교하는 등, 다양한 사고 유형이 이에 해당되는데, 인간의 생존에 유리한 기술로서 고도로 발전되었다. 이러한 방식의 사고는 의식적인 노력없이 이루어지며, 하지 않으려 해도 자동적으로 하게 되는 사고 작용이다. 두번째 방식의 사고는 복잡한 계산을 하거나 논리적으로 따지고 분석하는 등의 사고 작용이다. 이는 의식적 노력이 들어가야 하기에 우리는 가급적 이러한 사고를 회피한다.

system 1 의 사고는 다양한 오류 혹은 bias 를 낳는다. priming, anchoring, availabilty bias, halo effect, 등 다양한 bias 들이 논의된다. 깊이 따져보기보다는 일견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선호하는 system 1 사고의 속성 때문에, 논리적인 오류를 간파하지 못하며 부실한 근거로 쉽게 결론을 도출하는 오류를 범한다. 인간의 사고는 통계적 속성이나 확률적 관계, 특히 random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다. 인간은 선천적으로 세계를 인과적 질서로 인식하기 때문이다. 인과적 관계가 아니라 통계적 결과에 인과적 설명을 부가한다. 단적인 예가 regression to the mean을 인과적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건이 일어나고 난 후에 원인을 파악했다는 환상에 빠진다. 실제는 많은 우연이 개입하여 그리 된 것인데, 원인에 과도한 비중을 두어 해석한다. 인간은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환상을 가지며, 이러한 환상에서 벗어나는 증거들은 무시한다. 단적인 사례로 주식 투자 선택를 직업으로 하는 사람을 예로 든다. 객관적 분석결과 전문 주식 투자자의 선택이 더 승률이 높다는 증거가 없는데 그들은 그러한 증거를 무시한다. 인간 bias가 들어간 직관적인 결정(intuition) 보다는 독립적인 기여 요인에 대해 측정한 결과를 합산한 공식(fomula)에 의존하여 평가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예측을 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먼저 그 사건이 속하는 범주의 다른 사례들의 분포를 확인하여 기본값(base rate)를 파악한후, 그 사건이 그 범주의 평균 사례에서 벗어나야 하는 이유와 벗어나는 정도를 검토한 후, 기본 수치를 그에 합당하게 조정하는 방식이다. 많은 경우 자신이 간여한 사건에 매몰되어 과도하게 낙관적으로 예측한다. 그 사건이 속한 범주의 기본수치를 확인하는 길의 하나로 외부 의견을 구하는 것이 좋다.이러한 과도한 낙관이 자본주의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는 하다. 위험이 높으며, 기대값이 매우 낮음에도 사람들이 투자를 하고 경제활동을 하기에 경제가 돌아가는 것이다.

인간은 경제학의 인간형 처럼 합리적이지 않다. 재화와 서비스의 효용은 정태적인 절대 규모만이 아니라 준거기준의 영향을 받는다. 준거 기준에 따라 효용이 다르기 때문이다. 가진 것이 적으면 효용이 높으며, 반대로 가진것이 많으면 효용이 작다. 과거의 상태와 비교하여 더 좋아졌는지 혹은 더 나빠졌는지에 따라 효용에 차이가 난다. 또한 손실을 회피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며, 확실함을 선호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실제의 인간은 이러한 효용의 편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경제인처럼 단순한 확률적인 기대치를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무수한 실험과 풍부하고 엄청난 이론을 포함하고 있다. 두번째 읽는 것임에도 역시 첫번째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후반부에 의사결정이론의 논의를 끈질기게 쫒아가기 힘들었다. 이번에도 이부분은 결국 대충 읽고 말았다. 놀라운 사실은 그의 연구의 많은 부분이 공동연구자인 Amos Tversky와 대화를 통해 발전시켰다는 사실이다. 두명의 연구자가 오랫동안 함께 사고를 굴리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꾸준히 발전해 간다는 것은 정말 힘들지만, 이들이 엄청난 성과를 내는데 큰 힘이 되었을 것이다. 후반부는 나중에 다시 읽어 보아야 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의 사고의 한계를 인식하며, 그가 지적하는 주위의 오류 bias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담은 설명은 유용하다. 3~4권의 책의 분량에 해당하는 풍부한 내용을 담은 귀중한 책이다. 

 

2020. 2. 2. 10:43

Randolph M. Nesse. 2019. Good Reasons for Bad Feelings: Insights from the fronter of evolutionary psychology. Dutton. 269 pages.

저자는 'Why we get sick' 이라는 책으로 유명한 정신 의학자로 이 책에서는 진화론을 적용하여 인간의 다양한 정신적 문제를 설명한다. 정신 질환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먼저 인간의 정신 작용이 왜 그렇게 발달하였는지 이해해야 한다. 인간의 감정이란 사람들이 당면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컨대 고통과 불안은 그러한 상황이나 대상을 피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을 줄 때 이를 피하도록 우리를 효과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기제이다. 인간의 감정은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도록 작용하는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다.

