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nald Inglehart. 2018. Cultural Evolution: People's motivations are changing, and reshaping the world. Cambridge. 216 pages.
저자는 정치학자로 "세계가치관조사" World Value Survey 의 주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저자의 가치관 변화 이론을 조사 자료를 이용하여 검증한 그간의 연구 결과들을 요약하여 제시한다. 저자는 근대화이론 modernization theory 를 약간 변형하여,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 사회의 가치관이 물질주의 materialistic values 에서 비물질주의 non-materialistic values 로 바뀐다고 주장하였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그의 주장을 한단계 더 발전시켜 생존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관 survival values 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가치관 Expression values 로 바뀐다고 주장한다.
물질적인 생존이 위협을 받는 단계에서 사람들은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추종하며, 집단주의 collectivism 가치관을 지지하며, 외부인을 배격하며,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으며, 종교를 중시하며, 위계적 질서와 전통을 옹호한다. 그러나 물질적 결핍으로부터 해방되어 물질적 안정을 당연시하는 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의 삶의 우선순위는 바뀐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을 중시하고, 자유를 중시하며, 개인주의 individualism 가치관을 지지하며, 자율성을 중시하며, 다양성을 허용하며, 세속적 합리적 가치관을 가지며, 외부에 대해 개방적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생물학적 진화와 유사하게, 풍요로운 사회에서는 자신을 표현하는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삶과 사회발전에 더 유리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서구 사회가 20세기 후반 지식중심의 경제 knowldege economy 로 이전하면서, 자유, 자율성, 다양성을 중시하는 사람이 획일적 질서를 중시하는 사람보다 생산성이 더 높아진다.
가치관의 변화는 세대의 이전을 통해 이루어진다. 성장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형성된 가치관이 이후 일생동안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장기에 물질적 결핍을 겪은 사람은 생존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관을 일생 유지하게 되는 반면, 성장기에 물질적 안정을 당연시하며 자라난 세대는 자신의 표현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일생 유지한다. 서구 사회에서 2차대전 이전에 성장기를 겪은 세대는 생존을 중심으로 한 가치관을 가진 반면, 전후의 풍요 시기에 성장한 세대는 자신의 표현을 중시하는 가치관을 가진다. 이들이 바로 1960년대의 반문화운동, 베트남전 반대 운동, 여성운동, 동성애 인정을 가져온 세대이다.
개별 사회 내에서 볼 때는 종교적인 사람이 덜 종교적인 사람보다 삶의 질이 높지만, 사회전체를 단위로 보면 종교를 중시하는 사회는 세속적인 사회보다 구성원들의 삶의 질이 높지 않다. 서구 산업사회는 모두 세속주의 secularism가 확대되어 왔는데, 이러한 추세 예외라고 하던 미국 조차도 근래에 종교의 영향력은 약화되고 있다.
개인주의가 강하고 개인의 선택을 중시하게 되면 여성의 지위는 향상된다. 물질적 생존이 위협을 받을 때에는 권위주의적 남성 우위의 가치관이 지배하지만, 물질적 위협으로 부터 벗어나면 여성의 지위, 성적 자유, 성적 다양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한다.
물질적 위협으로 부터 벗어나면 집단에 대한 충성도는 약화된다. 이는 자신의 나라를 위해 기꺼이 전장에 나가겠다는 의지의 약화로 나타난다. 즉 물질적 위협에서 벗어나면 사람들의 의식은 평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한다.
경제발전이 왜 민주주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저자는 경제발전이 사람들의 가치관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민주주의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때문이라는 인과관계를 제시한다.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면, 자신을 표현하고 자유를 중시하는 가치관이 지배하게 되고, 이는 자신의 목소리를 정치에 반영시키려는 노력으로 이어진다. 사람들의 의식에서 민주적 욕구, 즉 자신의 의견이 반영되기를 원하는 욕구가 높아지면, 사회적 동원으로 이어지며, 이는 민주적 제도의 발전을 낳는다. 사람들의 민주적 욕구의 정도와 민주적 제도화의 정도가 불일치 할 경우 정치가 불안정해진다. 만일 사람들의 민주적 욕구가 높지 않다면, 아무리 외부로부터 민주적 제도를 도입하여도 이것이 정착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예가 이라크이다. 중국을 민주화하려면 결국 그들의 경제발전을 도와서 중국인들이 자신의 표현을 중시하는 가치관으로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이 정답이다. 중국은 아직도 일인당 소득이 낮아 사람들이 생존의 위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므로 권위주의 가치관과 권위주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다.
경제가 발전하여 소득이 높아지면 사람들의 행복도도 높아진다. 소득이 낮은 수준에서는, 소득이 증가하면서 행복도가 높아지는 속도도 높다. 그러나 소득 수준이 어느 정도에 도달하면, 소득의 증가가 행복도의 증가에 미치는 영향은 약화된다. 그럼에도 소득의 증가가 행복도의 증가를 이끈다는 명제는 어느 소득 수준에서나 항시 옳다. 행복도는 시대나 사회에 따라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거나, 행복도는 소득과 무관한 것이라는 기존의 주장은 경험적으로 그릇되다.
1990년 동구권이 몰락하면서 동구권 사람의 주관적 삶의 질은 현저히 하락하였다. 이는 경제적인 후퇴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 못지 않게 사람들의 정신적 지주였던 공산주의 이념이 몰락하면서 삶의 의지처를 잃은 때문이다. 그 결과 동구권은 공산주의의 몰락 이후 종교의 영향이 높아졌다. 종교가 공산주의의 빈자리를 메운 것이다.
근래에 서구 산업국의 노동계층 사람들은 소득이 정체하고 실업률이 높아지면서 물질적 위협을 느끼게 되었으며, 생존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높아졌다. 그 결과 이들은 권위주의와 인종주의를 옹호하며,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에 지지를 보낸다. 이민자가 20세기 후반 이래 급격히 증가하면서 자신의 삶의 방식이 위협을 당한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자신의 계급적 이익을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문화적 가치에 따라 투표하는 성향이 높아졌다. 종교와 전통적 가치를 강조하는 노동계층의 투표 성향은 계급적 이익과는 별개의 독립 차원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서비스 노동자가 늘어나고, 인공지능의 확대로 사무직 노동자의 지위까지 위협받고, 승자독식 winner-takes-all 체제가 뚜렷해지면서, 생존을 중시하는 가치관이 확대되며, 민주주의가 후퇴할 위험이 크다. 이러한 문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1930년대에 대공황시대에 뉴딜정책과 유사하게,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분배를 바로잡는 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저자는 근대화이론의 옹호자로 이 책에서 그의 일생의 연구결과를 집약한다. 그의 주장은 비교적 분명하며, 데이타 분석 결과를 통해 그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이 책의 초반은 자신의 이론을 잘 정리하여 읽을만 하다. 그러나 이책의 중반 이후는 그가 과거에 쓴 논문을 짜깁기하여 덧붙이기 때문에 중복이 많으며 읽기에 지루하다. 여하간 한 학자의 일생의 연구를 요약하여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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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uro Guillen. 2020. 2030, How today's biggest trends will collide and reshape the future of everything. St.Martin's Press. 242 page.
저자는 펜실베니아 대학 경영학 교수이다. 이 책은 현재의 추세를 점검하면서 십년 후의 미래를 예측한다. 인구, 여성, 환경, 기술 분야에 집중하여 논의한다.
