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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3. 29. 21:29

Tim Harford. 2016. Messy: The Power of disorder to transform our lives. Riverhead Books. 265 pages.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며, 무질서 속에 창조성이 있으며, 세상과 삶은 그리 깨끗하게 정돈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도하게 정돈되게 만들려고 노력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어떤 문제에 대해 랜덤하게 접근할 때가 체계적으로 접근할 때보다 더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수월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특히 예술 분야나 새로운 과학적 발견에서, 오랜 훈련에 바탕을 두고 랜덤하게 접근하는 것은 유효하다. 랜덤하게 접근하면 훨씬 더 머리가 긴장되며, 관행적인 접근 시 활용되지 않던 부분이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질적인 다양한 특성의 사람들로 모인 팀이 동질적인 팀보다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 예컨대 투자 클럽의 구성원들이 다양하게 구성되었을 때 승율이 더 높다. 이는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 이질적인 사람이 모이면 다양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며, 둘째, 팀의 구성원들이 이질적 상대를 의식하며 생각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문제 상황에 부닥뜨려 즉석에서 만들어 내는 것이 오랜 준비를 거쳐 만든 것보다 더 훌륭한 경우가 있다. 예컨대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워싱턴 광장에 엄청나게 많은 대중이 모인 앞에서 준비한 원고를 버리고 즉석에서 "I have a dream" 연설을 만들어 냈으며, 재즈의 묘미는 즉석 연주에서 분출되는 에너지와 창의성에 있다.

전장이나 경쟁에서는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신속히 읽고 혼돈을 감내하면서 밀어 붙여, 상대를 우리 편보다 더 혼돈에 빠뜨리는 전략으로 승리할 수 있다. 내 편을 정돈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사이에 상대편이 진영을 정비해 버리면 승리할 확율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차대전때 롬멜 장군이나, 온라인 쇼핑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2015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쟁에서 제프 부시와 맞붙은 도날드 트럼프가 그 예이다. 

자동화가 진전되면서 일상적 상황에서 사람의 개입은 점점 줄어드는데, 이는 전문가의 기술 퇴화를 낳았다. 자동제어 장치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자동 프로그램이 대처하기 어려운 예외적 상황에 맞닥뜨릴 때, 전문가도 통제하지 못하여 큰 피해를 낳는다. 이러한 '자동화의 딜레마'에 대처하기 위해, 일상적 상황에서도 인간이 수시로 개입하여 인간 기술의 퇴화가 전개되지 않도록 프로그램을 설계해야 한다.

주위 환경을 지나치게 깨끗하고 정돈되게 하는 것은 오히려 생산성을 저해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깨끗하고 정돈된 상황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바람직하게 보나, 실재 일하는 사람에게 좋은 환경은 자신이 통제할 수 있도록 어질러져 있는 환경이다. 예컨대 MIT 대학에서 가장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온 곳은, 비싼 돈을 들여 멋있고 그럴듯하게 지은 빌딩이 아니라, 연구자가 자기 마음대로 주변을 통제할 수 있는 허름한 빌딩이었다.

인간의 삶이란 기본적으로 질서잡혀져 있지 않다(disorderly).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한 벤자민 프랭클린이나, 아놀드 슈발츠제네거, 등은 며칠 앞의 일정을 계획하는 방식으로 일하기보다, 그때그때 일을 바로 처리하는 방식으로 살았다. 남녀간의 만남이 발전하는 과정 역시 예측할 수 없다. 근래에 유행하는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에서 남녀간 상대의 성격을 복잡한 변수를 동원해 매칭하는 것은 별로 효과가 없다. 삶의 질서를 잡으려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은 낭비이다.

저자는 많은 잡다한 독서를 바탕으로 수많은 인용을 하면서 논의를 이어간다. 저자는 반드시 무질서와 즉흥이 최선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를 옹호하는 이율배반적 태도를 보인다. 저자 자신은 똑똑하고, 열심히 살고, 성실한 사람으로 보인다. 이책을 읽다보면 인생을 매우 성실하게 살아나가는 꽤 똑똑한 사람이, 자신이 갖지 못한 천재성을 탐하는 발언을 하는 듯하다. 사실 그런 천재는 정말 드물기 때문에, 무질서를 옹호하는 저자의 주장은, 냉정하게 보면 '환상(fantasy)'을 꿈꾸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