진화적 자연 선택은 인간의 건강이나 행복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후대로 유전자의 번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우리의 건강이나 행복 추구와 유전자의 번식을 추구하는 것은 불일치 하기에, 많은 사람들이 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바람을 피며, 인간의 높은 두뇌작용과 욕망은 불안과 고통을 낳는다. 욕망은 유전자의 번식을 위해 우리를 몰아가지만, 그러한 욕망에 따를 때 우리는 마음이 평온하지도 행복하지도 않은 것이다. 불교에서 욕망을 없애면 번뇌가 사라진다는 가르침은 진화를 통해 선택되온 인간이기를 부정하는 것이다.   

고통, 불안, 걱정은 정상적인 정신의 작용이다. 화재감지기와 유사하게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예비적으로 우리를 조심하게 만든다. 이러한 감정이 없다면 위험 상황에 무모하게 처신하다가 사라졌을 것이기에, 진화적 선택은 이러한 감정을 가진 유전자를 우리에게 남겼다. 우울증 또한 정상적인 것이다. 상황이 긍정적이면 기분이 뻗쳐서 더 열심히 일하도록 하고, 상황이 부정적이면 기분이 침잠하여 노력을 줄이도록 만든다. 의식상으로는 이러한 실패와 좌절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라도, 우울한 감정이 그를 이러한 상황에 대처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헛되게 우리의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므로, 상황이 나쁠 때 우울한 감정이 들고 뒤로 물러나 에너지를 아끼는 것이 낫다. 세상에는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달성하지 못할 상황이나 목표가 많으므로 우울증은 이에 대처하도록 하는 현실적인 기제이다. 불가능한 역경에 처해 우울증을 느끼며 물러서지 않고 계속 열심히 밀고나간 사람은 결국 쇠해서 퇴출되었을 것이기에, 그러한 유전자는 우리에게 남겨지지 않았다.

많은 정신적인 문제는 두뇌나 유전자의 특정한 결함이나 병원균과 같은 특정 요인 때문이 아니다. 삶을 힘들게 만드는 상황이 정신적 문제를 낳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가족이 학대를 한다거나, 직장 일이 좌절된다거나, 배우자가 바람을 핀다거나,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거나, 신뢰하던 사람으로부터 배반을 당했다거나, 피할 수없는 곤경에 빠진 경우, 우울증, 집착, 질투, 슬픔, 분노 등이 심하게 나타난다. 원인이 되는 상황이 해결되면 정신적 문제가 사라진다. 약으로 이런 정신적 문제가 치료되지 않는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은 심리적인 적응의 전략으로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낸 것이다.

인간의 사회생활은 나의 의도를 숨기고 가장하고, 상대의 의도를 간파하고, 일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여 대응하는 복잡한 두뇌작용을 필요로 한다. 나의 의도를 상대에게 숨기는 효과적인 방법은 나 자신에게 나의 실제 의도를 숨기는 자기 기만이다. 진화적 선택은 인간이 자기기만을 능숙하게 하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자기 기만은 완벽치 않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유발한다. 자기 기만은 무의식을 억압하는데, 무의식의 감정과 생각이 외곡된 형태로 나타나 심리적 문제를 야기시킨다.

인간의 성적인 행위는 유전자의 번식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기에 종종 부적절한 성관계와 성욕구로 당사자를 불행하게 만든다. 인간의 강력한 질투심은 자신의 유전자를 번식시키려는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낸 감정이다. 거식증은 상대에게 육체적으로 매력적으로 보이게끔 하려는 욕망이 지나쳐서 발생하는 문제이다. 인간의 감정이 어느 정도에 이를 때까지는 진화적 생존을 높이는 순기능을 초래하나, 감정이 지나칠 경우 당사자를 해치는 역기능을 가져온다. 왜 어떤 사람은 감정이 지나치게 흐르는 반면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은지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유전적 요인과 상황적 요인이 결합하여 그러한 변이를 낳는다.

다이어트를 할 수록 우리의 몸은 기아 상황에 대처하기 위하여 생리작용의 강도를 늦추고 영양소를 더 갈구하도록 만든다. 주위에 먹을 것이 널려 있는 지금의 상황은 다이어트를 실패하도록 만드는 환경이다. 비만이란 우리의 조상이 살던 환경에 맞추어 만들어진 우리의 몸이 현대에 물질적으로 풍요한 상황과 맞지 않는 데서 발생한 문제이다.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찾는데 실패했다. 정신분열증과 자폐증은 복잡한 사고와 감정의 작용을 처리하도록 우리의 두뇌가 진화하면서 나타난 문제로 보인다. 우리의 두뇌를 창의적이고 똑똑하고 복잡한 것을 처리하도록 만들수록 소수에게지만 그것이 잘못될 위험성도 높아진다.

이 책은 주석만 70쪽이 넘으며 다양한 사례와 이론들이 제시된다. 대강의 줄거리는 분명하지만 상세한 이론과 설명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정신 의학이 '왜 그렇게 되었나'라는 질문을 외면하고, -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의 타당성이 부정된 상황에서- 증상에 대응하는데만 주력했던 관행에 경종을 울린다. 인간의 정신 질환은 다른 질병과 달리 원인을 파악하기 매우 어렵다는 것에 새삼 눈뜨며, 인간의 정신 작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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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9. 10:48

Arun Sundararajan. 2017(2016). The Sharing Economy: the end of employment and the rise of crowd-based capitalism. MIT Press. 205 pages.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인 저자가 공유경제의 이론적 배경을 서술한 개론서. 공유경제의 사례는 2000년대에 들어 인터넷 기반의 중계 플랫폼이 속속 사업을 개시하면서 서서히 확대되었다. Airbnb, Couchsurfing, Lyft, Uber, BlaBlaCar, Getaround, Kikstarter, Kiva, TaskRabbit, Etsy, 등의 사례가 소개된다.  숙박, 운송, 금융, 개인 서비스, 소매 유통, 등의 영역에서 공유경제의 사례가 확대되고 있다. 이 책의 전반부에서는 공유경제가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하며, 후반부에서는 공유경제가 미치는 사회경제적 영향을 서술한다.