선진국의 인구 노령화가 지속되면서 베이비 붐 세대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다. 이들은 재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며, 교육 수준이 높으며, 기술에 대한 개방성이 높은 사람들이다. 아직은 기업들이 이들의 구매력에 제대로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은 많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얄팍한 유행이나 광고에 현혹되지 않는다. 이들은 소비재를 자주 바꾸지 않으며, 이들이 소비하는 분야는 젊은이와 다르다. 이들의 건강이 약화되는 것을 보충하는 장치나 의료기기가 이들의 지갑을 열게 할 것이다.
세계 경제에서 아시아의 중요성이 커지는 반면, 유럽과 미국의 비중은 줄어들 것이다. 세계의 구매력이 있는 중산층은 앞으로 중국과 남아시아에서 주로 나올 것이다. 선진국의 인구는 점차 감소할 것이다.
세계 인구에서 아프리카가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 것이다. 아프리카는 면적이 매우 넓으므로 선진 농업 기술이 이들에게 보급된다면 인구 증가의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아프리카에서도 제조업이 커지고, 점차 소득이 높아질 것이다.
여성의 지위는 지속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상위직에 오르는 여성이 많아질 것이며, 특히 여성이 보유한 자산의 비중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물 부족 문제가 심화될 것이다.
자동화와 사람들 사이에 네트워킹의 정도가 높아질 것이다. 공유경제의 비중이 커질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다방면으로 활용될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오랫동안 강의했다고 하고, 여러 경제지가 추천하는 베스트 셀러인데, 내용이 피상적이고 진부하여 의아한 느낌이 든다. 통찰력이 보이지 않는다. 억지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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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tin Seligman. 1990. Learned Optimism: How to change your mind and your life. Vintage. 292 pages.
저자는 긍정 심리학 positive psychology 의 주창자로 유명하다. 이책은 긍정 심리학의 대표적인 저작으로서, 생각하는 바가 감정에 영향을 미치고, 이것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며, 결국 삶에서 성공과 실패, 궁극적으로는 행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명제를 제시한다. 낙관적 사고방식 optimism 을 가진 사람은 역경에 처해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반면, 비관적 사고방식 pessimism 을 가진 사람은 역경에 처할 때 크게 좌절하고 우울에 빠져 오래도록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
동물 실험 결과 반복 학습을 통해 무기력한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learned helplessness) 확인했다. 자신이 상황을 통제할 수 없다고 인식하면, 역경에 처할 때 대응하려는 의욕을 상실하고 무기력에 빠져 헤어나지 못한다. 반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역경에 부딪쳤을 때 이를 극복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며, 결국 역경에서 벗어난다.
누구나 살다보면 크고 작은 역경을 경험하게 되는데, 자신에게 닥쳐온 역경을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방식이 비관적일수록 무기력 상태를 낳는다. 역경을 자신에게 설명하는 방식에서 세가지 차원을 구분한다. 역경의 원인이 얼마나 영속적인지 permenance, 역경의 범위가 얼마나 포괄적인지 pervasiveness, 역경의 책임을 얼마나 자신에게 귀속시키는지 personal 가 그것이다. 역경의 원인이 특정 시간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영속적이라고 생각할 때, 역경의 원인과 결과가 특정 사건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모든 사안에 광범위하게 해당된다고 생각할 때, 역경을 더 힘들게 느끼며 역경을 극복하는 데에 무력해진다. 역경을 초래한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생각하면 책임이 타인과 환경에 있다고 생각할 때보다 역경을 더 힘들게 받아들인다. 역경을 이렇게 비관적으로 받아들이면, 감정적으로 좌절하고 주저앉게 되어, 역경을 극복하려는 행동으로 나서기 힘들기 때문에 실패의 가능성이 높다.
반면, 낙관주의자는 자신에게 닥쳐온 역경이 시간이 흐르면 지나가 버릴 것이라고 생각하고, 역경이 특정한 상황에 한정된 것이므로 다른 상황에는 적용되지 않으며, 역경을 발생시킨 원인이 환경과 타인에게 있다고 생각하기에 상대적으로 마음의 부담이 덜하다. 따라서 낙관주의자는 역경에 부딛쳐 오래동안 좌절하거나 침체하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툭툭 털고 역경을 극복하려고 대응 방안을 찾으며, 쉽게 일상으로 복귀하므로 성공의 가능성이 높다.
낙관적 사고방식이 비관적 사고방식보다 더 성공적인 결과를 낳는다는 증거는 많다. 일과 직장, 어린이의 성장, 학교, 스포츠, 건강, 정치의 영역에서 긍정적 심리학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실제로 이 명제가 타당함을 증명하였다. 닥쳐온 역경을 낙관적으로 설명하는 사람은 비관적으로 설명하는 사람보다 일에서 더 성공하며, 학업에서 더 높이 성취하며, 운동경기에서 더 많이 승리하며, 더 건강하며, 선거에서 더 많이 당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긍정적 심리학이 역경을 극복하고 성공으로 이끄는 유일한 원인은 아니며, 비관주의적 사고방식이 진화적 측면에서 볼 때 유용한 측면도 있다고 인정한다. 인간의 삶에서 부딪치는 어려움에 대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항시 효율적이지는 않다. 비관적 사고방식은 상황의 심각성을 보다 더 정확히 파악하도록 한다. 따라서 위험을 실제보다 가볍게 평가할 경우 희생이 큰 상황에서는 낙관적 사고방식보다 비관적 사고방식이 생존에 더 도움이 된다. 상황을 정확히 인식해야 하는 과학자에게도 긍정적 측면을 과대평가하는 낙관적 사고방식보다는 심하지 않은 정도의 비관적 사고방식이 더 도움이 된다.
저자는 비관주의적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을 낙관주의적 사고방식으로 훈련을 통해 개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를 ABCDE 모델이라고 명명하였다. Adversity - Beliefs - Consequences - Dispute - Energize 의 머리 글자를 딴 것이다. 역경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믿음을, 스스로에게 반박함으로서, 무기력해지려는 감정을 막을 수 있고, 이는 극복을 위한 힘을 얻게 된다. 이러한 사고 훈련을 거듭하게 되면, 사고의 습관이 바뀌게 되어, 결국 역경을 설명하는 방식이 낙관적으로 변한다. 닥쳐온 역경에 대해 자신의 믿음을 반박하는 방식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자신의 생각의 근거가 박약함을 객관적 증거 evidence 를 대면서 반박한다. 둘째는, 그 역경이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발생한 것일 수도 있다고 대안적인 설명 alternatives 을 제시하면서 반박한다. 세째는, 설사 자신이 생각한 원인이 맞다고 해도 큰 맥락에서 보았을 때 내가 생각하는 만큼 그렇게 큰 일이 아니라고 역경의 함의 implications 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반박한다.
역경을 설명하는 방식에서 문화와 종교간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같은 사건을 두고 동독 사람은 서독 사람보다 훨씬 더 비관적으로 해석한다. 저자는 역경을 비관적으로 해석함으로서 무기력한 감정을 낳는 것이 서구의 개인주의 가치관의 소산일 수있다고 지적한다. 다른 문화에서는 역경을 해석하는데에서 신중한 접근을 하는 것이 부정적 감정을 낳지 않을 수도 있다. 문화적 차이에 대해서는 가능성만 매우 간단히 언급한다.
