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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1. 16. 21:10

Richard Dawkins. 2015(1986). The Blind Watchmaker: Why the evidence of evolution reveals a universe without design. W.W.Norton. 451 pages.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 다윈 다음으로 이 분야에서 유명한 저자가 진화의 원리를 이론과 예로 설명하며, 진화론에 비판적인 입장을 체계적으로 반박한 책. 저자의 대표작인 The Selfish Gene 과 함께 이 분야의 고전이다.

정교한 디자인의 생물체는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두가지 예를 가지고 생물체의 디자인의 정교함을 설명한다. 하나는 인간의 눈이며, 다른 하나는 박쥐와 같이 소리의 반향으로 주위를 인지하는 지각장치이다. 창조론자는 이렇게 정교한 장치는 우연히 생겨날 수 없으므로 신이 창조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화의 원리는 오랜 기간 미세하게 작은 변화가 축적되어 정교한 디자인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돌연변이는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고 이러한 변화들 중 생존에 유리한 형질만 경쟁에서 살아남아 후손에 전해진다. 돌연변이 자체는 랜덤한 방향으로 이루어지지만, 랜덤한 변화들 중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것은 결국 생존에 유리하게 복잡성이 높아지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저자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랜덤하지만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 복잡성이 높아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진화의 길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랜덤한 돌연변이가 일어날때마다 선택이 이루어지는데, 변이 자체는 랜덤하므로 어떤 변이가 일어나서 후손에 전해질지는 미리 알 수없다. 복잡성이 높은 생물이 단번에 만들어질 확률은 제로에 가까우며, 미세한 변화의 점진적 축적만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이다.

생명의 핵심은 DNA 즉 정보이다. 이 정보는 세대를 거듭하며 자기 복제되며, 복제 과정에서 약간의 오류 즉 돌연변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변이가 축적되는 과정이 진화이다. 생물체의 몸은 정보를 담고 다음 세대로 복제하기 위한 도구이다. 그렇다면 맨 처음 생명체, 즉 최초의 자기복제 물질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저자는 원시 상태의 유기물 영양 성분 스프에 번개가 치면서 자기복제 물질이 생겨났다는 기존의 이론에 추가하여, 무기물 결정체를 통한 자기복제 물질의 생성 이론을 소개한다. 실리콘이나 진흙 등은 결정체를 만드는 성질이 있는데, 특정 결정체를 더 잘 생성시키는 정보가 우연히 추가되어 이후에 지속적으로 그러한 정보를 가진 결정체가 더 많이 생성되게 된다면, 이는 자기복제 유기물이 출현하기 전단계에 출현한 것일 수있다. 자기 복제 유기물이 정보를 훨씬 효과적으로 복제하므로, 자기복제 무기물은 점차 자기 복제 유기물로 대체되었을 것이다. 

진화는 생존 경쟁에서 패배한 형질과 그 유전자을 도태시키는 부정적인 선택도 있지만, 서로 함께할 때 생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긍정적인 선택도 있다. 서로 다른 성격의 세포가 결합하여 전체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면 결합체가 형성될 것이다. 이 결합체의 구성 세포와 세포들의 뭉치는 서로 함께 결합하여 서로 다른 기능을 하면서 전체의 생존을 높인다. 기능이 서로 다른 세포로 구성된 다세포 생물은 긍정적인 진화적 선택이 만들어 낸 것이다. 예컨대 인간의 세포내에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핵의 DNA와는 별도의 DNA를 가지고 있으며 난자를 통해 후손에 유전되는데, 이는 오랜 옛날에 서로 다른 세포가 결합한 것임을 말해준다.

변화의 과정은 매우 더디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빠른 속도로 전개되기도 한다. 숫공작의 화려한 날개는 암공작의 화려한 날개에 대한 선호와 결합하면서, 화려함이 더하는 방향으로 폭발적으로 진화되었다. 이러한 공작의 날개의 변화는 기능적인 불이익을 가중시킴으로 결국에는 언젠가 실용성의 제약과 타협하여 변화가 중단된 안정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

생물의 분류학은 진화의 계보를 따라 생물을 구분하는 작업이다. 진화의 나무는 일단 가지가 갈라지면 다시 합치지 않는다. DNA 정보의 유사한 정도에 따라 생물체의 근소관계를 판별해낼 수있게 되면서, 과거에 형상이나 기능의 유사성에 따라 구분하던 분류 체계에 큰 변화가 왔다.  생물체의 분류 결과는 위계 관계를 보여준다. 현대의 생물체간에 상하관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원초에 하나의 생명체로부터 가지치기를 계속하여 현대의 생물체들이 모두 생겨난 것이다. 현대의 생물체들간에 유전적인 근소관계를 가릴 수있지만, 어느 생물이 어느 생물의 조상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복잡한 생명체가 신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복잡한 일을 한 존재인 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밝혀야 한다. 진화의 원리를 신이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면, 그러한 원리를 만든 신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밝혀야 한다. 진화론은 단순한 것으로부터 진화의 과정을 통해 복잡성이 더하게 되는 과정을 밝힌 것에 요점이 있다. 처음에 가장 단순한 것, 즉 최초에 자기복제 물질이 생성된 것은 우연한 과정이지만, 이후에 복잡성이 더해지는 과정은 모두 설명이 가능하다. 진화론을 제외한 다른 모든 이론들은 복잡한 것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는지 설명하지 못한다.  복잡한 것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은, 단순한 것이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보다 훨씬 작다. 복잡성이 더해질 수록 우연에 의해 만들어질 확률은 불가능에 가깝다.

대단한 이론서이며 논쟁서이다. 진화론을 반박하는 입장을 논리적으로 그야말로 여지없이 몰아세우며 반박한다. 이 책을 읽으면 창조론을 철저히 부정할 수밖에 없다. 진화론에 대한 저자의 열정, 사명감, 철저함에 설득당하게 된다.  진화의 원리는 단순하면서도 경외를 느끼게 하는 무엇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