공유경제는 시장경제의 속성과 선물 교환의 속성을 함께 가진다. 순수하게 시장적 원리, 즉 가격기구와 이윤 창출 목적만으로는 공유경제 사례를 설명할 수 없다. 비경제적 공동체적 관계 맺기가 공유 경제의 거래에 포함되어 있다.

정보기술의 발달로 상품과 서비스가 디지탈화 되면서 공유경제가 가능해졌다. 디지탈화된 서비스는 재화를 소유하는 대신 함께 사용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인터넷은 분권화된 개인들간 거래(peer-to-peer transaction)을 수월하게 한다. 음악파일을 공유하는 Nepster가 대표적인 예이다. 인터넷 상에서 구축되는 평판과 공동체를 통해 거래의 필수요소인 신뢰가 형성될 수있다.

거래의 비용이 클수록 조직 내에서 일을 처리하는 것이 효율적인 반면, 거래의 비용이 작을수록 시장이 효율성을 발휘한다. 경제학의 고전적인 markets vs. hierarchy의 문제이다. 디지탈 기술은 거래의 비용을 줄이기때문에, 조직 내에서보다 시장을 통한 조달을 효율적이게 만든다. 시장에서 거래를 통해 조달하는 것의 비용을 고려할 때,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가 클 수록, 일상적인 활용도가 낮을수록, 특정 상황에 특화된 정도가 적을수록, 운송비용이 적게 먹힐수록, 공유 플랫폼 사업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과 자동차가 이러한 조건을 가장 잘 만족시키기에 Airbnb나 Lyft, Uber 등이 공유경제를 가장 잘 구현하고 있다.

공유경제 사례는 유휴 재화와 서비스의 활용도를 높임으로서 경제 전체의 총생산을 증대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기존의 GDP 추계 방식으로는 포착하기 어렵다. 공유 플랫폼은 시장에서 제공되는 재화와 서비스의 다양성을 높인다. 공유 플랫폼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못했을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가 거래의 대상이 되었다. 공유 플랫폼은 대기업이 아닌 일반인도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에 참여할 수 있게 함으로서 경제 기회의 민주화를 촉진시킨다.

기존의 산업생산 체제에 적용되는 규제를 공유경제 거래에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예컨대 호텔 사업에 적용하는 엄격한 품질과 안전 규제를 소규모의 민박인 Airbnb에 적용하는 것은 많은 Airbnb 공급자의 선의의 참여를 막는 결과를 초래한다. 규제는 거래에 필요한 신뢰를 제공하며 거래의 안정성을 높이나, 규제의 문턱이 높으면 거래를 어렵게 만든다. 경제 제도와 브랜드가 전통적으로 신뢰를 만들어 내는 장치인데, 인터넷은 참여자들간 상호 평가와 감시를 통해 자발적 규제 생태계를 만들어 낸다. 인터넷 상에서 부정 행위를 하면 그의 평판이 낮아지고 참여가 제한되는 결과를 가져오기에 사람들은 올바르게 행동하려는 동기를 품게 된다.

공유 플랫폼을 통해 일을 구하는 주문형 서비스(on-demand service) 혹은 gig economy 에서 일하는 사람은 피고용 노동자인가 혹은 자유 계약의 프리랜서인가 하는 문제는, 2013년 우버의 노동자가 우버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쟁점화되었다. 일의 과정을 누가 통제하는지, 일에 관해 누가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지, 일의 도구는 누가 마련하는지, 일의 기간은 어떻게 되는지, 보상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의료보험이나 기타 수당이 있는지, 일과 관련된 훈련이나 교육을 제공하는지, 등의 판별 척도를 적용하는데, 경우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다르다. 분명한 것은 산업생산 체제에 적용하는 기준을 공유 플랫폼 거래에 적용하려하면 잘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제삼의 노동자 기준과 이들을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예컨대 의료보험이나 실업보험 등 노동자를 보호하는 장치가 어디에서 일하냐에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보장되며, 경력과 개인적 데이터를 개인 각자가 관리하면서 플랫폼간에 이전하는 것이 가능해야 한다. 