근래에 미국인은 과거보다 우울증의 정도가 두 배 이상 심하다. 이는 미국 사회에서 근래로 올수록 개인주의가 심화된 반면 공동체 의식은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개인을 세상의 중심에 두고, 모든 성취와 실패의 원인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때, 개인은 역경에 취약해지게 된다. 의미있는 삶 meaningful life 이란 자신보다 더 큰 것, 즉 가족, 공동체, 조직, 국가에 자신의 삶의 근거를 둘 때에 찾아온다. 단독의 개인이 삶을 모두 책임져야 하지는 현재 미국인의 삶은 개인에게 너무 큰 부담을 지우며 결국 우울과 삶의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저자는 긍정 심리학의 전도사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의 주장, 즉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면 감정이 바뀌고, 그에따라 행동 방식이 바뀐다는 명제는 논란 거리이다. 사람의 감정은 자신의 생각과 의식으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 근래 심리학에 핫 이슈이다. 반복 훈련을 통해서 생각하는 방식을 바꿀 수 있다는 그의 주장이 얼마나 타당할까? 생각을 바꾸는 훈련을 거듭하면 비관적 성향이 낙관적 성향으로 바뀔까? 이 책은 그의 연구가 단계적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서술하므로, 외관상으로 볼 때 그의 주장은 객관적 연구의 성과로 뒷받침된다. 그러나 많은 심리학의 연구가 그렇듯이, 일부 사례를 통한 검증이 보편적 타당성을 입증하지는 않는다.
나에게 닥친 역경이 구조적 원인 때문이라면, 아무리 나의 역경을 낙관적으로 해석하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 한다고 해도 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이 책에서 반복해서 드는 예 중에는 보험을 판매하기 위하여 매일 낯선 사람들에게 전화를 걸고 수없이 거절 당해야 하는 보험회사 판매원이 있다. 반복적으로 거절을 당하는 상황에 굴하지 않고 계속 전화를 걸어 스무번 전화를 걸어 한 번의 대면 약속을 받아내고, 대면 약속을 한 예비 고객을 만나서도 최종적으로 보험을 팔기까지 또 숫한 거절을 경험해야 한다. 만일 구조적으로 보험 판매의 환경이 매우 열악하여 스무 번 중 한번이 아니라 백번 중 한번의 대면 약속을 받아내는 확율이라도 낙관적으로 생각하고 좌절하지 않고 계속 전화로 보험 영업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한 구조적 상황이라면 전화로 보험 영업하는 것은 노력 낭비라고 비관적이지만 정확한 판단을 내리고 포기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긍정 심리학이 개인의 주체성 initiative 를 강조하는 반면 구조적인 문제에 소홀하게 하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과대평가하도록 한다는 점은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관적 사고습관이 역경을 부정적으로 해석하여 무기력을 낳고 극복을 어렵게 한다는 그의 발견은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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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vin Simler and Robin Hanson. 2018. The Elephant in the Brain: Hidden Motives in Everyday Life. Oxford University Press. 313 pages.
저자 중 한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고 다른 한명은 경제학자이다. 이들은 자신의 전문분야는 아니지만 일상에서 떠오른 의문에 답을 찾으려고 관련된 연구를 뒤지다가 결국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행위에는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으며 그들이 말하는 목적과 부합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외적으로 밝히는 목적과 실제로 추구하는 목적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전반부는 사람들이 행위의 실제 동기를 숨기는 이유에 대해 이론적 설명이 제시되며, 후반부는 일상의 다양한 행위들에 대해 숨겨진 실제 동기를 구체적으로 탐색하는 작업이 전개된다.
인간은 동물 세계의 일부인데, 각자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경쟁을 한다. 제로섬 게임의 이기적 경쟁은 집단의 존속에 해가 되기 때문에, 사회는 규범을 통해 개인의 행위를 통제한다. 한편 개인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이러한 규범을 교묘히 위반하면서 사익을 추구한다. 이기적 의도에서 규범을 위반하는 것을 남에게 들키지 않기 위하여 사람들은 속임수를 쓴다. 남을 속이는 데에서 가장 고도의 수법은 행위하는 당사자 자신에게까지 진실한 의도를 속이는 것이다 (self-deception). 행위하는 당사자에게 무의식 수준에서 추구하는 진실한 의도와 의식의 수준에서 인식하는 행위의 동기가 어긋난다. 무의식의 수준에서 추구하는 행위의 진실한 목적은 물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행위자 본인은 자신의 행위가 자신의 노골적 이익 추구가 아닌 다른 동기에 따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에, 자신 및 타인에 대해 자신의 행위를 떳떳하게 정당화할 수 있다.
개인의 행위는 물론, 사회적 제도에 대해서 숨겨진 동기를 찾는 작업을 전개한다. 신체 행위, 웃음, 대화, 소비, 예술, 자선 행위, 교육, 의료, 종교, 정치의 각각에 대해 장을 달리하여 설명한다.
신체 행위가 발산하는 메시지는 화자가 말하는 메시지보다 진실되다. 사람들은 사회 생활에서 섹스, 지위, 권력을 추구하는데, 신체 행위는 사람들의 실제 의도를 더 잘 드러낸다.
웃음은 사회적으로 위험할 수있는 상황에 대해 그것이 위험하지 않다는 신호를 상대에게 주는 행위이다.
대화는 서로간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목적 이외에, 대화 상대에 대해 지위를 얻으려 하고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목적을 품고 있다.
소비는 실용적 목적 이외에 남에게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목적에 기여한다. conspicuous consumption. 상품 자체에 대한 정보가 아니라 상품을 동반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이미지 광고는 lifestyle advertisement or image advertisement 사람들의 지위 과시 욕구를 자극한다.
예술은 예술 자체의 본질적 가치 이외에, 예술가나 예술 작품을 소유한 사람이 비실용적 희생을 감수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비실용적 희생을 감수하는 행위는 그러한 희생을 치를 능력이 있음을 대외적으로 알리는 사회적 지위 추구 행위이다.
익명의 자선 행위가 전체의 1%에 불과한데서 알 수 있듯이, 자선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는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자선 행위가 외적으로 표명하는 목적에 실제 얼마나 기여하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다.
교육은 유용한 지식을 전달하는 목적 이외에, 사람들을 선별하는 screening 목적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지식의 습득보다는 자격증을 획득하는 데 관심이 더 크다. 교육은 창의성을 개발하는 제도가 아니다. 교육을 통해 잘 길들여진 순종적인 노동자를 만드는데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의료 행위는 치료보다는 돌봄을 받는다는 메시지에 더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미국인이 과잉진료를 하는 이유는 충분히 돌봄을 받았다는 확인을 사회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권위있는 여러 연구에 따르면, 비싼 과잉 진료를 받는 경우와 기본적인 진료를 받는 경우간에 건강 수준에 차이가 없다. 미국에서는 돈을 아껴서 가용한 비싼 진료를 선택하지 않았다는 비난을 사지 않기 위해 높은 비용을 지불하는 데, 이러한 관행은 의료계의 높은 수익에 의해 부추겨지고 있다.
종교의 진실한 목적은 사회적 통합이다. 사람들은 신을 믿기 때문에 종교행위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종교행위에 참여하면서 그 집단이 공유하는 믿음을 받아들이게 된다. 사람들은 종교행위에 참여하면서 우리 집단의 소속을 확인한다. 믿음의 구체적 내용은 중요치 않다. 단지 믿음은 우리 집단과 타 집단을 구분하는 징표로 사용될 뿐이다.
정치는 집단들 간의 경쟁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한 충성을 선거나 기타 정치 참여를 통해 표명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집단이 어떤 정강, 어떤 이념을 추구하는지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관심은 우리 집단과 타집단을 구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개인 이익과 배치되거나, 사회 전체에 위해가 되는 경우에도, 사람들은 자신의 집단에 지지를 표한다. 이는 사람들의 부족주의 tribalism 본능, 즉 소집단에 속하고 싶어하며 타집단을 배제하려는 성향에 기인한다.
