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nah Lehrer. 2009. How We Decide. Houghton Mifflin Harcourt. 265 Pages
사람들이 어떤 것에 대해 결정하기란 어렵다. 특히 문제가 복잡해 질 수록 결정하기가 어렵다. 선택지가 많거나 관련되어 고려해야할 변수들이 많을 수록 어려워진다. 당면 문제에 대해 이성적으로 많이 생각할수록 현명한 결정을 내린다는 주장이 과거에는 지배했다. 플라톤이나 칸트와 같은 이성주의자들의 견해가 그것이다. 그러나 장고끝에 악수둔다는 격언이 있지 않은가? 저자는 과거의 철학자들이 이성을 우선시하고 감정을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한 전통에 반기를 든다. 근래에 심리학이나 행동경제학에서 인간의 행위에서 이성보다 감정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을 옹호한다.
저자는 그 분야에 오랜 훈련을 쌓은 전문가들의 경우 많은 변수가 연관된 복잡한 문제를 대했을 때 이성보다는 느낌 혹은 직관이 더 유효하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전문가들이 자신의 전문 영역에서 오래도록 경험을 축적했을 때, 그들이 문제를 접하여 받는 느낌이란 다름 아니라 복잡한 정보를 처리한 결과 나온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이성은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문제가 복잡해질 경우 처리 능력에 제한에 부닥쳐 오류를 만들어 내는 부실한 컴퓨터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의 감정은 오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된 고도의 컴퓨터이기 때문에 이성의 정보처리 한계를 뛰어 넘을 수있다. 우리의 감정이 이렇게 고도의 정보처리 컴퓨터가 된 것은 진화의 산물이다. 감정은 우리의 생존에 근접한 문제일수록 더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을 발휘하도록 진화의 과정을 통해 발달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감정이 항상 올바른 결정으로 유도하지는 않는다. 문제가 복잡하지 않을수록 이성적으로 따지는 것이 효과적이며, 과거에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문제일수록 이성적으로 깊이 파고드는 것이 창의적인 접근방법을 찾아내는 데 효율적이다. 반면 문제가 복잡해 질수록 전문가의 느낌이나 직관이 큰 통찰력을 발휘하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전문가의 오랜 경험과 축적된 지혜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인간은 자신이 범한 오류를 반추하여 개선할 점을 생각해 내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지혜를 축적하게 된다. 저자는 오류를 분석하여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생각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인간을 동물보다 앞서게 하는 비결이다.
이 책의 장점은 무수한 예를 통해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쉽게 이해할 수있도록 제시하는 것이다. 엄청나게 다양한 예가 나오는데 이러한 예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친숙한 것들이다. 이 책에서 거론되는 대표적인 예로는 비행기 조종사의 결정, 풋볼 선수가 필드에서 벌이는 결정, 포커 선수가 포커판에서 전개하는 결정, 일반 사람들이 마트에서 쇼핑할 때 하는 결정, 자동차나 집을 구입하는 결정, 화재현장에서 소방관의 결정, 등이다. 이러한 예들은 거의 모두가 학술적인 연구결과와 함께 엮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최근의 심리학, 신경과학, 행동경제학의 연구 결과를 종횡무진하게 인용한다.
근래에 연구의 조류가 감정의 긍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흥미롭다. 사실 감정이란 이성과 달리 그 과정을 분석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신경과학과 진화론을 결합하여 인간의 감정도 이성 못지 않게 충분히 효과적이고 유력한 문제해결 능력을 품고 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그러나 무모한 감정적인 대처는 그야말로 무모함일 뿐이다. 오랜 경험과 반추를 통해 쌓여서 만들어진 능력은 감정의 영역일까 이성의 영역일까? 이 책은 이성과 감정을 양분하는 지적 전통은 틀렸다고 말한다.
저자의 직업이 과학 기자라는 점이 백퍼센트 발휘된 결과물이다. 그 많은 연구들을 들여다보고 주변의 예들을 수집한 저자의 부지런함에 놀라지 않을 수없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오랫동안 자리매김한 데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흥미있는 한편으로 다양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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