공유플랫폼 노동자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는 긍정적 성격의 노동인가 혹은 정규직의 부담을 피하고 저임금으로 노동을 갈취하는 착취적 고용 형태인가. 공유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저자와 같은 사람들은 전자의 편에 서있는 반면, 로버트 라이시 등의 경제학자들은 후자의 편에 서있다. 공유플랫폼 노동자 중 일부는 거의 전업으로 매달리며 장시간을 노동하면서 생계 임금에 못미치는 소득을 얻기는 하지만, 이는 일부이다. 공유 경제에 참여하는 대다수는 별도의 전업이 있고 공유 플랫폼 노동에는 일부 시간만을 쓰며, 소득의 일부를 보충하고, 공동체적 관계를 맺는 동기도 있으므로 공유경제 노동자를 피고용 노동자로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저자는 공유플랫폼 사업이 앞으로 더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며, 이러한 플랫폼에 참여하면서 기업가 (entrepreneurial) 훈련을 하여 기업가로 성장하는 기회가 넓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현재는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벤쳐 자본의 투자를 받아 공유 플랫폼 사업을 하기 때문에 참여자가 아닌 자본가에게 책임을 지는 구조이다. 그러나 노동자소유기업제도(ESOP)와 유사하게 플랫폼 참여자가 공유경제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태가 등장할 것을 기대한다. 데이터를 통해 우량한 참여자만 걸러지고 불량한 참여자는 도태되는 데이터 다원주의(Data Darwinism) 경향이 확대될 것이다.

이 책은 공유경제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그런지 논의에 체계가 부족하고 나열식으로 제시되며 분석의 깊이가 얕다. 충분한 객관적 근거 없이 저자 개인의 인상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서술을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공유경제와 관련하여 학술적 논의를 시작하는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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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5. 12:46

Mike Isaac. 2019. Super Pumped: The battle for Uber. W.W. Norton. 345 pages.

뉴욕타임즈의 기자인 저자가 5년동안 우버를 취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버와 창업자인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의 성장 과정을 서술한 책. 택시 공유서비스인 우버는 2009년 칼라닉과 그의 동업자인 캠프가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하여 2010년부터 샌프랜시스코에서 영업을 시작하였다. 2015년 무렵에는 미국의 대부분의 주요 도시에서 확고한 입지를 굳혔으며, 유럽, 남미, 동남아, 중국, 인도 등 세계 주요국가로 진출하였다.  2017년 이사회의 반란으로 칼라닉을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쫒아낼 무렵에 우버는 미국이 낳은 주요 IT 기업의 반열에 올랐으며, 2019년에 주식시장에 상장하였다. 

택시 서비스는 규제가 엄격며 택시업에 종사하는 운전사와 회사의 이익이 강고하게 버티고 있는 분야다. 우버가 어떻게 이런 업계에 진출하여 새로운 입지를 구축할 수 있었을까? 우버가 처음부터 일반 택시 서비스와 경쟁하는 사업에 발을 들이민 것은 아니다. 후에 우버 블랙이라고 이름 붙여진, 고급 리무진 중개 서비스로 시작하였다. 이는 기존의 리무진 사업자를 우버의 플랫폼에 가입시켜 운전자와 고객을 중개하는 형태였으므로 기존의 운수업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일반인이 자신의 차를 이용해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UberX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택시업계 및 정부의 운수업 규제기관과 충돌하였다. 택시 영업면허는 medalion 이라 하여 시장에서 비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었는데, 이러한 관행을 완전히 무시하고 일반인이 아무런 면허 없이 승객을 태우는 영업을 한다는 것은 불법이며 택시업의 기득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다.

이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한 샌프랜시스코 시당국으로부터 중지명령을 받았을 때, 칼라닉은 이를 무시하도록 지시하였다. 우버가 개발한 휴대전화를 이용한 서비스 중개 플랫폼은 사용자 편의성과 효율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불법임에도 사용자의 지지를 기반으로 하여 밀어붙이면 이길 수 있다고 계산한 것이다. 우버의 운전자는 자신의 차를 이용하여 자신이 편한 시간에 우버에 접속하여 영업을 하여 돈을 벌 수 있으므로, 이들의 지지 또한 우버의 투쟁에 우군으로 작용하였다. 우버는 우버의 운전수가 정부 규제기관으로부터 불이익을 당할 경우 모든 비용을 우버가 물어준다고 우버의 운전자들을 설득하였다. 우버를 이용한 사람들이 자신의 지역의 정치인에게 우버 서비스를 지지하는 이메일을 보내도록 설득하였다.

칼라닉은 규제기관과 택시업계의 압력을 물리치기 위해 합법 불법을 막론하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였다. 로비업자를 고용하여 시정부, 그것이 안되면 주정부에 우버의 서비스를 기존의 택시운송업과는 별도의 새로운 서비스로 합법화하도록 압력을 가하였다. 심지어 정부의 단속반의 눈을 피하기 위해 그들이 고객을 가장하고 우버 서비스를 신청하면 그들에게만 우버 서비스가 가용하지 않은 것으로 표시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하였다. 필라델피아에서는 벌금으로 수백만 달라가 부과되었는데, 시정부와 협상하여 수십만 달라로 감액받아 벌금을 납부하기도 하였다.

우버가 칼라닉의 지휘하에 투쟁 운동에 돌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존의 택시 서비스에 대한 시민의 불만이 높았기 때문이다. 택시를 불러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택시 서비스에 대해 원성이 높아도 개선의 노력이 없었으므로, 택시 업계와 정부의 운수 서비스에 대한 폐쇄적 정책에 대해 시민들의 반감이 높았다.  칼라닉은 우버의 엔지니어들이 개발한 편리한 서비스를 보급하면 사회의 복리가 높아지고, 기존의 부도덕하고 부정의한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자신에게는 물론 우버에 간여한 모든 사람에게 설득하였다. 그는 비효율적인 택시 서비스와 이를 지지하는 불합리한 법에 문제가 있으므로 이를 개선하려는 그의 노력은 정당하다고 주장하였다. 우버가 처음으로 우버X 사업을 시작한 샌프랜시스코시의 반대에 부딛쳐 해결이 여의치 않자 캘리포니아주 의회를 움직여서 결국 우버를 'Transportation Network Company' 이라는 새로운 사업 범주로 분류하여 캘리포니아 전역에 합법화시켰다.