이 책은 분석에서 약간 아마추어 냄세가 난다. 흥미 있는 논의도 곳곳에서 보이나, 많은 논의는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것이다. 저자도 지적하지만, 사람들의 행위의 동기는 복합적이어서, 사적 이익 추구 동기도 있지만 동시에 다른 동기도 섞여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이한 동기가 어떤 비중으로 섞여있느냐는 것일텐에, 상황에 따라 서로 다른 동기의 비중은 상이할 것이다. 가볍게 읽어 내릴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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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bert Bates. 2010. Prosperty and Violence: the political economy of development. Norton. 98 pages.
저자는 아프리카 사회를 연구한 인류학자이다. 국가는 기본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기구인데, 국가의 폭력이 서구의 역사에서는 제어될 수 있었던 반면,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에서는 제어되지 못한 이유를 설명한다. 국가의 폭력이 제어될 때 경제 발전이 가능한 반면, 그렇지 못할 때 빈곤과 비참이 지속된다.
국가가 출현하기 이전에는 가족과 친족이 폭력을 행사하는 단위였다. 가족과 친족의 구성원이 폭력을 당했을 때 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여 복수하고 이는 다시 폭력을 부르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이러한 사회에서 평화는 잠정적 과도기적 현상으로, 때때로 폭력이 분출되는 사이클을 보인다. 마치 화산이 분출과 휴지를 반복하는 사이클을 그리듯이. 이러한 사회에서는 사유재산권이 언제라도 침탈당할 수 있으므로, 사람들은 자본을 투자하고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여 생산성을 높이려 하지 않으므로 경제발전이 이루어질 수없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새로운 재배 기술이나 새로운 종자을 시도하려하지 않으며, 상업작물을 재배하는 것을 꺼린다. 왜냐하면 조금 더 높은 생산성을 바라면서 새로운 종자나 재배 기술을 시도했다가 만일 실패하면 생존의 위기에 봉착하기 때문에, 오랜 세월 동안 검증된 생산성은 낮지만 전통적인 방법을 고수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상업작물을 재배했다가 시장 상황이 악화되어 가격이 폭락하면 생존의 위협에 처하므로 돈은 안되지만 자급자족할 수있는 생산성이 낮은 전통적 농업을 고집한다.
아프리카 부족사회에서 친족이란 예기치 못하는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적 성격을 지닌다. 작황이 나쁘거나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 친족과 부족은 의지할 수 있는 언턱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지처는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 없는 친족과 부족 구성원을 위해 나의 노동을 바치고 폭력의 행사에 동원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족과 부족을 단위로 폭력의 행사가 이루어지는 전통 사회는 외면에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상은 평화롭지 않으며 구성원에게 높은 비용을 요구한다.
집단의 규모가 커지면서 친족과 부족의 범위를 넘어서는 단위인 국가에 폭력의 행사를 위임하는 관행이 출현했다. 국가의 지배자가 중앙에서 폭력을 독점하는 대신에 구성원간 사적인 폭력을 제한함으로서 평화를 가져올 수있다. 지역 엘리뜨에게 사적인 폭력 수단을 포기하는 댓가로 지역의 세금을 징수하는 권한을 나누어 준다거나, 국가의 고위직을 부여하여 국가나 지역의 통치에 동참하게 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적인 폭력을 중앙으로 집중시켰다.
문제는 국가의 지배자가 폭력을 중앙에 집중하여 독점적으로 행사하기 위해서는 큰 군대가 필요한데, 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높은 비용을 어떻게 조달할 것인가이다. 지배자는 자신의 영지에서 나오는 소득에 더하여 지주와 상공인에게 세금을 징수하여 이 비용을 충당하려 하는데, 지주에 대한 세금은 지역 엘리트와의 관계 때문에 고율로 착취하기 어렵다. 상공인에게 높은 세금을 징수하기도 어려운데, 왜냐하면 상공인에게 높은 세금을 요구하면 그들은 자신의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다른 나라로 떠날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은 이 딜레마를 가장 먼저 해결한 나라이다. 왕이 자신의 통치권한의 일부를 지주와 상공인에게 위임하는 대신에, 그들로부터 재정적 협조를 이끌어 낸 것이다. 영국의 의회는 국가의 재정을 통제하는 권한을 가짐으로, 왕이 함부로 세금을 부과하거나 돈을 쓰는 것을 제어한다. 왕의 행위를 의회가 통제하기 때문에 국민의 사유재산권은 왕의 침탈로 부터 보호된다. 자신의 재산과 노력의 성과가 보호된다는 보장이 있기에, 영국은 유럽의 다른 나라보다 먼저 상공업이 발달했으며, 영국은 이웃나라와의 군사적 경쟁에 필요한 군비를 민간 자본으로부터 장기 저리로 조달할 수 있었다.
제 3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의 제국주의 국가들이 힘이 빠진 것을 기화로 독립을 얻었다. 이들 나라에서 폭력은 부족의 휘하에 장악되어 있으며, 국가가 폭력을 중앙에서 독점하지 못하기 때문에, 부족들 사이에 폭력을 주고 받는 악순환이 지속되었다. 이들 나라의 지배자는 폭력을 행사하기 위한 군대를 유지하고 지역 엘리트를 제어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국민으로부터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외국의 원조 자금과 이권으로 융통한다. 이들은 유럽과 달리 지배자가 자신의 통치권한의 일부를 국민의 대표나 지역 엘리트에게 위임하는 댓가로 재정적 협조를 이끌어내지 않으므로, 국민과 지역 엘리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일방적 권위주의적으로 권력을 행사한다.
이들 나라에서는 지배자가 언제 자신의 재산과 노력의 성과를 뺏을지 알 수 없으므로 사람들은 생산성 향상을 위하여 노력을 투입하지 않으며 경제발전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요컨대 개발도상국의 발전에 도움이 되라고 주는 선진국의 경제원조는 개발도상국에게 독이 되는 것이다. 정치 민주화나 경제개발은 국가의 지배자가 국민에게 자신의 통치 권한을 위임하고, 지배자의 뜻에 따른 자의적 폭력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을 때에만 가능한데, 선진국의 경제원조는 바로 이러한 제도가 발전할 수있는 기반을 없애 버리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프리카 사회의 현재의 정치경제 상황과 선진국의 정치경제의 역사를 대비함으로서, 국가의 정치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제시한다. 국가는 폭력을 행사하는 기구이며, 통치자의 자의적 폭력을 대의 기구를 통해 제어하는 것이 경제성장의 열쇄라는 점을 강조한다. 물론 국가의 폭력으로부터 사유재산이 보호된다고 해도, 왜 어떤 나라에서는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더 활발한지에 대해서는 답을 주지 않지만, 경제성장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을 확인시켜준다. 평이하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 쓴 것 같지만 많은 자료를 소화하여 만들어 낸 좋은 에세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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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Mokyr. 2002. The Gifts of Athena: Historical orgins of the knowledge economy. Princeton University Press. 297 pages.
저자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연구한 경제사학자이다. 이 책은 이론적 지식이 서구의 산업혁명과 이후의 경제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연구한 학술서이다. 이론적 지식과 실용적 기술의 관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성공하는데 기여한 지식의 역할, 공장제 생산의 발전, 보건 지식이 19세기 말 여성의 가사노동에 미친 영향, 기술 혁신에 대한 정치사회적 반발, 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지식과 제도, 등을 각 장에서 독립적으로 다룬다.