우버가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전국의 주요 도시로 급속히 진출할 때 각 도시마다 지방 정부와 지역 택시업자의 저항은 대단하였다. 택시 운전사의 대규모 시위, 우버 운전사에 대한 폭력, 정부 규제기관의 전방위적 단속, 택시 운전사의 자살, 등이 연이어졌다. 우버는 엄청난 돈을 풀어 우버 운전사를 지원하였으며, 우버 사용자들에게 무료 서비스와 엄청난 폭의 할인으로 융단폭격을 가하면서 속도전으로 맞섰다. 우버는 새로운 도시에 진출하기 전부터 입소문 마켓팅 전략을 동원하여 급속하게 운전자와 이용자를 확대하였다. 우버를 이용하는 사람이 늘수록 이를 막기 어려워진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낙후된 택시업계의 도덕적으로 타락한 기득권이 보다 효율적인 혁신과 미래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다는 논리로 우버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면서 지역 정치인들을 설득하였다. 우버가 진출한 도시가 늘어날수록 우버를 규제하고 반대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졌다. 우버X 서비스를 시작한지 5년쯤 되는 2015년 경에는 미국의 주요 대도시 모두에 우버가 진출했으며, 이 도시들에서 우버의 입지가 확고해져 합법화되었거나 혹은 합법화가 확실시되는 단계에 도달했다.

우버가 진출한 도시에서 택시 면허의 가격은 급속히 떨어졌다. 뉴욕시의 경우 택시 면허의 가격이 우버가 진출하기 전에는 백만달라, 10억원에 가까운 고액이었는데, 우버가 진출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 가격은 5분의 1로 떨어졌으며, 다른 도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우버 운전사의 시간당 임금은 기존 택시 운전사의 소득에 비해 훨씬 낮다. 전업으로 우버 운전을 해도 가족의 최저 생계비에 못미치는 소득을 거두므로 택시 운전사들은 어려움에 빠졌다.

우버는 미국에서 크게 성공하였지만 외국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사업 초기부터 유럽에 진출했으며, 이후 중남미, 동남아, 인도, 중국 등에 진출했는데, 모든 나라에서 합법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동남아와 중국에서는 현지의 경쟁 업체에 밀려 사업을 접었으며, 유럽에서는 UberX 서비스가 합법화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근래에 규제가 강화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우버는 한국에 2013년인가에 UberX 서비스로 진출하였지만 격렬한 저항에 부딛쳐 합법화에 실패하고, 뒤늦게 기존에 택시 업자를 이용하는 우버 택시 서비스로 방향을 돌렸으나 부정적인 여론에 부딛혀 결국 2015년에 철수하였다. 

2017년 그의 마초적인 경영 스타일과 방탕한 생활이 연이어 매스컴에 노출되면서 우버는 위기를 맞았다. 우버의 이사회는 창업자인 칼라닉을 최고경영자 자리로부터 몰아내고 외부로부터 전문 경영인을 영입한다. 황제적인 경영을 했던 칼라닉이 우버의 좌우명으로 삼은 'pumped up'(기운 충만한), 'be always husling'(항시 수단을 가리지 않고 밀어붙여 해내라)은 폐기되고, '고객을 중심으로 하는'(customer-centered) 정상적인 대기업으로 체제를 정비한다.

저자는 수년동안 우버를 취재한 기자 답게 우버의 성장과 위기를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곁들이면서 흥미진진하게 풀어낸다. 우버라는 회사보다는 칼라닉이라는 사람에 더 촛점을 맞추어 기술한다. 저자는 전반적으로 칼라닉과 그가 지배한 우버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지니고 있는듯하다. 그러나 칼라닉이 그러한 성격의 소유자였기에 불가능해보이는 일을 해낸 것이 아닌가 싶다. 물론 우버의 출현으로 인해 기존의 택시업계 종사자들은 엄청난 희생을 겪게 되었으므로, 우버가 거둔 성공의 과실을 이들과 나누어 가져야 하는 것이 정의이다. 그러나 역사의 전개는 반드시 정의롭게 이익이 조정되면서 이루어지지 않기에, 칼라닉과 같은 무대포의 마초적이지만 영리한 엔지니어가 밀어붙이지 않았다면 그렇게 편리한 서비스가 출현할 수 있었을까 의심스럽다.

우버가 개발한 서비스가 과연 혁신적인 서비스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다. 칼라닉은 줄기차게 우버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IT 기술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이지, 운수업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활용율이 낮은 차를 가진 사람과 운송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은 전업으로 운수업을 하는 사람이 제공하는 서비스와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우버는 기술회사(technology company)이지 운수회사(transportation company)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실제 우버를 운전하는 사람 중 적지 않은 수는 노동 양태가 전업으로 일하는 택시 운전수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우버의 지시를 따라 일하므로 실질적으로 우버의 피고용인에 가깝다. 운송 서비스 사업이라는 면에서 보면 우버나 택시 회사나 실질적으로 다르지 않으며, 노동 측면에서 볼 때 우버 운전사와 기존에 택시 운전사는 유사하다. 운송 면허제도에 의해 진입장벽이 높게 설정되 있던 업계에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무면허의 새로운 경쟁자가 침입한 것이므로, 이는 불공정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버의 플랫폼을 통해 운수 서비스의 효율이 높아졌으며, 우버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기존에 택시 서비스보다 높다는 사실이다.