서구 유럽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성공한 원인은 새로운 기술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지식이 따랐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이 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이론적 이해가 뒤따르지 않으면, 그 기술은 연관 분야의 기술 개발로 확산되지 않으며, 관련 업계나 일반 사람들의 호응을 얻기 어렵다.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면 항시 이에 대한 반발이 있는데, 이론적 이해가 없는 새로운 기술은 이러한 반발을 극복하고 확장되기 어렵다. 중국이나 이슬람과 달리 유럽에서 새로운 기술이 계속 연이어 발전할 수있었던 것은 수학, 물리학, 화학 등의 자연과학 지식이 기술 개발과 앞서거나 뒷서거니 하며 발전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과 지식은 개발 못지 않게 접근이 얼마나 용이한지가 관건이다. 서구 유럽은 새로운 지식에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기술과 지식은 책으로 정리되어 광범위하게 유통되었으며, 기술자와 지식인들이 참여하는 모임과 협회가 무수히 많아서 서로 밀접히 소통하였다. 18~19세기에 기술과 지식을 요약한 백과사전이 많이 발간되고 유통되었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식에 대해서는 비밀주의보다 자신의 발견을 공개하여 명예를 얻는 관행이 유럽 전역에 널리 퍼져 있었다. 기술의 특허제도는 새로운 기술을 널리 확산시키는데 기여했다.
기술과 지식의 관계에 따라 산업혁명을 세 시기로 구분한다. 첫번째는 1770년에서 1850년까지로 이 시기에는 기술자의 시행착오가 기술 개발을 주도하던 시기이다. 1860년에서 1910년까지는 이론적 지식과 실용적 기술이 밀접히 서로 연관되어 기술 개발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1910년대 이후에는 이론적 지식이 선도하여 실용적 기술 개발을 견인한 시기이다. 근래로 올수록 이론적 지식이 기술 개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핵 기술이나 화학물의 개발은 이론적 지식 없이 기술자의 시행착오만으로는 성공하기 어렵다.
산업 혁명이 공장제 생산을 발달시킨 원인 중에는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의 폭과 깊이가 깊어진 것도 있다. 생산에 필요한 자본의 규모가 높아진 것, 노동자와 노동의 질을 관리해야 할 필요성, 규모의 경제, 등을 대표적인 공장제 생산의 원인으로 든다. 이에 더하여, 개인이나 가정과 같은 소규모 생산단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생산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의 양이 증가했을 때 공장제 생산은 필연적이다. 대규모 공장에서는 기술과 지식의 분업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한다.
19세기 중반에 들어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현저히 떨어지며 대부분이 전업주부가 되었다. 이는 이 시기에 보건 지식이 발전하면서 가정에서 청결과 위생 활동에 관심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병원균에 대한 지식이 보급되면서 건강을 지키기 위해 가정에서 청결과 위생을 과도할 정도로 강조하였기에, 여성들이 가사 노동에 전념하게 된 것이다. 20세기 중반에 들어 병의 기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질병의 위험이 현저히 낮아지면서, 가정에서 청결과 위생에 대한 집착이 완화되었고, 기혼 여성들이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게 되었다.
혁신에 대한 사회적 반발은 어느 사회에나 일반적 현상이다. 혁신은 기존 기술과 체제에 바탕을 둔 기득이권을 뒤집어 엎기 때문이다. 혁신으로 인해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시간적 사회적으로 넓게 퍼져 있어 조직화가 어려운 반면, 혁신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은 소수에게 집중해 있으므로 이들은 혁신에 반발하여 조직적으로 저항한다. 혁신의 수용이 시장에 맡겨지는지 아니면 정치적으로 해결되는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다. 영국의 산업혁명 시기에 정부가 혁신의 편에서 반발을 진압하는데 앞장섰으며, 지주계급도 혁신의 이익을 나누어가질 수 있었기에 사회적으로 혁신이 빠르게 수용될 수 있었다.
어느 나라도 혁신의 선두에 오래 있을 수없다. 기존의 기술과 체제를 새로운 혁신이 대체하면 새로운 기득권 집단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이후의 혁신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19세기 중반 이후 기술발전의 동력이 약화된 이유는, 산업혁명에 일찌기 성공하면서 19세기 후반의 기술발전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가 사회적으로 지배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구 사회 전체로 볼 때 혁신의 동력이 꺼지지 않고 계속 지속되었다. 서구 사회는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으므로, 한 나라에서 혁신이 거부되면 경쟁하는 이웃 나라에서 혁신을 수용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혁신의 동력이 독일과 미국으로 이전하였다.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이는 기술혁신으로만 가능하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거나 아니면 다른 나라에서 발전한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기술혁신을 촉진하는 제도적 문화적 환경을 키워야 한다. 다양성을 허용하며, 개방적이며, 혁신에 대한 사회적 보상 장치가 마련되며, 기술혁신으로 발생하는 패자를 포용하는 사회보장 제도 등이 그것이다. 새로운 기술이란 다양한 것의 재조합 recombination 을 통해 탄생하기 때문에, 다양성과 개방성이 중요하다.
이 책은 단일 주제로 관통하지만 엄청나게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기에 논의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 않다. 장을 좀더 잘게 구분하여 논의를 정리한다면 독자에게 훨씬 친절했을텐데. 여하간 내용이 풍부한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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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les Goodhart and Manoj Pradhan. 2020. The Great Demographic Reversal: Ageing societies, waning inequality, and inflation revival. Palgrave Macmillan. 218 pages.
저자는 영국의 경제학자들로, 이 책은 선진국에서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미래의 경제가 지금까지와 크게 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미국은 제2차 대전이래 1970년대까지 경제활동연령이 증가하면서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에 들어 베이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접어들고 저축과 투자가 감소하며 경제성장이 둔화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경제활동인구가 젊은 시기에는 생산을 소비보다 많이 하므로 경제 전체로 볼 때 저축이 많으며 이는 투자로 이어져 경제성장을 견인한다. 반면 노령화할수록 생산은 줄고 내구재 소비도 줄지만 의료 소비가 늘어난다. 고령층의 치매는 보살피는 비용은 많이 들지만 일찍 죽지 않는 병이므로 수명이 증가할 수록 사회적 부담은 크게 높아진다.
세계화로 중국의 인구가 노동력에 편입되면서 선진국은 그동안 노동비용을 높이지 않고 인플레를 유발하지 않으면서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중국에서 새로이 창출되는 노동력 자원이 줄어들면, 선진국의 인구 노령화는 노동력 부족현상을 수반하고, 이는 임금을 높일 것이며 전반적으로 인플레를 야기할 것이다. 경제 전체로 볼 때 생산은 감소하는데 수명 상승으로 노인의 소비는 증가하기 때문에 인플레는 피할 수 없다.
소비보다 저축이 많았던 지난 수십년 동안 낮은 이자율이 유지되었다. 이러한 높은 저축률은 중국에서 가능했으며, 선진국에서도 노동인구가 젊어서 소비보다 생산을 많이 하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중국에서 인구 노령화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에 과거와 같은 높은 저축률은 기대하기 어렵다. 선진국의 인구 노령화는 저축률을 떨어뜨리므로, 결국 전 세계로 볼 때 과거와 같이 자본이 남아도는 현상은 사라지고 이자율이 상승할 것이다.