우버 이후에 출현하는 유사한 운수 중개 플랫폼 서비스는 조금 더 정의롭게 이익을 조정하면서 전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처음 개척하는 길은 험난하고 갈등이 클 수 밖에 없다. 2017년 우버에 영입된 전문 경영인은 칼라닉이 무시했던 우버 운전자의 고충을 듣는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택시 업계에 미친 피해에 대한 고려는, 이미 지난 일이어서 인지, 우버의 새로운 경영진이 관심을 두는 것 같지 않다. 다른 나라에서 우버와 같은 서비스가 어떻게 도입될지 궁금하다. 우리나라에도 택시 업계에 대한 불만이 많은데, 미국에서 우버의 편리한 서비스를 경험해본 사람은 한국에서도 그것을 누리고 싶어할텐데. 근래에 타다 서비스의 허가를 둘러싼 택시업계의 반발에 러다이트 운동이 자주 언급되는 것은,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공유서비스의 출현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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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21. 10:58

Key Redfield Jamison. 2004. Exuberance: the passion for life. Vintage books. 308 pages.

정신의학 교수인 저자가 열광적인 삶(exuberance)과 관련된 심리학의 연구결과, 문학적 서술, 역사적 사실을 종합하여 집필한 작품. 20세기초 미국 대통령인 Theodore Rousevelt의 열광적인 성격을 소개하며 열광적인 삶을 예찬하는 것으로 글을 시작한다.

열광적인 삶의 소유자는 에너지가 넘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말과 생각이 빨리 돌아가며, 열정적으로 다양한 일에 몰두한다. 열정적인 성격은 그 소유자를 매력적이게 만든다. 그는 삶과 세계에 대해 낙관적이고, 주위 사람들에게 그러한 기운을 전파한다. 열정적인 성격은 감염되는 경향이 있다. 그와 접하는 주위사람들에게, 그의 동료와 제자들에게 열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에너지가 넘치는 삶은 어린 시절의 놀이에서 잘 나타난다. 동물의 세계에서 놀이는 행위 자체의 즐거움 때문에 하며, 놀이에 몰입하면서 삶의 에너지를 발산한다. 놀이를 통해 습득한 기술은 이후의 삶에 크게 도움이 된다. 성장하면서 맹목적으로 삶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경향은 사라진다. 먹고살기 위한 일상 속에서 삶의 즐거움은 시든다.

과학계의 위대한 발견은 열광적인 삶 속에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 유전자의 이중나선 구조를 발견한 왓슨, 물리학계의 파인만, 등의 사례를 보면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과정은 삶의 에너지로 충만한 즐거운 경험이다. 남보다 더 빨리 발견하려는 경쟁은 압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성취의 기쁨을 크게 한다. 삶의 권태와 반복에서 벗어나는 길은 열광적으로 무엇에 몰두하는 것이다. 열광적인 모험과 도전은 삶의 권태와 무의미를 이기는 길이다. 

열광적인 삶은 유전적인 요인에 의해 발현된다. 열광적으로 산 사람의 부모 중에서 그런 성격을 발견한다. 그들은 외향적인 성격으로 태어나며, 아주 어린 아이 시절 부터 이러한 성향이 드러난다. 열광적인 삶을 사는 사람 중 양극적 성격 장애의 소유자가 많다. 그들은 기분에 큰 진폭을 보인다. 기분이 상승한 날에는 날아갈 것 같고 세상에 불가능한 것이 없을 것 같이 활기차게 잡다한 것을 추진하지만, 기분이 하강한 날에는 우울과 무기력에 침잠하여 웅크러든다.

열광적인 삶은 마약과 같은 약물에 의해 발현되기도 한다. 짦은 시간이지만 열광적인 삶의 경험을 하는 것은 큰 매력이지만, 그에 따른 댓가가 크다. 약물의 효력이 사라졌을 때 삶의 허전함에 대한 실망이 크기에, 그것으로 복귀하고 싶은 욕망이 간절하다. 평범한 삶의 어두운 면을 더 강렬하게 느끼고 견디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열광적인 성격은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하지만, 그들이 한 일이 꼼꼼하지 않고 피상적인 경우도 많다. 그들은 자기 중심적으로 주위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므로 주위 사람의 반발을 사기도 한다. 그럼에도 큰 일을 하는 데에는 열정이 필요하기에, 열광적인 성격은 일에 무한한 열정을 쏟게 만드는 원천이다.

미국은 열광적인 삶의 소유자들이 개척한 나라이다. 유럽에서 동부로 건너오고, 서부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미지의 위험에 굴하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개척하는 용기는 열광적인 성격을 필요로 했다. 미국인은 낙천적인 성향이 강하며, 미국의 역사는 이런 사람들이 일군 것이다.