은퇴자에게 매우 후하게 설계되어있는 현재의 연금 구조는 지속가능하지 않다. 결국 노동자들의 은퇴연령을 높여야 하며, 연금의 지급률을 낮추어야 한다. 정부가 재정적자로 연금의 부족을 메우는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특히 앞으로 이자율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큰 규모의 재정적자를 매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본은 지난 수십년간 인구 노령화가 심하게 진행되었지만 이자율은 낮았으며 디플레를 경험하였다. 이는 저자가 선진국의 인구 노령화가 가져올 변화와 반대로 전개된 것이다. 그 이유는 일본은 노령화에도 불구하고 고령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높고 높은 저축율을 계속 유지했으며, 일본의 자본이 중국 등 개발도상국으로 진출하여 생산한 물건을 수입하면서 물가를 낮추었다. 일본은 인구 노령화로 노동력 부족현상에 직면했음에도 임금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이 유효했는데, 이는 그동안 비경제활동인구로 잠자고 있던 여성과 고령층의 노동력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내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일본과 같이 고령층의 높은 경제활동참가율에 도달하기 어려우며 전반적으로 저축율이 낮기때문에, 인구가 고령화하면 일본과 달리 이자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 앞으로 새로 창출되는 저임금 노동력 자원이 고갈된다면, 과거에 중국이 그랬듯이 인도나 아프리카의 잠재 노동력을 활용하여 선진국의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는 반론에 대해 저자는 회의적이다. 인도는 민주주의 체제의 행정적 비효율이 매우 높기에 중국과 달리 효율적으로 노동력을 동원하는 것이 어려우며, 아프리카는 많은 나라로 쪼개어져 있는데다 인적 자원의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효율적인 노동력으로 동원하기 어렵다.
선진국은 정치적 부담때문에 개발도상국 사람의 이민을 받아들여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는 것이 어려우며, 세계화로 인해 피해를 보는 내국인 노동자들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에서 생산한 완제품을 수입하는 것이 과거와 같이 활발하기 어렵다. 노인 돌봄 서비스의 생산성 향상 속도는 매우 느리며, 로보트로 대체하기 힘든 감정노동이기 때문에, 노인 돌봄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는데 일할 사람이 부족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 밖에 없다.
요약하자면, 저자는 선진국이 앞으로 이자율 상승, 임금 상승, 물가 상승, 투자와 생산 감소, 경제 침체 내지 후퇴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길을 피하려면 정치적으로 어려운 결정이겠지만, 이민자를 받아들여 노인의 간병을 맡게 하며, 연금 개시 연령을 높여서 고령층의 경제활동참여율을 높여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해결책은 물론, 기술개발을 통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는다면 노동과 자본의 투입이 줄어드는만큼 경제가 축소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들의 예측에 의문이 들었다. 하나는, 앞으로 선진국에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될 것이라는 예측에 의심이 든다. 치매 노인의 인구가 증가하여 노인의 간병 수요가 획기적으로 늘면, 이를 담당할 외국인 노동력이 대규모로 수입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대인서비스를 제외한 다양한 서비스들이 디지털화되면서 효율성이 높아지고 서비스 업무의 일부는 개발도상국으로 이전할 것이기에 앞으로 선진국에서 노동력 부족현상이 심화되지는 않을 것이다. 선진국에서 노동력 부족 때문에 임금이 크게 오르지는 않겠지만, 세계화의 피해를 본 노동계층의 반발이 심각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보상이 더 돌아가도록 하는 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최근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시간당 최저 임금을 15달러로 올리고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노동력 부족 때문이 아니라 노동계층의 반발을 완화하기 위한 정치적인 조치이다.
두번째는, 선진국의 인구가 고령화하여 저축율이 떨어진다고 해도, 중국 등의 후발국의 저축율은 상당기간 동안 높게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자본이 부족해져 이자율이 올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선진국은 저축이 떨어지지만 투자도 함께 감소할 것이며, 연금을 받는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 어쩔 수 없이 연금 급여 수준을 낮출 것이기 때문에 선진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볼 때 자본의 심각한 부족현상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셋째는 인도나 아프리카는 각자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세계 노동시장에 새로운 노동을 공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저자의 진단에 문제가 있다. 중국이 1980년에 개방할 때에 사회주의 체제로 인한 문제가 많았음에도 세계 경제에 빠른 속도로 편입했듯이, 중국이 국내 경제로 중심축을 이동하면, 인도가 바톤을 이어받아 내부의 문제를 빠른 속도로 개선하면서 세계 경제에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중국은 했는데 인도는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중국이건 인도건 그들은 나름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기에 지금까지 개발도상국에 머물렀던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대부분 틀리지만, 생각할 수있는 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은 경제연구소의 보고서와 비슷하게 표와 그래프가 많으며, 반복이 심하고 전문용어를 쓰면서 서술이 매우 건조하다. 별로 통찰력을 제공하는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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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jamin Friedman. 2005. The Moral Consequences of economic growth. Vintage books. 436 pages.
저자는 경제학자이며, 이 책은 경제성장이 사회에 미친 영향을 18세기 이래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의 역사 전개를 사례로 하여 설명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사회가 개방적이고, 이민자와 다양성을 포용하고, 사회이동이 높으며, 공정성과 민주주의가 향상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반면, 경제가 침체 혹은 후퇴하면 사회적으로 리버럴한 가치로부터 멀어진다. 절대적인 경제 수준보다는 경제가 성장하는가 여부가 사회적으로 리버럴한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인이다. 즉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라도 경제가 성장하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변화가 관찰되는 반면, 아무리 소득이 높은 나라라도 경제가 침체하거나 후퇴하면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자신이 처한 현재의 상황을 먼저 자신의 과거의 상황과 비교하며, 그 다음으로 주변의 다른 사람의 상황과 비교한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성장하면 자신의 과거와 비교하여 자신의 현재가 나을 가능성이 크다. 설사 그렇지 않다고 해도 자신의 상황도 조만간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경제가 성장하면 비록 자신의 상황의 개선 속도가 주변 사람의 개선속도보다 느리더라도, 최소한 자신의 과거와 비교해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사회 문제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게 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경제 상황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리게 되면, 사회적으로 개방성과 포용성이 높아지며, 사회이동의 가능성이 높아지며, 공정성과 민주주의도 향상되게 된다(movements toward openess, tolerance, mobility, fairness, democracy). 반면 경제가 침체하면 자신의 상황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리버럴한 가치에 대해 등을 돌린다.
미국이 1960년대에 민권운동으로 흑인의 지위가 크게 향상되고, 이후 여성운동으로 여성의 지위가 크게 향상된데에는 이차대전 이후 1970년대 초반까지 꾸준한 경제성장이 배경 요인이다. 1970년대 중반이래 경제가 어려워지고, 1980년대 구조조정의 기간에 노동자의 소득이 정체되고 일자리가 불안정해지면서, 흑인의 지위 향상은 중단되었으며, 이민을 통제하는 조치가 등장하고, 대중영합주의 정치가 득세하게 되었다. 1870년대에 큰 불황을 겪으면서 일시적으로 농민을 중심으로 대중영합주의가 세력을 얻고 인종차별이 심해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19세기 말에 미국 사회의 전반적 개혁을 추진한 진보주의 progressivism 사회운동이 발흥할 수 있었던 것은, 크게 볼 때 19세기의 경제성장과 중류층의 부상 덕분이다.
영국은 18세기 후반 산업혁명이래 19세기 전기간 동안 경제가 꾸준히 팽창하는 것을 배경으로 하여 1880년대 이래 자유무역 정책을 추진했으며, 투표권을 꾸준히 확대하였다. 영국과 프랑스는 1930년대의 대공황 기간 동안 배타적인 민족주의 세력이 활개를 쳤으며, 독일은 1차대전 이후의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배경으로 나찌의 파시즘이 득세하였다.
근래에 선진국에서 경제가 침체하면서 사회적 불만이 높아지고 정치가 불안정해지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의 자식이 자신보다 나은 삶을 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되면, 사람들이 리버럴한 가치에 등을 돌리게 된다. 약자에게 권리와 혜택을 나누어주는 것에 인색해지며,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데 더 신경을 곤두세운다.
이 책은 지난 200년 동안의 서구의 경제 사회의 변화를 주마간산으로 훑으면서 사회과학에서 논의하는 주요 주제들을 거의다 건드린다. 저자는 소득의 높고 낮음을 떠나서 정치 사회적 안정을 위해서 꾸준한 경제성장이 필수라고 주장한다. 경제성장과 사회적 리버럴리즘 사이에 인과적 관계가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전반적으로 당연한듯 보이지만, 엄밀하게 따지고 들어가면 예외를 많이 발견한다.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시대에 뉴딜 정책을 통해 리버럴한 정책이 많이 도입된 것이 대표적인 예외이다. 이는 사회 현상이 하나의 법칙으로 포괄할 수 없이 복잡하다는 의미이거나, 혹은 저자의 명제가 맞지 않다는 의미일 수 있다. 후반으로 갈수록 같은 이야기를 여러번 반복하고, 문장이 장황하여 읽기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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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el Mokyr. 1990. The Lever of Riches: Technological creativity and economic progress. Oxford. 304 pages.
저자는 영국의 산업혁명을 연구한 경제사학자이다. 이 책은 인류의 기술 발전의 역사를 조감하고, 왜 어떤 사회에서 어떤 시기에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졌는데, 다른 사회의 다른 시기에는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는지 설명한다. 책의 전반부는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18세기 후반 산업혁명기를 지나, 19세기를 산업 발전기를 거쳐 1914년까지 각 시기별로 에너지, 재료, 운송수단 등의 분야에 집중하여 기술 발전의 역사를 기술한다. 책의 후반부는 기술 발전의 사회적 메카니즘을 설명하는데 할당한다.
어떤 요인이 기술발전을 이끄는가? 자연자원, 임금수준, 경로의존, 종교, 가치관, 소유권 보호 제도, 새로운 정보에 대한 개방성, 혁신에 대한 반발, 국가와 정치, 인구 증가, 등의 요인을 차례 차례 검토한다. 이러한 요인들이 기술 발전에 기여 요인이기는 하지만, 어느 한 요인도 외생적 사건인 신기술 출현을 이끈 결정적 요인은 아니다.
중국은 600~1200년대 당송 시대만 해도 기술 발전이 매우 활발하였으며 서구를 수백년 앞섰다. 그러나 1300년대에 명나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미 존재하던 기술도 퇴보하고,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지 않는 기술 정체 상태를 오래동안 지속했다. 반면 서구는 1300년대 르네상스, 1400년대 발견의 시대, 1500년대 종교개혁, 등을 거치면서 그리스 로마 헬레니즘 시대의 지식을 되살리고, 중국과 이슬람으로부터 기술을 배워오고, 마침내 1700년대 중반 산업혁명을 통해 비약적 기술 발전과 경제 성장의 길을 걸으며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왜 어떤 사회에서 기술이 발전하는지 설명하려면 두가지 요인을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출현에 기여하는 긍정적 요인이며, 다른 하나는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막는 부정적 요인이다. 모든 사회는 전통과 이에 기반한 기득이권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방법은 이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은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면 손해를 보기때문에,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저지하려 한다. 새로운 기술로 이익을 보는 사람 winner은 광범위하게 흩어져 있는 반면, 손해를 보는 사람 loser 은 집중되어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저지하는 조직적인 세력을 어떻게 극복하는지가 기술 혁신의 관건이다.
왜 중국은 정체된 반면, 서구는 계속 발전했을까? 두가지 요인을 핵심으로 든다. 첫째는 물질주의적 실용주의 materialistic pragmatism 세계관이다. 자연을 통제함으로서 물질적 풍요를 높일 수있으며,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 목적에서 지식을 접근하는 관점이다. 이는 도덕적 가치, 미적 가치, 지적 가치, 종교적 가치를 삶과 지식에서 우선시하는 세계관과 대조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유럽은 다른 사회와 달리 물질적 실용주의가 정착하게 되었을까? 유럽에서도 중세까지 기독교 신앙은 금욕과 세속 부정의 교리를 설파했다. 그러나 근세로 오면서 기독교의 교리는 변하였다. 자연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하느님의 영광을 실현하는 행위로 보는 기독교 교리가 세속적 경제활동과 결합하면서, 물질주의적 실용주의가 정착하였다. 반면 인도의 힌두교, 중국의 불교와 유교는 물질주의적 세계관을 거부하였으므로, 인간의 복리를 높이기 위한 자연의 물리적 탐구와 기술적 조작이 권장되지 않았다.
둘째는 유럽의 다원주의적 사회이다. 유럽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으며 서로 간 경쟁관계에 있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한 나라에서 억압을 받더라도 이웃 나라로 도피하여 뜻을 펼수 있기에 기존의 방식과 다른 것에 대한 억압이 철저할 수없었다. 유럽은 중국과 달리 새로운 것이 숨쉴 수 있는 사회적 공간이 열려 있었다. 물론 여러나라로 분열되어 있으면 갈등과 전쟁의 비용이 엄청날 수있지만, 유럽은 전체로 볼 때 다원주의의 이익이 피해보다 더 컸다.
세번째 요인은, 왜 유럽에서도 영국이 먼저 산업 혁명에 착수하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요인이다. 영국의 산업혁명을 주도한 발명가 기술자들은 중류층 출신인데, 이들이 대륙의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많았다. 프랑스는 귀족과 빈농으로 사회 양극화가 심한 반면, 영국은 1688년 명예혁명 이후 중류층 상공인들이 증가했는데, 이들이 산업혁명의 주역이 되었다.
영국의 정치 지배층은 지주들이었는데, 이들은 기술발전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집단이 아니었으므로 새로운 기술이 발전하여 기존의 방식을 뒤업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방해하지 않았다. 영국의 지주들은 상공인으로 탈바꿈하면서 기술혁신으로 인한 생산성 향상의 이익을 보았으므로, 새로운 기술 도입에 대한 노동자들의 반발을 억압하였다. 반면 중국에서는 지주와 관료를 중심으로 한 지배층이 상공업 계층이 기술발전을 통해 부를 쌓아 힘을 축적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지주와 관료 계층은 기존 질서에 변화를 가져오는 것을 원치 않았으므로 기술 발전의 싹을 엄격히 틀어 막았다. 사실 영국과 서구에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반발과 억압하려는 노력이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서구는 중국과 달리 기술 발전을 틀어막는데 실패했다.
네번째 요인은, 영국의 기술발전은 민간이 주도하여 이루어졌으며 시장 경쟁이 기술발전을 이끈 동력이었다. 반면 중국은 고대부터 국가가 큰 사업을 주도하고 기술에 대해 결정권을 행사하는 사회였다. 중국에서 민간의 사업은 국가의 보호아래 독점적 사업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지배층 특히 통치자의 의지에 따라 기술 개발이 억압되었다.