이 책은 심리학의 연구결과와 문학 작품의 표현을 버무려서 만든 수필집이다.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논의 없이 기존의 연구결과를 단편적으로 인용한다. 그녀의 서술이 객관적으로 맞는 것인지 알 수없다. 여러 문학 작품에서 발췌하여 인용한 문구들이 반복된다. 어떻게 하면 열광적으로 살 수있을까, 왜 어떤 사람은 열정적으로 사는가 하는 의문에 답을 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저자의 언급은 '그렇게 태어난다'는 사실뿐이다. 주제 자체는 흥미롭지만, 책의 서술은 그리 흥미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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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16. 21:10

Richard Dawkins. 2015(1986). The Blind Watchmaker: Why the evidence of evolution reveals a universe without design. W.W.Norton. 451 pages.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 다음으로 이 분야에서 유명한 저자가 진화의 원리를 이론과 예로 설명하며, 진화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체계적으로 반박한 책. 저자의 대표작인 The Selfish Gene 과 함께 이 분야의 고전이다.

정교한 디자인의 생물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두가지 예를 가지고 생물체의 디자인의 정교함을 설명한다. 하나는 인간의 눈이며, 다른 하나는 박쥐와 같이 소리의 반향으로 주위를 인지하는 지각장치이다. 창조론자는 이렇게 정교한 장치는 우연히 생겨날 수 없으므로 신이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화의 원리는 오랜 기간 미세하게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정교한 디자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돌연변이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이러한 변화들 중 생존에 유리한 형질만 경쟁에서 살아남아 후손에 전해진다. 돌연변이 자체는 랜덤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만, 랜덤한 변화들 중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것은 결국 생존에 유리하게 복잡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저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랜덤하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복잡성이 높아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진화의 길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랜덤한 돌연변이가 일어날때마다 선택이 이루어지는데, 변이 자체는 랜덤하므로 어떤 변이가 일어나서 후손에 전해질지는 미리 알 수없다. 복잡성이 높은 생물이 단번에 만들어질 확률은 제로에 가까우며, 미세한 변화의 점진적 축적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다.

생명의 핵심은 DNA 즉 정보이다. 이 정보는 세대를 거듭하며 자기 복제되며, 복제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 즉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변이가 축적되는 과정이 진화이다. 생물체의 몸은 정보를 담고 다음 세대로 복제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렇다면 맨 처음 생명체, 즉 최초의 자기복제 물질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원시 상태의 유기물 영양 성분 스프에 번개가 치면서 자기복제 물질이 생겨났다는 기존의 이론에 추가하여, 무기물 결정체를 통한 자기복제 물질의 생성 이론을 소개한다. 실리콘이나 진흙 등은 결정체를 만드는 성질이 있는데, 특정 결정체를 더 잘 생성시키는 정보가 우연히 추가되어 이후에 지속적으로 그러한 정보를 가진 결정체가 더 많이 생성되게 된다면, 이는 자기복제 유기물이 출현하기 전단계에 출현한 것일 수있다. 자기 복제 유기물이 정보를 훨씬 효과적으로 복제하므로, 자기복제 무기물은 점차 자기 복제 유기물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진화는 생존 경쟁에서 패배한 형질과 그 유전자을 도태시키는 부정적인 선택도 있지만, 서로 함께할 때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긍정적인 선택도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세포가 결합하여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면 결합체가 형성될 것이다. 이 결합체의 구성 세포와 세포들의 뭉치는 서로 함께 결합하여 서로 다른 기능을 하면서 전체의 생존을 높인다. 기능이 서로 다른 세포로 구성된 다세포 생물은 긍정적인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 낸 것이다. 예컨대 인간의 세포내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의 DNA와는 별도의 DNA를 가지고 있으며 난자를 통해 후손에 유전되는데, 이는 오랜 옛날에 서로 다른 세포가 결합한 것임을 말해준다.

변화의 과정은 매우 더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기도 한다. 숫공작의 화려한 날개는 암공작의 화려한 날개에 대한 선호와 결합하면서, 화려함이 더하는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진화되었다. 이러한 공작의 날개의 변화는 기능적인 불이익을 가중시킴으로 결국에는 언젠가 실용성의 제약과 타협하여 변화가 중단된 안정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생물의 분류학은 진화의 계보를 따라 생물을 구분하는 작업이다. 진화의 나무는 일단 가지가 갈라지면 다시 합치지 않는다. DNA 정보의 유사한 정도에 따라 생물체의 근소관계를 판별해낼 수있게 되면서, 과거에 형상이나 기능의 유사성에 따라 구분하던 분류 체계에 큰 변화가 왔다.  생물체의 분류 결과는 위계 관계를 보여준다. 현대의 생물체간에 상하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초에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가지치기를 계속하여 현대의 생물체들이 모두 생겨난 것이다. 현대의 생물체들간에 유전적인 근소관계를 가릴 수있지만, 어느 생물이 어느 생물의 조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복잡한 생명체가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복잡한 일을 한 존재인 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밝혀야 한다. 진화의 원리를 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면, 그러한 원리를 만든 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진화론은 단순한 것으로부터 진화의 과정을 통해 복잡성이 더하게 되는 과정을 밝힌 것에 요점이 있다. 처음에 가장 단순한 것, 즉 최초에 자기복제 물질이 생성된 것은 우연한 과정이지만, 이후에 복잡성이 더해지는 과정은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진화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론들은 복잡한 것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복잡한 것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은, 단순한 것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보다 훨씬 작다. 복잡성이 더해질 수록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단한 이론서이며 논쟁서이다. 진화론을 반박하는 입장을 논리적으로 그야말로 여지없이 몰아세우며 반박한다. 이 책을 읽으면 창조론을 철저히 부정할 수밖에 없다. 진화론에 대한 저자의 열정, 사명감, 철저함에 설득당하게 된다.  진화의 원리는 단순하면서도 경외를 느끼게 하는 무엇이 있다.

2020. 1. 12. 13:04

Michael Beckley. 2018. Unrivaled: Why America Will remain the world's sole superpower. Conell Univ. Press. 154 pages.

국제정치학자인 저자가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국의 국제정치적 위상을 설명한 책. 경제력과 군사력의 지표를 종합하여 미국과 중국의 국력을 비교한다. 현재 미국의 국력은 중국이 가까운 시일에 넘볼수 없을만큼 엄청나다. 조만간 중귝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GDP의 총량만을 보는데, GDP 총량과 일인당 GDP의 양쪽을 함께 고려한 지표가 두나라간 국력의 차이를 더 정확히 나타낸다. GDP 총량은 그것을 생산하고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부(net wealth)를 제대로 측정하지 못한다. 총량에서 비용을 제한 순수한 부를 비교해야 한다.

경제력은 생산, 제도, 인구의 세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중국은 총생산은 크지만, 생산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그것을 생산하는데 많은 비용이 든다. 중국은 미국보다 유용한 자원이 적기 때문에 미국보다 자원 수입에 훨씬 많은 비용을 소모한다. 인구가 많지만, 인적 자원의 수준이 낮으며, 거대한 인구를 먹여살리는데 생산량의 많은 부분을 소모해야 하기에 이를 제한 순수한 부는 크지 않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제도는 부패와 비효율이 큰 반면, 미국의 자유경제체제는 자원분배의 효율성이 높다.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비교에서 군대의 규모와 무기의 양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잘못됬다. 중국의 군대는 규모는 크지만 잘 훈련되어 있지 않고 부패가 심하며, 군사력의 상당 부분을 국내 치안을 유지하고 국경을 관리하는데 쓴다. 반면 미국 군대는 잘 훈련되어 있고 효율적이며, 국내 치안이나 국경 유지에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미국의 무기는 성능에서 중국을 압도한다. 중국의 군대 규모가 크다는 것은 군사비의 상당 부분을 군인을 먹이고 입히는데 소모함을 의미하는 데, 이는 군사력 측정에서 비용요소로 삭감해야 한다.

1990년 소련의 붕괴 이후 세계는 단극체제가 되었다. 역사적으로 단극체제는 다른 나라들이 연합해서 단일 강국에 대항하는 대립하는 구도를 만들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는 미국에 대항하는 강력한 연합 세력이 등장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는 자체의 문제와 비효율때문에 다른 나라의 지지를 끌어모으기 어려우며, 유럽 선진국들이 연합하여 미국에 대항할 가능성은 적다. 미국은 지리적으로, 제도면에서, 인구면에서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러한 미국의 우위는 앞으로도 당분간 그러할 것이므로,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는 오랫동안 유지될 것이다.

미국의 국력을 갉아먹는 요인은 미국 국외보다는 국내에 있다. 역사적으로 경쟁상대가 없는 강국은 자체 내에서 파벌로 분열되고 갈등하면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미국도 근래에 정치적 분열이 악화되면서 정치적 파행의 조짐이 보인다. 양안의 대도시에 기반을 둔 민주당 세력과 내륙 지역에 기반을 둔 공화당 세력은 서로 편을 갈라 상대를 부정하는 정체성 정치(identity politics)로 치닫고 있다. 돈있는 사람의 영향력이 정치에 과다하게 행사되는 반면, 돈없는 사람은 정치에서 소외되는 현상은 근래에 트럼프와 같은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을 낳았다. 미국의 국내 갈등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미국은 내부의 문제에 정치력을 소모한 나머지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는 역할을 포기할 것이다. 세계는 질서가 흐트러지면서 여러 지역에서 소규모 강국간 긴장과 갈등이 높아질 것이다.

중국은 1979년에 개방하여 본격적인 경제발전에 착수한지 40년밖에 되지 않는 반면, 미국은 19세기 중반 산업혁명에 돌입하여 150년 이상의 경제개발 경험이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 헌정사는 250년이나 지속되면서 그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제도를 개선해 왔다. 중국의 일인당 소득은 1만불이 못되는 반면, 미국은 5만불이 넘는다. 이 두나라의 국력을 비교하는 것은 마치 성인과 어린이를 수평 비교하는 느낌을 준다. 문제는 앞으로 중국이 얼마나 빠르게 따라잡을 것인가인데, 이 문제에 대해 그리 통찰력을 제공하지 못한다. 현재 중국은 미국의 적수가 되기에는 무리인데, 중국을 적국으로 간주하고 전쟁 시나리오를 상세히 분석한 것은 의외이다. 숫자와 그래프를 많이 제시하며 기술적 분석을 부지런히 하지만 통찰력이 부족한 젊은 학자의 논문이란 인상을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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