기술 혁신의 선두에 선 나라가 그런 다이나믹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는 없다 (Caldwell's Law). 기술 발전의 선두에 섰던 영국은 180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독일과 미국에 기술 개발의 기수 지위를 넘겨주고 국력이 쪼그라 들었다. 기술 발전이 계속되지 않으면 생산성이 향상되지 않기에 부가 확대될 수 없다. 기술 혁신이 오랫동안 계속 지속될 수 없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서 기존의 기술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점차 몰아내고 자신들이 기득권층으로 올라서게 되는데, 이들은 다음 세대의 새로운 기술 발전을 저지하는 세력이 되기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에서 뒤쳐져 있던 나라가 선두에 선 나라들을 모방하고 따라잡으면서 선두 자리를 대체한다. 서구 전체로 보면 산업기술의 발전이 영국에서 시작되어, 대륙과 미국으로 이전되면서 지금까지 서구가 세계 다른 지역에 앞서 기술 발전의 선두를 계속 유지한 것이 지난 300년간의 역사이다. 서구 나라들 사이에 경쟁이 기술 발전의 동력을 계속 유지시킨 것이다. 현재 미국이 기술 발전에서 가장 앞서 있는데, 후발국인 중국이 일부 기술 분야에서 서구를 따라잡고 앞서는 현상이 관찰된다. 앞으로 서구가 서구이외의 지역에 의해 따라잡히고 뒤로 물러나게 될지는 미지수이다.
기술 발전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사회의 다양성과 개방성이 새로운 기술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하였으며, 신기술에 대한 반발을 약화시키는데 기여하였다. 사회가 다양성을 잃거나 폐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면 기술 발전은 정체하게 된다. 서구 사회는 여러 나라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다양성과 개방성을 계속 유지했기에 세계의 다른 지역과 달리 기술이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서구의 기술발전을 연구한 최고의 전문가답게, 저자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통찰력을 제공한다. 서술이 명료하고, 주제와 관련해 밝혀진 것과 의심되는 사항을 비교하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전개하며 핵심을 정확히 짚고 있다. 저자의 서술을 따라가면서 몰입하게 되는 정말 대단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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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 Norberg. 2020. Open: The Story of Human Progress. Atlantic Books. 382 pages.
저자는 작가이며 케이토 연구소 연구원이다. 이 책은 그가 수년전에 크게 성공한 Progress 라는 제목의 책과 유사한데,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통찰력을 제시한다. 사람들과 사회가 개방적일 때 발전했던 반면, 폐쇄적일 때 후퇴했다는 점을 역사적 사실과 사회심리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설명한다. 책의 전반부는 상업활동, 인구이동, 아이디어의 교류에서 개방이 미친 효과를 검토하며, 서구, 특히 영국과 중국을 비교한다. 책의 후반부는 인간의 폐쇄적 속성을, 종족주의 성향, 제로섬 사고방식, 불확실을 기피하는 성향, 위험 편향적인 인지 성향이라는 네가지 측면에서 검토한다.
인간의 자유로운 상업활동은 발전의 동력이었다. 각자가 잘하는 것에 특화함으로서 전문화가 가져오는 효율은 모두를 풍요롭게 한다. 인간의 이동은 인적 자본의 활용을 높이고, 다양성을 높임으로서 창의를 자극한다. 과학은 사람들의 생각의 자유를 보장할 때만 발전했다. 전통을 고집하고, 정통을 추구하며, 다른 생각을 억압할 때, 사람들의 생각하는 능력은 쇠퇴한다. 유럽에서 과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나라로 쪼개져 있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억압을 피해 이웃 나라로 피신하여 새로운 생각을 전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이것이 가능하지 않았기에 과학이 발전하지 못했다. 유럽의 통치자들은 역사상 모든 권력체가 그러하듯이 사고의 자유를 억압하려 했다. 그러나 유럽은 세계의 다른 지역과 달리 하나의 체제로 통일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에 사고의 자유를 억압하지 못했고, 역설적이게도 결국 다른 지역보다 앞서나가게 된 것이다.
자신이 속한 작은 집단에 충성하고 자신과 집단을 동일시하는 반면, 집단 밖의 사람을 경계하고 적대시하는 성향, 즉 인간의 부족주의tribalism 은 진화의 산물이다. 이와 동시에 인간은 항시 새로운 것, 바깥 세상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새로운 사람들과 교류가 늘면 그들에 대한 경계와 적대감이 사라지며,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다고 인식하게 된다. 접촉이 늘면 부족주의의 장벽이 낮아지는 것이다.
과거 수렵채집 생활 환경에서 사람들은 대체로 이웃과 제로섬의 관계에 있었다. 그러나 근래로 올수록 사람들의 삶은 이웃과 플러스 섬의 관계로 이전하였지만, 사람들의 의식은 과거의 제로섬 단계에 고정되어 있다. 각자 전문분야에 특화하면서 서로에게 의존하는 현대의 삶은 플러스 섬이지만, 사람들은 흔히 이웃을 제로섬의 경쟁 관계로 인식하여 상대를 의심하고 장벽을 높이므로서 모두가 피해를 본다. 남에게 인정받고 존경받으려는 욕구는 사회적 지위 위계 status hierarchy 에서 제로섬의 관계이다. 그러나 각자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이 사람들에 따라 다르다면 하나의 지위 위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제로섬이 아닐 수있다. 즉 사회가 다양화되면 지위의 기준이 다양화되기때문에 제로섬의 경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람들은 불확실을 싫어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불안해 한다. 그래서 계획을 좋아하고, 질서와 통제된 상황을 선호한다. 그러나 불확실함 속에서 시행착오를 통해서 새로운 길을 찾아나가는 가운데 발전이 이루어진다. 새로운 상황이 전개될 때 다양한 길을 탐색해보면서 최선의 것을 찾아나가는 삶의 방식을 거부한다면 정체될 수밖에 없다. 어디로 갈지를 미리 알지 못하면서 길을 가는 것이 인간의 발전 과정이었다. 기술 발전은 처음에 기술을 창안한 사람이 생각한 방향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사람들은 질서와 통제를 원하기에, 불확실한 미래보다 확실하게 느껴지는 과거를 '좋았던 시절' good old days 로 기억하고 그리워하지만, 실은 그런 좋았던 시절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허구이다. 진보는 불확실을 감내하면서 살아간 결과이다.
사람들은 위기, 손실, 어려움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미디어는 사람들에게 주변에 항시 위기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사람들은 위기, 어려움에 부닥뜨릴 때, 폐쇄적 성향을 드러내며 움츠려든다. 반면 일이 잘될 때는 개방적 성향을 보여서 새로운 것, 다양함을 용인하고, 실험적 시도도 해본다. 삶이 힘들 때에는 새로운 것, 시행착오를 허용할 여유가 없다. 경제가 어려울 때에는 권위주의적 지도자를 선호하며, 문제의 원인을 찾고 책임을 물으려는 욕구에 휩싸여 희생양을 찾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 속에서 질서와 통제를 회복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희생하려고 한다. 사람들에게 쉬운 해결책을 약속하는 대중영합주의 정치인이 등장하여 가짜의 약속을 할 때 사람들은 쉽게 속아넘어간다. 그러나 세상은 복잡하기에 단순한 쉬운 해결책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선진국의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들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우도록 돕고, 그들이 일자리가 생기는 새로운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고, 그들이 새로운 직업으로 이동할 수있도록 직업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데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다양한 의견, 다양한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데에서 권위주의 정치체제보다 더 효율적이므로, 결국 변화에 대응하는 데에서도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권위주의 체제보다 더 앞선다. 권위주의 체제가 질서와 통제를 회복시키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거짓이다. 개방적 접근이 폐쇄적 접근보다 삶을 살아나가는 데, 사회를 발전시키는데, 궁극적으로 더 효과적이다.
저자는 독특한 경력의 소유자다. 사상가라고나 할까. 많은 독서를 바탕으로 통찰력을 추출해내는 작업을 한다. 이 책은 그의 엄청난 독서와 생각이 밑거름이 되어 만들어졌다. 그의 설명은 쉬운 말로 풀어내고, 뻔히 알고 있는 것을 말하며, 일견 당연한 듯 하지만, 통찰력을 제시한다. 나의 롤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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